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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28화 (28/250)

028화 개방 분타주를 만나다 (2)

이낙출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말이요. 지금 총단이 엄청나게 바쁘다오, 무림맹이 해체되면서 일이 줄어 들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소. 개개 문파의 요청이 나날이 쇄도하고 있소이다. 그런데 만일 내가 총단의 지원을 요청했다가 틀린 정보로 판명되면 어떻게 되겠소. 그날부로 난 모가지요."

성진은 옳다구나 생각되었다.

'그래, 그는 개방 출신이지, 뭐 강설현이나 감전동을 통해 일부 이야길 듣긴 했지만, 모른 척 물어봐야겠다.'

"왜 개개 문파의 요청이 쇄도하는 거죠? 지금은 평화로운 시대 아닌가요? 제가 듣기론 무림맹과 사도련 그리고 마교가 해체되고 총무련이 들어섰다고 하던데요."

이낙출은 고개를 흔들었다.

"총무련은 무림이 위기에 처할 때나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소. 물론 평상시에도 분쟁 조정의 기능이 있긴 하나 권고 정도로 그칠 뿐 직접 개입할 권한이나 힘은 없소이다. 해서 작금의 상황은 대규모 무림 전쟁은 일어나지 않지만, 국지전은 치열하외다. 각 문파가 저마다 저들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니 말이오."

"아. 그래서 개방에 정보를 요청하는군요."

"다는 아니오. 정파는 주로 우리에게, 사파는 하오문에게, 마교 계열은 만안루에 그런 일을 의뢰한다오."

성진은 좀 더 깊이 물어보기로 했다. 그러려면 성의를 보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아, 그렇군요, 좀 더 물어봐도 되죠? 그전에 말씀하신 명검에 관한 정보는 제가 사도록 하겠습니다. 얼마의 지원이 필요한가요?"

"은자 50냥만 주시구려."

"은자 100냥 드리겠습니다."

이낙출이 깜짝 놀란다.

"하하. 고맙소이다. 뭐든 물어보시오, 내 성심성의껏 답해드리리다."

"정파에서 타 정파의 정보를 요청하는 경우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간단하오. 우리는 있는 그대로 알려줄 뿐이오. 설사 그게 악용될지라도."

성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군요, 이러다가 개방이 중원에서 제일 부유한 문파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허허, 그건 잘 모르는 소리요, 중원에 거지가 얼마나 많은지 아시오. 우리가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태부족한 상태요."

"아. 죄송합니다. 그런 일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는 손을 내저었다.

"아니요, 가난은 나라도 구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소, 그러니 누군가는 해야겠지. 물론 우리만 돕는 건 아닐 것이오. 어쨌든 그런 대의명분이 있기에 개방은 언제나 떳떳할 수 있소이다."

"아, 그렇군요. 한데 충무련에 가입한 문파와 그렇지 않은 문파와의 차이는 뭐가 있을까요?"

"총무련에 가입한 문파들은 그들끼리 싸움에서 최소한 멸문은 피할 수 있소. 절대로 문파의 본거지는 공격할 수 없게 되어 있으니까. 또한, 총무련의 영역에서는 누구든 절대 싸울 수 없소. 만일 이러한 것들을 어길 시 곧바로 무림 공적으로 지명되어 멸문을 면치 못할 것이오."

성진은 새로운 걸 많이 알게 되었다.

"아. 그러니까 일종의 안전지대라는 것이네요. 그럼 총무련에 가입하지 않은 문파는요?"

"대부분은 녹림 18팔채 소속의 산적, 장강 6로채. 황하 5로채 소속의 수적, 살수 집단, 그리고 무림 공적으로 낙인찍힌 문파들이요. 요즘 그들의 준동이 심상치 않아서 총무련에 대책 회의를 하고 있소. 곧 상시 토벌대가 결성될 모양이더이다."

"……."

"거기에 더해 그들과 거래하는 문파가 있으면 총무련 회원 자격을 박탈하고 죄의 경중에 따라 무림 공적으로 지명할 태세요."

"왜 갑자기 그들이 준동하는 거죠?"

"그건 해체된 3대 무림 조직과 연관이 있소. 3대 조직이 해체되면서 그들이 숨통을 틘 측면이 있고 또, 하나는 거대 무림 조직이 없어지면서 졸지에 직업을 잃은 일반 무사 중 일부가 그쪽으로 흘러 들어간 게 큰 원인이요."

성진은 그의 이야기를 토씨 하나 흘리지 않게 새겨들었다.

"저, 낭인들은 어떻게 규정해야 하나요?"

"총무련에 소속된 문파는 아니지만, 그들이 낭인회에 가입했다면 총무련에 준하는 자격을 가진다 볼 수 있소. 그리고 나머지 가입하지 않은 낭인들은 사안에 따라 평가해야 할 것이오. 참고로 낭인회의 가장 큰 고객은 상단이오. 호위무사로 파견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아, 그렇군요. 다음에 또 술 한잔하면서 더 듣도록 하고요, 그럼 명검에 관해 이야기할까요?"

이낙출은 술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휴, 술은 끊을 수가 없나 보다. 그 사고를 당하고도 침이 고이니, 쯧쯧.'

"하하. 그럽시다. 그대가 먼저 질문하고 내가 보충 설명하는 것으로 하는 게 어떻겠소?"

"네. 좋아요, 그럼 제가 질문드리겠습니다. 그 명검을 차지하는 게 불법은 아닌 거죠? 가령 남의 것을 훔친다든지……."

그가 급히 손을 내저었다.

"당연히 불법은 아니요, 불법이라면 내가 이리 말하는 것 자체가 도둑놈 심보 아니겠소?"

"그럼 명검은 어디에 있습니까?"

"음, 명검은 고리대금업자의 손에 있소이다. 도박에 빠진 자가 담보로 맡긴 것이요. 대략 빌린 원금은 은자 100냥쯤이라는데 워낙 고리라 지금은 이자가 원금의 두 배 정도 된다고 하더이다."

"그러니까 채무자에게 빚을 탕감할 돈을 건네주라는 말이네요."

"그렇소이다, 그러면 그가 고리대금업자에게 빚을 갚고 검을 되찾아 올 것이요."

성진은 턱을 괴며 그를 바라보았다.

"채무자가 순순히 명검을 넘길까요?"

"그는 그 가치를 모르오, 그저 좋은 검 정도로만 알고 있소."

"음, 본인도 모르는 비밀을 분타주님이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궁금하군요."

분타주는 성진이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야 장사에서 제일 뛰어난 대장장이에게 들었소. 그는 그와도 친분이 있고 나와도 친분이 있는데 예전에 그의 집을 방문했다가 명검의 가치를 알아보고 후에 나에게 알려준 거요."

"음, 그와 친분이 있다면 그 당시 왜 알려주지 않았을까요?"

"하하, 그게 대장장이가 싸게 명검을 사려고 했던 모양이오. 그래서 살 돈을 모으고 있는데 채무자 그 사람이 급전을 빌리려고 검을 맡긴 것이라오."

"……."

"사실 이 이야길 그와 술 마시다 들었는데 검의 재질이 만년 한철이나 운철과 같은 인세에 보기 힘든 재질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접쇠단조기공을 반복하여 공들여 만든 검이라고 하더이다."

이낙출은 말을 잠시 끊었다가 다시 이야길 시작했다.

"대장장이는 검에 새겨진 아름다운 물결 문양을 보자마자 바로 알 수 있었다고 하더이다. 그리고 그런 검을 만들려면 고도의 숙련된 기술로도 족히 2년은 걸릴 거라 말하였소."

성진은 대장장이의 시커먼 속내가 보이자 쓴웃음을 지었다.

'허허, 세상사가 다 그렇지 뭐, 한데 그렇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하나, 명검의 소유자에게 이실직고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적정한 선에서 타협을 봐야 하는 건가?'

순간 개방을 자신에게 대입시켜봤다.

'만약 분타주가 이 사실을 개방 총단에 알리고 명검이 진짜라면 개방은 어찌할까? 과연 돈을 제대로 지급하고 명검을 가지려 할까?'

"저기요. 만일 개방이 저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까요, 명검을 제값 주고 살 건가요? 아니면……?"

성진의 기습 질문에 이낙출은 가슴이 뜨끔했다.

'이런, 개방의 명예가 걸린 일인데,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이를 어쩐다?'

분타주는 고민하다 정공법을 택하기로 했다.

"휴, 사실은 말이오, 내가 조사한 바로는 고리대금업자가 동정채의 수적일 가능성이 높소이다. 다만 확실한 건 아니라서……."

성진은 어이가 없었고 동시에 분타주의 우유부단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고리대금업자가 수적이라고요?"

"음, 내가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느낌이 그렇소. 해서 그가 수적이라면 그자의 재산을 몰수해서 개방의 이름으로 의로운 곳에 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오. 당연히 명검의 주인에게도 명검을 취하는 대신 웃돈을 조금 얹어 줄 것이고."

성진은 눈을 잠시 감았다.

'어찌해야 하나? 일단 처음부터 제대로 말하지 않은 게 괘씸하니까 좀 튕겨보자고.'

"이번 건은 생각 좀 해봐야 하겠습니다. 제가 분타주님에게 이야기를 들은 이상 저도 대장장이처럼 명검의 가치를 속이고 채무자와 거래하는 건 양심에 찔리는 일이라서요."

분타주는 안달이 났다.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시구려. 매일 이자가 눈덩이로 불어나는 채무자를 수렁에서 건져주는 건데 왜, 양심에 찔린단 말이오. 뭐 그래도 찜찜하다면 6개월 치 생활비를 주던가……."

"음. 글쎄요. 저 말고 천화각과 이야기해 보시지요, 그들에게 제가 말한 그대로 말한다면 분타주님의 요구를 수용할 것 같은데요. 설마 천화각에서 이곳 개방 분타를 모르고 있진 않겠죠?"

그가 손을 흔들었다.

"알고 있소. 한데 말이오, 만일 고리대금업자가 정말로 수적이라면 난 뒷감당을 할 수 없소이다. 분명 총단에 문책을 당할 것이오, 그런 일을 천화각에 알렸다고."

"그 말씀은 천화각에서 고리대금업자의 정체를 밝히려 할 거란 말이군요."

"그렇소. 그러니 솔직히 내 처지에서는 그대와 거래하는 게 최선이오, 그리고 난 계속 그자를 조사할 것이고."

성진은 이야기를 듣다 뭔가 빠진 게 있는 것 같았다.

'뭐지. 아, 그거.'

"그자의 무공 수준은 어떻게 보십니까?"

"내가 조사하다 그자에게 하마터면 들킬 뻔했소이다. 느낌으론 나와 비슷해 보였소."

"외람되지만 비슷하다는 것이?"

분타주는 성진을 째려보았다.

"내 무공을 밝히라는 말이오? 그건 아니 될 말이오."

성진은 손을 흔들었다,

"아. 죄송합니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음, 내 제안을 수용하면 말해주겠소."

성진은 그의 예상치 못한 말에 놀랐다.

"정말인가요?"

"그렇소."

"그럼 수용하겠습니다."

그는 콧잔등을 찡그리며 성진을 바라보았다.

"휴, 어쩌다가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갔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겐 은자 100냥이 중요해졌소, 안 들었으면 모를까……. 음, 내 추측에 그자의 무공은 일류 중급 수준이오, 그가 만일 수적이라면 그자의 지위는 꽤 높을 것이오."

성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아, 그렇군요."

"그러니 그대도 조심하시오, 괜히 그자와 부딪혔다간 큰코다치니까. 무공이 비슷하다 해도 그가 수적이라면 비열한 수법을 많이 알고 있을 것이오."

성진은 고개를 끄떡이며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놈이 정말 수적이라면… 무위가 뛰어난 나쁜 놈이 고리대금업까지 하고 있으니 급전을 빌린 사람들에겐 최악일 터! 게다가 장차 내 사업에도 지장을 줄 수 있잖아! 그래 좋다, 까짓것 붙어보자. 어르신의 말에 따르면 난 절정 고수이니까.'

그렇다 해도 몇 가지 궁금한 건 남았다.

"혹 고리대금업자가 명검의 가치를 알고 있지는 않겠습니까?"

이낙출은 손을 흔들었다.

"그건 아닐 것이요. 지금도 그가 빚을 갚으라고 갖은 행패를 부리는 걸 보면. 그리고 수적들은 검을 잘 쓰지 않소, 갈고리, 작살, 아미자 같은 것을 주로 쓰지."

"아, 그렇군요, 한데 제가 돈이 없을 수도 있는데, 어찌 저에게 연락한 겁니까?"

이낙출은 씩 웃었다,

"이 바닥에 구른 지 30년이 넘었소, 척 보면 아는 거지. 그대가 흑도를 내쫓고 손에 쥔 것이 있으니 부동산을 많이 산 것 아니오? 뭐 아니라고 해도 좋소, 그렇다는 건 원래 돈이 많다는 거겠지, 안 그렇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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