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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25화 (25/250)

025화 천화각 총관과 삼선녀의 대화

황일동은 큰돈을 벌 기회가 생겨 매우 좋아했다.

그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모습을 본 성진은 그와의 계약을 꼼꼼한 따져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너무 티를 내는 군, 표정 관리를 못 하는 걸 봐서는 먹을 알이 많다는 뜻이야.'

"하하, 우리 잘해보자고! 그럼 공사는 언제부터 하면 좋겠나?"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그러니 선배님께서 견적서를 작성해 주시지요, 돌산도 포함해서요."

"알겠네, 이른 시일 내에 작성하지, 기왕 왔는데 우리 가게에서 살 것은 없나? 파격적인 가격에 주겠네."

성진의 눈이 반짝였다.

"제가 듣기로는 쇠뇌를 가지고 있다 들었는데. 3대만 파시죠?"

황일동은 장칠을 잠시 노려보다 입을 열었다.

장칠이 본인이 가진 쇠뇌에 관해 성진에게 발설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성진이 엿들은 것이지 그가 말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가 이야기를 외부에 퍼트린 건 사실이었다.

"음, 미안한데 그건 좀 곤란하겠어, 대신 모양을 바꿔서 새로 만들면 어떻겠나? 조금 클지 몰라도 성능은 전혀 뒤떨어지지 않도록 하겠네."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제가 듣기로는 팔 수 있다고 들었는데."

"내 생각이 짧았어, 그게 동창의 쇠뇌와 너무 비슷해서 그 친구들이 안다면 날 조사하러 나올 것 같단 말이지."

그럴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마냥 가지고 있으면 손해 아닙니까?"

"나와 내 가족의 호신용으로 쓰면 되네, 어떤가 구매 의사가 있는가?"

"음, 곧 저와 계약을 하면 바빠질 텐데 쇠뇌를 만들 시간이 있겠습니까?"

황일동이 히죽 웃었다.

"내 아들들이 있지 않은가, 내가 틈틈이 봐주면 된다네."

"싸게 주십시오. 화살촉도 많이 만들어 주시고."

"뭐, 그렇게 하지. 재료는 구할 수 있으니 원가에 주겠네. 내가 이윤을 안 붙이는 이유는 우리 아들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 그러는 것이네."

성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하지만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 아니었다.

'원가는 무슨…….'

"알겠습니다. 그럼 3대 말고 6대를 만들어 주시죠."

"하하. 내가 손해긴 하지만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건 그렇고 나라로부터 땅을 매입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순간 주성진이 장칠을 쓱 바라보자, 장칠은 고개를 끄떡이며 입을 열었다,

"아저씨 그게 말입니다. 실은 이번에 갈대밭을 사려고 제가 관리들을 만났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엔 아주 잘 진행되었는데 뜻하지 않는 곳에서 걸림돌이 생겼지 뭡니까? 새로 부임한 천호소의 정천호 새끼가 트집을 잡았어요."

"무슨 트집?"

"군사적인 요충지역이 될 거라 안 된다는 거예요, 빌어먹을……."

황일동은 장칠의 파드득거리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그래도 장칠이 너의 실력이면 웬만하면 요리할 텐데?"

"그 망할 놈이 접대라는 접대를 다 받고는 만족하지 않더라고요. 천화각의 삼선녀들에게 혼자서 술을 받아먹고 싶다는 거예요. 그리고 저도 나름 알아봤는데 군사 요충지역은 개뿔 그놈이 일부러 지어낸 것이더라고요."

"허……."

"그렇긴 해도 정5품인 자를 제가 마음대로 할 순 없잖아요, 웬만한 고을의 현령보다도 높은 자인데."

황일동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만, 왜 저토록 열을 내는 거지? 제 돈 나가는 것도 아니고 해달라는 데로 해주면 그만 아닌가? 옳거니 본인이 못 따라가서 저러는 거네.'

"이봐, 같아 따라가지 못해서 그리 열 내는 거야?"

장칠은 거세게 손을 내저었다.

"아이코 그건 절대 아닙니다. 사실 삼선녀는 처음 만난 인물과는 절대 대면하지 않아요. 반드시 구면이어야 합니다. 방법이 있다면 그녀들과 일면식이 있는 사람을 꼭 대동해야 해요. 아 그 전에 사전예약은 필수이고요."

"그런가? 난 굳이 그리 까다로운 곳에 가서 술 마시고 싶은 사람들의 심보를 모르겠어, 미인이야 어딜 간들 많지 않은가?"

"그건 모르는 말씀, 그녀들이 왜 삼선녀이겠습니까? 꽃다운 얼굴과 달덩이 같은 자태는 기본이고요, 중요한 건 그녀들이 무림인이라는 거죠. 생각해보십시오, 일반인이 무림인이 따라주는 술을 마시며 대화할 기회가 그리 흔한 일이겠습니까! 게다가, 그녀들이 술을 따를 때 놀라운 재주를 선보인다 허더군요."

주성진도 그녀들이 재주를 부린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음, 다음에 꼭 확인해야지.'

"그러면 정천호를 어떻게 천화각에 데려간 거야?"

장칠의 목소리가 갑자기 작아진다.

"그게요, 대행수님이 힘을 쓰셨죠, 헤헤."

"그렇군, 여하튼 장칠이 자네 배 좀 아팠겠어, 삼선녀를 못 봤으니, 하하."

"……."

그 순간 성진이 입을 열었다.

"제가 삼선녀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녀들과는 모종의 일로 인연이 좀 있었거든요."

"인연이 있었다고? 언제부터?"

성진은 마뜩잖은 기분이 들었다.

'저 영감이! 하여튼 사람들이란 남의 일에 관심이 많단 말이야, 쯧쯧. 내가 그 일로 치른 대가가 얼마나 큰 줄 아쇼?'

성진은 그 일로 천화각이 공짜로 자신의 포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뭐, 처음엔 우연히 만났습니다. 결과적으로 제겐 행운이었지요."

성진은 뺄 것은 빼고 이야기해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황일동이 눈웃음을 짓는다.

"혹 그녀들 누군가와 사귀는 것은 아니고?"

성진은 눈을 깜빡였다. 딱 잡아서 아니라고 하기엔 자신의 마음이 그렇지 않았다.

"하하, 세상 인연이라는 게 어찌 될지는 모르지요, 그 정도로만 말하지요."

황일동은 부인하지 않는 성진을 바라보며 씩 웃는다.

"하하, 뭐야. 벌써 그런 사이인가? 이거 부러운데, 하하."

옆에서 듣고 있던 장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 몰랐군, 몰랐어.'

한편 그 시각 천화각에서 삼선녀와 총관이 차를 나누고 있었다.

한데 강설주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화가 잔뜩 난 표정이고 나머지는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윽고 한숨을 길게 내쉰 강설주가 총관을 바라보았다.

"아저씨, 아버지가 갑자기 왜 그러신데요?"

"아가씨, 깊은 뜻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강설주가 총관을 쏘아본다.

"아저씨. 우리끼리인데 하대하세요. 그리고요, 저보다 위쪽의 사정을 훨씬 잘 아실 테니 사실대로 말씀해 주세요."

총관 모용진수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허허. 이것 참…….'

"설주야, 아버지가 생각이 바뀐 것이 아니고 너에게 데릴사윗감으로 적합한 배필이 생겼으니 그러는 것 아니겠냐?"

"그래도 그렇지. 저의 의사를 물어봐야 하지 않나요. 결혼을 전제로 사귀라니 그게 말이 되냐고요."

"음, 요즘 들어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각파에서 신진고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각주님은 그걸 우려하고 계신다. 지금이야 그렇지만 다음 세대에 가면……."

강설주는 총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

그녀도 또래와 비교하면 무공이 높은 편이지만 각파에서 심혈을 기울여 키운 영재들보단 모자란 감이 없지 않았다.

"휴, 결국 제 무공이 미덥지 않다는 뜻이네요."

"음, 너에게 대안이 있다면 아버지의 마음이 돌아설 것 같긴 한데……."

"그럼, 주성진은 어때요?"

그러자 강설현이 발끈했다.

"언니! 그는 안 돼요!"

"왜 안 된다는 거지? 설마 언니가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하란 말이냐?"

"아직 보지 않았잖아요. 차차 정이 들지 어찌 알겠어요?"

강설주가 쌍심지를 켰다.

"너. 이 계집애, 아버지께서 결혼을 전제로 만나라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아? 그와 대면한 순간 난 무조건 그에게 시집가야 한다고!"

총관은 머리를 잡고 흔들었다. 설마 두 사람이 동시에 주성진에게 마음이 있는 줄은 몰랐다.

'어휴, 내가 미처!'

총관은 잠자코 있는 강설진을 바라보았다.

"설진아, 네가 먼저 시집갈 생각이 없느냐? 넌 무위가 뛰어난 사람을 동경한다고 입버릇처럼 그랬잖아."

"네. 그러긴 했죠, 그래도 마음에 없는 결혼은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물론 남들은 이해 못 하겠죠, 그게 여인들의 운명이니까. 그렇지만 저희는 늘 아버지에게 데릴사윗감을 데려오라는 말은 들었어도 무조건 결혼하라는 말은 듣지 못했어요."

"너도 혹시 주성진에게 마음 있는 건 아니겠지?"

"……."

총관이 가슴을 꽝꽝 쳤다.

"얘들아. 그놈이 어디가 좋다고 다들 마음을 준 거야. 만일 너희 셋이 모두 그에게 시집간다고 하면 각주님은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지실 것이다."

순간 강설주가 자리에 벌떡 일어났다가 앉았다. 그녀에게 기발한 생각이 떠오른 거였다.

"너, 왜 그러는 거냐?"

"아저씨, 그와 결혼한다는 건 아니에요, 단지 호감이 있다는 것이지……. 그래서 말인데 시간을 벌어야겠어요."

총관의 눈이 번쩍거렸다.

"뭐라, 방금 시간을 번다고 했냐?"

"네, 아버지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릴 비책이 생각났어요. 그사이 전 시간을 벌어 마음에 드는 사람을 구하고 동시에 저의 무공을 끌어 올릴 거예요. 잘나가는 후기지수들에게 절대 뒤처지지 않도록 반드시!"

"이 우둔한 아저씨는 네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강설주가 모용진수에게 눈을 찡긋거린다.

모용진수는 그녀의 요염한 몸짓에 가슴이 진탕됨을 느꼈다.

'허허, 녀석! 애간장을 녹이는구나.'

"아저씨!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아버지가 바라는 게 있잖아요, 모용세가의 가주가 세가 원로들의 신임을 잃고 쫓겨났으면 하는 것……."

그녀의 아버지인 천화각의 각주는 모용세가의 몰락을 바라는 건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가주인 배다른 형에 대한 원한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왜냐면 그가 가주 위를 두고 다툴 때 지금의 가주가 계략과 모략으로 반칙을 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물론 심증만 있고 증거는 없지만.

"음… 그래서?"

"우선은 모용세가와 연합한 휘주 상단을 건드려보는 거예요. 휘주 상단의 곽천일 상단주가 모용세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상단주에 올랐잖아요."

총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나도 그 소문을 들었다만 어디까지 소문이잖아,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야."

"사실이에요!"

"너는 그 이야기를 누구에게 들었느냐?"

강설주가 총관의 놀라는 모습에 배시시 웃는다.

"얼마 전에 휘주 상가의 대행수가 이곳 장사부의 지부 대인과 몇몇 고위관리를 모시고 천화각에 들린 적이 있어요."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인데?"

"그때, 아저씨가 출타했을 때예요."

총관은 얼마 전 급한 일로 외부에 나간 일이 떠올랐다.

"한데 그거랑 내가 말한 이야기와 무슨 상관이지? 상인이 관리들을 접대하는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 리 없잖아."

"호호, 물론이에요, 문제는 관리들이 천화각에 나가고 난 이후에 벌어진 일이에요. 그가 기분이 좋은지 술을 더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전 술을 과하게 마셨으니 그만 쉬라고 했지만, 막무가내였어요."

"그래서?"

"그래서 마지못해 그의 이야기 상대를 해주었는데 그때 그가 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아마도 그는 술에 취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도 못 할 거예요."

"음 그런 일이 있었으면 진즉에 나에게 알렸어야지! 어떻게 너만 알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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