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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14화 (14/250)

014화 강설현과 비무하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인물이 천화각에 나타났다. 그는 바로 강설현과 비무하러 온 주성진이었다.

여느 점소이들과 다르게 어딘가 기품이 느껴지는 점소이가 성진에게 나타났다, 전에 본 적이 없는 점소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안녕하십니까, 기별을 넣어 주시지요, 강설현 소저에게."

점소이는 보통 손님이 아닌 걸 알고 흠칫 놀란다.

"저, 혹시 무슨 일로?"

"그녀와 비무를 하기로 되어 있어요."

"아, 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특2관으로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 들어간 성진은 기다리고 있던 강설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옆에는 처음 보는 여인 둘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음, 하나같이 다 미녀들이군, 분명 그녀의 언니들일 거야.'

강설현은 열흘 사이 어딘가 달라진 성진을 보고 흠칫 놀랐다.

'아니야, 그저 옷이 바뀌었을 뿐이야.'

애써 그렇게 자위한 순간 그녀의 오른편에 있던 여인이 입을 열었다. 뭇 남성들의 애간장을 녹일 것 같은 목소리였다.

"호호. 반가워요, 강설주라고 해요, 설현이의 맏언니예요."

"아, 반갑습니다, 소저. 저는 주성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내 옆은 바로 밑 동생인 강설진이에요."

성진은 교태로움이 뚝뚝 묻어나는 그녀와 인사를 주고받았다.

"강설진이에요."

"주성진입니다."

강설현의 언니들은 계속해서 성진이 거북할 정도로 성진의 이모저모를 뜯어보고 있었다.

"이봐요, 나와 두 살 차이인데 동생이라 불러도 되죠?"

강설진의 뜬금없는 말에 성진은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고개를 끄떡였다.

"네. 그럼요. 편하게 부르세요."

"호호, 설현에게 이야길 듣긴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기도가 헌앙하군요."

"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성진은 어물쩍 넘어갔다, 취구환을 자그마치 3알이나 꿀꺽 삼킨 그다. 어딘가 달라 보이는 게 당연했다.

눈빛은 깊고 그윽해졌고, 피부는 윤기가 자르르했다.

성진 본인도 처음엔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믿지 못했다,

"오늘은 천화각의 정식 비무는 아니니까 나와 언니가 심사 역할을 하겠어요, 비무 규칙에 대해선 잘 숙지하고 있죠?"

지난번 성진은 강설현에게 비무 규칙을 들었다.

대표적인 것들로는 고의로 상대를 살상하면 안 되며. 독을 쓰거나 몰래 암기를 사용하면 안 되었다. 그리고 심사관의 명령에 불응하면 무조건 실격이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알았어요. 그럼 비무장으로 가죠."

그때였다, 맏언니인 강설주가 웃으며 주성진에게 말을 걸었다.

"나도 동생이라 불러도 되죠? 세 살 차이니까……."

"네. 그럼요, 말도 편하게 놓으셔요, 하하."

"음 그럴까, 호호, 그런데 동생! 안 바쁘면 오늘 하루 여기서 묵어가라고, 요즘 손님이 적어서 심심하거든."

"……."

순간 강설현이 뾰족하게 소릴 질렀다.

"언니! 왜 그래요?"

"왜, 질투 나냐? 너도 같이 동석하면 되잖아."

"흥!"

설현은 미소 짓고 있는 성진을 바라보았다. 성진은 그녀들의 대화보다는 2번씩이나 공짜로 맛있는 음식과 안락한 잠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고무되어 있었다.

순간, 강설현의 따가운 눈초리에 급히 미소를 지운 성진은 그제야 강설주의 의도를 수상하게 생각했다.

'잠깐. 설마 나에게 관심 있는 건 아니겠지?'

그 순간 강설현의 뾰족한 소리가 귓전을 스쳐 지나간다.

"뭐해. 빨리 비무나 하자고!"

"아. 아 알았다."

두 사람은 예의를 갖춘 후 서로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성진이 미동을 하지 않자 그녀의 눈썹이 버들가지처럼 휘었다.

"뭐해, 먼저 오라니까!"

성진은 고개를 저었다. 열흘 전 같으면 어림없지만, 지금은 공력이 늘어나서 자신감이 팽배한 상태다.

"네가 먼저 와라!"

성진의 말에 그녀는 성진을 노려보았다.

'흥, 한 푼밖에 되지 않는 실력으로 자존심은, 지가 남자라 이건가.'

"너, 진짜 많이 후회할 거다."

"하하, 길고 짧은 건 재봐야 알지!"

"호, 그렇단 말이지!"

잠시 후 강설현의 손에는 예사롭지 않은 한 자루 검이 들려 있었다.

'뭐지? 보통 검은 아닌데, 보검인가?'

성진은 전생에서 무기 거래를 한 적이 있었다. 하여 무기를 판단하는 안목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다.

'음, 보검이라면, 검에다 날개를 단 격인데.'

순간 전혀 흔들림 없는 강설현의 모습이 마치 폭발하기 직전의 모습 같았다. 바로 그때 그녀의 발이 살짝 들린다.

'온다!'

강설현은 앞으로 나가면서 연달아 세 번을 찔렀다.

쉭, 쉭, 쉭.

시간적 차이는 있었지만, 굉장히 빨라 마치 검 세 자루가 동시에 공격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더구나 보검의 예기에는 뭐라도 벨 것 같은 날카로움이 있었다.

성진은 멀리서 순식간에 눈앞까지 다가온 검극을 본 순간 이형환휘가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하하. 이게 말이다. 귀원보란 거다.'

귀원보는 이번에 성진이 귀원보록을 보면서 새롭게 익힌 보법이었다.

귀원장법과 귀원검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조 보법인 귀원보를 익혀야 했다.

별다른 보법이 없었던 성진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것이었다.

유연하게 뒤로 이동한 성진을 보며 강설현은 놀람의 소리를 내뱉었다.

'어랏? 저 현묘해 보이는 보법은 뭐지? 형산파의 진산 절기인가?'

순간적으로 몸을 움직여 자신이 펼친 공격의 범위를 벗어나는 그 동작의 민첩함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저 자식, 믿는 구석이 있었구나!'

강설현은 매섭게 성진을 노려보고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주성진은 변화를 직감했다.

그녀의 검은 느린 듯했지만, 실제는 그 전보다 더욱 빨랐다.

더욱이 그녀의 검 끝이 어디로 향할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주성진은 눈빛을 빛내며 이번엔 피하지 않고 맞대응하기로 했다.

'뭐, 어차피 검이 어딜 가겠어, 날 노리겠지.'

스르릉.

성진이 발검을 하자 그의 검신에서도 날카로운 예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그녀는 한순간에 거리를 좁혀 들어왔다.

치고 들어오는 순간에 그녀의 검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그녀는 손으로 빠르게 검을 회전시킨 것이다.

주성진의 눈에서 살짝 동요가 일어났다.

'이런! 내 눈을 현혹하는구나. 뭐 그렇다면!'

성진은 그녀의 검이 다가온 순간 강하게 검을 내질렀다.

챙!

성진이 그녀의 검을 옆으로 밀쳐 버리자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다.

'으으으, 내가 밀렸어!'

입술을 베어 물은 그녀는 금세 안정을 되찾고 연환 검식을 전개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의 검이 성진의 손목을 베어오자 성진은 검을 빠르게 옆으로 돌리며 다시 그녀의 검을 횡으로 쳐냈다.

챙!

그녀는 다시 앞으로 보법을 밟으며 검을 회오리처럼 돌리며 성진을 찔러왔다.

"얏!"

그녀의 기합 소리다.

단단히 마음먹은 그녀의 검은 이전과 달랐다.

회오리처럼 회전하는 검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줄기줄기 뻗어 나오자 성진은 안색을 굳혔다,

안 그래도 회전하는 검으로 인해 허초와 실초를 가까스로 구분하고 있는데. 그녀의 검은 강력한 예기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좀 전과 달라, 그녀가 내공을 끌어 올렸구나.'

주성진은 곧바로 자신도 내공을 끌어올렸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곧바로 기운들이 생동한다. 눈에는 형형한 빛이 감돌고 사지백배에 활력이 넘쳐났다.

'어라, 보인다 보여! 검 끝이!'

챙!

'아니…….'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성진이 자신의 변식을 알아차린 것도 놀라운데 검기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내공이 주입된 검에 정확히 부딪혔는데도 상대는 웃고 있었다. 더구나 자신의 검은 보검이었다.

'저 녀석이 본 실력을 감추었어, 이제껏 나를 농락했다고!'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녀가 내공을 잔뜩 끌어올리자 이전과 다른 강한 기세가 뻗어나가며 그녀가 딛고 있던 청석 위의 먼지들이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음, 끝장을 보자는 것 같은데.'

바로 그때, 그녀는 검을 깊숙이 앞으로 내밀었다.

슉…….

그와 동시에 앞으로 바닥을 미끄러져 들어가면서 성진이 그녀의 거리 내로 들어오자 오른발을 앞으로 내딛음과 동시에 검을 정확히 성진의 천돌혈을 향해 찔러 들어왔다.

그녀의 공격은 확실히 여느 때보다 빠르고 신랄했다.

성진은 그녀의 움직임, 특히 오른발을 딛고는 빠르게 움직이는 움직임에 감탄했다.

하지만 빠르게 다가오는 검극에 마냥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그녀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가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검을 피했다

스아악…….

한편 두 사람의 기세가 완연히 변화하자 관전하던 두 여인은 긴장했다.

맏언니 강설주는 눈살을 강하게 찌푸린다,

'이런 설현이가 전 내공을 끌어 올렸어. 이러면 자칫 위험해질 수도 있겠는데…….'

그 순간,

팟!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주성진의 신형이 희미한 그림자로 변하면서 시리도록 하얀 검광이 번쩍였다.

'앗!'

느닷없는 성진의 공세에 그녀는 가문 최고의 보법인 비류보를 전개하였다.

'뭐야!'

성진은 그녀의 신형이 쭉 늘어나더니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지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신의 귀원보에 전혀 뒤처지지 않은 보법이었다.

결국, 그의 검은 그녀의 그림자 분신을 베고 말았다.

순간 위기를 벗어난 강설현은 맹렬히 공격하던 성진이 왜 멈추어 섰는지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상대가 유리했는데 거리를 띄우고 의아한 눈초리로 자신을 쳐다보는 게 이상했다.

아무튼, 그녀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한편 그녀의 비류보에 감탄한 나머지 공격을 멈춘 성진이 퍼뜩 정신을 되찾았다.

'이런 계속 몰아쳐야 했는데! 쯧쯧!'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다.

"얍!"

성진은 아지랑이 같은 검광을 뽑아내며 삼재검법 상의 팔방풍우를 펼쳐 갔다.

계획이 있던 건 아니고 그냥 마음이 가는 데로 펼친 것이었다. 아마도 가장 익숙한 검법이라서 그런지 몰랐다.

쒜애액…….

곧바로 성진이 뻗어낸 검세가 사방에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음…….'

그녀는 성진의 공격권 안으로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연신 물러나기 바쁘다.

그렇게 한동안 쫓고 쫓기는 술래잡기가 계속되었다.

쉭, 쉭, 쉭…….

비무장을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른다.

성진은 마음껏 검을 휘두르며 자유로움을 느꼈다. 어느 순간 그녀의 존재도 잊어버렸다.

'아. 이런 기분 처음이야.'

그것뿐인가? 성진은 검을 들어 찌를 때의 힘의 배분과 마지막 순간 상대에게 큰 타격을 입히기 위해 끊어 치는 묘리까지 자연스럽게 깨우치고 있었다.

그 순간 얼굴이 파리하게 변해 숨을 헐떡이는 강설현의 모습이 애처롭게 보인다.

"헉, 헉……."

바로 그때였다.

"그만!"

강설주가 공력을 돋우어 크게 소리쳤다.

순간 잠시 무아지경에 빠졌던 성진은 아쉬움을 느끼고 검을 거두었다.

한데 그의 앞에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강설현이 보이자 금세 아쉬움은 미안함으로 바뀌었다.

'이런 내가 그녀를 너무 몰아붙였구나.'

그 순간 검을 거둔 주성진 앞으로 강설주가 걸어왔다.

"동생! 너무한 거 아니야?"

"죄송합니다."

"일부러 실력을 감추었나? 내가 듣기로는 경공에서 설현에게 밀렸다고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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