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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8화 (8/250)

008화 대장장이 이무송의 부탁

"저, 이무송 아저씨, 아까 보니까 손과 발이 따로 놀던데, 대단한 것 같아요."

"그거! 네 말처럼 평범한 기술은 아니지, 흐흐."

그는 정확히 말하지 않았다. 그가 익힌 건 마음을 나누는 분심공이었다. 무당의 양의심공과 유사한…….

"아. 그렇군요."

"한데. 너! 제법 단련한 티가 나는구나, 행색을 보아하니 어디 가는 것 같은데?"

"네. 그렇습니다. 저. 그런데요, 평범한 기술이 아니라고 한 거 말이에요, 그것도 무공의 일종인가요?"

대장장이가 빙그레 웃는다.

"녀석, 호기심이 많구나. 세상에 나가거든 너무 알려고 들지 마라, 그러다 다치는 수가 있으니까."

주성진은 고개를 끄떡였다.

"아, 알겠습니다."

주성진은 그의 충고를 고맙게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역시 무공을 익힌 자야. 무슨 사연이 있길래 오지에서 대장장이를 하고 있을까.'

"이봐. 여행은 처음인가?"

순간, 아니라고 말할 뻔했던 성진은 곧바로 고개를 끄떡인다.

"네. 그렇습니다. 북쪽 장사에 볼일이 있어 가는 길입니다."

순간 돌연 그의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뭐라. 장사에 간다고?"

"네. 그렇습니다."

이무송은 성진의 이모조모를 뜯어봤다.

'음. 믿을 만한 녀석으로 보이는데. 어쩐다?'

그의 망설임은 오래가지 않았다.

'내가 가고 싶지만 아직은 갈 순 없어, 내 행적이 노출되면 자칫 놈들에게 아들 녀석까지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이봐. 장사에 간다면 부탁을 좀 하고 싶은데, 물론 사례는 하겠다."

의외의 말에 성진의 눈이 동그래졌다.

"무슨 부탁인가요?"

"장사에서 가까운 악록 서원에 내 심부름을 좀 해주었으면 한다."

악록 서원은 중원 4대 서원으로 불리는 유서 깊은 서원이었다.

"음, 그곳에 네 또래인 장량이라는 유생이 있다. 그에게 건강도인술을 알려주었으면 한다. 대과에 급제할 녀석인데 몸이 허약해서 말이야."

성진은 곧바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다지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더구나 사례까지 한다는데 망설일 일도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책자를 주시지요, 건강도인술이 적힌."

그러자 그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책자는 없어, 그리고 무공도 모르는 유생에게 책만 보라고 하면 과연 이해나 할까?"

성진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면요?"

"하하, 네가 익혀서 그에게 가르쳐 주라고!"

"예에?"

성진은 그의 황당한 말에 놀라면서 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죄송합니다만 제가 일정이 빠듯해서요, 그걸 익히고 가르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전 그런 여유가 없습니다."

성진의 거절을 예상한 듯 그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희 사부의 박투술은 정말로 뛰어나지. 하나 경공으로 도망치는 자는 못 잡아. 경신법을 모르기 때문에 말이야."

"……."

"내가 너에게 경신법을 가르쳐준다고 해도 싫다고 할 거냐? 물론 익힌다 해도 경지에 오르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네 녀석의 자질로 봐서 이틀 정도의 시간은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성진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건 절호의 기회라고!'

"헤헤. 무조건 하겠습니다. 가르쳐주십시오."

"흐흐, 좋아, 뭐 최고의 경신법은 아니지만, 경신법이 거기서 거긴 거지, 하하."

"……."

"녀석. 내가 직접 가르쳐 주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거야, 그리고 건강도인술도 그저 그런 삼류의 건강도인술이 아니야. 익히다 보면 차차 알게 될 거다. 그런데 말이다, 내가 알려준 무공은 절대 남에게 전수하면 안 된다."

"네, 그 정도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 ? ? * ? ? *

쉭, 쉭.

이름 모를 산속 공터에서 주성진은 열심히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형산을 떠난 지 열흘이 지난 후였다.

'역시 어렵군, 내 공력으로는 무리야! 삼재 검법은 절대 쓸데없는 칼질이 아니라고.'

주성진은 이마에 구슬같이 흐르는 땀방울을 훔쳤다, 그 순간 대장장이 이무송이 떠오르자 얼굴에 절로 미소가 흐른다.

"뭐라. 아는 게 삼재 검법뿐이라고! 하하, 이것 참, 내가 만든 검이 아깝구나, 아까워. 고작 그 용도로 쓰이다니."

"아저씨. 삼재 검법만으로도 무림 최강자가 된 사람이 있다던데요."

"그거야……."

이무송은 자세히 말을 하면 입만 아플 것 같았다. 그러려면 심오한 무공의 이치까지 끄집어내야 하는데 하루, 이틀 가지고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좋아, 특별히 내가 너의 안계를 넓혀 줄 테니 기다려라."

"네?"

"녀석아. 내가 검을 펼쳐볼 테니 눈 호강이나 하라는 말이다."

성진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 정말요? 고맙습니다. 근데 아저씨! 부탁인데 딱 한 번만 천천히 펼쳐 주시면 안 될까요."

대장장이는 피식 웃었다.

'저 녀석이 훔쳐 배우려는 모양이군, 그래 익히든 말든 그건 네 재능에 달려 있다.'

"녀석… 좋다. 대신 사례비는 그걸로 땡 치자구나."

"……."

그렇게 해서 우연히 보게 된 검식을 성진은 잊지 않기 위해 매일 밤낮으로 펼쳤다.

이무송은 설마 했겠지만, 청풍무결상의 720초식을 완전히 섭렵한 데다, 기억력이 뛰어난 성진은 그가 펼친 검식을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모두 시전할 수 있었다.

당연히 천천히 펼쳐달라는 주문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지만.

몸통까지 검을 들어 올린 중단세에 호흡은 잔잔했다.

내공 수련으로 한층 깊어진 숨결은 들숨 한 번에 깊은 충만함을 일으켰다.

그리고 날숨, 내쉬는 호흡은 대지를 쓸어내는 빗물처럼 잡념을 녹여 내렸다.

반개한 그의 눈에선 정광이 흐르고 호흡 한 번으로 성진은 검에 자신을 담으려 노력했다.

스르륵…….

검이 움직였다.

휘익!

전체 스무 개의 초식으로 이루어진 이름 모를 검식은 초반 십 초식은 장중했다.

한데 10초가 지나자 검세가 돌변했다. 무게감 있게 휘둘리던 칼이 가벼워졌다.

몸속 기운이 의념을 따라 전신 혈도를 질주하고 있었다. 진기가 꿈틀거리며 온몸의 근육을 수축시키자, 검법에 쾌검의 묘리가 실렸다.

스아악!

푸드득!

제법 세찬 위력에 새들이 놀라 날갯짓하며 날아올랐다.

"하아."

벅차오르는 만족감에 성진은 숨을 길게 내쉬고는 쥐고 있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처음 검을 펼쳤을 때는 다섯 손가락 모두 굳게 쥐고 있었는데, 지금은 엄지와 검지의 힘이 알맞게 풀려 있었다.

'으음, 쾌의 파지법은 원래 이렇게 하는 거였군.'

몸으로 깨달은 성진은 몹시 기분이 좋았다.

'재밌다. 그럼 몇 번 더 해볼까.'

주성진은 몇 번 더한다는 것이 열 번을 더해버렸다. 무공에 한없이 빠져드는 자신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허허, 전생에는 무에 무자도 몰랐었는데. 자 그러면 건강도인법으로 마무리하고 여길 떠나자.'

이무송이 알려준 건강도인법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자연의 기운을 토납하는 운기조식과는 달랐다.

건강도인법은 움직이며 기운을 쌓는 동공(動功)이었다.

'익히다 보면 차차 알게 될 거라더니…….'

공능은 뚜렷했다. 심신이 절로 안정되고 검법을 수련하거나 몸을 단련할 때 자극되는 부위가 강력해졌다.

공력이 근육을 북돋고 단단하게 압축시키는 것이었다.

하나 성진은 그때까진 내가기공과 외문기공의 차이를 뚜렷이 알지는 못했다.

"휴, 끝났다……."

주성진은 세 번에 걸쳐 건강도인법을 완주하고는 부지런히 길을 나섰다.

'늦어도 사흘이면 악록 서원에 도착할 수 있겠군.'

그는 경신법도 제법 익숙해져 있었다, 이는 이무송이 친히 알려주고 시법을 보여준 바가 컸다.

휘이익!

가볍게 몸을 띄웠다. 몸이 가뿐하다.

순식간에 숲속 공터와의 거리가 벌어졌다.

주성진은 그냥 가볍게 경공을 펼치는 정도라면 온종일이라도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몸을 깃털처럼 움직여 달리는 경신법은 내공을 적게 소모하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았다.

"하하. 상쾌하다, 그야말로 행운유수(行雲流水)가 따로 없구나."

그가 무심코 흘린 말이지만 구름이 흘러가고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경신법이 바로 행운유수였다.

'드디어 장사로구나, 날이 어둑어둑하니 빨리 객잔으로 가자.'

그때였다. 골목 어귀에서 돌연 성진과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청년이 나타났다.

"헤헤. 장사는 처음이신가요?"

주성진은 딱 봐도 호객하는 자임을 알 수 있었다.

성진은 전생에 장사를 여러 번 다녀간 적이 있지만,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렇습니다, 어디 적당히 묵어갈 곳이 있을까요?"

"제가 좋은 곳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하하. 싸고 좋은 곳이어야 합니다. 안 그러시다면 길을 비키시지요, 제가 직접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호객꾼은 순간 흠칫했다.

타지에서 온 시골뜨기로 봤는데 그게 아니었다. 더구나 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게 영 꺼림칙했다.

'제길, 주머니를 홀랑 털어버리려고 했는데 안 되겠군.'

"아이코, 그러시군요. 이쪽 골목으로 쭉 가다 보면 말씀하신 객잔이 보일 겁니다. 그럼 살펴 가십시오."

호객꾼이 휑하니 사라지자 성진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어디서 감히 내게 사기를 치려고, 내가 네놈의 농간에 놀아난다면 차라리 접시 물에 코를 박고 죽어버리겠다, 하하.'

잠시 후, 호객꾼의 말대로, 조금은 낡아 보이는 객잔이 나타났다.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깨끗한 방 하나와 저녁을 부탁드립니다."

점소이는 어린 자신에게 깍듯이 대해주는 성진의 말에 놀랐다. 대부분 손님은 소년인 그에게 그리 대하지 않는 게 현실이었다.

점소이가 주성진을 빤히 바라보자 오히려 당황한 건 본인이었다.

"왜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아, 아닙니다. 제게 말을 놓지 않는 손님은 정말 오랜만이라서요. 자리를 마련해 드릴 테니 저를 따라오십시오."

점소이는 시끄러운 곳을 지나 안쪽의 아늑한 곳으로 주성진을 안내했다. 자신에 대한 존중의 보답이었다.

"저, 하룻밤만 묵으실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여기서 잘하는 요리는 뭐가 있지요?"

"손님, 매콤한 동안자계(東安子鷄) 요리와 볶음밥이 어떨는지요?"

주성진은 절로 군침이 돈다.

"네. 그걸로 갖다주십시오."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대답하는 성진의 말에 점소이는 절로 신이 났다.

"하하. 제가 후딱 올려드리겠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주성진은 주변을 둘러보다, 순간, 자신의 반대쪽에서 조용히 식사하는 여인에게 눈에 갔다.

풍기는 느낌이나 화려한 옷차림이 이곳 객점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오호, 대단한 미인이군.'

주성진은 눈길을 돌리려다 고개를 든 여인과 눈이 딱 마주쳤다.

'이런…….'

급히 시선을 돌리는 성진에게 그녀가 흰 치아를 드러내며 싱긋이 웃는다.

"호호. 그쪽이 동안자계 하나는 잘 시켰어요. 먹어보니 맛이 일품이거든요. 어린 닭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비법을 사용한 건지 육질이 연하고 부드러워요. 맛도 매운 것 같으면서도 새콤한 게 아주 좋답니다."

음식에 대한 품평이 제법 구체적이었다.

"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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