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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상인-6화 (6/250)

006화 무공을 익히다 (1)

주성진이 가부좌를 틀고 앉자, 그가 친절하게 구결을 읊으며 그 뜻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자 눈을 지그시 감고 자신의 숨소리를 들어라, 그게 시작이다……."

* ? ? * ? ? *

3개월이 지났다.

주성진은 그간 배웠던 호흡의 기본을 되뇌며 가부좌를 틀고 하단전에 축적된 기운을 소주천시켰다.

운기를 마친 주성진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맺혀 있었다.

'음, 상쾌하다,'

지켜보던 둘째 임정후가 웃음을 지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앞으로는 혼자 해도 될 것 같아."

임정후는 사부의 명으로 성진의 운기조식을 지켜보고 있었던 거였다.

"네. 기운이 저를 간질거리는 것 같아요,"

"야. 대단하군, 그게 기운과 소통하는 경지라는 거야. 난 아직 그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주성진은 괜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미안해요,"

"아니야, 네가 미안할 일인가. 내가 모자란 건데……."

"그래도요."

임정후는 고개를 젓더니 손을 이마에 갖다 댔다,

"음, 공부할 생각을 하니 벌써 머리가 지끈거리는군."

"그야, 혼자 학습하려니 재미가 없어 그럴 겁니다. 공부할 때 제가 같이 있어 드릴게요."

"하하. 고마워, 막히는 게 많이 있었거든, 그래 기분이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라. 아는 범위에서 이야기해줄게."

주성진은 그간 내공을 익히면서 내공의 응용이 몹시 궁금했었다.

"사형, 기운을 축기하는 건 이제 좀 감이 오는데, 그렇다면 기운을 어떻게 내뻗는 건가요?"

임정후는 기운을 실어 힘을 쓰는 법을 떠올렸다.

"아아, 그거, 사부님 말씀으론 초식을 반복하면서 마음속으로 계속 기운에게 말을 건네라고 하더라고. 이를테면 '기운아! 제발 움직여 줘!'를 반복하는 것이지. 그러면 어느 순간 기운이 의지를 따라 움직인다고 하더라고, 한데 말이야 내공이 일정 경지에 다다라야 그게 가능하지, 그전엔 어림도 없어."

"……."

"음, 가령 손에 기운을 모으려고 하면 기운이 견정, 곡지를 거쳐 맥문을 통해 유입되는 것이지, 뭐 너라면 곧 가능할지 모르겠다."

주성진은 손을 내저었다.

"에이. 아니에요. 사형이 먼저죠, 헤헤."

"하하, 빈말이라도 힘이 되는군. 자, 그럼 오늘은 푹 쉬자고. 내일은 사부님과 대련 시간이니까."

드디어 공포의 대련 시간이 다가온 거였다.

다음 날 아침, 한자리에 모인 오강일은 얼굴에 심술궂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 다들 아침밥은 잘 먹었겠지?, 자 그럼 해볼까, 하하."

그러자 막내인 진한수가 손을 들었다.

"사부님, 제발 살살 해주세요, 일주야 동안이나 뼈마디가 쑤신다고요."

"녀석, 나이도 어린 것이 죽는소리는……."

그러면서 그는 제자들을 한 명, 한 명 둘러보았다.

"자. 모두 최선을 다하거라."

"네……."

모두 마지못해 심드렁하게 답한다, 오강일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첫째 제자인 곽진규를 보며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나와라."

"저. 사부님, 혹시요, 저도 모르게 사부님의 박투술을 따라하면 어찌 되나요?"

"하하, 그러면 당연히 더 많이 얻어맞겠지. 너희들은 내가 명할 때까지 절대 내 동작을 흉내 내면 안 된다. 좋지 않은 버릇이 들까 봐 그러는 거야."

"……."

"으아악!"

"똑바로 못해!"

"아이고, 사부님! 제발 살려주세요."

첫째인 곽진규는 비명을 내지르며 연신 뒤로 물러나기 일쑤였다.

내공이 얕은 그가 막싸움의 대가인 그의 사부를 이길 수가 없었다.

오강일의 힘과 속도 그리고 예상을 뛰어넘는 동작은 곽진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주상진은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두 사람의 동작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사부의 예측 불가의 투로를 보면서 절로 한숨이 흘러나온다.

'휴, 첫째 사형의 동작은 완벽했어, 그런데도 연신 두들겨 맞는 건 그만큼 사부의 무공이 임기응변에 능하면서도 뛰어나다는 것이겠지. 그리고 알 수 없는 저 힘, 발경이라고 한다는데 너무 오묘해!'

그때였다, 저도 모르게 자신의 몸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와, 좋은데! 몸이 절로 반응한다!'

시간이 흐르고 막내인 진한수가 허벅지를 문지르며 온갖 인상을 쓰고 있었다.

사부 오강일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제자들을 둘러보았다.

"하하, 수고했다, 그래도 좀 진일보한 것 같군, 자 그럼 이제 성진이 나와라."

"네. 사부님."

주성진은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긴장했다. 하지만 회피할 수도 없다.

'까짓것 해보자,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숨을 크게 내쉰 주성진은 성큼성큼 앞으로 나왔다.

"자, 덤벼 보아라."

휘리릭.

주성진은 몸을 잔뜩 웅크렸다가 주저 없이 오강일을 향해 몸을 날렸다. 몸의 탄성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육합권의 한 동작이었다.

그동안의 잠을 줄여가며 쉼 없는 단련으로 그의 몸은 빨라졌고, 주먹은 두꺼운 송판을 부술 만큼 강력했다.

동작도 조금의 군더더기가 없이 매끄러워 과거의 실력을 되찾은 듯했다.

오강일은 주성진의 주먹이 눈 가까이 날아오는데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러다가 주먹이 막 그의 관자놀이를 가격하려는 순간 슬쩍 발을 앞으로 움직였다.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주성진의 주먹 앞으로 다가선 것이다.

그리고는 그만이었다.

퍽!

눈앞에 별이 반짝거린다.

무엇이 어찌 된 영문인지 알기도 전에 주성진은 옆구리에 강력한 타격을 당하고 이 장여 밖으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어찌나 충격이 컸던지 한동안 바닥에 벌렁 누운 채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뭐해. 빨리 일어나지 못해!"

사실 충격도 충격이지만 심리적인 위축감이 더 컸다. 석 달이 흘렀지만, 아직까진 무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이 부족했다.

'어휴, 왜 이리 아파, 사부의 손이 정말 맵구나.'

간신히 땅바닥에서 일어난 그를 향해 오강일은 불쑥 물었다.

"내 공격을 보았느냐?"

성진은 고개를 저었다.

"못 봤습니다."

"흐흐. 그렇겠지. 자 다시 덤벼라, 정신 똑바로 차려!"

"네!"

오강일의 자세는 처음과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방심한 듯 우두커니 서 있는 그의 몸은 구석구석이 온통 허점투성이로 보였다.

"갑니다!"

"야합!"

기합을 내지른 주성진은 오른 주먹으로 오강일의 명치를 노렸다.

오강일은 여전히 가만히 서 있었다.

막 그의 주먹이 오강일의 명치를 가격하기 직전에 성진은 빠르게 주먹을 거두어들이며 왼 주먹으로 오강일의 턱을 가격했다.

쉬익!

거짓 동작으로 상대를 혼란에 빠뜨려 중심을 무너뜨리고, 회심의 일 타를 날리려는 수법이었다.

주성진의 연속 동작은 너무도 빠르고 매끄럽게 연결되어서 좀체 피하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오강일은 돌부처가 된 양 피하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몸을 불쑥 내밀었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주성진은 배를 부여잡고 삼 장 밖으로 떼굴떼굴 나뒹굴었다.

"녀석아 일어나라고!"

성진은 갖은 인상을 쓰며 간신히 후들거리는 다리로 붙잡고 일어났다.

"보았느냐?"

"못 보았습니다."

"흐흐. 맞으면서 크는 법이다. 다시 덤벼."

쿵!

"으아악!"

바닥을 뒹군 지 벌써 열 번째다. 적응을 좀 하는가 하면 오강일은 기이한 동작으로 주성진의 대응을 무력화시켰다.

주성진은 치를 떨었다. 하늘이 노랗다.

'지독하구나, 온몸이 흉기라더니, 구구절절 실감 난다.'

주성진은 약이 바짝 올랐다. 하지만 당장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

달마다 하는 대련에서 안 맞으려면 열심히 무공을 익힐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오강일이 소리친다.

"자. 그럼 목검을 가져와라. 이번엔 검 실력을 보자꾸나."

"사부님, 다음에 하면 안 될까요?"

저도 모르게 주성진도 다른 사형제들처럼 애걸복걸 매달리고 있었다. 그런다고 들어줄 오강일이 아니었지만.

"더 세게 해주랴?"

"아. 아닙니다. 얼른 목검을 가져오겠습니다."

주성진은 벌떡 일어나 목검을 가지러 갔다.

사실 검을 만병의 으뜸으로 치는 것은 예로부터 무예를 업으로 삼는 무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초보자에겐 누구나 쉽게 입문할 수 있는 병기이긴 하나, 달인의 경지에 오르기는 그 어느 병기보다도 어려운 게 검이었다.

목검을 가지고 온 주성진은 사부를 잔뜩 노려보며 기수식을 펼쳤다.

"덤벼라!"

주성진은 순간 삼재 검법을 떠올렸다.

삼재 검법은 세로 베기, 가로 베기. 찌르기가 다인 검법이었다. 어찌 보면 단순하긴 하나 검술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검식이기도 했다.

상승 검법을 분해하더라도 결국 남는 건 종베기, 횡베기, 찌르기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검법, 지고의 경지에 이른다면 능히 일 검으로 태산을 누르고. 천군을 단숨에 베어버리고 팔방에 비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검법이 삼재검법이었다.

하나 지금 상황에서 그런 경지는 주성진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그저 사부에게 덜 맞는 게 최대의 목표였다.

'해보자!'

그래도 검을 드니 맨손보다는 안심이 들었다. 검의 길이만큼 원거리에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성진의 순진한 착각에 불과했다.

주성진은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다른 사형제와 달리 첫 공격으로 오강일의 인후혈을 노리며 찔러 들어갔다.

쉬이익!

순간 첫째 제자인 곽진규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허허, 사부님의 매를 벌겠는데, 처음부터 저런 수라니.'

물론 주성진의 인후혈 공격이 잘못된 건 아니었다. 다만 오강일도 사부 이전에 사람이었다.

처음부터 급소 중의 급소인 목에 구멍을 내려 한다면 자연히 기분이 나빠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역시 오강일도 다르지 않았다. 한편으론 오강일은 성진의 성정이 변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저 녀석, 기억을 잃더니 좀 달라졌는데. 뭐라고 할까 약삭빨라졌다고나 할까. 좀 전의 속이는 수법도 그렇고 지금도…….'

오강일은 검이 가까이 올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눈앞에 성진의 검 끝이 크게 보이기 시작할 때 딱 필요한 만큼만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스윽!

과녁이 빗나가자 성진은 곧바로 검을 거두어들이고 뒤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눈앞에 사부의 시커먼 신발이 보이는 순간 뒤로 물러가기는커녕 그대로 복부를 얻어맞으며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으윽!'

쓰러지면서 주성진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도대체 언제 사부의 발이 움직였단 말인가.'

주성진은 몰랐다. 본인이 자신의 검에 집중할 때 오강일은 이미 금계독립의 자세로 한쪽 발을 들고 곧바로 반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오강일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빨리 일어나!"

"끄으응!"

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난 주성진은 다시 검을 잡았다.

그리고 공격했다. 그리고 또다시 얻어맞고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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