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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139화 (139/200)

# 139

그만큼 무황이라는 별호가 쉽게 얻을 이름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 본인이라 할 수 있는 신유강을 보자 그러한 생각이 깡그리 사라졌다. 칠제의 필두라 불리는 천검제, 그의 눈으로 신유강을 살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기세가 느껴지지 않는다.

만약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보았다면, 틀림없이 평범한 인간이라 생각했을 정도였다.

‘재미있군.’

물론 기운을 감출 수 있는 무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칠제의 눈을 속일 수 있는 무공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을 증명하듯, 천검제 진백은 완벽하게 백리지연의 경지를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눈앞에 있는 소강이라는 남자가 백리지연보다 더욱 흥미를 끌었기 때문이다.

“헌데 놀랍군요. 소림에서 입을 다물고 있었을 텐데, 그 소문의 주인공이 저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시다니…….”

신유강은 정말 뜻밖이라는 표정이었다.

물론 그 싸움을 보았던 사람들이 있으니 만큼, 마음만 먹는다면 신유강의 용모파기가 돌아다녀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소림에서 신유강에 대해 원천봉쇄를 하고 있는 것 같으니, 알아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하북도 아닌 하남성 끝자락에서 벌어진 일이다. 하북진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니 만큼,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구파와 팔대세가는 은근히 서로를 견제하고 있으니, 그쪽에서 정보를 넘겨주었을 리도 만무하다.

“하남이든 하북이든 내 귀에 들어오지 않는 소문은 없단다. 그래, 그 소문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이지?”

“우자혁과 무현을 이긴 것은 사실이긴 합니다. 다만 그 과정이 조금 과장되었을 뿐입니다.”

백리지연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소문이 약간 부풀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공을 익힌 사람들의 눈으로 보아도, 신유강의 한 수 한 수는 칠제에 버금가는 것들이었다.

물론 백리지연은 그 이상이라 판단을 하고 있지만.

“흐음, 그렇군…….”

진백은 짐짓 마뜩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납득하는 것 같더니, 여전히 빳빳하게 굳어 있는 진소소에게 눈을 돌렸다.

“헌데, 우리 소소와는 어찌 아는 사이지?”

“에? 아, 호, 혹시 이, 이 아이가…… 그, 하북진가의……?”

신유강이 뭐라 대답을 할까 곰곰이 생각하고 있던 그 찰나, 백리지연이 말을 더듬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어딘가 낯이 익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하북진가의 막내딸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그녀다. 입고 있는 옷은 물론이며 흙 때문에 얼굴도 상당히 지저분해서 더더욱 그랬다.

“내 손녀라네.”

“이, 이 아이가…….”

진백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백리지연은 힐끗 시선을 돌려 잔뜩 굳어 있는 진소소를 바라봤다.

정체를 알고 나니 이제야 명확하게 인상이 잡혔다. 그렇구나, 어디서 봤나 했더니 빙화검후(氷花劍后)의 딸이었을 줄이야!

지금은 그 이름이 많이 쇠퇴했지만, 빙화검후라 하면 무릇 여협들 사이에서 현 칠제들만큼이나 존경을 받는 여걸(女傑)이다.

만약 하북진가의 진명과 혼인을 치르지 않고 그대로 무림을 질타했다면, 틀림없이 칠제에 버금가는 업적을 쌓았을 것이란 말도 있을 정도다.

“수줍음 많은 아이를 어떻게 꾀어 이곳까지 데려온 것이지? 참 신기하구나. 허허허.”

진백은 참으로 재미있다는 듯 인자한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세가 내에서도 아무도 어울려 주지 않으니 만큼,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잘 하지 못하는 아이다.

함께 밥을 먹을 때에도, 화기애애한 다른 이들과 동떨어진 채로 홀로 밥을 먹는다. 그저 잠깐 드나들 때 인사를 하는 것이 전부다.

“혹시 소소와 아는 사이였나?”

“아, 아니에요. 저잣거리에서 잠깐 만났는데…… 그…… 너무 귀여워서 제가…….”

백리지연이 손사래를 치며 말하자, 진백은 더욱 진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면 손녀딸이 생판 모르는 사람을 쫓아왔다는 말이 되는데, 그건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진백은 힐끗 시선을 돌려 진소소를 바라봤다.

여전히 자신이 거북한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뻣뻣하게 굳어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자네는?”

“처, 처음 뵙겠습니다. 백리세가의 백리지연이라 합니다.”

“중원의 꽃이었군.”

“과, 과분한 말씀이세요.”

진백의 칭찬에 백리지연은 잔뜩 얼굴을 붉혔다.

그간 다른 사람들에게 온갖 칭찬을 들어도 덤덤하기 짝이 없었는데, 이젠 딱히 칭찬도 아닌 한마디에 이렇게 사람의 가슴을 떨리는 것은, 아마도 진백이라는 인물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이기 때문일 것이다.

백리지연은 길게 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려 애를 썼다.

시시각각 변하는 백리지연의 표정이 재미있던 것인지, 진백은 한동안 수줍게 고개를 숙인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신유강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잘 어울리는 한 쌍이로군. 천하의 다시없는 기재들이라…….”

누가 보더라도 그리 생각할 수 박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 어린 십대 소녀라고는 하지만, 어린 나이에 혼인을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때이니, 진백이 보기엔 두 사람 사이가 평범하지 않다 생각한 것이다.

더욱이 중원의 꽃이라 불리는 백리지연이다.

자연스레 어려서부터 혼담이 많이 오갔음에도 불구하고, 들어오는 모든 혼담을 거절하였다. 그 이유가 신유강 같은 남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신유강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사이가 아닙니다. 단순한 여행 친구입니다.”

“호오, 그 말이 참인가?”

진백은 재차 확인을 하듯 백리지연에게 되물었다. 그녀는 얼굴이 시뻘겋게 붉어져 있었으나, 맹렬하게 부정하듯 예의 없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 아차 싶었는지 화들짝 놀랐으나, 진백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부드럽게 웃음을 지었다.

“정말인가 보군. 그럼 어떤가? 우리 소소는? 아직 어리기는 해도 장차 틀림없이 중원의 꽃이라 불리게 될 거야.”

갑작스런 진백의 한마디에 진소소는 동그란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화들짝 들어 올렸다. 돌연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니 놀란 것이었다.

신유강 또한 당황스런 시선이었으나, 이내 침착한 표정으로 진백을 바라봤다.

“하북팽가와 혼약을 했다고 들었습니다만.”

팽가와 혼약을 했다는 말에 가장 놀란 것은 다름 아닌 백리지연이었다. 같은 팔대세가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는데, 어떻게 신유강이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단 말인가.

진소소는 물론이며 진백 또한 상당히 뜻밖이라는 표정이 되었다.

“이것 참, 팽가와 우리 직계손밖에 모르는 사실인데, 자네는 그것을 어찌 알았는가?”

“하하, 어쩌다 알게 되었습니다.”

대답을 해 줄 기색이 보이지 않자 진백은 아미를 찌푸렸다. 태연하게 웃음 짓는 신유강의 표정은 분명 무언가를 감추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대답을 해 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진백은 그를 지그시 노려보며 기다렸다. 그러나 끝내 그가 입을 열지 않자, 더욱 눈을 가늘게 떴다.

“자네 참 재미있는 사람이로군.”

“자주 듣는 말입니다.”

“혹시 하북으로 온 이유가 이 아이 때문인가?”

“글쎄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

“…….”

두 사람 사이에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마치 팽팽하게 잡아당긴 끈처럼 긴장된 공기에 객잔 전체가 조용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인상을 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천검제 진백이며, 당당하게 그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은 새로이 무황이라는 칭호를 받은 젊은 무인이었다.

혹여 이곳에서 두 사람이 부딪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생각과는 다르게 침묵을 고수하고 있었던 진백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흐음, 이야기를 하기에는 그리 좋은 장소가 아니구나. 어떠한가? 괜찮다면 이 늙은이의 술 상대를 좀 해 주는 것이. 물론 이곳이 아닌 노부의 집에서 말이다.”

팽팽하던 긴장의 끈이 일순 느슨해졌다.

태연한 척 웃음을 지으며 말을 꺼낸 진백 덕분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전혀 파악되지 않는 노련한 표정으로, 신유강을 호랑이 굴로 이끌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무황의 대답을 기다렸다.

실력에 자신 있는 무인이라 하더라도 분명 꺼려할 제안이 틀림없다. 조금 전 진백과 신유강 사이에 흐른 침묵은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었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신유강의 반응은 변하지 않았다.

똑바로 천검제 진백의 눈을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허허, 좋아. 괜찮은 패기로군.”

눈앞에 있는 이는 명실상부 칠제의 일인, 또한 신유강이 지금부터 가야 할 곳은 천하제일세가라 불리는 하북진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망설임이 없다.

진백은 그 패기가 맘에 들었다.

第六章 천마도해(天魔圖解)

천하의 하북진가는 아침보다 확연하게 그 소란이 커져 있었다.

더욱이 이번에는 얼마 전부터 중원을 떠들썩하게 만든 무황과 함께 나타나서는, 다시 태상가주전에 틀어박혔다.

알게 모르게 가주 뒤에서 실권을 잡고 있는 진가의 이 부인 추란의 명령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태상가주전을 향해 있었다.

그러나 쉽사리 접근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상대는 칠제의 필두라 불리는 천검제, 그의 감각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엿듣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진백과 무황이 당당하게 정문을 통해 들어온 것과 달리, 백리지연은 조심스레 담을 지나 하북진가 별채로 향했다. 진소소가 밖으로 나갔다는 사실을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 그녀가 나갔던 길로 다시금 들어온 것이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차암…….”

백리지연은 한숨을 토해 냈다.

옆구리에 끼고 있던 진소소를 내려놓자, 그녀가 죄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당당하게 들어갈 수 있는 하북진가를 도둑고양이처럼 숨어들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아니, 아니야! 딱히 너를 탓하는 게 아니라…… 그 뭐랄까, 우릴 놓고 가 버린 사부를 탓하는 거니까…….”

백리지연은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소소를 납득시켰다. 확실히 뒷문도 아닌 담을 넘어 들어온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그보다 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사람이 숨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알아차린 이들이 없다는 거다.

‘이게 직계의 대우란 말이지?’

별채는 진소소가 머물고 있는 곳이라 했다.

정실 부인이 죽었다고는 하지만 정식 직계이니 만큼 그만한 호위가 있어야 함이 마땅한데, 담 주위를 도는 순찰 무사는커녕, 하인이나 시녀들조차 보이지 않는다.

마음만 먹는다면 삼류 무사들조차 이 길을 통해 담을 넘어 들어와, 얼마든지 진소소를 납치해 갈 수 있을 만큼 경계가 허술하다.

몰래 숨어 지키는 호위라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아무리 기감을 넓혀 주위를 살펴도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백리지연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빙화검후(氷花劒后)라 불리던 여협의 아이가, 이러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게 천하제일세가라 불리는 곳에 어두운 면이라는 거지?’

백리지연은 씁쓸하게 웃음을 지었다.

팔대세가의 말석이라 불리기는 하지만, 백리세가 또한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렇지만 집안 싸움은커녕 누구 하나 소외되는 이들은 없다.

때문에 그녀는 더욱 이 상황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은 뭐 하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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