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4
그러나 신유강은 지금까지 이형환위를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없다. 마존은 그러한 것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높은 수준에 있는 인간이었으니 제외하고, 율초언은 확실히 백대고수에는 들어가나 이형환위를 쓸 만큼 신법에 능하지 못하다.
그것은 십대고수 반열에 오른 진명 또한 마찬가지다.
때문에 지금 흐릿하게 잔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진 우자혁의 모습을 본 신유강은, 정말이지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어느새 그의 신형이 코앞에까지 다가와 있었다.
굳게 쥔 주먹은 극성의 내력이 실려 있었고, 그 기파가 주위 삼 장 밖에까지 느껴질 만큼 어마어마했다.
“신 공자, 조심해요!”
뒤늦게 백리지연이 소리를 쳐 보았지만 때는 늦었다.
뻗어진 주먹은 정확히 신유강의 명치를 가격하였고, 우득! 하며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확연하게 들려왔다. 백리지연의 안색이 시퍼렇게 변했다.
또한 조금 전과 다르게 확실하게 뼈를 부수는 감각이 손에 느껴지자, 우자혁의 입가에 어느새 한 줄기 미소가 맺혔다.
콰아앙-!
얻어맞은 신유강의 신형이 쭉 날아가 객잔 정문에 틀어박혔다. 어찌나 세게 들이받았는지 정문을 그대로 뚫고, 안에 있는 탁자마저 부순 뒤 널브러졌다.
그것을 본 우자혁은 기분 좋게 손을 털었다.
“입만 산 놈이로군.”
우자혁은 한껏 기세를 풍기며 웃었다.
이번에야말로 틀림없이 손에 반응이 있었다. 그것도 확실히 뼈를 부수는 감각을 느꼈기에, 아무리 호신강기를 이용해 몸을 보호했다 하더라도 중상을 면키 힘든 한 수였다.
때문에 우자혁은 득의양양했다.
이름도 없는 무인에게 당한 분풀이를 속 시원할 정도로 제대로 해 준 것이다.
“개자식이…….”
그러나 또 다시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틀림없이 뼈를 부수고 내장마저 끊어 버린 일격이었음이 분명한데, 신유강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우자혁을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리지연은 또 다시 입을 쩍 벌렸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 어이없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무림에는 흔히 금강불괴라는 전설적인 경지가 있는데, 혹여 그러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습지도 않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것은 우자혁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네놈! 무슨 짓을 한 거냐!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단 말이냐!”
“그대의 솜털 주먹에 당할 리가 없지 않소?”
솜털 주먹이란 말에 우자혁의 안색이 시뻘겋게 붉어졌다. 그만큼 모욕적인 말이었으며, 무인으로서의 그의 인생을 부정하는 말과 같았다.
그러나, 느긋하게 말하고 있긴 하지만 신유강도 결코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회귀신공의 힘이 없었더라면 죽어도 훨씬 전에 죽었다. 더욱이 맞았을 때 그 감각이 어찌나 고통스러운지, 차라리 율초언에게 고문을 당하는 편이 나았을 정도였다.
신유강은 아미를 찌푸렸다.
“신 공자! 정말로 괜찮은 건가요?”
“물론이지. 솜털 주먹에 맞고 죽을 만큼 약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라.”
걱정스런 백리지연의 얼굴을 응시하며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는다. 어느새 주먹을 말아 쥐고 있는 그의 모습은, 흡사 죽지 않는 괴물을 보는 것 마냥 오싹하기 짝이 없었다.
백리지연은 저도 모르게 한 발 물러섰다.
그 어떤 기세가 느껴지는 것도 아닌데, 기이하게도 몸이 움츠러들었다. 태어나 이러한 감각을 겪어 본 적이 있던가?
팔대세가라 불리는 그녀의 가족들은 물론이며 화산에서조차 느껴보지 못했던, 기이한 위화감에 알 수 없는 불안감마저 스며들어 절로 신유강이라는 존재를 꺼리게 만들 정도였다.
“이, 이놈이…….!”
우자혁은 더욱 험악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어떠한 수법으로 살아남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신유강의 숨통을 끊어 버릴 심산이었다.
주먹에 맺힌 기운은 지금까지 느꼈던 그 어떠한 일수보다 강맹한 기세가 머금어져 있었다. 내공은 물론이며 선천지기까지 끌어올릴 심산인 것인지, 눈빛이 형형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신유강은 그것을 바라보며 회귀신공을 움직였다.
그가 잡은 기수식은 선선운현무가 아니다.
진명과 대결을 했을 당시 사용하지 못했던 현선자의 절대적 무공, 바로 회천공의 기수식이다.
우우웅-!
주먹을 쥐고 있는 신유강의 주변에 기이한 기세들이 몰려들었다. 대기(大氣)가 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압박해 왔다.
거센 바람이 몰아쳐 그의 손에 머물며 기묘한 괴성을 내질렀다. 발을 디디고 있는 땅 주변이 기운 때문인지 쩌적 갈라졌고, 형용할 수 없는 위화감이 퍼져 나갔다.
“으윽…….”
백리지연은 가늘게 몸을 떨며 주저앉았다.
그만큼 느껴지는 무형의 기세에 몸이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살아생전 이러한 기운을 느껴 본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비단 백리지연만이 아니었다. 우자혁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그 순간,
우자혁은 자신의 뒤에서부터 맹렬한 기세의 무언가가 날아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퍼엉!
第四章 무황전설(武皇傳說)
“놈!”
퍼퍼펑!
두 사람의 격돌은 상당히 의외라 할 수 있었다.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인지, 마치 방심하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 모습을 드러낸 무현이, 우자혁을 향해 권기를 뿜어냈다.
그러나 방심을 했다고는 하나 무현과 우자혁의 차이는 상당한 것이다. 우자혁은 재빠르게 등을 돌려, 손을 움직여 그것들을 모조리 쳐 냈다.
신유강은 갑작스레 등장한 무현을 바라보며 아미를 찌푸렸다.
그것은 백리지연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미 한 차례 신유강과 싸우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무현이 소림의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기는 했지만, 설마하니 이런 식으로 등을 노릴 줄이야.
정말이지 정파라는 이름이 아까운 이다.
“신 공자, 지금은 몸을 피하도록 하죠.”
그러나 기회는 기회다.
우자혁의 시선은 이미 무현에게 향해 있었다. 격차가 있다고는 하지만 못해도 일각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백리지연은, 재빨리 신유강과 함께 이곳을 벗어나고자 했다.
쾅쾅쾅!
두 사람의 주먹이 교차할 때마다 곳곳에서 폭음이 울려 퍼졌다.
천하백대고수 중 중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우자혁과, 아직 말석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무현의 싸움이다. 응당 그 여파가 상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 공자, 뭐 해요! 어서 와요!”
허겁지겁 신유강을 이끌고 이 자리를 빠져나가려 하는 백리지연이었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신유강은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두 사람의 싸움을 바라보며, 넋을 잃고 있을 뿐이었다.
신유강은 지금까지 자기 자신이 겪은 싸움을 제외하면, 다른 이들의 싸움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물론 단순한 주먹다짐이라면 사천 거리 곳곳에서 본 적 있지만, 무인과 무인, 그것도 백대고수의 싸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적이 없다.
“이것이 무림…….”
신유강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서로서로 몸동작 하나, 상대의 움직임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응시하며 파악하려 애를 쓴다. 손과 손이 부딪힐 때마다 미리 다음 수를 선점하기 위하여 필사적이었다.
그 화려하고 웅장한 싸움에 넋을 잃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신 공자? 뭐 하는 거예요! 빨리 이곳을 나가야 해요! 다행히 청룡대원들이 보이지 않으니, 충분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백리지연은 다급하게 신유강을 잡아끌었다. 조금 전 신유강의 한 수가 무척이나 궁금하기는 하였지만, 우자혁과 부딪히는 것은 결코 좋다 할 수 없었다.
더욱이 지금 이 자리에는 무현마저 있다.
자칫 하다간 그녀의 실력마저 들통 날 수도 있는 상황이니 만큼, 백리지연은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만이 가득했다.
“재밌군. 저게 무림인들의 싸움인가?”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신 공자도 무림인이잖아요.”
“나는 내 싸움만 해 봤지, 다른 사람의 싸움을 본 적이 없거든. 더욱이 대부분 열 수 안에 꺾었으니 저리 길게 갈 리도 없고 말이지.”
열 수라는 말에 백리지연은 또 다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도대체 어떠한 무공을 익히고 있기에, 고작 열 수 만에 지금까지 겪은 상대들을 모조리 꺾었단 말인가.
삼류 무인들만 상대했다면 충분히 가능할 일인지도 모르겠으나, 신유강의 실력이라면 그런 이들은 일초지적도 되지 않을 것이다.
“됐으니까 일단 여길 벗어나고 나서 이야기를 하도록 해요. 어서요.”
“가는 건 좋은데 말이지…… 저것이 우릴 쳐다보고 있는데?”
신유강의 시선 끝에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닌 무현과 우자혁 두 사람이다. 조금 전부터 그들은 서로 공방을 치고받으면서도 신유강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계속해서 그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아마 이대로 도망치려 한다면 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됐으니까 어서요!”
그러나 백리지연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신유강의 손을 이끌었다. 그리고 두 걸음 정도 옮기는 순간, 우람찬 목소리와 함께 매서운 바람이 몰려들었다.
퍼퍼펑!
신유강은 그것을 미리 감지하고 재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무현의 권기는 비단 그 혼자만이 아니라 백리지연마저 노리고 있었기에, 그녀도 저도 모르게 검을 뻗어 그것을 쳐 냈다.
“아차…….”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백리지연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늦었다. 권기를 날린 후 재차 우자혁과 손을 섞고 있었던 무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우자혁은 놓치지 않았다.
애초에 신유강에게 시선을 빼앗긴 탓에 싸움이 길어졌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이미 무현은 차디찬 바닥에 누워 있을 것이 분명한 차이가 그와 우자혁 사이에는 있었다.
부웅!
주먹이 휘둘러지는 소리는 마치 거대한 철봉을 휘두르는 듯했다.
“크윽!”
무현은 힘겹게 그것을 막아 내긴 하였지만, 손에서부터 상당한 고통을 느꼈다. 그의 인상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그 순간, 우자혁은 신유강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놈!”
이형환위의 수법으로 빠르게 다가섰다.
조금 전과 비교하여 조금도 틀리지 않은 한 수다. 다만 다른 것은 우자혁의 주먹에 맺힌 힘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부웅!
매섭게 휘두른 주먹이 여지없이 신유강의 머리를 노렸다. 두 차례에 걸쳐 몸통을 공격하였으나 멀쩡하게 살아남았으니,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혹은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머리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같은 수법을 두 번씩이나 보여 주었으니, 신유강의 몸이 반응하지 못할 리가 없다.
우자혁의 주먹은 허망하게 허공을 갈랐다.
“뭐?!”
조금 전까지만 해도 틀림없이 눈앞에 있었던 신유강은, 마치 땅으로 꺼진 것처럼 그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는 모든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던 백리지연 또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너무 놀란 우자혁이 재빨리 시선을 돌렸지만 그의 시야에 신유강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확연하게 들려왔다.
그것도 뒤에서 말이다.
“같은 수법을 두 번이나 보여 주었으면 대처할 방법 정도는 찾을 수 있는 법이오.”
들려오는 목소리에 우자혁이 황급히 등을 돌려 신유강을 바라보는 그 순간, 신유강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움직여 주먹을 뻗었다.
회천공(回天功).
천 년 전 현선자의 무공이자 저주받은 마공으로 그 이름을 높이기도 한 신공 세상에 다시 한 번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주먹을 뻗는 것과 동시에 기이한 기세가 몰려들었다. 순간 우자혁은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으나, 단 한 가지만은 또렷하게 기억했다.
공간이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