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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78화 (78/200)

# 78

긍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대답에 마존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천외신공이라 불리는 것을 익혀 놓고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꼴을 보니, 참으로 애석하기 그지없다.

훈수(訓手)를 해 줄 수도 있으나 마존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벽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이 직접 깨야만 그 깨달음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유강은 슬쩍 마존의 눈치를 살폈다.

저 정도 되는 인물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면 지금의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는데, 굳게 닫힌 마존의 입은 좀처럼 그럴 기미가 없어 보였다.

내심 기대하고 있었던 신유강이 허탈한 듯 한숨을 내쉬며 드디어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들어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소.”

“무엇이냐?”

“이곳 뇌옥에 갇혀 있는 이들을 돌려받고 싶소.”

“돌려받고 싶은 이들이라?”

마존은 살짝 고개를 외로 꼬며 물었다.

이 십만마도인들 중에서 누군가 신유강과 관계가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럴 만한 상대가 떠오르지 않았다.

“흑영과 흑호를 돌려받고 싶소. 그들은 칠 년 동안 제 수발을 했던 이들이니 가족이나 다름이 없소. 내가 사천에서부터 이곳까지 온 이유 또한 그들 때문이고.”

“호오…….”

마존은 그에야 신유강이 이곳까지 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설마하니 배신자인 흑영과 흑호가 신유강과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흥미가 절로 일어났다.

“허나 네놈이 원한다고 하여 곱게 내어 준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느냐.”

“마교에는 발에 치일 정도로 인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소. 고작 두 사람 놓아준다 하여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닐진대, 왜 그리 인색하게 말하시는 것이오?”

신유강의 말에 마존은 입꼬리를 말았다.

말 그대로 그들보다 뛰어난 인재들은 마교에 얼마든지 있다.

흑영이 빠진 빈자리는 이미 다른 이로 채워졌다. 그가 흑영보다 더욱 뛰어난 인재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마존의 입장에서는 사실 흑영과 흑호가 어찌 되어도 상관없는 것이다.

그러나 신유강이 그들을 원한다고 한들 쉬이 내어 줄 생각도 없었다.

“교를 배신하고 나간 이들은 목을 베어 효수한다. 이것이 본 교의 율법이니라.”

“그 율법을 만든 이는 천마 위에 오른 이들이라고 알고 있소. 마존이 원한다면 살리는 것 또한 가능하겠지.”

신유강은 마존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당당하기 짝이 없는 기세가 마치 풀어 주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라도 벌일 것 같은 모습이다.

마존은 그것을 흥미롭게 지켜보다 더욱 짙은 웃음을 머금었다.

“싫다 하면 어찌할 것이냐?”

“힘으로라도 데리고 가야겠소.”

“힘으로라…….”

절대강자 앞에서 할 말은 아니다.

특히 신유강은 마존의 앞에 서는 순간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 절대지존은, 회귀신공이라는 어마어마한 공능조차 쉬이 깨부숴 버리고 언제든지 자신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라는 것을 말이다.

“재미있는 생각을 하는군. 십만마도가 그리 우스워 보이더냐?”

낮게 울려 퍼지는 음성 속에 진득하기 짝이 없는 살기(殺氣)가 맺혀 있다.

마교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마강이다.

그가 품고 있는 마교는 가족이자 전부.

신유강은 그것을 힘으로 부순다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마존에 대한 도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신유강은 몸을 떨면서도 마존을 직시했다.

결코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마존께서 마교를 생각하는 것만큼, 그들은 내게 있어 그러한 존재이오. 설령 이 목숨이 다한다 하더라도 기필코 데리고 나갈 생각이오.”

단호한 말투로 마존을 직시하는 신유강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다.

마존이 손가락만 움직여도 자신의 목숨이 위험할 상황임에도 당당하기 짝이 없다.

마존은 실소를 머금었다.

마치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힘의 압도적인 차이는 분명히 느끼고 있을 것이다.

천마신공이 신유강에게 반응하고 있는 것처럼, 신유강의 무공 또한 천마신공에게 반응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하게 회귀신공을 압박하고 있는 천마신공과는 다르게, 회귀신공은 마존의 천마신공에 대항하지 못하고 숨을 죽이고 있는 중이다.

이것은 어마어마한 격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가 죽지 않는다?

나이를 생각한다면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그렇다면 네놈은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느냐?”

같은 기연고서점에서 최상승 무예를 익혔기에 동질감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의 문제,

흑영과 흑호는 마교를 부정한 배신자다.

더욱이 어렵사리 잡아다 뇌옥에 가둬 두었는데 말 몇 마디로 쉬이 풀어준다는 것 또한 마존이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과 같다.

신유강은 끄응 하며 신음을 삼켰다.

단순히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흑영과 흑호, 그들을 풀어 줄 수 있는 합당한 조건이 떠오르지 않았다.

신유강이 줄 수 있는 건 정말 돈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하시는 것이 있소?”

“글쎄?”

마존은 차를 들이키며 실소를 머금었다.

마교의 정점에 올라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살아온 이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손에 넣으며 살았으니, 굳이 신유강을 통해 얻어 낼 것은 딱히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것은 어떤가?”

“말씀하십시오.”

“나의 뒤를 이어라.”

“거절하겠소.”

대수롭지 않게 던진 말을 대수롭지 않게 거절한다.

둘은 마치 농담이었다는 듯 말하지만 만약 황염이 이 말을 듣는다면 까무러칠지도 모를 일이다.

마존에게 따로 핏줄이 있지는 않지만, 엄연히 소교주라는 직책을 가진 이가 존재한다.

현 마존의 사형으로서 부교주 직위를 가지고 있는 마중천의 아들.

뛰어난 무위는 물론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포용력마저 가지고 있는 그는, 소교주라는 직위를 모든 이들에게 인정받은 자다.

이런 상황에서 마존이 신유강을 소교주 직위에 올린다면, 마교에 한바탕 피바람이 몰아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마교든 뭐든 관심이 없소. 어딘가에 얽매이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의 밑에서 하수인 노릇을 하는 것 또한 싫소.”

하수인이라는 말에 마존은 웃음을 터트렸다.

소교주라는 직책을 얻어 교주 위에 오른다 한들, 신유강이 마존을 뛰어넘지 못하는 이상 허수아비나 다름없을 터.

신유강은 그 점을 파고든 것이다.

그러나 현 천마 위에 있는 마존이 모든 대소사를 직접 처리하는 건 아니다.

신유강은 알지 못하지만 마존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놓아둘 뿐이고, 정말 중요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수뇌부들조차 얼굴을 보기 힘들 정도다.

천마라고 일컬어지지만 실질적으로 마교를 진두지휘(陣頭指揮)하는 것은 마존이 아닌 부교주, 마중천인 것이다.

“흐흠, 곤란하군. 그럼 네놈은 나에게 무엇을 줄 셈이지?”

“다른 것은 없으시오?”

“있지. 골치 아픈 일이 하나 있기는 하지.”

신유강의 말에 무언가를 떠올렸다는 듯 웃음을 머금은 마존이 슬그머니 의자에 몸을 기대며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천마도해(天魔圖解)라는 걸 알고 있느냐?”

“모르오.”

“유실된 천마신공이 기록되어 있는 잡서다.”

잡서라는 말에 신유강은 눈을 크게 떴다.

세상 어느 누가 있어 그것을 잡서 취급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기연고서점에서 천마의 기억을 온전히 이어받은 마존이니 능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마존이라면 그러한 무공쯤은 이미 머릿속에 넣어 두고 있을 터. 또한 고서점에서 익힌 무공은 그러한 것들을 아득히 초월할 테니 말이다.

“그것을 찾아 처분하라.”

“처분? 도로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고?”

“그런 잡서 따위 있어 봐야 분란만 생기는 것이지.”

마존은 실실 웃음을 지었다.

천마도해는 중원 곳곳에 퍼져 있고, 누가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지 제대로 된 확인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흑영과 흑호가 가지고 돌아왔던 것을 해독하여, 항산에 비급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한차례 피바람이 분 적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항산대전이다.

“그것을 어찌 알아본답니까?”

“그것은 네놈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지. 이미 맡긴 일을 손수 거들기까지 해야 한단 말이냐?”

마존이 콧방귀를 뀌며 웃었다.

천마도해가 있는 장소를 가리키는 문서들은 이미 오래전 그 정보가 대부분 유실되어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번 섬서칠검이 가지고 있었던 그것을 찾아내는 데에만 몇 년의 세월이 걸렸으니, 또 언제 발견해 낼지 모른다는 것이다.

“사막에서 모래알을 찾아야 한다는 소리로군…….”

“아니, 사막은 아니다. 정파 놈들 중 누군가가 가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으니 말이다. 구파일방, 혹은 팔대세가 중 한 곳이다.”

신유강이 영 내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썼다. 흑영과 흑호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덕분에 귀찮은 일을 떠맡게 생겼으니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하하하, 그럼 그 일에 대해서는 네놈에게 맡겨 두도록 하지.”

딱!

호탕하게 말한 마존이 손가락을 퉁겼다.

그러자 앞서의 철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더니, 밖에서 안절부절못하며 대기하고 있던 황염과 시비 수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본 마존의 객이다. 지내는 동안 실수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따르겠습니다.”

“이자에게 뇌옥을 구경시켜 주어라.”

뇌옥을 구경시켜 주라는 말에 황염은 또다시 눈을 부릅떴다. 도대체 오늘 몇 번이나 놀라는 것인지 셀 수도 없을 정도다.

뇌옥은 기본적으로 마교 고위간부가 아니면 출입 자체가 불가능한 곳인데 뜬금없이 객이라 찾아온 이를 그곳으로 안내하라고 하니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더욱이 어디서 나타난 이인지도 알지 못한다.

황염이 알기로 지금 이 자리에는 소동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잡아 온 이들을 넘겨주도록.”

“지…… 지존!?”

내시와도 같은 높은 음성이 방 안을 찔렀다.

잡아 온 이들이라 하면 칠 년 전부터 꾸준히 척살하려 했던 흑영과 흑호일 것이 분명하다. 그런 이들을 아무런 처벌도 없이 풀어 주라는 말에 황염은 결국 참다못해 소리를 치고 만 것이다.

그 순간, 섬전과도 같은 무언가가 황염의 안면을 후려쳤다.

퍽!

“크악!”

누군가 손을 썼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맞은 당사자는 물론,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던 신유강조차 잠시 약한 바람이 불어왔다고만 느꼈을 뿐이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우당탕!

안면을 얻어맞은 황염의 몸이 붕 떠 날아가더니, 이내 철문을 박살 내며 벽에 부딪혔다. 코뼈가 무너진 데다 정신마저 잃었는지, 눈을 뒤집어 깐 채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말한 대로 행하라.”

“존명!”

시비들이 부복하며 파르르 몸을 떨었다.

* * *

퍽!

“니미, 진짜 안 되네?”

땅을 기어가는 지네 한 마리를 주먹을 내려친 흑호는 지네의 독조차 무섭지 않다는 듯, 그것을 입안에 넣으며 인상을 썼다.

어린 시절 마교에서 수련할 당시, 여러 유형의 독벌레들에게 물려 봤던 탓에 내공이 없어도 어느 정도 독에 면역이 있었다.

그것은 흑영 또한 마찬가지다.

보통 이 많은 독벌레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며칠 견디지 못하고 죽어 나가는 것이 다반사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오히려 사천에서부터 신강까지 끌려왔던 때보다 더욱 건강해 보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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