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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73화 (73/200)

# 73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난리가 났다.

처음에는 당연히 쌍검룡이 이길 것이라 생각을 하며 주시를 하던 이들은 놀랍기 그지없는 상황에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궈, 권룡이다! 권룡! 엄청난 권룡이 청해에 나타났다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그 찰나, 휘청거리는 도우겸을 향해 신유강은 매섭게 주먹을 뻗었다.

“비, 빌어먹을!”

몸을 움직여 피해 보려 했지만, 그것은 오로지 도우겸의 생각일 뿐이었다. 조금 전 안면을 얻어맞은 타격이 컸던 탓에 휘청거리는 다리는 주인의 뜻대로 쉬이 움직여 주지 않았다.

뻐걱!

第九章. 소동신강입성(小童新疆入城)

머리가 깨질 듯 아파 오는 것을 느끼며 도우겸을 신음을 흘렸다.

도무지 자신이 왜 이렇게 된 것인지, 기억을 하지 못하는 듯 슬그머니 상체를 일으킨 그는 게슴츠레 눈을 뜨며 주위를 둘러봤다.

“여긴?”

그가 누워 있는 곳은 기루였으며 지난 밤, 한껏 여인을 품어 보자는 생각 하나로 찾아왔던 곳이었다.

밤에 들어왔던 곳인지라 낮에 보니 상당히 낯설었다.

“아야야.”

도우겸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인상을 썼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인가? 머리가 띵하다 못해 멍 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온몸이 쑤셨다.

도우겸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어머, 일어나셨나요?”

그때 다소곳하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이가 있었다. 어젯밤 쓰러진 도우겸을 힘겹게 끌고 들어와 지금까지 간호를 해 주었던 기녀였다.

딱히 정분(情分)이 난 것은 아니고, 어젯밤 도우겸이 쏟아부은 돈이 상당한데, 술만 마시다 쓰러진 그를 안쓰럽게 여긴 것이다.

“어, 어떻게 된 거지?”

“기억이 안 나세요?”

“무슨……?”

도우겸은 기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큰 일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아무리 기억을 끄집어내려 해도,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제…… 그…… 정신을 잃으셨잖아요?”

“내가 정신을 잃을 만큼 술에 취했던가?”

“아아…….”

기녀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당시 뻐억! 하는 소리가 엄청났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 또한 기겁을 할 만한 소리였던지라, 머리에 이상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설마하니 기억이 완전히 날아가 버릴 줄이야.

기녀는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 권룡이라는 자가 대단하긴 대단한가 봐요.”

“궈, 권룡?”

“정말 기억이 없으시네. 기루 앞에서 싸웠잖아요. 그리고 열 합도 안 되서…….”

차마 뒷말은 할 수가 없었던 것인지 기녀는 말꼬리를 흐렸다. 게거품을 물고 쓰러진 쌍검룡의 모습은 안쓰럽다는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도우겸은 날아갔던 기억들을 되찾은 듯 눈을 부릅뜨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으아악! 그, 그, 그 자식!”

“이제 기억나세요?”

“그놈은? 그놈은 어디 있지?”

방 한구석에 가지런히 놓아 둔 두 자루의 검을 집어 든 도우겸은 당장이라도 신유강을 찾아 목을 베고 싶어 안달이 난 듯했다.

그러나 기녀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이미 떠났어요. 도 대협이 정신을 잃은 직후예요.”

“떠, 떠나?”

“예, 지금 그것 때문에 이곳 분위기가 아주 난리예요. 쌍무검제의 후인을 이긴 권룡이 나타났다고 말이죠. 호호호, 그런 싸움을 구경한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닌데 좋은 걸 보았어요.”

그녀는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을 지었다.

기절을 한 당사자인 도우겸에게 있어서는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구경꾼들에겐 그저 새로운 무림 영웅의 등장을 알리는 흥밋거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어, 어디로 갔느냐!”

“글쎄요? 그런 걸 저희가 알리가 없지요. 아, 하지만 사천에서 객잔을 한다고 했으니 사천으로 돌아간 것이 아닐까요?”

어젯밤 함께 이야기를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거기까지 떠올리진 못했던 도우겸은 그 말을 듣고 잽싸게 몸을 날렸다.

“아, 도 대협!”

기녀는 방문을 박차고 나가는 도우겸을 바라보며 포옥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분하기 짝이 없겠지. 천하를 호령하던 쌍무검제의 후인이 고작해야 열 수도 나누지 못하고 기절을 했으니까.’

기녀는 서둘러 사천을 향해 떠나고 있는 도우겸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사천에 연통을 넣도록. 어제 그 남자에 대한 모든 정보를 나에게 가져오세요.”

“존명!”

아무도 없는 허공에서 누군가의 말이 들려왔다.

* * *

“…….”

진소소는 말없이 허름한 차림의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몰골이 꾀죄죄한지 가까이하기도 싫을 정도로 역겨운 냄새가 풍겨 왔으나, 신유강이 보냈다는 말 한마디에 그녀는 차분히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단 말을 하는 것은 남자가 아닌 그 옆에 있는 자그마한 아이였지만.

“그래서 이곳으로 오게 된 겁니다.”

호야는 화려하기 짝이 없는 객잔에 모습을 바라보며 상당히 기가 죽은 듯한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신유강이 자신들을 떼어 놓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지만, 이렇게 객잔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과연 대협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더욱이 옆에 있는 백호영준은 진소소와 당소혜, 그리고 청랑의 미모에 넋을 잃은 듯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곳으로 들어오는 순간 말없이 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

“재, 재미있는 사람들이네요.”

당소혜는 힐끗 한숨을 내쉬는 진소소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지금 객잔에 사정은 그야말로 말이 아니다.

점소이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을 점소이로 쓸 만큼 급하진 않다. 자칫 손님들에게 폐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사천 끝자락에서 온 사람을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

진소소는 괜스레 신유강이 얄미워졌다.

“그래서, 유강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그 청해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으니, 지금쯤이면 신강 언저리에 계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호야는 자신들을 반기는 분위기가 아닌지라 더욱 기가 죽은 눈치였다. 그러나 지금 기댈 수 있는 곳은 이곳뿐이 없었기 때문에 호야는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며 소리를 쳤다.

“무, 무슨 일이라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 대협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대협이라.”

“대체 뭐하고 돌아다니는 건지.”

어린아이의 입에서 대협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상당히 뜻밖이라 할 수 있었지만, 어쨌든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것은 저쪽이다.

진소소는 힐끗 시선을 돌려 삼 층을 바라봤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후기지수들.

끈질기게 말을 걸고 귀찮게 하는 제갈가후와 모용세가의 모용후였다.

제발 돌아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객방을 잡고 눌러 살 생각인 듯 한 달이 지나도록 나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진소소는 살짝 언짢은 표정으로 백호영준을 바라봤다.

“당신은 뭘 할 수 있죠?”

“자, 장작을 패든 나무를 하든, 힘 쓰는 일이라면 모든 다 할 수 있습니다. 사, 사모님들을 위해서라면 죽는 시늉도!”

사모님들이라는 말에 진소소와 당소혜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뿐이 아니라 삼 층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던 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 사모라니요.”

“스, 스승님의 안사람 되시는 것으로 압니다. 그, 그러니 저에게 사, 사모님이 되시는 겁니다.”

애초에 안사람이 있다고 말을 한 것은 신유강이었으나, 그게 한 사람이라고는 말을 하지 않았으니, 백호영준의 눈에는 진소소와 당소혜 모두 신유강의 부인이라 생각을 했다.

진소소는 얼굴을 붉혔으며, 당소혜는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하는 눈치였다.

“그, 그럼 장작을 부탁드릴게요.”

“예옙!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모님,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꾸벅꾸벅 고개를 숙인 백호영준이 신이 난다는 듯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장삼의 뒤를 따라 나갔다. 호야는 어느새 점소이들과 함께 옷을 갈아입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였다.

백호영준은 몰라도 호야의 경우 상당히 일을 능숙하게 잘할 것 같았다.

“하아, 유강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사모라는 말을 듣고 내심 기분이 좋아진 진소소였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는 듯, 신색을 가다듬고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불만불평을 내뱉고 있지만, 그녀의 입꼬리는 웃고 있었다.

오랜만에 신유강의 소식을 들어서 반가운 것도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그의 안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그래도 다행이에요.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아서. 그런데 신강엔 도대체 왜 갔데요?”

터질 듯이 붉어진 얼굴을 진소소에게 보이지 않기 위함인지, 고개를 숙인 채 탁자를 치우며 불만스레 한 소리를 하는 당소혜였다.

신유강이 갑작스레 신강으로 간 이유를 전혀 알 수가 없었던 탓이다.

더욱이 그곳은 마교의 영역, 정파인 그녀에겐 발조차 들일 수 없는 금역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건…… 사정이 조금 있어서 그래. 괜한 신경 쓰지 마.”

“네! 랑, 이것 좀 옮겨 줘.”

한껏 기분이 좋아진 당소혜는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빈 그릇을 청랑에게 넘겼다. 애초에 그녀는 진소소의 임시 호위로 있는 것이었지만,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결국 일을 거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청랑은 그 어떤 불평도 할 수가 없었다.

진소소가 무섭기 때문이었다.

‘에휴, 내 팔자야…….’

* * *

신유강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은 도우겸과 싸움이 끝나고 약 오 일이 지난 뒤였다. 현재 그가 있는 곳은 천산 바로 아랫마을이었으며, 천산은 마교라 불리는 흉악한 이들의 본거지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조용한데?’

마교에 대한 선입견은 흑영과 흑호 때문에 많이 사그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완벽하게 그들에 대한 편견을 깨지 못했던 신유강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곳으로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주위는 다른 평범한 마을과 전혀 다를 바가 없이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마을은 전체적으로 컸다.

홍등가는 물론이며 도박장도 있어 사천 성도에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기 그지없었으며,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또한 다른 이들과 다른 점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신유강은 가만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

‘저긴가?’

천산 아랫마을에서 보일 정도로 대단한 탑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천산 정상 부근 상당히 깊은 곳에 있는 듯하였고, 그곳이 마교의 중심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흐음.’

신유강은 신음을 내뱉으며 걸음을 옮겼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용한 곳이긴 하지만, 어쨌든 마교의 영역, 괜한 주목을 끄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흑영과 흑호를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신유강은 발 빠르게 걸음을 옮겨 천산으로 들어섰다.

산 초입에는 상당히 많은 약초꾼과 나무꾼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그것도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점차 인적이 드물어졌다.

이윽고 어느 순간부터 한 걸음씩 내딛는 신유강의 몸이 줄어들었다.

이윽고 두 걸음, 세 걸음을 내딛자 사천에서 그 이름을 맹렬하게 떨치고 있는 소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헐렁헐렁하기 짝이 없는 옷을 입고 있던 신유강은 품속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작은 옷으로 갈아입고 느긋하게 산을 탔다.

어린아이의 몸으로 움직이고 있던 탓에, 상당히 느린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다리에 기운을 최대한 불어넣고 신법을 전개해 나아가니, 이제 절정 고수 못지않은 신법을 구사하는 신유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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