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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69화 (69/200)

# 69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걸음을 멈춘 이유는 언제 다가섰는지도 모를 어린 소녀가, 그들이 배후(背後)를 잡아 어느새 목에 칼을 들이댔기 때문이다.

“이 이상 그녀에게 손을 대려 한다면, 당신의 목을 먼저 떨어트려 놓도록 하지.”

청랑은 신유강이 돌아올 때까지 진소소를 보호해야 하는 사명을 가진 소녀였다.

더욱이 은신과 암살술로만 따진다면 이곳에 있는 전원을 일각도 되지 않은 사이에 죽일 수 있는 무시무시한 실력도 지녔다.

언미연을 호위하는 자들의 수장은 식은땀을 흘렸다.

눈앞에 있는 사천당가의 무사들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지금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이 소녀는 뭐란 말인가? 무수히 많은 강호 경험을 쌓았고, 살수들과 싸워 본 적도 있는 그는 미약하게 자신의 주위에 기막을 펼쳐 놓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여겼다.

하여 웬만한 실력의 살수들이라도 지근거리에 다가온다면 그 기척을 읽어 낼 수 있었는데, 지금 이 소녀의 기척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꿀꺽!

마른침이 절로 넘어갔다.

‘도대체 이 객잔의 정체가 무엇이란 말인가.’

짝짝짝.

그때 삼 층에서 누군가의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팽팽한 긴장감의 끈이 풀어졌으며,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 소리가 난 곳으로 돌아갔다. 박수를 친 이는 다름 아닌 기천검 진자명.

가만히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그는, 진소소의 수준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오. 실로 놀랍소. 무공을 익히고 있었소이까?”

두 눈을 반짝이며 진자명이 물었으니 소소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한 차례 바라보다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기분이 좋지 않군요. 오늘은 이쯤에서 가게문을 닫을 테니 다들 돌아가 주셨으면 하네요.”

“이런, 본 공자가 소저에게 기분 상할 말이라도 했소이까?”

명백한 축객령이 분명하나 진자명은 쉬이 나갈 생각이 없었다.

그는 입가에 비릿한 웃음을 머금으며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와 진소소의 앞에 섰다.

“말귀가 어두우신 분이군요. 그만 나가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건 곤란하오. 저 여인이 저래 보여도 명색히 명문 정파의 한 사람, 그리고 그 정파의 미래를 대표하는 후기지수들 중 한 사람이오.”

“그래서요?”

싸늘하기 그지없는 한마디.

그러나 진자명은 그런 반응이 마음에 들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가 잘못을 했다고는 하나, 후기지수의 이름에 먹칠을 당했으니, 응당 갚아 주어야 하지 않겠소이까?”

“명문 정파의 후기지수를 자청하시는 분이 지금 힘 없는 아녀자를 상대로 검을 뽑겠다는 말씀이신가요?”

“하하하, 내가 보기에 그대는 결코 힘 없는 아녀자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만.”

“…….”

진소소는 말 없이 진자명을 쏘아봤다.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더럽고 기분 나쁜 얼굴이었다.

진자명은 사실 정실도 아닌 측실의 셋째 아들이었다. 그러나 그가 진가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진자명은 어린 나이에 후계자의 자리에 올랐다.

그녀가 진가를 떠나기 전부터 정해진 일이었다.

생각을 하다 보니 괜히 배알이 꼴린 진소소는 피식 웃음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좋아요. 하북진가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을 해 보도록 하죠.”

진자명은 조금 전부터 진소소를 주시하였고, 언미령을 상대하고 있었을 당시 그녀가 지닌 힘의 반조차 발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곳에 있는 후기지수들보다 그녀가 강하다는 뜻이었다.

강한 이들과 싸워 자신을 갈고닦는 것을 낙으로 사는 진자명에게 있어선 두말할 것 없이 딱 좋은 상대라 할 수 있었다.

진자명은 검을 뽑았다.

“무기는 들지 않소?”

무기라는 말에 진소소는 힐끗 당소혜를 바라봤다.

“소혜야, 네 칼을 좀 빌려 주렴.”

“아, 으으응…….”

당소혜는 지금까지 진소소가 칼을 들고 싸우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더욱이 당소혜가 가지고 있는 칼은 일반적인 칼보다 몇 치나 짧은 소검에 지나지 않았다.

독과 암기를 주로 사용하다 보니, 장검이 필요 없던 것이다.

“겨우 그런 것으로 본 공자의 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구려. 다른 칼을 구하는 것이 어떻겠소? 우리 일행 중 누군가에게…….”

“이걸로 됐습니다.”

“으흠…… 본 공자의 손이 매섭다 탓하지 마시오.”

“작은 검이라 하지만 눈이 달려 있지 않으니, 그 목이 부디 온전하길 바랍니다.”

“하하하, 좋소!”

후기지수들은 물론 사천당가의 무사를 비롯한 모든 이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렸다. 진주언가의 언미연을 가볍게 이겨 버린 진소소의 실력과 항산대전에서 별호를 얻은 기천검의 싸움.

이만한 흥밋거리를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가 이길 것 같으냐?”

삼 층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가장 먼저 운을 뗀 것은 다름 아닌 제갈세가의 장남인 제갈가후였다.

지금까지 그가 파악한 진소소의 실력으로 보자면 두 사람은 호각.

의미없이 들어온 객잔 안에서 이런 대결을 볼 수 있다니, 꽤 흥미가 솟았다.

“누가 이기든지 저 소저는 만만치 않을 거예요. 어디서 저런 인물이…….”

동생인 제갈연이 신음을 삼켰다.

그녀는 저 정도 능력을 지닌 무인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에 꺼림칙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혹시 마교의 첩자는 아닌가 의심이 들었지만, 사천당가와 친하다니 그러한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렇지, 저 정도 실력이라면 십 년 안에 후(后)의 칭호를 얻을지도 모르겠군.”

“저 여인에게 관심이 생기신 건가요?”

“글쎄다. 후후.”

제갈가후가 의미 모를 웃음을 지어 보이자, 제갈연은 골이 다 아프다는 듯 머리를 짚었다.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운 여인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오라비였다.

더욱이 미모는 물론이며, 저 대단한 무공 실력.

사내라면 탐이 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슬쩍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 보자, 팔대세가의 남자들 대부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챙!

순간발검(瞬間拔劍)이라는 말은 아마 이런 것을 뜻하는 것이리라.

“헛!”

검을 뽑고 기수식을 취하고 있었던 진자명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발검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팔목 어딘가가 먼저 움직이기 마련이었다.

지금까지 진소소가 발검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검술을 경계하고 있었는데, 어딘가를 움직이는 것조차 보지 못했건만, 일순 섬광이 일며 정확히 그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캉!

순간의 민첩함.

그것이 아니었다면 진자명은 틀림없이 목을 떨구었을 것이다.

‘이 여자, 진심으로 내 목을 노렸다.’

살기조차 실려 있지 않은 검인지라, 설마설마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런, 본 공자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소?”

“…….”

진소소는 말없이 검을 휘둘렀다.

번뜩이는 섬광이 일 때마다 격하게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챙챙챙챙!

우아하고 부드러운 진소소의 움직임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오로지 상대를 죽이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것 같았다.

때문에 공격은 굉장히 단조로웠으며, 진자명은 힘겨웠지만 차분하게 그것들을 막아 낼 수 있었다.

카카캉!

하나 검에 이가 빠질 만한 격렬한 공격에 진자명은 침음을 삼켰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듯, 어떻게 해서든 공격을 해야 하지만, 쏟아지는 검 때문에 도무지 공격을 할 틈이 나지 않았다.

항산대전에서 마교인들을 베었을 때도 느껴 보지 못한 긴장감이었다.

‘이거 곤란하군.’

진자명은 생각했던 것 보다 진소소가 강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그녀의 무공이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그가 겪었던 것들과는 궤가 다르다.

그런 생각을 한 순간, 돌연 그의 검이 빠르게 다가오는 검을 막아 냈다.

캉!

두 사람의 검이 서로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고, 찰나의 순간 진소소의 틈이 드러났다.

아무리 잘 싸운다 해도 엄연히 남자와 여자 사이에 있을 수밖에 없는 힘의 차이 때문이었다.

진자명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검을 뿌렸다.

마치 한 마리의 뱀이 움직이 듯 뻗어져 나간 검은 정확히 진소소의 옆구리를 파고 들었다.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를 찌르기 위한 검이었다.

‘잡았다!’

지금까지 밀리고만 있었던 진자명에게 있어 호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고, 진소소에게는 뼈아픈 실수라 할 수 있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일은 그들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몸을 뒤튼 진소소가 왼손으로 장력을 뿌린 것이다.

“뭣!?”

쾅!

엄청난 굉음과 동시에 진자명의 몸을 크게 휘청이게 할 정도로 대단한 충격.

천재라 불리며 후기지수들 중 제일이라 칭하던 진자명이 무릎을 꿇었고, 어느새 그의 목에는 진소소의 검이 닿아 있었다.

“제가 이겼군요.”

그녀가 검을 뽑은 지 채 일각도 지나지 않아 승부가 갈렸다.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바라보며 눈을 부릅떴다.

천하의 진자명이 제대로 된 공격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진 것이다.

변명할 여지도 없이 깔끔하게 말이다.

진자명은 저도 모르게 검을 떨구었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처음 진소소를 보았을 때부터 자신이 질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던 진자명은 정신적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대단하군.”

“맞아요. 그보다 진 공자의 충격이 상당하겠어요.”

후기지수들 중 제일이라는 명성을 얻은 진자명의 검이 꺾였다.

하북진가에 이 소식이 알려진다면 큰 난리가 날 것이 분명했다.

“좋은 승부였어요.”

검을 거둔 진소소가 나지막하게 말하며 웃었다.

‘뭐라? 좋은 승부? 일각조차 되지 않아 결정이 난 이 치욕스런 비무가 좋은 승부였다고?’

패자인 진자명에게 그 말이 결코 좋은 뜻으로 들릴 리가 없었다.

그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객잔에 있던 모든 이들이 경악을 했으며, 후에 선검후(仙劍后)라 불리는 진소소가 중원 무림에 첫발을 디딘 일이었다.

第八章. 쌍무검제(雙舞劍帝) 후예(後裔)

“축하하오!”

“하하하, 뭘 이런 것을 다.”

청해성에서 열린 이번 곤륜대전의 승자는 지금까지 낭인 쪽에서도 그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던 도우겸이라는 자였다.

등에는 날카롭기 그지없는 칼이 두 자루 있었다.

즉, 그는 쌍검을 사용하는 이였으며, 그의 검속(劍速)은 그야말로 섬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과연, 쌍무검제(雙舞劍帝)의 후예라 해야 하나? 자네정도의 실력이라면 굳이 곤륜대전에 출전하지 않았더라도 능히 이름을 날릴 수 있었을 터인데, 이리 출전을 해 주어 곤륜대전의 이름을 드높여 주었으니 정말 고맙기 그지없는 일이네.”

곤륜대전에 주최자라 할 수 있는 곤륜파의 장문인 옥헌 진인은 부드럽게 웃음을 지으며 도우겸을 바라봤다.

단순히 이름 없는 정파 낭인들의 기세를 올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고, 지금까지 출전한 이들은 전부 그런 이들뿐이었다.

한데 이번 곤륜대전에 쌍무검제의 후인이 출전을 했으니, 곤륜대전의 이름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무인으로서 다른 무인들과 손을 섞는 것만큼 좋은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저는 그저 호승심이었을 뿐입니다.”

“허허허, 자네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면 오히려 더 기뻐해야 할 일이로군. 그래,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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