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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신공-48화 (48/200)

# 48

진소소는 그 소리를 들으며 그저 어색하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고, 흑호는 마치 환호를 즐기는 것처럼 양손을 흔들어 주기도 하였다.

“대, 대단하네.”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 같아 보였던 육평초가 순식간에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것을 본 당소혜는 할 말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원래 좀 무섭지.”

신유강이 어색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第九章. 패가망신(敗家亡身)

꽁지 빠지게 객잔에서 도망을 친 육평초는 참으로 초라한 모습이다.

그의 수중에는 고작해야 은 서른 냥이 전부이며, 하려던 일도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이 수모를 갚아 주어야 했고, 그 객잔을 손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것이 자신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육평초는 인지하고 있었다.

“제길! 제길!”

현재 그가 향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전장이었다. 대운상단의 소상단주라는 패를 지니고 있으니, 그 이름으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신유강이 찾아온 시각이 늦은 밤이 아닌, 낮이었다면 그는 소동에게 돈을 빌릴 생각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뭣이라?! 지금 나에게 겨우 이것밖에 주지 못한다는 소리인가!”

황룡전장 안에서 고작 은 오백 냥짜리 전표를 손에 쥔 육평초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장주를 바라봤다. 대운상단의 소상단주의 이름으로 돈을 빌리는 것이니, 오백 냥이 아니라 만 냥이라도 내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어찌 된 일인가.

“죄송합니다. 그쪽 상단주께서 그 이상의 돈을 허락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아버님이 말인가?”

“그렇습니다.”

장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육평초는 더없이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고작해야 오백 냥으로 무엇을 한단 말인가.

하다못해 이십만 냥을 찾을 수 있으면, 일단 소동에게 돈을 갚는 것을 먼저 할 수 있을 터인데, 그러지도 못하니 만큼 답답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하루 이자가 백오십 냥이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감당이 되지 않을 것이다.

빠드득-!

“제길!”

육평초는 자신에게 고작해야 오백 냥만 허락한 아비를 저주하며 전장을 빠져나왔다.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은 지극히 미미했다.

그러나 육평초는 멈출 수가 없다.

멈추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기 때문이다.

객잔이 되었든 혹은 다른 곳이 되었든 땅을 사서 무림맹에게 팔지 않는 이상, 그는 집에서 쫓겨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육평초는 잘근잘근 입술을 씹었다.

“어쩌시렵니까? 이대로는…….”

육평초의 호위들은 불안한 시선을 보냈다.

이번 일은 육평초가 상단주가 되느냐 마느냐하는 문제가 걸려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동생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이번 일을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육평초의 기반은 완벽하게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렇다면 그를 지지하던 이들은?

자연스럽게 상단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이곳에 있는 호위들은 모두 육평초를 지지하고 있는 이들이었고, 무슨 수를 써서도 그가 이번 일을 완벽하게 해내길 기대하고 있었다.

“오백 냥으로 쓸 수 있는 고수들이 있느냐?”

“사천에서 말입니까? 낭인이라면 얼마든지 달려들겠지만, 그것이…….”

“말해 보아라.”

“조금 전 그들 말입니다. 계집과 그 남자는 풍백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이들입니다. 그 정도 고수라면 오백 냥으로는 턱 없이 부족합니다.”

육평초 또한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절정에 이른 고수들이 고작해야 오백 냥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에는 돈을 원하는 이들은 많고,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람을 죽여 주는 이들 또한 있다.

“살각으로 가자.”

살각은 오랫동안 대운상단의 일을 처리해 주던 전문 살수들이었다.

중원삼대살수 단체 중 한 곳이고, 대운상단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해 주는 만큼, 오백 냥이라지만 충분한 고수들을 보내 줄 것이다.

* * *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대운상단에 일을 정리하고 이틀이 지난 시점, 객잔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 온 신유강은 무엇이 그리 기분이 좋은지 헤벌쭉 웃음을 짓고 있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진소소는 마치 어딘가 모자란 사람처럼 보이는 신유강이 영 못마땅한 눈초리였다.

“그야 이제 귀찮게 하는 이들이 없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지.”

그의 품 안에 하루에 은 백오십 냥씩 가치가 늘어나는 각서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진소소는 그러려니 하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유강,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다음부터 그러한 일이 생기면 저한테 먼저 말을 해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아는 일은 질색이에요. 특히 우리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단 말이에요.”

진소소는 섭섭한 마음을 표현했다.

객잔의 일이라면 자신의 일이기도 하건만, 그것을 혼자서 처리하려고 한 신유강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객잔에서 난동을 피우는 바람에 어찌어찌 처리가 되었지만, 만약 진즉에 알았다면 결코 허투루 끝내지 않았을 일이다.

“하하, 걱정하지 않아도 돼. 웬만해선 숨기는 일은 없을 테니까.”

“웬만해서는 말이죠?”

“그래, 웬만해서는.”

진소소는 포옥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 말은 웬만한 일이 아니라면 단 한 마디도 해 주지 않고, 혼자 해결할 것이라는 말과 같다.

진소소는 괜스레 울적한 마음이 들었으나, 자신을 험한 일에 끼어들게 하지 않으려는 그의 마음을 십분 이해했다.

“그건 그렇고 신기하네요. 장삼의 말을 들어 보니 객잔에 불이 난 것은 확실했던 것 같은데,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멀쩡하잖아요.”

이미 모든 일을 알아 버린 그녀는 장삼에게 자초지종을 물었고, 장삼은 당시 그가 알고 있었던 모든 일에 대해 입을 열었다.

물론 흑영이나 흑호나 모두 다 그건 말이 안 된다는 소리를 했다.

불에 탔다는 객잔이 멀쩡하기 그지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개꿈을 꾼 거라니까. 하하하.”

신유강은 머쓱하게 웃음을 지었으나, 진소소는 은근슬쩍 신유강을 바라봤다.

무언가 신유강과 관계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으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하긴……. 순식간에 본래의 형태로 되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불에 탄 객잔이 멀쩡할 리 없겠죠?”

“그…… 그렇지.”

정곡을 찌르는 그녀의 한마디에 신유강은 찔끔하였으나, 이내 대수롭지 않게 말을 했다.

그녀으 말대로 불에 탄 객잔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본래의 형태로 되돌아왔다.

덕분에 상당히 진땀을 빼긴 했지만 말이다.

“참, 들었어요? 저쪽에 있던 장원을 허물고 무관이 들어선대요.”

“들었어.”

“많은 사람들이 모일 거예요. 아마 지금보다 더욱 장사가 더 잘될지도 모르겠네요.”

어느 정도 풍족한 삶을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 진소소는 돈을 버는 것보다 객잔을 꾸려 나가는 그 삶에 빠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단골들과 이야기를 하며 지내는 것이 그녀가 객잔을 운영하는 유일한 낙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무관이 들어선다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릴 테고,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신유강은 영 내키지 않은 눈치다.

무림맹에서 무관이 들어선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수많은 후기지수들이 몰릴 것은 분명하고, 그중에는 당연히 하북진가가 있다.

당소혜에게 신신당부를 했지만, 그것이 쉽게 지켜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세상일이라는 게 마음먹은 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유강은 괜히 그 땅을 당소혜에게 판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소소. 혹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생각은 없어? 이제 돈도 충분히 모았겠다. 또 색다른 곳에서 살면서…….”

진소소는 갑자기 이상한 말을 꺼내는 신유강을 빤히 바라봤다.

다른 곳으로 가자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만큼 그녀는 바보가 아니다.

아마도 하북진가가 마음에 걸리는 것일 터다.

진소소는 진가의 출신이긴 하지만, 그곳과는 악연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진소소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 했다.

“저 때문이라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그곳에서 나올 때가 으음…… 다섯 살 무렵이었으니까. 지금 본다고 해도 알아볼 수 있을 리 없잖아요?”

“그거야 그렇지만…….”

“그리고 그런 이유 때문에 여기까지 쌓아 놓은 기반을 버리고 갈 만큼 전 어리석지 않아요. 그들이 저를 알면 어때요? 저는 이미 그들이 알고 있던 진소소가 아니고, 또…… 지켜 주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녀는 슬그머니 신유강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미소를 띄었다.

“허, 험.”

신유강은 자신의 얼굴에 홍조가 드리워졌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이 재미있는지 진소소가 쪼르르 고개를 따라가며 입을 열었다.

“왜 그래요? 저 좀 봐요.”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게 아닌 거 같은데요? 얼굴이 붉어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야.”

끈질기게 달라붙는 진소소 때문에 신유강은 잽싸게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솔직하지 못한 어린아이가 속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도망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기에 조심스레 그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그 대운상단 사람이 정말로 포기를 할까요?”

은연중 내력을 끌어올려 심신(心身)을 압박하긴 했지만, 당장 눈앞에서 겁을 먹는다 해도 사람이라는 게 등을 돌리며 깡그리 잊기 마련이다.

특히 가지 것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더욱이 다른 곳도 아니고 대운상단에 소상단주인 데다, 객잔을 사들이는 것으로 벌 수 있는 금액이 어마어마한 만큼, 쉽게 이곳을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진소소는 한차례 신음을 삼켰다.

차라리 쥐도 새도 모르게 뒤를 따라가 어딘가에 파묻어 버리는 편이 더욱 마음 편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진소소는 설설 기던 육평초의 모습에 동정심이 들어 살려 주었던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은근슬쩍 옆을 돌아보니, 신유강이 대답 없이 웃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한 웃음이었기에 진소소는 내심 자신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보다 더욱 신유강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걱정하지 마. 그들이 두 번 다시 우리 객잔에 손을 댈 리는 없을 테니까.”

아직까지 다른 곳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무림맹에서는 이미 무관을 지을 수 있는 땅을 확보하였다.

육평초가 그 소식을 듣지 못한 것은 불운이었고, 살각을 찾아간 것은 그의 인생에서 더 없는 실수였다.

* * *

살각의 살수들은 그들과 이름을 견주는 환영살문이나, 흑살단과 비교하여 그 실력이 조금 떨어진다는 것이 무림에 퍼진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다른 두 곳보다 우월하다 자부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은신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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