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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재생-142화 (142/373)

학사재생 142화

제 142화

‘아니면 청년 무인 쪽?’

놀랍게도 육망성은 지금도 빠른 속도로 힘이 차오르고 있었다. 이 상태면 반 시진 내에 가득 채울 수 있다. 대술사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욕심이 꿈틀거렸다.

그 짧은 망설임의 시간이었다.

“더럽게 기분 나쁘네. 뭐가 계속 달라붙어서 힘을 뺏어가나 했더니 그거였어?”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검광이 번뜩였다.

“크악-!”

처음으로 피를 쏟은 이는 생황을 불고 있던 마술사였다.

“안 돼!”

생황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확인한 대술사가 다급히 손을 내뻗었다. 하나 그보다 한 발자국 더 빠른 작은 몸놀림이 있었다.

“이건…… 여와의 생황?”

황준우의 바로 뒤, 모습을 드러낸 신아가 기겁을 할 때였다.

놀라는 대술사의 목젖 바로 아래에 검을 들이댄 황준우가 싸늘한 목소리를 흘렸다.

“네놈들 대체 정체가 뭐야?”

“…….”

대술사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대계에서 중요한 보물 중 한 가지를 빼앗겼다.

‘그래도 아직 가장 중요한 건 남았다.’

제 목숨 따위는 아깝지 않았다.

이만큼 기운이 충천된 육망성을 다른 마술사에게 건네줄 수만 있어도 이 계획은 반 이상 성공했다고 볼 수 있었다.

우우웅-!

어느덧 칠 할 이상이 차오른 육망성이 음습한 울음과 함께 떨림을 토한다.

“일단 저것부터 처리해야 하려나.”

황준우가 싸늘하게 읊조리는 순간이었다.

“그건 안 된다!”

마술사의 지팡이가 바닥을 강하게 때렸다.

동시에 검은 촉수가 황준우와 신아를 향해 쏘아졌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대술사!”

또 다른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신아의 등 뒤로 묵검이 번쩍였다.

눈살을 찌푸린 황준우의 검이 벼락처럼 불빛을 토했다.

꽈과광-!

“……!!”

엄청난 폭발의 연속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용중호가 창백한 안색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틈새를 타, 육망성에 손을 뻗은 대술사의 지팡이가 허공을 몇 번 두들긴 순간이었다.

팔 할 이상 차오른 작은 육망성이 괴이한 빛과 함께 고서의 모습으로 화해 마술사의 손에 떨어진다.

“항산마서(恒山魔書)! 네놈들, 대체 무엇을 꾸미는 거냐!”

방금 전 목숨을 잃을 뻔한 신아가 또 한 번 비명을 내질렀다.

“이것 또 오랜만이네.”

“네놈은 뭐냐.”

그 사이로 황준우와 용중호의 검이 허공에서 부딪치며 불꽃을 튀겼다. 미소를 짓고, 인상을 찌푸린 두 사람의 모습은 상반된다.

그사이 대술사는 자신의 지팡이를 손으로 두 번 두들겼다.

그러자 두툼해 보이던 강철 지팡이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한 손에 잡히는 아주 짧은 형태에, 양 끝에 두툼하면서도 예리한 날이 선 금강저(金剛杵)다.

그걸 잡은 채 양손을 모아 수인(手印)을 외우기 시작한 대술사의 입이 벌어졌다.

“옴 아모가…….”

“놈부터 먼저 막아야 한다!”

그를 확인한 신아가 소리쳤고, 황준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짧게 고개를 주억였다.

“여러모로 바쁘구먼.”

동시에 검을 놓고 손바닥을 앞으로 길게 내뻗은 황준우의 몸이 대술사의 머리 위를 덮쳤다.

“……!!”

황준우의 손 움직임에 따라 스스로 허공을 날며 공격하는 수왕검과 싸우는 용중호와 머리 위로 떨어지는 손날을 본 대술사의 눈이 동시에 부릅뜬다. 생각보다 빠르고, 더 강하다.

“무드라!”

다급한 대술사의 외침과 함께 그의 손 사이로 현란한 오색광체(五色光體)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동시에 그 자리에 있던 대술사의 몸이 사라졌다.

“어라?”

얼떨결에 공수로 허공을 때리게 된 황준우의 시선이 번쩍였다.

“지상으로 도망갔잖아?”

“내가 쫓겠다!”

콰드득-!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듯, 지팡이를 높게 들어 올린 신아가 솟아오르는 흙의 벽을 타고 천장을 뚫으며 지상을 향한다.

그를 곁눈질로 바라보는 중에도 황준우의 손은 바쁘게 움직여 용중호를 압박했다.

“크아아!”

자신이 고작 검 한 자루를 어찌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답답한지 온갖 힘을 짜내는 용중호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그의 뒤편에서 생성된 검은 강기의 검이 스물네 자루나 되었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타다다당-!

그 수많은 검과, 본인의 모든 무공이 고작 한 자루 수왕검에 막혀 나아가지를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방금 그건 뭐였지?’

황준우는 그런 그를 대수롭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사라진 대술사의 위치를 깨달았던 자신을 생각했다.

느낌이 왔다.

그리고 보였다.

자연지기 혹은 무공에 속하는 하단전 혹은 중단전의 공능은 아니었다.

그보다 위, 상단전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후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었다.

“천마시여!”

“감히!”

그러는 사이, 다급한 용중호를 돕기 위해 마창과 멸부가 합류했다.

황준우는 마찬가지로 수왕검을 움직여 두 사람까지 동시에 견제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신위.

제자리에 선 채, 그저 손만을 까딱거리며 천하를 오시하는 마도종사와 대마두(大魔頭)를 압도하고 있다. 누군가 이 자리에 있었다 한들, 보고도 믿지 못했을 풍경이었다.

“네놈, 죽여 버리겠다!”

결국 용중호가 폭발했다.

그의 기운에서 검은 마기가 폭발할 듯 터져 나와 황준우의 머리 위를 강하게 덮친 것이다.

“쯧. 많이 성장하긴 했네.”

그 기운마저 나머지 한 손으로 가볍게 쳐낸 황준우가 혀를 찼다.

자연스럽게 세 사람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처, 천마께서 펼치신 북명강기가……!”

멸부가 현실을 부정하듯 말한다.

보고도 믿기지 못하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그럴 수도 있지. 너무 놀라진 마.”

황준우는 짧게 웃으며, 손을 까딱여 광범위 공격을 시도했다.

찌이익-!

수왕검이 허공을 찢으며 불꽃을 튀기고, 세 사람을 동시에 두드렸다.

“……!!”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피하지 못한 마창이 방어하였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그가 자랑하던 묵창이 반으로 잘려 버렸으며, 가슴에서는 피가 왈칵 솟았다.

“쿠에엑-!”

“마창!”

용중호가 소리쳤다.

“이 무슨 괴물 같은!”

멸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부릅뜨며 황준우를 노려보았다.

그러는 사이 제 손으로 다시 수왕검을 잡은 황준우가 또 한 번 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이었다.

피를 쏟고 있던 마창의 목이 잘려 나갔다.

멸부는 물론, 용중호조차 반응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천마 쪽 실력은 엄청 늘은 것 같은데, 오대마종은 전대랑 큰 차이가 없네.”

벌써 이 대째, 천마와 오대마종과의 싸움을 해 온 황준우가 작게 읊조렸다.

“네놈…… 누구냐?”

분노로 눈을 붉힌 용중호가 짐승의 울음과 같은 거친 목소리로 묻는다.

그를 곁눈질로 바라본 황준우는 피식 웃음을 보였다.

“글쎄, 누굴까?”

“…….”

입을 다문 용중호의 눈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여전히 분노를 가다듬을 수 없어 보이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최대한 스스로를 절제하고 있는 느낌이다.

‘젊을 때랑 비교하면 천지차이네. 생각보다 재능 있는 녀석이었군. 제대로 수련하지 않았으면 위험했을지도…….’

전생의 마지막 싸움, 당시에 보았던 어린 천마의 얼굴을 떠올린 황준우는 미소를 그렸다. 무림제일고수에 가까운 실력을 얻고도 꾸준히 정진해 온 보람이 있다.

진무영에 이어 용중호까지.

이로써 확신하게 되었다.

‘무림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굉장히 올랐구나.’

하긴 이십 년 전, 그토록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제자리걸음 정도밖에 하지 못했다면 중원 무림은 아직까지 존속되지 못했을 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용중호, 아직 숨기고 있는 게 있었다.

본신의 무력으로서는 순간적으로 최선의 힘을 쏟아 냈을지 모르지만, 아직 전력을 다한 모습은 아니었다.

‘재밌네.’

크게 표현하는 일은 없지만 황준우 역시 무인이다.

오로지 무(武)로써 그와 대등하거나, 혹은 맞설 수 있는 존재는 그에게 있어 좋은 자극제이며 즐거움을 선물해 주는 친구다.

아드득-!

그런 황준우의 시선이 자신을 얕잡아 본다 느낀 용중호가 이를 갈았다.

“천마시여…….”

멸부가 죽은 마창의 시체와 용중호를 곁눈질로 보며 힘겨운 목소리를 흘렸다.

‘이 싸움, 승산이 희박하다.’

짧은 격전이었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용중호는 대단한 고수다.

마중제일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수준의 절대고수.

하지만 눈앞의 청년은 그 궤를 벗어난 존재다.

정체가 무엇인지, 어째서 아직까지 강호에 알려지지 않았는지는 둘째였다.

‘탈출하십시오. 제가 뒤를 지키겠습니다.’

생각이 가슴을 지나쳐 목 끝까지 올라와 입술까지 닿았다. 한데 소리로 변하여 닿지는 못한다. 붉어진 용중호의 눈과 얼굴, 움켜쥔 두 주먹이 그의 의지를 말해 주고 있었다.

“나는…… 하늘의 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를 가는 천마의 두 눈에는 진한 승부욕을 넘어선 어떤 결의가 맺혀 있었다.

물러설 수 없다.

아니, 물러나서는 안 된다.

이미 오랜 시간 열등감으로 점철된 그의 마음은, 이 싸움에서 등을 돌리는 것을 결코 허락지 못했다. 설령 등을 돌려 살아남는다 한들 그는 평생 패배자의 늪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 뻔하였다.

결국 멸부가 할 수 있는 충성은 단 하나뿐이었다.

“부디, 보중하십시오.”

멸부의 내부에서 무언가가 터져 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스스로의 기혈과 내력을 부딪치며 폭발시켜 내력, 그리고 잠재력을 끌어 올리는 마폭기(魔暴氣)의 발동이다. 실제, 절정 이상의 고수가 실제로 마폭기를 사용하는 일은 드물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폭기는 일시적으로 강한 힘을 쥐어 주지만 생명을 앗아 간다.

목숨을 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결단코 사용하지 않는 마공계열의 결전비기(決戰?器)가 바로 마폭기인 것이다.

“멸부!”

놀란 용중호가 돌아보았을 때에는, 이미 멸부의 신형이 황준우의 코앞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생각보다 더 빠른데?”

조금 놀란 반응의 황준우가 수왕검을 휘두른다.

검과 도끼가 부딪치며 굉음이 일었다.

이후 멸부는 그야말로 미친 듯이 자신의 전력을 쏟아부었다.

‘작은 틈.’

작은 상처 하나라도 좋다.

아니 그조차 못 해도 괜찮았다.

‘천마께 하나라도 더…….’

이 궤를 벗어난 절대고수를 보여 주어야 한다.

적을 알고 싸우는 것과 모르고 싸우는 것.

그 차이는 크다.

“크아아-!”

콰가가각-!

기가 폭발하며 순식간에 삼 장 가까이 솟아난 강기가 동굴의 내부를 부수고 갉아먹으며 태풍처럼 황준우를 몰아친다. 그 엄청난 기세에는 용중호조차 함부로 다가가지 못할 정도의 힘이 가득했다.

하지만 차분한 눈을 한 황준우는 그 모든 공격을 열 걸음 내외의 움직임 속에서 피하고, 막아 낸다.

지켜보는 용중호도, 공격하는 멸부마저도 질릴 정도의 신묘한 보법.

‘진짜 괴물이로구나. 천하는 우리 천마신교에게 빛을 주지 않으려 하는가!’

무거운 절망감 속, 멸부는 마지막을 느끼며 남겨진 온 힘을 끌어올렸다.

“죽어라!”

내리찍는 도끼의 끝에는 이전에 비해서는 훨씬 작은, 고작 일 장 정도의 강기만이 서려 있을 뿐이었다.

‘이거…… 막을 순 없겠네.’

그를 본 황준우의 입가로 헛웃음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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