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3. 위 기(危機)! (73/111)

 73. 위 기(危機)!

 파천은 악양을 벗어나자 곧장 북으로 방향을 잡는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관도를 피하고  비교적 한적한 곳을 택했음에도 호광(湖廣)평야와 장한(江漢)평야등의 너른 대평원들이 자리 잡은 지형인지라 그다지 빠르게 진행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마음같아서는 어풍비행술을  극성으로 전개하고는 싶어도 동행하는 독고무가 파천의 속도를 못따라 오니 그도 마땅치 않 았다. 곳곳에 호소(湖沼)가 산재하여 그곳을 중심으로 구획들이 나누어져 있는지라 사람들 의 이동이 현저한 곳이기도 했다.

 비교적 빠르지 않게 이동을 해가던 그들이 어느순간엔가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들이  진행하는 방향으로 보아서는 아마도 속편하게 형주를 거쳐 양양과 번성의 서쪽지역에 위치 한 융중산(隆中山)을 타기로 했나보다. 비교적 서쪽은 산들이 많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니  그들을 주의 깊게 볼 사람들이 없을터였다. 하긴 사람들이 보아도 상관은 없겠지만 그들의  행로가 드러나는 번거로움은 피하고 싶었나 보다. 정오에 길을 떠났음에도 그들이 워낙에  빠른 경공을 전개했는지라 신시가 넘어가자 융중산 산자락을 밟을 수 있었다. 이곳은 제갈 공명이 한때 은거했던 곳으로 복룡산(伏龍山)이라고도 불린다.

 질풍처럼 내 달리던 그들이 산으로 들어서자 곧 바로 속도를 늦추었다. 독고무가 파천을 쳐 다보며 넌지시 질문을 던진다.

 "대체 왜 이곳으로 오셨습니까?"

 그는 파천이 가는 곳으로 따라 올 수밖에 없었기에 오는 내내 지닌 의문을 이제야 털어놓은  것이다.

 "후후 가보면 안다."

 파천은 그저 신비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독고무는 의문의 시선을 띤다. 그러고 보니 이 상한 것은 또 있었다. 비록 융중산이 대산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흔한 야산과는 다른 깊은  산이건만 그 흔한 산새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산에 지천으로 깔려 있을 야생 동물들의  종적도 보이지가 않는다.

 [혹시?]

 [이제야 눈치를 챈건가? 우리가 이곳까지 오는내내 우리 앞을 인도해온 놈이 있었다. 마치  따라오라는 듯이 말이다. 그러니 따라오지 않을 수가 있느냐? 대체 어떤놈들인지 확인을 해  봐야겠다.]

 독고무는 어이가 없었다. 그렇다고 뻔히 함정일지도 모르는 곳을 무턱대고 들어간단 말인 가?

 '이자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내가 보아온 그는 쓸데없는 호기심에 쉽게 몸을 움직이는 사 람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지금 그들의 모습은 악양을 벗어날때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그러니 적이라면 천마서생을  노리는 자들일것이고 그가 무림오천중의 일인임을 안다면 단순한 함정은 아닐 것이다. 그런 것정도 예상하지 못하는 우매한 인물이 아니니 지금 보이는 모습은 지나친 자신감의 발로인  것 같았다. 세상에 나를 어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그래도 그렇지. 왠지 기분이 썩 좋지가 않다.'

 독고무의 이런 내심에 더하여져서 주변의 공기가 이를 뒷받침 하고 있는듯도 했다. 파천은  미리 보아 둔 길을 오르기라도 하는 듯이 망설임없이 산을 오른다. 그들이 중턱을 넘어 좀 더 울창한 곳을 지나치자 주변의 공기가 급속하게 냉각되고 살을 가를듯한 예기가 사방에서  그들을 압박해온다.

 "후후후후"

 파천은 낮은 웃음을 흘리며 변함없이 앞으로 전진해 갔다. 그의 뒤를 바짝 뒤따르는 독고무 는 연신 사방을 살피기 바빴다. 그의 시야에 숲속을 어른거리는 그림자들이 포착되자,

 [놈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그만 내려가시는 것이......]

 [이곳까지 와서 돌아갈 수는 없지. 대체 어떤 간큰 놈들이 나를 초대했는지 정도는 알아  보아야 할것이 아닌가?]

 '빌어먹을...... 별일이야 없겠지. 하긴 과연 누가 있어, 저 사람을 곤란하게 하겠는가? 천하 의 강자들이 여기에 모두 모여 있지 않는한은 별 위험이 없을 것이다.'

 이것은 독고무의 확신에 가까운 결론이었다. 최소한 그가 보는 관점에서 파천의 무공이란  것은 무림역사상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가공한 것이었다. 아무리 난측의 함정을 파 놓 고 조밀한 천라지망을 펼쳐두었대도 그에게 있어 아무런 위험도 되지 않을것이 분명할 것이 다. 적어도 그가 아는 파천의 무공이란 것은 무림에 알려진것보다도 더 엄청나니 말이다.

 마치 인공적으로 깎아 놓은 듯한 공지(空地)였다. 거목들의 밑동을 잘라내고 깔끔하게 치워 놓았다. 사방 오십장은 족히 될 넓은 곳이었다. 그 안으로 성큼 들어서는 파천의 얼굴에는  더욱 흐뭇한 미소가 스며 나온다. 자신을 맞기 위해 상당한 준비를 하여 두었으니 그로서도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공지의 중앙에 선 파천이 사방을 둘러보며 외친다.

 "대체 어떤 자가 나를 이곳까지 초청한것인가?"

 내공이 실린 외침이었는지라 산 전체가 쩌렁쩌렁 울린다.

 그의 말이 끝나자 사방의 숲에서 검은 흑의의 인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들은 나타나는 순 간 사방을 물샐틈없이 포위하고는 일정한 진세를 형성한다. 눈 앞에 나타난 자들 외에도 사 방 숲에서 느껴지는 기척으로 보아. 족히 천명은 넘어 보일 듯 했다.

 "참으로 의외군. 그대가 정말로 이곳에 나타날줄이야......"

 조용한 목소리였다. 특이한 것은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파천의 지나친 반응이었다. 얼굴을  심하게 구기며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쳇, 난 또 대단한 놈인줄 알았더니...... 무림맹에서 쫓겨난 놈이었군."

 파천이 단박에 그를 짚어내자 장내에 나타난 무상신검 독고한천이 의아함을 드러낸다.

 "우리가 언제...... 만난적이 있었던가?"

 그제야 자신의 실태를 깨달았으나 파천은 여유롭기만 했다.

 "그럴 리가 있나? 단지 넘겨 짚어 보았는데...... 사실이라니, 의외로군."

 시침 뚝 떼고 말 하자 상대도 더 이상 의문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독고한천, 아니 혈마천  이총사 상여락이 한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파천을 호기롭게 쳐다본다.

 "네가 천마서생 파천이 맞는가? 내가 듣기로는 마도련의 마도대공이라 들었는데...... 이곳까 지 따라 들어 올 정도로 배짱이 있는 놈인줄은 몰랐군."

 '저 놈이 나타났다는 것은 이 놈들이 혈마천의 세력이라는 말이렷다. 별 볼일도 없는 놈들 이었군.'

 파천은 눈 앞의 상대들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하기야 너 같이 무림맹에서 쫓겨난 놈이 나를 어떻게 알겠느냐? 그래 나를 이곳에 부른 용 건은 무엇인가? 설마 나와 드잡이 질을 하자고 부른 것은 아니겠지?"

 "후후후후후"

 상여락의 눈에서 살기가 흘러 나오고 그는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수하들을 한번 쳐다보고는  마음 든든하다는 듯이 안심하는 기색이다. 근래 몇 번인가의 의도하던 일들이 틀어지고 난  뒤 어떠한 경우에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버릇이 생긴 상여락이었다. 기분나쁜 살소를 흘려 내던 상여락이 파천을 노려보며 말했다.

 "물론 너를 죽이기 위해서이다. 더 이상 너는 이 무림에서 살아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지. 

 그 동안 네가 해 준 일에는 같은 마도를 걷는 한 사람으로서 고맙게 생각한다."

 "같은 마도? 하하하하하"

 파천의 웃음은 다분히 비웃음의 성격이 강했다. 그것을 모를리 없는 상여락은 기분이 상했 는지 한걸음 더 나서며 파천의 웃음을 끊는다.

 "곧 죽을 놈이니 그래...... 마음껏 웃어라. 네가 이 세상에서 토해내는 마지막 웃음이 될 것 이다."

 파천은 순간적으로 웃음을 멈추고는 상여락을 지그시 쳐다본다.

 "너 하나뿐이 아닐텐데...... 모두 나오라고 해라. 너 하나로는 양이 안찬다."

 "이, 이런 방자한 놈!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내 오늘 네놈에게 하늘 밖에 하늘이 있 음을 알게 해주마."

 "네놈 같은 하늘은 반갑지 않다. 꼴에 자존심은 있어가지고...... 나 같으면 부끄러워서라도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 맹주직에서 쫓겨난 주제에 하늘 밖의 하늘이라? 흥...... 참으로 어이 없는 놈이군. 난, 그래도 꽤나 대단한 놈이 날 반길 줄 알았더니, 너무 실망인데......"

 "이, 이 이놈이"

 "너무 혈압 올리지 마라. 보아하니 나잇살 처먹은 것 같은데, 혈압올리다 한번 힘도 못써보 고 죽을라"

 금방이라도 출수할 듯이 씩씩거리던 상여락이 간신히 마음을 달래더니, 음흉한 시선을 번들 거린다.

 "후후 좋다. 네 놈의 입심만큼이나 네 생명도 질긴가 보겠다. 오늘 내, 네 놈의 고기맛을 보 고야 말겠다. 흐흐흐 기대해도 좋다. 마지막 가는 길에 고통을 마음껏 선사해 주마."

 "헛소리 말고. 네가 가진 수나 꺼내 봐라. 설마하니 인원수를 믿고 까부는 것은 아닐거 고...... 저기 숲속에 있는 노인네들을 믿는 것이냐? 어이 거기...... 빨랑 기어들 나오시지."

 파천이 손가락만을 움직여 까닥거리자 정말로 그가 가리킨 곳에서 노인들 세명이 걸어 나온 다. 그들은 보기에도 나이를 짐작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늙은 노인들이었다. 백발이 성성 하여 길게 늘어뜨리고 수염마저 새하얗게 눈꽃이 붙은 것 같았다. 파천의 눈에 처음으로 감 탄이 보이고 그는 일부러 그것을 감추려 하지도 않는다.

 "호오...... 대단한 늙은이들이군. 저 놈보다는 나아 보이는구나. 그대들은?"

 새파랗게 어린 놈이 자신들에게 하는 말인데도 분노의 표정은 보이지가 않는다. 그들중 가 운데 있는 노인은 진물이 흘러내리는 눈을 힘겹게 뜨고는 파천을 응시한다.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눈이었다.

 "이런 곳에서 비명횡사하기에는 참으로 아까운 놈이로다."

 그러자 옆의 노인이,

 "사형은 그 또 측은지심이 발동이라도 한 게요? 제놈 상태가 어떤지도 모르는 미련한 놈인 데...... 아까울게 무엇 있소이까?"

 마지막 또 한명의 노인이 상여락을 쳐다보며,

 "이놈, 여락아!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빨리 처리하고 가자."

 "네. 사숙!"

 상여락이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하는 말이었다.

 '사숙이라고? 그렇다면 혈마천의 장로쯤 되는건가? 보통의 늙은이들은 아니구나. 저 고요한  신색, 그리고 흔들림없는 시선,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기도, 어디 하나 나무랄데가 없다.'

 파천이 이렇게 까지 감탄해보기는 아마도 처음일 듯 했다.

 "좋다. 빨리 끝내자. 나도 갈길이 바쁜 사람이니, 여기서 너희들과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

 파천의 말에 상여락이 비웃음을 흘린다.

 "후후후 저런 놈이 어떻게 무림오천이라 불렸는지를 모르겠군. 내공을 운기해봐라. 너는 이 미 중독되어 한점의 내공도 모이지 않을 것이다."

 "기껏 준비 해놓은 것이 독이냐? 참으로 안 된 이야기지만...... 나는 이미 만독불침지체이다. 

 그러니 독 따위로......"

 파천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간다. 바로 그때 파천의 뒤에 있던 독고무가 놀라 외친다.

 "이, 이럴수가?"

 독고무는 상여락의 말에 운기를 하다, 그의 말대로 내공이 전혀 모이지 않자 놀란 것이다. 

 어느새 그는 중독되어 있었던 것이다. 파천의 얼굴이 점차 심각해진다.

 "대체 무슨 짓을 한거냐?"

 파천의 말은 당황의 기색이 역력했다. 이세상의 어떤 독도 자신을 침범하지 못한다. 그런데  상여락의 말대로 단전은 마치 텅 비어 있는 것처럼 한줌의 내공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통쾌하다는 듯이 희열의 외침을 토한다.

 "푸하하하 멍청한 놈! 네가 당한 것은 엄밀히 말해 독이 아니다. 산공독의 일종이지만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 오로지 본교에서만 사용하는 것으로 아무리 만독불침지체라 하더라 도 이것만은 막을 수가 없다. 본교의 비장의 무기인 셈이지. 네가 첫 번째 희생자가 됨을  영광으로 알아라."

 파천은 극도로 침착함을 보였다. 그는 다시 한번 내공을 일으켜 보았다. 마치 한꺼번에 내 공이 사라지기라도 한것처럼 미약하게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파천의 생명은 자신의 손아 귀에 들어 온것이나 마찬가지였으므로 상여락은 묻지도 않은 말을 술술 털어 놓는다.

 "본교의 천년간의 연구가 맺은 결실이다. 네가 이 자리에 들어오는 순간 너는 이미 중독되 었다.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단전의 내공을 흩어버리지. 적어도 하루가 지나야만 다시 내 공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네가 이 자리에서 죽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상여락이 서서히 파천에게로 다가온다.

 "이놈들! 이 따위 추잡한 짓을 하다니...... 너희들을 용서하지 않겠다."

 파천의 분노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들 어쩌리요? 이미 내공이 상실되었으니 아무리 높은  무공을 지니고 있다 한들 소용이 없는 것이다. 상여락은 천천히 파천에게로 걸어오며 잔인 한 살기를 흘려내다.

 "내가 그랬지? 너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고통을 줄것이라고..... 설마 네가 이곳에 순 순히 나타날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또 한무리의 수하들을 하남성쪽에 배치시켜 놓았는데 너 는 의외로 이곳으로 온 것이다. 참으로 기가막힌 일이지. 네가 움직이는 중이었다면 중독시 키기가 힘이 들었을것이고 우리 애들의 희생이 컸겠지. 그런데 너 자신의 자만이 오히려 일 을 수월하게 만들었으니...... 너에게 이런 날이 올줄은 몰랐을거다."

 이제 그와의 거리는 이장에 불과했다.

 "대종사가 시킨일이냐?"

 "으응?"

 상여락은 놀라는 눈치였다.

 "역시 그랬군. 대종사가 모든 일의 흉수임은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신속하게 움직일줄이 야?"

 "호, 그래? 모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니 억울하지는 않겠군. 너의 수하들 역시 머지않아 제 거 될 것이다."

 '내가 이런 상황이고보면...... 큰일이구나. 아무리 그들이 강하다고는 해도 이런식이라면 꼼 짝 못하고 당하고 만다. 설사 미리 눈치를 챈다고 해도, 세명으로는 무리다. 빨리 이곳을 벗 어나서 마도련으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그는 수하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모든  것을 이용해 오던 파천이었는지라 이런 수하들에 대한 걱정은 참으로 의외의 모습이었다.

 "멍청한 놈이었군. 제놈 상태가 어떤지도 모르고......쯧쯧. 아니 네 놈은?"

 혀를 끌끌 차던 상여락이 그제야 파천의 뒤에 서 있는 독고무를 쳐다보고는 놀람의 기성을  발한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파천의 얼굴에 의문이 떠 오른다.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 다 그또한 놀람의 표정을 나타낸다. 독고무는 원래의 용모로 돌아가 있었고 그런 그를 상여 락이 알아본 것이다. 자신이 붙잡아 놓고 고문하던 놈이니 못알아 볼리는 없었다.

 "대체 어떻게 네 놈이 천마서생이랑 함께 있는거지?"

 상여락의 교활하기까지한 두 눈은 둘을 번갈아보며 의심의 눈초리를 띤다.

 "대체 어떻게 무림맹에 있어야 할 저 놈이 너와 함께 있는 것이냐?"

 그의 물음에 일시지간 파천은 할말을 잃어버린다. 내공이 사라지면서 독고무의 변체역용술 이 풀린 것이다. 한가지 이상한점은 파천의 역용술은 아직 그대로라는 점이었다.

 한걸음 앞으로 다가온 상여락은 뚫어지게 파천을 노려보더니 피식하고 웃는다.

 "뭐, 어차피 모두 알게 될일 조급할 필요는 없겠지. 일이 너무 싱겁게 끝나도 재미가 없군."

 "그런가? 그렇지만...... 세상일이란 것은 왕왕 제뜻대로만 되지 않을때도 있지."

 파천은 그 말을 하며 싱긋 웃었다. 왠지 그 미소를 대한 상여락은 모골이 송연해짐과 동시 에 온 머리털이 쭈뼛하며 서는 것을 느꼈다. 그는 불안한 심사를 감추기라도 하려는 듯이  먼저 손을 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완맥을 잡아오는 금나수법은 참으로 고절한 것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파천의 축 늘어져 있던 두 팔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은어의 몸짓처럼  교묘하게 비틀어지는가 했더니 상여락의 금나수법을 와해시키며 오히려 그의 중부(中府)혈 을 때린다.

 펑

 "억"

 한소리 요란한 소음과 더불어 신음을 지르는 상여락이 뒤로 삼장이나 격퇴되어 물러선다.

 "컥"

 그는 입에서 한사발이나 되는 피를 토해내었다. 순간적으로 호신강기를 발휘했으니 망정이 지 여차했으면 바로 황천으로 떠날 뻔한 위험한 순간이었다. 온몸을 무력하게 하는 고통보 다도 파천의 돌발적인 공격에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과 의문이 더 강했다. 이 의문을 해소 하지 않고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을것만 같았다.

 "네, 네놈은 중독되지 않았나?"

 "후후 그까짓 술수가 나에게 통하리라 여겼는가?"

 호기롭게 외치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 누가 중독되었다 생각하겠는가? 그런 생각은 세명의  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금 파천의 내심은 참으로 복잡한 것이었다 .

 '빌어먹을...... 단전에서는 내공이 모이지 않는다. 저 놈들이 그것을 눈치채면 모든 것이 허 사로 돌아간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공격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언젠가부터 파천의 경지가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각 경맥에서 자체적 으로 진기가 일어나고는 했다. 파천은 매일, 매순간 어떤 상황속에서도 운기행공을 멈춘바 가 없었다. 심지어 자면서도 저절로 운기행공이 가능했다. 그러면서 점차로 각 경맥이 단전 에서의 본신내공의 도움이 없이도 저절로 기운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이것은 파천에게 새로 운 경지를 열어 준 힘이었다. 지금 파천이 발휘한 힘은 바로 그 내공이었다. 경맥자체에 남 아 있는 힘!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지금 단전은 비어 있는 것처럼 기운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파천 은 은밀하게 경맥자체내에서 기운을 일으켜 보았다. 미세하기는 하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서서히 그 힘을 한곳으로 모아들였고 순간적으로 장심을 통하여 그 힘을 발휘한 것이 다. 보통때 같았으면 지금의 공격이면 상여락의 상체가 터져 나가야 정상이지만, 지금 파천 이 발휘할 수 있는 힘은 지금정도의 공격이 고작이었다.

 이런 사정을 알리 없는 상여락 일행들은 파천이 중독되지 않았다 여기게 되었고 긴장하는  기색이었다. 상여락은 몇걸음을 더 물러서더니 노인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눈짓을 교환하 며 서로 전음을 나누는 듯 했다. 그러더니 상여락이 손을 번쩍 치켜 들었다. 주위를 엄밀하 게 포위하고 있던 수하들이 상여락의 손짓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여갔다. 그와 동시에 파천은  등뒤에 있는 독고무를 쳐다보았다. 그는 이미 모든 내공을 상실한 범인에 지나지 않았다. 

 그를 이대로 죽음을 당하게 할 수는 없었다. 파천의 눈짓에 독고무가 파천의 등뒤로 바짝  붙었고,

 "대단한 놈인것만은 내가 인정하지. 그러나...... 오늘 네 놈이 죽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 다. 놈을 죽여라!"

 우와와와와

 마치 전쟁터에 나간 군졸들이나 지를 함성을 지르며 파천에게 쇄도해 오는 무사들의 숫자는  물경 천을 헤아리고 있으니, 이변이 없는 한, 살아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큰일이다. 순간의 방심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위험을 자초하다니...... 일단은 여기서 빠져나 가야 한다.'

 그는 눈 앞으로 쇄도해 들어오는 혈마천의 수하들을 보며 검을 빼들었다. 그의 얼굴은 비장 감마저 흐르고 있었다. 무림출도후 최고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파천은 경맥의 내공을 다시 한번 움직여 보았다. 역시 내공의 흐름은 느낄 수 있었으나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 다.

 "하앗"

 파천의 검이 번쩍 하는 순간 이를 드러내며 잔인한 흉소를 짓던 세명이 순식간에 양단되며  갈라지고 그들의 시체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또 다시 다른 놈들이 몰려 들었다. 독고무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그의 행동반경은 자유롭지 못했고 적들은 그것을 교묘히 이용하기 시 작했다. 파천의 검이 수십개로 늘어나는 듯 하더니 사방으로 검우를 뿌려대었다.

 "으악"

 "캭"

 "켁"

 그들이 질러대는 비명소리는 조용하기만 하던 융중산을 일깨우고 그 뒤를 파천의 기합성이  잇는다.

 "하앗, 이 놈들 얼마든지 오너라."

 천마검에서는 검강이 스며나오며 사방을 휩쓸었다. 아예 삼장이내로는 접근조차 힘들어 보 였다. 그런 그를 보며 상여락은 노인들과 함께 무슨 말인가를 나누고 있었다.

 "저놈. 대단한데요?"

 "후후 그렇게 보이느냐? 저놈! 중독되지 않았다는 말은 아무래도 허풍인 듯 하군."

 "네? 그것이 무슨 말씀인지......"

 "저 놈을 잘 봐라. 설마 저 정도로 무림오천이라 불리겠느냐? 내가 보기에는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가 않는구나.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저 놈은 중독이 되었음에도 완전히 내공이 흩 어지지는 않은 것 같군."

 "그럴 수가 있습니까?"

 "모르겠다. 아무리 무공이 강하다 해도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건만......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다. 아마도 독특한 내공심법을 익히고 있나보다."

 그들은 수하들의 죽음에는 아랑곳 없이 파천의 몸놀림만 쳐다보고 있다. 그가 펼치는 검강 의 위력을 살펴가던 노인이 여락에게 명한다.

 "수하들을 물려라. 저 정도라면 너 혼자서도 충분하겠다."

 "네. 알겠습니다. 모두 물러서라"

 혈마천의 인물들은 상여락의 외침에 일시에 파천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는 뒤로 재빠르게 빠 져 나온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파천의 주위로 널려 있는 수십구의 시체정도였다. 상여락은  앞으로 나서며 파천을 주의깊게 살핀다. 그의 옷 이곳저곳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물론 파 천이 흘린 피는 아니었다.

 "무상지독(無上之毒)을 견녀내다니, 참으로 대단한 놈이구나. 네가 진정으로 무림오천이라  불릴만한지 내 직접 너와 일전을 결하여보리라."

 상대의 위기를 틈타 자신의 위신을 채우려드는 상여락의 모습에는 그 어디에도 대인다운 풍 모가 엿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파천의 내심은 착잡했다.

 '도저히 여기서 빠져나갈 방도가 없다.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지금의 내공수위로는 저 한 놈도 감당키가 벅찰 것이다. 더군다나 저놈 뒤에 버티고 있는 세 늙은이는 결코 저놈의 아 래가 아닌 듯 하니......'

 어찌 하여야 한단 말인가? 도주하려해도 저들이 순순히 보내주기는 만무하고 더군다나 독고 무 때문에 그리하지도 못한다. 꼼짝없이 여기서 죽음을 맞아야 한단 말인가? 상여락은 회심 의 미소를 지으며 파천에게로 돌진해 들어왔다. 그의 허리에는 검이 매어져 있었음에도 육 장만으로 공격해 왔다.

 "받아라. 마라축융장(魔羅祝融掌)이다."

 상여락의 장심에서는 시뻘건 불길이 치솟으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파천은 감히 태만하 지 못하고 전력을 기울여 검을 떨쳐낸다. 삼장에 이르는 검강과 마라축융장의 열기가 부딪 혔다.

 콰앙

 "으음"

 파천은 뒤로 주르륵 밀려나다 독고무와 부딪히고서야 제자리에 몸을 세운다. 그것을 보는  상여락이 더욱 흉험한 기세를 일으키며 살소를 흘린다.

 "흐흐흐 이제 그만 가거라."

 천중에서 떨어지는 불벼락인가? 상여락의 손에서 치솟은 화염은 붉은 색에서 새파란 색으로  변하더니 일직선으로 파천에게 직격한다. 파천은 검을 아래로 그으며 검강을 일으킨다.

 콰앙

 "컥"

 화염의 일부가 검강의 결을 파해하며 파천에게 쇄도하고 파천은 간신히 몸을 피하기는 했으 나 여기저기 불길에 그을려 있었다. 이미 승기를 잡은 상여락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빠르게 파천에게 접근한다. 그런데 파천은 오히려 그런 그를 향해 검을 움켜쥐고 뛰어들었 다. 마지막 사생결단이라도 하려는 듯, 치열한 몸부림이었다. 상여락의 몸이 흐릿해지는가  했더니 눈 앞에서 사라지고 순간적으로 상대를 놓친 파천은 몸을 세우며 좌우를 경계했다.

 "하하하하 역시 네 놈은 정상이 아니었군."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파천이 몸을 돌려 바라보니 어느새 그곳까지 이른 상여락이 독 고무의 뒤에 서서 그의 목줄을 움켜쥐고 있었다.

 "이, 비겁한 ...... 놈!"

 상여락을 향해 치를 떠는 파천을 보며 그는 조롱을 보냈다.

 "후후 비겁하다고? 나는 원래 그런 놈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어떤 파렴치 한 일도 망설이는 법이 없지. 이 놈이 네게 무엇이 그리 중요한지는 알수 없으나, 내가 이 놈 조손놈들 때문에 당한 어려움을 생각하면 뼈를 갈아마셔도 양에 차지 않는다. 독고무 그 렇지 않나?"

 독고무의 얼굴은 거무죽죽해져 있었다. 이미 한번 죽었던 목숨이라 생각했기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그 상대가 상여락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이 자 수년간 자기와 할아버지를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 몰아 넣었던 자에게 또 다시 자신의  생명이 희롱되어야 한다면......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나으리라.

 "이놈! 내가 네 손에 죽는다 하여도 너만은 귀신이 되어서도 괴롭혀 주겠다."

 겨우 그를 향해 저주를 퍼붓는 것이 고작이었다. 점점 독고무의 목에 힘이 가해졌다. 피가  통하지 않아 얼굴이 벌겋게 변하더니 호흡조차 곤란해지고 목에 은은한 통증까지 느껴진다.

 "후후 네 놈을 어떻게 죽여줄까? 이봐 천마서생. 네놈이 무공을 스스로 폐쇄하고 무릎을 꿇 고 용서를 빈다면 이 놈을 살려주마."

 상여락이 손을 위로 치켜세우자 당연히 그의 손에 목이 잡힌 독고무도 허공으로 딸려 올라 가며 버둥거렸다.

 "이놈! 어서 놓지 못하느냐?"

 파천이 앞으로 나가려 하자 상여락이 손을 들어보였다.

 "어허. 까불지 마라. 네 놈이 그럴수록 이놈의 고통이 심해지니깐......"

 파천은 독고무의 얼굴을 보았다. 이제는 숨이 찬지 점차 눈동자에 초점이 흐려지고 있었다. 

 단숨에 죽일 수 있었음에도 그는 그렇게 하지 않고 서서히 고통을 주는 것이다. 상여락은  독고무를 잡은 손을 아래로 내리며 목을 슬쩍 놓아주었다. 그러자 숨통이 트인 독고무가 헐 떡거렸다. 파천을 바라보는 독고무의 시선에는 나를 개의치 말고 도망가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는 듯 했다.

 '제발 나는 어찌 되어도 좋으니, 어서 도망가시오. 대령사가 도망가야 내 복수를 해줄것이  아닙니까? 제발......'

 "제발 도망가시오"

 독고무의 입에서 터져나온 목소리는 파천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그렇다고 그를 버려 두고  떠날수는 없는 일이었고 그럴 만한 능력도 없었다. 파천은 그런 독고무를 보며 또 한사람을  느껴야만 했다.

 '미안하다. 천마. 너를 지켜주지 못하다니...... 내 자만이 이런 결과를 빚을줄이야......'

 상여락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푸하하하 도망을 가? 어디 가 봐라. 도망가는 사냥물은 사냥꾼에게 더큰 흥미를 주는 법이 지. 자, 어서 도망가봐라. 오, 이제보니 이놈 때문에 망설이는 것인가? 듣던 것하고는 많이  다른데? 제 목적을 위해서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다하더니, 그것이 아니었나? 그렇다면 이것 은 어떤가?"

 푹

 "컥"

 상여락의 다른 한손이 독고무의 옆구리 쪽으로 해서 깊숙이 박혀들어 있었다. 그는 피묻은  손을 빼내며 독고무의 옷자락에 문대며 닦아 내었다.

 "이놈!"

 파천이 고함을 치며 상여락과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혔고 상여락의 비어있는 상체를 향해 검 을 찔렀다.

 그러나 이미 예상하고 있기라도 한것처럼 옆으로 비켜서며 오히려 독고무를 그쪽으로 갖다 댄다. 파천은 어쩔 수 없이 검을 옆으로 비키며 공격을 회수하고 그 순간 상여락의 장력이  파천에게 격중된다.

 펑

 "으악"

 그는 뒤로 날려가며 피에서 검붉은 피를 토해내고야 만다. 도저히 적수가 되지 못했다. 독 고무의 눈에서 생명의 불길이 꺼져 점차로 꺼져간다. 그는 파천이 뒤로 날려가는 모습을 보 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지존. 당신은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됩니다. 제발...... 나도 이제야 할아버지의 말을 알 것  같군요. 그랬군요. 당신은 이놈 같은 시시껄렁한 악인이 아니었군요. 진정한 마웅!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습니다. 후후 이렇게 가야하다니...... 너무 억울합니다. 이런  놈들이 횡행하는 중원이란 불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아니면...... 그 누가 이런 놈들 을 쓸어버리죠? 당신이 그런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내 복수는 누가 해줍니까? 할아버 지...... 설......란아!'

 툭

 고개가 꺾어지는 독고무를 보며 바닥에 뒹구던 파천의 입에서 한소리 외침이 터져나온다.

 "독-고-무!"

 죽은 것이다. 너무나 어이없게...... 자신의 실수로 인해 죄없는 그가 죽은 것이다. 너무 분했 다. 억울했다.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은 분노가 치밀건만 힘이 없는 자신이 저주스러웠다. 

 또 다시 이런 심정을 느껴야 하다니...... 싫었다. 이런 자신이 싫었고, 세상이 저주스러웠다. 

 죽인다. 모두 죽인다.

 상여락은 고개를 떨구는 독고무를 보며 바닥에다 던져 버린다.

 "클클 한놈은 갔고, 이제 네 놈만 남은건가? 너도 곧 저놈 뒤를 따르게 해주마"

 그때였다. 한쪽에 서 있던 세명의 노인중 하나가 상여락을 향해 말했다.

 "여락! 장난질 그만하고 빨리 끝내거라. 대체 뭐하는 짓이냐?"

 '빌어먹을 노인네! 장난질이라고? 너한테는 이것이 장난질인지는 몰라도 나에게는 중요한  것이다. 좋아 빨리 끝내주지.'

 파천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서서히 고개를 든다. 그의 눈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니?"

 순간 파천쪽으로 다가서던 상여락은 흠칫 놀래며 다가서던 걸음을 멈추고야 만다. 얼마나  심적인 격동이 심했으면 동공의 핏줄이 터져나왔겠는가? 피눈물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

 "후후후후후 그래 복수해주마. 세상을 모두 뒤집어 엎어서라도 네 복수만은 내가...... 분명히  해주마. 날 저주해라. 미안하다......"

 그가 일어서고 있었다. 눈에서 피를 흘리며 상여락을 쳐다본다. 상여락은 그런 그를 바라보 며 왠지 소름이 끼침을 느꼈다.

 '저 놈! 참으로 불길한 놈이다. 재수없는 놈이야. 빨리 죽여버려야 안심이 될 놈이다.'

 그의 결론은 참으로 간단했다. 죽이면 그 뿐이다. 파천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독고무를 다 시한번 쳐다보았다. 그의 눈은 말하고 있는 듯했다. 빨리 도망가라고......

 '그래 가마.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이 자리를 벗어나마. 너를 죽인놈들에게 죽 음을 내리기 위해서도...... 난 살아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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