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 남도맹의 혈사! (40/111)

 40. 남도맹의 혈사!

 달님도 피곤한 듯 모습을 감추고 잠이 든 시간, 남도맹의 처처에서는 사람들의일생을 마감 시키는 의식이 고요함 가운데 치러지고 있었다. 각기 다른 세곳에서동시에 벌어지는 혈풍은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중에 조용히 불었다.

 광마존은 빠르게 전각사이를 누비며 자신이 처치해야 할 사냥물들을 둘러 보았다.그의 입가 에는 흡족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이제 곧 시작될 성스런(?) 작업에한없는 기대감으로 충 만되었다. 그의 허리에는 석자의 검이 매달려 있었으나 뽑지않았으며 오로지 두 손으로 골 육을 헤집고 다녔다.

 남도맹의 맹주전인 사자전(獅子殿)주위는 그의 몫이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비교적 고수들 이 배치되어 있었지만 광마존이 보기에는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았다.문제는 지존의 명대로  살인의 흔적이 남지 않아야 하고 시체가 될 수 있는 한, 늦게발견되도록 잘 처리하라는 것 인데 그는 그것을 아주 손쉽게 해결하고 있었다.

 "누, 누......"

 어둠속에서 하얀이가 드러난다 했었는데 이미 상대의 손은 자신의 머리를 깨부순다.소음도  없었다. 눈에서 뒤통수까지 사선으로 경사진 통로가 퀭하니 뚫려 버렸고 주위가 시커멓게 타들어가 있었다. 피와 뇌수조차 흘러 내리지 않는 깔끔한솜씨였다. 풀숲 에 숨어 있는 자는 풀숲에서, 지붕위에 엎드려 있던 자는 여전히 엎어진 채 움직일 줄 모른다. 차라리 이렇게 은잠하고 있는 자들을 해치우는 것은골치 썩을  일이 없었다. 일정한 시간간격을 두고 사자전 주위를 도는 놈들이문제였다.

 "이제 이 밤이 지나면 시작되겠군."

 "후후 남도맹이 우리에게 넘어오는 순간이지."

 삼인이었다. 그들은 순찰을 담당한 자들이었고 사자전 주위를 경비하는 자들중에는그래도  비교적 상위의 인물들이었다.

 "휘익"

 그중에 하나가 휘파람을 불었다. 그런데도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응?"

 그가 휘파람을 불면 주위의 매복자들이 신호를 보내게 되어 있었다.

 "휙 휙"

 ......

 "이것...... 아무래도 무슨 변고가?"

 그 중의 하나가 이 말을 막 끝내며 호각을 꺼내려 할 때였다.

 "우두둑"

 "컥"

 한명의 동료의 목이 옆으로 꺾인 채 축 늘어진다.

 "누, 누"

 벌려지는 자신의 입안으로 무엇인가가 쑥 들어와 박혔다. 광마존은 한명의 목을꺾어버린뒤 에 그자의 검으로 검집채, 소리치려는 자의 입안에 쑤셔박았고 그 모습에놀라 모든 몸의 기 능이 정지해 버린 또 한명의 사내의 목을 따 버렸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소리.

 "이건 사자전의 쓰레기들을 모두 해치운 기념이다."

 그는 얼마전까지 사내의 몸통에 붙어 있던 머리통을 손위에 올려 놓고는 던졌다가는받곤 했 다. 그 얼굴은 아직도 죽는 순간의 공포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다음은 장로원 쪽인가?"

 광마존은 죽은 세명의 시체를 숲속에다 던져 놓는 것을 잊지 않았고 그의 손위에있던 머리 통을 휙하고 허공중으로 던졌다. 그 머리는 정확하게 나무꼭대기의 가지에꽂히더니 바람이  불때마다 함께 흔들렸다.

 ★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은 빛이다. 지금 그 빛만큼이나 빠른 검에 죽는 자들이있었다. 흔적 도 없이 다가와 상대가 느끼기도 전에 찌른다. 상처는 작은 혈흔하나!

 그것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하다. 검에 관한한 천마교여중제2고수라 고 해도 과언이 아닌 단장화의 솜씨였다.

 그녀의 검술은 거의 예술의 경지에 다다라 있었다. 그녀가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빠름, 즉  쾌검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검을 검집에 꽂은 채 발검을 한다. 한번에 한명씩 어김없이 목숨줄을 놓는다. 검강을 3장이상 발출할 수 있는 인존마에 올라있는 그녀 였지만 그녀가 검을 쓸때는 은은하게 검강이 검신을 감쌀뿐 필요없이 많은진력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녀의 손은 섬세하고 민감했고 어떤 자세에서도 가장 빠른 직단의 검로를 택한다.그리고  한점의 홍화를 피워내며 상대는 절명하는 것이다. 그녀는 수십종의 검법을익히고 있었고 알 고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버린 상태나 다름 없었다. 형식에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있었 기에 지금의 그녀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남도맹의 18개 도대 중 최고를 꼽으라면은 천웅비도대(千雄飛刀隊)를 꼽고 그들중의 제일고 수는 단연 대장인 초광쾌도(超光快刀) 강헌성(姜憲成)이라는데에 이의를제기하는 사람은 많 지 않다. 그는 우연히 고대의 마도도법중 하나인수라쾌참도법(修羅快慘刀法)를 얻게 되었고  그것을 익히는데 투자한 시간이 무려28년째였다.

 그가 아무리 둔재라해도 대성은 몰라도 9성이상의 성취는 이룰 수 있었을 것이고 이도법은  빠르기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도법이었다. 그런 그가 생애에 있어 이렇게긴장 해 본적이  있었던가? 그는 우연히, 정말 우연히 침입자를 발견할 수 있었고그자가 맹내의 고수를 살해  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뒤를 밟았다.

 가냘퍼 보이는 몸매로 보아서는 여자가 분명해 보였으나 조금전의 무시무시한장면을 보았는 지라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온몸에 팽팽한 긴장감이느껴졌다. 그는 흥분되었다. 정 말 간만에 고수를 만났다고 생각이 든 것이다.그러나 그는 너무나 운이 없는 사내였다. 호 기심을 억누르고 다시 되돌아 가서,최소한 맹에 비상이라도 걸었다면은 어쩌면 그는 한직급 정도는 출세할 수도 있었을것이다. 그런데 그놈의 호승심이 뭔지?

 "서라"

 상대는 전각과 전각을 잇는 소로의 중간에서 약간 벗어난 숲에 서 있었다. 그리고그녀는 아 무런 움직임도 없었고 심지어 등을 돌리지도 않았다. 이미 강헌성의손에는 자신의 애도가  꽉 쥐어져 있었으며 그것을 확인하자 몸을 굳게 하는긴장감을 억누를 수 있었다. 마음이 놓 인 것이다. 최소한 내 손에 도가 쥐어져 있는한 어이없는 죽음은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 다.

 "넌, 누구냐? 누군데 야심한 시각에 맹의 고수들을 척살하고 다니느냐? 돌아서라"

 "미련한 놈!"

 그 말이 끝이었다. 그녀는 그의 말대로 몸을 돌려 세웠고 3장간격의 거리를 단숨에단축하는 가 했더니 무엇인가가 번쩍했다. 그것뿐이었다.

 "마......말......도 안돼..어찌......이런 ......쾌검......"

 그는 도한번 휘둘러 보지 못한 것이 억울했던지 눈도 감지 못하고 쓰러져 갔고 그의이마에 는 예의 혈화가 피어 있을 뿐이었다.

 "넌, 참 운도 지지리도 없는 놈이다. 살인 대상에도 올라있지 않은 놈이 죽음을자초하다 니...... 따라와도 모른척 했거늘......"

 그녀는 그의 시체를 대충 쑤셔 박아 놓고는 또 다시 작업(!)을 하기 위해서 몸을돌려 갔다.

 ★ 광마존이나 단장화에게 죽음을 당하는 것도 비참하겠지만 지금 여기 이 사람에게찍혔다는  것 만큼 불행한 일이 또 있을까? 천마지존 파천! 천마서생으로 옥면신룡으로 무림오천중 2천에 한꺼번에 등재된 사나이였지만 정작 그의 진정한신분이나  실력이 강호인들이 상상 할 수 없는 경지에 까지 올라 있는자! 그는 무림절대자의 길을 걷 고 있는 풍운아 파천이었다.

 그는 따분하다는 표정으로 경비가 가장 삼엄하고 사공(邪功)을 익힌 자들이 많이포진된 천 향각 주위를 서성이고 있었다. 그는 그 앞에서 팔을 뒷짐지고 왔다갔다하고 있었음에도 누 구하나 그를 발견하는 자는 없었다. 참으로 고금에 다시 없을괴사였다. 그는 지금 시간을  재고 있었다. 광마존과 단장화가 임무를 훌륭히 끝내고숙소로 귀환 할 시간을 계산하고 있 었다.

 처음에는 자신도 그 둘처럼 어둠가운데 숨어 암전을 쏘는 방법을 택하려 했으나 영탐탁치가  않았고 이왕이면은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법으로 선회한 것이다. 다른곳과는 달리 이곳 천향 각에 있는 놈들은 따로 구분할 필요 없이 모두 척살대상이다. 300명이나 되는 놈들을 일일 이 하나씩 죽이고 시체를 처리하는 것 보다는한꺼번에 쓸어 버리고 발견할 만한 사람을 아 예 없애버리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왔다갔다 하던 파천의 몸이 딱 정지 되었다.

 '지금쯤이면 끝났겠지? 좋다. 이제 시작이다...... 날 원망하지 마라. 어차피무림이란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이상에는 약육강식의 생존법률에 스스로따르겠다는 의미! 너희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가는 길에너희가 있을 뿐이고, 그래서 나는 길을 가기  위해 너희를 치우는 것 뿐이다. 사람이사람을 죽인다는 것! 할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썩 기 분좋은 일은 아니군......

 최대한 고통을 느끼지도 못하게 죽여주마. 이것이 너희들에게 베풀 수 있는 최대의자비다.'

 스스스스

 파천은 바람결에 몸을 싣고 서서히 그들 가운데로 다가갔다.

 "저, 저게 뭐지?"

 처음 그것을 발견한 자는 독수괴랑(毒手怪狼)이라는 자였고 그는 그 아름다운광경을 홀린  듯이 쳐다본다. 각기 다른 곳에 있는 300여명도 이 순간 똑같은심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 다.

 파천의 손에서는 형용할 수 없는 빛들이 쏘아져 나갔고 그것은 서서히 검의 형상을한다. 여 전히 그의 몸은 보이지 않았기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허공중에 빛나는검이 떠 있는 것 으로 여겨졌고 너무나 눈이 부시고 아름다웠다.

 후웅

 공기를 가르고 지나가건만 그것은 거의 소리를 내지 않았다. 공중에 떠서 부영하는듯 움직 여 갔으며 사람들이 숨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휩쓸어 버린다.

 독수괴랑은 너무나 아름다운 빛이 눈속으로 빨려 든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는 그느낌을 그 대로 간직한채 지옥으로 달려 갔다. 비명도 없었다. 검이 지나간 자리에는흔적조차 남지 않 았으며 상처도 없었다. 그냥 잠을 자듯이 쓰러져 갈뿐이었다.

 반각정도가 흘렀을까? 더 이상 허공중에는 빛이 떠 돌아다니지 않았다.

 -파천. 대단하구나. 무형검의 경지가 더욱 원숙해 진 듯 하니, 확실하게 초마의정경에 들었 군.

 [그런가? 나에게는 사람을 좀더 손쉽게 죽일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한 것 같다.자연검, 우주 검에 들어간다고 해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군. 아무리뛰어난 진경에 들어간 다 해도 사람을 죽일때는 살인검에 지나지 않는다. 철검으로살을 가르며 찌르든 무형검으로  죽이든...... 사람이 죽고, 내가 죽인다는 사실에는변함이 없지.]

 파천은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몸을 돌려 사라졌다.

 ★ 남도맹 사상 이렇게 소란스러운 적은 팔봉이가 남도맹에 들어온 이래 처음이었다.무림맹에  일단의 무사들이 출정할 때도 이렇게 소란스럽지는 않았고 십여년전인가?

 무창의 변두리에 자리하던 홍학문인가를 섬멸할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팔봉이는남도맹의 식 사를 담당하는 외청의 허드렛일을 하는 하인이었다. 그는 새벽에일어나면 물을 길어와서 끓 이는 것이 첫 일과였다. 그가 열 번째 물동이를 솥에다부을 때였다.

 "호르르륵"

 "살인이다."

 "침입자다"

 그는 그 고함소리에 붓던 동이를 놓쳐서 발을 찍고 물을 쏟고 그 아픔에 눈물을찔끔 흘렸 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

 "이런...... 씨버럴"

 ★ 어둠이 절반쯤 지배하고 있는 밀실이었다. 밀실이라기 보다는 지하광장이라는표현이 어룰릴 만큼 넓은 곳이었고 곳곳에 야명주와 기름등잔이 자리하고 있었으나어둠을 모두 걷어내지는  못했다. 그곳에 일단의 인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모두 몇 명이지?"

 "지금까지 찾아낸 인원만 671명입니다."

 "671명?"

 한 동안 침묵이 무겁게 깔려갔고 어떤 소리도 삼켜 버릴 듯이 칙칙했다. 침묵을무참히 찢어  발기며 한 소리 침음성이 뱉어진다.

 "으음! 대체...... 어떤 놈들이란 말인가? 후우......"

 "대총사께는 이미 보고를 올렸습니다."

 그 말에 한 숨을 토해내던 인영은 흠칫 놀람을 나타냈다.

 "......그래야 겠지. 아마도 문책이 내릴 것이다. 사우 네 생각에는 누구의짓이라고 생각되 나?"

 "......모르겠습니다."

 그들 앞쪽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길쭉한 나무상자 사이를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그것은  관이었다. 지하광장의 대부분을 빼곡이 채우며 수백개의 관이 자리하고있었고 그곳에는 어 김없이 한구의 시체가 자리한다.

 관 사이를 오가던 사람들은 시체를 만지거나 배를 갈라보기도 했고 무슨 액체인가를들어 붓 기도 한다. 또한 예리한 칼로 상처부위를 도려 내기도 했다. 그리고는 연신서책에다 작은  글씨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적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사우는 눈 앞의 여인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오늘부터 시작 될, 비무는 어떻게 할까요?"

 "...... 차질없이 진행한다. 대총사의 문책을 조금이라도 면해보는 길은 그것이라도차질없이  완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우리가 쌓아 온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 다. 대사형이 좋아하겠군. 소식을 들었다면...... 아마도지금쯤 우리를 비웃고 있으리라."

 그녀는 입술을 짓씹었다.

 "추마(醜魔)!"

 "네, 영주!"

 추마란 인물이 저 멀리서 관속에 누워 있던 시체들을 조사하다가 그녀의 부름에뛰어온다.

 "그래 조사해보니 어떻더냐?"

 "아직은...... 조금 더 조사해 봐야 하지만...... 몇가지 사실이 밝혀 졌습니다."

 "무엇이지?"

 "첫번째! 시체가 정확하게 세종류로 구분이 됩니다. 그 하나는 미간에 혈흔을남기고 죽은 시 체가 162구이고, 머리에 구멍이 나거나 비틀려지거나 깨어진자가205명입니다. 그리고 아무 런 상처없이 죽은자가 304명입니다."

 "아무런 상처가 없어? 독살인가?"

 "그것은 아닙니다. 먼저......"

 상대가 말을 중간에서 막자 그는 은근히 짜증이 났다. 그렇지만 상대는 지고한신분의 영주 가 아니던가? 그는 내색치는 않았으나 말을 하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져있었다.

 "미간에 혈흔이 난자의 상처는 아주 미세한 병기에 뚫렸거나 검강으로 입은상처입니다. 더 군다나 더욱 놀라운 것은 안을 절개해 보았더니 그 깊이가일정하였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적을 사정거리에 두고 한번에 죽이는 수법을 즐겨쓰는 자로서, 쾌검을 구사하는 자일 가능 성이 높습니다.

 시체중에는 천웅비도대 대주인 초광쾌도 강헌성이 끼어 있었습니다. 시체가 발견 될당시에  그는 도를 움켜쥐고 있는 상태였고 굳은 관절의 형태로 봐서도 채 도를휘둘러 보지도 못하 고 죽은 것 같습니다. 이것만 보아도 흉수가 얼마나 빠른 쾌검을사용하는지를 알게 해 줍니 다. 그리고 검이 들어갔다 나온내부는 미세하게 그을려있는 것으로 봐서는 검강을 사용할  정도의 내가고수입니다."

 "그럼 미간에 혈흔을 남기고 죽은 시체들은 모두 한 사람의 작품이라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저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그 깊이와 폭과 흔적을 면밀히 조사해봤으나 거 의 일정한 것이 한사람의 솜씨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길이......"

 "대단한 녀석이군...... 다른 시체들은?"

 "또 한종류의 시체들은 머리에 구멍이 난 것이 가장 많았고 아예 부숴버리거나뽑아버리거나  심장을 터트리는 등의 아주 과격한 살인수법을 쓰는 자에게당했습니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나무에 걸려 있던 시체의 머리였는데...... 그것은여러정황이나 흔적으로 보아 검집채 휘둘러  자른 것이었습니다.

 검집의 투박한 면으로 쳐서 그렇게 예리하게 절단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할수 없는 고 수라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머리에 구멍이 나 있는 경우에도 설사 검강을시전한다 해도 미 세하게 살이 밀려나거나 살결이 찢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사온데이자는 손으로 뚫으면서도  절단면이 아주 깨끗합니다. 감히 속하가 상상할 수 없는경지의 고수입니다."

 "또?"

 그녀는 부르르 몸을 떨고 있었다.

 "나머지 304구의 시체는 제가 검시관으로만 30년이 넘었사온데...... 이런 시체는처음입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자연사입니다."

 "뭐라고? 304명이 한날 동시에 자연사했다는 말이냐?"

 "그것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시체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고 108가지방법으로 조사 해 봐도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했습니다. 굳이 설명하자면.....심장마비정도이겠지요."

 자신이 말 해 놓고도 그는 그 말이 얼마나 황당한지를 알기에 마지막 음성은기어들어갔다.

 "혹시...... 음공(音功)은 아닐까?"

 "아닙니다"

 그는 확고하게 부정했다.

 "음공으로 살해 된자는 혈관이 터지거나 내부장기의 손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것은 전혀  감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몇 명인지도 알 수 없겠군."

 "그렇습니다. 확실한 것은 두명의 초극고수와 정체모를 한명 이상의 흉수입니다.특히 사체의  경직정도로 봐서는 두명의 흉수의 살인 이후에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동시에 일어난 일인 것  같습니다. 이것으로 봐서는 여러명일 가능성이 높겠지요."

 "여러명이 움직였고 그들이 정체모를 수법을 사용했다? 그것도 지척에 있는 내부의고수들이  알지 못하게? 어딘가 맹점이 있군...... 알았다. 수고했다. 계속 조사해보고 특이한 사항이 발 견되면은 즉각 알리도록"

 "네, 알겠습니다. 영주!"

 천향옥봉은 사우와 함께 그곳을 나왔다. 여전히 면사로 가려져 있어 얼굴표정이어떤지는 알  수 없었다.

 ★ 남도맹의 지난 밤 혈사는 그들이 극도로 보안을 유지했음에도 이미 남도맹에체류중인 무림 고수들의 귀에 들어갔고 이것을 놓고 여러 가지 억측이 난무했다. 이사건은 이번의 남도맹 의 결정과 더불어 점점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엄청난 변고에도 불구하고 남도맹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비무대회를 예정대로개최하였 다. 이미 준비되어 있는 비무대 주위로는 수많은 군웅들이 몰려 들었다.

 무림맹과 정도대문파의 무림명숙들을 위해 비무대 앞 중앙상단에 차양이설치되었으며 그곳 에는 스무개 정도의 좌석이 마련되었다.

 사람들은 비무대 주위에 몰려 서서는 과연 어떤 식으로 비무가 진행될지에 관심을쏟고 있었 다. 이미 예정시간인 미시를 넘기고 있었으나 상단의 귀빈석에는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오늘 오전에 급속도로 퍼져나가 모든사람이 알고 있는 남도맹 혈사로 인해  늦어지는 것이라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대협, 이리로 가시죠."

 남궁혁련의 안내를 받으며 파천은 담담한 표정으로 비무대쪽으로 발걸음을 옮겨갔다. 그들  일행중에는 광마존등의 천마교 인물들과 남궁혁련의 일행 10여명도함께했다. 그들이 모여  서 있는 군중들의 틈을 헤집으며 앞으로 나가려 하자, 몇사람이 뭐라고 투덜대는 소리가 들 렸다.

 "아, 이것 보시오? 이 복잡한데서 밀고 들어오면은 어떡한단 말이오?"

 장한은 그 말을 뱉으며 뒤로 돌아서다가는 파천일행을 보고는 슬그머니 자리를피한다. 그들 의 모습을 보고는 모두 영기발랄한 정도대문파의 후예들임을 알아챘기때문이었다. 결국 이 런 식으로 제일 앞까지 나올 수 있었으나 결국 서서 구경을해야 할 판이었다.

 "이것 대협같으신 분이 이런데 서서 구경하시면...."

 "아. 괜찮소. 좀 서면 어떻겠소?"

 파천의 대답에 남궁혁련이 미안해 한다. 상단의 좌석은 20개정도였고 파천은 거기에앉기에  충분하였으나 자신들로서는 거기에 앉을 자격이 안되기 때문이었다. 이들은물론 차기 오련 회의 수장들이 될사람도 있었고 화산파 장문인의 제자들도 있었지만상석에 앉기에는 배분이  낮았다.

 자신의 위치가 무림에서 어느정도인지를 알아 보려면 이런 무림대회를 가보면 알 수있다. 

 각무림대회에는 공증인이 있고 초청된 인사가 있다. 이외에도 대문파의수장이나 장로정도는  되어야 귀빈석에 앉을 수가 있다.

 그들이 도착하고 나서도 일각정도가 지나고서야 귀빈석쪽으로 사람들이 나타난다.

 저마다 풍모가 뛰어나고 기도가 엄밀한 것이 무림의 명숙들이 분명했다. 그들이나타나자 군 웅들에게서 함성이 터져 나온다. 그들 중에는 파천도 몇 번인가 본적이있는 인물도 보였다. 

 한명이 비무대 중앙으로 올라섰다.

 나이가 80은 되어 보이는 노고수였다. 그가 바로 장로원주인 천인환도(天印幻刀)구령진(具 令進)이었으며 남도맹 서열2위의 명망있는 고수였다. 파천도 그를북검회에서 열렸던 정도대 연에서 본적이 있었다. 그가 비무대위로 올라서자 하늘을떨어 울리는 함성이 터져나온다.

 "구장로님이시다."

 "천인환도다."

 "와아"

 "빨리 시작하시오"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계속되자 그는 손을 들어 그들을 진정시켰다.

 "지금부터 남도맹 소맹주를 뽑는 비무대회를 개최하겠습니다. 이미 무림에공표된바와 같이  이번 비무대회의 우승자는 다음대의 맹주가 되실뿐만 아니라,맹주님의 제자이자 수양따님이 신 천향옥봉 소저와 혼인을 하게 됩니다. 이 대회는맹주님이 친히 주관하여야 마땅하나 맹 내에 일이 있으셔서 제가 대신 대회를주관하겠습니다. 그럼 비무대회를 개회합니다."

 징 징 징

 징소리가 울려 퍼지자 비무대 주위는 또 다시 소란스러워진다.

 "비무 방법은 누구든 대위로 오르셔서 5번을 연속적으로 이기면 우승자가 되는것입니다. 이  대회의 공증은......"

 그가 주위를 돌아보다 파천과 눈이 마주친다.

 "아니......문대협 아니십니까?"

 그 말을 하고는 대아래로 뛰어내려 곧 바로 파천에게로 다가온다.

 "왜 여기 계십니까? 어서 단상으로 오르시지요."

 "보다시피 일행들이 많아서 말입니다. 보아하니 자리가 한정되어 있어 나혼자거기에 앉기가  그래서 그렇습니다."

 "무슨 말씀을? 자리야 또 만들면 되지요. 어서 오르십시오. 문대협같으신 분이본맹에서 푸대 접을 받았다는 소문이 난다면 저희로서는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닙니다.자, 어서 오르십시오."

 그는 못 이기는척 하며 그를 따라 단상쪽으로 걸어갔다. 남도맹 장로원주이자전대의 노고수 인 천인환도가 극진히 앞장서서 파천을 모셔가자 사람들의 얼굴에는의문이 스쳤다. 그가 단 상쪽으로 가자 거기 있는 사라들이 분분히 자리에서일어서서 인사를 한다. 그 모습에 군웅 들의 호기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 구장로가다시 비무대위로 올라서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잘 생긴 공자에게서 떠날 줄을 모른다.

 "오늘, 이 자리를 빛내주시기 위해 오신 귀빈 한분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무림오천 중의 일좌를 차지하고 계신 옥면신룡 문윤대협이십니다."

 "뭐?"

 "옥면신룡?!!"

 "우와"

 "옥면신룡"

 "문대협!!!"

 "와 와"

 사람들의 함성은 도가 지나치다 할 정도로 거세었고 또한 멈출줄을 몰랐다. 파천은그 반응 에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들어보인다. 한참을 진동하던함성소리가 구장로의  손짓에 멈추었으나 여전히 그들은 옥면신룡에 대해서 서로들얘기를 나누는 모습들이었다. 

 조금은 어수선하고 산만한 분위기였으나 천인환도는개의치 않고 할 말을 마저 하고 있었다.

 "오늘 대회의 공증인은 옥면신룡 문윤대협께서 맡아주시겠습니다."

 "우와 옥면신룡 만세"

 "만세 만세 만세"

 때 아닌 만세삼창이라도 하려는가? 사람들의 입에서는 만세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군중은 영 웅에 목말라 있는법이다. 옥면신룡이야말로 영웅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갖춘 선망의 대상 이었다. 나이 이제 약관에 무림의 기라성같은 노고수들을 제치고당당히 이 시대 중원 무림 의 최강자라는 무림오천에 오른자!

 과연 무림명숙중에 이정도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랴? 원래이런 무림 대회의 공증인은 참가한 무림명숙들중에 가장 명망있고 배분이 높은사람이 맡는 것이 관례 였고 이 중에서, 아니 무림에서 옥면신룡보다 배분이 높은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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