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 수하로 거두겠다. (24/111)

 24. 수하로 거두겠다.

 "광마존, 당신은 그것 때문에 여기 이렇게 남아 있는 것이요?"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가보았자 또 다시 부딪힐 것은 불을 보듯 뻔한일이기에...... 아예  여기서 뼈를 묻을 작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더 큰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내 말이 틀렸소?"

 "사실은...... 제 자신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 했습니다. 이곳 조사실은 역대 대종사들과 그 후 예들만이 입실허용이 되어 있었지요. 한때 저는 제 자신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 자부하던 때 가 있었습니다. 그 자부심이 여기서 산산이 무너진 것입니다. 천마조사님의 무학에 비하면  너무나 일천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것이죠. 그래서 당장에 끓어 오르는 노화를 삭히고 여기  눌러 앉았습니다. 천마조사의 무학을 근본으로 해서 역대 대종사들의 무학을 섭렵해 가면서  극마경에서 초마경으로 올라 설 수 있었고 그제서야 천마교를 내 수중에 넣을 자신이 생겨  났지요. 바로 그때 천마조사님의 글을 읽게 되고 제 무공에 대한 회의가 들었습니다. 지금 껏 내가 지닌 것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가를 깨닫게 된것이지요. 정말 열심히 수련했 습니다. 여기 있는 50년 동안 오로지 무공일도에만 전념했건만 어찌 된 연유인지 초마의 정 경의 단계는 밟을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그대는 계속 이곳에 있을 참이요?"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더 이상 가치있고 의미있는 것은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무것도  흥미를 느낄 수 없으니......"

 "내가 그 의미를 부여 해 주겠소."

 "네?"

 "난 그대가 필요하오. 그대의 능력이 필요하오. 날 좀 도와주시오"

 "지......지존"

 "난 말이오. 천마교의 힘을 바탕으로 무림제국을 건설하는 것이 꿈이오. 절대강자가 되고 싶 소. 지배하고자 함이 아니오. 그것은 솔직히 관심이 없소이다.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이기에  도전하고 싶은 것이오. 물론 내 뜻이 옳지 않을 수도 있소. 그렇지만...... 한번쯤 도전하고  싶고 성취하고 싶을 뿐이오. 어떻소? 날 따라 가지 않겠습니까?"

 파천은 꿈을 꾸고 있었다.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이기에 더욱 절실했다.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 버린 꿈을 버리고는 세상을 바라 볼 용기가 나지 않기에 이리도 집착하는 것이리라. 

 광마존은 망설이고 있었다. 젊은 패기와 야망으로 똘똘 뭉친 사내! 약관의 나이에 초마의  경지에 들어선 자! 천마조사의 진전을 완전히 이어받은 천마지존이 자신에게 부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쓸모 없다고 여겼는데...... 그가 날 필요로 하는 것이다. 파천의 얼굴에 는 진심이 서려 있었다. 광마존은 그것을 느낄수 있다.

 "......좋습니다. 미력하나마 지존을 보필하여 그 꿈을 이루는데 일조를 하겠습니다."

 "고맙소!"

 파천은 광마존의 두 손을 움켜 잡았다. 부여 잡은 손길에는 사나이의 뜨거운 정이 흐른다. 

 이곳은 천마비고의 조사실이었다.

 ★ 아무도 요 며칠 사이에, 천마교 내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음은 알지 못했다. 사람들의 관심 은 며칠 앞으로 다가온 혈마와 적양마의 비무에 쏠려 있었다. 앞으로의 천마교의 운명을 결 정지을 대사이기에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런것과는 상관없이 사람들의 관심밖에서 홀 로 분주한 사나이가 있었다. 두사람의 청년이 매화숲을 거닐고 있다. 한명은 너무나 준수하 여 어디에서도 두드러질 용모의 소유자였고 또 한명은 냉막한 인상의 삼십대 초반의 사내였 다. 약관의 준수한 청년이 삼십대의 장한에게 말을 건넨다.

 "광마존! 어떻소? 50년만에 바깥바람을 쏘이니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지존! 세월이 흘러도 이곳은 여전하군요."

 "태상과 좌우호법이 놀라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어땠소? 아직도 앙금이 남아 있소?"

 "아닙니다. 모두 잊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인걸요...... 지존! 천마환을  끼어 보시니 어떻습니까?"

 "뭐 별다른 것을 못 느끼겠는데...... 생긴 모양이 좀 특이한 반지라는 정도요"

 파천의 오른 손에는 반지가 끼어져 있다. 시커먼 윤기가 흐르는 묵오강철(墨烏鋼鐵)로 만들 어진 환이었다. 반지의 표면에는 아수라가 새겨져 있는 것 이외에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 었다. 그러나 이런 그의 생각은 천마의 설명을 듣고 금새 수정되어야 했다. 천마의 말에 의 하면 반지에 강기를 주입하여 던지면 무엇이든지 파괴할정도로 강력한 암기가 되며 아무리  강한 호신강기도 종잇장처럼 뚫고 지나간다지 않은가? 또한 수화불침(水火不侵)의 신묘가  있으며 독에 중독되어도 이것을 물고 운기를 하면 금새 해독이 된다고 한다. 물론 아직 그 것을 시험해 볼 기회가 없어 전부 믿을 수는 없었으나 보통의 반지는 아닌 것이 분명했다.

 "지존! 지금 어디로 가시는 것입니까?"

 "12마리의 사냥개를 포획하러 가는 길이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하하......가 보면 아오"

 매화숲은 길게 이어지고 있었고 작은 소로는 등성이를 타고 구불구불 휘어져 간다. 간간이  주위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야생화의 향기가 그렇게 청량할 수 없었다. 야트막한 능선을  넘어서자 저 멀리 오두막이 한 채 보이고 그 앞으로는 냇물이 시원스럽게 흘러간다. 오두막  앞에는 여러명의 인물들이 마당에 나와 술을 들고 있다. 대부분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중 반으로 보였다. 파천과 광마존이 그곳으로 다가가자 그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집중된다.

 모두 다섯명이었다. 인상들이 특이하고 강렬하여 한번만 스쳐보아도 잊지 못할 것만 같았 다. 파천은 태상의 말을 떠 올려 본다.

 (주군! 그들은 후기지수들 중에 제일 뛰어난 녀석들입니다. 장차 본교를 반석위에 올려 놓을  녀석들이지요. 적양마가 몇 번이나 그들을 회유해 보려 했지만 오로지 무도에만 심취해 있 는 녀석들이라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들을 얻으시면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것입니다. 

 12명은 서로 친분이 돈독하여 호형호제하는 사이들입니다. 그들은 교내의 정치적인 문제엔  관심도 없지만 무공에는 거의 광적인 녀석들입니다. 성격이 독특하고 괴팍하나 심지가 굳어  한번 마음을 얻으면 변치 않을 녀석들입니다. 그 중에 넷은 북궁의 성을 쓰고 셋은 구양, 

 담대가 둘, 야율이 셋입니다. 그들을 얻으시려면 그들보다 강하다는 것을 심어주는 것도 중 요하나 먼저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12마공자! 난 너희들이 필요하다. 너희같이 강하고 젊은 패기의 고수들이 필요하다. 너희들 을 얻어야만 천마교를 얻을 수 있다면 몇 백번이라도 수고를 마다하겠느냐?'

 "형씨들! 술들 드시나 본데 우리도 합석하면 안 되겠소?"

 파천에게서 나온 말이었다. 다섯명의 청년들은 그 모습을 보더니 어이없어 하는 기색이 역 력했다. 이곳 천마교에서 자신들이 모르는 핵심 고수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천마교는 교주가 있었을 때만 해도 직제가 엄격했다. 모든 교내의 인물들은 18세가 넘 으면 의무적으로 조직에 가입되고 그 능력에 맞는 직위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호법과 장로 체제 이후로 조직에 가입되어 있는 자들은 전체 천마교도들 중에 절반도 안 되었다. 조직이 래 봐야 천마교의 네 기둥인 4마존의 직속 부대가 있었고 4마후가 거느린 조직이 있다. 이 들 8명에게 속한 교도들은 총6000명이 조금 넘는다. 그 외에 장로원과 호법원 직속의 부대 가 있었으나 상설 조직이 아니었고 유사시에 편제되게 되어 있다. 4화는 약간의 수하들만  지니고 있었으니 조직이라 할 것도 없다. 이런 이유로 전체적인 일정한 직제가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천마교의 가장 큰 전통중에 하나가 강함을 숭상하는 것이다. 그래서 후기지수들 중에 최고의 고수들인 12마공자나 4화 앞에서 감히 하대를 청하는 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 다. 그런데 전혀 얼굴도 알려지지 않은 낯선자들이 자신들에게 동석을 청하니, 그들로서도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다섯명중에 하나가 자리를 권한다.

 "거기 앉으시오."

 "하하 고맙소. 그런데 이것 자리가 하나 모자라는데......"

 그래서 어떡하라고?

 "아무래도 형씨들중에 하나가 자리를 양보해주면 어떻겠소? 내가 보기에 그것이 손님 접대 의 도리일 것 같은데......"

 "후후 너희들 누구지? 우리가 누구인지 모르지는 않을 것이고...... 누가 시켜서 이런 짓을  하는거냐? 얼굴도 처음보는 것들이고...... 시비를 걸러 왔으면 확실하게 해라."

 말을 하는 이는 파천만큼이나 잘생긴 사내였다.

 '아마도 저 놈이 옥기린(玉麒麟)인가 보군'

 "시비? 형씨...... 그 무슨 섭섭한 소리를? 난 너희들에게 시비를 걸러 온 것이 아니다."

 파천의 하대에 장내의 인물들의 낯색이 금새 변한다. 보기에 이제 약관에 불과해 보이는데  이 중에 가장 나이가 어린 옥기린만 해도 28세였다. 더군다나 자신들에게는 4마존이나 4후 들조차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이중에서는 가장 연장자인 귀랑(鬼狼)이 음침한 시선으로 파 천을 쏘아본다.

 "그럼 무엇하러 왔지?"

 '호 이것봐라? 이정도면 득달같이 달려 들줄 알았더니 보기보다 참을성들이 많군'

 "너희들을 수하로 거두기 위해서 왔다."

 서로의 얼굴을 찾는다. 그리고 터져나오는 소리

 "하하하하하 참으로 재미있는 놈이구나"

 "푸하하하"

 "허허허허"

 옥기린이 파천을 응시하며 아직도 눈가에 웃음을 지우지 않고서 점잖게 타이른다.

 "꼬마야! 가서 엄마 젖 더 먹고 오너라! 애들이 어른들 틈에 끼어 함께 놀려고 하면 안된다. 

 알았지? 응? 아이고 착하다 우리아기!"

 "푸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풋. 노는것도 유치하군. 그런데 어떻게 너희들이 12마공자라고 불리는 지를 모르겠단 말이 야.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니 그 눈은 빼서 개에게나 주거라."

 "뭐! 뭐라고? 근데 이 녀석이......"

 그제서야 그들의 얼굴에 살기가 피어 오른다. 그러나 누구하나 출수를 하지는 않았다. 그들 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파천과 같은 자와 손을 섞는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여겨졌기 때문이 다. 자신들은 최소한 천마교내에서 순수한 무공실력만으로 따진다면 40위권안에는 충분히  들어간다. 그런데 이 어이없는 놈은 외견상 보기에도 전혀 상승의 무공을 익힌 흔적이 나타 나지 않는다. 무공을 익힌 무사에게는 은연 중 기도라는 것이 풍기기 마련이고 그것으로 상 대의 수위를 가늠하기도 한다. 상승의 고수들에게서는 그 익힌 무공에 따라 다르긴 해도 칼 날같은 예기가 은연중 풍기기 마련이었다. 특히 절정의 마공을 익히면 마기가 풍기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극마에 오르면 그것을 제어하여 상당부분 감소시킬수 있으나 전혀 드러나 지 않는다고는 볼수 없었다. 그런데 상대에게서는 마기는커녕, 그 흔한 예기도 느껴지지 않 으니 하수가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자신들에게 이리도 방약한 태도를 보이니 어이가 없었 다. 천마교내에서는 비무가 아닌 방법으로 상대를 죽이지 못하게 되어 있다. 물론 살인이  가끔 일어나기는 하나 우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탁

 "자, 여기에다 한잔 따라 봐라."

 파천은 빈잔을 탁자에다 소리나게 내려 놓으며 호기롭게 말한다.

 '후후 지존께서 저 놈들의 성미를 돋구기로 작정을 하셨군. 에구 불쌍한 놈들! 니들 전부 덤 벼 봐라. 지존의 머리카락이라도 다치게 할수 있나? 저런 것들이 어떻게...... 하긴 나도 저  나이때는 저랬겠지?'

 얼굴이 시커멓고 덩치가 산만한 배불뚝이 거한이 얼굴을 붉히며 솥뚜껑만한 손을 쳐들고 있 다. 그것을 제어하는 손길이 있었으니 얼굴이 여기저기 흉터가 많은자였다.

 "형님 잠깐 기다려 보시오."

 '처음의 거한이 흑면신수(黑面神手)고 제지한자가 수라검마(修羅劍魔)겠군'

 "좋아. 내가 술한잔 따라 주지! 그것 마시고 사라져라!"

 수라검마는 술병을 잡아갔다. 그리고는 들어 올리지도 않고 잡고만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술병에서 주전이 올라 오더니 파천이 쥐고 있는 술잔에 들어간다.

 파앙

 술잔이 주전의 압력을 못이기고 깨어지는 소리였다.

 '호! 대단한데, 주전으로 쇠로 된 잔을 깨뜨린다. 그러나 주위의 것에는 아무런 충격도 주지  않으니......'

 그랬다. 주전에 내공을 실어 쇠로 된 술잔을 깨뜨렸으나 술잔을 잡고 있던 파천의 손은 멀 쩡했고 충격도 전해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주전은 여전히 술잔의 형태로 파천의 손안에 들 어와 있었다.

 "하하 고맙다. 술을 받았으니 마셔야 겠지! 술잔이 없이 술을 마시면 주도에 어긋나니 어쩔 수가 없구나"

 스스스스

 깨어진 쇠조각들이 다시 술을 감싸고 있었다. 파천의 손에서 삼매진화(三昧眞火)가 일어나 고 새파란 불꽃은 이내 깨어진 술잔을 하나로 만들어 버린다. 쇠를 녹여 성형을 하는 그 열 기에도 술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수라검마가 보여 준 한수도 놀라운 것이었으나 파천이 보여준 수법은 그들로서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당신은...... 누구요?"

 다섯명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귀랑의 음성이었다. 눈이 찢어져 작은 눈이 있는 대로 부릅 떠졌지만 파천이 보기에는 그대로였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너희들을 수하로 삼기 위해 왔다고......"

 그들은 긴장하고 있었고 어느새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한다.

 "잘 들어라. 한 시진 뒤 다시 찾아 오겠다. 그동안 12마공자들이 이곳에 다 모여 있었으면  한다. 모두에게 전하도록......"

 그 말을 끝으로 파천은 몸을 돌려 버린다. 그가 그냥 사라져가는데도 그들은 아무런 제지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잘들어 둬라! 지존께서 하신 말씀을 가볍게 넘기지 마라! 아직은 너희들에 대해서 호의를  갖고 계시나 그것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 감히 너희가 헤아릴 수 있는 분이 아니니...... 지 존의 말씀대로 한시진뒤, 12명이 모두 모여있기를 바란다. 만약 어길시에는......"

 츠츠츠츠츠츠

 광마존의 손에서 새하얀 것이 쭈욱 뻗어나가더니 그들 사이에 있는 탁자를 가루로 만든다.

 "백......백옥마강(白玉魔剛)?"

 스스스스

 그의 몸은 사라져 버렸다.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침묵을 가장 먼저 깬 사람은 귀랑이었다.

 "분명히 백옥마강이었다. 그것도 초절정의...... 조금전의 그자만해도...... 최소한 4마존보다  약하지 않다. 대체 누구지? 우리가 모르는 사람중에 저만한 고수들이 있었던가?"

 "귀랑형! 어쩔거요?"

 "일단은...... 대형과 상의해 보자!"

 그러자 흑면신수가 발끈해 외친다.

 "뭐 이까짓 걸로 대형을 번거롭게 하려 합니까? 차라리 그냥 무시하십시다."

 "미친놈! 넌 그자의 눈을 못보았나? 수하만해도 최소한 극마지경이상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그냥 지나치자고?"

 "그래요. 이것은 대형에게 말해서 우리 열두형제가 함께 처리해야할 일인 것 같군요"

 그때까지 한번도 말이 없었던 사미륵(死彌勒)이었다. 그의 별호처럼 그는 스님들처럼 삭발 을 하고 있었고 머리에 검은 호랑이 문신을 하고 있는 특이한 자였다.귀랑의 말이 다시 이 어진다.

 "난 대형과 상의해 볼테니...... 너희들은 나머지 형제들에게 연락을 취해라. 한시진이 지나기  전에 여기서 만나자."

 "알겠소이다"

 쉬익

 스스스스

 각자 최고의 경공을 발휘하고 있다. 조용한 호수에 갑자기 던져진 돌의 파문처럼 그것은 그 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 있었다.

 ★ 파천과 광마존은 매화숲을 되돌아 나와 한적한 호수로 발길을 돌린다. 천마교 유일의 호수 는 이름이 마정호(魔井湖)라 했다. 후수이름에도 마자(魔字)를 붙여 놓은 것만 봐도 이들 천 마교도들이 얼마나 마를 숭상하는지를 알게 해 준다.

 "광마존! 그대는 가족이 없소?"

 호수의 뚝방에 걸터앉으며 파천이 뱉어내는 소리였다.

 "...... 가족이라!......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군요."

 ......

 파천은 그의 말의 진의를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세상에 가족이 없는 사람은 없겠지요. 그러나 여기 천마교에는 가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 습니다."

 "...... 무슨 말이요?"

 "지존께서도 미리 알아 두시는 것이 도움이 될것입니다. 교내에는 총5개의 성씨가 있습니 다. 단목은 이미 단맥된것이나 다름없고 나머지 네 개의 성만이 존재하지요. 그러다 보니  같은 성씨또는 가까운 친족간에도 서로 사랑을 나눕니다. 그렇다고 평생을 약속한다든지 하 는, 결혼따위를 하는 것은 아니고요. 그러다 보니 어머니는 있어도 아버지가 없지요. 그래서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아는 경우에는 아버지의 성을 따르지만 알수가 없을 때에는 어머니의  성을 따릅니다. 아이들은 15세까지 공동으로 교육시키고 훈련을 시킵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호법과 장로들에 의해서 이루어지죠. 애기가 젖을 뗄 즈음부터는 엄마의 품에서 떼어놓지 요. 그때부터 15년 간 지옥 같은 훈련이 계속됩니다. 그리고 16세가 되어 훈련원을 벗어나 게 되면 그제야 이름이 붙습니다. 인간이 되는 거지요. 그러나 그때의 아이는 이미 마인이  되어 있습니다. 오로지 무공수련이 전부인지 알고 자란 아이는 그 이후에도 평생을 바쳐 무 공일도에만 전념하는 바람직한 천마교도가 되는 것입니다. 그 아이는 처음에 이름을 받게  되어서야 자신의 아버지가 어떤 성의 소유자인줄 알게됩니다. 그렇지만 그것뿐입니다. 아버 지도, 어머니도 누구인지 알길이 없지요. 그 아이에 대한 자료는 그때 이미 소각된 뒤이니 깐요. 그 아이의 어머니가 본다고 해도 자신의 아들인지 알수가 없으니...... 그래서 천마교 에는 가족이란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단목가이죠. 단목가만은 그런  과정을 밟지 않죠. 그리고 그들은 절대 다른 성과 혼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자기들끼리 결 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7차정마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단목가의 숫자는 전체의 10분의  1정도였습니다. 상당히 많은 숫자였지요. 그러나 이제 천마교도 2만명중에 단목가는 단 세 명에 불과합니다. 만약 그들이 다른 네 개의 성과 혼인을 하였더라면 단맥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나 오만했고 또한 일반 천마교도들에게는 신성불가침의 존재 들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음...... 그런 일이 있었군..... 자네의 이름은 뭔가?"

 "제 이름은 담대추광(澹臺追光)입니다. 웃기죠? 이름들이 모두 웃깁니다. 아무렇게나 편하게  붙인 이름들이라 운이 좋으면 그나마 이름같은 것을 얻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부르기에 그 다지 좋지가 않습니다. 이름을 붙이는 것에도 일정한 법칙이 있습니다. 훈련원에 입소한 년 도를 기준으로 해서 20년 주기로 돌림자가 바뀝니다. 이를테면 제가 성이 담대이고 추자 돌 림을 쓰는 것이죠. 제 나이가 137세이니 현재 120세이상의 담대가의 인물들은 모두 추자돌 림을 쓰는 것입니다. 지금 장로로 있는 백면마왕(白面魔王)과 벽사신군(闢邪神君)이 같은 추 자돌림을 쓰지요."

 그의 말을 빌리면 각 성씨별로 7개의 돌림자가 있으며 20년을 주기로 돌려 가며 쓴다고 한 다. 북궁은 동(同),한(閑),강(强),성(成),주(主),사(邪),군(君)이고 담대는 추(追),우(宇),경(景),조 (造),명(命),무(武),망(望) 이며 구양은 진(眞),천(川),공(功),후(厚),빈(彬),랑(狼),호(虎)이다. 야 율은 만(滿),영(營),표(標),영(英),정(政),혼(魂),기(基)로 각기 표현한다. 야율에서 60세이상의  영과 100세이상의 영은 실제 표기는 달랐지만 비슷하여 혼동을 주기도 하고, 구양의  20-39세까지의 랑을 쓰는 사람들은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서로의 이름을 들어보면 대충 나이를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아마도 예전의 지도부 에서 정한 것 같은데 1000여년동안 전혀 바뀌지 않고 내려오고 있으니 참으로 대단하지 요."

 "참으로 편의위주의 발상이군. 천마교는 개인은 철저히 무시되고 조직이 우선시되는 곳이었 군. 내가 듣기로 모든 지위는 무공의 고하로 결정된다고 했는데...... 사제의 문제는 어떻소?"

 "사실상 사제간이라는 것도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는 스승도 없고 제자도 없지요. 15 세까지 무공의 기초를 닦아주면 그 이후로는 혼자서 자신의 무공을 연마해 나가야 합니다. 

 더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강해져야만 하기 때문에, 저마다 처절한 수련을 쌓습니다. 

 물론 특별히 제자를 두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천마비고 의 제1실인 무공실과 장로원의 측천무고(測天武庫)의 비급으로 연마를 합니다. 또한 무공의  단계마다 볼수 있는 비급의 정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항렬을 뛰어 넘는 고수가  나오기는 힘이 들지요. 가끔 나오기는 하나 그것은 극소수이고 자연히 항렬대로 편제가 이 루어지니 모든 것이 순조롭지요."

 "지금의 4마존은 그럼 광마존의 조카뻘이겠군."

 "그렇습니다. 현재의 4마존중 가장 나이가 많은 녀석이 혈마(血魔) 담대우리(澹臺宇理)입니 다. 그 녀석은 예부터 제게 숙부라고 불렀던 아이입니다. 한때는 직속수하로 데리고 있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여튼 천마교란 조직은 대단한 곳이요. 혈연으로 뭉쳐 있어 단결력이 뛰어나고 오로지 무 공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니 그 실력들이 출중하오. 거기다 인간적인 정마저 끊어 버렸으 니 그 누가 감히 천마교를 당해 내겠소? 전 무림을 상대로 싸움을 걸만한 전력임은 인정하 지 않을 수가 없군......"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7번의 무림과의 대전에서 모두 패했으니 무림의 저력 또한 대단한 것이지요."

 "그것은 천마교가 약해서가 아니라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지. 두고 보시오. 내가 도모하 는 천하는 다를 것이요. 무림은 전혀 느끼지도 못한채 천마교의 지배아래 있게 될것이 니...... 자, 이제 슬슬 한번 가 봅시다. 그 놈들이 모여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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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됩니다.

 전에도 말씀드린적이 있는데, 한번 이상 나온 단어는한문표기를 생략합니다. 이미 웬만한  단어들은 여러번 나온것이기에 생략한 것이니 이해해 주세요.

 그리고 무협소설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들이라 모두 아시리라 믿습니다.

 매일 올리는데 신경쓰느라 문장이 어색한 곳이 많습니다.

 나중에 한번에 수정할지, 아니면 조금씩 할지 고민입니다.

 많은 격려 감사하고요. 즐겁게 읽어 주시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연재 시간을 물어 오시는  분들이 있으신데 자정이후에 올립니다. 대부분 한시전에는 올라가죠. 월요일은 새벽에 올라 가지 않습니다(1.1) 아마도 오후쯤에나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예상입니다. 전, 비축분 이 없이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무지하게 힘듭니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 그럼  안녕히......꾸벅

 제 목:[연재] 황제의 검 25.한꺼번에 덤벼라! 관련자료:없음 [59473]

 보낸이:임삼열 (logos333) 2000-12-30 00:10 조회:1988

 -황제(皇帝)의 검(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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