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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천마교를 찾아라! (18/111)

 18. 천마교를 찾아라!

 군웅들은 북검회가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북검 회측은 치밀하게 조사하고 있었고, 자시(子時)에서 축시(丑時)사이의 행적이 불투명한자들을  가려내기 시작했다. 인원은 237명이었다. 물론 그 중에는 파천도 끼어 있었다. 생각보다 많 은 인원이 집계되자 북검회측도 당황하는 눈치였다. 하긴 연회에서 슬그머니 사라진 사람이  한 두사람일까 만은, 반시진 이상 자리를 비우거나 처소에도 가지 않은 사람들을 먼저 추려 낸 것이 이정도였다. 237명은 다시 한곳으로 불려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일정한 심문을 거 치고 있었다.

 "공자께서는 그 시간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셨는지와 그것을 증명할 사람이 있으면 됩니다."

 파천을 취조하는 사람은 외당의 12향주인 철검정협(鐵劍正俠) 화도위(華桃位)였다. 그는 파 천을 대함에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 역력했다. 상대가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유명인사였는 데다, 회주와 대작을 할 정도로 거물이었기 때문이다.

 "나? 나 말인가? 대답하기 싫은데...... 정 궁금하면 회주를 부르거나 최소한 군사나. 율영대 주라도 부르거라."

 너무나 당당한 태도였다.

 "저, 대협! 협조해 주십시오. 그래야 빨리 혐의를 벗으실수가 있습니다. 계속 고집을 부리신 다면 결국 의심을 벗을수가 없게 될것입니다."

 "마음대로 해라. 대체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으나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 없는 내가  무엇을 두려워 한다는 말인가?"

 더 이상 취조가 되지 않자 화도위는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그리고는 건영전(建營殿) 

 바깥으로 사라진다.

 '누가 올지는 모르나, 아무리 해 봐라.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엔 날 어떻게 할 수는 없을 테니......'

 -너 대체 어떻게 할려고 그러냐? 활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없잖아. 그냥 도망쳐라.

 [그것은 안될 말이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내가 그랬다고 실토 하는 것이나 진배없지.]

 -그러게 뭐하러 다시 돌아왔냐? 그냥 내뺄것이지......

 [기다려봐! 별일이야 있을라고, 설사 심증이 있다고 하더라도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못한 다.]

 "뭐야? 문대협이 끼어 있다고?"

 "네 그렇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취조를 담당했던 외당12향주가 아무말도 못하고 물러났답 니다."

 "그는 거물이다. 함부로 건들 수 있는 자가 아니야. 증거도 없이 섣불리 건들다가는 되려 덤 터기를 덮어 쓸수가 있다."

 회주의 말에 군사는 얼굴을 가볍게 찡그리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의심이 가는 자입니다. 그저께도 이유없이 사라져서 소란이 있었지 않 았습니까? 행적이 분명치 않은 200여명 중 가장 고수라는 점도 그렇고, 심증이 가는 자입 니다."

 "아니다. 그는 아니야. 그럴 이유가 없다. 그리고 난이와는 일면식도 없던 자였다. 어제 점 심때 한번 인사한 것이 고작이었다. 그애가 순순히 따라 나설만한자가 아니란 거지. 게다가  그는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내가 이미 그를 포섭하기 위해서 미끼까지 던져 놓은 자 이거늘...... 그는 아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범인은 벌써 빠져 나간 것으로 생각해야겠군요. 그 이외에는 변 변한 고수가 끼어 있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다. 모두 내 보내고 개봉부 일대를 더욱 조밀하게 조사해 보는 수 밖에...... 이미  개봉부를 벗어 났다면 틀린 일이고...... 하긴 어제 자시쯤에 나갔다면 이미 포위망을 벗어  났을 거다. 문대협에게는 정중하게 사과하고 내 보내도록 해라. 아니다 내가 직접 가마"

 쾅

 으악

 건영전에서 일대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물론 그 주인공은 파천이었다. 외당12향주가 군 사에게 보고하러 간 사이에 호법전의 천검전 고수가 그에게 접근했던 것이다. 그는 곧장 파 천을 윽박지르기 시작했고, 그것이 파천의 심기를 건든 것이었다.

 "이 자식이 감히 누구에게 그따위 말을 하는거냐?"

 건영전의 대청 여기저기에서 취조를 하던 자들이나 받던 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몰 리고 있었다. 천검전은 호법전 직속의 기관이었으며 1류급 이상의 고수만이 포진되어 있었 다. 인원은 1000명밖에 되지 않으나 북검회 내에서도 가장 강력한 집단중에 한곳이었다. 내 당이나 외당, 총당을 비롯한 삼당보다 상위 조직이었고 율령대를 비롯한 총감직속의 삼대보 다도 상위였으며 총사의 철기단 보다도 상위였다. 그들은 호법전의 다른 3개전인 마검, 혈 검, 수호전과 동등한 직급의 기관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북검회 내에서 나름대로 위세가 대 단한 조직이었다. 건영전의 취조를 지켜보던 천검전 백검위(百劍位:백명을 다스리는 지위)인  광한검 (光限劍) 연사무(延士武)가 파천의 일장 뒤로 나동그라지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 던 천검전의 검수들이 일제히 그에게로 짓쳐든다. 이미 그들의 손에서는 패검이 들려 있었 고 그것은 이내 파천의 온몸을 향해 찔러 들고 있었다.

 "하하 너희들이 감히 손님을 불러 놓고 살수를 펼치다니...... 나중에 회주에게 단단히 따지 리라."

 그는 양 손을 펼치더니 찔러드는 검을 그대로 쳐내고 있었다.

 땅

 따앙

 땅

 검과 손이 부딪혔다고 믿을 수 없는 소리들이 연 이어 건영전을 울리고 있었다. 그제서야  자리에서 겨우 몸을 일으킨 광한검 연사무는 고래고래 고함을 치고 있었다.

 "사정 볼 것 없다. 죽여 버려라."

 그의 소리에 더욱 용기를 얻었는지 천검전의 검수들이 더욱 기세등등하게 파천을 포위하고 서는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대부분 검기가 한자정도되는 검기상인(劍氣傷人)의 고 수들이었다. 1갑자 전후의 내공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감히 흉내 낼수 없는 실력들이었다.

 파천의 손은 여전히 공수(空手)였다. 그는 손날로 막거나 쳐내는 등의 수공만을 펼치고 있 었고 몸도 그대로 세워 둔채였다. 어찌 된 연유인지, 그들의 검은 전혀 파천을 곤란하게 만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발도 떼지 않은 채 그들의 연수합격을 거뜬히 막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바보 같은 놈들! 비켜라"

 광한검이 자신의 검을 뽑아들고는 곧 바로 파천에게로 돌진해 간다.

 "광한검법 제삼초 광한무정(光限無情)"

 새하얗게 검기에 휩싸인채 그의 검은 파천의 천돌을 노리고 찔러든다. 너무나도 신속하고  가벼운 놀림이었다.

 "후후 제법이군"

 파천의 손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주변에 빛무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는  나지막한 소리가 토해진다.

 "관음18수(觀音十八手) 적강토월(赤剛吐月)"

 소림의 진산절예였다. 붉은 색 수강이 달무리를 이루며 손에서 뿜어지고 있었다.

 캉

 "억"

 턱 턱 턱

 뒤로 세걸음이나 물러서는 광한검이었다. 그의 입가로는 미세한 혈흔이 내비치고 있었다. 

 파천의 손에서 출기된 수강과 부딪히는 순간 내부를 진탕시켜버린 것이다.

 파천은 아직도 느긋하게 서 있었다. 이제는 아예 한손을 뒷짐지기까지 한다. 그 모습을 보 고 약이 오르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이...... 이놈. 아예 사생결단......"

 "멈추지 못할까?"

 저벅 저벅

 "회...... 회주님! 천검전 백검위가 회주님을 뵙......"

 "퍼억"

 "아악"

 처참한 비명소리였다.

 자신에게 머리숙여 인사하는 수하를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죽여 버린 것이다. 그것도 머리 를 깨트려서...... 너무나 잔혹한 손속이었다. 그는 뒤에서 군사가 내민 수건으로 손을 닦고  있었다.

 "이것 죄송합니다 대협. 수하들이 안목이 부족하여 대협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용서하십시 오."

 "흠흠...... 아닙니다. 뭐 그럴수도 있지요."

 "이번일로 우리 사이에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그만 가 보셔도 됩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솔직히 불쾌한 것은 사실이나 회주께서 몸소 사과를 하시니 없었던 일 로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봐야 겠군요. 나중에 다시 뵙지요."

 파천이 널부러져 있는 시체에 슬쩍 시선을 멈추었다가 고개를 돌리고 건영전 밖으로 사라진 다.

 "아, 참 대협!"

 "네?"

 파천은 다시 발걸음을 멈추어야만 했다.

 "저번에 제가 드린 말씀, 잊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그럼요. 회주도 나중에 딴말씀이나 마십시오."

 '후후 역시, 저자는 아니다. 그럼 대체 누가?'

 ★ 파천은 개방의 총단을 향하여 전력으로 경신술을 전개했다. 이제 천마비행술은 극상승의 경 지에 도달해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천마비행술과 천마잠형술, 천마군림보는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을 펼치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토한 서로 보완되어 한가 지를 펼쳐도 다른 공능이 가미되고 있었다. 지금 그의 모습은 그런점에서 흐릿한 형체만을  남기고 있었다. 천마비행술을 펼치지만 천마잠형술이 가미되었기 때문이었다. 개방의 위치 는 개봉부에서 정동의 방향이었고, 북검회는 북동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북검회를 나선  파천은 곧장 남서향으로 방향을 잡았다. 올때는 말을 타고 왔으나 갈때는 경신술을 발휘하 고 있었다. 이미 남궁혁련 일행들과 헤어지고 난 뒤라 마음이 홀가분했다. 사실 그들과 함 께 동행하며 그가 얼마나 행동에 조심을 기울였던가? 그 바람에 최소한 그들이나 오련회, 

 구정련의 인사들은 그를 광명정대한 신비고수쯤으로 알고 있지 않은가? 지공대사가 그에게  한말이 아직도 귓가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언제든 본사를 찾아 주십시오. 대협의 무공출처 가 혜능육조시라면 우리에게는 조사가 되시는 것입니다. 약간의 무공검증을 거친 연후에 대 협은 본사의 조사가 되실수 있을 것입니다." 그 말은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나 파천에게도  얼마나 큰 놀라움을 주었던가? 현 정도무림의 최고방파는 뭐니뭐니해도 무당파였다. 그럼에 도 여전히 정도무림의 정신적 지주는 소림의 차지였다. 그들의 인맥은 상상을 초월한다. 웬 만한 정도문파의 수장들은 몇다리만 건너면 소림과 관계가 있을 정도였다. 그런 대소림의  최고 배분자가 된다는 것은 전무림의 최고어른이 된다는 것과 진배없는 일이었다.

 '이번 정도대연에서 얻은 것이 참으로 풍성하군. 이러면 북검회에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소림을 통해 구정련과의 연결점을 찾았고, 남궁공자를 통해 오련회와 친숙한 관계를 맺었 다. 북검회주는 내게 은근한 추파를 던지고 있고 단지 남도맹만이 아무런 끈이 없군. 거기 다 단일 최대방파인 개방의 태상방주가 수하라! 이제야 말로 기초를 다져 놓았군. 이제 천 마교의 후예들을 찾는것과 쌍노가 준비해 놓은 세력을 수습하는 일만 남은 것인가? 그 다음 에는......'

 그는 어느새 개방총단인 관제묘에 당도하고 있었다.

 "공자님 별일 없으셨네요"

 "별일이 있을 리가 있습니까?"

 그의 말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있었다. 독고설란의 안색은 하루 동안이지만 초췌해진  듯도 보였다. 그녀의 몸은 편할지 모르나, 마음만은 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번도 아버 지의 뜻을 거역해 보지 않은 그녀였던 지라. 이번의 무단 가출은 그녀의 생애에 있어 가장  큰 모험의 결단이었던 것이다.

 개방 태상방주인 개왕 풍천호가 파천에게 질문하고있었다.

 "주군께서는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내가 가 볼데가 있으니, 태산에 있는 쌍개에게 연락을 취하여 이곳 개봉부에서 기다리라  하시오. 길면 한달, 짧으면 보름 뒤에 돌아 오겠소."

 "언제 떠나시게요"

 "지금 곧 바로...... 떠날 생각입니다."

 독고설란의 얼굴은 파천의 그 말에 어두워지고 있었다. 처음 파천이 개방을 다시 찾아 왔을  때 그녀는 얼마나 반가와 했었던가? 옆에 환사가 있다는 사실마저 망각 할 정도로 얼굴이  환해 져서는 그의 품에 안기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가 떠난다고 하니 마음이 무거워 지나 보다.

 "풍개! 두 사람을 잘 부탁합니다. 당분간은 이곳 개방 총단에 머물 수 있도록 해 주시오."

 "그것은 염려 마십시오. 난이는 제게도 손녀딸이나 다름없습니다."

 "공자를 따라가면은 안되나요?"

 그 말은 독고설란에게서 나온 말이었다. 파천의 고개는 단호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안 됩니다. 소저를 돌볼 처지가 못되오. 일단 이곳에 숨어서 동정을 살피다 내가 돌아 온  뒤에 살곳을 마련해 주겠소. 그때까지만 이곳에서 있으시오"

 "됐어요. 소저는 내가 잘 보살필테니 그렇게 선심쓰는척 하지 마세요."

 환사는 여전히 복면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파천은 아무런 감정도 담겨져 있지 않은  눈길을 잠시 환사에게 준다.

 "알아서 하시오. 뭐 애들도 아니고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들을 사람들도 아니고, 개방에 당 분간 있는 것이 여러분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좋다는 생각을 말했을 뿐이니깐......"

 "참. 난아!"

 "네 할아버지!"

 독고설란은 개왕에게 친숙하게 대하고 있었다. 사실 파천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나 개왕과  독고설란의 할아버지인 잠룡대제와는 죽마고우였고 그 때문에 어렸을 때 개왕을 몇 번인가  본적이 있었던 것이다.

 "네 할애비한테는 연락이 없었느냐?"

 "네......"

 "그참 이상한 일이군...... 이런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말이야."

 "무슨 말이요. 풍개"

 "네 주군. 그 녀석과 나, 그리고 소림의 법문(法問). 이렇게 세명은 어렸을때부터 친구사이 입니다. 적어도 1년에 한두번 정도는 무슨일이 있어도 만나던 사이였습니다. 더군다나 이렇 게 연락마저 끊어진 적이 없는 지라, 제가 하도 궁금해서 본방을 이용하여 그 녀석의 행방 을 추적해 보았지만 도무지 흔적이 없습니다. 아예 해외로 나갔거나, 북검회에서 한번도 나 온적이 없거나 둘 중에 하나일것입니다. 해외에 나갔다고 해도, 가는 동안에 최소한의 흔적 은 있어야 하는데 그들이 움직인 것은 그 어디에서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 이지요."

 "아버님 말씀으로는 심산에서 무공을......"

 "그것도 아니다. 그들이 심산에 있다고 해도 최소한의 생활물자는 필요한 법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작은 읍내나 마을이라도 나왔을 터인데...... 그런 흔적조차 없구나. 천하에 거지가  없는 곳은 없다. 개방도들은 그 만큼 세상곳곳에 흩어져 있다. 그들이 1년동안이나 아무런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할 경우란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구나. 아무래도 무슨 변고라 도 당한 것이 분명하다."

 "변고라고요?"

 "그래...... 그렇지 않고서는....."

 금새 독고설란의 눈가에는 눈물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의지하고 사랑 하는 사람들이 두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언젠가부터 너무 근엄해 지셨고, 오로지 오빠와 할 아버지만이 그녀와 정을 나누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 두 사람에게 변고가 있을 지도 모 른다는 개왕의 말은 그녀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좀더 조사해 보면 알겠지...... 자 소저 너무 심려 하지 마시오. 살아만 있다면 언젠 가는 만나는 법이니...... 풍개 그럼 나는 이만 바로 떠나야 겠소."

 "그러십시오. 태산의 쌍노에게는 제가 기별을 해 놓겠습니다."

 "알았소. 그럼 잘들 계시오. 나중에 건강한 모습으로 봅시다."

 스스스스

 그가 사라지고 있었다. 눈 앞에서 그대로 흩어져 가는 모습은 참으로 기이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공자님!"

 설란의 부름이 안타깝게 실내를 떠 돌고 있었다. 그녀는 작별인사도 못한 것이 내내 서운한  표정이었다.

 또 한사람, 환사의 표정도 그리 밝은 것은 아니었다. 어느새 두사람에게 파천은 든든한 지 주와도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 벌써 헤매고 다닌 것이 열흘이 지나고 있었다. 천마의 말에 따라 그들이 있을 만한 곳을 뒤 져 보았지만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하긴 1700년전의 일이니 그들이 아직도 그곳에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였지만 아무런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그들의 본거지가 이미  다른곳으로 옮겨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아롱하(鴉롱河)와 대도하(大渡河)의 분 수령을 이루는 대설산(大雪山)에서부터 하란산맥 동쪽의 음산산맥(陰山山脈)을 거쳐 신강의  파미르고원지대의 총령(蔥嶺)까지 훑어보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가 볼곳이  총령에서 동북동 방향으로 5000리의 거리에 있는 천산산맥(天山山脈)만이 남아 있었다. 이 곳마저 없다면 천마의 후예들은 단맥되었음이 분명할 것이었다. 파천이 나름대로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그들은 무림역사에서 거의 200년 주기로 나타났으며 마지막으로 나타났던 것 이 250년전이었다. 그들은 나타날 때 마다 무림을 독패하려고 했으며 그들이 나타나면 전  무림이 연합하여 그들에게 대항하고는 했다. 250년전에도 무림맹의 처절한 저항에 끝내 마 지막 일보를 딛지 못해 퇴각하였다지 않는가? 그들은 곧장 서장으로 도망을 갔으며 그들 뒤 를 무림맹은 쫓지를 못했다. 그들또한 그럴만한 여력이 없을 정도로 심한 타격을 입었기 때 문이었다. 파천은 탑리목분지를 달리고 있었다. 천산산맥의 최고봉인 승리봉(勝利峯:7,439미 터)을 향해 그는 곧장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내공으로 추위를 차단하고 있었지만 살을  에이는 설풍(雪風)만은 그조차 곤란을 느낄정도였다.

 "야 천마, 이런 곳에 사람이 살수 있겠느냐? 여기 대체 뭐가 있다는거냐? 보나마나 이번에 도 허탕일 것 같은데......"

 -여기도 없다면...... 단맥된것이겠지. 바보같은 놈들! 강호무림하나를 어쩌지 못해 번번히 실 패하다니......

 "그래 너 잘났다. 하지만 옛날 네가 활동하던 시대랑은 많이 틀리지 않냐? 무림의 세력이  더욱 분화되고 발전 되었으니 일개세력이 무림을 독패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겠 지. 천마교가 나타나면 무림은 하나로 단합한다지 않더냐? 그것만 보아도 강호무림이 천마 교에 가지는 경계심의 정도를 짐작하고도 남지."

 -그래도 그렇지. 대체 몇 번이나 시도하고도 한번을 못 먹었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조용히 해 봐라]

 -왜 그러냐?

 [분명히 무슨 인기척이 있었는데...... 내가 잘못 들었나?]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그는 천마비행술로 산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잠형술도 동시에 전개하고 있었기 때문 에 그의 모습은 설풍가운데 가려져 아예 보이지가 않았다. 드디어 정상인 승리봉이었다. 깎 아지른 단애가 사람의 출입을 거부하고 있는 듯 했다. 이런곳에 사람이 살만한 공간은 없어  보였다. 뒤로는 천장단애가 입을 벌리고 있고 앞으로는 천험의 험로이다. 아무런 생명체의  움직임도 없는 이런 곳에 사람이 산다면 그것자체가 기적일 듯 했다. 그는 승리봉 정상에  우뚝 선채 천장단애의 아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문득 태산의 동혈을 떠 올린 것이다. 

 만약에 이곳에 사람이 산다면 그건 아마도 동혈밖에는 없으리라. 그는 마음을 다잡아 먹고  있었다. 내려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간장검을 뽑아 쥐었다.

 쉬잇

 그는 단애아래로 몸을 날렸다. 그의 몸은 순식간에 설풍에 휘말리며 떨어져 내렸고 그런 와 중에 그는 단애의 벽면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떨어지는 속도는 점차 빨라지 는 것이 아니라 점차 느려지고 있었다. 그리고는 안광을 돋우어 세밀히 벽면을 살펴나가기  시작한다. 바람이 살갗을 도려내듯이 훑어 내렸지만 견딜만 했다. 200장을 내려와도 특이할 만한 것이라고는 눈을 씻고 보아도 띄지 않았다. 오로지 백색의 풍경만이 끝없이 이어져 있 을 뿐이었다. 하긴 동혈같은 것이 있어도 전혀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는 포기 하지 않았다. 이왕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봐야 하지 않겠는가?

 제 목:[연재] 황제의 검 19.천마교에 침투하다. 관련자료:없음 [59154]

 보낸이:임삼열 (logos333) 2000-12-26 00:06 조회:2017

 -황제(皇帝)의 검(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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