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검의 길!
연회는 인시(寅時)가 되어서야 파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화기애애 한 듯 했으나 실상 그들의 내심은 장차 무림에 불어닥칠 혈풍에 대한 심려로 가득 차 있었고, 은연 중 그 것이 내비치고 있었다. 마도정벌! 무림역사 수천년동안 정파에서 먼저 그들을 정벌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북검회주는 모두 자신들의 문파로 돌아갔다가 한달 뒤 에 다시 이곳 북검회로 모여 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원하는 문파는 누구나 참가 할 수 있으며 개인자격으로도 정벌군에 합류 할 수 있다. 정파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구파의 구 정련, 북검회, 오대세가를 주축으로 한 오정련, 그리고 남도맹까지 가세한다면 무림역사에 서 가장 방대한 정도 무림맹이 탄생하는 것이다.
눈부신 태양의 기운이 온 대지를 지난 밤의 어두움에서 끌어내고 있었다. 파천은 일어나자 마자 수빈각 후원을 찾아갔다. 거기엔 정원들 사이로 작은 연무장이 마련 되어 있었고 여기 저기 땅이 패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 온다. 파천은 그 중앙으로 가서 선다. 그의 허리에는 두자루의 신검이 매달려 있었다. 천하인들이 검들을 알아 본다면 일대 혼란이 일어 날것이 다. 그러나 다행인지 그들은 파천이 지닌 검의 실체를 알아내지 못했다. 그는 검을 끌러 내 고 있었다. 천마검이었다.
넉자 다섯치의 검은 조금은 긴듯했다. 아직까지 한번도 써보지 않아서 검의 위력이 어느정 도인지는 알수 없으나 보기만 해도 대단할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천마! 검이란 무엇이지?]
-검이란 예(禮)이자 도(道)이다!
도저히 천마에게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말이었다.
[예이자 도라고? 그런 시덥잖은 말 말고...... 어차피 검이란 사람을 살상하기 위한 도구잖 아. 얼마나 효과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느냐? 이것이 중요한 것 아니겠어?]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그의 목소리가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답지 않은 반응이었다.
-잘 들어. 어차피 말로 설명 해 준다고 해도 네가 깨닫지 못하면 소용이 없지만...... 검을 왜 만병지왕이라 하는지 아는가? 검이야 말로 가장 완성된 형태의 병기이기 때문이기도 하 지만 궁극의 경지에 이르기 위한 가장 좋은 방편이기 때문이다. 검을 허공에다 띄어봐라!
파천은 말 잘듣는 아이처럼 그의 말에 따랐다. 그가 내기를 운용하여 검을 허공중에 띄어 놓자 천마의 음성이 계속되고 있었다.
-결국 무공이라는 것은 기(氣)에 대한 이해이다. 네가 공중에 검을 띄울 수 있는 것도 너의 내기(內氣)로 그 검을 다스리는 것이지. 우주는 기로 가득 차 있다. 그 중에 일부를 인간이 내기로 축적하여 사용하는 것이지. 내공이라는 것은 우주의 기와 너와의 반응이다. 너를 모 체로 해서 기가 일정한 형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 성질이 달라 진 것은 아니지!
자 이제부터 상승의 무학의 요체에 대해 말하겠다.
그는 마치 근엄한 사부가 제자에게 가르치듯 했다. 분명히 평소때의 장난기 넘치던 천마와 는 어딘가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검을 멀리까지 날려 보아라!
그의 말에 파천은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마검은 점차 빨 라 지더니 십장 너머까지 벗어나고 있었다.
-다시 회수해
[어어!]
팽
퍽!
검이 15장 밖에 있는 나무에 한자정도나 박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놀랄 일이었다.
이것이 바로 이기어검술(以氣馭劍術)이 아니고 무엇이랴?
-지금 네가 한 것은 어검술을 흉내낸것에 불과하다.
[흉내라고?]
-그렇다. 흉내다. 천마검이 10장 너머로 벗어나자 너의 내기가 미치지 못한 것이다. 나는 분명히 회수하라고 했는데 검은 그대로 직격해서 나무에 박혀 버렸다. 그것이 네 내공의 한 계다. 그럼 검이 왜 너의 내기에 반응하지 않았을까? 네가 떨쳐낸 힘보다 네가 회수하려는 힘이 약했다고 볼수 있겠지. 결국은 검이 네 수중에 있거나 최소한 10장안에 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지! 검을 손에 쥔 채 검기나 검경(劍勁)이나 검강을 사용하는 것은 아 주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무수히 많은 검환(劍環)을 만들어 내고 검화(劍花)를 쏘아낸 다해도 그것은 검술(劍術)에 지나지 않는다. 검학(劍學)이나 검예(劍禮). 검도(劍道)라고 부 르기에는 미흡하지. 그럼 무엇이 검의 상승경지일까? 넌 무엇이라고 생각하냐?
[글쎄 내가 아는 것이 있어야지......]
-검기합일(劍氣合一)이 처음이요, 이기어검(以氣馭劍)이 둘째다. 흔히 신검합일(身劍合一)이 라해서 일반 무림인들이 검과 하나가 되어서 날아가는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후 후 그리고는 어검비행술이니 뭐니 해 가면서 대단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정도는 너도 할수 있지. 검기합일이란, 본신진기(本身眞氣)와 우주의 기가 검을 통해서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것 을 의미한다. 따로이 너의 축기된 내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반응하는 것을 의미하 지. 그래서 여기에는 기의 이해가 필수 적이고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상승검학의 초입이다.
[그것이 겨우 초입이라고?]
-그 다음 그것이 자유롭게 이루어 질 때, 진정한 어검술을 발휘할 수가 있게 되지. 첫 번째 가 수어검(手馭劍)이라 해서 너의 손으로 검기를 조종하게 된다. 적어도 100장이내를 사정 권으로 둘수가 있지. 그 다음이 목어검(目馭劍)! 네 눈빛이 머물수 있는 곳까지 어검의 영역 이 확장된다. 심어검(心馭劍)은 그야말로 네 마음으로 모든 것을 조종하는 경지이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중을 비행하는 검이 네가 손에 잡고 있을때와 다를게 없다는 것이다.
어검상태에서 검화가 피어나고 검환이 생겨나며 검강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아까 네가 하는 것을 흉내라고 한거다.
[휘유..... 엄청나군. 그럼 심어검이 최고의 경지겠네]
-천만에! 검술을 익히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어검술이 최고 경지인줄 알고 있다. 그것이 시작인데 말이다.
[시작이라고?]
-무형검(無形劍)의 경지가 있다.
[무형검? 검의 형태가 없다는 것인가?]
-여기에도 두가지 단계가 있다. 수중무검(手中無劍), 심중유검(心中有劍)이니 그 첫째가 네 가 지닌 그런 검이 없이 내공으로 검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그것이 일정한 수준에 오르게 되면 네가 만들어 낸 검이 형체마저 없어지는 단계이다. 이것이야말로 심즉살(心卽殺)의 경 지이지. 마음으로 죽이는 것이 아니다. 마음으로 만들어 낸 무형검이 상대를 죽이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히 어검술의 모든 묘용을 넘어 서 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막을 수 없는 검 이다.
[그건 또 무슨 말이지!]
-모든 검기는 막는 방법이 있다. 검망(劍網)은 무수히 많은 검선(劍線)의 집합체라면 검막 (劍膜)은 단일화된 검경의 덩어리라고 보면 되지! 검막을 치면 어떤 검기도 침투가 불가능 해지지! 단지 검막을 힘으로 깨부수는 방법밖에는 없다. 검기가 승해지면 검강이 되고 그것 이 더욱 넓어지면은 검풍(劍風)이 된다. 그 다음이 검폭(劍爆)이라 한다. 검기는 일종의 선 이다. 검강은 좀더 강화된 선이라 보면 되겠지! 그런데 검풍은 면이다. 더욱 넓어진 개념이 지. 검폭은 공간자체를 파괴한다. 일종의 진공상태를 만들어 버리는 것이지. 검폭만은 검막 으로도 막을 수가 없다. 무형검은 이 검폭의 최고정수이다...... 쉽게 말해서 물을 보아라. 그 것은 그 무엇이든 타고 넘는다. 높은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흘러들 듯 무형검은 무엇이든 타고 지나간다. 검기든 검망이든 검막이든 그냥 흘러 들어가는 것이지. 어검술의 최고경지 인 심어검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이 시전하는 검막은 여러겹을 이루고 있고, 하나 하나의 결이 검강의 형태를 띄고 있다. 그래서 뚫는 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
그러나 무형검은 그 검막을 타고 들어간다. 다시말해 기로(氣路)를 거슬러 올라간다는 말이 지! 과연 이것을 막을 수 있을까?
[천마 그렇다면 넌 어느정도의 경지까지 갔었지?]
-난...... 무형검은 뛰어 넘었다
[뭐야? 그 말은 ...... 그 이상의 경지가 있다는 ...... 말이냐?]
-그렇다. 나도 초입에서 머물렀지만 무형검을 뛰어 넘으면 그 즉시 나타나는 것이 자연검 (自然劍)의 경지이다.
[자연검?......]
-그렇다. 자연검! 자연이란 위대한 것이다. 무형화된 검기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를 검기화 하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 이해가 안가는데]
-예를 든다면 물론 능력의 차이가 있겠지만 비가 내릴 때 그 빗방울을 검기화한다고 생각 해 봐라! 수십만의 대군도 일순간에 전멸하겠지!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 바람결이 검기가 된다면 과연 누가 그것을 피하겠느냐? 번개가 쳐 내려오는 것을 검으로 막 을수가 있겠느냐?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가능하다. 그 다음이 우주검(宇宙劍)이다. 이 단계야 말로 나도 설명할 수 없는 단계이다.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경지이기도 하지. 우주와 내가 합일되어 그 힘과 동화되어 그 힘의 일부가 된다. 그리고 그 힘을 내 의지대로 사용하는 경지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 볼 수 밖에......
[그럼 천마! 무림 역사상 자연검의 경지에 들어간 사람이 있나?]
-없다. 내가 알기로는 나 이외에는 없다. 그러나 무림이 아닌 곳에는 있지!
[무슨...... 말이냐? 무림이 아닌 곳이라니?]
-그것은 차차 알게 될 것이다. 네가 강해지면 그들에게 위협이 될정도로 강해진다면...... 저 절로 알게 된다.
=그들을 말씀하시는구료!
-응? 땡초 너도 알고 있었나?
=저도 그들을 만나 본 것은 아니지만 스승님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달마조사께 그들이 찾아 온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달마라는 아이도 자연검의 경지에 들었다는 말이군. 그럼 정정하마 역 사상 두명이었다.
천마는 1700년전 사람이었다. 맹자가 태어나던해에 태어 났으며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던 해에 죽었다(B.C372-221) 그러니 달마보다도 8,9백년전 인물인 것이다.
-결국은 모든 것은 하나로 통한다. 네가 지닌 잡다한 무공을 이제부터는 잊도록 해라! 그리 고 오로지 검에만 매달려라. 꾸준히 정진하다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깨달음이 오고 그때에 야 진경(眞境)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천마삼검의 오의를 분명히 깨닫게 되면 그 길은 앞 당겨 질수도 있다.
[그럼 내가 알고 있는 그 오묘한 초식들은 어떻게 하고......]
-그런 것에 매달리게 되면 너의 발전에 저해가 된다. 결국 초식이란 쾌(快), 변(變), 강(强)
의 적절한 변용에 불과한 것. 만류귀종(萬流歸終)이라 하였으니 결국엔 하나로 이른다. 쾌든 변이든 강이든 하나만을 고집하다보면 결국 막히는 것이 있고 그 벽을 뛰어넘지 못하면 진 경은 얻을 수가 없게 된다. 내공이 수십갑자에 이른다 해도 초식에 매인다면은 물론 그런 일은 사실상 있을수가 없지만, 그는 5갑자의 진경에 든 사람보다 강할 수가 없다. 이미 알 고 있는 것들을 부단히 사용하는 사람과 전체를 보고 진수만을 깨달아 가는 사람과는 그 근 본부터가 다른 것이다. 달인(達人)이 나오기는 어렵지 않지만 명인(明人)이 나오기는 힘이 들고 진인(眞人)이 나오기는 희귀하다. 그러나 신인(神人)은 고금을 통틀어 몇되지 않는다.
어느길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네 권한에 있는 것이지만......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다른 사 람은 평생을 통하여 몸으로 습득하고 발전시키고 익숙해져야 하는 것을 너는 이미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너야 말로 검의 끝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인간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것을 포기한다면 너에게 이런 기연을 베푼 하늘의 뜻에 대한 모독인 것이다.
파천은 그의 말을 들으며 나무에 박혀 있는 천마검을 뽑아내고 있었다. 오늘따라 천마검이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의 가슴속에는 한줄기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단순한 승부욕은 아니었다. 누구도 오르지 못했다는 처녀지처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의 발로 였다. 그는 걸음을 되짚어 오며 깊은 생각에 잠겨 들고 있었다. 자신이 평생을 두고 이루어 야 할 목표가 생긴 것이다. 천마 말대로 멀고 힘들기 때문에 외면한다면 비겁한 것이다. 그 래 해 보는 거야! 가다 가다 못가면 거기까지 간 것으로 만족하면 될 것을...... 왠지 오늘의 아침은 더욱 상쾌한 것 같았다.
방으로 돌아오자 파천은 목욕을 했다. 모든 마음의 찌꺼기를 물로 씻어내려는 듯 엄숙하기 까지 했다. 그리고 남궁혁련등과 식사를 마치자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천마가 한 얘기들을 되짚어 보느라고 그들의 얘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 았고, 멍하니 딴 생각에 잠겨들때가 많았다. 그런 그를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별다른 반응들 은 없었다.
점심식사는 북검회주의 초대로 신검각에서 들게 되었다. 그는 파천만을 따로이 초청했으며 호법전의 고수들이 그를 데리러 오기까지 한 것이다.
신검각은 총9층이었다. 1층부터 7층까지는 호법전, 군사전등의 집무실이 있었고 8층은 의사 청이 자리하고 있다. 9층은 허락이 없이는 그 누구도 오를수 없는 곳으로 북검회주 무상신 검 독고한천의 집무실겸, 처소였다. 파천이 안내되어 간곳은 9층의 한 내실이었다. 독고한천 은 검은색의 구룡포를 입고 있었으며 금빛으로 물결치는 아홉 마리의 용들이 금방이라도 살 아서 꿈틀댈것만 같았다. 그는 이미 자리해 있었다.
"자 어서 오시오. 문대협! 오늘은 문대협과 특별한 자리를 만들고 싶어 이렇게 모셔오라 했 습니다. 번거러우신 것은 아니겠지요?"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야 초대해 주시니 감사할따름입니다. 그런데 회주의 처소가 참 아늑하고 좋군요. 이런 곳에서 사시니 부러운 것이 없겠습니다"
파천이 좌우를 두리번 거리며 하는 소리였다. 왠지 뼈가 깃들어 있는 말처럼 들린다.
"하하 대협께서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비워드릴수도 있습니다만......"
농담치고는 걸죽했다.
"그럼 이 기회에 아예 눌러 앉아 버릴까요?"
"하하하하 저로서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만일 대협께서 우리 북검회에서 머무시겠다면 신검 각 두 개를 더 짓더라도 그렇게 하고 싶군요"
"뭐 새로이 지을 것 있습니까? 그냥 비워주시면 되는데......"
조금 도가 지나친 말이었는지 그의 안색이 흠칫하는 것 같았으나 이내 다시 환한 얼굴로 바 뀐다.
'능구렁이 같은 놈! 뭐? 신검각을 비우라고?'
'자식! 속에 없는 말을 잘도 늘어 놓는구나. 속마음은 날 무지하게 씹고 있겠지'
둘다 속으로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도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둘다 만만찮았다. 조금 있으니 시비들 10여명이 두 손에 음식을 가득 들고 들어온다. 그리고는 파천의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늘어놓기 시작하는데, 보아도 알수 없는 요리들이 상당했다. 그 또한 한때는 황제 였던자! 세상에서 진귀한 요리를 맛보지 않은 것이 없다고 자부했건만 도저히 그 재료조차 알수 없는 것들이 수두룩 했던 것이다. 이것만 보아도 독고한천이 얼마나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지 알만 했다.
"자 드십시오. 식사를 드시면서 천천히 말씀 나눕시다."
......
둘은 식사 도중에도 이것 저것 물어보거나 대답을 한다. 주로 묻는 사람은 독고한천이었고,
대답은 파천의 몫이었다.
"그래 이번 정도대연을 참가해보시니 어땠습니까?"
"뭐...... 조금 실망이 되더군요. 무림의 대회의라해서 조금 기대를 했건만 별다른 것이 없어 서 말입니다. 근데 정말 마도련을 정벌하실 생각입니까?"
"이미 결정된 사항이니......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저도 원하지는 않지만 모든 강호동도 들이 원하시니 어쩔 수 없이 따라야겠지요"
-우와 저놈 진짜, 역겨운 놈이구만. 제가 다 꾸며 놓구선, 뭐가 어째? 강호 동도들이 원하니 따라야 한다고? 에라이, 뻔데기에 파묻혀 죽을놈아?
"음...... 그럼 어떤 식으로 마도련을 정벌하실 생각입니까?"
"그야...... 일단 무림맹이 결성되어 보아야 알겠지만...... 정공법으로 쳐야 되겠지요. 최소한 1년정도는 잡고 있습니다. 그들의 본거지는 항주이지만 도처에 비밀지단이 흩어져 있는 관 계로 완전히 뿌리뽑으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문 대협 같은 분이 도와주시면 시간은 더욱 단축될 수도 있을겁니다."
"그러면 마도련이 깨끗이 도려진 후엔 무림맹은 해체되는것입니까?"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글쎄요 그것은 그때가서 결정 나겠지요. 제 생각에는 상설기구로 존속시켰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램입니다. 무림의 평화를 위해서는 그것이 바람직 하지 않겠습니까?"
-무림의 평화가 아니라 네 배때지를 불리기 위해서겠지
"제가 듣기로는...... 해외삼세와 마도련의 관계가 아주 돈독하다고 들었는데 그들이 마도련 을 도우면 어쩌지요?"
"그런일은 없을 겁니다. 이미 그들쪽에서 거기에 대해 공표를 했고...... 설사 그런일이 있다 해도 별반 결과에는 차이가 없을 겁니다."
강한 자신감이었다. 하긴 정도4세가 연합한다면 해외삼세쯤이야 식은죽 먹기겠지.
"그 이외에 변수는 없습니까?"
"지금 무림의 주축들은 정도4세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나머지 세력들은 크게 위협이 될 정 도는 아니구요. 그러니 변수라고 할 것 까지는 없고, 천마교의 무공이 나타났다는 얘기가 있어 놔서...... 그것이 염려 스럽기는 합니다. 정말로 천마교가 다시 나타났다면 그것만큼 위협적인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천마교가 나타났다고요?"
"천마교가 나타난 것이 아니라, 천마서생이라는 자가 나타났다고 하는데 그의 무공이 아무 래도 옛날 천마교의 무공같아서 말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바보같은 놈! 바로 자기 앞에 있는 줄도 모르고...... 사실은 저렇게 똑똑한 척 하는 놈 치 고 제대로 된 놈 없더라. 나중에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원통하고 분할까?
"그래서 말이오만...... 장차 발족 될 무림맹에는 대협과 같은 인재가 필요한 실정이오. 우리 같이 무림정의를 위해서 일해 볼 생각은 없으십니까. 대협께서 원하시기만 한다면 일인지하 (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자리를 내 약속하리다."
'참으로 대단한 놈이야. 자기가 이미 무림맹의 맹주가 될 것을 기정사실로 말하고 있으니,
그러니 나더러 자기 쫄따구로 들어오라는 얘기잖아 지금. 날 어떻게 보고...... 그럴수야 없 지. 날 맹주로 삼아 준다고 해도 망설일 판에...... 얘야, 잘못 짚었다.'
"하하 저같이 부족한 사람을 그렇게 높게 보아주시니 황송하군요. 좀더 생각해 보고 결정을 하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십시오. 제가 대협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만 잊지 말아 주시오"
"아버님, 저 난입니다"
"오, 그래. 어서 들어오너라."
'엥? 이건 또 뭐야?'
혜미인 독고설란이었다. 이미 어젯밤 알몸으로 마주 대한적이 있었지만 정장을 한 그녀의 아름다움은 또 다른 것이었다. 푸른색비단으로 온 몸을 휘어 감고 몸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 나는 것이 누가 봐도 감탄할 정도였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서다가 실내에 다른 사람이 있자 흠칫 놀라는 듯 했다.
"이 애가 내 여식입니다. 어서 인사드리거라."
"독고설란 이라고 합니다."
그녀가 인사를 하며 파천을 쳐다본다.
'아니 저 공자는? 어젯밤......'
"아 그러십니까? 전 옥면신룡 문윤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을 뵙게 되어 영광 입니다."
-에구 뻔뻔한 놈!
=아미타불!
"하하 자 이리 와서 앉거라. 문대협 어떻습니까? 내 자식이라서가 아니라 이만하면 어디에 내 놔도 부족함이 없을 듯 하지 않습니까?"
-저 자식! 의도가 뭐야? 보아하니 일부러 부른 것 같은데
'참대단한 놈이다. 정말 날 질리게 만드는 구나. 양다리라......몰랐으면 깜쪽같이 속을뻔 했 어.'
"네 그렇군요. 저도 강호에서 많은 미인들을 보았지만 설란 낭자같이 미인은 처음 봅니다."
그 말에 독고설란의 볼이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소저, 오늘 밤 데리러 가겠소]
파천의 전음에 그녀는 아버지가 안보는 틈에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 아이가 이제 열아홉이니 얼마 안 있으면 시집을 보내야 하는데...... 제 마음이 그래서 아픕니다. 짝은 지어 줘야 되겠고, 보내고 싶지는 않고 말입니다. 하하 부모 마음은 다 똑 같은가 봅니다."
'말은 참 청산유수로군. 저런 아버지를 보는 자식의 마음은 어떨까? 부모인데도 역겨울까?'
"혼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나 보지요?"
"그럼요...... 서로 데려 가겠다고 난리지만 아무한테나 보낼 수가 있나요? 문대협정도면 모 를까?......"
그는 파천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이제는 이미 상황을 알고 있는 파천마저 헷갈릴정도였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대협! 날 좀 도와 주시오. 정말 대협같은 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강호의 평화를 위해 대 협의 적극적인 도움을 기대 하겠습니다."
"제가 도울 수 있다면 도와야 겠지요. 여러 가지로 이렇게 신경 써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식사 대접도 잘 받았고, 이렇게 안계마저 넓혀 주시니 저로선 몸둘바를 모르겠군요.
회주님께서 원하신다면 제가 무슨 일이든 발벗고 나서겠습니다."
'요놈아 뒤통수 한번 맞아 봐라. 짜식이 내 앞에서 수작을 부리려 하다니......'
"하하 감사합니다. 대협의 그 말을 들으니 모든 근심이 싹 씻겨 내려 가는 것 같습니다. 정 말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이 기쁘군요"
"저...... 그럼 이만 가 봐야 겠습니다. 기다리는 일행도 있고 해서......"
"아...... 제가 이거 너무 주책없이 오래 잡아 두었군요. 다 제가 대협을 흠모하여 한 일이니 너무 허물잡지 말아 주십시오."
"별 말씀을......"
그는 다시한번 독고설란의 모습을 담아둔다. 그것을 바라보는 독고한천의 모습엔 의미심장 한 웃음이 머물다 사라지고, 파천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가 돌아서서 나간 뒤에도 독고한 천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질줄 모르고 있었다.
"저, 아버님 저 사람은?"
"하하 신경쓸 것 없다. 너는 조신하게 있다 시집이나 갈 준비하거라. 내년 봄에는 결혼을 시 킬터이니......"
"대체 누구와?"
"누구긴 누구냐? 남도맹의 소맹주라고 하지 않았느냐?"
"아버님 그자는......"
"시끄럽다. 너는 그저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될 것을 누구 앞이라고 말대답을 하려 하느 냐? 이만큼 키워 놨으면 부모 소원 한번 못들어 준단 말이냐? 그리고 그만한 혼처 자리가 어디있다고 그러느냐? 너는 그저 이 애비 말대로만 하면 한세상 부족한 것 없이 지낼 수 있 으니 그리 알고 있거라. 그만 가봐도 된다."
"네......"
그녀는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온다.
'아버지. 전 그런 것 필요하지 않아요. 다른 것은 아버님 뜻대로 다 들어 줄수 있으나. 결혼 만큼은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은걸요. 죄송해요.'
그녀의 내심을 알길 없는 무상신검 독고한천의 광소가 신검각을 허물 듯이 울려 나오고 있 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되고 있다는 득의의 웃음이었다. 과연 그렇게 될까?
제 목:[연재] 황제의 검 16.독고설란의 가출. 관련자료:없음 [59011]
보낸이:임삼열 (logos333) 2000-12-24 00:24 조회:1946
-황제(皇帝)의 검(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