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누군가를 위한 기도
서울구치소 접견실 문이 열리자 보이는 것은 카키색 수의를 입고 있는 김성희의 모습이었다. 철창과 구멍 뚫린 아크릴판 너머로 보이는 김성희의 인상이 찌푸려지자 접견을 신청한 민원인, 이작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렸던 모습을 드디어 직접 보게 되니 감회가 남달랐다. 그 미소를 본 김성희는 더 인상을 구겼다.
이작은 느긋하게 자리에 앉아서 김성희의 모습을 훑었다. 정리 안 된 머리카락과 수염이 덥수룩했다. 늘 흰색 정장을 입고 자신만만하던 모습과는 달리 재판이 진행 중인 미결 수용자를 뜻하는 카키색 수의를 입고 있는 모습도 꽤 낯설었다. 짜증이 배어 나오는 모습까지 여유롭던 평소와 달랐다.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환히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좋아 보이십니다.”
“좋아 보인다고?”
돌아오는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김성희는 분노를 억누르려고 노력했다.
“왜 왔어?”
“잘 계시나 보러 왔습니다.”
“네가 처넣어 놓고 어떻게 사나 보러 왔다고? 어이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그냥 꺼져라.”
“접견 수락한 건 김성희 님 아닙니까? 김성희 님께서도 저를 보고 싶어 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김성희가 쾅, 바닥을 발로 찼다. 씩씩거리며 화를 내자 교도관이 주의하라고 경고하였다. 이작은 마음이 아팠다. 진심인데 믿지 않는 걸 보니 아직 그의 마음이 덜 교화되었다는 뜻인 것 같아서였다. 어서 재판이 끝나고 정식으로 수용되기를 바랐다. 그러면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 말에 김성희가 혀를 찼다.
“널 보고 싶었을 것 같아?”
“그럼 설마 다른 보고 싶은 분이라도 있으셨습니까?”
“…….”
김성희의 이가 저절로 악물렸다. 접견 시간은 약 10분. 지금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었다. 언제 또 이작이 제 발로 올지 모르니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지금 물어보는 게 나았다.
“교주님이랑은.”
“…….”
“연락해?”
<은총의 밤> 이후로 김성희는 지원을 본 적이 없었다. 김성희는 다리를 달달 떨었다. 빠르게 대답하지 않고 뜸을 들이는 이작을 보는 순간 짜증 나고 초조해졌다. 이작은 신중하고 태연하게 말을 골랐다.
“아, 좀 빨리 대답해.”
“네. 그리고 아주 잘 계십니다.”
“뭐 하고 있는데? 맨날 연락하냐?”
“제가 같이 살면서 모시고 있습니다.”
“…….”
이작의 대답을 들은 김성희의 인상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상체를 숙여 아크릴판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이를 악문 채로 재빠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개새끼가. 너 그러려고 날 처넣은 거지. 내가 언제까지고 여기에 있을 것 같아? 내가 여기에서 나가기만 하면 바로!”
“갇힐 만한 죄를 지었으니까 들어가 계신 겁니다.”
“내가 너를 그때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아니었어.”
“그럼 그러지 말지 그러셨습니까.”
“아- 씨발!!”
화를 주체하지 못한 김성희가 소리를 지르자 교도관이 일어나 김성희를 붙잡았다. 이작에게 교도관이 다가와 아직 정해진 10분이 지나지 않았지만, 수용자가 접견 중 소동을 일으켰기에 접견이 종료되었다는 안내를 받았다. 소동에 전혀 동요하지 않은 이작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꽤 먼 길이었지만, 오기 잘한 것 같았다.
접견실을 나와 주차장으로 간 이작은 검은 외제 세단에 올라탔다. 구치소에 있는 동안 맡겼던 핸드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하니 아직 11시 반이었다. 일단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지원을 데리러 가는 게 시간상 좋을 것 같았다. 지금 지원은 아주 중요한 일정이 있어 외출한 상태였다. 아주 중요한 일정, 그건 바로 취업 면접이었다.
* * *
지원이 오늘 면접을 보기로 한 회사는 플랜트 사업을 중점적으로 하는 YR건설이었다. 큰 생각 없이 현재 채용 기간이라기에 넣어 본 것이었는데, 서류가 통과한 이유는 학벌이 나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았다. 전공을 살려 보려고 엔지니어링 분야를 지원하기는 하였으나 사실 그다지 관심 없는 분야였다.
서류가 통과해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기에 얼기설기 준비하긴 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것 같아서 긴장이 멈추지 않았다. 대기실에 앉은 수많은 사람을 보니 등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가벼운 마음으로 서류를 넣은 것이었는데, 떨어지면 정말 괴로울 것 같았다.
지원의 면접 번호는 232번이었다. 앞 번호부터 차례대로 면접실에 불려 들어갔다. 차례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면접 번호 231번부터 235번까지 면접실로 이동해 주세요.”
직원의 안내가 들리자 지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녹이 슨 기계처럼 걸었다. 긴장이 지나쳐서 토할 것 같았다. 지원은 231번을 따라 면접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면접실 안은 작은 사무실을 비워 마련한 곳으로, 면접관이 세 명 있었고 그 앞에 의자가 다섯 개 놓여 있었다. 안쪽부터 차례대로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면접이 시작되고 1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 지원은 직감했다. 이 면접은 망했다.
가운데에 앉은 중년 남성이 지원을 빤히 바라봤다. 염색한 것이 분명한 지나치게 짙은 머리카락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는 다른 지원자들에게는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지원에게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벌써 면접이 시작되고 5분이 지났음에도 한 마디도 못 했다. 입에 거미줄이 쳐지는 것 같았다. 괜히 넣었나 싶었다. 다른 지원자들은 면접관과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데 아무 말도 걸어 주지 않으니 투명 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1분 후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을 맡은 직원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 주었다. 그때, 중년 남성이 지원을 불렀다.
“232번 지원자.”
“예!”
처음으로 불렸다. 지원은 감격스러워서 울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질문은 다소 뜬금이 없는 것이었다.
“신이 있다고 믿습니까?”
“…예?”
그래서 멍청하게 되묻는 짓을 하고 말았다. 헙. 지원은 입을 다시 다물고 천천히 말했다.
“신은 그 존재를 믿는 사람에 의해서 태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즉 믿는 사람이 있다면 신도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잘 들었습니다.”
남자는 서류를 뒤적거리며 무심하게 말했다. 지원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제는 확신했다. 이 면접은 정말로 망했다고.
면접이 끝난 지원은 이작에게 전화를 했다.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겠다고 한 게 진짜였는지 전화가 끝나자마자 회사 건물 앞으로 검은 외제 고급 세단이 멈춰 섰다. 지원은 말없이 조수석 문을 열어 탔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이작이 안전벨트를 채워 주며 살짝 물었다.
“힘들진 않으셨습니까?”
“그냥, 그랬어요.”
차마 쫄딱 망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힘없는 말투에서 대략 눈치를 챈 이작은 부드럽게 차를 운전하며 말했다.
“집으로 가서 푹 쉬시죠. 고생하셨습니다.”
“네…. 그런데 이작 씨는 어디 다녀오신 거예요? 저보다 일찍 나가셨잖아요.”
“잠시 만날 사람이 있어서요. 오늘 저녁 식사는 오리탕이 어떻습니까?”
“저야 괜찮지만…….”
지원은 말을 아꼈다. 이작과 같이 살기 시작한 지 벌써 세 달 정도가 지났다. 어느새 계절도 훌쩍 바뀌어서 가을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정말로 아무런 일이 없었다.
알아서 다 하겠다는 이작의 말은 허풍도 거짓도 아니었다. 지원은 김성희와 교인들이 체포되던 그날 이후 이작에게 어떤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증인으로 불려 나가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럴 일도 없었다. 이작은 그 모든 일을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취급했다. 그리고 약속했듯이 지원을 충실하게 모셨다.
지원은 교주실에서 그랬듯이 집에서도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집안일은 이작이 다 했으며, 심지어 몸도 씻겨 주었다. 이작은 지원이 뭐라도 스스로 하려고 하면 정색을 하고 당장 멈추게 했다. 채용 서류를 넣은 것도 불만스러워했지만, 지원이 취업을 방해하지 않기로 하지 않았냐고 강하게 주장해서 간신히 허락을 받았다.
생각해 보면 행복한 환경이었다. 돈을 벌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으며, 아무것도 안 해도 되었으니까. 하지만 지원은 이 생활이 왠지 교주 생활의 연장선 같다는 기분이 들어서 영 찜찜했다. 어서 취업해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방금 본 면접이 시원찮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좀 더 이작에게 신세를 져야 했다. 그 사실마저 지원을 찜찜하게 만들었다.
* * *
“하아, 지원 님…….”
이작은 침대에 누워 잠든 지원의 가슴에 집요하게 달라붙어 젖꼭지를 물고 빨았다. 지원의 고른 숨소리가 흐트러지면서 눈이 가느다랗게 떠졌다. 아침부터 가슴을 빨리는 일은 매일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서 짓눌러지고 잡아당겨지는 가슴이 어색했다.
하지만 이작에게는 신을 모시는 당연한 행위였다. 지원은 그 간절한 신앙심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 주고 있었다. 이작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느릿하게 쓰다듬자 고개가 올라오며 환한 미소가 보였다.
“깨셨군요.”
“네…….”
안 일어나는 쪽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가슴을 빨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작은 침으로 범벅이 된 가슴을 물수건으로 닦아 주고는 몸을 일으켰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겠습니다.”
이작이 사라진 뒷모습을 보던 지원은 고개를 돌려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제 슬슬 지난번의 면접 결과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다. 핸드폰을 찾아 일정을 확인해 보니 오늘이 발표일이 맞았다. 아직 시간이 이른지라 결과가 나오지 않은 듯했다.
지원은 욕실로 들어가 세수를 하고, 아무것도 입지 않은 몸 위에 얇은 가운을 하나 걸쳤다. 이작이 준 생활복이었다. 생활복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게, 길이도 애매하고 크기도 애매하여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옷이 흘러내리는 디자인이었다. 말 그대로 지원이 집안일을 하지 못하게 입힌 옷이었다.
침실을 나와 주방으로 향하니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더덕을 곁들인 장어구이가 메인인 식단은 아침치고는 조금 과했다. 그러나 이작은 늘 지원의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했기에 보양식을 위주로 식단을 구성했다. 이작이 체력이 너무 좋은 게 아니냐고 몇 번 항변했으나 별로 효과는 없었다.
“잘 먹겠습니다.”
식단 수정 요청은 포기한 지 오래기에 묵묵히 밥을 먹었다. 이작은 앞에 앉아 커피와 토스트를 먹으며 지원의 식사를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지원은 빠르게 요리 솜씨를 칭찬했다.
“맛있어요. 아침부터 준비하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지원 님을 생각하면서 준비해서 힘들지 않았습니다.”
“아…….”
이작은 이런 식으로 지원을 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 지원은 말을 하는 것을 포기하고 식사를 이어 갔다. 밥그릇에 쌀이 한 톨도 남지 않도록 깨끗이 비우자 이작이 뿌듯해하며 그릇을 개수대에 가져다 놓았다. 그릇들을 한 번 헹군 후 식기 세척기에 넣어 설거지를 시작했다. 이작은 지원에게 후식으로 준비한 석류 주스를 따라 주며 물었다.
“오늘이 면접 결과 발표일 아닙니까?”
“네. 맞아요.”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누구의 마음에 드는 결과인 걸까. 조금 궁금했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부정 탈 것 같아서였다. 이작은 잠시 할 일이 있다며 서재에 들어갔다. 석류 주스를 다 마신 지원은 침실로 가서 핸드폰을 가져와 거실 소파에 앉았다. 언제 연락이 오려나 초조해하고 있으니, 문자 오는 소리가 났다. 서둘러 문자를 확인했다.
“아…….”
탄성이 절로 나왔다. 지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작의 서재로 달려갔다. 문을 노크하고 열자 모니터를 여러 대 둔 책상 앞에서 일하는 이작이 보였다. 서둘러 결과를 보고했다.
“이작 씨. 저 합격했어요! YR건설이요!”
합격이라니.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지원의 보고를 받은 이작은 대놓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했다. 당연한 반응이었지만 조금 감정이 상했다. 이작은 의아해하는 표정을 빠르게 거두고 미소를 지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미 떨떠름한 표정을 다 봤는데, 인제 와서 축하한다고 하면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지원은 그런 반응 정도는 아무래도 좋았다. 취업에 성공했는데, 나쁠 일이 뭐가 있겠나 싶었다.
* * *
첫 출근날, 지원이 안내받은 곳은 엔지니어링 팀이 아닌 대표이사실이었다. 불안한 예감을 느꼈지만 인사이동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지원은 대표이사실의 앞에 서서 가볍게 노크를 했다.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리자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널찍한 내부에는 커다란 책상 두 개가 놓여 있었다. 그중 안쪽 자리에 앉아 있는 남자가 낯이 익었다.
“아…….”
면접 때 있었던 임원이었다. 염색한 것이 분명한, 부자연스럽게 짙은 색 머리의 남자였다. 저 사람이 대표이사였구나…. 지원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대표이사는 지원이 문을 닫고 안쪽으로 걸어 들어오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다가왔다. 거리가 확 좁혀지자 긴장한 지원이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인사하려고 하는 순간, 대표이사가 먼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익숙한 것이었다.
“교주님.”
지원은 대표이사의 얼굴을 바라봤다.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대표이사는 강하게 확신하고 있었다.
“교주님을 뵙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증거로 대표이사는 바닥에 기듯이 엎드려서 지원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활짝 웃으며 바닥에 쿵 소리가 나게 머리를 박았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몇 번이고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부정할까 고민도 했지만, 이미 대표이사는 지원이 교주였음을 확신하고 있는데 아니라고 해 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지원은 어색하게 웃었다. 대표이사는 그 웃음을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커다란 책상 하나를 양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교주님의 자리는 여기입니다.”
“…감사합니다.”
어쩌라는 건지 몰라서 일단 책상의 의자를 빼서 앉았다. 얼핏 보면 회장 의자라고 착각할 정도로 화려한 의자였다. 책상 역시 짙은 색의 묵직한 마호가니 원목 책상이었다. 그 위에는 <비서 성지원>이라고 쓰인 투명한 크리스털 재질의 명패가 놓여 있었다.
지원은 이 상황이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아니, 보통 비서한테 명패를 만들어 주나? 그보다, 왜 자신이 비서인 걸까? 직무가 변경될 수 있다고는 했지만, 이렇게 극단적일 거라고는 말하지 않았는데. 결국, 지원은 대표이사에게 직접 물었다.
“저는 비서로 일하게 되는 건가요?”
“어떻게 교주님께 일을 맡깁니까.”
대표이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뭐야, 그럼 왜 취직시킨 거지.
“그렇다면 저는 뭘 해야……?”
“그저 계셔 주기만 하면 됩니다.”
“…….”
대표이사는 활짝 미소 지었다. 지원은 그 미소를 따라서 어색하게 웃었다.
지원이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대표이사는 먼저 줄줄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 후로 사라지셔서 교인들이 모두 교주님만을 애타게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제 눈앞에 나타나시니, 운명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 저를 찾고 있다고요?”
“네. 교주님께 행복을 받았던 사람들끼리의 모임이 있습니다.”
사이비 집단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사실은 지원을 놀라게 했다. 우선은 그가 대표이사이기에,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하면서 조심스럽게 사정을 설명했다.
“이사님. 저는 이제 교주가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인간입니다.”
“교주님. 교주님께서 직접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예?”
“신은 그 존재를 믿는 사람에 의해서 태어난다고요. 즉 믿는 사람이 있다면 신도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
“저는 여전히 교주님을 신이라고 생각하고 믿습니다.”
대표이사는 환하게 웃었다. 그 흐리멍덩한 동공은 이미 교단에서 수도 없이 본 것이었다.
우선 지원은 비서 자리에 앉았다. 그저 앉아만 있었다. 대표이사는 꽤 바쁜 것인지 자주 자리를 비웠고, 그럴 때는 몰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죽였다. 첫 출근을 한 이래 아직 퇴근 시간이 멀었는데도 새로 출시된 게임을 세 개나 깔았다가 지웠다.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원은 교주였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대표이사는 지원이 교주로 있기를 원했고, 이 회사에 있는 한 대표이사의 뜻대로 교주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지원은 그저 존재하는 것뿐인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일을 해서 성취감을 느끼고 그걸로 자아를 채워 나가고 싶었다. 그런 평범한 삶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일 줄은 몰랐다.
대표이사는 점심에 약속이 있다며 나가 버려서, 지원은 혼자 바깥에서 점심을 사서 먹었다. 갑자기 낙하산처럼 내려온 가짜 비서에게 진짜 비서들은 마음을 내주지 않았다. 마주쳐도 인사를 받아 주지 않았다.
김성희가 체포되고 교단이 무너지면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전에 그랬듯이 평범한 삶을 살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이런 식으로 성립이 되지 않을 줄 몰랐다. 아직도 지원을 교주로 믿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이작 말고도 더 있었다. 어떡하면 좋을지 몰랐다.
퇴근 시간이 되자 대표이사가 돌아왔다. 대표이사는 지원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내일 또 뵙겠습니다.”
그리고 황급히 가 버리려고 하는 대표이사를 붙들었다. 할 말이 있었다.
“저, 대표님.”
“네. 말씀하세요.”
“저를 만난 거 다른 분들께는 비밀로 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원에게 행복을 받았던 사람들의 모임이 존재한다는 것은 오늘 온종일 신경이 쓰였다. 대표이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웃으면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왜 물론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일단 그가 알겠다고 하자 조금 안심이 됐다. 그렇게 지원은 퇴근했다. 첫 출근부터 엉망진창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만 같았다.
* * *
이작 센데즈는 올해 서른 살의 한국계 미국인으로, 센데즈라는 성은 어머니가 스페인계 남성과 재혼하면서 붙여졌다. 어머니가 지어 준 한국식 이름은 장서진이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이작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크게 관심 없었다. 부모의 나라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작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므로 미국이 자신의 나라였다. 게다가 아주 어릴 적 부모가 이혼해 기억 속의 아버지는 스페인계 미국인이었기에 한국의 이미지는 더 옅었다.
그런 이작이 한국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한 남자를 만나고 나서였다. 남자, 권선형은 행복을 찾기 위해 세계 여행을 하는 중이라며 이작에게 행복하냐고 물었다.
행복.
이작은 행복에 대해서도 그다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작의 인생은 그랬다. 행복하진 않았지만 불행하지도 않은 삶이라고 느꼈다. 거기에 적당히 만족하고 살아가고 있었지만, 권선형은 그건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고 했다.
<진정한 행복은 자신만의 것에 있다>.
그게 권선형이 말하는 <행복 철학>이었다. 이작은 순식간에 그 철학에 빠져들었다. 그러고 보면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것을 따라갔을 뿐, 자신만의 무언가를 해 본 적이 없었다. 자신만의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하자, 권선형은 한국행을 제안했다. 갖고 있었던 것부터 버려야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 뜻에서 나온 제안이었다.
권선형 역시 자신만의 것을 찾고 있었다. 그가 찾는 자신만의 것은, 자신만을 위해 모든 것을 베풀어 주는 물주였다. 권선형은 미국으로 와서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이작을 만났고, 그를 자신의 물주로 점찍어 한국으로 데리고 오는 데에 성공했다.
처음부터 권선형의 계획에는 큰 그림이 존재했다. 그는 일찍이 큰돈을 벌려면 종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권선형은 물주들의 돈을 자금 삼아 종교를 만들고, 교세를 확장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지만, 거기에는 중요한 게 하나 없었다. 바로 카리스마였다. 권선형에게 욕심은 있지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카리스마는 없었다.
그래서 권선형은 앞에 내세울 누군가를 찾았다. 그 인물이 바로 김성희였다. 김성희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이미 <어머니의 나라>라는 신흥 종교를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었다. 사이비 종교를 만든 주제에 절대 신의 존재를 믿는 김성희에게 권선형은 교주를 자처했다.
이작은 권선형의 야망과 노력을 보고 감탄했다. 자신은 저렇게 치열하게 살아 본 적이 없었다. 저렇게 삶을 살아야만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자, 그의 모든 것을 알고 따르고 싶어졌다. 그렇게 이작은 권선형의 충실한 물주가 되어 돈을 끌어모으기 위해 <행복의 나라>라는 종교를 만들고, 종교에 매진하게 되었다.
그 후로 권선형과 김성희는 여러 차례 충돌했다. 김성희는 권선형에게 교주로서 희생을 요구했지만, 권선형은 응하지 않았다. 그는 정말로 신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저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종교라는 사업에 끼어든 것이었다.
그리고 권선형은 김성희로부터 손을 털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도주하려다가 한 광신도에게 붙잡힌 후 실종되었다.
김성희는 권선형의 실종을 광신도의 소행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는 권선형이 교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려고 도망치려다 자살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작은 권선형에게는 버림받은 배신감을 느꼈고, 의무를 강요한 김성희에게는 분노를 느꼈다. 이에 새로운 교주를 이용해 김성희에게 복수하겠다는 계획을 짰다.
처음 시작은 그랬다. 이작은 지원을 이용해서 김성희를 감옥에 넣겠다는 생각밖에는 하지 않았다. 새로운 교주가 누구든 상관없었다. 그저 그렇게 하면 김성희에게 갚아 줄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 마음은 점점 변했다. 지원의 옆에 있으면 행복했고, 그 행복이 자신만의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작은 그제야 권선형이 말했던 행복을 알게 되었다. 그는 <진정한 행복은 자신만의 것에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지원은 온전히 이작만의 신이 되어야 했다. 그것이 행복이었다.
그래서 이작은 지원을 가지려고 계획을 변경했다. 다행히 계획은 성공하여 지원을 혼자서만 모실 수 있게 되었지만, 초기 계획과 어긋난 점이 여러 개 생겼다. 목표 지향적이고 체계적인 것을 선호하는 이작의 성격과 맞지 않는 일이었다.
밤 9시가 넘었는데도 지원이 퇴근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저녁을 같이 못 먹을 것 같다고 하여 어느 정도는 늦겠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늦을 줄은 몰랐다. 전화해도 받지 않고 일하는 중이라는 메시지만 올 뿐이었다. 이작은 초조해졌다.
삑삑. 도어 록의 번호 키가 눌리는 소리가 났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이작은 벌떡 일어나서 현관으로 향했다. 누가 봐도 피곤함에 찌든 것 같은 지원이 초췌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지원은 눈을 반쯤 감고 횡설수설 말을 중얼거렸다.
“저 왔어요…. 정말 죄송한데 피곤해서 바로 잘게요…….”
“지원 님?”
그리고 지원은 흐느적거리며 이작을 지나쳐 곧장 욕실로 들어갔다. 목욕 시중을 들어주고 싶었으나 최근 지원은 목욕 시중을 거절하고 있어 할 수가 없었다. 이작은 더 초조해졌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 * *
이작과 지원이 사는 집에는 기도실이 있었다. 지원은 기겁하는 곳이지만, 이작이 온전히 지원을 생각하며 기도를 하는 공간이었다. 지원이 출근한 후, 이작은 그곳으로 가서 기도를 시작했다. 회사에 있을 지원을 생각하며 오늘은 6시 정시에 퇴근하게 되기를 빌었다. 그리고 잠시 후, 지원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오늘도 야근이에요. 먼저 주무세요.]
기도는 효과가 없었다. 이작은 불안해졌다. 시험받는 교인의 마음이 되어서 괴로워졌다. 이 시험을 견뎌 내야 더 굳건한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결국 이작은 신은 아니지만 신을 믿는 사람을 찾아가기로 했다.
이작이 아는 신을 믿는 사람, 김성희였다. 이작은 다시 한번 김성희를 만나기 위해 서울구치소에 찾아갔다. 이작은 김성희에게 고민을 토로했다.
“지원 님께서 요즘 바쁘다고 하시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뭐라고?”
접견실은 김성희의 분노만으로 꽉 찬 느낌이었다. 이작은 전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지원 님께서 피곤하시다고 저에게 행복을 나눠 주지 않으십니다. 불안하고 괴롭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행복? 그러니까 섹스를 안 한다는 말이야?”
“다른 말로 하자면 그렇습니다.”
“미친 새끼가…. 그 얘기를 왜 나한테 해?”
“그럼 누구한테 합니까?”
이작의 진지한 말에 김성희는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턱 막혔다. 여기까지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교주님이랑 섹스리스라서 괴롭다는 얘기라니. 이딴 얘기라도 듣고 싶어서 접견을 허락한 자신이 머저리처럼 느껴졌다.
열받고 어이가 없어서 인상을 잔뜩 찌푸리던 김성희는 이작에게 작은 복수를 하나 하기로 다짐했다.
“뻔하네. 다른 남자 생긴 거야.”
“…….”
“기껏 대답해 줬는데 표정이 왜 그따위야?”
이작은 작게 한숨을 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접견실을 나가 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본 김성희는 히죽거리며 웃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제부터 신경 쓰이게 될 것이다. 저 문장에는 그런 저주가 걸려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이작은 집 안을 뱅뱅 맴돌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다른 남자가 생겼을 거라니. 김성희는 여전히 말도 안 되는 말만 해 댔다. 당연히 지원이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원은 야하고 아름다우니까 누군가가 탐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씨발…….”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욕이 절로 나왔다. 지원이 그럴 거 같지 않다는 생각과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동시에 충돌하며 싸웠다.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력도 흐려지고 있었다.
이대로 집에 있을 게 아니었다. 직접 확인해 보면 해결될 문제였다. 지원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확인해 보면, 마음이 깨끗하게 정리될 것 같았다.
이작은 당장 집을 나왔다. 아직 퇴근 시간 전이라 도로가 막히지 않아 지원의 회사 앞에 금방 도착했다. 근처 주차장에 차를 대 놓고, 회사 건너편의 카페에 가서 자리에 앉았다. 저 건너편 건물에서 지원이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억지로 기분을 가라앉혔다.
6시가 되자 건물 안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창문의 불이 한둘씩 꺼지고, 20분이 지나자 전부 암흑으로 물들었다. 이작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야근? 사람들이 다 퇴근하고 있는데? 지원이 일 못 하는 신입이라서 혼자 남아서 일을 하는 걸까?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직접 확인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 시간이어서 그런지 아예 출입문을 열어 두고 있었다. 정장을 차려입고 나와 사원인 줄 알았는지 아무도 이작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렇게 경비가 허술해서야. 이작은 혀를 찼다. 본인이 그 허술한 경비 덕에 회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YR건설이 위치한 곳은 건물 5층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하자 복도가 어두웠다. 밖에서도 보였듯이 모든 사무실이 다 불이 꺼져 있는데 단 한 곳만 불이 켜져 있었다. 대표이사실이었다.
지원은 분명 엔지니어링 팀에서 일한다고 했으니, 대표이사실에 있을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자꾸 움직였다. 블라인드가 쳐진 문이 의심스러웠다. 손잡이를 잡고 당기자, 당연하게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이작은 다리를 들어 올리고 문을 쾅쾅 걷어찼다.
문이 열린 건 금방이었다. 이작은 문을 열어 준 대표이사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지원이 있었다.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고 이작을 바라보았다.
“이작 씨?”
그리고 목부터 발목까지 오는 흰색 교주복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이전의 것과는 디자인이 조금 달랐다. 직접 디자인한 옷이기에 디테일의 차이를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표정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거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지금 이게 뭡니까.”
“아… 그게요.”
“집에 가서 얘기합시다.”
“그럼 옷을 갈아입고…….”
“여기서 벗겠다는 말입니까?”
그런 말은 아니었지만,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지원이 고개를 젓자 이작은 지원을 대표이사실에서 데리고 나왔다. 대표이사가 지원을 불렀지만, 이작은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주차장으로 가는 짧은 시간 동안 퇴근하는 많은 사람이 지원을 바라봤다. 지원은 수많은 사람 앞에서 별짓을 다 했으면서 지금 쏟아지는 잠깐의 시선이 부끄러운 자신이 이해가 안 됐다.
차에 올라타자 이작은 말없이 운전을 시작했다. 퇴근 시간인지라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차 속에서 두 남자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결국, 버티지 못한 지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작 씨.”
“…….”
“제 말을 들어 주세요.”
이작은 앞을 본 채로 핸들을 꽉 쥐었다. 지원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대표이사님이 <어머니의 나라> 교인이었어요. 중계로 공개 설교를 본 적도 있고요. 그래서 면접 때 저를 바로 알아본 겁니다. 사실대로 말을 하면.”
“당장 일 그만두세요.”
“…그렇게 말할 것 같아서 말을 못 했습니다.”
지원의 목소리는 조금 화가 나 있어서, 이작은 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돈이 부족한 거면 제가 드리겠습니다.”
돈. 돈이 뭐라고. 돈이라면 이작에게 차고 넘칠 만큼 있었다. 그 돈을 마음껏 써도 된다고 여러 번 말했는데도 듣지 않았다. 지원은 억울하게 항변했다.
“돈 때문에 아니에요.”
“그럼 뭡니까?”
“부모님 때문입니다.”
핸들을 꽉 쥔 손에 힘이 빠졌다. 이작은 고개를 돌려 지원을 바라봤다. 지원은 자신도 어이가 없는지 공허하게 중얼거렸다.
“저에게 행복을 받았던 사람들끼리의 모임이 있다고 합니다. 대표이사님이 그 모임에 속해 있고, 부모님에 대해서 알고 계신다고 해서 알려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
“그리고 저는 이제 교주도 뭣도 아니니까 아무것도 못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옷 입고 앞에 앉아서 자신이 기도만이라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하셨어요. 그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모님 얘기를 듣고 싶었어요. 왜 저한테 아무런 말도 없이 종교에 빠졌던 건지, 지금은 뭘 하고 있는지 그냥 그런 게 알고 싶었던 겁니다.”
“…….”
“물론 배신감도 많이 느꼈고, 그래서 괴로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부모인데, 조금은 걱정이 된단 말이에요.”
손바닥을 펴서 얼굴을 쓸어내리는 동작이 안쓰러웠다.
“그걸 알고 싶다는 게 그렇게 큰 욕심은 아니지 않나요.”
이작은 그 목소리를 못 들은 걸로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어디까지 말해야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곧 깨닫고 말았다.
현재 지원의 부모는 지원에게 행복을 받았던 사람들끼리의 모임에서 명예로운 대접을 받고 있다. 그들은 이제 빚도 사라졌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모임에서 후원을 받고 있다.
그걸 지원에게 알려 주고 싶지 않았다. 이미 지원은 부모가 자신을 새로운 교주 후보로 추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게 해서 자식을 팔아먹은 후 지금까지도 팔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알아야 할까 싶었다. 게다가 대표이사까지 그걸 이용해 지원에게 교주복을 입히고, 야근이란 명목으로 교주가 되길 강요하고…….
지원을 교주가 되도록 추진하고 교육한 것은 자신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부모의 근황까지 알게 되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이작이 할 수 있는 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역시 일은 그만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작 씨.”
이작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지원을 이용하려고 했었던 과거의 자신을 완전히 없던 거로 할 수 없었다. 그 흔적은 계속 남아 순수한 마음으로 지원을 모시는 데에 방해가 되었다.
“지원 님의 부모님의 근황은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지원 님을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은 믿지 마세요.”
“…….”
“그게 저여도요.”
그 흔적을 완전히 지워 버릴 수는 없으니, 위에 다른 것을 덮어씌워야 했다.
* * *
이작은 지원의 부모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 만남 장소는 경기 서부 쪽에 있는 <행복의 나라 부흥회>라는 간판을 단 사무실이었다. 대표이사가 말한 지원을 그리워하는 교인들의 모임 장소였다. 지원의 부모는 그곳에서 성부와 성모로 불리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이작은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지원의 어머니는 아직 오지 않은 듯했다. 지원의 아버지는 이작에게 물었다.
“왜 만나자고 했습니까?”
“지원 님에 대해서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걔가 왜요?”
“부모님을 만나 뵙고 싶어 하셔서요.”
지원의 아버지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대뜸 말했다.
“안 만나는 게 서로한테 나을 거요.”
“왭니까?”
“겨우 다 키워 놨는데 뭘 또 만나. 부모 노릇을 언제까지 더 해야 해.”
쯧쯧. 지원의 아버지는 혀를 찼다. 대뜸 지원의 흉을 보는 태도가 심상치 않았다.
“그래도 낳고 기르시지 않았습니까.”
뭐 때문인지 조심스럽게 캐묻자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가관이었다.
“내 자식 아니요.”
“…아.”
한 번에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는 것 같았다. 지원은 어머니는 친어머니가 맞지만, 아버지는 친아버지가 아니었다. 지원의 아버지는 무정자증에 가까운 상태여서 자연 임신이 어려운 상태였다. 즉 지원의 어머니가 외도했다는 거다.
“나는 걔 키워 줬고, 걔는 빚 갚아 줬으니 서로 퉁친 걸로 합시다.”
“어머님께서도 동의하신 내용입니까?”
“그래요.”
“그래도 직접 말씀하시는 게… 아닙니다. 제가 말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지원의 아버지는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확실히 지원과는 전혀 닮지 않았다.
“그럼 앞으로도 만나지 않으실 생각입니까?”
“굳이 그럴 필욘 없겠지.”
“그럼 그렇게 정리하겠습니다. 연락할 일이 있으시면 저를 통해서 하십시오.”
이작의 말에 지원의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친자식이 아니니까 팔아먹고, 굳이 만나고 싶지는 않지만 계속 팔아먹기는 하겠다는 결심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작은 지원의 아버지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복잡한 고민에 휩싸였다.
이 대화를 말하는 게 좋을까? 어쩌면 말하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본인도 친자식이 아닌 걸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가족도 아닌 이작이 굳이 말해서 기분만 상하지 않을까 싶었다.
집에 도착하니 지원이 현관 앞으로 달려 나왔다. 일을 그만둔 후로 집에 가만히 있기가 영 심심한 모양인지 이것저것 시도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요리한 모양이었다. 절대 맛있지 않은 냄새가 부엌에서 나고 있었다.
“부모님을 만나셨나요?”
지원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 이작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리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시작했다.
“최근에 이사하신 것 같더군요. 어디로 이사했는지 알아보는 중이니 곧 결과가 나올 겁니다.”
“아… 그렇군요. 괜찮아요.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지원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시무룩해져 부엌으로 돌아가려는 지원을 이작이 충동적으로 붙잡았다.
“지원 님.”
“네?”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지원 님을 알아보고 불순한 의도로 접근하는 사람이 또 생길 겁니다.”
“불순한 의도…….”
지원이 중얼거렸다. 사이비 종교 간부였던 사람이 할 만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저희 부모님이 미국에 살고 계십니다. 그쪽으로 가는 건 어떻습니까.”
단순한 문장이지만 이작은 필사적이었다.
안타깝게도 그게 이작이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행동이었다. 한국에는 지원이 교주였음을 아는 사람들과 부모가 있다. 그들과 떨어져서 사는 것이 낫다는 것을 오는 내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제안에 지원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원은 해외 거주를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한국에서 줄곧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로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크게 나쁘지 않았다. 이작의 말대로 자신을 누군가 알아보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저 그런데 영어 잘 못 해요.”
“제가 잘합니다.”
“돈도 없는데…….”
“제가 많습니다.”
“그럼 저는 도대체 뭘 해요.”
지원이 투정 부리듯 말하자 이작이 지원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
“그거면 됩니다.”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자신을 믿지 않아도 되니까 지원을 믿게 해 달라는 이상한 남자. 하지만 그 이상함이 나쁘지 않았다. 줄곧 보잘것없는 삶이었다. 그런 삶을 살던 자신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누군가가 생긴 게, 지원은 싫지 않았다.
“기도…, 해 볼게요”
가벼운 대답에 이작은 환하게 웃었다. <진정한 행복은 자신만의 것에 있다>. 지원은 이작만의 것이었다.
* * *
“그래서 앞으로 못 올 겁니다.”
김성희는 이작을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섹스리스라서 힘들다고 말한 지 1주일도 안 되어서 하는 말이.
“미국으로 간다고?”
“네.”
한국을 떠난다는 말이라니. 사람을 구치소에 집어넣고 자신은 도망치겠다는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거기다가.
“그리고 교주님도 함께 간다고.”
“네.”
이작은 싱긋 웃었다. 그 미소가 해사하고 아름다워서, 천사 같았다. 김성희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이딴 걸 보고하겠다고 온 것부터가 마음에 안 들었다.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난 게 있었다.
“주헌이가 교주님 찾아.”
“그렇습니까.”
“어. 그러니까 잡히기 전에 잘 도망가 보라고.”
김성희가 으르렁대며 웃었다. 이작은 입꼬리를 끌어당겨 그를 비웃었다. 고작 구주헌 따위에게 붙잡힐 생각은 없었다.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할 말이 끝났는지 이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러고 보니 이작도 생각난 게 있었다.
“영치금 최대치까지 넣어 드렸습니다.”
“…….”
“지원 님과 저를 만나게 해 주셨으니까요. 소정의 마음입니다.”
“소정의 마음? 한국어나 다시 배워, 새끼야.”
“앞으론 영어 쓸 거니까 상관없습니다.”
이작은 다시 한번 싱긋 웃었다.
집에 도착하니 영어 회화 학원에서 돌아온 지원이 테이블 위에 단어장을 잔뜩 늘어놓고 암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혼자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단어를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돌려 인사했다.
“어디 다녀오셨어요?”
“어학원을 알아보고 왔습니다.”
김성희를 만나기 전에 유학원을 여러 군데 들렀으므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원은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에 가면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했다. 전공인 전자공학을 좀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그렇게 정했다. 당장 입학할 생각은 아니었으므로 우선 어학원을 다닐 생각이었다.
이작이 어학원에서 챙겨 준 팸플릿을 건네자, 지원이 단어장들 위에 팸플릿을 펼쳐 놓고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인상을 다시 찌푸리며 꼼꼼하게 읽는 모습을 보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지원은 결국 팸플릿을 내려놓으며 하소연했다.
“저 사실 미국은 여행도 가 본 적 없어요. 해외여행은 일본하고 홍콩만 가 봤는데,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어려우시면 저한테 의지하세요.”
“음식 주문하는 것도 못 해서 일일이 이작 씨에게 부탁할지도 모르는데요?”
“그것도 좋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해 달라는 듯이 눈을 반짝였다. 지원은 난감하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렸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방해되는 건 이작이었다. 지원이 생각하기에 스스로는 별것 아닌데, 이작은 늘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말했다. 잠시 생각하던 지원은 며칠 전부터 떠오른 궁금증을 꺼냈다.
“저 궁금한 게 있어요.”
“뭡니까?”
“저에게 언제까지 존댓말을 하실 건가요?”
미국행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작은 지원보다 세 살 더 많았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이작이 드물게 당황했다.
“지원 님, 그건…….”
“서로 편하게 부르면 안 돼요? 저도 이름 부를게요.”
“…….”
이작이 망설이자 지원이 먼저 이름을 불렀다.
“서진 형, 빨리요.”
“지…, 원아.”
이미 말해 버렸음에도 이작은 어찌할 줄 몰라 하며 지원을 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지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작의 앞에 서서 계속 이름을 불렀다.
“서진 형, 서진 형, 서진 형.”
“…….”
“서진…….”
이름을 부르다 중간에 끊겨 버렸다. 이작이 팔을 뻗어 지원을 꽉 껴안았기 때문이었다. 몸을 바짝 붙이고 지원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지원아.”
“…….”
살면서 수백 수천 수만 번은 불렸을 이름일 텐데 왜 갑자기 떨리는 걸까. 지원은 이 기분의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이작의 입술이 미간에 닿고, 콧대에 닿더니 이내 입술에 닿았다. 부드러운 살덩이가 문질러지고 지원은 자연스럽게 입을 열어서 밀려 들어오는 혀를 받아 냈다. 입안이 꽉 차게 서로의 혀가 문질러지자 몸이 어쩔 줄을 몰랐다. 더 만지고, 닿고 싶은 기분만 남아 있는 짐승 같았다.
입고 있던 티셔츠 밑으로 손이 들어와서 등을 매만졌다. 그 차가운 감촉이 좋아서 지원도 이작의 등을 마구 쓸었다. 이작은 지원을 안은 채로 들어 버린 후, 침실로 곧장 향했다. 지원은 이작에게 매달려서 가쁜 숨을 내쉬었다.
지원을 침대에 눕힌 이작은 빠른 속도로 입은 옷을 벗었다. 지원은 자신도 옷을 벗으며 이작의 몸을 대놓고 훑어봤다. 넓은 어깨 밑으로 잘 짜인 마른 근육이 눈에 띄었다. 섬세하고 화려한 얼굴에 잘 어울리는 몸이었다.
이작의 성기는 이미 단단히 서 있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매번 볼 때마다 놀라는 크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공포와 두려움보다 안에 들어왔을 때의 쾌감과 포만감이 먼저 떠올랐다.
커다란 손이 지원의 허벅지를 콱 잡고 옆으로 벌렸다. 그 밑에 자신의 허벅지를 밀어 넣고, 성기로 구멍 위를 문질러 댔다.
“지원아…….”
이작은 마치 허락을 구하는 듯이 지원을 애타게 바라봤다. 지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작은 이미 구멍이 말랑하게 풀려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이 두툼한 귀두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뼈가 벌어지는 것 같은 기묘한 감각과 함께 커다란 살덩이가 안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으으…….”
지원은 눈을 질끈 감고 아래를 채우는 느낌에만 집중했다. 끊임없이 밀고 들어오던 성기가 어느새 안을 가득 채우고 살이 철퍽하고 맞닿았다. 이작은 지원의 배를 살살 어루만지다가 꾹, 힘을 줘서 눌렀다. 그러고는 허리를 천천히 움직여서 성기를 살짝 빼냈다가 퍽, 소리가 나게 박아 넣었다.
“아!”
“하아, 지원아…….”
이작은 반쯤 풀린 눈으로 사정없이 성기를 박기 시작했다. 지원의 몸이 위아래로 흔들리면서 움직임을 고스란히 받아 냈다.
“아, 읏, 으, 응!”
지원의 성기는 착실히 서서 흔들리고 있었다. 이작은 철퍽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성기를 밀어 넣으면서 지원을 애타게 불렀다.
“지원아, 지원아…….”
“서, 서진, 아, 형, 아……!”
계속 안이 꽉 찬 채로 문질러지자 사정감이 찾아왔다. 그 순간을 눈치챈 이작이 지원의 성기를 잡고 탁탁 문질러 주면서 바로 사정을 유도했다.
“읏!”
백탁액이 성기 끝에서 뿜어져 나와 배 위로 흘러내렸다. 이작은 힘이 빠진 지원을 붙잡고 허릿짓을 멈추지 않았다. 부드럽고 말캉하게 조여 오는 내부가 기분 좋아서, 나가고 싶지 않아 일부러 사정을 참고 있었다.
“아, 그만…….”
닿은 부위가 빨갛게 익을 정도로 세게 박아 넣자 지원이 힘없는 목소리로 애원했지만, 이작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철퍽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실컷 안을 문질러 낸 후.
“하아…….”
드디어 사정했다. 지원은 제 몸 안에 퍼지는 정액의 느낌에 안도했다. 이작은 바로 성기를 빼지 않고 지원의 몸 위에 자신의 몸을 겹치면서 입을 맞춰 왔다.
“지원아.”
“으응…….”
“좋아해.”
지원의 눈이 번쩍 떠졌다. 방금 들은 말이 착각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지원이 눈을 깜빡거리자 이작은 씩 웃었다.
“좋아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
대답을 바로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자 이작이 다시 입을 맞추면서 입을 막아 버렸다. 혹시나 원하지 않는 대답이 나올까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두렵다니. 지원은 이 남자가 느낄 수 없는 종류의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지원이 보는 이작은 늘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지원은 대답 대신 이작을 꽉 껴안았다. 넓은 어깨를 어루만지고, 움푹 팬 등골을 쓸어내리자 겨우 입술이 떨어져 나갔다. 지원은 또 입을 막아 버릴까 봐 서둘러 말했다.
“좋아해 줘서 고마워요.”
“…….”
“저도 많이 좋아해요.”
이작이 없었더라면 아직도 그 산골의 교주실에 갇혀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원에게 이작은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부모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에 충격받고 괴로워하던 지원을 돌봐 준 것도 이작이다. 조건 없는 사랑을 받다 보니 어느새 지원도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원의 대답을 들은 이작은 잠시 얼어붙더니 이내 신의 부름을 받은 어린양처럼 화사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제 지원은 이작의 신이 되지 않을 것이다. 둘은 이제 연인이 되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