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행복의 나라
지원은 몇 날을 앓았다. 침대에 누워서 꼼짝도 못 했다.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들을 갑작스럽게 알게 된 뇌가 과부하를 일으킨 것처럼 아팠다. 온몸의 관절이 엇나간 듯 삐그덕거렸고 멀쩡히 돌아가는 데가 하나도 없었다. 몸이 아프니까 정신도 뚝뚝 끊겨서 깨어 있는 시간이 짧았다.
지원은 계속 이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고만 싶었다.
눈을 뜨는 그 짧은 찰나마다 이작이 늘 옆에 있었다. 이작은 바로 상태를 살폈다. 깨 있는 시간이 짧아서 식사를 계속 거른 탓에 팔에 주삿바늘을 꽂아 놓고 수액을 맞게 하고 있었다. 이작의 섬세하고 화려한 얼굴을 볼 때마다 지원은 정신이 더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현실 도피를 할 수 없었다. 살아서 숨 쉬는 모든 것이 다 빚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지원이 맞고 있는 수액도 전부 돈으로 계산되고 있다. 지원이 갑자기 눈을 뜨니 옆에 있던 이작이 놀라며 상태를 살폈다.
“괜찮으십니까?”
“아…….”
오랜 시간 말을 하지 않아서 잠긴 목소리가 거칠게 새어 나왔다. 고개를 끄덕거리자 이작이 구주헌을 불렀다. 구주헌은 묽은 미음을 한 그릇 가지고 침실로 들어왔다. 아팠던 것은 지원이었는데 구주헌이 더 병자 꼴을 하고 있었다.
“구주헌 씨, 얼굴이…….”
많이 상했네요…. 그렇게 말을 이으려고 했지만 목이 따가워서 말을 더 할 수가 없었다. 목을 쥐고 인상을 찌푸리자 바로 미지근한 물이 한 컵 건네졌다. 물을 마시니 한결 나았다. 이작이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아니요.”
빈말로도 괜찮다고 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 그렇게 말해 주고 싶지도 않았다. 괜찮을 리가 없었다. 다만 힘들어할 여유조차 없는 상황이라서 일어난 것뿐이었다.
지원의 안색을 살핀 이작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잠들어 계신 동안 의사가 다녀갔습니다. 몸에 큰 이상은 없다는 의견이었습니다.”
“…….”
“우선 스케줄은 전부 다 미루기로 했습니다. 괜찮으실 때 말씀해 주시면 다시 조정하겠습니다.”
스케줄. 벌써부터 그 단어에 머리가 다시 아파 왔다. 하지만 피할 수 없었다.
“어떤 스케줄이었는데요?”
“김성희 님과 합동으로 진행하는 3차 공개 설교입니다.”
그랬었다. 2차 공개 설교 때 일반 교인을 모시고 3차 공개 설교를 진행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지원은 입을 일자로 꾹 다물었다. 그리고 빚을 생각했다. 눈도 저절로 질끈 감겼다.
“안 미루셔도 돼요. 일정을 잡아 주세요.”
“교주님?”
“어차피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 목소리에는 약간의 체념이 담겨 있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해 버리는 게 나았다. 게다가 공개 설교를 하면 돈이 된다. 비록 지난달에는 처음이라고 이것저것 많이 떼 가느라 남는 게 별로 없었지만 이번 달부터는 다를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날을 잡아 보겠습니다.”
의사를 전달받은 이작이 일을 처리하기 위해 침실 밖으로 나갔다. 지원은 다 식어 가는 미음을 천천히 먹었다. 속이 쓰릴 정도로 텅 비었고 입맛도 없었지만 뭐라도 먹어야 했다. 그 모습을 구주헌이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날 지원이 그렇게 도망한 후 구주헌은 어떻게 됐을까. 지원은 힐끔 구주헌을 바라보았다. 안색이 조금 안 좋은 것 빼고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궁금했지만 구주헌이 먼저 말을 해 주는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기에 먼저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구주헌 씨.”
“예.”
“그… 잘 지내셨나요?”
그날의 일을 들추기가 애매했다. 우선 그날 지원이 도망을 치긴 했지만, 이작은 김성희를 마중 나갔던 걸로 대충 얼버무리자고 했었다. 김성희가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지원의 물음에 구주헌이 나직하게 말했다.
“교주님이 아프셔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
“그 외에는 별일 없었습니다.”
별일 없었구나. 다행이다. 지원은 혹시 자신이 도망쳐서 구주헌이 벌을 받게 되었을까 봐 걱정됐었다. 아무래도 그 도망은 대충 마무리가 된 것 같았다.
“…….”
구주헌은 집요한 눈빛으로 지원을 살폈다. 방금까지 앓다가 깬 사람이니 지금 당장 도망칠 것 같진 않았다. 다행이었다.
지원이 도망친 후, 이작은 구주헌이 방심했음을 지적하며 처음이니 용서한다고 했다. 그러나 두 번째는 없다고 분명히 경고했다. 때리거나 욕을 들은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더 긴장이 됐다. 지원이 두 번째로 도망치는 날은 구주헌의 인생도 끝나는 날이 될 것이다.
미음을 다 먹고 나니 조금 살 것 같았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교주님!”
김성희의 목소리가 분명히 들렸다. 대비할 틈도 없이 침실 문이 발칵 열리고, 김성희가 불쑥 들어왔다. 선이 굵고 거친 얼굴이 보이자 지원의 등 근육이 바짝 긴장했다. 이작이 바로 따라 들어와서 지원의 안색을 살폈다. 김성희는 태연하게 말했다.
“진작 오려고 했는데 이작 새끼가 도움 안 되니까 오지 말라고 지랄을 하더라고.”
“아…….”
“그래서 난 진짜 애라도 밴 줄 알았네. 하하.”
김성희는 고개를 뻐근하게 돌리며 웃었다.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하는 말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안 갔다. 지원은 김성희의 말에 웃어 줄 여유가 없었다. 이작은 옆에서 조정한 스케줄을 알려 주었다.
“김성희 님 일정상 합동 설교는 주말에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바로? 교주님, 너무 무리하지 마. 응? 길게 봐야지, 길게.”
그렇게 말하며 김성희가 지원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지원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당겨 희미하게 웃었다.
“괜찮습니다. 교인분들도 많이 기다렸을 테니까요.”
“흠.”
“…그리고 김성희 님과 하고 싶기도 하고요.”
괜찮지 않았지만, 괜찮다고 말해야만 하는 입장이었다. 지원은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말을 슬쩍 흘렸다. 김성희는 지원의 대답이 의외였는지 눈썹을 씰룩거렸다.
“교주님. 나 좋아하는 티 너무 내지 마.”
“그러면 별론가요?”
너무 대놓고 흘렸나 싶어서 지원이 후회할 틈도 없이 김성희가 어깨를 넓게 펴고 으쓱거렸다. 입꼬리가 삐죽삐죽 올라갔다. 허리를 굽혀 지원과 시선을 맞추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픈 사람하고 하는 취미는 없거든.”
“아…….”
“뭐, 그런데 아주 여지가 없는 건 아니라서 교주님이라면 생각해 볼 만한데…….”
“교주님은 아직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김성희의 의지를 눈치챈 이작이 선수를 쳤다. 김성희는 쯧, 혀를 차고는 다시 허리를 폈다. 불만을 가득 담아 이작을 노려보았다.
“생각해 본다고, 생각만.”
“저도 말씀만 드린 겁니다.”
김성희가 노려본다고 해서 물러날 이작이 아니었다.
똑똑.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김성희가 떠날 시간이었다. 김성희는 느릿한 손길로 지원의 등을 쓰다듬었다.
“교주님, 나 가 볼게.”
“네.”
“연락해.”
지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씩 웃고는 침실을 나갔다. 쓰다듬어진 등이 데인 것처럼 뜨거웠다. 구주헌도 지원이 비운 미음 그릇을 챙겨 침실 밖으로 나갔다. 둘만 남자 지원이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이작 씨.”
“예?”
“저번에 말한 거요. 김성희한테 그… 난교 파티 하자고 하면 되는 거죠.”
“난교 파티가 아니고 <은총의 밤>입니다.”
“네, 아무튼 그거요. 공개 설교가 끝나고 말해 볼게요.”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원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긴장이 됐다. 김성희를 꼬시는 일이 쉬울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계획되어 만들어진 빚을 갚겠다고 애쓰는 것은 이제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애초에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이곳에 지원을 얽매이게 하기 위한 수작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제는 여기를 벗어날 생각을 할 때였다. 그렇게 해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 일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잘할 수 있겠죠?”
“교주님은 잘하실 겁니다.”
이작의 눈빛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지원은 짧게 웃었다.
주말이 다가오는 동안 지원은 체력 회복에 집중했다. 구주헌의 지시를 따라 간단한 운동을 꾸준히 했다. 이전만큼은 아니더라도 건강이 많이 회복된 게 느껴질 정도였다.
또, 앓은 탓에 살이 빠져서 기껏 키워 둔 가슴이 작아졌다. 그래서 가슴 마사지를 다시 시작했다. 옷을 벗고 침대에 누워 있으면 구주헌과 이작이 지원의 가슴을 주무르고 빨아 주었다.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주말을 위해서 참았다.
“하아…. 젖꼭지가 다시 통통해지셨습니다. 다행이네요.”
방금까지 이작의 잇새로 잘근잘근 씹힌 지원의 젖꼭지가 퉁퉁하게 부어올랐다. 이작의 입술과 지원의 젖꼭지는 침에 흠뻑 젖어 촉촉했다. 지원은 자극되는 성감에 다리를 비비 꼬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해요. 구주헌 씨도요.”
구주헌은 묵묵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가를 손등으로 슥 닦았다. 그 역시 지원의 젖꼭지를 빠느라 입술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이작은 지원의 통통하게 부어오른 가슴을 보며 말했다.
“이 정도면 그 누구라도 만족할 겁니다.”
“아…….”
칭찬을 듣는다고 해서 부끄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부끄러워져서 지원은 조금 숨고 싶어졌다. 주말에 있을 섹스를 위해 준비를 한다는 게 왠지 이상하게 느껴졌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지원은 교주복을 다시 입혀 주는 이작의 손길을 받으며 물었다.
“그런데 이번 공개 설교는 일반 교인분도 함께한다고 했잖아요. 누구와 할지 정해졌나요?”
“네. 정해졌습니다.”
이작의 일 처리는 정말 늘 빨랐다. 지원은 감탄하며 다시 또 물었다.
“어떤 분이신가요?”
“접니다.”
“…네?”
이게 뭔 소리지. 지원이 고개를 갸웃하자 이작이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제가 일반 교인으로 위장하고 공개 설교를 진행할 겁니다. 그러니까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거…….”
사기 아니에요? 지원은 그렇게 물어보려고 하다가 참았다. 어차피 이 종교는 태생부터가 글러 먹었다. 이제 와서 이런 데에서 사기를 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는 일이기는 했다.
“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옷을 다 입혀 준 이작의 손이 등에서 떨어졌다. 엉덩이까지 빼곡히 달려 있는 단추들 때문에 혼자 입기 어려운 옷이었다. 그런 주제에 가슴은 깊게 파여 있는, 이상한 옷. 지원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 피곤해서 조금 잘게요.”
“네. 주무세요.”
지원이 다시 침대에 눕자 이작은 이제 대놓고 가져다 둔 테이블에서 일을 시작했다. 한 번 도망친 이후로 이작은 구주헌과 번갈아 가며 지원의 옆을 감시했다. 어쩔 수 없다 싶으면서도 가끔은 불편했다.
정말로 피곤했기에 지원은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이작은 지원의 얼굴을 살폈다. 쉬면서 건강이 많이 회복되었어도 아직은 조심해야 했다. 그런데도 주말에 공개 설교를 하겠다고 하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날렵하고 예리한 인상이 더 날카로워진 것 같았다.
“으응…….”
꿈자리가 사나운지 지원이 뒤척거렸다. 몸이 움직이며 벌어진 옷 사이로 방금 전까지 이작이 물고 빨아 통통하고 붉은 젖꼭지가 보였다.
“…….”
주말까지 참을 수 있을까? 이작은 갑자기 조금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는 수 없이 입고 있는 정장 바지의 버클을 풀었다. 속옷을 헤집어 성기를 꺼내고, 자고 있는 지원의 얼굴을 보며 손바닥으로 슥슥 문질렀다.
“하, 흣…….”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입술을 꾹 깨물고 하는 자위였다. 지원을 향한 신앙심이 가끔 도가 지나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꼭 한 번씩은 빼 줘야 속이 시원했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성기를 쑤셔 넣는 상상을 하니 성기가 금세 핏줄을 단단히 세우며 정액을 토해 냈다. 이작은 재킷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성기를 닦고, 옷을 추슬렀다. 그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다시 일을 시작했다. 지원은 여전히 깊게 잠들어 있었다.
* * *
“일어나세요, 교주님.”
“어…….”
이상한 감각에 지원이 눈을 느리게 떴다. 이작이 지원의 옷 가운데 틈에 손을 넣고 가슴을 주무르며 깨우고 있었다. 아침부터 생각하지도 못한 희롱을 당하자 수치스럽고 부끄러워졌다.
“하지, 읏. 마세요.”
“주무시는 사이에 작아지진 않았나 확인하는 겁니다.”
이작의 손가락 끝이 집요하게 젖꼭지를 짓누르고 잡아당겼다. 결국 어제 자기 전만큼이나 젖꼭지가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후에야 이작은 손을 빼냈다. 얇은 교주복 위로 볼록한 윤곽이 도드라졌다.
“예쁘시네요.”
부드럽게 웃으며 해 주는 칭찬이 전혀 기쁘지 않았다. 침실 밖으로 나가자 구주헌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대기 중이었다. 지원이 최근 살이 많이 빠졌던 것을 감안한 고열량의 식사였다. 딱히 식욕은 없었지만 일단 소파에 앉아서 조금씩 식사를 시작했다.
상체를 살짝 숙이고 식사를 하는 지원의 가슴팍을 구주헌이 빤히 보고 있었다. 시선을 느낀 지원이 구주헌을 쳐다보자 구주헌이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
지원은 기분이 이상했다. 정말 이상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이제 견뎌 내야 했다. 오늘은 최고로 이상한, 3차 공개 설교가 진행되는 토요일이기 때문이었다. 식사를 꾸역꾸역 마치자 이작이 간단하게 브리핑을 시작했다.
“우선 김성희 님이 분위기를 먼저 띄우시면 추첨을 진행하고, 제가 단상 위로 올라갑니다. 교주님은 그 후에 등장하시면 됩니다. 구주헌 씨가 안내해 드릴 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구주헌이 꾸벅 인사를 했다. 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은 정말 당황스러워서 얼떨결에, 두 번째는 오기로 했다면 이제 세 번째가 되니 조금 초연해진 기분이었다.
자는 동안 입었던 교주복을 벗고 다른 옷을 입었다. 디자인은 같았지만 사이가 작은지 피부에 착 달라붙어서 윤곽이 그대로 다 보였다. 민망해서 몸을 웅크리자 이작이 어깨를 직접 붙잡고 펴 주었다.
“예쁘시니까 자신감을 가지세요.”
하지만 어깨를 펴고 있으면 미묘하게 살이 붙고 통통해진 가슴이 그대로 보이는데…. 수치스러워서 고개를 떨구자 이작이 머리부터 온몸에 뒤집어쓰는 흰색 로브를 가져와서 걸쳐 주었다. 눈에는 흰색 레이스로 된 안대도 씌워 주었다. 앞은 잘 보이되 지원의 얼굴은 살짝 가리는 디자인이었다. 지원은 로브를 움켜쥐고 가슴팍을 가렸다.
“안대는 왜 하나요?”
“오늘은 다른 지역까지 생중계를 할 예정입니다. 교주님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도구이니 꼭 벗지 말아 주세요.”
“…….”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저는 미리 가 있겠습니다.”
“아직 오전인데 벌써 하나요?”
“네. 교인분들도 주말 저녁을 즐겨야죠.”
역시 이상한 논리였다. 이작이 자리를 뜨자 교주실은 급속도로 조용해졌다. 잠시 후 지원은 구주헌의 안내를 따라 교주실을 나와 하얀 복도를 걸었다. 강당으로 향하는 대기실에 도착해 의자에 잠시 앉아 있었다. 구주헌은 지원의 로브를 가지런히 정리해 주었다.
“…….”
구주헌은 정말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지원 역시 긴장이 되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핸드폰을 붙잡고 이리저리 연락을 주고받더니 지원을 불렀다.
“교주님.”
대답도 하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강당으로 향하는 문 앞에 서자 구주헌이 문을 열어 주었다. 처음과 다를 것 없이 눈부신 조명이 쏟아졌다. 뜨거운 열기와 기묘한 흥분이 느껴졌다.
강당 안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강의실처럼 한쪽 벽면에 단상이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 구조를 바꾼 모양이었다. 중앙에 원형의 단상이 있고, 그 주위를 수많은 의자가 둘러싸고 있는 형태였다. 지원이 구주헌의 안내를 받아 통로를 지나 중앙 단상으로 가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지원을 향했다.
단상 위에는 김성희와 이작이 서 있었다. 김성희는 평소와 같은 흰색 정장 차림이었으나, 이작은 조금 달랐다. 흰 티셔츠에 회색 체크무늬 셔츠를 걸치고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안경도 끼고 있어서 학생처럼 보였다. 지원이 천천히 걸어 단상에 도착하자 김성희가 마이크를 고쳐 쥐었다.
“오늘도 행복을 주실 준비가 되셨나요?”
지원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리자 김성희가 씩 웃었다. 그리고 이작을 손짓하며 소개해 주었다.
“오늘 함께 행복을 받으실 교인분입니다.”
“장서진입니다. 교주님을 뵙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작은 허리를 깊게 숙여서 인사를 했다. 평소답지 않은 격양된 목소리와 움직임이 느껴졌다. 톤도 높고 속도도 빨랐다. 아, 누군가 눈치챌지도 모르니까 연기를 하는 거구나. 상황을 판단한 지원은 고개를 살짝 끄덕여서 인사를 받아 주었다.
단상 위에는 원형의 침대가 있고, 그 주위에 카메라가 여러 대 놓여 있었다. 실시간 중계를 한다니. 도대체 이 부끄러운 쇼가 얼마나 돈이 되는지 머리가 아찔할 정도였다.
지원은 구주헌의 안내를 따라 침대에 걸터앉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서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다. 심장이 쿵쿵 뛰어서 토할 것 같았다. 김성희는 지금의 미묘한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이작에게 말을 걸었다.
“교주님을 가까이에서 뵌 장서진 씨의 기분이 궁금하군요.”
“너, 너무 떨려서 잘 모르겠습니다.”
이작의 얼굴은 살짝 붉게 물들어 있었다. 누가 보면 진짜라고 믿을 만큼, 리얼한 연기였다. 숙맥 같은 그의 반응에 김성희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럼 이제 더 가까이에 가 보시죠.”
이작이 쭈뼛거리며 지원의 앞에 가까이 다가섰다. 그러고는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지원을 올려다보았다. 이작이 쓴 안경이 조명에 빛나서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교주님, 다리를 벌려 주시죠.”
김성희가 말하자 강당 안은 옷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해졌다. 지원은 입술을 꾹 다물고 무릎을 벌렸다. 구주헌이 옆으로 와서 발목까지 오는 교주복을 잡아 들췄다. 깨끗하게 음모가 밀린 사타구니를 얇은 레이스 팬티가 감싸고 있었다. 평소의 흰색과는 다른 검은색 팬티였다.
“하아…….”
이작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 숨결이 예민한 부위에 닿아 간지러웠다. 강당의 곳곳에서 작은 욕설이 튀어나왔다. 지원은 수치스러워서 눈을 자꾸 깜빡였다.
길게 뻗은 손가락이 레이스 끈을 살짝 건드렸다. 천천히 끈을 옆으로 밀어 지원의 성기가 드러나게 했다. 짙은 분홍빛의 성기가 드러나자 이작은 혀를 내밀어 귀두 끝을 조금씩 핥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카메라맨이 담기 시작했다. 이작의 오돌토돌한 혀끝이 성기를 문지를 때마다 지원의 허벅지 안쪽이 살짝 떨렸다.
“교주님은, 하아…. 좆도 맛있으세요.”
이작은 감탄하며 지원의 성기를 입안으로 물었다. 반사적으로 다리가 안쪽으로 모아지자 구주헌이 무릎을 잡고 더 활짝 벌리게 했다. 지원은 침대의 시트를 움켜쥐고 고개를 푹 숙였다. 어깨가 파들거렸다.
부끄럽다. 이작이 평소와는 다른 사람으로 느껴지니까 더 그랬다. 그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신앙심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작은 섬세한 혀 놀림으로 지원의 성기를 모조리 빨았다. 따끈한 점막에 문질러지고 자극이 가해지자 결국 지원은 허리를 떨며 이작의 입안에 사정했다.
이작은 입안에 토해진 정액을 삼키지 않고 혀를 내밀어 보여 주었다. 붉은 혀 위에 올려진 흰 정액을 보자 부끄러워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작은 그 채로 혀를 이용해 지원의 구멍 위에 정액을 펴 발랐다.
구주헌은 지원의 구멍이 잘 보이도록 허리를 뒤로 젖히게 한 후, 허리 뒤에 쿠션을 받쳐 주었다. 하얀 정액이 발려진 구멍이 움찔거리는 모습을 카메라맨이 집요하게 잡아냈다. 이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수치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충분히 카메라에 모습이 잡히자 이작은 지원의 구멍 위를 혓바닥으로 핥으며 조금씩 문질렀다. 침으로 질척한 혀가 난잡한 소리를 냈다.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겠습니다.”
김성희가 으쓱거리며 지원의 곁에 다가왔다. 그리고 지원이 걸친 로브를 살짝 걷어 냈다. 피부가 보일 정도로 얇은 교주복이기에 통통하게 살이 오른 젖꼭지를 찾는 것은 쉬웠다. 김성희는 지원의 오른쪽 젖꼭지를 입으로 물었다. 침을 충분히 묻히자 얇은 천이 젖으면서 젖꼭지의 윤곽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왼쪽 젖꼭지도 가만히 둘 수 없었다. 김성희는 손가락을 이용하여 지원의 젖꼭지를 만지고 퉁기면서 자극했다. 가슴이 만져지고 성기가 빨리자 지원의 허리가 맥없이 흔들리면서 입에서 야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읏, 으…….”
김성희는 아예 지원을 침대에 눕혔다. 가운데가 트인 교주복을 손으로 북 찢어 버리고, 가슴이 아예 드러나게 했다. 통통하게 개발된 젖꼭지가 튀어나오자 강당 안이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김성희는 진지하게 감탄했다.
“정말 야한 젖꼭지네요. 혼자 빨기에는 아깝습니다.”
“끅…….”
“그쪽 분. 같이 빠실까요?”
김성희는 씩 웃더니 가장 가까운 데에 앉아 있던 교인을 한 명 골랐다. 지원의 눈이 커졌다. 이건, 사전에 없던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그 교인은 김성희보다는 조금 어린 듯한 남자였다. 지원은 김성희를 보고 고개를 빠르게 가로저으며 싫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남자는 이미 단상 위로 올라와서, 지원의 가슴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남자는 흥분한 목소리로 지원에게 감사를 표했다.
“교, 교주님의 젖꼭지를 빨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싫다. 정말 싫었다. 하지만 여기서 싫다고 난리를 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남자는 혀를 내밀어 지원의 젖꼭지를 살짝 건드리며 빨기 시작했다. 더 싫은 것은 따로 있었다.
“흣, 으응…….”
모르는 사람에게 가슴을 빨린다는 상황이 주는 미묘한 흥분감이었다. 지원은 결국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려 버렸다. 활짝 벌린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이작이 지원의 구멍을 빨던 것을 멈췄다. 그리고 정신없이 지원의 가슴을 빨고 있는 김성희에게 보고했다.
“교주님의 아래가 잘 젖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구주헌이 다가와 이작에게 핑거돔을 건넸다. 이작은 포장을 뜯은 핑거돔을 손에 끼웠다.
“이제… 안에 넣어 보겠습니다.”
“읏, 으으…….”
이작의 결연한 목소리가 들렸다. 핑거돔이 씌워진 길쭉한 검지가 좁게 다물린 구멍 사이로 푹 파고들었다. 아래가 뚫리는 느낌은 몇 번을 느껴도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 지원의 다리가 공중에서 덜덜 떨렸다.
“하나쯤은 잘 드시네요. 두 개도 잘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검지가 빠져나갔다가, 중지와 함께 쑥 들어왔다. 빠듯한 입구 안쪽은 탱탱하고 말캉했다. 이작은 그 안을 꾹꾹 누르면서 넓히기 시작했다.
“교주님 안은… 엄청나네요. 이 물소리, 들리시나요?”
공들여 풀어 준 내부가 촉촉하게 젖어서 찰박거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소리가 잘 잡혀서, 강당 안에는 지원의 안이 찰박, 찰박, 쑤셔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원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부끄럽고 싫어서 숨고 싶은 기분뿐이었다. 이걸 잘 해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 원초적인 부끄러움이었다.
손가락 두 개로 안을 휘젓던 이작이 손가락을 빼냈다. 흥건하게 젖은 핑거돔을 빼내 바닥에 던지고, 입고 있는 청바지 버클을 풀고 지퍼를 지익, 내렸다. 거대하게 팽창한 성기 윤곽이 속옷을 뚫을 듯이 선명했다. 이작은 속옷을 끌어내려 성기를 꺼냈다. 검붉은 성기를 쥐고 지원의 허벅지 안쪽과 구멍 위를 문질렀다.
질척하고 뜨거운 살기둥이 피부에 문질러지자 지원의 몸이 움찔거리며 튀었다. 김성희는 함께 지원의 가슴을 빨던 교인을 멈추게 했다. 그러고는 정장 주머니에서 니플 클립을 꺼내 지원의 젖꼭지에 꽂아 주었다. 하얀 피부와 잘 어울리는, 푸른색 보석이 달린 클립이었다.
계속 빨리고 씹혀서 새빨갛게 부어오른 젖꼭지에 푸른색 보석이 달랑거리는 모습이 음란했다.
“정말 아름다운 가슴이죠. 박수 부탁드립니다.”
김성희가 감탄하며 반응을 유도하자 강당을 꽉 채운 교인들이 박수를 쳤다. 짝짝짝, 박수 소리가 강당 안에 울려 퍼지자 지원의 정신이 멍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정신을 붙잡고 있어 봐야 자신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였다. 이작이 김성희를 불렀다.
“김성희 님. 저…….”
“아. 장서진 씨가 견디기 힘드신가 보군요.”
“네, 아무래도…….”
다시 포커스가 다리 사이로 옮겨갔다. 흉흉하게 발기한 이작의 성기가 입구를 배회하고 있었다. 김성희는 기꺼이 허락을 해 주었다.
“이제 넣으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허락이 떨어졌다. 이작은 지원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옆으로 잡아당긴 후, 자신의 거대한 성기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정작 몸의 주인은 허락하지 않은 삽입이 시작되었다. 거대한 성기가 밀려들어오자 지원의 동공이 확장되며 눈가에 눈물이 잔뜩 고였다.
늘 느끼지만 도가 지나치게 큰 성기였다. 결국엔 안으로 다 들어온다는 걸 알아도 매번 그 과정이 무서웠다. 좁은 입구를 비집고 들어오며 장기가 밀려나는 느낌은 평생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았다. 밀려나는 느낌을 넘어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 터질 것 같은, 원초적인 공포감마저 느껴졌다.
매번 익숙해지지 않는 느낌은 이작도 마찬가지였다. 늘 빠듯하게 조여 오는 입구를 지나 자신의 커다란 성기를 끝까지 받아 주는 지원의 안을 꽉 채울 때면 그 포용력에 우선 가슴 한구석이 찌릿해져 왔다. 그러고 나면 큰 기쁨이 온몸으로 퍼졌다. 인간의 유한한 상상력을 비웃듯 늘 기대보다 더 높은 만족감을 선사했다.
“교주님, 하아, 교주님…….”
이작은 애타게 지원을 불렀다. 저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벅찬 지원에게 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싶었다. 자꾸 더 욕심이 나고 인간에게는 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 줄 것만 같았다.
지원은 늘 처음 같았다. 이제 남자를 받아들이는 데에 익숙할 때도 되었는데, 매번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고 그러면서도 가르쳐 주는 대로 최선을 다했다. 때로는 그 이상을 해내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다 보면 옆에 있으면서 더 많은 것을 해 주고 싶어졌다.
이게 신앙심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이작은 이 감정을 표현할 다른 말을 아직 찾지 못했다.
이작의 성기 뿌리에 빼곡하게 난 음모가 지원의 뽀얀 사타구니에 맞닿아 비벼졌다. 이미 뿌리까지 다 집어넣었음에도 더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온전히 하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상체를 숙였다. 지원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안이 꽉 찼는데도 계속 문질러지자 지원의 몸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쾌감으로 덜덜 떨렸다. 뾰족하게 선 젖꼭지를 꼭 물고 있는 푸른 보석이 달랑거렸다. 커다랗게 떠진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넘쳐 안대를 흠뻑 적셨고, 꾹 깨물린 입술이 붉었다. 이작은 그 모습을 자신의 두 눈을 통해 뇌 속에 완전히 기록하기를 원했다.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작은 눈을 내리깔고 경건하게 감사를 표했다.
“교주님의 안에… 들어가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으극, 끗…….”
감사의 인사를 마친 이작은 아쉽지만 더 큰 행복을 위해 성기를 조금 뒤로 빼냈다. 그마저도 아쉽다는 듯이 찰싹 붙어 오는 지원의 안은 황홀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그리고 이작은 단번에 허리를 앞으로 움직여 지원의 안 가장 깊은 곳을 질퍽한 소리가 나게 올려 쳤다.
지원의 몸이 펄떡거리며 뱃가죽 위로 불룩한 윤곽이 솟았다. 이작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며 지원의 안을 마구 문질렀다. 질척한 물소리가 나며, 연결된 부위에서 거품이 잘게 일었다.
“하읏, 앗, 윽!”
“교주님, 아…, 교주님, 교주님…….”
“흑, 끄흑, 끕.”
이작은 애타게 지원을 불렀다. 지원은 눈물이 펑펑 솟을 정도로 힘들어하면서도 허리를 살살 돌려 가며 이작의 움직임을 받아 내고 있었다. 벅차게 벌어진 지원의 다리가 공중으로 솟은 채로 덜덜 떨렸다. 이작은 그 다리를 붙잡아 어깨에 걸치고, 교합을 더 깊게 했다.
“하으윽!!”
그 움직임에 지원의 숨이 턱 막히면서 갈비뼈 윤곽이 강하게 드러났다. 지원의 호흡이 불안정해지자 이작은 움직임을 멈추고 조금 기다려 주었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에 혈색이 돌아오면서 멈췄던 움직임이 다시 시작되었다.
“교주님은, 정말… 하아, 굉장하십니다.”
“끅, 흑…. 힘들, 힘들어어…….”
“정말, 정말. 후… 굉장하세요.”
이작은 감탄하되 움직임을 멈추지는 않았다. 지원 역시 울면서 행위를 지속하고 있었다.
김성희는 드물게 할 말을 잃었다. 말을 하면서 분위기를 북돋워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강당 안에는 고요한 침묵이 가득 찼다.
이 강당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이 상황을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깊은 만족감 속에서 행복을 받고 있는 이작의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자신 역시 지원의 안에 들어가서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리고 그건 김성희도 마찬가지였다. 김성희가 생각해 본 적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여태까지 김성희가 지원과 했던 관계가 육체적 쾌락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작은 지원과의 관계를 통해 정신적인 만족을 얻으려고 하고 있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 주는 존재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잔뜩 묻어나는 움직임이었다. 지원 역시 그 기대에 부응하며 움직임을 받아 내 주었다.
“하아, 교주님, 하아아, 너무, 하… 후우!”
“끅, 흐윽, 아, 으아, 기, 깊어어…….”
“더 안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교주님과, 하나가, 되어서.”
이작의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지원의 살짝 벌어진 입 사이로 침이 새어 나왔다. 이작은 허리를 더 숙여 입을 맞추고 그 침을 성수라도 되는 듯이 모조리 빨아냈다. 맞붙었던 입이 떨어지자마자 지원은 신음을 터트리며 울기 시작했다.
“흑, 흐윽, 너무, 아, 흐으윽…….”
지원의 성기 끝에서 탁한 정액이 뿜어져 나왔다. 이작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부딪히는 부위에서 탁, 탁, 탁, 소리가 날 정도로 성기를 세게 박아 넣었다. 결국 한계에 도달한 이작은 지원의 안에 사정했다. 지원은 안에 퍼지는 액체의 감각을 온전히 느꼈다.
“끅! 앙, 읏! 흐아아!!”
눈에 초점이 완전히 풀린 지원이 교성을 내질렀다. 온몸이 전류가 통하는 것처럼 저릿저릿하고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이작은 숙였던 허리를 세워 교합된 부위를 보여 주었다. 방금 사정을 마쳐 흐물거려야 할 지원의 성기가 다시 빠른 속도로 섰다.
이제는 교성을 내지를 힘도 없었다. 지원은 그저 온몸을 벌벌 떨어가며 숨을 쉬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 외에는 모두 자신의 통제를 벗어났다. 이작이 허리를 움직이며 뒤를 문지르자 꽉 채워진 채 자극된 성기가 바짝 서서 투명한 물을 찍 뿜어 냈다. 오줌 같은 물줄기가 공중으로 솟더니 이작의 몸을 적시고 지원의 배 위로 다시 떨어졌다.
“아, 흑, 흐아아아…….”
그 모습을 흐린 눈으로 보던 지원은 절망했다. 수치스럽고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디론가 숨고 싶었고 죽고 싶었다. 하지만 그걸 보는 사람들은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작은 손을 뻗어 그 투명한 액체를 손가락 끝에 묻혔다. 점성이 없는 액체로 흠뻑 젖은 손바닥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은 신을 마주한 천사와 같았다. 진리를 마주한 기쁨으로 가득 찬 이의 모습이었다. 이작은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
“…교주님의 구멍을 따먹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지원은 느리지만 분명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 감사에 답해 주었다. 눈물에 젖은 안대가 무겁게 느껴졌다. 힘이 하나도 없었다.
지원의 안을 꽉 채우고 있던 이작의 성기가 천천히 빠져나갔다. 커다란 성기를 물고 있었던 탓에 구멍은 바로 다물리지 않았다. 정액과 체액이 뒤섞여 구멍 밖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카메라는 그 모습을 집요하게 담았다. 이작은 축 늘어진 성기를 속옷 안으로 갈무리하고, 옷을 정리했다.
지친 지원의 몸이 축 늘어졌다. 잠시 말을 잃었던 김성희의 머리가 재빠르게 돌아갔다. 그는 조용히 제안을 했다.
“1열에 앉아 계신 분들께 교주님의 체액을 핥을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강당의 자리 순서는 철저한 헌금액 순으로 정해져 있었다. 1열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이미 억 단위의 금액을 교단에 바쳤다. 그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축 늘어진 지원의 앞으로 달려갔다. 모두 경건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지원의 몸을 혀로 핥기 시작했다. 땀과 정액, 체액이 혀에 쓸려 나갔다.
예민하게 달아오른 피부가 핥아지는 기분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원은 이제 이런 비정상적인 일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기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몸에 힘을 풀었다. 어차피 기운이 하나도 없기도 했다. 지원은 너무 현실감이 없는 나머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덕분에 1열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그 미소를 가장 가까운 데에서 볼 수 있었다.
“아, 아아…….”
그들은 이작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눠 주는 교주님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원의 하얀 피부가 붉게 될 때까지 체액을 핥고 또 핥았다. 혈액이 빠르게 뛰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런 행복은 느껴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의 행복이 점점 고조될 즈음.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물러나세요.”
김성희가 흐름을 끊었다. 1열의 사람들은 아쉽지만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김성희는 저벅저벅, 지원의 앞에 걸어갔다. 체액이 다 닦여 몸은 깨끗해져 있었지만 아직 가장 깊은 곳은 그렇지 않았다. 김성희는 힘이 풀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지원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지원의 배를 꾸욱, 눌러 안에 고인 정액과 체액이 흘러나오게 했다. 웅덩이에 물이 고이듯 침대 시트가 동그랗게 흠뻑 젖었다. 분위기가 더 고조되고, 강당 안이 후끈해졌다. 여기까지가 계획된 퍼포먼스였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여기에서 끝을 내야 했다. 하지만 김성희는 섣불리 마지막을 말할 수 없었다.
“하으으…….”
느리게 숨을 쉬느라 오르락내리락하는 지원의 가슴팍이 눈에 띄었다. 젖꼭지에 매달린 푸른 보석이 달랑거리며 빛을 냈다. 김성희는 충동적으로 그 보석을 잡아 당겼다. 열심히 마사지를 받으며 살짝 부푼 가슴살이 딸려 올라가다가, 이내 니플 클립이 빠지면서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갔다.
“아파…….”
예민해진 부위였다. 아까까지 눈물을 펑펑 쏟았지만, 다시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팠다. 지원이 저도 모르게 칭얼거리자 김성희는 더 충동적인 기분에 휩싸였다. 인간의 힘으로는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간을 뒤로 돌려 이작이 지원과 관계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이작 대신 자신이 지원과 관계를 하고 싶었다.
김성희는 고개를 돌려 이작을 바라보았다. 이작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지원을 보고 있었다.
독점욕 같은 욕망은 아니었다. 그저 김성희도 이작이 느낀 온전한 행복을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한번 지난 순간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고 김성희는 그 순간을 놓쳐 버렸다. 그 사실만이 남아서 김성희를 괴롭게 했다.
“…교주님.”
김성희는 지원을 불렀다. 레이스 안대 아래로 지원의 눈동자가 느릿하게 초점을 되찾았다. 그 순간, 김성희는 등골이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 지원은 아직도 가볍게 떨리는 몸을 추스르고 대답했다.
“네, 김성희 님.”
그 목소리가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지원의 대답이 귓바퀴를 타고 고막을 울렸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온몸을 뎅뎅 울렸다. 뇌까지 울리는 기분이라 정신이 얼얼했다. 김성희는 본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질문을 했다.
“모두에게 행복을… 나눠 주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행복의 나라>라는 종교의 이름에 걸맞은 질문이었다. 지원은 레이스 안대 밑으로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뭔가를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머리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되묻고 말았다.
“아… 제가, 모두를 행복하게 해 드렸나요?”
“그럼요.”
“아…….”
김성희의 대답에 지원은 긴장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어떻게든 또 한 번의 일을 끝냈고, 목적도 달성한 셈이었으니까. 지원은 중얼거리듯 말을 덧댔다.
“…행복하게 해 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안심이 되어서 저도 모르게 살짝 지어지는 미소를 보고 김성희는 얼어붙어 버렸다. 모르고 살았어야 할 감정을 처음으로 알아 버린 순간이었다. 그건 경외심이었다.
김성희가 손짓하자 대기하고 있던 교인들이 지원에게 다가왔다. 흐트러진 몸을 일으켜 세워 주고 흰색 로브를 다시 걸쳐 주었다. 지원은 그 손짓에 따라 움직였다. 구주헌의 부축을 받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이곳으로 오기 위해 걸었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이제는 김성희의 차례였다. 멋진 쇼를 보여 주었으나 그 이상도 보여 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헌금을 쓸어 모아야 했다. 그러나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상하게 미련이 남아서 지원이 걸어서 사라진 문을 돌아보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김성희가 문득 강당 안을 돌아보았을 때, 사람들은 모두 김성희와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
공개 설교를 마친 지원은 탈진하기 직전이었다. 대기실에 들어가자마자 온몸이 쓰러질 듯 휘청거렸다. 따라온 구주헌이 지원을 받쳐 주지 않았다면 바닥에 그대로 나자빠질 뻔했다. 몸을 가누기도 힘든 지원을 구주헌이 업어서 교주실까지 데려다주었다.
교주실에 도착하자 몸을 지탱해 주고 있던 미약한 긴장마저 풀렸다. 구주헌이 침대에 눕혀 주자 지원의 눈에 힘이 빠졌다. 느릿하게 깜빡이던 지원의 눈이 완전히 감길 때까지 구주헌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지원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 시선은 누군가의 것을 닮아 있었다.
“…….”
교주실의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이작이 돌아왔다. 원래대로라면 뒷정리를 하느라 늦게 돌아와야 했지만, 오늘은 교인의 입장으로 설교에 참가했었기에 가능한 이른 복귀였다. 이작이 돌아온 것을 눈치챈 구주헌이 정중하게 인사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구주헌 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은 이만 쉬러 가셔도 됩니다.”
도망을 쳤던 그날 이후, 이작과 구주헌은 번갈아 가며 지원의 옆에 붙어 있었다. 교단의 주위에는 교인들이 모여서 사는 동네가 형성되어 있지만, 둘은 그곳에 머무르지 않았다. 교단 안에는 기숙사가 있어 편하게 오가며 교단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작과 구주헌 역시 그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었다.
이제 막 오후 세 시가 지난 시각이었다. 지금 기숙사로 돌아가서 쉬면 딱 좋을 시간이지만 구주헌은 어쩐지 내키지 않았다.
“저는 아직 괜찮습니다.”
“그래도 지금 쉬시고 내일 아침에 오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돌려서 거절하는 구주헌의 말을 이작이 냉정하게 거절했다. 구주헌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명분이 없어 이작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교주실을 나갔다. 구주헌이 나간 후, 이작은 침대 옆에 있는 의자를 돌려 지원을 향하게 했다. 그리고 그곳에 앉아 자는 지원을 바라보았다.
벗을 여유조차 없었는지 지원은 아직 교주복 차림이었다. 이작은 이불을 조용히 걷어 내고, 교주복을 벗겨 주기 시작했다. 잠에서 깨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몸에 딱 맞게 재단된 옷이었지만 김성희가 찢어 버린 교주복은 입으나 마나 한, 천 쪼가리에 가까웠다.
혹시라도 호흡이 닿아서 잠에서 깰까 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이작은 교주복을 벗겨 주었다. 드디어 드러난 흰 몸이 시야를 꽉 채웠다. 조심스러웠던 손길과 온도 변화가 느껴졌는지 지원의 입이 살짝 뻐끔거리더니 이내 눈마저 떠졌다. 가늘게 떠진 눈 사이로 보이는 흐릿한 동공을 보며 인사를 건넸다.
“깨셨군요.”
“…….”
“옷이 엉망이셔서 벗겨 드렸습니다. 씻겨 드려도 되겠습니까?”
지원의 눈이 다시 느릿하게 감기더니, 이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허락이 떨어졌지만 이작은 혹시 놀랄까 봐 조심스레 지원을 일으켜 품에 안고 욕실로 향했다. 이작의 입꼬리에 맺힌 웃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작의 정성스러운 손길과 따뜻한 물로 몸이 깨끗해지자 피곤에 잠겨 흐릿했던 지원의 정신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아까의 일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차라리 계속 흐릿한 상태로 있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괴로워졌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남자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괴로웠다.
하지만 막상 그 공간에서는 아무렇지가 않았다.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교단이라는 공간에서 수많은 교인들에게 둘러싸이게 되면 인간 성지원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에 홀리듯 다른 존재가 되는 기분이 되었고, 할 수 없는 일을 해냈다. 그런 자신이 낯설었다.
“다 끝났습니다.”
이작은 조용히 지원의 몸을 꼼꼼하게 닦아 주었다. 물기가 다 닦여 보송보송해진 피부 위에 가운도 걸쳐 주었다.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다른 사람의 수발을 드는 일은 힘들 터였다. 그럼에도 그는 조금도 지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피곤하시죠.”
“피곤하지 않습니다. 교주님을 도와드리는 일이니까요.”
이작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지원의 걱정을 달래 주었다. 하지만 정작 지원은 누군가에게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은 처음이라서 영 어색한 기분이었다.
“식사를 준비하게 했는데, 하시겠습니까?”
“아, 네.”
고개를 끄덕이자 이작이 지원을 데리고 침실을 지나 응접실로 데려가 주었다. 응접실의 테이블 위는 음식이 담긴 접시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김성희였다. 김성희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며 지원을 불렀다.
“교주님.”
“김성희 님?”
아까의 흰 정장 차림 그대로였지만, 시간이 지난지라 옷과 머리가 흐트러져 있어 평소답지 않았다. 지원의 앞에 성큼 다가와 선 것도 그랬다. 게다가 어깨에 팔을 두르고, 지원을 제 품 안에 넣었다. 방금 씻은지라 샴푸 냄새가 나는 정수리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았다.
“씻고 왔어? 좋은 냄새 나네.”
“아, 네.”
“밥 먹자.”
김성희는 지원을 이끌고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테이블 위에 차려진 식사는 한정식이었다. 김성희는 지원이 젓가락을 집기도 전에 먼저 젓가락을 쥐고, 갈비찜 한 조각을 집어 지원의 입 앞에 가져다 댔다. 상황 파악이 바로 되지 않아서 가만히 있자 다소 위협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아, 해.”
입을 반사적으로 벌렸다. 입안으로 들어온 갈비찜은 무척 부드러웠다. 지원은 눈을 굴려 이작을 찾았다. 그는 지원과 김성희가 앉은 소파의 반대편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김성희는 갈비찜을 씹는 지원의 등을 느릿하게 쓰다듬으며 웃었다.
“오늘 힘들었지? 그런데 진짜 잘했어.”
“…잘했나요?”
“그럼.”
지원은 쭈뼛대다가 자신도 갈비찜 한 조각을 젓가락 끝으로 집어 들었다.
“성희 님도 아, 하세요.”
“…….”
입 앞에 도착한 갈비찜을 보고 김성희는 잠시 생각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았다. 입을 벌려 안에 들어 온 갈비찜 조각을 씹어 삼켰다. 그 모습을 보던 지원은 마치 첫 심부름을 달성한 아이처럼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지원을 보다 보면 가슴 어딘가가 뿌듯해지면서 벅차오르는 기분이 있었다. 확실하게 귀여워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등을 쓰다듬던 김성희의 손길이 점점 허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 엉덩이 위쪽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지원은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아닌지라 조용히 식사를 이어갔다. 의도를 눈치챈 듯했지만 바로 반응을 주지 않자 그 손길이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교주님.”
목소리마저 노골적이었다. 결국 지원은 조심스럽게 상황을 설명했다.
“저, 배가 너무 고파서…….”
거절당한 김성희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성난 손길이 지원의 샤워 가운 사이로 들어와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김성희는 묵묵하게 밥을 먹는 이작을 흘낏 쳐다보고는 다시 지원을 바라봤다.
“왜 볼 때마다 굶고 있어. 이작 새끼가 밥 잘 안 줘? 내가 교주님은 살이 좀 쪄야 한다고 했을 텐데.”
“죄, 죄송합니다.”
어쩐지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지원이 볼을 우물거리며 밥을 빠르게 먹는 와중에도 가슴을 움켜쥔 김성희의 손은 그대로였다. 오히려 말랑거리는 살을 억지로 끌어모아 주물럭거렸다. 그러자 어깨에 걸쳐진 샤워 가운이 밑으로 흘러내렸다. 김성희는 지원의 예민해진 젖꼭지를 손가락 끝으로 문지르며 장난도 쳤다.
“살이 좀 붙었나 했더니 금방 또 빠졌잖아.”
“죄송, 힉.”
왜 하필 지금 이러는 걸까. 지원은 맑은 뭇국을 마시면서 퍽퍽하게 씹던 밥을 빠르게 넘겼다. 얼른 허기진 배를 채우고 싶었다. 하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결국 밥그릇을 절반도 비우지 못한 채 식사를 마쳐야 했다.
“읏…….”
김성희의 집요한 손길이 젖꼭지를 꼬집는 바람에 놀라서 젓가락을 바닥에 떨어트린 탓이었다. 바닥에 젓가락이 떨어지는 소리를 식사가 끝났다는 뜻으로 인식한 김성희는 지원을 바로 넓은 소파에 눕혀 버렸다. 아까까지 만지작거리던 가슴을 입에 물고 빨기 시작했다.
“자, 잠시만…….”
“많이 참아 줬잖아.”
김성희는 드물게 투정을 부렸다. 아까 강당에서부터 시작된 욕구가 조금도 줄지 않았다. 오히려 이 정도면 많이 기다려 준 셈이었다. 얼떨떨하게 미소 짓는 얼굴을 보며 김성희는 지원을 위아래로 빠르게 훑었다.
<행복의 나라>는 <어머니의 나라>가 주는 쾌락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켜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원이 교주로 보이게끔 하는 모든 장치들은 이작이 설계했지만 최종적으로 김성희의 검수를 받았다. 교주복의 디자인부터 속옷, 말도 안 되는 교리들, 오늘의 공개 설교까지. 그러니 지원도 그 일부에 불과해야 했다. 김성희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수단으로 처음부터 정해 두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지원에게 경외심을 느꼈다니. 감정을 자각한 김성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분명히 성지원이었다. 자신이 최종적으로 선택해서 끌고 와서 교주 자리에 앉힌 사람이다. 별것 없는 평범한 일반인이었고 지금도 다를 바가 없을 텐데 왜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걸까.
김성희는 그 감정을 확인하기 위해 이후의 일정을 취소하고 지원의 교주실로 찾아왔다. 그리고 다시 본 지원은 역시 원래의 지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작의 설계가 지나치게 섬세하고 변태적인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이비 종교 교주인 김성희가 보기에도 이해가 가지 않는 말과 행동을 많이 하는 이상한 새끼이지만, 하여간 능력은 있는 놈이었다. 인정해야 했다.
김성희의 노골적인 시선을 느낀 지원은 이작을 곁눈질했다. 눈앞에서 김성희가 지원을 눕히고 가슴을 빨아도 식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기묘하게 느껴졌다. 김성희 역시 이작이 식사를 하는 것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원은 신경 쓰였다.
“성희 님…, 침실로 가실래요?”
슬쩍 물어보자 김성희는 곧장 지원을 안아 들어 침실로 향했다.
침실에 도착하자 김성희는 여유롭게 웃었으나 오히려 빠른 손길로 제 정장 벨트를 풀고, 지퍼를 직 소리가 나게 내렸다. 교주실로 돌아오자마자 조금이라도 자서 다행이었던 걸까. 저걸 받아 내려면 또 한참을 고생해야 할 거였다. 지원은 김성희의 불룩하게 발기한 성기 윤곽을 보고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지원의 속내를 모르는 김성희는 속옷을 끌어내려 성기를 꺼냈다. 단단하게 모양이 잡힌 성기 끝을 쥐고 북슬거리는 음모를 슬슬 문질렀다.
“하아…….”
하는 수 없었다. 지원은 누워 있는 몸을 일으켜서 김성희의 단단한 허벅지 위에 올라탔다. 김성희는 샤워 가운을 애매하게 걸친 채로 제 위에 올라온 지원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김성희는 제 손가락을 두 개 붙여서 지원의 구멍의 입구를 바로 문질렀다. 아까까지 이작의 것을 받았으면서도 자는 동안 다물린 입구가 귀찮기도 하면서 매번 처음같이 구는 지원 같아서 귀여웠다. 지원이 몸에 힘을 풀고 김성희를 끌어안자 그의 손가락이 구멍 안으로 바로 파고들었다. 입구가 그랬듯 안도 좁고 빠듯했다.
지원은 허벅지에 힘을 주고 엉덩이를 위로 올려 제 안에 들어온 김성희의 손가락을 빼냈다. 그러고는 김성희의 질척거리는 성기에 제 성기를 문지르며 애교를 부렸다.
“성희 님, 저 배고프니까 손가락 말고 이걸로 배부르게 해 주세요.”
노골적인 애교였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김성희는 슬쩍 물었다.
“이작 거로는 배가 안 불렀어?”
명백히 이작을 견제하는 말에 지원의 머리가 재빠르게 굴러갔다. 지원은 살짝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 그런데 제가 아직 성희 님 성자를 못 가졌잖아요.”
“그래서?”
“…그래서 배가 더 고픈 것 같아요. 오늘은 꼭 갖게 해 주세요. 네?”
지원이 내놓은 답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김성희는 웃을 여유도 없이 지원의 허리를 붙잡고 밑으로 내려 살짝 벌어진 입구에 그대로 성기를 꽂아 넣었다. 순간적으로 배가 꽉 차는 느낌에 지원은 미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읏, 아…….”
김성희의 허벅지 위에 앉은 지원은 자신의 안을 가르고 들어온 성기를 빠듯하게 조이며 끙끙거렸다. 그 움직임이 애처롭고 필사적으로 느껴졌다. 지원은 노력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작을 받아 낸 후라서 힘이 없을 텐데도 김성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정성을 다했다.
그걸 지켜보던 김성희는 근본적인 의문이 충동적으로 들었다. 김성희의 표정이 다소 심각해지자 지원이 눈치를 보며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성희 님?”
김성희는 지원의 허리를 손으로 단단히 붙잡아 고정했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찰진 속을 파내듯이 마구 처박아 댔다. 내부에 잔뜩 맺힌 물기가 밖으로 흘러나와 맨살들이 부딪힐 때마다 첩첩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 으, 으, 아으…….”
갑작스러운 자극에 내벽이 바짝 조여지며 성기를 따뜻하게 감싸는 느낌이 좋았다. 지원의 성기가 배에 붙을 듯이 바짝 서서 흔들렸다. 지원은 일부러 사정을 참으며 김성희의 성기를 조이는 데에 온 힘을 다했다.
“헉, 크윽, 하아.”
김성희의 짓눌린 입술 사이에서 짐승 같은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지원의 몸이 덜덜 떨리면서 김성희의 위로 엎어졌다. 얼굴 앞에 바짝 다가온 미약하게 살이 붙은 가슴을 혓바닥으로 핥아 올렸다. 김성희가 지원의 안에 사정을 하자 지원도 그제야 사정을 하면서 눈물을 훌쩍였다.
그 모습을 보자 김성희는 근본적인 의문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하아. 교주님.”
“네…. 끅.”
“이젠 좀 배가 불러?”
지원은 고개를 저었다. 굶주린 배가 뒤로 정액을 좀 받았다고 부를 리가 없었다. 이번에는 다른 걸 물었다.
“교주님, 섹스 좋아해?”
지원의 눈이 느릿하게 깜빡였다. 그러고는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김성희는 웃지도 않고 되물었다.
“왜?”
“그건… 행복을 드릴 수 있으니까요.”
“…….”
“저로 인해 행복해지시는 게 느껴져서, 좋아요.”
지원은 김성희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혀끝으로 건조해진 입술을 핥아 주며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성희 님도, 제 안에서 행복하시잖아요.”
김성희는 신의 존재를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그의 삶에는 늘 어떤 식으로든 신이 존재했고,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절대적인 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었을 때에도, 결국 <어머니의 나라>라는 종교를 만들 때에도 김성희는 신이 되려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신을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했을 뿐이었다.
사람들이 신을 믿고 싶어 하는 이유에 대해서 김성희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냈다. 김성희가 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거대한 목적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목적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세계의 중심에 있고, 거기에 가치가 당연히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종교를 믿는다. 그 종교의 교리에서 말하는 인간의 가치를 추구하며 자신의 삶의 목적을 찾고 삶을 버텨 나간다.
그래서 김성희가 만든 <어머니의 나라>의 교리에는 신이 없다. 김성희는 교인들에게 쾌락을 약속했지만, 자신을 신이라고 정의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인간이기에 타인에게 가치를 부여해 주고 삶의 목적을 찾아 주고 싶진 않았다. 그건 일개 인간이 견뎌 내기에는 너무 무거운 일이었다. 김성희는 무결한 신이 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김성희는 이작과 함께 <행복의 나라>를 만들고 <교주>자리를 만들어 거기에 사람을 꽂아 놓으면서도 그게 정말로 신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 단단한 사고방식에 아주 미세한 금이 조금씩 생기고 있었다.
김성희는 지원의 안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본인도 몰랐던 사실을 지원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똑똑. 교주실의 바깥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김성희가 이후의 일정을 취소하라고 했지만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그 소리를 듣고도 김성희는 가만히 있었다. 결국 식사를 마친 이작이 김성희를 불렀다.
“김성희 님.”
“…….”
“나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원은 마치 아쉽다는 듯이 김성희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침대를 짚고 일어났다. 방금까지 따뜻한 안에 있었던 성기가 허전하게 느껴졌다. 지원은 휴지를 뽑아 김성희의 성기를 닦아 주었다. 그러고는 비틀거리며 욕실로 들어갔다. 그 뒷모습을 김성희는 빤히 바라보았다. 똑똑. 다시 한번 노크 소리가 들렸다.
김성희는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직, 지퍼를 올려 옷을 정리했다. 이작이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머뭇거리는 김성희의 구겨진 옷을 탁탁 펴 주면서 채비를 재촉했다. 그리고 뜬금없는 말을 던졌다.
“감사합니다.”
“뭐가.”
“교주님 말입니다.”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고 짜증이 났다. 김성희가 눈썹을 찌푸리자 이작이 싱긋 웃었다.
“교주님을 만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교주님은 저의 신이십니다.”
똑똑. 다시 한번 재촉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 김성희는 몸을 획 돌려 이작을 등지고 교주실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었다. 그 앞에서 대기 중인 교인들이 보였다.
김성희가 성큼성큼 복도를 걷기 시작하자 교인들이 뒤를 따라 걸었다. 그중 한 명이 난감한 표정으로 문제를 보고했다. 타 지역으로 생중계된 3차 공개 설교의 연결이 일부 끊겨 클레임이 들어왔다는 내용이었다. 김성희는 인상을 찌푸리고 지시했다.
“중계를 제대로 못 봤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럼 녹화한 파일 다시 한번 틀어 줘.”
별것도 아닌 문제마저 자신의 손을 거쳐야 한다는 게 갑자기 귀찮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김성희의 무심한 지시에 교인은 난감한 사실을 덧붙였다.
“그게, 틀어 드릴 파일이 없습니다.”
“뭐? 자세히 말해 봐.”
“무슨 이유인지 녹화된 파일이 전부 손상되었습니다. 복구가 안 됩니다.”
“파일이 전부?”
“…네.”
처음엔 문제를 파악한 교인들이 보고하지 않고 자신들 선에서 해결하려고 했지만 무리가 있었다. 중계하면서 녹화한 파일이 전부 다 손상되어서 재생이 안 됐다. 다른 파일들은 전부 멀쩡한데 오늘 있었던 공개 설교의 파일만 문제가 생겼다. 기술팀에서도 해결할 수 없었다.
중계가 도중에 끊긴 이유도 파악이 어려우니 이상한 일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항의가 엄청납니다.”
교단 본부의 전화가 전부 마비가 될 정도로 문의가 쏟아졌다. 이 문제를 해결할 김성희가 일정을 전부 미루고 행복의 나라 교주실로 들어갔으니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고를 마친 교인이 조심스레 물었다. 김성희는 입을 다물고 고민에 빠졌다. 표를 팔아서 번 돈을 환불해 줄 생각은 없었다. 수중에 들어온 돈은 다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는 게 김성희의 철칙이었다. 그렇다면 손해를 본 사람들에게 그럴싸한 보상을 주는 것밖에는 답이 없었다.
“다음 공개 설교 입장권을 준다고 해.”
“그 인원을 전부 다 수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이전부터 계속 문의가 있었던 이야기입니다만…….”
“어떤 문의?”
“지난번 <은총의 밤> 입장권을 갖고 계신 분들께서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는 문의가 많습니다.”
이건 좀 골치의 종류가 다른 문제였다. <공개 설교> 관람권의 가치는 <은총의 밤> 입장권의 가치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후자 쪽이 훨씬 가치가 컸으며, 소유자가 헌금한 액수의 단위 자릿수부터 차이가 났다.
사실 <어머니의 나라>가 이 정도의 규모까지 커지기까지 <은총의 밤>의 효과가 컸다. 이런 행사가 있다는 사실은 <어머니의 나라>가 단번에 주목을 받게 해 주었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컸다. 행사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주의를 여러 차례 받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에 개최하려고 했던 <은총의 밤>은 <행복의 나라> 교주 자리가 비면서 무기한 연기가 된 상태였다. 새로운 교주로 지원이 오면서 언제 다시 개최되느냐는 문의가 쇄도했다.
일단 지원의 교주 자리 적응을 이유로 일시적인 보상을 제공하며 개최일을 미뤘지만 더 이상은 미루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성희는 눈썹을 느긋하게 찌푸리며 걸음을 계속했다.
<행복의 나라> 교단의 문 앞에 도착했다. 교인들이 문을 열어 주자 일찍부터 대기 중인 흰색 승용차가 한 대 보였다. 뒷문이 달칵 열리자 김성희가 차에 올라탔다. 명확한 이유 없이 지끈거리는 머리와 따라붙는 시선들이 불편했다.
“출발하지.”
김성희가 지시하자 차 창문이 빠르게 올라왔다. 부드럽게 시동이 걸린 차가 앞으로 나아갈 때까지 김성희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허공을 보며 잠시 고민을 하다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빠르게 통화가 시작되었다.
“어, 주헌아.”
-예.
“아까 교주실에 없던데.”
-예. 기숙사입니다. 내일 아침까지는 쉬라고 하셔서요.
“그래?”
김성희는 손가락 끝으로 턱을 쓸며 목을 꺾어 댔다.
“별다른 일은 없지?”
-예. 혹시 신고 들어온 게 있습니까?
“요즘은 좀 뜸하네.”
<어머니의 나라>에 주기적으로 들어오는 신고는 김성희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새로운 종교의 탄생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김성희가 쾌락을 약속하며 벌이는 난잡한 행위들과 고액의 헌금 탈세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변심한 교인의 신고로 여겨 무시했지만, 관할 경찰서와도 안면을 트게 될 정도로 잦은 빈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신고의 내용이 구체적이고 정확했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신고자는 일개 교인이 아니다. 교단의 세세한 것까지 알고 있는 자였다. 간부급 인물일 가능성이 높았다. 김성희는 의심 가는 사람들을 하나씩 리스트를 작성하여 색출했고, 그중 가장 유력한 자는 다름 아닌 이작이었다.
구주헌은 지원의 신변 보호를 위해 데려다 놓은 사람이 아니었다. 이작을 감시하기 위하여 붙인 인물이었다. 구주헌은 김성희의 심복으로, <행복의 나라> 교주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매일 보고했다.
“주헌아.”
-예. 말씀하세요.
“교주님은 잘 적응한 거 같아? 그러니까, 정말로 교주같이 된 것 같으냐고.”
-제가 감히 이런 말씀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어.”
-교주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구주헌의 목소리는 어딘가 붕 떠 있었다. 그 느낌이 낯설지가 않았다.
“뭐가 그렇게 대단한데?”
-교주님은… 행복을 주는 분이세요.
단호하고 진지한 목소리였다. 김성희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달변가인 그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행복을?”
-네. 그분 곁에 있으면 행복해집니다.
행복해진다라. 김성희는 천천히 생각을 떠올렸다. 자신이 계획한 <행복의 나라>는 그런 교리를 가지고 있었다. 인간은 행복해지면 뭐든지 할 수 있고, 그 행복은 교주와의 성적 접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는 노골적인 교리.
만들어 낸 사람이 보기에도 말도 안 되는 교리였지만, 점점 저 교리를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지원이 새로운 교주가 되고 나서 치솟는 신규 교인의 숫자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늘 상대적으로 책정되는 공개 설교의 티켓 가격도 역대급으로 높았다.
-김성희 님도 그분께서 행복을 느끼지 않으셨습니까?
김성희가 대답하지 않자 자신의 생각을 부정당했다고 느낀 구주헌은 순수한 의문을 품었다. 김성희는 잠시 고민해 봤다. 역시 지원이 정말로 행복을 주는 신 같은 존재라는 건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주헌아. 그럼 교주님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어떤 말씀이세요?
“그러니까 이번 교주님은 <은총의 밤>을 견딜 수 있을까 해서.”
지난 교주처럼 되어 버리면 큰일이지 않은가. 김성희의 막연한 고민에 구주헌의 대답은 단호하고 분명했다.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분은 그 이상을 해내실 겁니다.
“…….”
-그럴 분이십니다.
“…그래. 알았다. 쉬어라.”
-예. 내일 또 보고드리겠습니다.
김성희는 통화를 종료했다. 원하는 답을 들었음에도 머릿속이 개운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복잡해졌다. 찝찝하고 불쾌한 느낌은 오랜만이었다.
“…뭐지.”
김성희는 입가를 삐쭉거리며 그 불쾌함의 근원을 찾으려고 했다. 오리무중이었다.
* * *
구주헌은 알람을 맞춘 시간이 오기도 전에 눈을 떴다. 동이 트지도 않은 이른 새벽이었다. 매일이 즐거워서 아침을 기다리기도 힘들었던 어린 시절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 시절 이상으로 매일 아침이 기다려졌다. 기숙사의 딱딱한 침대에서 일어난 후 공동욕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검은 정장을 입었다. 그리고 바로 <행복의 나라> 교주실로 향했다.
교주실의 하얀 문은 도어 록으로 잠겨 있었다. 그 비밀번호는 오직 한 명만 알고 있다. 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똑똑 노크를 하자 잠시 후 문이 열렸다. 구주헌은 눈앞의 남자에게 인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섬세하고 화려한 인상의 남자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받아 주었다. <행복의 나라> 교주의 보좌를 담당하고 있는 이작이었다. 구주헌이 없는 동안 이작은 밤 동안 잠깐 눈은 붙였을지는 몰라도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했을 테다. 그런데도 늘 단정하고 바른 모습이었다. 깔끔하게 올린 머리부터 정장까지 약간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교주님은 이제 막 일어나셨습니다.”
이작이 침실 앞으로 걸어갔다. 저벅저벅. 간결한 발걸음 소리가 작게 울려 퍼졌다. 구주헌은 그 걸음을 따라가면서부터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이작의 손길에 굳게 닫혀 있던 침실의 문이 조심스레 열리자 침대에 누워 눈을 느리게 깜빡이는 지원이 보였다.
구주헌은 지원에게 정중히 예를 갖춰 인사했다.
“교주님을 뵙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잘 부탁드립니다.”
“시작하죠.”
지원은 아직 졸린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짧은 인사가 끝나고 이작은 지원의 하늘거리는 얇은 잠옷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구주헌은 조용히 침대 반대편으로 가서 섰다. 단추가 전부 풀어지자 하얀 가슴팍이 보였고, 그 가운데에 색이 점점 짙어져 가는 젖꼭지가 보였다.
이작의 길쭉한 손가락 끝이 지원의 빈약한 가슴살을 끌어모았다. 살을 꾹꾹 누르고 문질러 가며 마사지를 시작했다. 구주헌은 이작의 움직임을 흉내 내며 지원의 가슴을 주물렀다. 막 일어나 핏기가 없던 지원의 얼굴에 조금씩 혈색이 돌았다. 이작은 손끝으로 젖꼭지를 살짝 꼬집었다.
“이제 빨아 드려도 되겠습니까?”
“으응…….”
여전히 반쯤 멍한 상태인 지원의 허락이 떨어졌다. 이작은 거침없이 지원의 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볼이 쑥 패도록 힘 있게 빨며 혓바닥으로 가슴을 희롱했다. 구주헌은 그 움직임을 외운 후, 자신도 따라 했다. 양쪽 가슴이 빨리자 지원의 곧게 뻗어 있던 무릎이 천천히 솟았다. 손바닥이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
교주님의 가슴을 마사지해 드리는 것은 구주헌의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 매일 열심히 만지고 빨아 드려서 변화가 생기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아무리 빨아도 닳지 않는 사탕을 먹는 듯한 기분이었다. 지원의 날카로운 인상이 부드럽게 풀어지고 몸이 움찔거릴 때마다 뿌듯함을 느꼈다.
젖꼭지가 충분히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이작은 손가락에 핑거돔을 끼고 지원의 다리를 활짝 벌리게 했다. 핑거돔을 끼운 손가락에 젤을 바르고 구멍 위를 문지르자 입구가 움찔거렸다.
“구주헌 씨, 교주님의 배를 천천히 눌러 주세요.”
구주헌은 지원의 배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배가 평소보다 약간 부풀어 있는 듯했다. 살짝 힘을 줘서 내리누르자 어디에선가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나며, 지원의 구멍이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읏.”
“구주헌 씨.”
이작의 명령에 구주헌은 조금 더 힘을 줘서 배를 눌렀다. 그러자 지원의 구멍 안에서 투명한 구슬이 하나 쑥 튀어나왔다. 이작은 종종 지원의 안이 너무 좁다며 구슬을 밤 동안 품고 있게 했다. 지원은 부끄러워서 눈을 감아 버렸다.
배를 누르고 지원이 힘을 줄 때마다 투명한 구슬이 하나씩 튀어나왔다. 마치 알을 낳는 것 같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오늘은 총 다섯 개를 품고 있었다. 구슬을 모두 뱉어 내자 지원의 팔다리가 축 늘어졌다. 느리게 숨을 쉬는 교주님을 보자 구주헌의 아랫배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뒷정리를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한 이작은 아침 식사 준비를 위해 침실 밖으로 나갔다. 구주헌은 욕실로 가서 수건에 따뜻한 물을 적셔 왔다. 가슴과 다리 사이를 꼼꼼히 닦아 준 후 지원의 교주복과 속옷을 드레스 룸에서 꺼내서 가져왔다. 잠옷을 완전히 벗겨 내고 속옷을 입혀 준 후, 교주복의 단추를 하나씩 잠그기 시작했다. 지원이 잠에서 깬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이 순간이 사실 구주헌에게는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이었다. 교주님의 수발을 드는 것. 지원은 처음에는 불편하고 부담스러워했지만, 이제는 적응이 되었는지 구주헌의 손길이 몸에 닿아도 긴장하지 않게 되었다. 그 변화도 구주헌에게는 행복한 일이었다.
하얀색 제복은 얇지만 탄탄한 재질이어서 지원의 몸 선이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방금까지 빨아 준 젖꼭지가 솟은 모습이 잘 보여서 음란했다.
“이제 다 됐습니다.”
완료 보고를 마치자 지원은 침실을 나갔다. 교주실의 응접실 테이블에는 아침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지원이 소파에 앉자 구주헌이 기다란 교주복 끝자락을 정리해 주었다. 이작이 그 앞에 서서 지원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저는 점심때 돌아오겠습니다.”
밤 동안 옆을 지키느라 피곤했을 것이다. 이작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교주실을 나가자, 이제 교주실의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었다.
지원은 테이블 위에 차려진 아침 식사를 조용히 먹기 시작했다. 표고버섯이 들어간 소불고기를 메인으로 한 한식이었다. 모든 교인들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담겨 있는 식사를 마친 지원은 후식으로 나온 떡을 우물우물 씹어 먹었다. 구주헌은 눈앞의 평범해 보이는 남자가 가끔 깜짝 놀랄 정도로 음란하고 성스럽게 느껴진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행복의 나라>의 교세는 순풍을 탄 배와 같았다. 지원은 아직 정산서를 받지 않아서 모르지만 교인의 숫자와 헌금액의 숫자가 매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지난 공개 설교를 녹화한 영상의 다운로드 횟수 또한 엄청났다. 지원을 보며 한번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남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어제의 녹화 영상이 전부 손상되어 버린 게 무척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지원이 식사를 마친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자 교주실 밖에서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릇을 가지러 온 교인이겠거니 하고 나가 보니 김성희가 서 있었다.
“교주님 있어?”
“안에 계십니다.”
구주헌이 비켜나자 김성희는 교주실 안으로 성큼 들어왔다. 그러고는 지원이 앉아 있는 소파의 옆자리에 떡하니 앉았다. 뜬금없는 방문이 하루 이틀은 아니었지만, 매번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원은 놀란 티를 내지 않도록 노력하며, 김성희에게 인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김성희는 아무 말 없이 지원을 위아래로 훑고는 하얀 교주복 위로 솟아난 젖꼭지를 손가락 끝으로 은근하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볼록하게 솟은 게 만져 달라는 것 같았으니까.
“교주님.”
“네.”
“기분이 어때?”
지원은 고개를 살짝 갸웃하더니 이내 천천히 대답했다.
“기분…… 좋아요.”
“왜?”
“어제, 많은 분께 행복을 드렸으니까요.”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였다. 그 모습을 본 구주헌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어제 있었던 3차 공개 설교에서 지원은 교주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점점 더 음란해지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만족하고 있었다. 김성희 역시 그 반응을 보고받고 있기에 알 수 있었다.
“성희 님.”
“어?”
지원은 자신의 가슴을 만지고 있는 김성희의 손등을 감쌌다. 제 가슴을 좀 더 확실히 움켜쥐게끔 했다. 그리고 몸을 바짝 붙이고, 밤 동안 고민한 결과를 은밀하게 털어놓았다.
“더 많은 분들께 행복을 드리고 싶어요.”
김성희의 눈썹이 위로 솟았다.
“왜 그런 생각을 했지?”
“어제 많은 분들이 행복해하시는 걸 보고 느꼈습니다. 이 행복이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요.”
“행복을?”
“네. 그리고 많은 분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드리는 게 결국 저를 더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지원은 살짝 초점이 나간 눈으로 멍하니 웃었다. 그런 지원의 태도가 어딘가 낯설면서도 동시에 익숙했다.
“성희 님?”
대답이 없자 지원이 다시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행복을 나눠 주고 싶다니. 지원의 입에서 먼저 그런 말이 나올 줄 몰랐기에 김성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교주님, 진심이야?”
“네. 진심인데요.”
놀라서 되물어 보았지만, 지원의 의지는 확고했다.
“교주님.”
“네.”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는 건… 많은 사람과 섹스하고 싶단 거야?”
“그것도… 좋아요.”
지원은 배시시 웃었다. 사실 김성희가 이른 시간부터 지원을 찾아온 것은 어떤 제안을 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지원이 이런 상태라면, 그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주님. 빚도 갚을 수도 있고, 많은 사람에게 행복도 줄 수 있는 행사를 생각 중인데…. 관심 있어?”
“이름이 뭔데요?”
“<은총의 밤>.”
“<은총의 밤>…….”
지원이 입안에 네 글자짜리 단어를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옅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열어 주세요.”
여기에 오기 전까지 한 고민이 허무할 정도로 쉬운 허락이었다. 허탈해서 웃음이 나왔다. 김성희가 하하, 웃자 지원도 마주 보며 웃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구주헌도 미소 지었다. 모두가 행복을 향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