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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교육 (2/10)
  • 2. 교육

    첫 대면식을 치른 후, 지원은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해가 지고 뜨는 것도 모를 만큼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결국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눈을 뜰 수가 있었다.

    옷을 밟을까 조심하면서 침실에서 걸어 나오자 이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 식사 하시겠습니까?”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없던 입맛도 생기게 하는 멋진 미소였다. 그러나 지원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고개를 저으니 이작이 웃었다.

    “그럼 가볍게 드실 만한 거로 조금만 준비하겠습니다. 식사를 마치신 후에는 교육이 있을 예정이니 가져다 드릴 옷으로 갈아입으세요.”

    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푹 잠겼을 목소리론 말하기도 싫었다. 이작이 옷과 먹을 것을 가지러 사라지자 지원은 다시 침실로 돌아가 이불에 몸을 감았다. 어제 오랜 시간 동안 빨린 성기가 아직도 따가웠다. 그 고통과 동시에 지원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섰다. 어제 일은 꿈도 착각도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일단, 일단은 옷이라도 멀쩡한 걸 입고 싶다. 지원은 방 한구석에 놓인 캐리어를 열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캐리어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히 옷하고 물건들을 챙겨 왔는데.

    “옷은 세탁 맡겼습니다.”

    어느새 돌아온 이작이 지원의 의문을 해소해 주었다. 지원은 멍한 표정으로 이작을 바라보았다.

    “입으실 옷은 여기에 두겠습니다. 갈아입으시면 나오세요.”

    이번 옷은 혼자 입을 수 있는 옷인 모양이었다. 옷을 받아 든 지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상한 옷은 벌써 질려 버렸다. 다행히 건네받은 옷은 평범한 흰 셔츠와 회색 체크무늬의 바지였다. 카디건도 같이 포함되어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서니 얇은 셔츠 천 너머로 젖꼭지가 비쳤다. 지원은 어쩐지 부끄러워져서 서둘러 카디건을 걸쳐 입었다. 네크라인까지 올라오는 카디건이라 단추를 전부 잠그니 흰 셔츠는 칼라만 보였다. 다행이었다.

    침실 문을 열고 나가자 어제처럼 이작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우유 한 잔과 샌드위치, 쿠키 등이 놓여 있었다. 맞은편에 앉으니 이작이 보고 있던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지원은 목이 마른 걸 느끼고 우유를 들어서 한 모금 마셨다.

    “지금부터 할 얘기는 내부 기밀이니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됩니다.”

    이작의 목소리는 조용하게 가라앉아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지원은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종교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아뇨, 전혀…….”

    “그럼 쉽게 정리해서 설명을 해 드리겠습니다. 급하게 저희 <행복의 나라>의 교주가 되셨으니 알아야 할 것이 산더미네요.”

    이작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랬다.

    사람은 종교를 통해 마음의 안식과 평안을 얻고 싶어 한다. 그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해지기 위해서이며 행복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소중한 가치 중 하나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수많은 고민과 집단 성찰 끝에 여러 답을 찾아냈고, 그중에 하나가 바로.

    “섹스입니다.”

    “…….”

    “사람은 성적 흥분을 위해 생각보다 많은 걸 할 수 있고, 해 왔습니다. 어떤 멋진 문명도 섹스 없이는 유지되지 못하죠. 번식이 안 되니까요.”

    맞는 말이지만 어딘가 이상한 논리였다. 지원이 대충 고개를 끄덕이자 이작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단지 섹스를 해서 행복해진다는 거라면 종교의 의미가 없겠죠. 저희는 그 행복을 교주님과의 성적 접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교인분들께 그 기회를 나눠 드리면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게 교리를 만들었습니다.”

    “교주님이라는 건… 제가 신이라는 건가요?”

    “네.”

    이작의 대답은 단호했다. 지원은 할 말을 잃었다.

    “<행복의 나라>는 철저하게 계산적인 등급 제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승급하거나 유지하는 데에는 헌금이 중요하게 작용하고요. 어제 교주님의 성기를 빤 사람들은 다 최상위권의 사람들입니다. 심지어 그 강당 안에 들어가는 것만 해도 꽤 큰 금액의 헌금이 필요합니다.”

    “그럼 저는…….”

    “사격 게임장에 있는 1등 상품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좀 이해하기 쉬울까요. 늘 존재하지만 아무도 얻지 못하는 상품.”

    “…….”

    “어제 대면식 때의 교주님을 보고 많은 교인들이 최상위 등급이 되기 위해 엄청난 금액의 헌금을 쏟아부었습니다. 역대 최고치로요. <은총의 밤>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인 듯도 합니다.”

    “…….”

    “아, 이 부분은 매일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익월 10일에 교주님의 계좌로 입금될 예정이니 걱정 마십시오. 쉽게 말하자면 꿈의 섹스 상대를 교주로 세워 놓고 성적 접촉을 빌미로 헌금을 뜯는 것이 저희의 주 업무라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이작은 태블릿을 조작해 사진을 하나 띄웠다. 조직도였다. 그중 맨 위에 있는 아이콘을 손으로 톡톡 두들겼다.

    “여기 맨 위가 모기업이자 모든 종교의 뿌리인 <어머니의 나라>입니다. 저희는 일종의 종교 기업으로, 어머니의 나라를 근간으로 한 새로운 종교관을 만들어 타깃을 노려 수익을 올리는 것이 큰 목표죠.”

    “그럼 <행복의 나라>도?”

    “그렇습니다. 3~40대 남성을 상대로 기획된 종교입니다. 교주님이 오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마땅한 적임자가 없었거든요.”

    지원은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눈을 끔뻑이며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애를 썼다.

    “그러니 교주님은 다른 적임자가 나타날 때까지 여기를 벗어나지 못하십니다.”

    “아…….”

    “저희에겐 다행이고 교주님껜 불행이죠.”

    이작은 그렇게 말하며 조금의 미소조차 짓지 않았다. 지원은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저 문장이 얼마나 진심인지를.

    “오늘은 이 정도만 할까요. 이 이후에도 교주님이 하실 일이 많습니다.”

    “네? 또 무슨…. 교육은 이걸로 끝이 아닌가요?”

    “이론 교육이 끝났으니 실습을 해야죠. 들어와.”

    방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카트를 끌고 들어왔다. 카트 안에 뭐가 있을지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운 기분이었다. 카트만 놓고 사라진 사람 대신 이작이 카트 안에 있는 물건을 꺼냈다.

    “교주님이 좋아하실 만한 걸로 골라 봤습니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지원은 이작이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침실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 버리면 침대에서 하고 싶다는 뜻으로 보일까 봐 발을 옮기지 못했다. 이작이 웃는 낯으로 지원에게 다가갔다. 카디건 아래로 손을 넣어 니트를 벗기듯 카디건을 단번에 벗겨 냈다. 흰 셔츠가 보였다. 이작은 검지와 중지를 붙여 젖꼭지 위를 쓸어내리며 꾸욱 눌러 댔다.

    “교주님은 젖꼭지 색이 예쁘셔서 이런 옷이 잘 어울리십니다.”

    “이작 씨. 저는 게이가 아닌데…….”

    “괜찮습니다.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지금은 수습 기간이고요. 교육을 받는 거죠.”

    허리에 여유가 있던 바지 역시 한 번에 벗겨졌다. 어제의 마찰로 붉게 익은 성기가 보였다. 이작이 지원의 어깨를 툭 건드니 소파에 누운 자세가 되었다. 이작은 바지를 마저 벗겨 던져 버리고 그 위에 올라탔다.

    “달란트를 열심히 모으면 상품으로 바꿀 수가 있거든요. 이걸 보시겠어요?”

    이작이 들고 있는 것은 크고 두툼한, 검은색 딜도였다. 지원이 고개를 저으며 거절 의사를 보냈지만, 이작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게 1000달란트짜리 상품입니다. 1000달란트를 모으면 이걸로 교주님의 구멍을 쑤실 수가 있는 거예요.”

    “그만…….”

    “어제 그분들께서 얼마나 달란트를 열심히 모으셨을까요? 정말 대단하시죠.”

    지원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울고 싶어졌다. 도대체 자기가 뭐라고. 자신의 성기를 왜 빨고 싶어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갔다.

    “그럼 이제 연습을 해 봅시다.”

    “네?”

    “구멍 쓰는 법을 알아야죠.”

    구멍 쓰는 법…? 당황스러워서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에게는 저만한 딜도가 들어올 만한 구멍이 없지 않은가. 그런 지원의 의문을 해결해 주듯이 이작이 상냥하게 설명해 주었다.

    “뒷구멍이요. 여기 말하는 겁니다.”

    이작은 지원이 위치를 모를까 봐 손가락으로 친절히 위치를 짚어 주기까지 했다. 다리 사이, 성기 아래 회음부를 지나 위치한 구멍이었다. 서늘한 손가락 끝이 구멍 위를 더듬는 낯선 감각에 지원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지원은 이작이 여전히 손에 들고 있는 검은색 딜도를 보며 벌벌 떨었다.

    “여, 여기요? 여기에 그걸 어떻게 넣어요.”

    “안 될 거 같죠? 돼요. 참 신기하게도.”

    이작은 카트에서 조그만 봉투를 하나 꺼내 뜯었다. 손가락에 끼우는 형식의 콘돔인 핑거돔이었다. 이작은 길고 마디가 도드라져 있는 자신의 손가락에 핑거돔을 끼웠다. 핑거돔 표면을 살짝 만지더니 카트에서 작은 병을 하나 더 꺼냈다.

    “이건 윤활유가 묻어 있는 타입이지만, 교주님은 처음이실 테니 배려해 드리겠습니다.”

    작은 병은 젤이었다. 광택이 나는 투명한 재질의 액체가 이작의 손가락을 적셨다. 이작은 잠시 딜도를 내려놓고 지원의 허벅지를 잡아 옆으로 벌렸다. 어제 많은 사람 앞에서도 다리를 벌렸지만, 이작이 차가운 눈빛으로 다리 사이를 뚫을 것처럼 쳐다보니 더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구멍 색도 예쁘시네요.”

    “읏…….”

    이작의 칭찬에 지원은 수치스러워져서 얼굴을 붉혔다. 이런 칭찬은 그다지 듣고 싶지 않았다. 창피했다.

    젤로 질척해진 손가락이 지원의 구멍 위를 더듬었다. 이작은 지원의 얼굴이 타오를 듯이 붉어지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구멍 위를 살살 더듬었다.

    “가, 간지러워요.”

    “그렇죠? 교주님 구멍이 벌써부터 기대하고 계신가 봅니다.”

    “네?”

    “타고나셨습니다.”

    이작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실실 웃었다. 이 사람은 도대체 왜 말을 저렇게 할까…. 지원은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았다.

    구멍 위를 지분거리던 손가락이 어느 순간부터 빠듯하게 조여든 입구를 파고들었다. 낯선 감각에 지원은 손바닥으로 소파의 쿠션을 쥐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잠, 잠깐.”

    “구멍에 힘 좀 빼세요.”

    지원의 부탁에도 이작은 태연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구멍에 힘을 빼라니. 전혀 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가만히 있자, 서늘하고 미끄러운 손가락이 구멍의 입구를 비집고 안으로 들어왔다.

    시작이 어렵지 그 후로는 순식간이었다. 이작은 손가락을 더 안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지원의 내부가 꾸물거리며 손가락과 맞닿아 문질러지는 게 느껴졌다. 이작은 손가락 관절을 꺾어 안을 집요하게 문질렀다.

    “이, 이작 씨.”

    “쫀득하시네요.”

    태어나서 처음 겪는 느낌이었다. 이곳으로 뭔가가 들어올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이상하고 낯설다는 감각과 동시에 아랫배가 간질간질했다.

    이작의 손가락이 점점 안으로 더 비집고 들어왔다. 지원의 구멍 안으로 이작의 손가락 하나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작은 손가락을 안에서 빙빙 돌렸다. 내벽이 짓눌리고 늘어나면서 쿨쩍거리는 소리가 났다. 지원은 수치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내부를 맛본 손가락이 스윽 하고 빠져나갔다. 그 순간 동안 지원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이작은 태연하게 손가락에서 핑거돔을 빼냈다. 젤과 장액으로 질척해진 핑거돔이 바닥에 철썩 들러붙었다. 지원은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끝인가. 다행이다…….

    하지만 그런 지원의 꿈은 순식간에 박살 났다.

    “이제 골라 보세요. 딜도를 넣어 드릴까요, 아니면 제 거를 넣어 드릴까요?”

    “…네? 이작 씨, 뭐요?”

    “제 좆이요. 어서 고르세요.”

    어리둥절한 지원에게 이작이 선택지를 내밀었다. 지원은 두툼한 딜도와 이작의 다리 사이를 번갈아 가면서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딜도는 너무 컸다. 저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할 것 같았다. 절대로. 물론 낯선 사람의 성기가 안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거부감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저것보다는 사람의 것이 작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흉측한 도구가 무섭기도 했다.

    “이작 씨, 걸로…….”

    “잘 고르셨습니다.”

    이작이 씩 웃더니 철컥거리며 바지 벨트를 풀었다. 그리고 드러난 것은.

    “잠, 깐만요…….”

    딜도보다 더 크게 부풀어 있는 이작의 성기였다. 어제 계속 빨려서 빨갛게 익은 지원의 성기보다 훨씬 색이 짙고 어두웠다. 굵은 핏줄이 돋아 있고 잔뜩 흥분해서 꺼떡거렸다.

    “아까부터 좀 꼴려서요.”

    “이작 씨…….”

    이건 아니다. 지원의 선택은 실패했다. 손가락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두꺼운 성기를 쥔 이작이 지원의 다리 사이에 앉았다. 그러고는 지원의 엉덩이를 쥐어 그 밑으로 자신의 다리를 밀어 넣었다. 단단히 발기한 자신의 성기를 조금 풀린 지원의 구멍 위에 문질렀다.

    “안 돼요. 찢어질 거예요. 죽을 거예요. 죽어요. 저 죽어요. 진짜 죽어요.”

    지원은 자신도 모르게 속사포처럼 말을 와다다 내뱉었다. 공포. 그건 공포였다. 손가락이 주었던 기묘한 감각도 견디기 어려웠는데, 어떻게…….

    하지만 이작은 태연하게 귀두 끝을 구멍 위에 문지르더니 지원의 골반을 잡고 푹 쑤셔 넣었다.

    푹 소리가 정말로 난 것만 같았다. 구멍이 억지로 벌어지고 그 안을 비집고 들어오는 두꺼운 성기의 존재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지원의 눈과 입이 크게 벌어지고 숨이 턱하니 막혔다. 성기가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하아. 잘 드시네요. 큭.”

    “아, 아으으, 아아아아…….”

    눈물이 줄줄 났다. 찢어졌다. 망가진 것만 같았다. 이작은 아까 핑거돔을 적셨던 젤을 자신의 성기 위에 성의 없이 뿌렸다.

    “소질 있으세요.”

    이작은 반쯤 맛이 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묘하게 붉어진 얼굴이 그가 흥분한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이작은 허리를 움직여 지원의 내부에 성기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손가락과는 차원이 다른 두께의 물건이 들어왔는데도 지원의 내부는 꾸역꾸역 받아먹었다.

    미끌거리는 안을 성기의 요철부가 문지르며 들어오는 기분이 기묘하고 낯설었다. 지원의 눈에서 눈물이 저절로 뚝뚝 떨어졌다. 수치심과 공포가 뒤섞인 눈물이었다.

    “가슴, 후우…. 만져 드리겠습니다.”

    이작은 숨을 고른 후 지원의 짙은 분홍빛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넣어 문질러 주기 시작했다. 작고 말랑한 젖꼭지가 만져질 때마다 지원의 내부가 움찔거렸다.

    “기분 좋으시죠?”

    “하윽, 아아…….”

    “좋으실 거예요.”

    이작은 마치 세뇌하듯이 좋다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 좋아? 좋은가? 이게 좋은 건가? 지원은 알 수가 없었다. 성기가 끝까지 들어온 안은 터질 것 같고 만져지는 가슴은 전기가 흐르듯이 움찔거리는데 심장이 쿵쾅 뛰기까지 해서 주체가 안 됐다.

    그때였다. 내부를 꽉 채우던 성기가 조금씩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지원은 저도 모르게 내부를 꼭 조였다. 이작은 지원의 가슴을 문질러 주며 달랬다.

    “곧 더 기분 좋게 해 드리려고 그러는 거예요.”

    “으응…….”

    “자, 보세요.”

    지원은 두렵고 무서워서 어떻게 할 바를 몰랐다. 그저 이작의 말이 세상의 진리인 것처럼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성기를 반쯤 빼낸 이작은 지원의 골반을 다시 붙잡았다. 그리고 퍼억 소리가 나게 거칠게 삽입했다.

    “하윽!!!”

    “남자는… 찌르는 것보다 문질러 주는 걸 더 좋아하더군요.”

    이작의 말이 맞았다. 이작의 두꺼운 성기가 어떤 한 지점을 문지르며 오고 갈 때마다 지원의 머리가 하얗게 비며 눈물이 줄줄 흘렀다. 쿠션을 쥔 손끝이 부들부들 떨리고 고개가 뒤로 젖혔다.

    “응, 으응! 아, 하으아, 앙! 흑! 시러, 아, 시러어…….”

    “뭐가, 후, 싫어요, 큭. 아. 좋은 거라니까요?”

    “흑, 아응, 이상해, 하!”

    질척거리는 소리를 지나 찔꺽거리는 소리가 나며 이작의 성기가 지원의 구멍을 드나들었다. 지원의 몸이 크게 위아래로 헐떡거렸다. 이상해, 이상해!! 지원은 울면서 애원했지만 이작은 듣지 않았다.

    “싫다고 생각해서, 싫어지는 거예요. 좋다고, 생각해, 보세요. 하, 씹.”

    지원은 텅 비어 버린 머릿속에 이작의 말을 넣으려고 애썼다. 좋다고 생각을, 해야 했다. 그래야만 했다.

    “조, 조아. 아, 응, 좋, 아! 이, 이자악, 학! 아!!”

    “큭, 하, 교주님, 하아…. 흣.”

    이작이 아직 만난 지 며칠 안 되는 사이라든가, 같은 남자라는 생각 따위는 잊어버릴 정도로 강렬한 자극이었다. 아까부터 빳빳하게 서서 꺼떡거리고 있는 지원의 성기 끝에서 정액이 핏 쏟아졌다. 지원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하아, 하아아아…….”

    갑자기 긴장이 풀린 몸이 축 늘어졌는데도 이작은 허리 짓을 멈추지 않았다. 지원은 이작의 어깨를 붙잡고 애원했다.

    “이작 씨, 저 이제 그만, 다 했으니까…….”

    “제가 못 쌌는데, 무슨 소리를 하십니까.”

    이작은 미간을 찌푸리며 정색했다. 지원은 아직 이작의 성기가 제 안을 빠듯하게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복기했다. 철퍽거리며 이작의 살과 지원의 살이 맞부딪혔다.

    “흐윽, 힘들, 힘들어어…, 아, 하으윽…….”

    “교주님, 하아, 교주님…….”

    이작은 지원을 애타게 부르며 성기를 더 거세게 처박았다. 지원은 결국 고개를 뒤로 완전히 젖힌 채로 울었다.

    “흐읏.”

    “흐엉, 흐윽, 하으으윽…….”

    너무 아프고 힘든데 느끼기까지 하니까 더 괴로웠다. 잠시 후 이작은 성기를 안으로 꽉 밀어 넣고 지원의 안에 사정했다. 묽은 액체가 안 그래도 꽉 찬 내부를 더 가득 채웠다. 이작은 지원의 몸 위로 자신의 몸을 누르며 지원의 젖꼭지를 빨았다. 지원의 몸이 벌벌 떨렸다. 이작은 눈을 내리깔고 지원에게 감사를 표했다.

    “교주님의 구멍을… 따먹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아, 아…….”

    “교주님 안에 싸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 하아…….”

    이게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지원은 그저 울고 싶은 만큼 펑펑 울었다. 이작은 손등으로 지원의 눈물을 닦아 주고 성기를 서서히 빼냈다. 온갖 액체가 뒤섞여 질척한 성기를 바닥에 떨어진 지원의 옷으로 대충 닦았다.

    지원이 숨을 쉴 때마다 살짝 열린 구멍 사이로 정액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이작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교주님은 정말로 좋은 구멍을 가지고 계세요.”

    “흐윽, 흑…….”

    “잘 느끼시고, 울기도 잘하시고. 이대로라면 빚 청산은 금방입니다.”

    칭찬 따위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원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이작은 구멍 근처로 빠져나온 정액을 손가락으로 긁어모아 지원의 구멍 안에 넣었다. 꾸물꾸물 손가락을 열심히 물고 있는 구멍을 보며 교육의 효과를 새삼 느꼈다.

    차라리 기절해 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지원의 정신은 지나치게 멀쩡했다. 이작은 자신의 옷을 정리한 후, 따뜻한 물수건을 가져와서 지원의 몸을 닦아 주었다. 특히 성기와 구멍을 꼼꼼하게 닦아 주어서 지원은 부끄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잠시 쉬었다가 이어서 하겠습니다.”

    “……?”

    여기서 또 뭐를 더 한다고? 지원은 황당해서 말도 못 하고 있었다. 이작이 태연히 대답했다.

    “다시 이론 수업을 할 건데요. 기대하게 해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그……!!”

    기대하긴 뭘 기대했다는 건지. 지원은 어이가 없어서 온몸에 힘이 빠졌다. 사정의 여운보다 처음 사용하는 근육들이 아파서 비명을 지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못한 채 소파에 늘어져 있는 게 전부였다. 그나마 몸은 이작이 닦아 주어서 깨끗해졌지만, 머릿속은 엉망진창이었다.

    “…힘들어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듣기만 하세요.”

    지원은 조금 의심했다. 설마 내 체력을 빼서 가만히 듣고만 있게 하려고 한 걸까? 이 수업의 이상한 커리큘럼이 이해 가지 않았다.

    실내는 춥지 않았지만, 물수건으로 닦고 난 후라서 그런지 약간 싸늘했다. 지원이 몸을 웅크리고 조금 떨자 이작은 담요를 하나 꺼내 둘러 주었다. 지원이 담요로 몸을 꽁꽁 싸매자 이작이 조금 웃었다.

    “지금부터 할 교육은 모레 있을 설교를 대비한 이론 수업입니다. 공부는 잘하는 편이었습니까?”

    “그냥 그럭저럭…….”

    “그럼 금방 이해하실 겁니다. 머리가 깡통이 아닌 이상, 따라오는 데 무리는 없을 거예요.”

    “깡통…….”

    왠지 모르게 옛날 단어 같은 점이 우스웠다. 지원은 이작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가만히 보고 있으니 문득 깨닫는 게 있었다. 이작은 잘생긴 얼굴이었다. 신이 하나하나 세심하게 빚은 것 같은 섬세함이 있었다. 길게 그림자가 드리워진 속눈썹이 특히 아름다웠다. 화려한 미남이었다.

    교주라면 자기가 할 것이지 왜 남을 시키는 걸까. 지원은 의아했다. 지원이 생각하는 자신은 못생긴 외모는 아니었지만 평범한 축에나 끼는 얼굴이었다. 쌍꺼풀이 없는 눈은 밋밋했고 콧대도 날카롭지만 높지는 않았다.

    역시 본인이 남자들과 성적 접촉을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거겠지. 뻔했다. 지원은 테이블에 손을 뻗어 샌드위치를 집었다. 짧았지만 첫 섹스 후라서 그런지 배가 고프고 힘이 들었다. 조용히 샌드위치를 먹고 있으니 이작이 테이블 위의 태블릿을 들었다.

    “교주님께서는 <어머니의 나라>에 대해서 아실 필요가 있습니다. 내일 있을 공개 설교에서는 특별히 김성희 님께서 오시기로 하셨거든요.”

    “김성희 님……?”

    “<어머니의 나라>의 초대 교주님이시자 창시자십니다.”

    “아…….”

    “공개 설교는 일종의 사상 검증입니다. 김성희 님이 교주님께 몇 가지 질문을 하실 텐데, 예상 질문을 뽑아 봤습니다.”

    도대체 이런 건 언제 다 준비한 걸까? 지원은 이작의 준비성에 감탄했다. 아직 지원이 샌드위치를 먹고 있어 이작이 친절히 화면을 돌려 보여 주었다. 지원은 먹던 샌드위치를 뱉을 뻔했다. 이작을 바라보았으나 그는 태연하게 질문을 시작했다.

    “당신은 섹스를 좋아하십니까?”

    질문은 정해져 있고 답도 정해져 있었다. 그저 시킨 대로 태블릿 화면에 뜬 예상 답변을 읽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다. 얼굴이 빨갛게 익었고 입안이 말랐다. 우유를 들이마셔서 억지로 샌드위치를 마저 삼켰다. 이작이 재촉했다.

    “대답하세요.”

    “너, 너무 좋아합니다. 어, 못 하면 못 견딜 만큼…….”

    “평균 자위 횟수는요?”

    “세 본… 적, 없어요. 너무 많아서…….”

    “그렇군요. 아주 음란한 분이시네요. 그렇게 안 생기셨는데요.”

    “네…. 그래서 이렇게 교주가 되어서, 너무 행복…, 합니다.”

    “흠. 죄송하지만 믿기 어려워서 그런데 한번 보여 주시죠.”

    “네……?”

    이건 태블릿에 없는 질문이었다.

    “자위하는 거, 보여 달라고요.”

    지원은 고개를 처박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건, 예상 질문에 없잖아요.”

    “현실이 늘 예상대로 흘러가진 않죠.”

    “…싫어요.”

    “싫을 거까지 있습니까?”

    “아직 따가워서…….”

    지원은 눈을 꾹 감고 실토했다. 아직도 성기 표면이 따갑고 화끈거렸다. 이걸 만져서 자위를 하라고 하는 건, 제대로 걷지도 못하게 되라는 뜻이었다. 이작은 눈썹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흠. 난감하네요.”

    “뭐가요…….”

    “그럼 이렇게 하죠. 교주님이 제 거를 빨아 주시는 걸로.”

    저걸 합리적인 답이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걸까? 지원은 머리 한쪽이 아찔했다. 이작은 아무렇지 않게 벨트의 잠금을 풀고 지퍼를 내렸다. 흉흉한 성기가 속옷을 뚫고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꽉 압박되어 있었다.

    지원은 기겁했다. 아니, 저걸 또?

    “왜, 그런 결론이.”

    “저는 아까 다 하지 못했는데 교주님이 힘드셔서 그만하지 않았습니까. 책임은 져 주셔야지요.”

    “아니, 힘들어서…….”

    “입은 안 힘드시잖아요.”

    지나치게 뻔뻔한 남자였다. 더 반박할 말도 없었다. 지원은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작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어느새 얼굴 앞에 성기가 바짝 다가왔다. 이작은 성기를 속옷 안에서 꺼내 끝을 지원의 얼굴에 문질렀다. 끝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는 액체가 얼굴을 지저분하게 만들었다.

    “윽…….”

    “교주님 얼굴에는 정액이 잘 어울리십니다. 제가 하는 말이니까 신뢰하셔도 좋습니다.”

    “읍…….”

    이작은 지원의 입에 성기를 쑤셔 넣었다. 다 들어갈 때까지 뒤통수를 붙잡고 밀어 넣었다. 뜨겁고 축축하게 감싸 오는 느낌에 소름이 돋았다. 이작은 상냥한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어머니의 나라>에 대해 이해하려면 초대 교주인 김성희 님부터 아셔야 합니다. 종교가 세속적으로 변했다고 비판받는 세상에서, 아예 종교로 사업을 하겠다고 생각하신 분이거든요.”

    “우읍…….”

    “좀 더 깊숙이 넣고 빠세요. 얼굴이 작아서 걱정했는데 안은 깊어서 다행이네요.”

    “우웅…….”

    “김성희 님은 경기도 인근의 버려진 부지를 헐값에 매입해 건물을 세웁니다. 그게 바로 <어머니의 나라>의 첫 신전이었습니다. 직원을 고용해 교인을 모으고, 관리하기 시작했죠.”

    지원은 이작의 성기를 입안에 물고 있는 게 고작이었다. 그 이상은 움직일 수가 없을 정도로 입안이 꽉 찼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로도 만족스러웠는지 이작은 잘하고 있다는 걸 알려 주듯 손가락으로 지원의 뺨을 쓸어 주었다.

    “처음에 지은 신전으로 버틸 수 없을 만큼 교인이 모이자 다른 종교에서 압박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전국 곳곳에 여러 개의 신전을 지어 분업화했습니다. 지역별이 아닌 타깃별로 나누었죠. 일종의 모기업과 계열사처럼 종교를 운영하기 시작한 겁니다.”

    “으응…….”

    “하나도 안 들으셨군요.”

    이작은 구둣발로 지원의 성기를 툭툭 쳤다. 갑자기 치고 들어온 고통에 입안에서 성기를 빼냈다. 콜록콜록, 기침했다.

    “드, 들었어요. 다…….”

    “남 좆 빠는 게 그렇게 좋아요? 눈빛은 흐리멍덩해선.”

    “진짜 잘 들었어요…….”

    지원은 억울했다. 그러나 이작은 자신의 말을 변명이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억울했다. 보기 쉽게 시무룩해진 지원을 보며 이작은 작게 웃었다.

    “이곳, <행복의 나라>는 주로 3~40대 남성. 다른 말로 하자면 성욕이 넘쳐흐르는 한창때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교주도 성욕이 넘쳐야 하고요. 그래서 아까 예상 질문에서도 그쪽에 포인트를 맞춰 질문을 추렸던 겁니다.”

    “…….”

    “이제 슬슬 끝내 볼까요.”

    이작은 느긋하게 태블릿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지원의 머리통을 붙잡고 앞뒤로 거세게 움직이며 입안에 성기를 퍽퍽 박았다. 얼굴에 까슬한 음모가 비벼지고, 목 안쪽이 깊게 찔려서 토할 것 같은데도 이작은 놔주지 않았다. 지원은 그제야 이작이 자신을 봐주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작은 지원의 목 안 깊은 곳에 사정한 후에야 성기를 빼내 주었다. 턱이 벌어져 입이 다물리지 않았다. 입안에 가득 찬 정액이 입가에 흘렀다. 이작은 손등으로 정액을 닦아 입안에 넣어서 삼키게 했다. 지원이 인상을 찌푸리자 이작이 다그쳤다.

    “이제 교주님이시니 맛있게 드셔야 합니다.”

    꿀꺽, 지원의 인상이 여전히 구겨진 채로 목울대가 움직이며 정액을 삼키자 만족스러운지 미소를 지었다.

    “제 앞에서 한 것처럼, 하시면 될 겁니다. 오늘 교육은 여기서 끝내죠.”

    지원은 눈가에 저절로 고인 눈물을 닦았다. 속이 샌드위치와 정액이 섞여 엉망진창이었다. 필요 이상으로 너무 피곤했다. 담요를 이작의 품에 집어 던진 후 비틀거리며 침실로 돌아갔다. 옷을 다시 입을 힘조차 없어 맨몸으로 그대로 다시 뻗어 버렸다. 눈이 저절로 감겼다.

    * * *

    지원이 눈을 뜬 건 새벽이었다. 벌떡 일어나고 싶었지만 온몸이 쑤셔 와 무리였다. 대체 이작은 왜 그런 교육을 한 걸까? 정말로 다른 교인들과도 섹스를 해야 하는 걸까? 수많은 의문이 떠올라서 머리가 복잡했다.

    혹시나 싶어 주춤거리며 일어나 캐리어에 넣어 둔 계약서를 꺼냈다. 그리고 그 앞에 주저앉아 흐릿한 달빛에 의지해 계약서를 읽었다. 지원의 입을 뚫고 저절로 욕이 나왔다.

    “씨발…….”

    계약서는 계약서였다. 노예 계약서에 가까운. 지금 이 순간에도 이자는 쌓이고 있을 거라는 생각과 피곤해서 급하게 서명하느라 미처 읽지 못한 탓이었다.

    “이건, 이건 아니야…….”

    이동하는 것부터 금지되어 있었다. 빚을 다 갚을 때까지 이 산속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여기서 생활하며 발생하는 금액도 빚에 포함되며, 전부 지원이 지불해야 했다. 고작 앞 몇 장 읽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많은 게 엉망진창이었다. 손이 부르르 떨렸다. 속았구나. 당했구나.

    “깨셨습니까?”

    가늘게 열린 문틈을 밀고 이작이 들어왔다. 지원은 놀라 뒤로 넘어질 뻔 했다. 이작은 지원의 손에 든 계약서를 보고 말했다.

    “언제 읽으시나 했습니다. 이제 읽으셨네요?”

    “이, 사기꾼! 이런 건 말해 주지 않았잖아요!”

    “계약서 함부로 사인하는 거 아니라고 아무도 안 가르쳐 줬나요? 그걸 모르시는 것도 아니면서. 바보 같네요. 교주님.”

    심기가 불편해진 이작이 노골적으로 짜증을 냈다.

    “뭐가 문제예요? 단기간에 빚을 갚게 해 준다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서러움에 눈물이 터져나왔다.

    “이, 이이…. 계약서대로라면 여기서 생활하고 쓰는 모든 게 다 다시 빚이 되는 거잖아요. 게다가 그 비용은 교단에서 정한다니, 그럼 빚을 언제 다 갚으란 말이에요?”

    분노로 흘리는 눈물이 썼다. 이가 저절로 갈렸다. 이작은 무릎을 짚으며 일어났다.

    “내일 아침에 또 교육이 있으니 푹 자 두세요.”

    “그게 무슨 교육이야! 아니잖아!”

    “아무것도 모른 채 너덜너덜하게 윤간당하고 싶다면 말리진 않습니다.”

    직접적인 언어에 지원은 머리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표정을 했다. 신문의 사회면에서나 보던 단어였다. 그리고 늘 남의 일이었다.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왜…. 그런 걸…….”

    “교주님을 범하는 것은 1억 달란트짜리 상품입니다. 전 교주께서 하기 싫다고 자살했거든요. 대기 기간이 길어져서 다들 언제 차례가 오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허억…….”

    “합법적으로 누군가를 강간할 수 있는 기회, 흔치 않잖아요.”

    숨이 턱 하고 막혔다. 토할 것 같았다. 바닥에 얼굴을 박고 헛구역질을 하는 지원을 보며 이작은 혀를 찼다. 위액과 눈물이 뒤섞여 바닥이 지저분해졌다. 이작은 수건을 가져와 바닥을 닦았다.

    “그러니까 교주님, 정신 붙들고 열심히 일하셔야 합니다.”

    “우욱…. 우웁…….”

    “자살해 봐야 좋을 거 하나 없어요. 열심히 일해서 빨리 빚 갚고 뜨는 게 최선입니다.”

    이작의 평온한 말투가 지원을 더 불안하게 했다. 가쁜 호흡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이작이 새로 가져다 둔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수건을 움켜쥐고 뾰족한 눈빛으로 물었다.

    “…이것도 다 빚으로 매기는 거죠?”

    “이 정도는 서비스로 해 드리겠습니다.”

    이작은 미소 지었다. 지원은 이 상황에서도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이작이 조금 두렵게 느껴졌다.

    이작은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다시 침실을 나갔다. 지원은 생각에 잠겼다.

    아무것도 예상하지 않고 온 건 아니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날 이자 대신 몸으로 때우면 된다고 생각한 건 사실이었다. 그 몸으로 때우는 게 이런 걸 줄은 몰랐지만.

    지원은 창가에 서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창밖에 얼굴이 비쳤다. 평범하고 흔한 얼굴이었다. 좀 말랐다는 것 빼면 특징도 없는 몸이었고. 그런데도 정말 사람들이 좋아한단 말인가? 게다가 이작에게는 정액이 어울리는 얼굴이라는 얘기마저 들었다. 여태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얼굴이 낯설게 느껴졌다.

    핸드폰을 꺼내 연락 온 데가 없나 확인했다. 원래 교우 관계가 좁은지라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어쩌면 부모님에게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핸드폰을 다시 캐리어에 집어넣고 다시 창밖을 봤다. 어두컴컴한 숲을 배경으로 유리창엔 지원의 얼굴만 비칠 뿐이었다.

    지원은 태생이 대범하지 못한 성격이었다. 소심한 편에 가까웠다. 자신도 모르게 실토했듯이 성경험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사이비 종교에 휘말려 버리다니…….

    이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 사라져 버린 부모가 미웠다. 필리핀에서 찾지 못했으니, 정말 한국에 있는 걸까? 그럼 왜 자신을 찾아와 주지 않는 걸까. 문득 서러워졌다.

    다시 비틀비틀 침대로 가서 엎어졌다. 이 침대는 얼마짜릴까. 또 얼마짜리 빚을 진 걸까.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게 비참했다.

    * * *

    울다 지쳐 잠들어 버렸다. 지원은 기억이 나지 않는 꿈을 꾸고, 검은 공간을 한참 헤매다가 누군가가 흔들어 깨워서 겨우 잠에서 깨어났다. 처음 보는 사람으로, 지금 빨리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요?”

    “네. 환복해 주세요. 이작 님은 잠시 자리를 비우셔서 제가 대신 왔습니다.”

    그가 내민 옷은 이제 슬슬 익숙해지는, 얇은 흰색 옷이었다. 혼자 입어야 하는지 옷만 건네고 방을 나갔다. 다행히 처음 받았던 옷보다는 몸을 더 가리는 디자인이었다. 입기도 편했는데 허리에 검은 띠를 두르기만 하면 됐다.

    목에 띠를 두르고 머리에 흰 천을 덮어 고정시키고 나니 꽤 그럴싸해 보이는 게 모순적이었다. 인간은 시각에 지배당하는 동물이라더니, 이런 이상한 옷을 입은 것만으로 평범한 인간에서 교주가 될 수 있었다. 신발도 흰색 구두로 갈아 신었다.

    방을 나가니 이미 대기 중인 교인들이 있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교인들이 낯설고 부담스러웠다.

    “교주님을 뵙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주님을 뵙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주님을 뵙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몇 번을 들어도 어색하게 만드는 문장이었다. 지원은 그래도 처음보다는 좀 더 자연스럽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했다.

    늘 옆에서 별별 이야기를 떠들어 대던 이작이 없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지원은 교인들이 이끄는 대로 걸었다. 천장이 높은 흰 복도를 걸었다. 천장에 비해 폭이 좁은 복도는 어딘지 답답했다.

    도착한 곳은 복도의 끝이었다. 교인들은 들어가라는 듯이 발을 멈추고 한 발짝 뒷걸음질을 쳤다. 그때, 문이 조금 열렸다. 지원은 하는 수 없이 문을 마저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 역시 온통 하얗게 칠해져 있었다. 모가 길고 결이 부드러워 보이는 흰색 러그가 바닥에 깔려 있었고, 유일하게 색이 있는 황금색 의자에 덩치가 큰 중년 남성이 앉아 있었다. 정장을 차려입고 머리도 말끔하게 넘겼지만, 이상하게 좋지 않은 느낌이었다.

    누구지?

    늘 설명해 주던 이작이 없으니 모르는 것투성이었다. 지원은 뒷걸음질을 치고 문손잡이를 잡았지만 어느 새 문은 잠겨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중년 남성은 낮게 웃었다.

    “이작이 말하기를 겁쟁이라고 하더니 그 말 그대로군.”

    겁쟁이라고 했다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서 겁을 안 먹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지원의 경계심을 그는 즐기는 듯했다. 그러고는 상체를 숙이며 위엄 있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리 와.”

    “누, 누구세요?”

    “오라고 했지.”

    명백한 경고였다. 지원은 쭈뼛거리며 그에게 다가섰다. 이렇게 무거운 걸음으로 걸어 본 적은 없었다. 지원이 가까이 다가서서 발걸음을 멈추자 그는 손을 뻗어 지원의 허리를 잡아당겼다. 그러고는 상품의 흠집을 검사하듯이 얼굴을 곳곳이 살폈다. 얼굴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그의 큰 손이 뒤통수를 잡고 움직이지 않아 어림없었다.

    “하얗고 날카롭게 생겼네. 아주 잘 골랐어.”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사람의 것보다는 짐승의 것에 가까웠다.

    지원이 계속 긴장해서 제대로 보지 못한 그의 얼굴은 야성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미남형이었다. 사냥감이 마음에 든 짐승처럼 지원을 훑어본 그는 허리끈을 잡아당겨 단번에 옷을 풀어 내렸다. 그러고는 지원을 러그 위에 눕도록 밀쳤다.

    “아…….”

    이제 몸에 두른 것은 머리에 쓴 베일과 초커, 신발뿐이었다. 그는 가볍게 지원의 구두를 붙잡고 벗겨서 방구석 어딘가로 집어 던졌다.

    “다치는 것도 아주 싫어하거든.”

    “누, 누구세요?”

    “나? 김성희.”

    “네?”

    “<어머니의 나라>를 만든 사람이고.”

    “……!!!”

    “그러니까 네가 깜빡 죽어야 할 사람이라는 거지.”

    “그, 그런…….”

    “얼굴은 마음에 드는데, 다른 데도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네.”

    김성희는 한 손으로 지원의 양 발목을 잡고 들어 올렸다. 자연스럽게 노출된 엉덩이가 부끄러웠다. 김성희는 양손으로 엉덩이를 잡고 벌렸다. 그러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씨발. 누가 먼저 따먹었어.”

    통통하게 부어오른 구멍 입구를 보고 김성희는 바로 지원이 경험했음을 눈치챘다. 대꾸할 말도 없었다.

    “후, 뭐. 상관없나.”

    김성희는 잠깐 찌푸린 미간을 풀고 슈트 바지의 지퍼를 내렸다. 지독하게 큰 성기가 속옷 안에서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지원은 식은땀을 흘렸다. 저걸 넣었다간 죽을 것이다. 죽고 말 것이다. 팔을 버둥거리며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김성희는 아무렇지 않게 다리를 붙들고 다시 원위치로 잡아당겼다.

    “보나마나 이작 짓이겠지. 그 새끼는 일 처리는 빠릿빠릿한데 이런 데서 나를 짜증 나게 해.”

    누구도 알려 주지 않았다. 지원도 이름만 듣고 막연히 김성희가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지원 자신도 그런 오해를 종종 받는 이름이었다. 여자일 거라고 착각할 여지가 있는, 중성적인 이름이기에.

    <어머니의 나라>의 창시자인 김성희는 남자였다. 그것도 건장한 중년 남성이었다. 그 사실만으로 지원은 큰 충격을 받았다.

    “빨래? 아니면 이대로 넣어 줄까?”

    김성희의 낮은 목소리가 그릉그릉 방 안을 울렸다. 지원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김성희가 다리를 쩍 벌리자 그 사이로 기어가서 앉았다. 이빨로 속옷 끄트머리를 물고 내리자 이작의 것과 비등비등한 성기가 보였다. 지원은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불쌍하게 보이면 어떨까?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조심스럽게 끝을 물며 위를 올려다보자 그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눈치 보지 말고 똑바로 해. 이작이 교육시켰을 거 아냐?”

    씨알도 안 먹힐 작전이었다. 지원은 하는 수 없이 그의 성기를 최대한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이작이 입은 작아 보이는데 속은 깊다고 했다. 어쩌면 유일한 장점일지도 몰랐다. 성기를 꾸물거리며 끝까지 집어넣자 김성희가 감탄을 했다.

    “입속 존나 깊네. 타고났어. 내가 사람 보는 눈 하나는 끝내주지.”

    그의 육중한 성기에 밀려 입천장에 바짝 붙어 있던 혀로 성기를 돌려 감싸 가며 빨았다. 얼굴에 닿는 까슬한 음모가 현실임을 일깨워 주었다. 침을 묻혀 가며, 혹은 침을 빨아 가며 열심히 성기를 빨자 점점 발기하고 있었다. 김성희는 크고 두꺼운 손으로 지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정액 마시고 싶은 거 아니면 이제 얼굴 떼지.”

    지원은 서둘러 얼굴을 뗐다. 입 근처가 침으로 온통 흥건했다. 김성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명령했다.

    “일어나서 여기에 앉아.”

    평생 없었던 일이, 며칠 사이에 연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지원은 모든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몸이 붕 떠오르는 것같이 아득했고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아직도 꿈속을 헤매는 듯했다. 아니, 그러기를 바랐다. 꿈이길, 현실이 아니길…….

    지원은 김성희의 말을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렸다. 뻔한 움직임을 눈치챈 김성희가 으르렁거리며 화를 냈다.

    “말 안 들어 처먹을래?”

    “힉.”

    이 남자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조심스럽게 김성희의 두꺼운 허벅지 위로 올라가서 다리를 벌리고 앉았다. 그의 잔뜩 발기한 성기가 지원의 축 늘어진 성기와 맞닿아졌다.

    “남이 먼저 먹은 건 취향이 아닌데.”

    “그, 그럼 안 하셔도…….”

    “이건 먹고 싶네.”

    지원의 가냘픈 희망이 무너졌다. 눈을 꾹 감고 현실과 멀어지려고 하는 찰나, 누군가가 문을 똑똑 두들겼다.

    “식이 곧 시작됩니다.”

    이작의 목소리였다. 눈물이 날 것처럼 울컥했다. 김성희는 못 들은 척 지원의 엉덩이 사이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그러고는 조금의 액체도 묻어 있지 않은 뻑뻑한 손으로 구멍을 비집고 안에 들어갔다.

    “아, 아파…….”

    다시 똑똑. 연속해서 계속 문을 두들겼다. 김성희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구멍을 쑤시던 손가락을 빼냈다. 그러고는 욕을 했다.

    “어떤 새끼가 방해야.”

    “식이 곧 시작됩니다.”

    “씨발, 너 이작이지.”

    문이 벌컥 열렸다. 흰색 슈트를 차려입은 이작이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지원은 어쩐지 그를 보니 가슴 한구석이 진정되어 가는 것 같았다. 반대로 김성희는 이작에게 화를 냈다.

    김성희는 지원을 밀쳐 냈다. 지원은 휘청거리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김성희가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럴 때마다 흔들리는 흉측한 성기를 보고 지원은 공포에 떨었다.

    “알아서 좀, 어? 시간 좀 벌고 있으면 되잖아.”

    “교인분들이 기다리십니다.”

    “그걸 누가 몰라?”

    “서둘러 주세요.”

    “이 새끼 진짜…….”

    이작은 미소를 지은 채로 손을 뻗어 김성희의 성기를 팬티 속으로 집어넣고 지퍼마저 올려 주었다. 버클도 잠가 주었지만 아직 해소되지 못한 성기는 두툼한 윤곽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지원을 바라보았다. 지원은 서둘러 옷을 추슬렀다.

    “지원 님도 준비해 주세요.”

    “네…….”

    “곧 교인분들과의 만남이 시작됩니다. 저쪽 문으로 나가셔서 직진하시면 됩니다.”

    화려하다 못해 경박한 의자에 앉아 있던 김성희의 위압감에 눌려 보이지 않던 문이 보였다. 온통 흰색이어서 말해 주지 않았다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김성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문을 열고 복도를 걸어갔다. 지원은 온몸에 힘이 다 빠져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런 지원의 상태를 눈치챈 건지 이작이 다가와 지원을 일으켜 주었다. 그의 손길에 반응해 눈물이 샘솟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이삭이 속삭였다.

    “이 정도로 우시면 큰일입니다.”

    “네?”

    “교주님은 우실 때가 제일 꼴리거든요.”

    지원은 경직했다. 그래. 원래 이런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에게 안도감을 느끼다니, 자신도 점점 이상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작은 방구석에 내팽개쳐 있던 구두를 가져와 신겨 주고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었다.

    이곳은 일종의 대기실인 모양이었다. 문 너머로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이 상태로 수많은 사람 앞에 서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막막했다. 게다가 공개 설교라니…. 들은 바도 없었고 할 말도 없었다. 공개 설교가 대체 무엇일지 지원은 예상하는 것도 포기했다. 첫 대면이라는 이름하에 펠라를 당했다. 그런 지원의 불안을 눈치챘는지 이작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부터 밑천을 드러낼 생각은 없습니다. 교주님은 그저 무표정으로 서 있다가, 지시를 내리는 대로 행동하시면 됩니다.”

    그가 건넨 것은 블루투스 이어폰이었다. 베일을 걷어 섬세한 손길로 착용을 시켜 주었다. 그러고는 근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열심히 돈 뜯고 오세요.”

    그보다 솔직한 말은 없었다. 지원은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심정이었다.

    김성희는 어릴 적부터 둘째가라면 서러운 달변가였다. 그와 한 번 대화해 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빠져들기 마련이었고, 전 재산을 갖다 바치게 하는 것도 조금은 번거로워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종교 설립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지원이 첫 대면식을 했던 곳이 보통 강당이었다면, 이곳은 대강당이었다. 김성희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앞으로 걸어갔다. 단상이 보였다.

    김성희가 단상에 서자 불타는 듯이 뜨거운 조명이 그를 비췄다. 흰색 슈트는 조명을 만나 빛이 나는 것처럼 번쩍였다. 목에 걸린 목걸이나 반지 또한 눈부시게 빛났다. 번쩍번쩍 빛이 나는, 마치 신 그 자체 같았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철저하게 설계된 것이었다.

    거대한 홀은 2층까지 가득 교인으로 차 있었다. 아마 그들의 대부분은 김성희를 보러 온 것이리라. 그의 능력대로 남녀노소 불문한, 일종의 팬클럽이었다. 그의 손짓 하나, 미소 하나에 관중들이 움직였다.

    “안녕하십니까.”

    “김성희 님을 뵙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자리에 놓아두었으니 받아 주십시오.”

    자리마다 작은 꾸러미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생수병 하나와 사탕 몇 개가 들어 있었다. 이곳에 오기 위해 들인 비용에 비하면 별것 아닌 선물이었다. 그러나 그 작은 선물에도 교인들은 환호했다.

    “준비된 사탕은 특별한 사탕입니다. 꼭 물에 넣어서 드셔 주세요.”

    사탕은 일종의 발포 비타민 같은 것이었다. 거품을 내며 화려한 색색으로 생수가 변화하는 모습을 본 교인들은 김성희가 무척이나 배포가 큰 남자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 사탕의 단가가 얼마인지와는 별개로…….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약간의 환각제였다. 오늘, 교인들은 이 홀에서 상상치 못한 것을 보게 되리라. 그리고 그 모습은 더 깊은 신앙심으로 연결될 것이다. 교인들이 생수병에 든 물을 마시는 것을 보며, 김성희는 미소 지었다.

    홀 건너편. 아직 대기실에서 있던 지원은 극도로 긴장된 상태였다. 문 틈새로 본 첫 대면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크기의 홀에 놀라고, 가득 채운 사람에 더 놀랐다.

    “오늘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행복의 나라>의 새로운 교주입니다.”

    이작이 지원의 등을 떠밀었다. 지원은 가까스로 자세를 다잡고 홀로 나갔다. 최대한 무표정으로, 길게 늘어진 옷을 밟지 않도록 조심히 걸었다. 단상을 비추는 조명 때문에 교인들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김성희 님 옆으로 이동하세요.』

    이어폰에서 들리는 지시대로 김성희의 옆에 섰다. 김성희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까와는 다른, 웅성거리는 반응이 들려왔다. 지원은 긴장감에 손을 꽉 쥐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알 수가 없었다. 대기실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김성희가 손을 뻗어 지원의 옷을 고정시키고 있는 끈을 풀었다. 지원이 당황해 순간적으로 옷을 추슬렀지만, 이어폰으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만히 있으세요.』

    가만히, 어떻게? 눈앞에 선 남성은 아까보다 더 야생 동물 같았다. 그는 설교를 하듯이 격렬한 말투로 토로했다.

    “<어머니의 나라> 안에서 여러분이 행복하기 위해선 바로 저, 김성희부터 행복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그의 별거 아닌 말에도 교인들은 열광했다. 지원은 뒷걸음질을 쳤지만 김성희가 손을 뻗어 허리를 받치는 바람에 몸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여기 서 있는 새로운 교주님은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

    “앞으로 <어머니의 나라>를 이끌어 갈 저를 보좌해 줄, 저의 동반자와 같은 사람인 것입니다.”

    “…네?”

    너무 놀란 지원은 저도 모르게 그에게 되묻고 말았다. 이어폰으로 호령이 들렸다.

    『별다른 지시가 없으면 침묵을 유지하십시오.』

    지원의 다리가 덜덜 떨렸다. 김성희가 가까이 얼굴을 들이미는 바람에 허리가 휘었다. 더 도망갈 곳이 없어 포기하자, 김성희가 귓가에 혀를 쑤시며 축축하게 침을 발랐다.

    지원은 도망가고 싶었지만, 퇴로는 교인들로 막혀 있었다. 김성희는 지원의 옷을 완전히 풀고, 나신으로 만들었다. 강당의 단상 바닥에는 매트리스가 놓여 있었다. 그 주변을 하얀 꽃과 천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김성희는 그 위에 지원을 눕히고, 지원의 나신을 감상했다.

    하얀 피부에 분홍색 젖꼭지가 도드라졌다. 김성희는 무릎 꿇고 앉아 입술을 침으로 축이고 젖꼭지를 빨기 시작했다. 혀끝으로 젖꼭지 끝부분을 마치 젖을 빨듯이 섬세하게, 혹은 게걸스럽게 빨아 댔다.

    그 모든 장면들을 한 카메라맨이 촬영하고 있었다. 홀의 거대한 LED 패널에 지원의 젖꼭지가 클로즈업되었다. 지원은 혀를 깨물고 죽고 싶었다. 창피하고 또 창피했다.

    지원이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저항하자 김성희가 손짓으로 무언가를 지시했다. 귀에 꽂힌 이어폰에서 다시 또 호령이 들렸다.

    『가만히 있으십시오.』

    몸에 힘이 탁 풀렸다.

    “약물로 늘어진 사람이랑 하는 취미는 없으니까.”

    “아…. 아아…….”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기어.”

    김성희가 속삭였다. 지원의 눈가가 분노로 붉어졌지만, 김성희는 개의치 않고 그의 눈가마저 핥아 먹었다.

    지원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분노의 눈물을 흘리는 것뿐이었다. 팔을 들어 봤지만 이 팔로는 누구를 때리지도 못한다. 지금 여기서 김성희를 때려 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만 와닿을 뿐이었다.

    힘이 풀린 구멍에 삽입되는 것은 쉬웠다. 김성희는 병을 구멍에 꽂은 채로 가운데를 눌러 젤을 짰다. 몸 안에 차가운 젤이 들어오자 감각이 예민해졌다.

    생각보다 그의 섹스 방식은 신사적이었다. 입구를 꾹꾹 눌러 긴장을 풀어 주고, 내부에 젤을 짜 주어서 아프지 않게 여러 가지로 배려해 주었다.

    “흡…….”

    『신음은 크게 내십시오. 홀 구석구석에 울려 퍼지게.』

    이상했다. 모든 게 미쳐 돌아갔다. 수많은 사람이 남자끼리 하는 섹스를 보며 흥분하고 있었다. 지원은 아까 사탕을 넣은 생수를 떠올렸다. 설마…….

    『지금 교인들은 흥분제 탄 물을 마시고 전부 흥분 상태입니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생수병이 날아올걸요.』

    그 설마가 맞았다. 정말로 그 물에는 이상한 게 섞여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좋은 거지…. 비정상적인 상황은 머리까지 마비시키는 모양이었다. 지원은 있는 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빨리 해 주세요…….”

    빨리 끝날 수 있도록…. 그러나 뒷말은 힘이 달려 전해지지 못한 모양이었다. 김성희는 지원의 손을 깍지 끼게 만들고 제 목에 두르게 했다. 그러고는 단번에 성기를 구멍 안에 삽입했다.

    “윽!”

    복부를 꽉 채우는 팽만감에 숨이 막혔다.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서 토할 지경이었다. 제대로 끝까지 들어갔다고 생각했는지 김성희는 거대한 성기를 문지르며 추삽질을 시작했다.

    “으앗, 으아, 흐하아아아…….”

    “후…….”

    “흡……! 으앙, 아!!”

    힘이 없어 제대로 된 말을 만들지 못하는 대신 신음 소리를 계속 뱉어 냈다. 홀 안이 침묵으로 감돌고 모두가 침을 꼴깍 삼키며 단상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스러운 교합을 지켜보고 있었다.

    김성희는 일부러 지원의 몸을 들어 올려 교합 부위를 잘 보이게 했다. 조명이 둘을 비추고, 김성희가 흥분에 가득 찬 목소리로 떨며 말했다.

    “보십시오. 처음인데도 마치 아닌 것처럼 제 성기를 빨아들이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약의 효과와 미쳐 버린 듯한 분위기에 휩쓸렸는지 몇몇 사람은 바지를 내리고 자위를 시작했다. 거친 숨소리와 성기가 질척하게 미끄러지는 탁탁 소리가 났다. 텅 비어 버린 생수 통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이분이 저와 함께 <어머니의 나라>를 이끌어 나갈 분이신 겁니다!!”

    “으으응!!”

    찔꺽, 찌걱. 강당의 곳곳에 설치된 거대한 스피커에서 교합 부위에서 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원의 신음과 김성희의 거칠어진 숨소리, 짧은 욕설이 수많은 사람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하아, 하아…….”

    “새로운 교주님을…, 저만 맛봐서 죄송할 지경입니다.”

    “큿, 앙……!”

    김성희는 많은 사람을 의식하면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다. 지원은 그 모든 행위에 맥없이 흔들리며 끌려가고 있었다. 그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이길 방법이 없었다. 그저 따라가는 것도 벅찼다.

    몸이 위아래로 흔들리고, 내부가 짓이겨져 머릿속에서 쾌감이 펑펑 터졌다. 성적인 행위 자체의 쾌감보다, 수많은 사람이 이 행위를 보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수치감이 더 컸다.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섹스를 하고, 그 섹스를 보며 사람들이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눈물이 펑펑 났다. 그러나 동시에 좋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도대체 뭐가 좋은 걸까? 이 행위가? 아니면, 사람들의 시선이? 지원은 흔들리는 시선으로 강당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한 사람을 집중해서 보자 그와 눈이 마주쳤다.

    흥분에 가득 차서 성기를 쥐고 흔드는 모습은 사람이 아닌 짐승 같았다. 금방이라도 자신을 덮칠 것만 같은 사람이 여기에 가득 차 있었다. 이전 교주가 하기 싫다고 자살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저 시선이 견디기 힘든 것이다.

    지원이 신음을 멈추고 숨을 헐떡거리며 몸을 벌벌 떨자 김성희가 지원의 귓가에 웅얼거리며 경고했다.

    “나한테 집중해.”

    “흣……!”

    “다른 생각할 여유가 있어?”

    김성희는 그렇게 말하며 허리를 크게 처박았다. 철퍽, 찔꺽, 교접된 부위에서는 질척한 액체가 하얗게 거품이 일며 빠져나왔다.

    “흣.”

    사정감을 느낀 김성희는 지원의 안에서 성기를 꺼냈다. 그러고는 반쯤 넋이 나간 지원의 뺨을 성기로 툭 툭 치고는, 그 얼굴 위에 사정했다. 정액보다 더 하얗게 질려 파들파들 떠는 표정이 절경이었다.

    카메라맨은 그 장면을 놓치지 않고 클로즈업하여 찍었다. 지원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일부러 눈을 감았다. 이윽고 카메라는 아래로 내려가 지원의 성기를 찍었다. 지원의 성기가 반쯤 서서 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지원의 귓속으로 이작의 지령이 들려왔다.

    『눈 감지 마시고 자위를 시작하세요.』

    들켰구나. 지원은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자신을 잡아먹을 듯이 덮치고 있던 김성희는 일어나서 교인들에게 시중을 받아 옷을 정리하고 있었다.

    지원은 손을 뻗어 자신의 성기를 쥐었다. 계속 혹사당하는 성기는 쥐는 것만으로 화끈거렸다. 하지만 지원 또한 처음 느끼는 기묘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기분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지원은 힘이 하나도 없는 손길로 성기를 매만졌다. 끝을 엄지로 문지르면서 자극을 주자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면서 부르르 떨렸다.

    “으응……!”

    성기 끝에서 정액이 힘없이 솟아 나왔다. 투둑거리며 지원의 하얀 배 위로 정액이 떨어졌다. 지원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지령을 지켰다.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다 한 기분이었다. 귓가에서 이작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고하셨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관중의 한구석에서 박수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이윽고 우렁차게 홀을 울리기 시작했다. 김성희는 양팔을 들어 관중들의 반응을 더욱 고조시켰다. 수많은 사람의 박수와 환호를 받고, 그걸 즐기고 있는 김성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지원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는 정말로 신 같았다. 그럼 자신은? 인간 성지원은 여기서 어떤 존재인 것일까.

    쏟아지는 박수를 받으며 김성희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넋이 나가 힘이 풀린 지원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작이 보는 눈 하나는 정확하지.”

    “…….”

    “너한텐 정액이 정말 잘 어울려.”

    지원의 꼭 잡고 있던 의식의 끈이 뚝 끊겼다. 도저히 눈 뜨고 이 상황을 온전히 견뎌 낼 자신이 없었다.

    * * *

    정신이 들고 주변을 둘러보자 자신은 익숙해진 침실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만 있었다. 여기 온 후로 정신과 육체가 멀쩡한 날이 없었다.

    수많은 사람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남자를 받아들였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현실로 일어나기엔 가혹한 일이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는데 메말라 버렸는지 나오지도 않았다. 이불 끝자락을 쥐고 얼굴을 덮었다. 수치심에 혀를 깨물고 죽고 싶었다.

    단상 밖, 뜨거운 조명 너머로 엄청난 흥분과 열기의 덩어리가 느껴졌다. 홀에 가득 찬 사람들이 열광하며 지원과 김성희의 섹스를 지켜보았다. 예습했던 사상 질문은 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처음부터 계획된 거였다. 모든 것이 지원만 모르는 쇼였다. 처음부터 주연인 지원에게는 비밀로 했다. 도망칠 수 있으니까.

    블루투스 이어폰 너머로 자신에게 지령을 내리던 이작이 생각났다. 아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빨이 갈렸다. 더 신음을 내라고 했다. 관중을 흥분시키라고…….

    똑똑.

    가벼운 소리가 들리고 침실 문이 열렸다. 지원은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어쓴 것이 다행이라고 느꼈다. 그렇지 않았다면 소리를 지르며 물건을 집어던졌을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아직 자고 계십니까?”

    “…….”

    “깨 계시는군요.”

    이작이 손을 뻗어 이불을 내리려 했다. 지원은 서둘러 이불을 붙들었다. 둘의 의미 없는 손짓이 이어졌다. 이작은 최대한 가까이 이불에 얼굴을 붙이고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기절하셔서 급하게 방으로 옮겼지만, 씻기지는 못했습니다. 도와드릴 테니 일어나서 씻으러 갑시다.”

    “…꺼져.”

    “어서요. 김성희의 정액을 언제까지고 품고 싶은 게 아니라면.”

    화악, 열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지원은 결국 스스로 이불을 내리고 소리쳤다.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당신, 사람이야?!”

    “씻으러 갑시다.”

    이작이 지원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자리에서 일으켰다. 지원은 날카롭게 이작의 팔뚝을 잡고 떼어 내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이작의 힘이 셌다. 결국 이작의 이끌림대로 욕실로 질질 끌려가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버둥거리며 반항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놔, 놓으란 말이야.”

    몇 번이고 갈았는지 욕조에 가득 찬물은 딱 좋은 따뜻한 온도였다. 첨벙 소리가 날 정도로 이작은 지원이 걸친 얇은 가운을 벗기지도 않고 그대로 욕조에 집어넣었다. 지원은 머리끝까지 젖은 꼴이 되어 어안이 벙벙했다. 그대로 눈을 껌뻑이며 이작을 바라보자 이작이 미소를 지었다.

    “따뜻한 물에 씻으면 기분이 훨씬 나아질 겁니다.”

    젖은 가운을 벗겨 내고, 샴푸캡을 씌워 준 후 샴푸를 손에 짜 거품을 내어 지원의 머리에 부드럽게 문질러 주었다. 그러곤 손에 노란색 오리 장난감을 손에 쥐여 주었다.

    “갖고 놀고 있으세요.”

    갑자기 어린애 취급하는 태도가 어이없었다. 이작을 노려보면서 삑삑거리는 오리 장난감을 일부러 꾹꾹 세게 눌렀다. 하지만 이작의 말대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기분이 좀 나았다. 이작은 샤워 볼에 바디워시를 뿌리고 주물러서 거품을 냈다. 그러고는 지원의 등부터 문지르며 씻겨 주기 시작했다.

    “아까 대강 뒤처리는 했습니다. 보셔서 알겠지만, 김성희 교주님은 의외로 섹스 매너가 괜찮으신 편이라서요. 원래 콘돔 없이는 안 하시는데, 교주님이 예상보다 더 꼴리셨나 봅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김성희의 이름에 지원이 단숨에 얼어붙었다. 그러나 지원과 김성희의 섹스는 과시용이었고, 때문에 사정도 밖에 했다. 딱히 몸에 느끼는 이물감도 없었다. 그러니 김성희의 정액을 언제까지고 품고 있을 거냐는 아까의 말도 분명 거짓일 터였다.

    지원은 그 사실을 뒤늦게 눈치챘다. 당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작은 늘 여러 수를 내다보는 것처럼 자신을 완벽하게 제어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비참하기도 했고 가벼운 분노감을 느끼게도 했다.

    그러니 그의 말은 늘 알 수가 없었다. 다정한가 하면 냉정했고, 냉정한가 하면 다정했다. 그 비쳐질 듯 보이지 않는 얇은 속내를, 지원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그보다, 콘돔? 지원은 이곳에 온 후 쉴 새 없이 일어난 성관계 중 콘돔을 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지원이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자 이작이 명쾌하게 대답했다.

    “저는 섹스 매너 같은 건 없는 사람이라, 콘돔 없이 하는 걸 좋아합니다.”

    이작의 손에 쥔 샤워 볼이 지원의 등을 지나 앞으로 돌아왔다. 붉은색 젖꼭지 주변을 꾹꾹 누르며 동그랗게 문질렀다.

    “이……!”

    “교주님도 이제 앞으로 흥분하시네요. 좋은 발전입니다.”

    그의 무심한 말투에 오히려 달아오르는 것은 지원이었다. 지원의 섹스는 모두 그로부터 시작되어 학습당했고,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 이작은 그 사실이 꽤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다리도 닦아 드려야지요. 일어나서 나오세요.”

    지원이 조심스레 오리를 욕조에 띄운 후 밖으로 나왔다. 따뜻한 욕조 안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욕실 안은 따뜻했다. 이작은 지원을 욕조 턱에 걸터앉게 한 후 그의 다리 사이를 샤워 볼로 정성껏 문지르며 닦아 주었다. 지원은 왠지 부끄러워 손바닥으로 사타구니를 가렸지만, 그런 행동은 이작의 비웃음을 살 뿐이었다.

    “손 떼세요.”

    “제, 제가 할게요.”

    “그런 쓸데없는 짓을.”

    이작은 지원의 손을 억지로 떼어 낸 후 다른 부위보다 더 정성스럽게 사타구니를 닦아 주었다. 거품이 잔뜩 일어나 성기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자, 어디에선가 면도칼을 가져왔다.

    “저, 그건…….”

    “가만있으세요. 저도 피를 보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손바닥만으로 지원을 간단히 저지하고는 섬세한 손길로 그의 음모를 깎아 내려갔다. 서걱서걱하는 소리가 텅 빈 욕실 안을 울렸다. 지원은 간지럽고 숨을 제대로 쉴 수조차 없었지만,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움직였다간 칼날이 음모가 아닌 피부를 베어 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욕조 턱을 붙잡고 있는 손이 파르르 떨렸다.

    한 올도 남김없이 음모를 깎아 냈다. 고환을 들어 뒤쪽에 나 있는 음모도 깔끔하게 면도를 종료하자 지원은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있었다. 샤워기로 따뜻한 물을 뿌려 마무리를 하자 하얀 사타구니가 드러났다.

    “잘 참으셨습니다.”

    이작이 칭찬을 해 주었다. 갑자기 성기 주변의 털이 전부 밀린 지원은 이상한 느낌에 사타구니를 만지작거렸다. 부들부들한 살결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마음에 드네요. 보기 좋아요. 예쁩니다.”

    지원은 이작의 시큰둥한 말투에 가슴이 철렁였다. 도대체 남자의 사타구니가 예뻐서 어디다 쓰라고? 하지만 그 질문은 곧 해결되었다. 이미 교인들이 지원의 사타구니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스스로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이상해지고 있었다니.

    마지막으로 따뜻한 물을 더 끼얹어 목욕을 끝낸 후, 이작은 지원에게 하얗고 보드라운 샤워 가운을 걸쳐 주었다. 그리고 침대에 눕히고 나서야 할 일을 끝냈는지 걷고 있던 소매를 내렸다.

    잠을 자면 안 되는데, 따뜻하고 개운해진 목욕에 머리까지 깨끗해졌는지 자꾸 잠이 왔다. 지원의 가물가물한 눈을 보며 이작은 살짝 웃었다.

    “졸리면 주무세요. 내일은 아무 일정이 없습니다.”

    그 말에 지원은 일단 침대에 누웠지만, 생각이 자꾸 떠올라서 쉽게 잠들 수 없었다. 낮에 있었던 일이 자꾸 떠올라서 괴로우면서도 동시에 흥분이 가라앉지 않기 때문이었다.

    빚을 다 갚을 때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이런 생활에 익숙해질 날이 오긴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스스로 만든 빚이라면 덜 억울할 텐데 부모님이 만든 빚이라서 더 억울했다. 억 단위의 돈은 태어나서 만져 본 적도 없었는데 억 단위의 빚은 눈 깜짝할 사이에 생겨 버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런 방식으로나마 빚을 갚을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법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이쪽은 이자도 붙지 않으니까…. 아닌가?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혼란에 빠진 지원을 뒤로한 채 이작은 침실을 나왔다. 문이 닫히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남아 있던 상냥한 표정이 싹 사라졌다.

    침실 밖 거실에는 직원이 여러 명 서 있었다. 이작은 소파에 앉아 태블릿을 보며 소소한 보고를 들었다. 신규 교인의 숫자, 이탈 교인의 숫자, 오늘 자 헌금액 등등…. 다양한 숫자가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거실을 오르내렸다. 이작은 무심하게 말했다.

    “찾았습니까?”

    “아뇨 아직…….”

    “하루라도 빨리 찾아요. 그래야 정확하게 수금할 것 아닙니까.”

    이작은 살포시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태블릿을 커피 테이블 위로 내려놓았다. 그곳엔 한 부부의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지원의 부모 사진이었다.

    * * *

    정신없는 꿈속을 헤매다가 겨우 눈을 떴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워졌지만 이작이 어제 한 말을 떠올렸다. 오늘은 아무 일정이 없다는 말.

    일정이 없는 날에는 뭘 하면 좋은 걸까. 지원은 며칠 만에 느긋한 고민에 빠졌다. 일단 너무 건물 안에만 있었더니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당장 창밖으로만 봐도 산밖에 안 보이는데 안 가긴 아쉬웠다. 저길 가야겠다 싶었다. 어떻게든 좀 기분 전환을 하면서 걷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고 이대로 나갈 수는 없었다. 지원은 푹 잠긴 목소리로 애처롭게 이작을 불렀다.

    “이작……?”

    아주 작은 목소리이므로 아무에게도 닿지 못했다. 지원은 하는 수 없이 이불을 몸에 두르고 침실 밖으로 나왔다.

    늘 이작이 앉아서 자신을 기다리던 소파에는 아무도 없었다. 테이블 위도 텅 비어 있었다. 지원은 작은 냉장고 앞으로 가서 물을 꺼내 마셨다. 차가운 물이 몸 안에 타고 들어가자 조금 살 것 같았다.

    여전히 머릿속이 멍했다.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산책하고 싶다고 생각지만 그럴 수 없다. 옷도 없고 이대로 나갔다가 어느 누구와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돈…. 많이 벌었을까? 잘은 모르지만, 첫 대면식에 그 정도 벌었다면 어제는 더 많이 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좀 더 빚을 빨리 갚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생각을 마비시키고 싶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지원은 여태까지 여자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었다. 남중 남고를 나와 공대를 다니기도 했고, 취업 준비를 하느라 바빠서 연애는 먼 세계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물론 남자를 사귄 적은 더더욱 없었다. 이상하게 남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편이었지만 어디까지나 편하고 순해서였지 성애적 이유로 연결되는 인기는 아니었다.

    그런 자신이 정말 수요가 있는 걸까? 빚을 갚고 여기를 떠날 수 있게 되는 걸까? 지원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다만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 조금 믿고 싶어지는 정도였다. 그렇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이 가혹한 현실을.

    이렇게 있을 바에는 차라리 침실로 돌아가서 잠이나 더 자자 싶었다. 자꾸 쓸데없는 생각이 떠올라서 괴로워지고 있었으니. 지원이 꾸물거리며 침실로 돌아가려고 하자 이불이 걸리적거렸다. 몸을 감싸고 있던 이불에서 빠져나오자 문이 벌컥 열렸다.

    “…….”

    이작이었다. 지원은 그의 시선이 자신의 몸을 훑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불이 벗겨져 나신이 드러난 것이다. 부끄럽다. 서둘러 이불을 집어 몸에 다시 두르려고 했지만, 몸이 엉켜서 그대로 바닥에 철퍼덕, 엎어지고 말았다.

    “뭐 합니까?”

    이작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지원은 부끄러워서 숨고 싶었다. 허둥지둥 이불로 다시 몸을 감쌌다.

    “목이 말라서요. 그런데 옷이 없어서…….”

    “옷을 준비하러 잠시 나간 사이에 깨셨나 보네요.”

    지원은 다시 이작을 돌아보았다. 이작의 손에는 옷이 들려 있었다. 하지만 저걸 옷이라고 불러야 할까. 사실은 얇은 천 조각에 더 가까운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반가웠다.

    “가만히 계세요.”

    저벅저벅. 이작이 지원의 앞으로 다가와서 이불을 걷어 냈다. 그리고 차근히 옷을 입혀 주었다. 기다란 로브 같은 옷이었는데, 허리를 감싼 끈을 제외하면 고정되는 부분이 없어서 제멋대로 흘러내렸다. 지원이 옷을 추스르려고 하자 이작이 인상을 썼다.

    “속살을 보여 주려고 입힌 옷인데 왜 가리세요?”

    “…….”

    정말 뻔뻔하고 이상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 저런 이상한 면에도 슬슬 적응이 되어 가고 있었다. 고작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작 씨.”

    “네.”

    “정말 저한테 재능이 있나요?”

    “재능이요?”

    “그러니까… 교주로서의?”

    순식간에 말이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지원은 스스로 뱉은 말에 놀랐다. 아무 말도 아니라고 얼버무리려고 했지만 이작은 이미 대답을 내놓고 있었다.

    “정말 교주님이 전 교주와 아는 사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발되었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네……?”

    이작이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왔다. 지원이 입은, 입으나 마나 한 옷을 위아래로 꼼꼼히 훑어보고는 손을 내밀어 지원의 납작한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

    “다른 것은 몰라도 김성희 님은 돈 냄새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맡는 분이십니다. 그런 김성희 님이 직접 고르신 분이 교주님이시죠.”

    “이자악…….”

    이작은 지원의 훤히 드러난 가슴을 손바닥으로 억지로 끌어모으고, 젖꼭지를 손가락 끝의 지문으로 문지르면서 희롱했다.

    “그만큼 성지원 님으로 인해 뽑아낼 수 있는 수익이 높을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후보자가 있었습니다만… 여긴 기업체에 가까운 곳이니까요. 오로지 수익성만 보고 선발되신 겁니다.”

    “그만, 그마안.”

    “보세요. 가슴만 만져 줬는데도 자지를 발딱 세우시잖아요.”

    “아……!”

    지원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성기가 반쯤 서서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스스로가 무덤을 팠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숨고 싶었다.

    지원의 얼굴 역시 붉게 달아올랐다. 미치겠다.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남자들의 손길에 예민해졌을까.

    “그러니까 괜한 생각하지 마시고 제 말이나 잘 들으세요.”

    “네…….”

    “그리고 오늘 오후 시간에 김성희 님이 방문하시게 되었습니다. 배울 점이 많을 겁니다. 다행히 여러 차례 연습했으니 잘하시겠죠.”

    “어떤 연습이요? 한 적 없는데요.”

    “굳이 알려드려야 압니까?”

    지원은 숨 쉬는 것을 까먹을 만큼 충격을 받았다. 이내 콜록이며 기침을 했다. 사레에 들린 모양이었다. 눈가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 모습을 보던 이작이 혀를 찼다.

    “제가 박아 드리고 싶어도 김성희 님께서 방문하신다고 하셨으니 오늘 오전에는 못 해 드리는데요.”

    “유혹이 아니라, 사레들려서…….”

    “힘내 보세요. 매일 있을 일은 아닙니다.”

    이작이 부드럽게 어깨를 쓰다듬어 주었다. 지원은 공포에 질린 채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해가 느릿느릿 저물기 시작하자 김성희가 교주실로 왔다. 머리칼을 손 갈퀴로 거칠게 넘기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화가 단단히 난 모습이었다. 이작은 소파에 앉은 채로 일어나지도 않고 김성희를 맞이했다. 김성희의 뒤를 쫓아오는 교인들은 두 손으로 세기 어려울 정도였다.

    “오셨습니까.”

    “좀 나가.”

    김성희는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이작에게 벌컥 화를 냈다. 이작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까딱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성희를 따라온 교인들과 함께 방을 나가며 이작은 뒤를 돌아봤다.

    늘 그렇듯이 흰색 양복을 빼입은 김성희는 야성적인 수컷과 같았다. 교주실 안이 텅 비자 김성희는 성큼성큼 걸어가 침실의 문을 열었다.

    침실 안에는 존재 의의를 모를, 옷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천 쪼가리를 걸친 성지원이 침대 위에 앉아 벌벌 떨고 있었다. 김성희는 그 모습을 보면서 혀를 찼다. 이건 내 취향 아냐. 이작 취향이지. 아니, 그래도 좀 괜찮을지도. 김성희는 속으로 말을 수정했다.

    하얀 레이스로 이루어진 원단이 두려움에 안으로 굽혀져 있는 어깨를 타고 내렸다. 색이 붉은 젖꼭지와 배꼽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의 얇은 원단이었다. 머리에 쓰고 있는 얇은 베일은 가학심을 자극했다. 양손으로 사타구니를 필사적으로 가리고 있는 모습이 웃겼다.

    김성희는 두툼한 손가락으로 얇은 베일을 쓸었다. 지원이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그러니 이건 김성희의 잘못이 아니었다. 김성희는 회가 동함을 느꼈다. 필사적으로 신사인 척 지원을 떠봤다.

    “아니, 면담 좀 하겠다고 했지. 누가 섹스한대?”

    “예?”

    그 말에 그제야 지원이 고개를 들고 멍한 표정으로 김성희를 바라보았다. 안심했는지 아까보다도 어깨가 더 처져 있었다. 노골적인 모습이 우스워서 오히려 좀 꼴렸다.

    김성희는 침대 위로 올라가 지원의 어깨를 밀치고 침대에 눕혔다. 지원의 다리를 접은 후 그 앞에 바짝 앉았다. 앉았을 때와는 달리 어깨가 굽혀지지가 않아 손바닥이 사타구니를 전부 가릴 수가 없었다. 김성희는 능글맞게 웃으며 손을 잡아뗐다.

    “우리 사이에 무슨.”

    “그런…….”

    그렇게 말하시면 친해 보이잖아요. 지원은 뒷말을 필사적으로 삼켰다. 더 이상 바보같이 보이고 싶진 않았다. 꿀꺽. 지원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정적 속에서 울려 퍼졌다. 김성희는 하하 소리 내어 웃었다.

    “일어나지. 면담하러 왔다니까.”

    “진짜로요……?”

    “너, 이작한테 속기만 했냐?”

    맞는 말이라서 반박할 수도 없었다.

    “빨리 일어나. 아니면 한 번 하고 할까?”

    지원이 벌떡 일어났다. 김성희는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몸을 늘어뜨리고 앉았다. 팔걸이에 팔을 걸친 후 지원을 바라보았다.

    “사전에 받은 질문지에서는 섹스를 너무 좋아해서 없으면 못 살 거 같다고 하던데. 내가 보니까 전혀 아닌 것 같아서. 어느 정도 과장은 해도, 거짓을 써선 안 되지.”

    지원의 얼굴이 빨갛게 익었다. 분명히 그때 이작이 작성한 질문지의 이상적인 대답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났다.

    “아, 아닙니다. 저, 정말로 섹스 좋아해요.”

    “그럼 자위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하고…….”

    “애인 사귄 횟수는?”

    “너무 많아서 기억이 잘…….”

    지원이 중얼거리며 외운 답을 늘어놓자 김성희가 목젖이 보일 정도로 크게 웃었다.

    “그렇게 음란하신 분이 나를 보고서 가만있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김성희는 그렇게 말하며 바지 지퍼를 내렸다. 팬티를 뚫고 나올 정도로 단단히 수납된 성기의 윤곽이 선명했다. 지원은 저도 모르게 눈을 돌렸다.

    지원에게 김성희는 공포 그 자체였다. 수많은 사람 앞에서도 당당하던 그 열기와 힘에 압도적으로 눌렸던 기억이 선명했다. 관중들 앞에서 그에게 범해졌던 기억도 선명했다. 온몸이 저릿해지는 공포와 쾌락이 같은 선상에서 느껴졌다.

    지원이 노골적으로 공포심을 드러내자 김성희가 인상을 찌푸렸다.

    “씨발, 섹스 좋아한다며. 좆 먹여 준다고 하는데 표정이 왜 그 모양이야.”

    “아, 아…….”

    간혹 태생적으로 생태계 피라미드의 정점에 선 자가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을 가끔 봐 왔다. 물론 엮이면 안 될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서 늘 피해 왔었다. 그러니 이렇게 정면으로 마주치게 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지원은 알지 못했다.

    “제발 빠, 빨게 해 주세요. 빨고 싶어요…….”

    결국 지원은 무릎으로 침대 위를 기어 김성희에게 다가갔다. 성기에 박을 만큼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자 김성희가 마치 어린아이를 혼내듯이 엄격하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지원의 얼굴을 밀어냈다.

    “허락도 안 해 줬는데 건방지게.”

    “하지만 너무 좋아서…….”

    지원은 눈을 꼭 감고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그러고는 정말로 빨고 싶은 사람처럼 김성희의 팬티 위에 얼굴을 비볐다. 짙은 사내의 냄새가 났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김성희의 성기는 서서히 발기하기 시작했다.

    김성희에게선 으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릴 듯했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긁듯이 지원의 사상 검증을 시작했다.

    “정말? 정말로 빨고 싶어?”

    “네…. 실컷 빨고, 그리고…….”

    “그리고?”

    “너, 넣고 싶어요.”

    “어디에?”

    “제, 뒤에…….”

    지원은 김성희의 비위를 거스르는 게 무서웠다. 그가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원은 질끈 감은 눈을 살짝 떴다. 정답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살짝 뜬 눈으로 바라본 김성희는 마치 식사 전 맹수와도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리 교주님께서 그렇게 원하시면 해 드려야지.”

    “감사합니다…….”

    여전히 그 기백에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지원의 몸이 가볍게 벌벌 떨렸다.

    “내 앞에 내려와서 무릎 꿇어.”

    지원에게는 그 말을 거부할 권리가 애초에 없었다. 긴장으로 굳은 몸을 억지로 보채서 침대에서 내려왔다. 김성희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커다란 손으로 지원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렸다.

    “이작이 교육을 잘 시켰네.”

    “감사합니다…….”

    “시작해 봐.”

    지원은 꾸벅 인사를 하고 이를 세워 김성희의 팬티를 내렸다. 반쯤 선 성기가 얼굴을 찌를 듯이 성이 나 있었다. 작게 한숨을 쉬고 입을 최대한 벌려 끝단을 입안으로 삼켰다.

    무식하게 큰 성기를 이에 닿지 않게 입안에 넣기 위해선 턱을 최대한 벌려야 했다. 턱이 빠질 듯이 아팠지만 그래도 해야만 했다. 혀로 아랫니를 감싸고 살살 돌려 가며 빨았다. 손을 조심스레 꺼내 성기 밑단을 살짝 잡았다.

    그러고는 최대한 목구멍을 열어 안으로 끝까지 집어넣었다. 입안 점막이 성기에 철썩 달라붙어 떨어지지를 않았다.

    좁고, 축축하고, 깊었다. 김성희는 내심 감탄했다. 이 작은 머리통 안을 제 좆으로 가득 채우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작이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은 제대로 교육시킨 듯했다. 김성희가 제대로 느끼고 있는지 확인차 가끔씩 위를 올려다보는 것 마저 꼴렸다.

    이전 교주와는 여러 가지로 차이가 있지만, 상당히 괜찮은 물건이었다. 처음 성지원을 골랐을 때에는 그나마 제일 나은 선택지를 골랐다고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건 괜찮은 수준이 아니었다. 최상이었다.

    지원은 소심한 손길로 김성희의 불알과 허벅지를 쓸어내리며 사정을 유도했다.

    “선물을 주지.”

    김성희는 지원의 입에서 성기를 빼고 지원의 얼굴에 가까이 댔다. 지원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한 듯이 눈을 천천히 감았다. 귀두 끝에서 하얀 액체가 뿜어져 나와 투둑 하며 지원의 얼굴에 뿌려졌다. 지원은 부르르 떠는 김성희의 허벅지를 계속해서 쓸어내렸다.

    왜 이 남자들은 이런 걸 좋아하는 걸까. 지원은 눈에 엉겨 붙은 정액을 손가락 끝으로 닦아 냈다. 그리고 겨우 눈을 떴다. 김성희는 감상하듯이 지원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보기 좋아. 예쁘네.”

    칭찬인지 욕인지 몰랐다. 김성희는 웃으며 말했다. 지원은 그저 아픈 턱을 꾹꾹 누르며 매만지고 있을 뿐이었다.

    이상했다. 분명 자신은 남자와의 성교라곤 하나도 몰랐는데, 제가 먼저 나서서 성기를 빨았고, 입안이 가득 차는 팽만감에 어딘지 모를 만족감마저 느꼈다. 자신의 입으로 섹스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연습을 몇 번 하고 나니 정말로 그런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성의 한 군데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예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성희는 슈트 재킷 안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지원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성기를 가볍게 닦은 후 손수건을 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던졌다.

    “이제부터는 진짜 본 목적을 얘기해 볼까.”

    “…….”

    정말로 섹스하러 온 게 아니었구나. 지원은 내심 안도했다.

    “이작을 조심해.”

    “네?”

    “일은 잘하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놈이거든.”

    애초에 지원을 여기로 데려온 것이 이작이다. 수많은 교주 후보들 중 지원을 고른 것도, 빚을 이용해 협박하듯 교주 자리에 앉힌 것도. 그런데도 신변을 돌봐 주니 이작에게 쪼르르 똥개처럼 가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김성희의 충고에 지원은 다소 어리둥절했다. 사실 모든 사람을 믿을 수가 없었다.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 보지도 못하게 하고 끌고 온 이작이나, 김성희나 똑같았다. 하지만 그런 만큼 저 말이 거슬렸다. 아무래도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형국인 듯했다. 일단 의심해서 나쁠 건 없어 보였다.

    “이작에게 대충 설명을 들었겠지만, 좀 더 비즈니스적인 입장에서 할 말이 있어서 왔어.”

    김성희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한번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 넘겼다. 여전히 사람보다는 동물에 가까운 동작이었다.

    “네, 말씀하세요.”

    “일단 어제의 일 말인데.”

    “…네.”

    지원은 어제의 일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수많은 광기에 찬 눈빛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았다.

    눈에 보일 정도로 벌벌 떠는 지원이 김성희에게는 같잖게 보였다. 김성희는 대충 당근을 먼저 던져 주기로 했다.

    “너 정말 잘하더라.”

    “네?”

    “여기에 오기 전까지는 남자랑 섹스한 적 없다고 보고 들어서 조금 걱정했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

    “아…….”

    “조이기도 잘 조이고, 잘 느끼기도 해서. 오랜만에 나도 기분 좋았다.”

    지원은 고맙다고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내가 어제 말한 것처럼 넌 나의 동반자 같은 역할을 해야 해. 이 부분이 중요해. 넌 나한테 충실하고 나와 사이가 좋아 보여야 해.”

    “그게 왜 중요한데요?”

    “그래야 남의 거를 따먹는 느낌이 나잖아.”

    아주 저급하고 형편없는 말이었다. 지원의 표정이 단단히 굳었다. 김성희는 예상했던 반응이었다는 듯이 크게 웃었다.

    “너에게 교주의 위엄 같은 건 없지. 이런 얄팍한 옷을 걸치지 않으면 그냥 평범한 남자 새끼에 불과하잖아. 그러니까 넌 내 후광을 빌려서 써야 한다는 거야. 손도 대면 안 될 거 같은 높은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고.”

    “…….”

    “그럴수록 탐이 나잖아.”

    “…….”

    “갖고 싶어서, 뭐든지 하고 싶어지잖아?”

    “그래서…….”

    “그렇게 해서 돈을 바치게 만들라는 거지.”

    김성희는 생각보다도 더 머리가 잘 돌아가고 교활한 사람이었다. 지원은 그게 실감이 났다. 자신같이 평범한 남자를 교주 자리에 꽂은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였다. 그는 자신을 믿으니까. 자신이 힘을 실어 주면 평범한 남자도 후광을 갖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계획과 설계의 시작과 끝에는 돈이 있었다. 돈. 지원이 여기까지 와서 이 짓을 하게 만든 모든 원흉.

    “이작의 말대로 너무 섹스에 환장한 것같이 행동할 필요는 없어. 너한테는 아직 섹스가 부끄러운 느낌이 어울리기도 하고.”

    “…….”

    “그 상태에서 변하는 걸 보는 게 또 즐거움 아니겠어. 그 즐거움을 뺏지 말라고.”

    “…네.”

    “그러니까 너는 지금 아주 잘하고 있다는 뜻이야. 어울리게 행동해.”

    “알겠습니다.”

    분명히 쓸데없는 음담패설만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꽤 도움이 되는 이야기였다. 지금 자신에게 어울리는 행동을 하라는 거였구나.

    김성희는 순종적인 지원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하나 꺼내 건네주었다.

    “네가 갖고 있는 핸드폰 이작한테 반납하고 이거 써.”

    “아, 네.”

    “저장된 번호들하고만 연결되게 설정해 놨으니까 쓸데없는 짓…….”

    “안 해요.”

    “그래. 하지 마. 골치 아파지니까. 내가 너 억지로 끌고 왔어? 우리 다 합의하에 하고 있는 거잖아?”

    김성희는 이빨을 훤히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지원은 그 웃음에 따라서 웃어 줄 수밖에 없었다.

    김성희는 지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추슬렀다. 그러고는 침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지원은 천천히 지켜보았다.

    침실에 딸린 욕실에 들어가 세수를 했다. 거울에 비쳐진 모습이 낯설었다.

    성큼성큼 들리는 발걸음 소리에 침실 문을 여니 이작이 큰 보폭으로 침실로 걸어오고 있었다. 뭐라고 인사할 틈도 없이 이작은 다짜고짜 지원의 엉덩이를 쥐었다.

    “이작……!”

    “김성희 님이랑 했어요?”

    전희도 없이 구멍을 파고드는 손가락에 통증이 일었다. 지원이 이작의 어깨를 붙들고 부르르 떨었다.

    “아니, 안 했…. 안 했어요. 아파…….”

    “아프긴 뭐가 아파요. 박아 주면 좋아 죽으면서.”

    이작은 이상하게 핀트가 나가 있었다. 지원은 기분 나쁜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이작의 얼굴을 살폈다. 미간에 진 주름이 기분이 썩 좋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감정을 내보이는 이작이 당황스러웠다. 이작이 지원의 안에 넣은 손가락을 휘저었다.

    지원이 이작의 어깨에 얼굴을 박았다. 전해져 오는 체온에 이작이 숨을 깊게 들이쉬고 조금 진정을 했다.

    “김성희 님과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질문지에, 거짓말을 쓴 것 같다고…….”

    “그거 하나 물어보러 여기까지 왔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이작이 속으로 문장을 삼켰다. 자신이 아는 김성희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그딴 질문지에 쓴 거짓말 정도야 웃으며 넘기는, 그런 사람일 텐데. 굳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단순한 추궁을 하나 하고 갔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작은 안을 거칠게 휘저은 손가락을 빼내고 안심시켜 주듯이 등을 토닥였다. 쉽게 찢어지는 옷이 멀쩡한 걸 보면 지원이 하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다. 다만 행위의 주체가 김성희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뿐이었다. 세심하게 고른 옷이었다. 지원의 체형을 고려해서 만든, 외설만을 위해 만들어진 옷. 그것은 이작의 취향 그 자체였다.

    지원은 끝까지 변명했다.

    “거짓말 아니에요…….”

    “압니다. 그냥 기분이 좀 나빴어요. 죄송합니다.”

    왜 기분이 나빴을까. 갑자기 일어난 방문도 아니다. 절차를 거쳐, 통보가 된 방문이었다. 그럼에도 화가 나는 이유를 이작은 알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유였다. 어리둥절한 지원을 등지고 늘 그렇듯 소파에 앉았다. 지원이 도도도 따라가 옆에 앉았다. 이작이 태블릿을 들고 말했다.

    “이번 주 주말에 달란트 시장을 열 겁니다.”

    “시장?”

    “어쩌면 어떤 교인은 이미 달란트를 다 모았을지도 모르죠.”

    흠칫. 지원의 머릿속에 좋지 않은 생각이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연상된 것은 지나치게 커서 속을 꽉 채우던 이작의 성기였다. 그보다는 조금 작았던 딜도도. 하지만 딜도에는 돌기가 잔뜩 돋아 있어서 무섭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소문이 난 건지는 몰라도 교인 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좋은 일이에요.”

    “…….”

    “아쉽게 됐네요. 교주님 뒤를 다른 사람하고 공유하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피할 방법은…….”

    “없죠. 애초에 그러기 위해 만들어진 종굔데.”

    지원은 빚을 생각했다. 평생 일해도 갚기 힘든 금액을, 이자 없이 갚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잘은 모르지만, 열심히 한다면 더 빨리 갚을 수도 있다. 그런 가능성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지원은 눈을 꾹 감고 굳은 결심을 말했다.

    “저… 열심히 할게요. 빚… 갚아야 하니까…….”

    “예?”

    이작의 표장이 일그러졌다.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느냔 표정이었다.

    “열심히 어떻게 말입니까?”

    “이작 씨가, 시키는 대로…….”

    “하.”

    이작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면서도 어딘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래요. 교주님은 제가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됩니다.”

    태블릿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지원의 어깨를 붙들어 소파에 눕혔다. 테이블 위에는 정체 모를 검은 박스가 놓여 있었다.

    “제가 뭘 시키든, 바짝 엎드려서 복종하고 따르세요. 그래야 빚도 빨리 갚을 수 있을 거 아닙니까.”

    이작이 싫은 소리를 했다. 말투가 심술궂은 것이 심통이 난 게 분명했다. 하지만 왜 그가 심통이 난 건지 지원은 알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오늘은 홍보 영상을 하나 찍으려고 했습니다.”

    “홍보 영상이요?”

    “네. 일종의 맛보기 같은 거죠.”

    이작은 박스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동영상 촬영 모드를 켰다.

    “핸드폰으로 찍나요?”

    “네. 이쪽이 실감 나잖아요.”

    “아…….”

    띠링. 소리가 났다. 촬영이 시작되었다. 지원이 렌즈를 보며 눈치를 봤다.

    가만히 있으니 이작이 테이블 위의 상자에서 젤을 꺼내 들어 지원의 상체에 짜내어 문질러 댔다. 얇은 레이스 원단이 촉촉하게 젖어 들어 색이 붉은 젖꼭지가 선명하게 보였다. 공기와 맞닿은 표면이 온도를 앗아가 차가워졌다. 차가워진 온도에 젖꼭지가 바짝 서자 엄지로 짓누르며 괴롭혀 왔다.

    “아……!”

    “교주님은 가슴을 만져 주는 걸 좋아하십니다.”

    “흡…….”

    “귀여우시죠.”

    지금 이 공간에는 이작과 둘만 있는데, 마치 다른 사람에게 중계하듯이 말하는 게 부끄러웠다. 실시간으로 다른 사람이 보는 것 같아서.

    지원은 어찌할 바를 몰라 고개를 획 돌렸다. 이작은 손바닥으로 젤을 펴 바르며 골반을 타고 엉덩이를 매만졌다. 동그란 엉덩이는 만져지는 촉감이 좋았다. 허벅지를 벌려 구멍 입구에 촘촘하게 젤을 펴 발랐다. 핸드폰을 들이밀어 클로즈업을 했다. 젤이 모자라 손바닥에 한 번 더 짜서, 축축하게 젖은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지원이 몸을 비틀며 신음했다.

    “으응…….”

    “신음도 예쁘시네요. 섹스를 좋아하시니까요.”

    지원은 부정하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요 며칠 제대로 하지 않아 조여든 구멍이 이작의 손가락을 빨아 먹을 듯이 감쌌다. 이작이 감탄했다.

    “교주님 구멍 안쪽이 어떤 느낌인지…. 이건 직접 만져 보셔야 알 겁니다. 진짜 촉촉하고, 빨아 먹는 것 같거든요.”

    “부끄러워…….”

    지원이 입술을 깨물며 울먹거리자 이작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이제야 제가 알던 이작으로 돌아온 듯해서 지원은 안심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어느새 바지 지퍼를 내린 이작이 성기를 꺼냈다. 귀두가 지원의 구멍 입구를 지분거렸다. 들어갈 듯 말듯 감질나게 애태우는 탓에 지원이 물었다.

    “할 건가요……?”

    “왜요. 싫으세요?”

    지원은 입을 다물었다. 싫은가 하면 이젠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건지 죽고 싶을 정도로 싫진 않은데…. 카메라로 찍고 있으니 또 부끄러워서 싫었다. 이상한 양가감정이었다.

    “농담입니다. 제 걸 넣진 않을 거고, 대신에 안 그래도 교주님께 어울릴 것을 하나 구했습니다. 이걸 넣어 볼까요.”

    또다시 박스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저 박스 안에는 도대체 뭐가 그렇게 많이 든 거지. 이작이 꺼낸 것은 이작의 것보다는 작지만 요철이 있고, 끝에 풍성한 강아지 꼬리가 달린 딜도였다.

    “아주 귀여우실 겁니다.”

    “아, 아아…….”

    이작은 지원의 다리를 옆으로 크게 벌리게 했다. 양다리를 직접 붙잡게 한 후, 드러난 구멍 위를 손가락으로 벌리듯 잡아 당겼다.

    딜도 끝의 뾰족한 부분이 지원의 구멍 입구를 살살 간지럽혔다. 지원은 허리를 웅크리고 벌벌 떨었다. 기다란 꼬리의 풍성한 털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이상하게 화끈거렸다.

    “빨리… 넣어 주세요.”

    결국 지원은 재촉했다. 애가 타서 형편없이 목소리가 흔들렸다. 빨리 끝내고 싶었다. 하지만 이작은 촬영도 동시에 진행해야 했기에 서두를 수가 없었다. 잠시 고민한 끝에 이작은 딜도를 지원의 배 위에 올려 두었다.

    “교주님이 직접 넣어 보시는 건 어떠세요.”

    제안이었지만 동시에 명령이었다. 지원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고는 딜도를 집었다. 벌어진 다리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무릎 안쪽으로 손을 넣어 엉덩이를 벌리고 입구에 딜도 끝을 문지르는 데까지는 쉬웠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우둘투둘한 요철이 있는 딜도를 넣는 데에 거부감이 있었다.

    “안 넣고 뭐 하세요?”

    “찢어질까 봐, 무서워요.”

    아무래도 아픈 건 싫었다. 이작은 살짝 웃으며 되물었다.

    “그거보다 더 큰 김성희 님 것도 잘 드셨잖아요.”

    “윽…….”

    그날의 기억은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모순을 지적당한 지원은 입을 꾹 다물고 손끝에 힘을 줘서 딜도를 조금씩 넣었다. 안으로 밀어 넣으려고 할 때마다 오히려 조금씩 밀려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구멍이 움찔거리며 딜도를 조금씩 먹었다가 뱉기를 반복했다. 이작은 그 모습을 찍으며 재촉했다.

    “교주님, 더 세게 넣어 보세요.”

    “더 세게…….”

    손목에 힘을 주고 끝을 꾸욱 눌렀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딜도가 쑥 들어갔다. 막대 부분은 다 안으로 들어가 사라지고 꼬리만 밖에 나와 있었다. 이작은 한 손을 뻗어 지원의 허벅지를 꾹 눌렀다. 그러자 딜도가 안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며 내부를 자극했다.

    지원은 고개를 숙이고 신음했다.

    “아, 응…….”

    “생각보다 더 어울리시네요. 일어나 보세요.”

    칭찬을 들었지만 달갑지는 않았다. 이작의 명령대로 지원은 천천히 일어났다. 내부에 뭔가가 있다는 감각이 몸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었다. 움직일 때마다 아래가 신경 쓰여서 견딜 수가 없었다.

    “뒤 돌아서 엉덩이 보여 주세요.”

    지원이 등을 돌리자 꼬리가 획 세게 회전하면서 내부에 충격을 전달했다.

    “히익!”

    찌릿! 갑자기 전기가 통하는 느낌이었다. 지원은 서자마자 다시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다시 또 찌릿 하고 전류가 흘렀다. 허리가 튕겨지며 엉덩이가 벌벌 떨렸다. 결국 바닥에 앉지도 못하고 서 있지도 못한 애매한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지원의 눈가에 눈물이 찔끔 고였다.

    “이, 이상해요. 안에 찌릿하고.”

    “움직일 때마다 전류가 조금씩 흐르는 꼬리예요.”

    “어, 어떻게 해…….”

    “교주님 엉덩이가 안 보이잖아요. 다시 똑바로 서서 보여 주셔야죠.”

    조금만 움직여도 꼬리가 휘청거리면서 전류가 통해서 힘든데 이작은 자꾸 자세를 취할 것을 강요하고 있었다. 지원은 다리를 벌벌 떨면서 뒤를 돌았다. 옷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하얀 천 조각들 사이로 갈색 꼬리가 발딱 서서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지원의 허리가 앞으로 꼬꾸라졌다. 손바닥으로 겨우 바닥을 짚었다. 무릎이 바닥에 털썩 부딪혔다. 그 순간, 여태까지와 비교가 안 되는 전류가 흘러서 지원의 고개가 뒤로 획 젖혀졌다.

    “흐응!!”

    “정말 강아지 같네요.”

    말 그대로 네 발로 기고 있는 모양새였다. 게다가 엉덩이 사이에는 꼬리도 달렸으니 사람으로 보기가 어려웠다. 무릎이 꿇리면서 온 충격 때문에 지원의 성기가 바짝 서서 물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이작이 성큼 다가와서 꼬리를 성의 없이 움켜쥐고 사정없이 좌우로 흔들었다.

    “아, 아앙, 아, 흑!! 으응!!”

    지원은 엉엉 울면서 허리를 움찔거렸다. 전립선이 계속 자극되어 바짝 선 성기 끝에서 물기 뚝뚝 떨어져도 이작은 아랑곳 않았다.

    “발정 난 개처럼 느끼시는 것도.”

    “흐앙, 흑, 히익, 이작, 아, 그만, 그마안.”

    “귀여우시죠.”

    정말로 귀여워하는지 알 수 없는 목소리였다. 이작은 꼬리를 움켜쥔 손을 허공에 내던졌다. 꼬리가 크게 휘면서 안에 전류가 파지직 튀었다. 지원의 팔다리에 힘이 완전히 풀리고 철퍼덕 엎어졌다. 꼬리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흐윽, 흑, 흐윽…….”

    갑자기 온 쾌감이 고통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원은 몸을 튕기듯이 벌벌 떨면서 울었다. 이작은 태연하게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다가갔다. 묽은 정액을 핏핏 싸고 있는 지원의 성기를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쉬이, 착하지.”

    “그만, 그마안…….”

    “세상에 어떤 강아지가 다리도 안 들고 쌀까요.”

    다리를 들라는 명령이었다. 지원은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움켜쥐고 벌렸다. 이작은 지원이 다리를 벌리고 물에 가까운 정액을 싸는 모습을 모조리 담았다.

    “옳지. 착하시네요.”

    정말 강아지처럼 다루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이제는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건가…. 지원은 서러워졌다. 펑펑 눈물이 솟았다. 지원이 입고 있던 옷이 정액에 젖고 바닥을 굴러 엉망이 되었다.

    “교주님. 이 영상을 보실 분들께 인사 한 마디 부탁드려요.”

    머릿속이 텅 비어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지원은 입을 벌리고 아, 아, 소리를 냈다. 이작이 입을 벌려서 소리를 내지 않고 입 모양만으로 말을 시켰다. 지원은 천천히 그 말을 따라 했다.

    “흑, 귀…, 여워해 주러…, 와 주…, 끅, 세…, 요.”

    “어떻게 하면 귀여워해 드릴 수 있나요?”

    “모, 몰라…. 부끄러워…. 이젠, 흑. 싫어…….”

    다시 말을 잇지 못한 지원이 다시 울기 시작했다. 이작은 촬영을 종료했다. 마지막의 멘트로 비로소 이 영상이 완성된 느낌이었다.

    이작은 머릿속으로 어떻게 편집할지 생각했다. 아무래도 마지막에 온몸을 떨면서 꼬리를 흔드는 모습이 장관이었으니 그쪽을 썸네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깊은 곳까지 들어간 꼬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잘하셨어요, 교주님.”

    “흑, 흐윽, 힉, 하윽…….”

    “빼 드릴게요.”

    이작은 꼬리를 움켜쥐고 단번에 빼냈다. 미끄덩거리며 빠져나간 딜도는 나가기 싫다는 듯이 마지막으로 장난을 쳤다. 다시 한번 찌릿, 하며 전류가 통했다.

    “힉!!”

    지원이 눈을 크게 뜨며 경련했다. 몸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지 눈도 반만 뜬 채로 이작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작은 그런 지원을 들어서 소파에 내려놔 주었다.

    잠시 후, 한 교인이 따뜻한 물수건을 가져다주었다. 이작은 물수건으로 지원의 몸을 닦아 주었다. 조금 정신이 든 지원이 이작에게 따졌다.

    “너무, 너무해. 흡. 그런 걸 말도 없이.”

    “교주님이 귀여우신 탓이에요.”

    끝까지 지원의 탓만 하는 이작이었다. 지원은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열심히 부정하려 했지만 힘이 들어서 더 이상 고개를 흔드는 것조차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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