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사로나(3) (3/24)
  • 놋시의 빨라진 심장이 의미 모를 정적을 버티며 이상야릇한 기분으로 변할 때쯤 테스가 말했다.

    “고열이 오기 전에 발정이 먼저 일어나야 한다. 지난번에는 그 덕분에 크게 앓지 않았지.”

    “그…….”

    “…….”

    “제, 밑이 젖는 그걸 말하는 건가요.”

    “…….”

    놋시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이어 갔지만 테스는 그 뒤로도 잠시 놋시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의 반듯한 미간이 뭔가를 결심한 듯 찌푸려지고, 곧바로 다시 펴졌다.

    놋시의 목덜미를 감싸고 있던 테스의 오른손이 느릿하게 움직여 둥근 뒤통수를 받치듯 잡았다.

    “내가 하는 게 싫을 때, 바로 말해라.”

    “…….”

    놋시는 형의 말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다음 순간 입술이 닿았다. 무슨 뜻일까 생각하는 찰나에 슥 다가온 테스의 입술이 놋시의 다물린 입가에 겹쳐졌다.

    아주 잠시, 놋시는 그저 닿아만 있는 입술의 서늘함과 들숨에 섞이는 테스의 체취를 천천히 느꼈다.

    비스듬히 콧날이 엇갈려 닿았다 떨어졌다 하는 사이 숨을 쉬느라 저도 모르게 놋시의 입술이 열렸다. 그러자 테스의 혀끝이 그 아랫입술을 핥고서 멀어졌다.

    놋시는 간신히 눈을 볼 수 있을 만큼 멀어진 테스의 표정을 살필 새도 없었다. 다시금 가까워진 체취가 입술보다 먼저 닿아 섞인다.

    그다음으로 맛을 보는 것처럼 느리게 닿아 온 젖은 혀가 놋시의 아랫입술에 무게를 더하며 틈새를 파고들었다.

    입안에 들어온 혀를 느낀 순간 놋시의 입이 벌어진 것은 이제껏 얻어 온 육체의 경험이 만들어 낸 습관적인 반응이었다. 그의 눈이 감긴 것도 그래서였고 작은 혀를 건드리고 입천장을 훑는 움직임에 신음이 나온 것도 그래서였다.

    “흐읍, 흐응…….”

    하지만 테스는 오늘 놋시에게 침을 먹이지 않았다. 저절로 섞이는 조금의 물기가 놋시의 입술을 적셨지만 그뿐이었다.

    놋시는 무릎에 놓였던 테스의 왼손이 어느새 올라와 자신의 뺨을 잡는 걸 느끼지만 그때도 눈을 뜨지 못했다. 열에 취하지 않고 잠에 잡히지 않은 놋시의 몸은 느리고 부드러운 테스의 입맞춤에 홀려 있었다.

    그의 입술을 아프지 않게 물고 빠는 움직임에, 느껴지는 체취에, 목구멍을 찌를 듯 가끔 격렬해지는 박자에 휘말려 한참을 휘둘리던 머리가 정신을 차린 건 테스의 오른손이 어느새 놋시의 허리를 받치고 있을 때였다.

    눈을 뜬 놋시는 자신이 눈 감았던 사이 자세가 달라져 있는 걸 느꼈다. 어느새 그들은 허벅지가 붙게 가까워져 있다.

    그것만이 아니라 테스의 오른손이 그의 허리를 휘감고 있었고 다른 왼손도 어깨를 잡고 있었다. 바닥을 딛고 있던 놋시의 두 다리도 방향을 바꾼 상체를 따라 비스듬해져 있다.

    “이리 앉아라.”

    “예?”

    테스의 목소리는 가라앉을 듯 나직했다. 되묻던 놋시는 검은 바닥이 늘어나 어두워진 초록색 눈을 보게 된다. 보석처럼 빛나는 눈동자를 보며 사로잡힌 놋시는 테스의 손에 의해 몸이 옮겨졌다.

    놋시의 허리를 잡고 들어 올리다시피 일으켰던 테스가 자신의 무릎 위로 방향을 달리해 앉힌 것이다.

    두터운 팔에 등이 받쳐지고 탄탄한 허벅지를 의자처럼 가로질러 앉게 된 놋시는 밀착된 자세에 얼굴이 붉어졌다.

    이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려던 입은 다시 겹쳐진 호흡과 엉겨드는 혀에 막혔고 또다시 한참 동안 입맞춤이 계속됐다.

    놋시는 자신의 숨이 가빠지는 것도, 등허리를 잡아 주는 테스의 강인한 팔이 부푸는 것도, 그의 뺨을 감싸 쥔 형의 왼손이 소중한 걸 숭배하듯 떨리는 것도 모두 다 느꼈지만 무명천을 붙잡고 웅크린 두 손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것은 형제가 할 짓이 아니라고, 놋시의 깊은 마음이 외쳐 댔지만 차마 그 말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왜냐면 이것은 그들이 처음 하는 부드러운 입맞춤이었고 놋시는 그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더럽고도 무지한 짐승처럼. 피를 나눈 형과 입술을 비비고 혀를 섞는 것이 그는 좋았다.

    어쩌면 놋시에게 누구도 이런 입맞춤을 해준 적 없어서일까. 과거에 놋시의 육체는 테스의 입술이 조심스레 닿아 오는 것도, 절실하게 애무하는 것도 느껴 봤지만 머리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떨림으로 시작해 그만하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런 입맞춤을 처음 해봤다.

    그간의 입맞춤은 모두 기억이 흐릿한 열기 속에서 일어났거나 숨쉬기 어려운 급급함으로 이뤄졌다. 놋시는 테스와 누구와도 해본 적 없던 것을 이제껏 수백 번 했었지만 그가 기억하는 어떤 것도 이렇게 평온히 시작되지 않았고 이만큼 안락하지 못했다.

    이렇게 느릿하고 부드럽게 혀를 섞는 행위는, 진한 단내 없이도 입안에 향이 도는 것처럼 황홀한 감각은, 이건 대체 무엇일까? 반응과 의문 모두 놋시에게는 낯설고 신기한 감정이었다.

    더러움을 모르고 혀와 혀를 마주하며 숨을 섞는 이건, 분명 귀중한 것일 텐데. 소중히 여기는 것일 텐데.

    그러자 알 것 같아진다. 구름에 가려진 달이 드러나듯 마음속 이름이 떠오를 것만 같다.

    하지만 놋시는 어렴풋이 떠오르는 답을 외면하며 자신을 붙든 넓은 어깨에 몸을 기댔다. 그의 무의식은 지금의 소중함이 정당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모른다는 핑계로 조금만 더 당장의 애틋한 감각에 잠겨 있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 놋시의 아랫입술 위에서 테스의 입이 속삭였다. 뒤엉켰던 혀를 어느 틈에 떼고서 닿을락 말락 멀어진 입술이 놋시에게 말했다.

    “여기 이걸……. 뭐라고 부르는지 알고 있겠지.”

    “…….”

    동생의 뺨을 어루만지던 형의 왼손은 그사이 목덜미와 빗장뼈를 지나갔다. 젖어 속이 비치는 무명천 위로 펼쳐진 테스의 엄지손가락이 천이 들러붙어 곤두선 가슴의 작은 돌기를 가만히 누르고 있었다.

    후으으 숨을 흘리며 어지러운 눈을 감았다 뜬 놋시가 어두워진 초록색 눈동자 앞에서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학교를 다니지 않지만 책을 읽었고 마을의 아이들과 달리 약초상과 사로나의 시내에서 말을 배웠다.

    “뭐라고 부르지?”

    “……가슴의, 유두라고…….”

    “그래. 이걸 이렇게 만지면…….”

    손끝에서 단단해지는 돌기를 더듬던 테스의 엄지손가락과 둘째손가락이 비늘을 벗기듯 움직였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놋시의 어깨가 들썩이지만 등허리를 잡고 있는 테스의 팔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맑은 정신으로 처음 느껴 보는 저릿한 자극에 놋시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수치인지 당황인지 구분되지도 않는 혼란한 마음이 눈을 피하게 했을까. 숙어진 연한 뺨에 테스의 입술이 다시 닿았다. 나직한 중얼거림이 닿은 채로 흘러내린다.

    “부끄러운 게 아니다. 짐승이 아니라 느끼는 거지. 싫으면 싫다고 해라.”

    “…….”

    놋시는 싫은지 좋은지도 알 수 없으면서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의 뺨을 더듬던 테스의 입술이 새롭게 입을 맞췄다. 천천히 조금씩 입술이 겹치고 숨이 섞이자 서늘한 혀에 몰두한 놋시의 숨이 거기에 맞춰진다.

    테스의 입맞춤을 따라가느라 젖혀진 고개에서 드문드문 신음이 흘러나왔다. 살이 적은 가슴의 작은 돌기가 끈질긴 애무에 풀리며 점차 민감해져 갔다.

    “으음, 흐으, 아…….”

    테스의 입과 손이 만들어 내는 느리고 부드러운 박자가 모르게 달라지며 놋시의 목에서 높은음을 골라냈다. 신음이 짧아질 때마다 무명천을 붙잡은 두 손이 움찔거린다.

    놋시는 테스의 두 팔과 무릎 위에 안긴 그대로 한참 동안 입을 맞췄다. 형의 입이 그의 입술을 적시고 혀를 빠는 동안 가슴의 유두 또한 번갈아 가며 어루만져졌다.

    무명천 위를 더듬어 놋시의 어깨와 가슴을 매만지고 작은 돌기를 부풀리던 테스의 왼손이 점차 넓게 움직이며 웅크린 팔을 쓰다듬고 옆구리를 스치며 내려갔다.

    테스의 커다란 손바닥이 한 겹 무명천이 씌워진 놋시의 허벅지를 길게 훑자 체온이 불어난다. 펼쳐진 손가락이 살을 지그시 누르며 원을 그리듯 움직이다 뒤집어진다. 핏줄이 돋은 손등과 굽혀진 마디가 무명천을 스치며 소리 내다 멈춰 섰다.

    그 손등과 손가락이 웅크린 놋시의 두 손 아래 뭉쳐진 무명천 속으로 파고들었다.

    테스의 왼손이 미열에 잠겨서도 아직은 단단해지지 못한 놋시의 성기를 가만히 건드리고, 머무르는 순간. 놋시의 입안을 채워 주고 애무하던 테스의 혀가 멈춘다. 공기가 통할 만큼 멀어진다.

    느리게 움직인 그의 혀가 말을 만들었다.

    “여기 이것의……. 이름을 말해 봐라.”

    “…….”

    입술과 입술을 부비며 묻는 말에 감겼던 놋시의 눈이 뜨였다. 빨라진 호흡을 삼킨 얼굴이 질문을 이해하고선 저도 모르게 아래를 본다. 흰 천에 가려진 저 아래에서 테스의 손이 만지는 것은 자신의 성기다.

    “…….”

    머릿속에는 책에서 읽고 약초상에서 들어 알게 된 단어가 떠오르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꿈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아 자꾸 눈을 감던 놋시의 입이 간신히 소리를 냈다.

    “음경, 이라고…….”

    “그래.”

    “…….”

    “네 뒤가 젖고 이것이 세워지면……. 그것이 발정이다.”

    그 나직한 목소리를 쫓으며 닿아 있던 손가락이 주변을 어루만진다. 놋시는 숙어진 고개로 눈을 질끈 감았다.

    열병의 어두운 기억이 고스란히 돌아와 그를 압박했다. 열이 몰려 뜨거워지고 심이 박힌 것처럼 단단해지던 자신의 성기가 몸의 감각으로 기억을 되살렸다.

    “열이 나지 않던 때 그런 적 있니.”

    “…….”

    한없이 낮아진 테스의 속삭임은 닿지 않으면 모를 만큼 작다. 그러나 놋시는 똑똑히 알아들었다. 그의 초조해진 머리에 더러운 꿈을 꾸며 홀로 어지러웠던 밤이 떠올랐다.

    그랬다. 자신은 때가 되면 발정하는 동물처럼 같은 부모로 태어난 형에게 추한 욕망을 품었었다. 병이 없는 날에도 테스의 벗은 몸을 꿈꾸고 말았다.

    차마 말로 답하지 못하며 한층 깊숙이 놋시의 고개가 수그러든다. 드러난 목덜미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러나 테스의 입술은 그 더러움을 모른다는 듯 연달아 닿고 있었다.

    “다행이다. 건강하다는 뜻이지. 미열이 나고서 그렇게 되면 열이 들끓지 않을 거다. 지난번에도 그랬으니까.”

    “…….”

    “그때 오메가에게 알파가 필요해진다. 고열이 오기 전에 발정이 시작되면, 아픔을 줄일 수 있게 되는 거지.”

    테스의 목소리는 믿기 힘들게 다정했지만 놋시의 고개는 들릴 줄 몰랐다. 그는 형의 벗은 육체를 꿈꿨던 스스로가 더러워 견딜 수 없었다. 그래 놓고 입을 맞추고 혀를 섞은 자신이 미웠다. 테스의 입술과 안아 준 손이 좋아 더워지는 몸이 저주스러웠다.

    그러나 놋시는 밀어내지 못한다. 무섭고 황홀한 꿈도, 계속해서 자신을 만지고 입 맞추는 테스도, 놋시는 피하지 못한다. 좋은 마음이 자꾸만 커져 죄를 가리고 기쁨을 키워 냈다.

    테스의 입술이 숨어드는 놋시의 뺨을 핥고 깨물며 고개를 들췄다. 곧고 긴 손가락이 무명천에 가려진 등허리와 어깨를 달래며 쓰다듬는다. 놋시는 들뜨는 머리와 괴로운 마음과 달리 녹아 가는 몸과 젖어 드는 살결을 느꼈다.

    아, 결국 다시 열린 입술에서 후끈한 숨이 터지자 서늘한 혀가 그 안에 들어찼다.

    놋시는 어느새 나뭇가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흐트러진 무명천 밑으로 들어온 테스의 손이 익숙한 감촉과 체온으로 놋시의 벗은 몸을 흥분시키고 있다.

    무엇이 어떻게 된다 말하던 테스의 목소리가 호흡으로 변하고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테스는 자리에 눕혀진 놋시를 가리듯 몸을 굽히고 있었다. 바닥을 디딘 그의 무릎 사이에서 놋시의 젖은 하체가 너무 달아 섬뜩한 유혹의 냄새를 풍겨 왔다.

    팔 하나로 상체를 버티며 계속해서 입을 맞추고 혀를 섞자 잦아들었던 신음이 늘어났다. 버석거리는 무명천 소리가 수줍은 소음을 내는 아래에서는 놋시의 부푼 살덩이가 테스의 손에 잡혀 떨리고 있다.

    “흐으, 으음…….”

    “놋시…….”

    무명천을 벗어난 놋시의 두 팔은 바닥에 구겨진 천을 부여잡고 쥐어짰다. 마른 어깨가 가빠진 숨으로 아무리 들썩여도 테스의 왼손은 놋시의 성기를 놔주지 않는다.

    부드럽게 팽창하는 섬세한 표면을 조심스레 감싸 쥔 테스의 손가락이 힘을 준다. 열이 몰리며 더워진 살덩이가 그의 큰 손에 자극당하며 점점 더 단단해진다. 바로 밑의 살결 틈새에서도 점점 더 향기가 짙어진다.

    “하으, 으응, 으읍…….”

    커져 가던 쾌감이 한계에 달한 듯 놋시의 신음이 변했다. 입술을 짓씹으며 큰 소리를 참는 미간이 구겨지는 무명천처럼 가련하다.

    테스의 손바닥에서 몸을 키우던 놋시의 성기도 더는 안 된다는 듯 몸부림쳤다. 놋시의 뺨을 핥고 씹힌 입술을 달래 주며 격한 마음을 가라앉힌 테스가 뜨거워진 살에서 손을 뗀다.

    그러더니 무명천을 쥐고 있는 놋시의 오른손을 찾아가 끌어온다. 혼자 설 만큼 발기한 매끄러운 오메가의 성기에 그 손을 갖다 대자 본능적인 반응으로 감겨든다.

    혼자가 된 자신의 왼손으로 바지 앞을 풀어낸 테스가 천에 갇힌 채 흥분해 어느새 배에 붙어 있는 거대한 성기를 거칠게 잡았다. 끝이 젖어 있는 알파의 성기는 아픔이 느껴져도 쾌감일 만큼 욕정에 차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놋시의 귓가에 테스의 거친 숨이 빠르게 쏟아지고 있다. 바닥을 짚은 오른 팔뚝 위로 힘줄과 근육이 두드러진다. 입술을 다시 겹쳐 작은 혀를 물고 빨고, 신음을 뱉고 침을 넘기며 테스의 왼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사방을 채운 서로의 체취와 힘든 숨 같은 놋시의 신음이 테스의 감각을 점령했다. 그의 절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끝까지 차올라 있던 그의 성기는 몇 번의 자극만으로 만족을 배출했고 왼손은 금세 뜨거운 정액에 젖었다.

    그리고 놋시의 배도. 허리도. 테스의 아랫배가 긴장으로 뭉치다 풀어진 바로 그 아래에서 흥분으로 떠들리던 놋시의 손과 발기된 성기도 모조리 알파의 정액에 적셔졌다.

    곧이어 놋시의 입술도. 놋시의 혀와 입안의 속살과 목구멍까지 다 테스의 정액을 맛보고 삼킨다.

    테스는 자신의 정액을 먹는 동생의 입술을 바라보다 참지 못하고 혀를 들이밀었다. 커다란 손이 넘치듯 가져간 알파의 본능을 핥아 마시고 그 맛에 감탄하던 입을 그대로 다시 삼킨다. 혀를 섞고 신음을 뱉은 그가 젖은 손으로 다시 놋시의 성기를 붙잡았다.

    놋시 역시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우러진 체취와 타액 다음으로 알파의 정액을 삼킨 놋시의 몸이 뒤따르듯 사정했다. 화사하게 피어나던 결합된 체취가 알파의 욕심과 오메가의 만족을 더하고서 여름의 숲처럼 웅성거린다.

    서로가 끝을 맞은 뒤에도 테스는 한참 동안 부드러운 피부에 입 맞췄다. 그의 팔다리는 더 이상 놋시의 몸을 가둬 두지 않지만 모로 누운 채로도 끌어안은 건 마찬가지였다.

    테스는 계속해서 작은 입술과 더워진 뺨에 입 맞췄고 그의 손은 끊임없이 힘이 빠진 벗은 육체를 쓰다듬었다.

    놋시의 정신은 천천히 제자리를 찾았다. 형의 손으로 만들어진 흥분과 억눌린 욕망을 맛보며 얻게 된 사정은 아직 그에게 낯선 경험이었다.

    의식을 잃게 만드는 고열과 전혀 다르고 두렵고 황홀한 꿈과도 같을 수 없는 실체의 열기는, 생생하게 겪고 나서도 의심하게 만드는 비현실의 경계선이었다.

    간신히 가라앉은 숨으로 정신을 차린 놋시는 무명천을 벗어난 나체로 테스의 품에 안겨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동굴 안에는 아직도 햇빛이 남아 있고 바깥은 여전히 대낮인 듯하다.

    먼지가 부유하는 공기 중에는 놋시도 기억하게 된 야릇하고 음란한 냄새가 떠다녔다. 달콤한 오메가의 체액이 만들어 낸 향에 쇠와 피가 숨은 알파의 날것이 섞이고 그 위에 어린 풀잎처럼 새파란 풋내가 스며 있었다.

    놋시는 생각했다. 이게 바로 정액의 냄새, 성교의 냄새라고. 살을 열고 몸을 섞지 않고서도 타액을 나눴던 형제가 동물처럼 토해 낸 흔적이 아직 이 자리에 남아 있다고.

    이대로 잠들 수 있을까. 아니면 이대로 죽어야 하는 걸까. 당장이라도 동굴이 무너져 내려 죄인의 목숨을 가져가 버릴까.

    조금 전의 초조함을 뱉어 낸 듯 조용해진 속을 저주하며 놋시의 눈이 감기지만 그는 그대로 잠들지 못했고 죽지도 못했다. 병이 없는 열에 휘말린 마지막의 주인은 아직 허기져 있었고 잠시 후 놋시는 또다시 높아진 자신의 신음과 단단해지는 성기를 깨닫는다.

    비참함으로 만들어진 흐느낌을 낮고 충실한 목소리가 위로해 줬다. 괜찮아.

    “괜찮다.”

    테스의 손이 놋시의 몸을 돌려 안았다. 깨끗한 등을 쓸어내린 큰 손이 움푹 들어간 옆구리를 스치고서 앞으로 다가왔다.

    그 후로 이틀간 놋시의 몸은 불규칙적인 발정에 휘말렸다. 테스는 놋시에게 단 과자와 귀한 과일과 자신의 침을 먹였고 필요할 때마다 절정을 내줬지만 혼자 정한 두 가지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하나는 자신의 벗은 하체를 놋시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끊임없이 그를 유혹하는 젖은 살결 사이의 그림자를 탐하지 않는 것이었다.

    테스의 손은 계속해서 놋시의 맨살을 어루만지며 작은 유두와 흥분한 성기를 맛보고 달랬지만 그 외는 보여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외면했다.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온다. 그 가을이 오기까지 놋시는 매일이 혼란스러웠다. 가끔은 기억이 꿈 같았고 때로는 모두가 자신의 망상 같았다. 어느 날은 모든 게 잊고 싶어 너무 많이 걸었다.

    계절이 바뀌며 날이 어두워지는 시기였다. 놋시는 계속해서 긴 소매로 몸을 가렸고 두건으로 얼굴을 감쌌다. 산 밑 마을의 매일은 아무렇지 않게 굴러갔다.

    그러나 꿈속의 그는 벌거벗은 채고 테스의 손이 벗은 몸을 쓰다듬을 때마다 신음을 흘렸다. 더 이상 우연한 실수라고 치부할 수 없게 잦아진 놋시의 꿈에서 테스가 그의 몸을 만지고 입 맞췄다. 마치 기억 속의 과거가 재현되는 것처럼.

    그러면 밤을 덮고 누운 놋시의 육체가 꿈을 현실로 알고, 현실을 꿈으로 알고서 흥분으로 젖어 들었다.

    부모가 만든 집에서 홀로 잠들고 깨는 놋시는 벌써 몇 번이나 축축한 습기에 눈을 떴는지 세고 싶지 않았다. 그는 결코 어둠 속의 욕구와 소원을 돌아보지 않았고 없는 일인 듯 하루 일과를 일찍 시작해 방을 벗어났다.

    때로는 모두가 자신의 괴상한 착각 같았다. 열병에 취해 만들어진 어리석은 망상에 사로잡혀 혼자서 크나큰 오해를 하는 것만 같았다.

    9월의 어느 날 사제를 보러 마을에 들른 테스가 이웃의 찬양을 받는 걸 들으며 놋시는 자신이 미친 게 아닐까 생각하고 말았다.

    테스는 사원과 스승을 돌보고 사로나의 관리들을 만났고 놋시에게 책과 옷을 줬다.

    “날이 추워지니 산길을 조심해라.”

    “예.”

    타게신의 이름이 높아질수록 바빠진 테스는 차노륵의 집에서 하룻밤도 머물지 못했다. 차노륵의 큰아들은 왕의 기사로 뽑혀 간 첫째가는 이였고 전사로 이름 높아 시도르의 경비대장이 되었다.

    사막의 도적을 물리치며 돌벽이 둘러싼 성에서 살고 있는 그가, 늙은 스승을 위해 약을 구해 주고 하찮은 산 밑 마을의 부탁을 들어주는 그가, 동생의 벗은 몸을 만지며 신음할 리 없었다.

    그러나 놋시가 대낮에 본 테스의 얼굴은 그의 꿈에 새겨진 형의 얼굴이었다.

    곧은 콧대가 만들어 낸 깊은 눈매가 늪처럼 짙은 초록색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볼 때, 놋시는 그 눈이 무엇을 봤는지 알았다. 그가 형의 정액을 받아 마시고 발정하는 짐승인 것을 테스의 눈은 모두 본 것이다.

    그래서 놋시는 누구보다 부지런히 산길을 타고 밭을 일궜다. 마자기오의 약초상에서 받은 나무 막대가 많아져 어느 날 모두 동전으로 바꾸자 주머니 두 개가 가득 찼다. 하락은 놋시에게 부자가 됐다며 웃었고 짝을 만나려 돈을 모으냐 농담했지만 놋시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어쩌면 그는 결국 홀로 이곳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고, 그래서 돈을 모으는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도 무엇도 결정되지 않았다. 놋시는 매일 매순간 고민하고 갈등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깊은 산에서 혼자 버섯을 모으던 어느 날 놋시는 이대로 산을 넘어서면 어떻게 될까 오래도록 상상했다. 테스가 준 책을 읽던 어느 날에는 그의 말대로 짝을 맺은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꿈이 두려워 잠들지 못하다 죽은 어머니가 떠올라 억지로 눈을 감기도 했고 이른 아침 부엌에서 아버지가 죽은 뒤 아무도 마실 일이 없어진 술병의 먼지를 닦기도 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한가한 때가 없게 일을 해도 혼자인 집에는 언제나 시간이 남았다. 그때마다 놋시는 마음이 괴로웠다. 자신이 짐승이라 괴로웠고 훌륭한 형을 더럽혔단 생각에 괴로웠다. 그만 아니었다면 테스는 이런 죄의 길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 터였다.

    놋시는 매일매일 마음을 다쳤지만 그렇다고 답이 나오진 않았다. 결국에는 다시 열병의 날이 돌아왔다. 바람이 날을 세우며 해가 식던 11월의 어느 날 놋시는 어지러운 머리로 눈떴다.

    절벽 아래 동굴에서 자신을 기다릴 형이 두렵고도 그리운 혼란 속에서, 놋시의 몸에 미열이 찾아온 그날. 그는 새벽에 떠도는 몽유병 환자처럼 익숙한 산길을 올라갔다. 자신이 죽으러 가는지 살러 가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놋시를 기다리던 테스는 그렇지 않았다. 짐승 소리도 적은 절벽 아래 동굴 앞에서 말을 돌보며 서 있는 열여덟의 테스는 레드자 산맥 줄기의 전설에서 걸어 나온 듯 빛을 뿜었다.

    테스는 그의 부하와 병사들이 떠드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타게신의 이름이 커지듯 그의 키가 컸고 몸이 커졌다고, 앞으로도 곧은 얼굴에 흉터 하나 없을 것이라고 그를 칭찬했다. 국경 지대의 경비를 서며 게으름과 사치를 멀리한 그의 몸에는 쓸데없는 게 하나도 없었다.

    시도르에서 뼈가 굵은 늙은 병사와 상인들도 그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 작년에 겨우 성인식을 치른 타게신을 어리다고 우습게 보던 이들이 연달은 승리에 마음을 풀었다. 과연 첫째가는 이고 보지 못한 알파라며 그를 우러러봤다.

    타게신의 부하와 병사들은 모든 곳에서 모여 떠들었다. 타게신이 짝을 만나러 다니면서 변했다고. 진짜 남자가 됐다고. 이젠 믿을 수 있는 어른이라고 떠드는 그들의 말에 테스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진실은 원래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드러나는 법이다.

    테스의 낮은 여전히 국경 지대의 전투와 온갖 사람이 뒤섞여 서로의 이득을 취하는 시도르의 다툼으로 점철됐지만 밤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이제 주인을 가졌고 그의 육체는 진정한 절정을 배웠다.

    죄를 잊게 만드는 기쁨에 도취한 테스는 전처럼 그리움을 억누르지 않았다. 홀로 누운 밤에는 저절로 떠오르는 기억을 더듬었고 예정된 미래를 기대하며 기꺼이 잠들었다.

    피부 바로 밑에서 간지럽히는 불안과 초조함을 동물적인 배출로 해결하는 행위도 더는 하지 않았다. 테스의 무엇도 더 이상 그 혼자의 것이 아니었다.

    테스는 자신이 맛본 최초의 순간들이 완전한 결합에 미치지 못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더 바라지 않았다. 놋시는 그의 눈에 아직 어렸고, 그럼에도 죄인에게 과분할 만큼 감미로웠다.

    때때로 짐승의 짓이라고 괴로워하던 놋시의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지끈거렸다. 그러나 그럴 때 테스가 결심하게 되는 건 곁에서 위로해 줄 방법이었다.

    그는 피를 나눈 동생에게 품게 된 욕망과 집착이 죄라는 걸 자각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질기게 살아남아 성장했고 죽을 기미가 없었다. 그가 죽이는 걸 못 해서는 아니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도 죄였지만 테스는 매일 사막의 도적을 죽였고, 그것은 죄가 아니었으니, 그렇다면 결국 모든 것은 그가 하기 나름일 것이다.

    겨울을 넘보는 11월에 혼자 말을 달려 레드자의 절벽 아래 도착한 테스에게는 짐이 많았다. 말안장에 얹힌 가죽 가방 안에는 새의 솜털만을 골라 만들었다는 보라색 담요가 들어 있다.

    사매로노의 제국에서 귀족의 갓난아기를 위해 쓰인다는 그것이 어떻게 사막의 도둑에게 흘러갔는지 모를 일이지만 테스는 처음 본 순간 그 쓰임을 결정했다.

    그의 부하와 병사들은 압수당한 장물 중에서 부드러운 담요를 고르는 타게신을 보며 벙글 웃음을 지었지만 누구도 감히 어디에 쓸 거냐 묻지 못했다. 테스는 털 담요와 값진 천과 귀한 과자를 모아 길을 떠났다.

    놋시가 도착했을 때는 테스가 막 짐을 안에 들여놓고 난 뒤였다. 산비탈을 내려오는 걸음을 멀리서도 들은 그가 말을 버려둔 채 오는 이를 맞이했다.

    “놋시.”

    “…….”

    아직 정오가 멀었는데도 해가 따가운 가을날이었다. 하지만 테스의 눈에 놋시는 추워 보였다. 긴소매를 입고 두건으로 머리를 가린 놋시의 얼굴은 무색의 천보다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벌써 열이 심한가.”

    “아니……. 아닙니다.”

    아니라고 말하는 입술도 거칠게 부르터 있었다. 아무것도 들지 않은 놋시의 빈손을 잡고서 엄지손가락으로 마른 손등을 문지른 테스가 말했다.

    “뭔가 먹을 수 있겠니.”

    “…….”

    “들어가 앉아라.”

    그러라고 말하는 목소리와 테스의 몸이 같이 움직였다. 테스의 손에 이끌린 놋시의 걸음은 막힘없었지만 창백한 얼굴은 그렇지 못했다.

    테스는 값진 천을 깔아 놓은 나뭇가지 침대에 동생을 앉힌 뒤 그 앞 흙바닥에 무릎을 대고 몸을 낮췄다. 두건을 벗기고서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큰 손이 너무나 다정해 놋시는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다.

    “어제는 뭘 먹었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차분한 질문에 어설프게 대답하는 놋시의 손이 침대에 깔려 있는 값진 천을 무심코 만지작거린다. 아침의 미열은 심하지 않았는데 어째서 가슴이 답답한지 알 수 없었다.

    답답한 것은 가슴만이 아니라 머리도 마찬가지였고, 놋시는 도대체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놋시의 머리는 항상 하던 대로 온천수에 몸을 씻고 열병을 준비해야 하는 걸 알았지만 그게 바로 문제였다.

    지난번처럼 그리고 그전처럼, 테스와 한자리에 누워 숨을 쉬고 열기를 나누게 되는 걸까? 기억이 남아도 꿈인지 현실인지 혼란스러운 그때처럼, 형이 내 몸을 만지고 그의 정액을 나에게 먹이는 걸까?

    그러다 어쩌면, 꿈에서처럼 나와 짝을 맺고 마는 걸까?

    불결한 꿈을 떠올린 놋시의 눈이 저도 모르게 감겼다. 현실이 더러운 꿈으로 변할까 두려워졌다.

    우리는 이래선 안 되는 사이인데. 피를 나눈 친형제가 가서는 안 되는, 죄의 길인데.

    놋시의 머릿속에는 무섭고 두려운 생각이 가득했지만 동시에 황홀하고 부드러운 기억도 남아 있었다.

    그의 입술에 닿던 테스의 입술이 얼마나 애틋했는지, 그의 몸을 만지던 테스의 손이 얼마나 서늘하고 기분 좋은지, 그의 이름을 숨처럼 내쉬던 테스의 목소리가 얼마나 낮았는지…….

    독과 열이 없는 발정기를 거듭 겪으며 점차 확실하게 기억하고 느끼게 된 놋시의 머리는, 여전히, 혼란스러웠고 어쩔 줄 몰랐다. 하지만 미열에 잠겨 일어나 기억하고 그리워한 체취를 만나게 된 그의 육체는 그렇지 않았다.

    달궈진 놋시의 숨이 떨리는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며 미약한 열기를 퍼트렸다. 이끌리듯 테스의 입술이 다가왔을 때. 두건을 벗겼던 형의 손이 동생의 뺨을 감싸 쥘 때.

    “이런 짓은…….”

    “…….”

    “이런 짓은 죄입니다.”

    놋시의 입이 애써 말을 했다. 바닥이 깊어진 초록색 눈동자를 마주한 얼굴이 절절하고 안타깝다.

    하지만 그의 몸은 일어서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고, 테스는 그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놋시에게 입 맞췄다.

    테스는 죄를 묻는 동생에게 답하지 않으며 죄를 행했고 놋시는 형의 입술을 거부하지 못했다. 이어질 순간을 예상할 수 있게 된 오메가의 전신이 알파의 서늘한 혀를 반기며 흥분으로 떨려 왔다.

    “음…….”

    놀란 비명이나 두려운 움츠림 없이 입술이 닿고 숨이 섞이고.

    그러나 그것으로 끝났다. 테스의 입술은 놋시의 심장이 쿵쿵거리고 세 번 뛸 만큼 짧게 머무르고 떠났다. 어수선한 마음으로 움츠린 그와 시선을 맞춘 테스가 말했다.

    “네가 싫어할 짓은 하지 않는다.”

    “…….”

    “그러나 너를 혼자 아프게 하지도 않을 거다.”

    테스는 그 말을 끝으로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 놋시의 눈앞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그의 체취는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렀고, 닿지 않고 보이지 않아도 곁에 있는 이름처럼 놋시의 몸속에 스며든 지 오래다.

    그날은 이전과 같은 듯 다른 하루였다. 놋시는 동굴의 습한 공기를 들이쉬며 한나절을 보냈고 테스는 그에게 가져온 과일과 과자를 먹였다. 전처럼 먹여 주지는 않았다.

    음식을 내놓은 뒤에 테스는 놋시의 곁이 아닌 건너편에 앉았다. 놋시는 형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고개를 돌렸고 겁먹은 동물처럼 몸을 웅크렸다.

    테스는 그런 놋시를 모른 척해 줬다. 주변을 살피며 돌아다닌 걸음은 무의미하지 않다. 말을 보러 나갔던 그가 돌아와 화로를 되살렸고 그들이 없는 사이 동굴 안에 늘어난 동물의 흔적을 청소했다.

    보금자리를 정돈하는 짐승처럼 할 일을 찾아내는 테스와 달리 놋시는 넋을 놓고 할 일을 찾지 못했다.

    나뭇가지 침대 위에 혼자 앉은 놋시는 어쩔 줄 몰랐다. 테스가 준비해 둔 값진 천과 보라색 털 담요가 신기하고 이상해 머뭇거렸지만 치울 생각도 하지 못했다.

    평소처럼 온천수에 몸을 씻을 생각도 못 했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조차 망설여졌다. 느리고 꾸준하게 높아지는 열과 마음속의 혼란이 그의 전신을 물먹은 천처럼 거추장스럽게 만들었다.

    언제 누웠는지 기억도 못 하며 부드러운 담요에 얼굴을 파묻은 놋시의 입에서 뜨거운 숨이 흘러나왔다.

    하던 대로 몸을 씻고 보라색 버섯 물을 마셔야지, 무심코 생각하던 놋시가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는 걸 기억해 낸다.

    이제 그는 열병을 독과 잠으로 넘기지 않는다. 그에게는 테스가 있었다. 형이 자신을 돌봐 줄 터였다.

    동굴 안에는 이미 서로의 냄새가 짙어져 있었다. 놋시는 열에 들뜨는 머리로 습한 공기 속 테스의 체취를 골라내고 감미했다.

    형의 길고 곧은 금발 머리카락과 초록색 눈동자가 떠오르자 아름답고 강인한 손의 느낌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테스의 서늘한 혀가, 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그리워 놋시의 입안에 침이 고였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되는데.

    놋시는 끓기 시작한 머리로도 애써 정신을 집중했다. 더는 그래선 안 된다. 그는 떠나야 했다. 어디로든. 하지만 그래서도 안 됐다. 테스는 그의 하나뿐인 가족이다. 그러니 입을 맞춰선 안 되고, 그 벗은 몸을 떠올려도 안 된다…….

    알면서도 자신은 또다시 여기에 왔다. 테스가 기다리고 있는 절벽 아래 동굴로, 이 길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못하고…….

    그러면 꿈에서처럼 테스가 자신의 살을 열고 몸을 섞을 텐데, 그래선 안 되는데도.

    놋시의 의식은 점차 생각의 고리를 잃어 갔다. 고열로 들뜨던 몸이 가라앉으며 한없이 무거워진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게 된 그의 입에서는 제대로 된 숨소리도 나오지 못했다. 순식간에 높아진 열이 눈앞을 흐리게 만들며 뜬 눈을 가렸다. 무섭고도 두려운 꿈을 꿀 때처럼 자리에 누운 채 늘어진 놋시의 어깨가 힘들게 뒤척였다.

    그리고 놋시는 테스의 목소리를 듣는다.

    “놋시.”

    테스의 커다란 손이 놋시의 뜨거워진 뺨을 잡고 그의 눈을 뜨게 했다. 놋시는 가빠진 숨을 힘들게 뱉으며 간신히 형의 얼굴을 봤다. 시야에 가득 찬 아름답고 똑바른 얼굴을, 깊숙한 그림자 속 초록색 눈동자를 보며 놋시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헐떡이는 입술 사이로 끝이 뭉툭하고 단호한 엄지손가락이 들어와 작은 혀를 누르자 놋시의 목에서 신음이 터진다.

    “흐으…….”

    내가 잠들었던가. 내가 꿈을 꾸는가.

    놋시의 좁아진 시야는 세상이 어느새 어두워진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잠든 것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정오의 햇빛과 석양의 흔적이 흘러오던 동굴 안에는 노랗고 작은 화로의 불빛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놋시의 눈은 테스의 얼굴과 벗은 어깨를 알아봤다. 그의 코도 테스의 체취를 알아봤고 그의 입은 테스의 맛을 알아봤다.

    기다란 금발 머리카락이 후두두 떨어져 바닥에 닿았다. 그 끝에서 나는 물 냄새를 쫓던 놋시의 눈이 어지러움에 감겼다. 열에 잠긴 몸에서는 땀이 나지 않았지만 언젠가부터 젖어 들고 있었다. 누웠던 놋시의 몸에 그대로 남아 있던 바지가 습기로 무거워져 있다.

    “흐응, 흐으읍…….”

    놋시는 입안에 들어온 손가락을 빨며 그 손목에 매달렸다. 하지만 부족했다. 몽롱한 정신은 생각을 하지 못하고서 몸 안의 괴로움을 쫓아갔다.

    뜨겁고 따가운 열기가 전신을 훑었다. 끔찍한 공허가 속을 비워 놓고도 모자라 놋시의 목을 쥐어짠다.

    “목이 마르니.”

    “하아, 하아…….”

    그렇다. 놋시는 흐릿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허전해진 입을 다물고 애써 침을 모아 삼켜 본다. 하지만 바짝 마른 목구멍에는 넘어갈 것이 없어 새된 숨소리만 아프게 이어졌다.

    목이 말랐다. 피가 마르고 숨이 막혔다.

    그러자 입술이 닿고 혀가 들어온다. 서늘한 혀가 놋시의 입천장을 더듬고 작은 살덩이를 매만지며 위로해 준다.

    놋시의 지친 목구멍에 시원한 기운이 흘렀다. 스며드는 체취처럼 들어온 물기에 환호하는 그가 더 크게 입을 벌리고 손에 닿는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입을 열듯 팔이 열리고 놋시의 전신이 상대를 환영한다. 향기로운 유혹으로 체액을 흘리던 마지막의 주인이 다가온 존재에 기뻐하며 다리를 벌리는 순간이다.

    그리고 테스는 그 몸을 끌어안았다. 그는 짙은 단내를 풍기며 젖어 든 동생의 옷을 벗기지 않고서 고스란히 몸을 맞댄 채 무게를 실었다. 자신을 원하는 것처럼 입을 벌리고 팔을 열고 다리를 벌린 오메가의 육체에 전신을 떠맡기자 견디지 못하고 신음이 나왔다.

    그의 혀를 물고 빠는 놋시의 손이 어깨와 목을 더듬으며 매달리고 있다. 바닥을 적신 체액처럼 가라앉은 검은 그림자 위로 곧고 긴 금빛 머리카락이 스며든다.

    털 담요로 부드러운 바닥 위에서 열 오른 놋시의 몸이 테스의 전신에 감겨들었다. 벌려진 허벅지가 그의 허리를 감싸듯 들러붙고, 숨이 빨라진 가슴과 배가 밀착되고, 길고 유연한 팔이 목덜미를 지나 뒷머리에 손을 파묻었다.

    “헉, 후으, 하…….”

    거대해진 알파의 성기가 아직 연한 오메가의 성기와 살이 없는 아랫배에 고스란히 겹쳐진 순간 테스는 참지 못하고 입을 떼야 했다. 기사의 옷으로 쓰이는 질긴 천 하나로는 견디기 어려운 자극이었다.

    그렇게 테스가 눈을 뜬 순간. 짙어진 체취와 신음을 걱정해 다가온 그가 놋시의 입에 침을 먹이고 혀를 내주다 몸을 끌어안고서 무게를 더한 때. 겹쳐진 살과 뼈의 감각에 욕망이 치솟아 견디기 어려워진 지금.

    테스는 자신의 아래에 깔려 있는 놋시를 보게 된다. 값진 천을 깔아 놓은 나뭇가지 침대에서 옷도 벗지 않고 잠들었던 동생의 커다란 눈동자가 열에 들떠 그를 올려다봤다.

    입을 열고 팔을 내밀고 다리를 벌리고서, 자신을 채워 줄 몸을 원하는 마지막의 주인이 테스를 보고 있었다. 숨을 내쉬고 신음을 지르며, 허리를 비비고 체액을 흘리면서.

    테스가 그 순간 놋시의 옷을 벗기고 살을 열지 않은 것은 의지의 승리였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찰나의 이성이 욕구를 막는 사이 그의 몸 깊은 곳에서 때를 기다리던 본능이 팔을 움직이고 허리를 일으켰다. 안는 대로 안기는 뜨거운 몸을 끌고서 일어나 앉은 그의 허리는 여전히 놋시의 허벅지에 안겨 있고 금발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목덜미는 끈질긴 손을 벗어나지 못했다.

    입술이 다시 겹치고 혀가 다시 섞이자 침이 흐르며 넘어간다. 테스의 전신이 당장의 흥분과 사라지지 않는 초조함으로 떨리고 있다.

    “흐응, 으읍, 으응…….”

    “후으…….”

    놋시의 사지가 테스의 입술과 서늘한 혀와 벗은 상체에 매달리는 동안 테스의 두 손이 마른 등허리를 더듬는다.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길 생각도 못 하며 잡히는 대로 잡은 몸을 세게 끌어안자 놋시의 입에서 놀란 소리가 샌다.

    고열에 끌려와 뜨겁게 부푼 놋시의 성기가 돌처럼 딱딱한 테스의 허리에 눌렸다.

    “아, 아아, 흐읏…….”

    “놋시, 놋시…….”

    테스의 귓가에 놋시의 육체가 외치는 감탄사가 울려 펴졌다. 쾌감에 젖은 놋시의 눈동자가 눈꺼풀에 가려져 가느다랗게 점멸했다.

    조각처럼 다듬어진 목덜미를 끌어안고 매달린 놋시의 허리는 계속해 움직이고 있다. 옷을 적시며 몸을 비벼 대는 벌려진 하체 밑에서 바지에 갇힌 테스의 성기가 머리를 흔들었다.

    그 끝도 이미 젖어 있지만 테스는 자신의 쾌락을 좇지 않는다. 그는 놋시의 마른 허리를 붙잡아 주고 떨리는 몸을 끌어안을 뿐이다.

    테스의 배에 문질러지는 놋시의 성기는 계속해서 소리를 늘렸다. 미끄럽고 척척한 잡음이 주변을 물들이지만 놋시는 듣지 못하고 있다. 그의 의식은 반복적인 자극이 만들어 낸 자잘한 쾌감에 마취됐다.

    “아, 아, 흐읍, 응, 응…….”

    흥분으로 불안해진 놋시를 지탱하던 손이 줄어든다. 테스의 오른손이 자신의 성기를 잡았다. 마른 허리를 끌어안고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서, 신음을 참는 몇 번의 움직임 끝에 배출된 절정이 손바닥을 적시고 손목으로 흘러내렸다.

    정액을 가득 묻히고서 돌아온 테스의 오른손이 놋시의 얼굴을 찾아가 그 입술 사이로 들어갔다. 놋시의 혀가 그걸 핥고 받아 삼키자 날것의 맛에 취한 목에서 황홀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매끄러운 오메가의 육체가 더욱 날뛰며 자신을 충족시키라고 외쳐 댄다.

    하지만 잠시뿐이다. 거세지던 박자가 멈추고 엇나가며 더듬거린다. 테스의 목을 끌어안고 금발 머리카락에 신음을 뱉던 놋시의 입에서도 점점 소리가 줄어 흐느낌으로 변해 버린다.

    “흐윽, 흐으…….”

    “놋시…….”

    안타까운 목소리가 이름을 부르지만 놋시는 그도 듣지 못한다. 힘이 빠진 몸은 잡아 주는 팔 안에서 주저앉았다. 열린 몸속에서 찌르는 통증이 놋시의 전신을 뒤흔들었다. 부족하고 모자랐다.

    신중한 테스의 손이 발기된 놋시의 성기를 찾아왔지만 아픈 신음만 나왔다. 자극은 통증으로 더해질 뿐이고 지나치게 민감해진 신경은 연약한 표피 아래서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목을 조이듯 갑갑한 감각이 놋시의 손발을 저리게 하고 머리를 마비시켰다.

    “헉, 흐윽…….”

    “어디가 아프니.”

    다정한 목소리가 속삭이고 커다란 손이 그의 머리를 쓸어 넘기지만 놋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그는 끔찍한 허기에 사로잡혀 절박하게 울음을 터트릴 뿐이다.

    “안 돼…….”

    “말을 해라.”

    “흐윽, 흐으…….”

    테스의 큰 손이 놋시의 뺨을 감싸 쥐고 다른 손이 허리를 부여잡는다. 그 손을 따라 몸을 기대고도 놋시는 물려 주는 손가락을 물지 못했다. 아니, 한 번인가 세게 물고선 뱉어 버린다. 짜증이 치솟다 그럴 기운이 부족해 슬퍼지고 한없이 부족한 감각에 목구멍이 막혀 왔다.

    놋시의 눈에서 뜨거운 땀처럼 눈물이 뚝뚝 떨어지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그저 마냥 모든 게 부족해 괴롭고 괴롭다.

    그러고서 마침내 기억해 낸다. 놋시의 하체가 심장이 뛰듯 두근거리며 새로운 체액을 내보냈다. 벌려진 살결 사이 그림자 속에서 얕은 수축과 이완으로 떨리는 통로가 조심스레 열리고 있다. 성숙해지며 변화한 그의 육체가 무시당한 목적을 주장한다.

    자신의 몸이 원하는 그것이 무엇인지, 기억해 낸 놋시가 아픔과 괴로움을 삼키며 입술을 열었다 닫는다. 머리가 알고 몸이 원하는데도 말이 나오지 않았다.

    놋시의 머릿속에서 이유를 모르겠는 절박함이 각기 다른 이유로 솟구쳐 다투고 있다. 원하지만 원해선 안 되고 구할 수 있지만 그래선 안 된다.

    하지만 테스는 답을 짐작해 낸다.

    놋시의 힘겨운 몸을 버텨 주며 위로하던 큰 손이 목적을 위해 움직였다. 젖어 있는 오른손이 마른 어깨를 쓰다듬고 등허리를 따라 매만진다. 긴 손가락이 흐트러진 옷을 들추며 뜨거운 몸을 식히듯 피부를 어루만진다.

    하아아. 놋시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매끄럽고 촉촉한 감촉에 취한 것처럼 깨끗한 등을 헤매던 테스의 손이 점차 방향을 잃고 아래를 향했다. 어쩌면 길을 알아서 찾아갔다. 그러다 둥글게 모인 살이 손끝에 눌릴 때까지 가고 말았다.

    흥건해진 체액에 젖은 놋시의 바지 자락은 무거워진 지 오래다. 들뜬 허릿단 사이를 파고든 테스의 손은 놋시의 둥근 살을 누르듯 잡고 한참이나 머물렀다. 손바닥에 달라붙는 살결에서 떨어지기 싫다는 듯 움켜쥐고 간지럽힌다.

    하지만 테스는 놋시의 필요를 위해야 한다. 지금 그는 자신의 오래된 소망이 아니라 놋시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게 거듭 다짐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망설이던 테스의 손이 펼쳐지고서, 결국에는 길고 마디가 굵은 손가락이 목표를 이뤘다. 질척한 체액으로 미끄러워진 살을 누르며 뻗어 간 끝이 갈라진 사이에 닿아 버린다.

    그림자 속에서 열려 있던 놋시의 좁은 입구에, 그 세밀한 주름에 테스의 셋째손가락이 입 맞추듯 닿았다. 더듬었다.

    체액으로 젖은 점막을 느끼지도 못할 만큼 조심스러운 움직임이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놋시의 눈이 떠질 만큼 확실하고 뚜렷한 접촉이었다. 테스의 품에 안긴 놋시의 늘어진 고개가 움찔거리고, 버려져 있던 두 팔이 움직일 만큼.

    “음…….”

    “…….”

    서툴게 부딪히며 벗은 어깨에 매달리는 놋시의 손은 무신경하고 태연하지만 테스는 그럴 수 없었다. 그의 심장이 흥분으로 쾅쾅댄다.

    뻑뻑해지는 목구멍에 침을 모아 삼킨 테스의 눈이 질끈 감겼다. 어깨에 걸쳐진 작은 얼굴에서 뜨거운 한숨이 흘러 그의 목덜미를 데우고 저 밑에서는 새어 나온 체액이 손가락을 적시고 있다.

    단내가 진동하는 습기로 젖어 든 피부와 연약하고 좁은 틈. 테스의 손가락에 만져지는 이것이 놋시의 비밀한 살결, 누구도 맛보지 못한 안쪽의 입구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명확히 정의하자 반 정도 발기된 상태로 굳어 있던 테스의 성기가 머리를 세웠다. 순식간에 굵어진 뿌리부터 끝까지 열을 내며 버둥거린다.

    그 바로 위에서, 따뜻한 체액에 젖어 미끄러워진 테스의 손가락이 놋시의 살을 열었다. 틈을 보이던 좁은 입구 주변을 더듬다 조심스럽게 들어간 첫 마디가 곧바로 조여드는 속살에 파묻혀 멈추지만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아, 하아…….”

    고대하던 침입을 얻은 놋시의 눈이 위를 향해 열리고, 테스의 팔에 안겨 있던 등허리가 밀어내듯 들뜨고서 다시금 가라앉는다.

    “후우, 후으…….”

    그리고 테스는 숨을 몰아쉬며 놋시를 고쳐 안았다. 의식하지 못하며 그 얼굴을 찾아가 입술을 댔다.

    늘어진 놋시의 고개가 타액을 맛보고 서늘한 혀를 쫓아왔다. 거세게 탐하지 못하는 손을 대신하듯 테스의 혀가 놋시의 입안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놋시의 작은 입을 차지한 테스의 혀가 찌르듯 덤비는 것과 동시에 속을 맛본 첫 마디가 손가락 하나로 늘어났다. 아! 놋시의 목에서 비명이 터지지만 아픔은 없다.

    누구도 알지 못한 본능이 처음으로 맛을 본다. 그의 하체가 저절로 들썩이며 애원했다. 더 깊이 들어와 달라고, 더 나를 채워 달라고.

    말이 아닌 몸으로 명령이 전해진다. 들뜬 맥박과 집요한 열정에 붙들린 테스가 명령을 따른다.

    체액으로 미끈거리는 좁은 입구를 파고든 셋째 손가락이 한 번 두 번 구부리다 올라가자 놋시의 신음이 길어졌다. 하나가 늘어나 두 개가 된 테스의 손가락이 속살을 헤집으며 좁은 통로를 더듬자 놋시의 눈이 감긴다.

    수축되고 이완되는 입구의 떨리는 점막이 테스의 손등에 닿을 만큼 완전히 들어가자 놋시의 신음이 삼켜진다. 손가락 끝 마디에 들러붙는 민감한 내벽을 더듬다 좁아지는 굴곡을 건드리자 신음이 높아진다. 그리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고, 또 하나가 늘어난다.

    “아, 아, 하으, 아!”

    테스의 머리통을 안고 그 혀를 물고 있던 놋시가 참지 못하고 고개를 흔든다. 어느새 무릎을 세워 일어선 상태다. 테스의 탄탄한 가슴에 발기된 성기를 비비는 그의 허리는 굵고 긴 왼팔에 붙들려 있다.

    “앗, 아니, 으응…….”

    어느새 늘어난 놋시의 신음이 높아졌다 낮아지고 위를 향하다 밑을 긁었다. 그의 바지를 끌어 내린 테스의 오른 손목에 주르륵 체액이 흘렀다. 손바닥은 뒤집혀 있었다. 갈라진 틈새로 들어간 손가락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허리를 감싼 팔꿈치 아래서 하얗게 드러난 둥근 살결 사이로 세 개로 늘어난 손가락이 계속해서 움직이고, 움직이며, 길을 얻는다.

    테스의 머리는 처음인 놋시의 몸에 거칠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의 손은 자꾸만 다급해졌다. 그 속이 얼마나 뜨겁고 매끄러운지, 얼마나 애처롭게 조여드는지, 얼마나 집요히 매달리는지 모두 알게 된 테스의 손이 놋시의 달콤한 체액에 흠뻑 젖어 소원을 이뤘다.

    “네 몸이…….”

    “흐으, 하, 흐윽…….”

    네 몸이 너무 예쁘다고, 말하려던 테스의 말끝이 사라진다. 사람의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애원과 신음이 섞인 놋시의 숨소리가 점차 빨라지고, 테스의 가슴에 비벼지는 성기가 몸을 떨고, 놋시의 속을 파고든 손가락이 더욱 깊이 들어가 뜨겁고 좁은 통로에서 도드라진 작은 둔덕을 짓찧은 순간.

    놋시는 비명을 지르지도 못했다. 눈앞이 하얘지고 눈 뒤에서 불꽃이 터졌다. 몸속 깊은 곳에서 생겨난 전율이 정수리 끝에서 발가락 끝까지 한순간에 내달리며 전신을 달구고서 원점으로 돌아왔다.

    테스의 손가락을 품고 조이던 놋시의 몸에서 솟아 있던 오메가의 성기가 갑작스러운 비명처럼 묽은 정액을 토해 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놋시의 의식이 날아갔다. 처음 알게 된 감각이 끌어온 절정의 해방은 지나치게 격렬했다.

    다음 순간 놋시가 눈을 떴을 때, 그는 보라색 담요 위에 누워 있었다. 언제나의 꿈처럼 그를 덮은 그림자는 테스의 것이었다.

    처음에 놋시는 자신이 또 꿈을 꾼다고 생각했다. 꿈에서처럼 벗고 누운 그의 다리 사이에 테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것은 현실이다. 겹쳐진 입술 사이로 서늘한 혀가 느긋하게 문대졌다.

    테스의 한 팔은 바닥을 짚은 채였지만 다른 한 손은 그렇지 않았다. 그의 오른손이 놋시의 벌려진 허벅지와 납작한 허리가 이어지는 사이의 튀어나온 뼈를 더듬고 있었다. 그 손끝이 모서리에 닿을 때마다 놋시의 어깨가 들춰지며 신음이 나왔다.

    익숙한 입술과 체취로 깨워진 놋시는 서서히 자각을 그러모았다.

    “으음…….”

    목 안에서 맴도는 신음은 자신의 귀에도 질척했다. 사방을 채운 황홀한 냄새 역시 만개한 꽃밭처럼 달고 향기로웠다. 깜박이며 열린 눈앞은 어두웠지만 입을 떼며 멀어진 테스의 얼굴에서 그림자를 볼 수 있을 만큼 불빛이 있었다.

    이제 테스의 입술은 놋시의 목덜미를 따라 내려가고 있다. 가는 목에서 도드라진 목울대와 움푹 나온 쇄골 위에도 테스의 숨이 묻고 혀가 닿았다.

    놋시의 얼굴과 손발은 끈적이지 않았지만 몸은 그렇지 않았다. 놋시는 혼자 서 있는 자신의 성기를 보지 않고도 느낄 수 있었고, 더불어 배에 묻어 있는 흔적도 느낄 수 있었다.

    말라붙을 틈도 없이 연달아 쏟아졌을 체액이 가슴까지 적셨고 옆구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한 줄기는 아직 미지근하다.

    피 냄새와 쇠 냄새가 깔린 날것의 향에 잎사귀의 알싸한 풋내가 뒤섞여 있다. 둘의 정액이 한데 묻었다는 증거다.

    대체 몇 번을 한 걸까. 놋시가 몽롱한 머리를 흔들자 테스의 입술이 떨어졌다. 그러고도 침으로 젖은 입가와 얇은 턱에 몇 번이나 숨이 묻고, 그 뒤에야 중얼거림이 들렸다.

    “정신이 들었니.”

    “예…….”

    “열은 가라앉았다.”

    “…….”

    “하지만 네 몸은 아니구나.”

    놋시는 풀려 있는 하체를 느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피부 위를 헤매던 테스의 오른손이 놋시의 허벅지를 어루만지다 느슨히 벌어진 안쪽의 연한 살을 더듬고서 더 깊게 파고든 순간부터 모든 감각이 그리로 집중됐다.

    아직 낯선 체내의 자극에, 어색하고 두려운 그것이 순식간에 의식을 휘어잡으며 피부 밑에서 전율을 탄생시켰다.

    흥건한 체액으로 젖어 있는 좁은 입구의 섬세한 주름을 테스의 손가락이 더듬은 순간, 그리고 미끄러지듯 들어온 순간, 비좁게 열린 속으로 긴 마디와 굵은 관절이 막힘없이 들어찬 순간.

    “아…….”

    놋시의 두 손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바닥을 움켜쥔 손에 새끼 동물의 솜털처럼 부드러운 담요가 잡혔다. 저절로 들뜬 허리가 놋시의 배를 올리고 가슴을 펼친다. 바닥에 뒤통수를 짓이기며 놋시의 고개가 돌려졌다.

    “아, 아!”

    테스의 손가락이 길게 들어왔다 나가고, 잠시 뒤에는 숫자가 늘어나고, 잠시 뒤에는 조금 더 빨라진다.

    놋시는 그의 떠오른 허리를 잡는 테스의 팔을 느끼고 배에 닿아 오는 입술을 찰나로 깨닫지만 속을 헤집는 손가락이 모든 걸 가렸다. 조금이나마 채워진 허기에 마지막의 주인이 몸을 떨고 배를 보였다. 아, 아, 아. 테스의 밑에서 놋시의 온몸이 그를 환영하며 베풀어졌다.

    그리고 테스는 감히 거부할 수 없었다. 그는 하얗게 빛나는 놋시의 배를 핥고 살이 없는 가슴을 깨물었다. 작은 유두를 맛보며 단단해진 돌기를 혀끝으로 굴리자 살갑게 부풀어 오른다.

    “으응, 아, 흐응…….”

    “흐읍, 후…….”

    그가 살을 빨고 숨을 흘릴 때마다 놋시의 허리가 뒤틀렸다. 연달아 쏟아지는 애무에 자연스레 조여드는 놋시의 허벅지가 테스의 허리에 막혀 서로 붙지 못한다.

    엎드린 채 내려다보는 테스의 눈앞에서 놋시의 온몸이 들떠 올랐다.

    이미 들어가 있던 두 개의 손가락이 뜨겁고 매끄러운 점막 사이에서 꿈틀거리자 놋시의 무릎이 굽혀지고, 뒤꿈치가 바닥을 새로 디디고, 세 개로 늘어난 손가락이 함께 움직이자 허공으로 떠버린다. 그리고 추락하고, 그리고 비명 같은 신음을 터트린다. 그의 이름을 말하고 만다.

    “흣, 테스…….”

    놋시의 입술이 테스를 부른 그때. 테스의 몸이 무의식의 본능을 따르며 벌려진 허벅지를 붙잡았다.

    사지를 열고서 속을 드러낸 마지막의 주인 앞에서 첫째가는 이가 무릎 꿇고 조아리며 머리를 숙였다.

    오르락내리락 바빠진 마른 배에 입 맞춘 테스의 입술이 단단해져도 매끄러운 오메가의 성기를 물었다. 허벅지를 붙잡은 왼손 옆에서 좁은 입구를 새롭게 침입한 오른손이 체액으로 젖은 살결을 비집고 들어간다.

    놋시의 허리가 들뜨고, 그의 두 손이 바닥을 움켜쥐고, 그의 입이 비명을 흘린다. 하지만 그의 다리를 잡은 테스의 왼손과 그의 성기를 머금은 테스의 입과 그의 속을 열고 있는 테스의 오른손은 사라지지 않았다.

    체액으로 젖은 구멍이 반복적인 삽입에 질척한 흐느낌을 쏟는다. 그것이 테스의 입인지 놋시의 밑인지 구분이 불가능하다.

    또다시 절정이 찾아오자 놋시의 의식이 한순간 새하얗게 번지지만 이번엔 그대로 떠나지 못한다. 묽은 정액을 삼킨 테스의 입은 계속해서 놋시의 지친 성기를 달랬고 몸 안에 쌓여 터졌던 자극은 새롭게 더해질 뿐이다.

    그 후의 이틀 밤과 이틀 낮 동안 놋시는 최초의 절정을 수없이 반복하고 몇 번이나 사정했다. 모든 것이 테스의 손과 테스의 입술로 이뤄진 일이었다.

    그러니 그 열여섯의 마지막 열병 이후로 놋시는 더 이상 이것이 죄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못했다.

    발정이 가라앉은 새벽에 놋시는 추악한 탐욕으로 형의 손가락을 탐하던 육체와 그 입에 사정한 스스로가 끔찍해 엉엉 울고 싶었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에게는 울 자격이 없었다. 머릿속에서는 자신이 친형과 몸을 섞은 죄인이자 위선자라는 진실이 자꾸만 되풀이됐다.

    오랜만에 고열이 찾아와 번졌던 이번의 발정기는 유난히 놋시에게 버거웠다. 테스가 없었다면 놋시는 혼자 산을 내려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테스는 놋시를 방에 눕히고서 보살펴 줬고 밤에는 다른 방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 새벽에는 식사를 준비해 방으로 가져오기까지 했다.

    놋시는 자신을 지켜보는 고요한 얼굴에서 남은 알아보지 못할 걱정을 느꼈고 무슨 말도 하지 못했다. 아침이 지나도록 머무르던 테스는 놋시가 일어나 말을 끌어다 줄 때서야 사로나를 떠났다.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는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테스는 오래전부터 진실을 알았고 놋시는 차마 부모님의 집에서 죄를 말할 용기가 없었다.

    그 겨울을 보내며 놋시의 머리에는 몇 개의 생각이 되풀이됐다.

    내가 죽어야 할까. 하지만 눈을 감으면 꿈이 찾아오고 꿈이 찾아오지 않을 때조차 테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를 위해 무릎 꿇고 죄인이 된 형의 길고 곧은 금발 머리카락과 초록색 눈동자가 떠오를 때마다 가슴이 욱신거렸다.

    에기를 그리워해 죽은 차노륵처럼 절벽에서 떨어질까. 원망과 슬픔이 만들어 낸 무서운 생각이 떠올라 놋시를 괴롭히기도 했다. 그는 두 아들을 버린 아버지처럼 형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내가 떠나야 할까.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두려워졌다. 고열이 일으킨 발정은 놋시의 기억을 뒤섞었지만 전부 가져가지 않았다. 드문드문 끊긴 장면과 감각이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되살아날 때마다 새로운 공포가 자라났다.

    해를 먹고 꿈을 뱉으며 성숙해진 열병은 참혹했다. 생각만 해도 무서운 것은 육체가 일으키는 변화가 아니라 거기에 휘둘리는 자신의 의식이다.

    놋시는 수도를 떠나 사로나에서 홀로 늙어 가는 오메가 주인님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국에서 태어난 그녀의 인생은 분명 하찮은 그와 달랐을 테지만 이런 경험을 수십 년 했다면 아편 잎을 태우지 않고는 밤에 잠들기 어려울 것만 같다.

    벗은 몸으로 애원하고 구걸하는 그런 짓을 다른 이에게 해야 하다니. 형에게 매달리는 스스로도 끔찍했지만 얼굴 모를 타인에게 그러는 자신은 더더욱 무서웠다.

    앞으로도 계속해 시기가 다가오면 그렇게 되는 걸까? 첫째가는 이라면 누구든 상관없이? 그의 몸과 정신을 차지하는 마지막의 주인이 원하는 대로?

    생각은 이어질수록 곪아 갔다. 놋시는 수도로 가 먼 나라로 팔려 가는 짐처럼 보내져도 괜찮다 말한 과거의 자신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게 됐다.

    테스는 정신을 잃은 그도 소중히 대해 줬지만 다른 이들이 그러란 법은 없었다.

    하지만 테스는 그의 형이다. 놋시는 이대로 계속 그에게 발정하고 기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죄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형의 삶이 자신과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테스는 타게신의 이름으로 갈수록 높아져 가고 있다. 곧 제대로 된 짝을 맞아 자식을 낳고 풍족해져야 한다.

    그러나 도저히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음을 다져 먹고 떠날 생각을 할 때마다 이름 모르는 이들과의 밤이 무서워 발이 묶였다. 죄인의 핑계라고 스스로를 경멸하면서도 몸이 떨리고 눈앞이 흐려졌다. 놋시는 짐승이 되는 자신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어떤 약을 먹으면 나을 수 있을지. 놋시는 알고 있는 모든 약초와 독버섯을 찾아봤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점점 자라난 그의 몸은 점점 주인에게 먹혔다. 열기는 독버섯 물로 가라앉지 않았고 잠을 재워도 깨어나 발정했고 버텨 봤자 고통이 깊어질 뿐이었다.

    수도로 가면 다른 약이 있을까? 하지만 사로나의 오메가 주인님도 그런 약을 몰랐다. 그녀는 놋시가 아는 사람 중에서 제일 부자였지만 아편 잎을 살 뿐이지 다른 건 찾지 않았다.

    놋시의 머릿속에서는 매일 똑같은 달리기가 똑같은 벽에 부딪혔다. 겉보기로는 전과 다를 바 없이 지내는 나날이었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짐승처럼 때에 맞춰 발정하는 자신이 끔찍했고, 형의 몸을 탐하는 자신이 끔찍했고, 불결한 현실로도 모자라 꿈으로도 되풀이하는 자신이 끔찍했다.

    새벽 나절에 눈을 떠 보게 되는 젖은 흔적도 끔찍했고 팔 하나를 빼면 매끄럽고 온전한 자신의 육체도 끔찍했다.

    어느 날에는 온몸을 다 태워 버리면 어떨까 싶어 한참이나 화로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가 제 몫을 못 하게 되어도 형은 버리지 않을 것이다. 방해와 괴로움만 더하고 마는,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할 용기가 있다면 죽는 게 나을 터였다.

    놋시는 죽을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스스로가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짐승이었고, 형을 더럽혔으며, 죽는 것만이 유일한 길 같았다.

    그런데도 놋시는 죽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왜냐면 겉보기로 전과 다를 바 없는 날들에는 언제나의 소소한 기쁨이 있었고, 그의 형은 짐승의 모습을 알고서도 동생을 아끼는 남자였기 때문이다.

    해가 바뀌는 겨울의 중간에 성인식이 있었다. 어른이 됐다는 열일곱을 맞이한 사로나의 청년 중 한 명은 놋시였다.

    17세가 된 놋시는 계속해 버섯과 약초를 모아 마자기오의 약초상에 팔았다. 그는 에기가 하던 대로 마을의 이웃들과 먼 곳의 산골 사람들에게 독버섯의 이름과 찻잎과 열매를 딸 철을 알려 줬다.

    하지만 어떤 것도 돈을 위한 일이 아니게 됐다. 테스가 전보다 자주 사로나에 돌아왔기 때문이다.

    늙은 스승의 건강을 염려하며 선물을 전하는 그는 하룻밤도 못 보내는 짧은 방문에서도 빼먹지 않고 동생을 만났다. 대부분 식사도 함께하지 못하고 돌아갔지만 그럴 때라도 짧은 인사를 잊지 않았다.

    차노륵의 집에는 맏아들인 타게신이 가져다 놓는 신기한 열매와 사로나에서는 관리도 가끔 먹는 소고기 육포와 시내의 부자들도 귀하게 여기는 단추 달린 옷이 하나둘 쌓여 남아돌았다.

    타게신의 이름은 이제 온 체레오의 왕국에 알려져 있었다.

    국경 지대의 도둑으로만 유명하던 시도르에 그의 이름으로 깃발이 생겼다고 했다. 사막의 사절단이 그를 찾아와 사정했다고도 하고, 안전해진 거리를 보고 모여든 사람들이 커다란 성을 지어 그에게 바쳤다고도 했다.

    성인식을 치르고 두 해를 보낸 타게신에게 짝을 얻으라는 마을 어른의 말이 늘었지만 모두 지나치는 인사로 넘겨졌다. 그는 이미 산 밑 마을의 어른들이 상관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 새로운 해의 첫 열병이 다가왔을 때, 봄의 새싹을 밟으며 절벽 아래 동굴로 간 놋시는 미열이 덜한 맨정신으로 테스에게 물어봤다.

    “사막과 수도에서도 이렇게 지내나요?”

    “무슨 뜻이니.”

    “마지막의 주인은 다 열병을 앓는지, 정말 약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

    테스는 안쓰러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놋시도 아는 답이었다. 마자기오의 약초상에서 아무리 알아봐도 독과 잠이 아닌 약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면 죽을 때까지 짐승의 병을 달고 살아야 하는 걸까요.”

    “짐승이 아니라고 했다.”

    “짐승은 생각을 못 하니 저보다 낫습니다. 가족과 몸을 섞은 저는 짐승보다 못합니다.”

    “……우리는 몸을 섞지 않았다.”

    테스는 단호하게 놋시의 말을 부정했다. 놋시는 형의 말이 어떤 뜻인지 알았고 그 마음이 고마웠지만 그렇다고 죄를 죄가 아니라 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놋시의 꿈처럼 몸을 섞지 않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곤 모든 걸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놋시의 믿음으로는 그랬다. 그는 동굴 안에서 자신의 쾌락을 위해 더러워진 테스의 입을 바라보기조차 괴로웠다.

    하지만 놋시는 테스에게 그렇지 않다고, 죄라고 외칠 수 없었다.

    타게신의 이름으로 체레오의 왕국에서 명성이 드높아진 그에게 지금 이렇게 마주 보고 앉은 그들이 죄인이라고 외치는 건, 이 절벽 아래 동굴이 더럽고 추악한 죄의 구덩이라고 외치는 건…….

    그것은 너무 가혹했다. 그리고 진실이 아니기도 했다.

    죄인은 놋시 혼자였다. 때를 따라 발정하는 짐승처럼 침을 흘리고 구걸하는 마지막의 주인이 동생으로 태어나 첫째가는 이로 누구보다 나은 그의 형을 더럽혔다.

    그러나 테스의 더러움은 씻어 낼 수 있는 흙에 불과하다. 놋시는 그 사실에서 기묘한 위안을 느꼈다.

    진실은 테스의 말대로다. 그들은 진정한 짝을 맺은 이들처럼 몸을 섞지 않았다. 그러니 테스는 언제라도 진짜 짝을 얻을 수 있을 테고, 그때가 되면 추한 과거도 돌이켜질 일이 없을 것이다.

    그날, 열일곱의 첫봄에 놋시는 고집부리지 않았다. 그는 어깨를 안아 주는 테스의 손을 피하지 않았고 침을 먹이는 입술을 거부하지 않았으며 살을 파고든 손가락을 밀어내지 않았다.

    그 덕에 고통이 오지 않고 죄만 남았다. 놋시는 더워진 몸으로도 정신을 잃지 않았고 그의 몸을 위로하고 달래 주는 테스의 손을 지켜보며 받아들였다. 피로에 휩쓸려 가물거리고 잠들던 때도 있지만 눈을 뜬 동안에는 세상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틀 밤과 3일 낮 동안 놋시는 테스의 손에 자신을 맡겼다. 동굴 안의 습한 공기를 황홀한 체취가 가득 채웠고 날것의 냄새가 연달아 번졌다.

    테스는 짐승보다 못한 죄인이면서 뻔뻔하게 살아 있는 놋시를 버리지 않았다. 형은 그의 발정을 잠재웠고 그 몸의 추한 탐욕을 삼켜 줬고 손과 입으로 그를 살려 냈다.

    하지만 그들은 진실로 몸을 섞지 않았으니, 테스의 말대로 괜찮을 것이다. 놋시의 생각에도 테스는 괜찮았다.

    혼자서 17세가 된 놋시의 인생은 이런 것이었다. 그는 넓고 아늑한 나무 집을 청소하고 어머니의 동굴을 찾아다니며 약초와 버섯을 구하고 닭과 염소에게 먹이를 줬다. 가끔은 마을의 여자들이 물어 오는 버섯과 뿌리를 찾아다 줬고 열매의 상태와 거둘 시기를 알려 줬다.

    오늘처럼 마자기오의 약초상에 찾아가 구해 달라던 물건을 전하는 일은 한 달에 한 번으로 족했고 그것만으로도 홀로 지내기에 부족함 없는 돈을 모을 수 있었다.

    남들의 눈에는 모자람 없어 보일 인생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때가 다가왔다. 놋시는 며칠의 공백 동안 집 안팎을 이웃의 데오기에게 부탁하고 레드자의 절벽 아래 동굴로 갔다. 그는 소매가 긴 옷을 벗고 연고가 묻은 얼굴과 흉이 깊은 팔과 하얗고 매끄러운 나머지를 온천수에 씻었다.

    7월의 날씨에도 산속 그늘은 서늘했지만 끓어오르는 온천수 덕에 동굴 안은 항상 더웠다. 무명천으로 젖은 피부를 감싼 놋시는 돌과 흙으로 다져진 바닥을 맨발로 걸어가 나뭇가지 침대에 앉았다.

    미열의 기미를 보이는 몸에서는 아직 체액이 흐르지 않았지만 조금씩 달궈지고 연해지는 속살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주기를 알고 준비할 수 있고 그에 맞춰 변해 가는 몸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놋시의 몸에서 스멀거리고 피어오른 짐승의 본능이 차지할 때를 고대하고 있다. 그를 만져 줄 손가락을, 갈증을 달래 줄 물기를, 허기를 채워 줄 체취를 바라는 마지막의 주인이 놋시의 육체를 붙잡고 하나둘 줄을 조였다.

    하지만 놋시는 독버섯 물로 그를 억누르지 않았다. 미지근한 온천수를 연달아 마신 그는 억지로라도 뭘 먹어 두고 싶었지만 작은 뿌리를 입에 넣는 순간 역해져 실패했다. 음식을 바라는 게 아닌 배 속의 허기가 끔찍한 공허로 변할 순간이 보일 듯 가깝다는 증거다.

    테스는 오늘 도착이 늦다. 어쩌면 이번에는 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갑자기 놋시의 마음속에 충동적인 기대가 솟아났다. 죄를 죄라고 말하지 못하는 그와 죄가 아니라고 감싸 주는 형이 이번에야말로 이 길을 벗어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면 테스가 자책하지 않을까. 수천 번 되풀이해 온 생각이 놋시의 마음속에서 언제나의 걱정을 불러왔다.

    짐승이 된 자신도 동생이라고 살려 주는 테스가 마음 아파하고 슬퍼할 것이 두려워 그는 차마 죽지도 못하고 이제껏 살아 있었다.

    차노륵은 에기를 그리워해 두 아들을 버렸다. 놋시는 테스를 버릴 수 없었다. 테스도 그래서 놋시를 버리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로가 하나뿐인 가족이었다.

    마지막의 주인만 아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왕의 자식도 귀족의 자식도 아닌 자신이 마지막의 주인으로 태어난 게 모든 죄의 원인이었다. 그래서 에기가 죽고 그래서 차노륵이 죽고 그래서 테스가 죄인이 되고…….

    들뜨기 시작한 몸과 달리 놋시의 마음은 탁하게 가라앉았다. 이것도 병의 증세라고 말하는 건 거짓이다. 열이 없는 날마다 되풀이로 익숙해진 잠식이었다.

    매번 돌아와도 항상 두려운 열병처럼, 마모되지 못하는 죄를 곱씹으면서 놋시의 고개가 숙어졌다. 가시를 삼킨 듯 웅크린 놋시는 오후의 해가 흘러 들어오는 따뜻한 동굴의 부드러운 보라색 담요 위에서 홀로 잠들었다.

    그 잠이 깬 것은 석양을 등지고 도착한 테스가 그의 이름을 부른 순간이다.

    “놋시.”

    “…….”

    선잠이 들었던 놋시의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부스스 일어난 얼굴이 서늘한 손에 감싸이고서야 눈이 떠졌다.

    “아직 열이 심하지 않구나.”

    “예…….”

    “오늘은 가져올 게 있어서 늦었다. 오는 동안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

    놋시는 걱정했다며 다정하게 인사하는 테스 앞에서 말을 잇지 못했다. 기다리고 앉았으면서 늦어지는 걸 반긴 자신이 못된 생각을 한 것만 같다.

    하지만 테스는 그런 걸 전혀 모른다는 듯 놋시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넘겨 준 뒤 입을 맞춰 왔다. 조심스레 닿기만 하고 떨어진 입술이 씻고 오겠다며 속삭이고 자리에서 멀어진다.

    그 뒷모습을 보며 놋시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 간다.

    놋시도 이제는 부인할 수 없었다. 지난번의 열병, 체념으로 눈 감고서 손을 삼키고 만 그때부터 테스는 조금씩 달라졌다. 친하게 만나는 이가 적어 둔감한 그도 모를 수 없는 변화였다.

    그를 대하는 테스의 무엇이 변했다. 밤사이 맺힌 열매처럼 알게 된 순간 모를 수 없게 되는 그런 종류의 달라짐이다. 항상 있던 것의 색과 모양이 낯설고도 의아하게 변해 있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를 위하고 동생을 아껴 주던 테스는 안 해도 될 말을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타게신의 이름을 얻기 전부터 어른스럽단 말을 듣던 그는 공정하고 엄격한 태도로 첫째가는 이의 위엄을 타고났다고 칭찬받고는 했다.

    그러던 그가 어찌 된 일인지 놋시의 앞에서 말이 늘었다. 테스의 낮은 목소리가 듣기에는 전혀 할 필요가 없는 말을 했다. 마을의 잔치에서 노래 부르는 젊은이들처럼,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들을 형이 그에게 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몸을 씻고서 옆에 앉은 테스가 놋시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이해되지 않는 말을 꺼내고 있다.

    “머리를 그만 자르지 그러니.”

    “항상 이 길이였는데요.”

    “예쁜 게 버려지니 아까워 그렇다.”

    “……이보다 길면, 두건으로 가리기 어렵습니다.”

    놋시는 자신의 검고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이 예쁘지 않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당연한 사실은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테스의 곧은 금발은 길게 빗어 단정히 묶는 게 옳지만 자신의 것은 어차피 매일 가려지는 군더더기였다.

    “가리지 않아도 되면, 그때는 기르겠구나.”

    “…….”

    어깨에 닿을락 말락 한 놋시의 머리카락을 테스의 긴 손가락이 빗어 내리며 만지작거린다. 놋시는 그를 보는 눈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말이 늘어난 형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그런 필요 없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뛰는 자신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몸을 씻고서 그의 옆에 앉은 테스가 입을 맞추지도, 침을 먹이지도 않았는데 놋시의 몸속에서 울렁거리는 무언가가 자꾸 열을 냈다. 손이 닿지도 않은 안쪽이 뜨거워지고 풀어지며 둔한 온기로 밑을 적셨다. 병적인 열기와 다른 낯선 불씨가 그의 속을 덥혀 왔다.

    그러면 그 지독한 단내가 나고, 그러면 테스가 알게 되는데.

    놋시는 바닥을 내려다봤다. 침을 먹이지도 않았는데 달아오르는 짐승의 몸을 테스가 눈치챌까 봐 부끄러웠다. 하지만 섞이는 둘의 체취로 물들기 시작한 주변의 공기는 그가 막을 방법이 없다.

    석양이 저물어 어두워진 동굴에는 테스가 키워 둔 화로의 불빛만이 어른거린다. 흥분으로 젖기 시작한 오메가의 육체가 노란색에 어울리는 단내를 거기에 더했다. 들숨에 섞인 향기가 놋시의 몸속에서 두 배로 몸을 불려 나가고 있었다.

    그것을 맡았을까. 놋시의 머리카락을 만지던 테스의 오른손이 목덜미를 가린 무명천 속으로 파고들었다. 가린 천을 끌어 내린 커다란 손이 도드라진 등줄기를 스치며 어깨를 안았다.

    “쓸데없이 여유를 부렸구나. 이리 와라.”

    “…….”

    오라는 말을 하고서 먼저 다가온 테스의 입술이 놋시의 뺨에 닿았다. 수치로 얼굴을 붉히고도 놋시는 고개를 돌릴 수 없다. 고집을 부려 봤자 더 흉한 꼴을 보일 뿐이다.

    그래서 놋시는 자신의 뺨을 핥고 입술을 가르는 서늘한 혀에 자리를 내줬다. 아랫입술을 누르며 들어온 테스의 혀가 입안을 더듬자 놋시의 목에서 신음이 나왔다.

    “흐응…….”

    깊숙하게 들어온 혀를 물고서 놋시의 눈이 감기는 사이 어깨 밑으로 흘러내린 무명천이 테스의 왼손에 잡혀 완전히 벌어졌다. 갑자기 드러난 피부가 한기에 떨고 만다.

    놀란 놋시의 눈이 뜨이지만 말할 새가 없다. 구겨진 무명천을 치운 테스의 손이 완전히 드러난 허리를 잡고 그를 당겨 안았다. 폭이 넓은 바지 하나만을 입은 허벅지 위로 놋시의 두 다리가 가로질러 놓이자 나뭇가지 침대에는 발만 닿게 됐다.

    결국 벌거벗은 몸을 고스란히 보이게 된 놋시의 얼굴이 더 뜨거워진다. 발정을 먼저 일으키는 건 고열을 피하기 위해 옳았지만, 이렇게 시작할 때마다 차라리 열에 잠겨 울고 싶어졌다.

    저절로 수그러드는 놋시의 이마에 입술을 문지르며 테스가 묻는다.

    “왜 그러니.”

    “…….”

    놋시는 벗은 몸이 부끄럽다고 말하지 못한다. 몇 번이나 보여 줘 놓고서 할 말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마음은 머리와 달라 몇 번을 보여도 부끄러웠다.

    어쩔 줄 모르고 두 팔을 웅크린 놋시가 망설이는 사이에도 테스의 손은 놀지 않았다. 잡티 하나 없는 등을 오른팔로 감싸 안은 그가 이마에 입 맞추고 코에 숨을 묻히는 동안 왼손이 앞을 더듬었다.

    가리는 걸 뺏겨 드러난 놋시의 가슴과 배를 스치듯 지나간 날 선 손등이 꼭 붙여진 허벅지 사이로 파고들었다. 습기로 젖은 살결을 비집고 들어간 테스의 손이 제대로 발기하지 않은 놋시의 성기에 손가락을 얽혔다.

    “아직 서지 않는구나.”

    “그렇게 잡으면…….”

    “하지만 여긴 다르지.”

    “흡…….”

    잠깐의 자극으로 형태를 더하는 놋시의 성기 밑으로, 더 깊게 파고든 테스의 손가락이 축축한 피부를 짚으며 내려갔다. 살이 없는 허벅지 사이로 손목까지 들어가자 놋시의 숨이 멈칫거린다. 젖어 있는 입구의 다물린 주름을 건드리던 손가락 하나가 한 번에 두 마디나 파고든 탓이다.

    그리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고, 다시 들어간다. 천천히 원을 그리듯 움직이는 손끝을 따라 저들끼리 달라붙어 있던 내벽의 통로가 길을 내주며 풀어졌다. 뜨끈하고 질척한 체액에 끝까지 적셔진 테스의 손가락이 놋시의 흥분한 속살을 헤집으며 육체를 일깨우고 있다.

    “읏, 흐읍…….”

    놋시의 눈이 감기고 입에서 소리가 막혔다. 젖혀진 고개 아래 커진 숨으로 마른 가슴팍이 크게 들썩였다. 자기도 모르게 테스의 어깨를 붙잡은 놋시의 왼손이 다듬어진 근육을 따라 올라가 목덜미에 감겨들었다.

    가늘게 떠진 눈이 한순간 초록색 눈동자와 마주치지만 곧바로 그럴 수 없게 가까워졌다. 위아래로 벌려진 입술을 적시면서 두 개의 혀가 엉키고 침이 넘어갔다. 위아래로 어긋난 허벅지 사이로 테스의 손이 만드는 박자에 맞춰 놋시의 숨이 짧아지고 끊어졌다. 아, 하으, 흐응, 아, 아, 아…….

    어느새 놋시는 테스의 목을 두 팔로 휘감고 있다. 하얀 손이 단정히 묶인 금발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렸다. 거세게 움직이는 테스의 혀를 담는 게 고작인 놋시의 입에서 침이 흘러 턱을 타고 떨어진다.

    옆으로 내질러진 하체에는 이미 테스의 손가락이 세 개나 들어가 놋시의 속을 찌르고 문지르고, 부풀어 일어선 성기를 저 혼자 흔들리게 한다. 허벅지를 벌린 손목에 부딪히는 그 끝이 벌써 젖어 있었다.

    “흐읏, 응, 테스, 아, 읏, 흐읍…….”

    빠르고 가빠진 놋시의 호흡을 테스의 혀가 계속해 막아선다. 그러면서도 저 밑에서 할 일을 잊지 않는다.

    젖은 속살을 파고든 왼손이 부럽다는 듯 바지에 갇힌 테스의 성기가 열기를 들이켰다. 속을 찔릴 때마다 들뜨고 가라앉는 놋시의 허벅지 밑에서 검붉게 팽창된 알파의 성기가 젖은 머리를 흔들며 몸부림친다.

    이제 곧 절정이 올 것이다. 놋시는 자신의 허리를 놓은 테스의 오른손이 짓눌린 자신의 하체로 내려가는 걸 느끼고, 입안을 채운 혀가 벗어나 귓가를 더듬는 걸 느낀다. 그러자 본능적인 반응으로 맞추듯 몸을 붙이게 된다.

    “놋시, 후으, 놋시…….”

    테스의 입에서는 이름 하나만이 되풀이되고, 몇 번의 움직임 후에 억눌린 폭발이 일어난다. 그의 넓은 어깨가 짧게 떨리고 가라앉는다. 큰 손바닥을 가득 적시고도 남는 알파의 정액이 날것의 냄새를 풍기며 사방에 자신을 주장했다.

    그러면 놋시는 그 냄새에 먼저 취하고, 그다음에는 자신의 뺨을 누르는 엄지손가락 밑에서 입을 벌리고, 피와 쇠의 맛으로 혀에 닿아 온 테스의 손가락을 빨게 된다.

    그 손목을 잡고 붙드느라 기울어지던 몸이 허리를 잡혀 바닥에 눕혀졌다. 힘없이 따라간 놋시의 다리 사이로 테스의 허벅지가 놓였다.

    모로 누운 채 끌어안긴 놋시가 손가락 사이의 질척한 체액을 핥다 신음을 놓치며 눈 뜬다. 바짝 당겨진 두 개의 육체에서 서로의 성기가 닿아 버렸다. 천을 뚫고서 열기가 전해지는, 가리지 못할 적나라한 접촉이다.

    이렇게 짙은 정액을 뱉고도 기운이 그대로인 테스의 거대한 성기가, 시시각각 커지고 열렬해진 알파의 본능이, 매끄러운 놋시의 성기를 짓누르며 살이 없는 아랫배를 찔렀다. 바지 천을 적신 굴곡진 끝이 놋시의 배에 문질러진다.

    “으흣, 으읍…….”

    더욱 세게 끌어안긴 놋시의 입안에는 그새 테스의 손가락이 아닌 혀가 들어와 있다. 서늘한 혀가 더운 속을 달래며 살을 비비자 붙은 곳마다 녹는 것 같다. 녹아내리고 만들어지는 건 그것만이 아니다.

    가두듯 끌어안은 테스의 두 팔 안에서 놋시의 등과 배가 문질러졌다. 탄탄한 테스의 가슴에 놋시의 작은 유두가 눌리고 흔들리며 곤두선다. 뜨겁고 거친 마찰로 더워진 놋시의 성기가 매끈한 몸통을 떨며 열을 품는다.

    전신이 간지럽고 머리가 터질 것 같아진 놋시의 목에서 높은음이 터지고, 그러자 등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테스의 왼손이 둥글게 올라붙은 살을 움켜쥔다.

    조금 전까지 속을 만졌던 손가락 세 개가 제자리를 찾아가듯 파고들어 놋시의 굶주림을 채워 놓는다. 살을 벌리고 깊숙이 들어간 하나가 비좁은 통로를 헤매며 젖은 내벽을 휘저었다.

    “아! 아, 흐으, 흐윽, 흡…….”

    “어디가, 여기가 좋으니, 여기가?”

    “으응, 읏, 테스, 아!”

    미칠 것 같은 쾌감에 놋시의 온몸이 발버둥 치고, 몇 번이나 벗어나려 몸부림치다 끝에 닿는다. 테스의 두 팔에 끌어안겨 온몸이 문질러지고 짓눌러지며 속이 파이고 겉이 비벼져 막힌 끝이 터진다.

    입안에 들어온 혀를 더 이상 물지 못하고 벌어진 놋시의 입에서 흐느낌이 새는 순간, 살이 없는 아랫배가 조여들며 숨을 모은 순간, 오메가의 성기가 끝을 세우고 토해 냈다.

    근육이 날 선 테스의 배에 놋시의 묽은 정액이 흩뿌려졌다. 둘의 체취가 어우러져 만들어 낸 황홀한 냄새에 이슬이 내린 풀밭처럼 풋풋한 향이 섞이는 순간이다.

    하지만 첫째가는 이의 굵고 뜨거운 성기는 여전히 일어선 상태다. 그의 품에 살을 보이며 마지막의 주인이 안겨 있어서다.

    중독적인 향기와 유혹의 체액을 흘리며 그의 정액을 받아먹은 놋시의 입술이 미숙한 절정으로 뜨거운 숨을 터트리는 지금. 수만 번 꿈꾸고 맛봐도 언제나 부족한 그때.

    테스의 마음속 원천이 그 이상을 원하고 만다. 생각이 아닌 열정에 사로잡힌 육체가 다음을 찾기 시작한다. 놋시를 위한 결심을 지키면서도 조금 더 가까워질 기회가, 조금 더 깊어질 허락이 필요했다.

    사정의 여운에 잠긴 놋시의 눈이 얼마나 오래 감겨 있었을까. 잠들듯 무거워졌던 눈꺼풀이 깜박거리고 떠진다. 테스의 손이 그의 늘어진 몸을 돌려 안고 있다. 벗은 몸이 끝에서 끝까지 맞춰지게 허리를 안은 두 팔 위에서 놋시의 두 손이 깜짝 놀라 손목을 잡았다.

    “테, 테스…….”

    “아니다.”

    “…….”

    “섞지 않는다.”

    하지만 놋시의 심장은 쿵쾅거리고 발을 굴렸다. 노곤함에 가물거리던 눈이 커다래져 허공을 방황하고, 불안한 두 손이 아랫배를 누르는 손목을 말리듯 붙들었다.

    그를 안은 테스의 다리는 아직 바지를 입고 있지만 더 이상 벽이 되지 못한다. 어느 틈에 이뤄진 밀착이 소름 끼치게 생생한 감각을 전해 왔다.

    체액으로 미끈거리는 놋시의 둥근 살결 밑으로, 갈라진 선을 따라 만들어진 그림자 사이로, 흥분으로 민감해진 입구 위를 가로지르며…….

    가둬 둔 천을 벗어난 테스의 성기가 살이 없는 허벅지를 비집고서 긴 몸을 들이밀었다. 놋시의 머리가 초조해지고 그 속의 허기가 발광하게끔.

    누구도 서둘러 움직이지 않았다.

    놋시의 벗은 몸을 끌어안고 허벅지 안쪽의 연한 살 사이에 검붉은 성기를 끼워 넣은 테스는 온전히 느끼게 된 감촉만으로도 감탄사를 뱉었다. 젖은 살결과 핏줄이 불거진 표피가 마찰하고 대비되며 각자의 부드러움과 뜨거움을 강조했다.

    그 기세로 안고 있던 팔에 힘이 들어가자 둥글게 올라붙은 놋시의 살이 테스의 성기 굵은 밑동을 짓누르며 문질렀다. 의지 없는 연쇄 반응으로 놋시의 허벅지가 조여들자 귀두를 감싸는 부드럽고 미끄러운 압박에 테스의 숨이 또다시 멈췄다.

    “놋시…….”

    낮아진 목소리가 놋시의 귓가에 이름을 속삭였다. 입술이 닿고 혀가 핥은 곳마다 뜨거워진다.

    “아니, 잠깐…….”

    놋시의 입에서 나오려던 애원은 그대로 남았다. 그의 마른 허리를 붙든 테스의 오른손이 지그시 누르며 펼쳐졌다. 아랫배를 누르며 온기를 전하는 움직임에 조금 더 더워진 놋시의 육체에서 새롭게 체액이 흐르고 만다.

    겹쳐진 살결 사이로 새어 나온 물기가 밑을 가로지른 성기에 번지는 순간, 테스의 목을 긁으며 숨이 터졌다.

    “후으…….”

    “하윽, 하지만, 이건, 응, 아…….”

    안 된다고 말하려는 것처럼 다급한 놋시의 목소리가 짧은 박자로 흩어졌다. 젖은 채로 반쯤 발기된 그의 성기가 그새 테스의 손에 잡혀 있었다.

    사정 직후 풀려 있던 오메가의 성기에 테스의 왼손이 힘을 더하자 얕고 자잘한 호흡 몇 번이 계속해 이어지고, 금세 그 끝을 세운다.

    부들거리는 섬세한 살덩이를 조심스레 놓은 손이 긴장으로 들썩이는 배를 지나 가슴을 더듬었다. 막아서는 마른 팔을 밀어내며 곤두선 유두를 차지한 테스의 왼손이 구슬을 굴리듯 두 손가락을 모아 민감한 돌기를 애무했다.

    “으읍, 흐응…….”

    자극에 달아오른 놋시의 신음이 나머지 세상을 채웠다. 거기엔 테스가 있다. 놋시의 온몸을 품에 안고서, 그의 젖은 허벅지 사이에 검붉은 성기를 끼워 넣고서, 아랫배를 끌어안고 모든 걸 만지면서.

    그렇게 몇 번을 흔들렸을까. 굵고 뜨거운 테스의 성기가 놋시의 젖은 피부를 찌르고 비비며 몇 번을 몸부림쳤을까.

    “헉, 흣…….”

    미끄러운 행위에 밀려나고 가라앉던 놋시의 목에서 놀란 숨이 끊임없다. 입술이 깨물리며 소리를 막는다.

    그러다 가슴을 만지던 뜨거운 손이 사라졌다. 사라진 손이 나타난 곳은 젖어 있는 입구 위다. 체액으로 연해진 살을 누르며 세밀한 주름을 더듬은 테스의 손가락이 느슨해진 통로를 파고들었다.

    “아, 흐응, 아니…….”

    “후으, 후읏…….”

    열을 내며 비벼지던 테스의 성기가 놋시의 허벅지로 미끄러진다. 겹쳐진 사이에서 떨리는 그 위로 자리를 차지한 왼손이 오메가의 성기 아래 연약한 피부를 손톱으로 긁는다.

    하지만 놋시는 느끼지 못한다. 그가 느끼는 것은 체액에 젖은 피부가 점막으로 변하는 안과 밖의 경계와 파고든 손가락뿐이다. 하나였던 그것이 몇 개로 늘어나 좁은 통로를 자극하며 휘젓고 찌른다.

    “응, 아, 아윽, 잠깐…….”

    “아프지 않지. 네 몸은 지금 채워지길 바라니까.”

    “흐윽, 아니, 흐읍…….”

    어깨를 핥고 피부를 적시며 테스의 입술이 계속해 속삭였다. 잠꼬대 같기도 하고 취한 고백 같기도 한 낮은 목소리가 뜨겁고 습한 동굴 안의 공기처럼 하염없이 주변을 맴돌다 놋시의 속으로 스며들었다.

    “네 가슴을 빨고 싶다. 작은 유두를 입안에 넣고 혀로 누르면 부풀어 오르다 단단해질 테지.”

    “흐윽, 흐응…….”

    “지금 이대로 네 살을 열고 싶다. 손가락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틈 없이 채우고서 끝에 닿으면, 닿자마자 다 녹을 것 같다. 그 속의 길을 열고, 헤집고서, 비좁은 길이 아무리 젖어도 힘들게 내 몸을 박아 넣으면…….”

    “아, 안 돼…….”

    “안다. 네 살은 아직 연해서, 내 무거운 욕망을 쏟을 수 없, 아, 후으, 놋시.”

    “흑, 흐으읍…….”

    안 된다 말하려 돌아보던 놋시가 갑작스러운 허전함에 말을 뺏겼다. 갈망을 채우던 손가락이 모조리 빠져나가며 질척한 내벽이 저들끼리 들러붙었다. 하지만 해방감을 느낄 때는 멀었다.

    허벅지 사이에서 몸부림치던 테스의 성기가 불거진 핏줄의 뚜렷한 굴곡을 알리며 놋시의 젖은 구멍 위로 몸통을 붙여 왔다.

    으응, 으응, 목에서 새어 나간 신음에 달궈진 놋시의 얼굴 위로 테스의 뜨거운 한숨이 쏟아졌다. 속을 찌르던 끈적한 손이 나타나 가는 목을 붙잡고 놓지 않는다.

    귓불을 빨고 깨물던 테스의 입은 놋시의 혀를 맛보고서야 놔줬다. 거칠어진 숨을 삼킨 그가 속삭였다.

    “네 속에 이렇게 된다면, 흣, 후으.”

    “아!”

    계속해 움직이고 있던 테스의 성기가 놋시의 허벅지 안쪽 붉어진 살을 찔렀다. 흘러내린 체액에 젖어 습한 피부 위로 미끄러지듯 움직인 두툼한 머리가 뜨거운 몸통을 비비며 살결을 짓눌렀다.

    뼈가 있는 것처럼 뜨겁고 단단한 살덩이가 놋시의 겹쳐진 피부를 벌리고 꿈틀거리며 알파의 체액을 묻히고 있다. 닫히고 열리는 세밀한 주름 위로 서로의 열망이 녹아들고 섞였다.

    놋시의 고개가 정신없이 흔들렸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무엇을 부정하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야, 테스…….”

    “그래. 아니지. 네가 싫어할 짓은 하지 않아.”

    “아, 하으, 으응!”

    놋시의 입에서 신음이 뭉개진다. 이제 움직이고 있는 건 테스의 성기만이 아니다. 그의 품에 안긴 놋시의 온몸이 부딪히고 파고드는 힘을 따라 흔들리고 있다. 버려진 두 팔과 솟구친 성기가 따라가고 밀리며 흔들리고 있다.

    애무하고 구걸하는 두 손에 붙들려 체액을 흘리는 놋시의 허벅지 사이로, 그림자를 파고든 테스의 성기가 굵고 뜨거운 몸통을 계속해서 부딪혀 왔다. 단단한 덩어리가 마찰열을 묻히며 혼자 떨리는 놋시의 구멍 위로 비벼지다 미끄러진 머리를 흔든다.

    그리고 놋시의 의식도, 속에서 움직이듯 겉을 헤집는 테스의 성기를 따라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흥분으로 민감해진 젖은 피부 위로 몸을 비벼 대는 테스의 성기는 너무 크고, 그 표면의 굴곡진 생김과 두둑한 핏줄도 너무 확실하고 너무 뜨거워서, 마치 속에 들어온 것처럼 자신을 알리고 있다.

    놋시의 몸을 숭배하는 테스의 기도는 계속되고, 그의 허락을 원하는 알파의 거대함이 젖은 몸통을 부딪치고, 작은 유두를 부풀리고 발기된 성기를 움켜쥐는 테스의 손은 집요하고…….

    마치 놋시의 꿈처럼, 테스의 성기가 살을 열고 들어와 몸을 섞는 것처럼, 그렇게 뜨겁고 생생한 움직임이 영원할 것처럼 계속되다가.

    놋시는 자신의 뺨이 바닥에 눌려 있는 걸 깨닫는다. 그의 어깨는 언젠가부터 바닥을 향해 있었다. 등 뒤로 퍼지는 테스의 호흡은 여전히 뜨겁고 아랫배를 움켜쥔 손도 그대로다.

    그 외의 모든 건 달라져 있었다. 놋시의 벗은 몸에 또 다른 벗은 몸이 겹쳐져 있다. 껍질을 벗긴 나무처럼 서늘하고 단단한 체온과 그 아래 근육의 움직임이 옷자락 한 겹의 막도 없이 놋시의 전신에 전해졌다.

    테스도 어느새 벌거벗은 것이다. 끝과 끝이 부딪히고 사이의 모든 게 맞닿게끔.

    “흐응, 으음, 으읏…….”

    감싸고 겹쳐진 테스의 전신이 놋시를 가리고 짓눌렀다. 바닥을 짚은 굵은 오른팔이 길게 뻗어 뺨이 눌린 놋시의 시야를 가리고 있다.

    그런데도 납작하게 깔린 육체에서 발기된 오메가의 성기는 흔들릴 공간을 얻었다. 모인 허벅지 사이를 비집고 움직이는 테스의 성기와 달리 놋시의 것은 허공에서 혼자 열을 냈다.

    테스의 손과 발에 붙들려 눌리고 들린 놋시의 몸에서 자유로운 것은 그것뿐이다. 그의 두 팔은 밀리는 힘을 버티며 바닥을 쥐는 게 고작이다.

    “헉, 후으, 놋시, 아, 놋시…….”

    테스는 아직도 놋시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놋시의 살결 틈새에서 흐른 체액은 밑에서 버둥대는 테스의 성기를 흠뻑 적셔 놓은 지 오래다. 미끄러워진 굵은 몸통이 뜨거워진 허벅다리 사이에서 배를 뚫고 나온 듯 거칠게 오고 갔다.

    허벅지 안쪽의 연한 살을 찌르고, 빠져나갔다 다시 길게 들어온 성기의 불룩한 머리가 바닥에 닿을 만큼 크게 앞으로 나왔다 뒤로 물러선다. 습기로 맞붙은 피부를 비집고서 움직이는 살덩이는 뼈가 있는 손가락보다 더 굵고 더 단단하고 더 뜨겁다.

    그 모양을 알게 적나라한 행위에 그 맛을 떠올리게 짙은 냄새가 퍼진다.

    그러니 놋시는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배 속을 헤집듯 허벅지를 파고드는 뜨거움을 눈 감고도 느낄 수 있다. 아늑한 불빛의 그림자에 가려져 어두운 저 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는 모두 알았다.

    지금 놋시는 짐승처럼 엎드려 있다. 꿈에서조차 상상 못 한 음란한 모습이다. 뒤를 쳐들고 앞을 숙인 그의 육체에 테스의 전신이 무게를 실어 왔다.

    허리를 조이는 테스의 팔도, 가슴을 더듬고 유두를 일으키는 손가락도, 젖은 피부 위로 미끄러지는 성기의 움직임도, 모두 귀로 들리고 몸으로 알게 되는 현실이었다. 무섭고 끔찍하고 황홀한 현실.

    그의 꿈처럼 두렵고, 그보다 더한 쾌감으로 생생하게 몰아치는 육체가, 테스의 날 선 체취와 뜨거운 숨을 끌고서 놋시의 오감과 전신을 점령했다.

    마치 속에 들어온 것처럼. 마치 속에 들어올 것처럼.

    그래선 안 되는데도.

    “흣, 흐읍, 아니…….”

    “후으, 흐으, 놋시…….”

    “안, 아니, 헉, 흐읏!”

    “그래, 후우…….”

    그러다 마침내. 놋시의 가슴을 더듬고 목을 거머쥐던 힘이 떠났다. 얇은 턱을 타고 오른 테스의 손가락이 입술을 벌리고 들어왔다. 깊숙이 들어와 혀를 누르는 손가락에 놋시의 숨이 막히고 신음이 멈추지만 다행히도 다음 순간 테스의 몸이 멀어진다.

    겹쳐 있던 허벅지가 멀어지자 끌어안긴 채 조여들던 놋시의 몸도 온전히 바닥에 추락할 수 있게 된다. 아주 잠깐.

    그리고 발목이 잡히고, 저릿한 하체가 벌어졌다. 무릎 꿇고서 놋시의 다리를 당긴 테스가 마음대로 그의 몸을 움직였다.

    놋시는 발기된 채 혼자 흔들리는 매끈한 성기와 체액을 흘리는 속이 훤히 보이게 붙들리고 말았다. 일어나 앉은 테스가 놋시의 두 다리를 끌어다 벌리고서 허리에 닿을 만큼 가까이에 놓은 것이다.

    “잠깐, 이래서는, 읏!”

    놋시의 입이 놀라 멈춘다. 흠뻑 젖어 수축되고 이완되는 틈새 위로 길고 뜨거운 덩어리가 놓였다. 드러난 입구에 긴 몸통을 붙여 온 테스의 성기가 부드러운 살결에 누워 매끄러운 놋시의 성기에 머리를 비비고 있었다. 그 몸통 밑 단단해진 덩어리가 놋시의 연한 살 위로 겹쳐졌다.

    “네 몸이 열려 있다. 이걸 원해서지. 내가, 이 젖은 살을 열고 들어가길 바라고서…….”

    놋시는 이제야 테스의 목소리에 실린 낯선 열기를 알아차린다. 오랜 세월 열병의 광기에 휘말리지 않던 그가 마침내 붙들린 것만 같다. 꿈을 현실로 끌고 오듯 들뜬 목소리에 노골적인 욕망이 적나라하다.

    하지만 놋시가 어찌 말릴 수 있을까? 광기 어린 열병의 먹이로 형을 끌어들인 건 짐승인 자신일 텐데, 그가 어찌 테스를 말릴 수 있을까?

    테스의 손가락이 좁게 다물린 주름을 훑고서 사이로 들어선 순간, 허공에 떠 있던 놋시의 허리가 뒤틀리고 바닥에 눕혀진 어깨가 들썩거렸다.

    아, 아, 짧은 신음을 터트리던 놋시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입술을 깨문다. 벌려진 하체 위로 열기를 겹친 테스의 성기가 몸부림치며 예민해진 살을 달구고 녹였다.

    하지만 놋시의 허벅지를 붙잡은 테스의 왼손은 눌린 살에 자국을 내고도 놔주지 않았다. 테스는 한참이나 더 놋시의 속을 헤집고 나서 사정했다.

    테스는 놋시의 몸을 열어 놓고 발기된 성기와 애원하는 구멍을 보며 그 뜨거운 속살에 세 손가락을 박고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절정을 얻어 냈다. 핏줄이 돋게 팽창된 알파의 성기가 잡아 주는 손 없이 오메가의 몸 위에 정액을 토했다.

    불이 붙은 듯 터진 정액이 배를 적시고 가슴께로 흘러내리는 감각에 놋시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이것이 원해서인지 두려워서인지도 구분되지 않았다.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그의 전신이 후들거렸다. 곤두선 성기와 열려 버린 속은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진정되지 못한 육체는 더군다나 그 혼자가 아니었다.

    “넣지 않는다. 네 속은 아직 너무 좁고 연해서,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흐응, 읍, 흐으, 테, 테스, 그만…….”

    놋시의 매끈한 성기를 더듬던 테스의 손가락이 다시 밑을 지나 속으로 들어갔다. 그 옆에 놓인 알파의 성기는 포악한 크기를 잃지 않고 뜨거운 온기를 뿜어냈다. 탄탄한 허벅지 위에 붙들려 있는 놋시의 다리가 습기에 미끄러지지만 벗어나지 못한다.

    이렇게 많은 정액을 토하고도 부족하다는 듯 살을 누르는 성기가 놋시의 숨을 쥐어짰다. 좁은 통로를 파고든 길고 각진 손가락도 침입이 깊어진다. 나간다 싶어 나오던 한숨이 새롭게 막히고 또 삼켜진다.

    배를 적신 정액을 그러모은 테스의 손가락은 계속해서 놋시의 속을 벌리고 넓혔다. 뜨거운 오메가의 내벽에 알파의 정액을 묻히며 들어와 떠날 줄 몰랐다. 날것의 쇳내와 달콤한 체액이 뒤엉키며 음란하고 어지러운 향을 퍼뜨렸다.

    “아, 아응, 흐읏, 아니…….”

    놋시는 그러지 말라고 말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그러지 못한다. 들끓는 몸과 마음이 미쳐 가고 있다.

    그대로 들어와 줬으면. 내 몸을 가를 만한 저것이 이대로 저 속을 채워 줬으면.

    테스의 몸이 내 속을 찌르고 자리를 차지하고, 이 허기를 채우고 갈증을 적셔 줬으면 좋겠다고, 흉측하고 황홀한 소망이 놋시의 머리를 붙잡고서 놔주질 않고 있다.

    그래선 안 되는데. 짐승의 열기에 속아 그래선 안 되는데도.

    피가 몰리고 열이 올라 붉어진 놋시의 얼굴이 덜컥거린다. 바닥을 짚은 두 팔이 힘들게 어깨를 일으키자 테스의 허벅지에 걸쳐진 그의 벌려진 하체가 미끄러지며 발기한 성기가 크게 흔들렸다.

    아, 그것조차도 이제는 고통이다. 아픈 숨을 삼키고 애써 눈 뜬 놋시가 무릎을 잡는 테스에게 애원하고 만다.

    “안 됩니다. 몸을 섞으면 안 되는 걸, 알면서…….”

    “안다. 두렵겠지. 너는 아직 어리니까, 내가 기다려야만…….”

    “그게 아니라! 이런 건 맺어진 짝과 할 일이라서!”

    “…….”

    “우리는 형제고, 몸을 섞지 않을 거라고, 그래선 안 된다고…….”

    “…….”

    후끈거리는 열이 머리끝까지 올라와 놋시의 목소리를 끊어 먹는다. 온몸이 저릿하고 욱신거렸다. 습기가 차올라 촉촉해진 뺨에는 어느새 눈물이 땀처럼 굴러떨어지고 있다.

    가슴을 들썩이며 벌린 다리를 모으려 애쓰는 그의 앞에서 테스의 입이 멈췄다. 단정하게 묶여 있던 길고 곧은 금발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깊은 눈매 위로 여러 가닥 흘러 있었다.

    초록이 어둠에 먹혀 버린 그 눈동자가, 열로 가물거리는 놋시의 시선을 잡아챘다.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니.”

    “…….”

    “그래, 내 침을 먹고 이 손에 속을 내주고도 우리는 몸을 섞지 않았지…….”

    “테스…….”

    테스의 성기가 곧추선다. 어둑한 동굴 속의 노란 불빛으로도 놋시는 그걸 알아봤다. 붙들린 그의 다리 사이에서 검붉은 색의 윤기 나는 몸통이 꿈틀거렸다.

    그대로 삼키고 싶은 짐승의 욕망이 전신을 붙들고 놔주지 않는데도 놋시는 고개를 돌렸다.

    허리를 뒤틀며 도망치려 돌아선 그의 두 손이 얇은 바닥 위의 값진 천을 붙들고 움켜쥔다. 관절이 곤두선 하얀 손등이 무너지는 절벽에서 매달리듯 애절하다. 피할 수 없는 다음을 알면서도 발버둥 친다.

    당연한 미래를 바라며 준비하는 본능과 마지막 의지가 뒤엉키며 몸을 찢었다. 열기에 붙들린 놋시의 육체에서 숨이 엉키고 심장이 덜컹댔다.

    “아! 흐으, 흑.”

    엉망이 된 얼굴이 눈물을 터트리며 추락한다. 몸 안의 허기가 섬뜩한 공허로 놋시의 의식을 짓밟았다.

    힘이 빠진 몸이 불만과 욕심을 담고서 무너져 내렸다. 사방에서 줄을 당겨 부서진 인형처럼 날카로운 아픔과 둔중한 통증에 흐느낌이 목을 조였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건 머리뿐이다. 놋시의 다리는 절로 벌어져 기대로 떨리고 있다. 폭발하는 흥분이 몸을 굳히고 등줄기를 세우고서 다음을 고대한다.

    그리고 허리가 잡히고, 커다란 손의 익숙한 손가락이 그의 젖은 살을 열고.

    없던 것이 나타나고 있던 것이 밀려나는 처음이 일어난다. 벌린 살에 닿은 테스의 거대한 성기가 떨리는 입구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더운 열기를 토하며 수축하고 이완되던 동그란 근육이 침입자에 전율하며 한계까지 열려 반긴다. 바닥에 버려진 놋시의 얼굴이 뜨겁고 차가운 세상을 잊으며 압박하는 충격에 사로잡혔다. 최초의 결합, 최초의 과정이다.

    “하으읏, 흐윽, 흐으…….”

    그렇게 테스가 놋시를 안았다. 바닥에 밀린 어깨가 아니라 뒤틀린 허리를 붙잡은 그가 무릎을 세우고서, 둥글게 올라붙은 부드러운 살결 속 그림자를 침입했다.

    놋시의 살을 열고 들어간 테스의 성기가 뼈가 있는 손가락처럼 속을 파고들었다. 노골적이고 원색적인 움직임에는 하나의 망설임도 없다.

    그 순간. 테스의 단단한 성기가 좁고 뜨거운 입구에 머리를 넣고서 흥건한 체액에 몸을 적시며 빠져들듯 끝까지 비집고 들어간 순간. 짐승이 붙어먹듯 엎드려 뒤를 박히고 만 놋시의 매끄러운 성기가 비명을 지르듯 사정했다. 후두둑 묽은 정액을 눈물처럼 떨구면서.

    놋시에게 찾아온 낯선 극치는 너무 빠르고 너무 높았다. 들려진 하체는 붙든 손과 꿰뚫은 성기로 인해 쓰러지지 않았지만 정신은 그렇지 않다.

    그의 의식은 마침내 만족한 오메가의 체액과 묽은 정액이 뒤섞이며 풋내가 끓어오르는 달콤함에 매몰됐다. 최초의 완전한 결합이 그만큼 강렬한 탓이다.

    하지만 테스를 깨운 건 그의 성기가 얻어 낸 파열의 자극이나 믿기 힘든 쾌감이 아니다. 멎는 숨처럼 침몰한 놋시의 육체와 욕심에 취한 자신의 행위가, 그것이 테스의 눈먼 정신을 깨웠다.

    오늘은 테스가 꿈꾼 그들의 최초와 크게 달랐다. 그는 수백 번 보낸 외로운 밤마다 놋시를 안는 순간을 꿈꿨지만 언제나 나중으로 미루게 만드는 걱정이 그 앞에 있었다. 힘겨울 육체에 대한 불안도 그중 하나였다.

    제국과 왕국이 있기 전부터. 있은 후에도. 세상 곳곳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알파의 육체는 보통 사람의 것과 달랐다. 그들의 냉정한 통제력과 주도적인 성향은 전쟁과 전투에 어울리는 장점이었지만 힘이 없다면 소용이 적었을 재능이다.

    사람을 뛰어넘은 그들의 힘은 거기에 어울리는 육체가 있어야만 가능했고 그중의 남다른 하나는 사람에게 없는 생김새였다.

    알파의 성기는 숲과 벌판에서 영역을 지키는 늑대와 닮았다. 호기심과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질시와 경멸의 주체가 되기도 하는 커다란 특징이다.

    테스가 타게신의 이름으로 드높아질 때 그를 찾아온 아름다운 이 중에는 흥미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퇴폐한 유혹도 섞여 있었다. 어린 그와 함께 칼을 들었던 전쟁의 동료 중에도 그런 이들이 있었다.

    성별을 뛰어넘는 호기심의 대상으로 원치 않는 관심을 받는 건 알파와 오메가의 한 가지 공통점이었고 어떤 이들은 주어지는 기회를 마다하지 않았다.

    타고난 재능을 낭비해 뒤처져 버린 알파 중에서 보기 쉬운 퇴락이었지만 때로는 그런 자도 좋은 가족을 갖고 있다.

    체레오의 왕은 알파가 아니었다. 그러나 제국의 먼 옛날에 뿌리가 있는 그의 피에는 모든 것이 흘렀다. 수도에는 왕족과 귀족의 이름으로 왕의 핏줄이 모여 있었다. 알파와 오메가가 함께하는 그들의 생활은 화려할 뿐 난잡하지 않았지만 사치한 벽의 바깥에선 달랐다.

    책임이 사라진 힘에는 언제나 문제가 뒤따르는 법이다. 왕국의 수도와 국경의 전쟁터를 거쳐 사막의 도둑이 들끓는 무법 지대의 경비대장이 된 테스는 놋시가 모르는 많은 진실을 보고 자랐다.

    음란한 장난으로 훼손된 사람의 육체는 어린 시절의 그가 상상도 불가능했던 악몽의 실현이었다. 소년이 되기 전부터 진짜 칼을 들었고, 잔인하고 살벌한 전투를 수없이 살아남은 테스도 어떤 동물의 실체에는 경악하고 말았다.

    알파는 사람과 다르다. 테스는 첫째가는 이를 온전히 품을 수 있는 건 마지막의 주인뿐이라는 말을 지식과 경험으로 배웠고 믿었다.

    그래서 세상의 다양한 그들이 다른 이름과 다른 생김으로도 오메가를 따르는 것이고, 바다를 건너고 전쟁을 일으키며 상대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놋시는 완벽한 주인이고 산을 타고 절벽을 다닐 만큼 건강한 육체였지만 테스는 그보다 크고 강하며 거셌다. 혼자 있는 순간의 망상조차 엄격히 조종되던 이유는 순수한 애정과 현실적인 걱정의 조화였다.

    알파의 타고남을 주의하는 테스의 현실적인 걱정은 작지 않았지만 순수한 애정의 우려는 그보다 컸다.

    어떤 마음과 어떤 밤을 겪어도, 그는 놋시가 죄의 구덩이로 여기는 절벽 아래 동굴에서 주인에게 붙들린 몸을 안고 싶지 않았다.

    죄책감을 둘러쓴 그의 동생은 원해서 한 게 아닌 모르는 시간의 일조차 자신의 탓으로만 치부했다. 너는 짐승이 아니라고 말하면 그보다 못하다 대답하는 눈동자가 새로운 상처를 내곤 했다.

    그들의 첫 번째는 준비와 계획이 필요할 목적이었다. 서로의 처음을 위해 테스는 많은 것을 구하고 있었다. 그는 놋시의 다친 마음을 알고 있는 유일한 상대였고 하나뿐인 가족이다. 거짓으로 감추는 얼굴과 숨기는 진실의 흉터를 아는 것도 그뿐이고 고쳐 줄 이도 그뿐이었다.

    그런 오랜 소망 덕분에, 그리고 진실한 의지 덕분에, 테스는 날뛰는 욕망과 도구가 된 육체를 억누를 수 있었다. 힘겹고 느린 시도는 가까스로 성공했다.

    전신을 잡아먹는 쾌감에서 빠져나오는 건 어렵다. 테스의 입에서 느리고 무거운 호흡이 힘겹게 걸어 나왔다.

    뜨겁고 습한 오메가의 소망이 알파의 성기를 붙들며 애원하고 있지만 원하는 대로 해서는 안 됐다. 테스는 입술을 깨물며 세게 눈을 감아 남은 이성을 그러모았다. 주인의 열정에 사로잡혔던 첫째가는 이의 육체가 응축된 힘으로 굳어 이성을 되살렸다.

    하지만 그의 손안에 잡힌 놋시의 허리는 환희에 떨고 있다.

    “아, 으응, 아니…….”

    바닥에 밀린 마른 어깨가 고통이 아닌 감각으로 떨고 있다. 짐승처럼 엎드려 허리를 붙들린 채 꿰뚫리고도 동생의 입에서는 흥분의 찬사만 나온다. 세상을 잊게 만드는 열기에 사로잡혀 아픔과 수치를 몰라서다.

    테스는 놋시에게 아픔과 수치를 주지 않을 것이다.

    몇 초가 몇 분 같은 정적이 이어지며 세상의 정지가 풀린다. 놋시의 허리를 잡고 있던 테스의 손이 마침내 움직였다.

    움켜쥔 왼손 옆에서 여린 살과 좁은 입구를 빠듯하게 벌려 놓은 테스의 성기가 몸을 떨며 빠져나왔다. 느릿한 움직임에 밀착됐던 내벽이 따라붙으며 놋시의 신음을 끄집어낸다.

    아응, 으응, 녹아나는 목소리를 들으며 입술을 깨물고 몸을 숙인 테스가 간신히 끝까지 빼낸 다음 숨을 몰아쉰다. 거칠어진 박자가 땀이 솟은 넓은 어깨부터 밑으로 퍼졌다. 충동과 욕구가 그의 심장을 두들기고 있다.

    테스의 굴곡진 등이 꿈틀거리며 몸속의 힘을 막아선다. 그러자 놋시의 몸에 들어갔다 나온 그의 성기가 젖은 몸통을 곧추세우고 허공을 휘둘렀다. 그 끝에서 어긋난 살결 틈새의 구멍이 반복적인 다물림으로 보는 이를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테스는 본능과 영혼이 원하는 대로 눈앞의 욕망을 좇지 않았다. 발악하는 동물의 목을 조이듯 스스로의 숨을 멈추고 소리를 없앤 그는 쓰러진 놋시의 몸을 보듬어 바로 눕혔다.

    그러자 바닥에 눕혀진 놋시의 두 팔이 뻗어 왔다. 벌려진 다리가 무릎을 굽히며 허벅지를 드러내고 젖은 구멍을 열어 보인다. 노랗고 붉은 불빛 아래 그림자에 가려진 주인의 몸이 향기로운 체액을 흘리며 첫째가는 이를 불렀다.

    “흐읏, 안 돼, 다시, 다시…….”

    테스는 그 얼굴을 알아봤다. 커다랗게 떠져 앞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를 알지 못하는 동생의 얼굴을 그는 열기에 잠긴 수많은 밤에 홀로 마주쳤다.

    “이렇게는 안 된다.”

    “아, 흐으…….”

    놋시의 조르던 손이 테스의 어깨에 막히고 위를 향한다. 제 손으로 입을 누르고 얼굴을 붙잡는다.

    찰나의 완벽을 그리워하며 보챔을 반복하는 젖은 구멍에는 테스의 손가락 두 개가 달려들어 위로하고 있다. 그 위에선 길고 곧은 머리카락을 흩트린 채 고개 숙인 테스의 입술이 흥분으로 부푼 섬세한 성기를 물고 혀를 내 핥았다.

    아, 아, 짧고 긴 되풀이가 신음을 높이고 형의 목구멍에 동생의 성기가 끝을 뭉개지만 오래지 않아 울음이 흐른다.

    놋시의 온몸 모든 구멍에서 뜨거워진 열기가 새어 나온다. 구불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을 부여잡은 손가락이 쥐어뜯으며 괴로워한다. 이성을 흐리게 하는 열병의 집착이 주인을 취하게 했다.

    “안 돼, 아, 어서…….”

    테스의 손가락은 세 개로 늘어나 있었다. 그런데도 부족했다. 체액으로 미끄러워진 움직임이 좁은 틈에서 꿈틀거리며 자극을 더해도 아쉬움의 재촉만 만들어진다.

    놋시의 몸속에서 열기로 떨리는 내밀한 점막이 집요한 힘으로 그의 손가락을 물고 빨았다. 발기된 채 고통스러워하는 매끈한 성기에도 얇은 핏줄이 두드러진다.

    그 밑에서 뚝 뚝 꿀처럼 진득해진 체액이 새롭게 흐르자 현기증을 불러오는 독한 단내가 났다. 마지막의 주인이 악을 쓰며 끔찍한 허기를 채워 달라 애원하고 있다.

    “놋시…….”

    “흐윽, 흐으응, 아니, 흡, 흐흑, 어서, 내게…….”

    꿈꾸던 환상을 맛보게 된 놋시의 육체가 죽어 가는 짐승처럼 흐느꼈다. 그 울음을 듣고는 누구도 고개 돌리지 못한다. 주인의 괴로움이 자기 것 같아 첫째가는 이의 어금니가 세게 물렸다. 테스는 놋시가 싫어할 짓을 하지 않고 싶지만 그가 아픈 걸 놔두지도 못했다.

    테스의 고뇌는 길지 못했다. 동생의 벌려진 허벅지 사이에서 무릎 꿇은 그가 뜨거운 살결 속 더 뜨거운 구멍에 번들거리는 성기의 머리를 맞추고 조금씩 천천히 빠져들듯 몸을 섞었다.

    침입에 환호하며 부들거리는 피부의 주름이 열리고 점막이 밀려난다. 주르륵 체액을 흘리는 구멍에 박힌 머리가 멈추지 않는다. 굵고 단단한 몸통이 신중하고 집요하게 끝까지 들어가고야 만다.

    숨이 막힌 놋시의 호흡이 짧아졌다. 살이 없는 아랫배가 들뜨며 떨렸다. 좁은 허리의 얇은 거죽 위로 모양이 드러날 것처럼 전부 들어가 가득 찼다.

    빠듯한 입구 너머 속에서는 미끈거리는 점막이 테스의 성기와 하나처럼 엉겨 들고 한계까지 벌어지며 허기진 갈망의 해소를 요구했다.

    그 뜨거운 속의, 애원하고 매달리는 욕망이 너무나 솔직하다.

    부드러운 피부와 유연한 팔다리를 보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집착으로. 원색의 욕정을 고스란히 접하게 된 테스의 전신이 타오르고 얼어붙었다. 넣었을 뿐인데도 믿지 못할 쾌감으로 덮쳐 오던 최초의 순간이 다시금 시작되며 그의 눈을 가리고 짐승의 본능을 되살렸다.

    “놋시, 흣…….”

    “아윽, 흑, 흐으…….”

    애원인지 한탄인지 모를 색깔로 놋시의 온몸이 물들지만 매끄러운 성기는 여전히 곤두서 있다. 테스의 어깨가 숙어지며 흐느끼고 환호하는 얼굴을 두 팔 안에 가두자 놋시의 몸속을 꿰뚫은 성기가 한층 더 깊숙이 끝에 닿았다.

    “아! 흐으, 으응…….”

    “내가, 아…….”

    “아니, 아니…….”

    무슨 말이든 하던 작은 입이 막힌다. 마음껏 움직이지 못하는 저 밑의 살덩이를 대신하듯 테스의 서늘한 혀가 놋시의 입안을 헤집었다. 작은 혀를 물고 빨며 젖은 입술을 짓누르고 숨을 토하며 침을 먹였다.

    그의 육체 아래 눕혀져 위와 아래를 꿰뚫린 놋시의 팔다리가 변해 가는 흐느낌처럼 일어서고 되살아난다.

    제 머리를 움켜쥐고 바닥을 헤매던 놋시의 손이 테스의 가슴을 더듬어 올라와 목덜미에 걸렸다. 바닥을 짚은 테스의 팔뚝에 검고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이 자잘하게 속삭였다.

    혼자 움직인 테스의 오른손이 놋시의 좁은 가슴을 더듬으며 닿는 살을 애무한다. 등허리를 쓰다듬고 자꾸 들썩이는 옆구리를 어루만졌다. 힘들던 숨이 천천히 풀리고 있다.

    참으며 기다린 끝은 시작을 위해서다. 놋시의 몸이 드디어 자리를 잡았다. 포악한 크기로 속을 채운 알파의 성기가 버거워도 밀어내지 않는, 가득 찬 배와 가는 허리가 떠오르고 떨리며 얕은 박자를 맛봤다. 완벽하고 명확한 결합이 끈끈하게 결속되는 시간이다.

    “으응, 아, 흐응…….”

    아픔이 사라진 놋시의 호흡에 물기가 늘어났다. 바닥을 짚은 테스의 긴 팔뚝 끝에서 각진 손목이 부드럽게 굽혀져 검고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에 손을 묻었다.

    입술을 떼지 않고 계속해 녹여 먹으며,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탄탄한 허리를 통해 나왔다. 놋시의 다리 사이에 몸을 눕힌 테스의 긴 허벅지에서 근육이 윤곽을 더하고 벗은 등이 꿈틀거린다. 굴곡이 깊어지다 줄을 당기며 올라서고 내려앉는다.

    고요하게 맞닿은 육체 사이에서 얕게 드러났다 사라지는 굵은 성기의 몸통이 척척한 소음을 늘렸다. 가볍고 느리던 박자가 점차 무게를 얻으며 빨라진다.

    그러자 놋시의 입술에서 웃음 같은 숨이 쏟아졌다.

    “흐응, 응, 읏, 하으, 으읍.”

    “놋시, 후으, 읏.”

    “응, 응, 아, 아…….”

    “…….”

    “아, 좋아, 으응, 좋아…….”

    소리 없이 일어나던 움직임이 점차 커지다 턱, 턱, 살을 뭉개며 충돌하고, 화가 난 것처럼 반복되다, 소리 지르고 싶다며 박자를 잃는다.

    거세게 부딪히는 앞에서 제멋대로 흔들리는 놋시의 성기 밑 맨들거리는 빈틈조차 모조리 닿아 문질러진다. 흥분한 몸을 짓누르며 전신으로 감각하던 테스가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놋시의 등허리는 더 이상 바닥에 온전히 닿지 못한다. 간신히 놓인 어깨 위로 허리가 잡혀 들렸다. 그 허리를 잡은 테스가 힘을 참으며 무릎을 꿇고 앉는다. 근육이 삐져나올 듯 두드러진 허벅지 위로 놋시의 두 다리가 늘어졌다.

    들썩거리며 박자를 잃었던 놋시가 새로워진 각도로 깊어진 삽입에 몸서리친다. 두 손을 어쩔 줄 모르다 바닥을 잡는다. 그걸 기다렸다는 듯 테스의 허리가 참았던 힘을 풀어 놓는다.

    “아! 흐윽, 으응!”

    “하아, 흣, 후으…….”

    “아! 아! 아읏!”

    달라진 시야처럼 서로의 세상이 변해 버린다. 보이지 않는 모서리에 찍혀 나듯 놋시의 육체가 전율한다. 매번 끝에 닿아 오는 삽입에 전과는 다른 정교함이 더해지고, 흐느적거리던 신음이 충격으로 높아져 날카롭게 잘려 나간다.

    막연한 열망이던 오메가의 애원에 정확한 길이 알려지고 아픔 때문이 아닌 눈물이 터졌다.

    얇은 바닥 위 마른 어깨는 계속해서 버둥거린다. 긴 다리를 늘어뜨린 채 위로 들린 놋시의 하체가 반동으로 밀려나지만 붙든 손에 잡혀 멀어지지 못한다.

    “아! 아, 아응, 응, 아, 흐응, 더, 더 세게, 아아…….”

    “어디가, 어디가 좋으니, 어디가…….”

    “다, 다 좋으, 응, 더, 으응, 응, 아, 아!”

    바닥을 쥐어 잡고 당기는 놋시의 손이 열렬하고 뒤통수를 치대며 흔들리는 얼굴이 해사하다. 허리를 잡은 테스의 손과 젖은 구멍을 채우며 파고드는 성기는 그렇지 않다.

    테스의 성기가 깊숙이 박힐 때마다 벌어진 놋시의 속에서 뚝뚝 체액이 흘렀다. 빠듯한 입구로 들어가고 나오는 굵은 성기가 젖은 속살과 달콤한 물기를 끌고 나오지만 다시 들어가고 또다시 들어간다.

    마찰과 충돌이 겹쳐지며 신음을 키우고 열기를 높여 갔다.

    무릎 꿇고 벌려진 단단한 허벅지 위에는 이미 물기가 흥건해져 있다. 마냥 열려 있는 놋시의 다리 사이에서 타고 흐를 피부도 없이 그대로 떨어진 체액이 단 냄새를 풍기며 값진 천을 적시고 얇은 바닥까지 스며들었다.

    그러다 결국 테스가 놋시를 끌어안는다. 허리를 잡은 손이 바닥에서 뒤틀리던 몸을 당겨 붙잡아 앉힌다. 깊어진 결합에 터지던 놋시의 비명이 입안의 혀와 함께 잡아먹히고 만다.

    피부와 피부가 한데서 녹아나며 습한 소음을 만들고 뜨거운 표피와 밀착된 점막이 떨어지고 붙으며 끈적하고 음란한 충동을 키워 냈다.

    “아윽, 읏, 응, 아!”

    “놋시, 헉, 아, 놋시…….”

    붙잡힌 놋시의 상체가 굵은 두 팔 안에서 조여든다. 테스의 성기가 속에서 요동칠 때마다 날갯죽지가 들썩이고 머리가 흔들린다. 근육을 타고 힘이 흐르는 테스의 허리에 놋시의 발기된 성기가 비벼지고, 탄탄하게 굴곡진 가슴 위로 곧은 직선을 그리는 쇄골에도 작은 유두가 닿아 문질러진다.

    붙들려 흔들리고 위아래로 들썩이게 된 놋시의 살결 사이로 테스의 검붉은 성기가 두툼한 뿌리를 보이며 크게 움직이고 있다.

    “응, 흐읏, 윽, 으응, 좋, 좋아…….”

    “후으, 흐으…….”

    화사하게 퍼진 단내보다 달콤한 목소리가 테스를 칭찬했다. 몸을 비집고 들어온 거대한 성기를 놋시의 젖은 살이 몸서리치며 환영하고 있다. 빠듯한 입구가 그 안의 뜨거운 점막이 테스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것처럼 그에게만 맞는 길을 만들며 벌어지고 달라붙는다.

    테스의 허리가 점차 높게 올라가고, 서둘러 내려오고, 깊숙이 파고들어 꿈틀거린다. 놋시의 두 손이 그의 어깨를 놓치지만 맞붙은 숨은 떨어지지 않는다. 허리와 등을 잡은 테스의 손에 의해 바짝 엉겨들 뿐이다.

    눈앞이 뿌연 놋시의 손이 되는 대로 잡은 것은 테스의 목덜미다. 테스는 입술에 닿는 마른 가슴에 이를 박고 살을 빨았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세상에서 유일한 목소리를 듣던 그가 다가오는 절정의 예고를 느끼며 저도 모르게 손을 뻗는다. 일어서듯 커졌던 몸이 기세를 못 이기고 앞으로 넘어져 버려서다.

    “아윽! 아! 흐으…….”

    다시금 바닥에 놓인 놋시의 어깨는 쉬지 못한다. 닿을락 말락 추락하던 등허리가 테스의 손에 들려 밀착되자 신음이 비명이 되고 비명이 환희가 된다.

    한 번 두 번 뚫을 것처럼 박아 오는 테스의 성기 밑에서 속을 메꿔진 놋시의 육체가 뜨끈하게 끓어올랐다.

    이제는 누구도 누구를 잡을 정신이 없다. 주먹 쥔 두 팔로 바닥을 밀어내듯 버티는 테스의 길게 다듬어진 상체 밑에서 놋시는 헐떡이고 신음했다. 마른 어깨가 들어오는 기운에 밀리다 나가는 기운에 끌려간다.

    “아! 아! 아응, 으읏, 흐읍…….”

    “놋시, 아, 놋시…….”

    테스의 눈이 자꾸만 감긴다. 아찔하게 달라붙는 속살에 쌓여 온 자극이 폭력적인 욕구로 탈바꿈한다. 부드러운 피부를 찢고 더 깊이 들어가고만 싶다. 척척한 소음을 만들며 충돌하는 육체를 하나로 만들고 싶다.

    뜨겁고 미끈거리는 구멍에 전신이 들어간 것처럼 온몸이 더워져 땀이 솟았다. 테스의 높은 콧대를 타고 흐른 땀방울이 놋시의 뺨에 떨어진다. 그걸 핥을 생각도 못 하며 바라만 보는 눈꺼풀이 깜박이자 거기서도 뚝 땀방울이 떨어졌다.

    엎드려 흔들리는 테스의 시야에는 보이는 게 하나뿐이다. 어두운 불빛에도 희게 보이는 작은 얼굴이 커다란 눈을 감고서 입을 벌렸다.

    소리가 멀어진 테스의 세상에는 그림자에 가려졌다 드러나는 놋시의 젖은 입술과 그 안의 작은 혀만이 선명하다.

    그리고 자신의 성기를 삼키는 구멍이, 그의 욕망을 주는 대로 받아먹으며 더 달라고 빨아 먹는 열기가, 녹고 있는 쇠처럼 부드럽고 뜨거운 통로가, 빼곡하게 채워지고 밀어내듯 감겨 드는 마지막의 명령이 테스의 전신을 달리게 한다. 멈추지 못하게 만들어 부서져 내리도록.

    녹을 듯 부드러운데도 탄력으로 버티는 살결이 광기 어린 열정을 받아 삼키고 버겁게 숨 쉰다. 놋시의 몸에 뿌리까지 들어간 테스의 성기가 몰두하다 빠져나온다.

    흥건한 체액으로 미끄러운 내벽이 따라붙는 사이 무감각한 바깥의 찰나로 열기를 식히고 다시금 머리를 박는다.

    파고들며 문지르고 다시 한번 닿으려 뻗어 나간 두툼한 끝이 좁은 내벽 깊은 곳의 도드라진 둔덕을 찧고 비비자 놋시의 입에서 소리가 멈췄다. 연달은 충돌이 전신을 두들기고 달궈 놓는다.

    테스의 눈앞에서 놋시의 젖혀진 고개가 흰 목덜미를 늘리며 나뒹군다. 놋시의 전신으로 퍼진 전율이 테스의 성기를 옥죄고 빨아들이는 무서운 자극으로 반복되며 세상을 멈추려는 듯 그를 붙잡지만 멈출 수 없어진다.

    숨 쉬는 걸 잊은 알파의 육체가 압박하는 힘으로 오메가의 몸을 가르고, 속을 탐하며 떨리는 구멍에 성기를 박아 넣었다. 길어지던 움직임이 얕아지고 다급해지다 나가지도 않은 채 안으로만 파고든다.

    안으로만, 안으로만, 네 속에 전부 다 들어가고 싶다는 듯이.

    “아윽, 흐읍, 흑…….”

    놋시의 입에서 드디어 막힌 숨이 터지고, 연달은 자극에 떨면서도 끝나지 못한 육체에 마지막 괴로움이 쌓일 때, 테스의 성기가 갇힌 절정을 해방시키듯 몸을 떨며 사정했다.

    틈이 없게 막힌 좁은 통로가 뜨거운 정액으로 가득 채워진다. 거대한 성기를 품는 걸로도 버거웠던 놋시의 배를 부풀리며 알파의 정액이 흘러넘쳤다. 전신을 채울 듯 쏟아졌다.

    그리고 그 무섭도록 선명한 감각에, 공포와 허기를 홍수처럼 휩쓸어 가는 뜨겁고 생생한 배출에 놋시의 허리가 발작처럼 들뜨며 최초의 정점에 도착했다.

    아,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동그랗게 열린 입이 그대로 멎었다. 완전한 결합이 만들어 낸 절정이 오메가의 육체를 붙잡고 마지막의 주인을 충족시켰다.

    마침내 찾아온 아늑한 결말에 놋시의 눈이 넘어가고 고개가 젖혀지며 사지가 풀어 헤쳐진다. 하지만 반드러운 성기는 묽은 정액으로 테스의 배를 적시고도 쉽게 쓰러지지 못했다. 만족한 의식이 잠들고도 그 몸은 쉬지 않는다. 지금은 발정의 시간이었다.

    “놋시, 읏…….”

    눈이 감긴 놋시의 얼굴을 쓰다듬던 테스의 등이 굽혀진다. 여진이 남은 땅처럼 떨리는 몸속을 가득 채우며 배출하던 알파의 성기에서 혹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팽창된 뿌리 밑동에서 젖은 살결의 집착으로 감싸진 귀두구가 사정의 기세로 몸집을 키우자 놋시의 지친 몸이 속절없이 잡혔다.

    첫째가는 이와 마지막의 주인이 서로를 약속하는 이 순간. 이것은 테스도 말로나 들어 본 일이었다.

    배출에 불과한 자위 행위로는 얻지 못하는, 상대가 있어야만 가능한 이것. 오메가의 살을 열고 들어간 알파의 성기가 몸을 엮어 버린 이것을 체레오의 왕국에서는 놏이라고 불렀다.

    살을 열고 들어간 몸이 서로를 종속하며 헤어질 수 없게 된다. 완벽한 결합이 완전한 결속에 갇혀 버린다. 주인에게 붙들린 첫째가는 이의 포효가 진득하게 그 속에 머무를 수 있도록, 다른 누구도 불가능하게 서로를 공유하는 약속이 되풀이된다.

    조용해진 세상에서 놋시의 육체에 사로잡힌 채로. 테스는 또다시 생에 최초의 경험을 얻었다. 그가 만든 최초의 약속은 절정과 마찬가지로 놋시에게 바쳐졌다.

    테스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있었다. 절정의 도약과 추락으로 감겨 버린 놋시의 눈은 기절한 듯 미동이 없다.

    부드럽고 유연한 몸 속 뜨거움에 묶여 있는 그의 성기가 호흡으로 꿈틀거리자 빠듯이 막힌 입구에서 체액과 정액이 새어 나왔다. 날것의 쇳내와 단내가 어우러지며 주변의 공기를 덧씌우고 테스의 눈에 물기를 입혔다.

    온전해진 감각이 성교의 절정과 전혀 다른, 이때껏 상상조차 못 해본 절대적인 충만함에 도취된다.

    내가 너를 안았다. 너를 채워 주고 너를 만족시켰다.

    테스의 본능이 자각한다. 이제껏 놋시의 발정기를 함께 앓으며 한 번도 이루지 못한 목적을 드디어 성취했다. 그의 두 손은 기쁨에 젖어 한참이나 더 품 안의 몸을 어루만졌다. 다시 태어난 것처럼 모든 게 새로웠다.

    촉촉한 뺨을 핥고 잠든 입술을 물고서 숨을 내쉬고. 그러던 알파에게 두 번째 사정이 찾아왔다.

    조심스레 한 번 두 번 얕게 움직인 성기가 가득 찬 정액을 더하며 욕심을 채워 주는 소중한 상대를, 그의 배를 자신의 씨로 흠뻑 적신다. 이미 넘쳐흐르는 그 안을 또다시 채워 놓았다.

    “으음…….”

    거듭된 배출에 눈 감은 놋시의 얼굴이 뒤척였다. 풀어 헤쳐진 사지와 달리 엮여 있는 하얀 배가 크고 얕게 숨 쉬자 그 속을 적시던 알파의 성기가 조여들며 다시금 자극받는다.

    예상 못 한 상황에 테스의 얼굴이 저절로 붉어졌다. 한계에 달했을 놋시의 내벽이 자잘한 경련으로 닳지 않는 욕망을 더하고 있다.

    편안히 잠든 놋시를 깨우고 싶지 않지만 곧 변명이 생겼다. 그의 육체 또한 재차 쏟아진 자극에 일어서 버린다.

    “놋시…….”

    “읏, 으응…….”

    테스는 조심스럽게 상체를 일으켰다. 약간의 변화에 몸속의 성기가 움직이자 눈뜨지 않는 놋시의 입술이 작게 열리고 솔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오메가의 의식은 지쳐 잠들었지만 육체는 발정으로 민감해져 있다. 한계치로 예민해진 건 그 속에 파묻힌 알파의 성기도 마찬가지다.

    테스의 성기는 깊게 삽입되고 놏으로 묶이고서도 본능적인 박자를 만들어 냈다. 두 번의 사정으로 가라앉아야 할 그것이 새롭게 힘을 얻고 있었다. 속에서 조금씩 늘어나는 자극에 놋시의 숨이 가빠지며 오르락내리락 흉곽의 들뜸이 커져 간다.

    곤두선 작은 유두가 살이 없는 가슴에서 유독 붉어 보인다. 습기로 촉촉해진 배 위로 어느새 머리를 세운 놋시의 성기가 부푼 몸통을 떨었다. 감은 눈이 움찔거리며 열린 입이 소리를 냈다.

    허벅지를 쓰다듬고 옆구리를 어루만지던 테스의 손은 점점 대담해졌다. 흥분한 오메가의 성기를 감싸 쥔 그가 아랫배에 손등을 기대며 자극을 더해 본다.

    그러자 놋시의 몸을 열고 이뤄진 그들의 접합이 고스란히 테스의 눈앞에 드러났다. 알파의 굵은 성기를 삼키고 둘러싼 연약한 피부가 얕은 움직임에 밀려날 때마다 조금씩 희뿌옇게 섞인 체액과 정액이 새어 나왔다.

    떨리는 손으로 열 오른 입구를 더듬어 본 테스가 진정하듯 눈을 떼고 바닥을 짚는다. 숨을 고른 그가 가쁘게 숨 쉬는 마른 허리를 잡고서 달래듯 쓸어내린다. 뼈가 드러나게 들썩이고 가라앉는 몸을 바라보다 또다시 손이 다가서고 만다.

    살이 없는 가슴을 모으듯 움켜쥔 테스의 왼손에서 엄지와 검지가 돌기를 자극하자 놋시의 고개에서 목덜미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아, 응, 흐음…….”

    덮치듯 숙어진 테스의 고개가 놋시의 목덜미에 파고들었다. 한참 동안 맥박을 따라다닌 그의 입술이 얄팍한 살을 깨물고 유두를 빨자 잠꼬대 같던 신음이 커졌다. 테스의 성기 역시 한층 크기를 키우지만 엮여 있는 상태로 이 이상 거칠어져선 놋시가 다칠 터였다.

    테스는 신중한 행위와 노골적인 손놀림으로 놋시의 사정을 이끌어 냈다. 질척한 입맞춤으로 작은 혀를 물고 침을 넘기던 그는 세상이 이대로 끝나더라도 모를 만큼 당장의 희열에 몰두하고 있었다.

    잠든 채로도 놔주지 않는 놋시에게서 테스의 몸이 풀려난 건 그 뒤로도 30분이 족히 흐른 뒤지만 그의 손은 멀어지지 못했다. 그의 눈도, 입술도, 모든 것이 놋시의 만족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발정에 휩싸인 마지막의 주인을 위해 테스의 몸과 마음이 완전히 바쳐졌다. 환영하고 숭배하면서.

    그리고. 그렇게 완전히 바쳐진 것은 테스의 육체만이 아니었다.

    드디어 한 차례 처음과 끝을 획득한 오메가의 본능은 참았던 원망을 토하듯 놋시를 놔주지 않았다.

    오메가를 만족시켰다는 본능의 충족과 두 번의 사정이 끝난 뒤. 테스는 서서히 이성을 되찾았다. 알파의 귀두구가 가라앉자마자 곧바로 놋시를 살펴볼 생각이었다. 처음인 데다 갑작스러운 관계로 혹시라도 다치지 않았을지 걱정됐다.

    모든 게 처음인 입장은 같았다. 테스가 정교한 칼과 신중한 전략으로 유명한 것은 동굴 바깥의 전투와 전쟁터였다. 기술은커녕 무모한 몰두뿐이던 시작을 놋시는 알지 못하더라도 테스는 잊지 못한다.

    노팅이 끝나도 허물어지지 않은 알파의 성기는 시간을 들여 결합을 벗어났다. 느슨히 벌어진 다리 사이에서 일어선 등이 빠져나왔다.

    굵은 몸통이 자리를 비우자 나릿하게 다물어지는 연약한 피부 위로 희고 묽게 뒤엉킨 체액이 함께 흘렀다. 테스의 성기 역시 자신이 쏟아 낸 질척한 정액을 묻히고 바깥에 나타났다.

    눈앞에 보이는 적나라한 광경과 젖고 더운 살에 닿아 오는 공기의 서늘함이 동시에 테스의 의식을 교란시킨다. 입술을 깨무는 그의 시선 밑에서 놋시의 눈꺼풀이 깜박거리며 열렸다.

    삽입의 충만감이 사라져서일까. 눈을 뜨고서도 놋시는 쉽사리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테스는 흐릿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동생의 지친 눈가에 입 맞춘 뒤 몸을 닦아 줄 무명천을 가져왔다.

    그가 뜨거운 온천수에 적신 천을 들고 돌아왔을 때도 놋시는 사지를 풀어 헤치고 누운 그대로였다.

    “아픈 데가 있으면 말해라.”

    “으음…….”

    “…….”

    놋시는 여전히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테스의 가슴 구석에 찬 기운이 들었다.

    벌거벗고 속을 보이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동생의 모습은 그만이 아는 것 중 하나였다. 고열을 잃은 뒤 드물어진 상태였는데, 오늘의 결합이 그만큼 거셌다는 증거일 것이다.

    정신을 빼앗긴 것은 내가 먼저였지. 테스는 자신을 탓하며 놋시의 몸을 닦기 시작했다. 놋시는 그새 다시 자겠다는 듯 조용해져 있었다.

    눈 감은 얼굴을 닦아 준 뒤 어깨부터 손끝까지 빼놓지 않은 테스가 열이 식은 다리를 만질 때쯤 소리가 나타났다. 바닥에 모로 누웠던 놋시가 꿈을 깨듯 부스스 일어서려 한다.

    “물을 마실 수 있겠니.”

    “아니…….”

    놋시는 긴말을 하지 않았다. 부스러진 얼굴로 숨을 고른 그가 테스의 손을 잡았다. 무릎을 잡고 있던 왼손이 끌려간 곳은 아직 촉촉한 입술이다. 그 입술이 기다란 손가락을 물고 빨며 웅얼거린다.

    “더…….”

    “…….”

    손가락에 뒤엉킨 작은 혀가 이어간 나머지 말은 뭐라 하는지 알아듣기 힘들게 흩어졌다. 하지만 말이 필요 없었다. 일어나 앉으며 아무렇게나 놓였던 놋시의 다리가 무릎을 세우며 벌어진다.

    테스의 눈앞에 또다시 발기된 놋시의 성기와 그 밑의 젖은 구멍이 훤히 드러났다. 베풀어졌다. 길었던 결속의 탓인지 또는 여전한 흥분의 여운인지, 완전히 닫히지 못한 주름이 떨림을 반복하며 속살을 보였다.

    알파의 모든 걸 품고도 다치지 않은, 나약한 유혹처럼 생겼지만 견고한 육체에서 밖으로 흐르는 것은 발정한 오메가의 체액만이 아니다.

    뒤엉킨 냄새와 희뿌연 색으로 자신을 주장하는 테스의 정액이 놋시의 속에서 넘쳐 나 새어 나오고 있다.

    지금은 영원히 부족한 시간이다. 마지막의 주인은 명령하지 않았다. 그는 어서 빨리 해달라고 더 필요하다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조르지도 않았다.

    놋시는 물기가 빛을 먹은 눈동자로 테스의 손가락을 빨며 다리를 벌리고 속을 내보였다. 무명천을 놓친 테스의 오른손이 자신도 모르게 하얀 허벅지를 스치며 따라가 그 끝에 닿게끔.

    그리고 그 끝에서는 놋시의 욕망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만져지는 입구는 조금 지친 것도 같다. 뜨거운 피부와 주름을 더듬던 테스의 손가락이 놋시의 열린 속으로 조심스레 들어갔다. 질척하고 달콤한 체액에 적셔지며 두 번째 마디까지 들어가자 테스의 시야에 간지러운 신음이 흩어졌다.

    하나가 두 개가 되며 속을 후비자 묽은 체액과 질감이 다른 희뿌연 정액이 체내의 열기를 품고서 삐져나왔다. 테스의 것이다. 놋시의 속을 채웠던 테스의 정액이 아직도 남아 있다 얇은 바닥 위로 흘러내렸다. 당사자도 놀랄 만큼 엄청난 양이었다.

    그 순간 스칠 듯 가까워진 검은 머리카락이 테스의 뺨을 간지럽힌다.

    “놋시…….”

    “아, 으응, 흐읏…….”

    놋시의 입은 어느새 비어 있다. 테스의 손 하나를 놓으며 고개 숙인 그가 다시 손을 잡는다. 이번에 잡은 것은 다리 사이의 오른손이다.

    단단한 손목과 핏줄이 선 손등에 엉성하게 매달린 놋시의 두 손이 아픔을 모르는 행동으로 재촉을 이어 간다. 테스의 손가락 두 개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파묻혔다.

    “응, 아, 더…….”

    “…….”

    “아, 아! 으응, 흐읍…….”

    놋시의 손에 붙잡힌 테스의 손이 숨죽인 잡음을 만들며 크게 당겨진다. 그 끝이 깊은 속의 도드라진 굴곡을 더듬자 신음이 빨라지고 손마디가 굽으며 위아래를 찌르자 숨이 가빠진다.

    오메가의 성기가 그림자를 흔들었다. 그 밑의 좁은 입구에서 체액으로 미끄러워진 손 세 개가 뒤엉켜 음란한 박자를 탄생시켰다. 테스의 속에서 있는 줄도 몰랐던 난잡한 욕망이 생겨나는 찰나였다.

    그 순간 테스는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던 손을 빼냈다. 더 이상 해서는 놋시를 다치게 할 것이 두려워진다.

    “아, 더…….”

    “그래. 그래…….”

    불규칙해진 심장을 억누른 테스가 울음이 섞이는 어리광을 들어 주며 놋시의 허벅지를 잡았다. 누르는 대로 눌리는 하얀 다리를 눕히고서 그의 전신이 따라가자 멈춤 없는 흐름으로 각자의 자리가 되돌아온다.

    놋시의 벌어진 다리 사이에 테스의 몸이 맞춰지며 겹쳐진다.

    허벅지를 스치며 바닥을 디딘 테스의 무릎을 나뭇가지 침대가 버티고 있다. 조르는 입술에 입 맞춘 테스가 놋시의 손 하나를 끌어다 자신의 목에 걸었다.

    “나를 잡아라.”

    “흐음…….”

    들뜨고 열린 육체에 테스의 성기가 끝을 접한다. 미끄러운 주변에 열기를 더한 살덩이가 뼈가 있는 듯 단단해져 머리를 박는다. 두툼한 시작을 느리게 끝내더니 멈추지 않고 끝까지 파묻힌다.

    “으흣, 아…….”

    “나만 보고, 나만 잡고서…….”

    테스의 왼손이 바닥을 짚자 오른손이 품 안의 허리를 들었다. 엎드린 가슴팍에 맞닿을 듯 높아지자 목에 걸렸던 놋시의 손이 둘로 늘어난다. 그 두 손이 긴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넓은 어깨의 근육에 손톱을 박았다.

    들려진 허리에 따라붙은 놋시의 하체가 솟은 성기를 누르고 빠듯하게 채워진 속을 조였다. 깊숙한 삽입으로 들어찼던 테스의 성기가 조금씩 빠져나오다 거세게 되돌아간다.

    “아, 아, 흐응…….”

    “나를 가져라.”

    “흐읍, 읏, 흐윽.”

    “나만, 후으, 나만이…….”

    “흣, 으읏, 아!”

    테스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찰흙을 밟는 아이처럼 순서 없는 박자로 성교가 되풀이된다. 엎드린 테스에게 바짝 붙어 매달린 놋시의 입에서 빠르고 짧은 신음이 다급히 뱉어졌다.

    축축한 살을 파고든 성기가 얕고 자잘한 움직임으로 자극을 더하며 마음을 쏟았다. 입안의 혀가 천장을 훑고 찌르는 것처럼 몸 안의 성기가 머리를 휘두르며 내벽의 둔덕을 짓찧었다.

    아, 아, 높아지고 커지던 놋시의 신음이 비명으로 이어진다. 몰아쳐 온 절정에 함께 휩쓸린 테스가 목덜미를 씹자 그의 배에 닿아 있던 놋시의 성기가 끝을 적시며 허물어졌다.

    그보다 먼저 사정하기 시작한 테스의 성기에서 열 오른 혹이 부풀며 두 개의 육체를 하나로 엮었다. 계속되는 약속에 따라온 만족은 익숙해지기 어렵게 황홀하다.

    “놋시, 놋시…….”

    “후으, 흐읍, 흣, 아…….”

    바닥에 침몰한 육체가 뒤엉킨다. 혀가 맞닿고 침이 오가며 시간을 잊고 세상이 잊혀진다.

    숨이 가라앉은 몸을 조심히 안은 테스가 자세를 바꿨다. 그의 무게에 눌린 놋시가 힘들까 봐 밑으로 눕자 꿰뚫린 채 얹혀 있던 몸이 꿈틀거리며 움츠러든다.

    그러더니 어깨를 떨고, 아슬아슬하게 숨 쉬고, 고개를 들어 내려다본다. 물기가 맺힌 속눈썹이 위아래로 열리고서 테스를 향했다. 크게 떠진 청회색 눈동자가 그를 알아보고 더욱 커진다.

    “놋시.”

    “…….”

    테스는 놋시를 알아봤다. 그는 정신이 돌아온 동생의 커다란 눈동자 속에서 수많은 감정이 폭발하는 걸 똑똑히 지켜봤다.

    입을 열고도 말하지 못하던 놋시의 얼굴이 하얘졌다 붉어진다. 수치와 모멸감과 충격과 슬픔이 혼란으로 이어지며 뚜두둑 눈물방울로 떨궈졌다.

    그러나 테스는 놋시를 놓지 않았다. 그는 우는 얼굴을 끌어다 그 눈물을 핥아 먹고 우는 소리를 막으며 혀를 섞었다. 울음이 번지다 신음으로 변해 결국에는 구별할 수 없어졌다.

    그들은 계속해서 몸을 섞었다. 형의 성기가 동생의 속을 못처럼 찌르고 마개처럼 박혀 떠나지 못했다. 놋시는 몇 번을 하는지 모르게 가눌 수 없는 머리로 비명 지르고 신음하며 쾌락에 떨었지만 정신이 들 때마다 처절해졌다.

    그에게 제일 끔찍한 것은, 테스의 성기가 박혀 있지 않은 걸 견디지 못하는 자신의 추악한 허기였다.

    『하베스트』 2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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