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8. 여행
“여행을 떠나요~ 도도한 고양이랑~”
“…….”
“씽씽 달려요~ 도도한 고양이랑~”
“…….”
“바람을 맞아요~ 도도한 고양이랑~”
“……이연아. 그건 무슨 노래야.”
태연한 척하며 운전대를 잡고 있던 차주원은, 결국 옆자리에서 다리를 살랑대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이연에게 물었다.
“제가 만든 노래예요! 여행 기념으로요.”
이연이 커다란 눈을 곱게 접어 웃으며 대답했다. 저번에는 제 승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춤을 만들더니, 이번에는 노래인가 보다.
“네가 노래도 잘 부르는 줄은 몰랐네.”
사실 이연은 노래를 잘 부른다기보다는 음치에 가까웠지만, 차주원은 봄바람 같은 그 목소리 자체를 좋아했기에, 가사가 조금 당황스러운 것만 빼면 귓가에 닿아오는 소리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그런 칭찬 처음 들어봐요! 춤 잘 춘다는 칭찬은 많이 들었었는데…….”
“누구한테.”
“아…… 예전에, 아빠한테요. 엄마도 그랬고…….”
“그랬어.”
부모님 얘기를 꺼내기만 하면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던 이연은, 이제 작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더는 과거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될 만큼 행복하기 때문이었다.
차주원과 함께 납골당을 방문할 때면, 이연은 항상 부모님께 안심시키듯 말했다. 이제는 엄마 아빠가 떠나기 전만큼 행복하다고, 더는 외롭지 않다고. 엄마 아빠가 거기서도 저를 볼 수 있게 계속 티브이에 많이 나올 거라고. 이제는 아프지 않으니까, 제 걱정은 하지 말고 안심하시라고.
차주원은 바로 그 옆에서 이연의 작은 목소리를 들으며, 부드러운 손을 꼭 잡아주었다. 더는 여원이도, 이연이도 다시는 외롭지 않을 거라고, 제가 항상 이 아이 곁을 지킬 거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차주원은 서이연에게 두 사람이 이미 보육원에서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그때의 얘기를 하려면 제가 열네 살 어린 여원에게 했던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떠나버린 아이에 관한 사실을 털어놓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차주원은 이연이 제게 상처를 주었다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단 1초도 지나치게 길었다. 이연의 마른 어깨가 축 처진다면, 그 맑은 눈동자에 물기가 어린다면.
“와아아~~ 소금 바람이다!”
오픈카가 속력을 내자 이연이 양팔을 위로 들고 소리를 질렀다. 한적한 해안도로를 달리는 스포츠카 사이로 바닷바람이 휘몰아치듯 고였다 빠져나갔다. 차주원은 이연이 팔을 올리자, 그가 날아갈까 봐 걱정이라도 된다는 듯 스포츠카의 속도를 줄였다.
차주원은 현재 이연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연이 제 곁에서 온전한 행복을 느낄 수만 있다면, 열여덟 차주원은 그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순간은 바로 현재였기에.
단지, 진실을 알게 된 이상 이연에게 티끌만큼이라도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어 확실하고 더러운 방법으로 처리했을 뿐이었다. 이연을 폭행한 양부의 경우엔 쉬웠다. 그는 그 추잡한 본성을 숨기지 못하고, 최근까지도 폭행 혐의로 경찰서를 들락거리며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주원은 그저 늦은 밤, 이연을 편히 재운 뒤 병실 밖으로 나와 배정 검사와 판사에게 전화 한 통을 걸었을 뿐이었다. 아마 감옥에서 나올 때쯤엔 휠체어를 타고 있을 양부를, 이연은 스치듯 만날 일조차 없을 것이다.
차주원이 여원을 잃은 날을 악몽으로 꿀 때면 항상 마주해야 했던 보육원 원장의 얼굴은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자신을 찾아온 저를 보고는 경악해 제대로 말도 잇지 못하는 원장을 보며, 차주원은 그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날처럼 무덤덤하게 말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보육원 아이들에 대한 학대와 기부금 비리가 조사되고 있고, 당신은 곧 교도소에서 남은 생의 절반 이상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차주원은 제 앞에 무릎을 꿇고 한 번만 용서해달라며 비는 그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항상 제 꿈에 찾아와 아이가 떠났다고 말하는 그 비웃는 듯했던 얼굴이 이제는 저 처절한 얼굴로 바뀌길 바라며.
그 모든 일은 이연이 퇴원하기도 전에 끝났다. 차주원은 커리어에 관한 고민 외에는 이연의 미간에 주름이 잡히게 할 어떤 다른 이유도 용납할 생각이 없었다. 더러운 꼴을 보는 사람은 저 하나로 족했기에, 이연에게 어떤 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거의 다 왔네.”
그저 매일 사랑한다고 속삭였을 뿐.
“저기 건물 꼭지 보여요!”
한참 해안 도로를 달리던 차가 모던한 별장에 가까워졌을 때, 이연이 소리쳤다.
두 사람 다 바빠지기 전, 일주일간의 휴가를 즐기기 위해 찾은 곳은 차주원 소유의 별장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별장뿐만 아니라 주위 부지까지도 제 소유이니 별장 앞 해변에서는 온전히 우리 둘만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이연은 그 자리에서 폴짝 뛰며 소리를 질렀다.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차주원과 물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더는 다른 사람들도 그의 벗은 몸을 눈에 담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두 사람이 호텔 수영장을 이용할 때는, 차주원의 요청에 의해 호텔 측에서 다른 사람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연은 꽤 불안해했다. 차주원은 누구라도 보기만 하면 반해버릴 만큼 멋지고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연은 자신이 차주원의 벗은 몸을 볼 때마다 군침을 삼키고는 했으니, 막연히 다른 사람들도 똑같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수영장에서 맨몸으로 이연을 유혹한 다음 호텔 방으로 데려갈 생각만 하고 있던 차주원의 속셈 따위는, 눈치 없는 이연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전무님, 꼭 이 세상에 우리 둘만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이제 자기라고 불러.”
“네?”
“우리 둘밖에 없는 거면, 회사도 없는 거 아냐.”
“아…….”
“여기선 나 전무님 아니니까, 전무님이라고 부르지 마.”
별장 앞에 차를 세우며 나지막이 말하는 차주원의 목소리가 간지러웠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이연 때문에, 기어를 바꿀 때 난 달칵거리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두 사람 사이에는 정적이 맴돌았다.
“아, 아…….”
커다란 눈으로 눈치를 보며 삐걱대는 이연을 보자, 차주원에게서 작게 웃음이 터졌다. 항상 먼저 도발하던 건 생각도 못 하고, 이렇게 말 몇 마디 던졌다고 부끄러워하는 이연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차주원이 조수석에 얌전히 앉아있는 이연의 허벅지 위에 손을 올렸다.
“응? 여기서는 안 돼.”
“네…… 아, 안 돼요.”
허벅지를 뭉근히 매만지는 차주원의 손길에, 이연이 어깨를 움찔대며 중얼거렸다. 허벅지를 아래위로 문지르는 커다란 손이 사타구니에 닿을 듯 아슬아슬하게 치고 올라왔다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점점 차 안이 어색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별장 땅은 밟지도 못했는데,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있었다.
“뭐가?”
그런데 차주원이 갑자기 허벅지를 꽉 조여 잡으며 물었다.
“네?”
놀란 이연이 어깨를 들썩이며 제 허벅지를 잡고 있는 커다란 손 위에 하얀 손을 올렸다.
“뭐가 안 되는데.”
“으으…….”
“응? 이연아. 뭐가 안 되는데.”
“저무, 전무님이, 안 된다면서요.”
“뭐가?”
차주원이 이연의 바지 단추를 풀었다.
“여기서, 전무님이라 부르는 거요…… 버, 벗기지 마요.”
“그런데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지퍼가 지익 하며 내려가는 소리에, 이연이 차주원의 어깨를 밀었다.
“제, 흐으, 제가, 뭐요.”
“전무님이라고 그랬잖아.”
“흐으…… 그, 그만…….”
차주원이 속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곧바로 성기를 꽉 조여 잡자, 이연이 못 참겠다는 듯 고개를 뒤로 젖혔다.
“이연아, 자기야. 왜 이렇게 흥분했어.”
“자, 자꾸 만지니까…… 혀, 형이…….”
“하하. 듣기 좋네, 그것도.”
전무님이라 부르지 말라고 하니 이제 형이라고 부르는 이연은 이미 달큼한 페로몬을 뭉근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차주원의 입꼬리와 눈꼬리가 모두 호선을 그렸다.
그러나 성기를 괴롭히는 차주원의 손길을 느끼며 눈물을 찔끔 흘리는 이연은 그 눈부신 미소를 보며 생각했다. 저렇게 이쁘게 웃는데 손놀림은 마치 망나니 같다고. 주룩주룩 쿠퍼액을 내뿜는 제 성기는 마치 망나니가 칼을 휘두르기 전 술을 뿌려놓은 것 같은 모양새였다. 이연은 차주원이 제 성기를 손으로 자극하는 걸 즐기지 않았다. 그의 악력이 제 연약한 성기에는 너무 강할 뿐만 아니라, 차주원이 그 사실을 알면서도 세게 조여 잡거나 아래위로 빠르게 자극하기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혀, 형…… 나, 나…….”
“왜. 쌀 것 같아?”
“소, 손 말구…… 입으로, 해주세요…….”
이연이 우물쭈물하며 말을 뱉자마자, 이연의 자위를 도와주기라도 하듯 거칠게 문지르던 손이 멈췄다. 차주원의 표정도 살짝 금이 가 있었다.
“……입으로.”
“네에…… 소, 손은, 아파요.”
“넌 입으로 빨리는 걸 더 좋아하네.”
“……그렇게, 말하지 마요.”
“왜?”
“형은, 형은 스킨십만 하면, 그렇게, 이상하게 쳐다보고, 이상한 말 하고…… 윽!”
차주원이 이연의 좌석을 끝까지 젖혀 눕혔다. 순식간에 하늘을 보게 된 이연이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다리 벌려야지.”
누운 이연의 몸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졌다.
“빨아 달라며.”
“흐으…….”
차주원이 운전석에서 조수석으로 넘어와 이연의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벗겼다. 바지를 벗길 때는 이연의 양 발목을 한 손에 잡고 들어 올렸다. 이연은 그 수치스러운 자세를 눈에 담느니 눈을 가리는 걸 선택했다.
무릎 안쪽을 꾸욱 누르는 손길이 느껴졌다. 졸지에 그 앞에서 다리를 훤히 벌리고 사타구니를 드러낸 이연은 여전히 눈두덩이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나 봐.”
차주원이 사타구니에 코를 묻으며 말했다. 이번에도 다리를 벌려놓은 채 살 내음을 맡는 그로 인해 이연이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못, 봐요…….”
“부끄러워서?”
“네에…….”
“그럼 보지 마.”
어차피 눈을 감으면 자극은 더 강하게 느껴질 테니. 차주원은 씨익 웃고는 그대로 탐스러운 성기를 한입에 물었다.
“으읏!”
움찔거리는 허벅지를 단단한 손으로 내리누르며 뿌리까지 삼킨 차주원이 입술로 성기를 자극하며 고개를 물렸다. 분홍빛 말랑한 귀두를 집중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하는 그로 인해, 이연의 요도 구멍이 벌렁대며 쿠퍼액을 싸 냈다.
“여, 여기서 싸면, 아, 안 되는데…….”
“왜.”
“입에는, 아, 안 쌀 거예요…….”
“입으로 해달라며.”
“다른데 싸, 쌀게요. 저기, 저기 풀숲에 쌀게요. 입에는 싫어요…….”
이연의 사정이 가까워졌는지 뽀얀 허벅지가 크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이연이 성기를 문 차주원을 떨쳐내려는지 엉덩이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가만히 좀 있어.”
“푸, 풀숲에 쌀래요. 입은 안 돼…….”
“괜찮으니까 싸. 풀숲에 뱉을게.”
차주원이 이연의 회음부를 물고 빨아들이며 건조하게 말했다. 마치 제 일이 아니라는 양 무심한 목소리에, 이연은 눈물이 핑 도는 듯했다. 다리를 오므리고 싶지만, 허벅지를 누르고 있는 그의 손을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
“바, 흐으, 바로, 배, 뱉을 거죠?”
“응. 바로 뱉을게.”
“흐으…… 진짜, 나빠, 형은…….”
이연이 울먹이는 목소리를 내면 낼수록, 차주원이 성기와 허벅지를 더욱 거칠게 다뤘다. 성기를 거세게 조이며 허벅지를 터뜨릴 듯 감싸 쥐는 그로 인해, 결국 이연이 구멍을 움찔대며 정액을 싸 냈다.
“아흐…… 흐응…….”
허리를 꿈틀대며 차주원의 입 안에 정액을 싸버린 이연은 여전히 눈을 가리고 있었다. 부끄러워서 그 광경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이연은 차주원에게 정액을 묻히기 싫었다. 이미 너무 많이 묻혔기 때문이었다. 섹스를 할 때마다 그의 사타구니에 오줌을 싸고, 복근에는 정액을 싸고, 어깨에도 투명한 액체를 싸고, 심지어 얼굴에도 쌌다.
“하으…… 하아…….”
오르가즘의 여운까지 착실히 느낀 이연이 천천히 눈에서 손을 뗐다. 그러나 뿌옇던 시야가 선명해지자 이연은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마주한 광경이 이제껏 본 것 중 너무 현실감이 없어 말도 안 나오는 광경 탑 쓰리 안에 들 만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두 번째는 동거 첫날밤 잠자리에서 제 이름을 부르며 사정하는 그의 모습이었으며, 첫 번째는 그가 자고 있을 때 그에게 몰래 토끼 귀 머리띠를 씌운 모습이었다. 세 번째는 얼굴에 정액을 묻힌 채 씨익 웃는 모습이었지만, 오늘부로 순위에서 밀려났다.
“지, 지금 뭐 하, 뭐 하세요……? 흐으…….”
차주원이 입 안에 있던 정액을 꼿꼿이 선 그의 성기 위로 뱉었다. 핏줄이 울퉁불퉁한 검붉은 성기 위로, 하얀 정액이 주르륵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너무 음란해서 눈이 아팠다. 심지어 차주원은 입가에 묻은 정액을 혀로 핥아 올리기까지 했다.
“네 허벅지 쓸릴까 봐.”
“제, 제 허벅지가, 왜요?”
차주원은 대답 대신 이연의 양 발목을 잡아 제 한쪽 어깨 위로 올렸다. 이연은 허벅지 사이로 불쑥 들어오는 검붉은 성기에 놀라 허리를 비틀었다.
“네 불알은 왜 이렇게 작아.”
허벅지 사이를 드나드는 성기에 짓눌려 쓸리는 부드러운 불알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다. 제 단단한 성기에 의해 으깨지듯 뭉개지는 연약한 부위에 대한 배려는 찾을 수 없었다.
“흐으…… 형 고추는 왜 이렇게 커요…….”
“하하.”
“너무 커…… 왜 이렇게 다 커요…… 손도 크고, 발도 크고…….”
“네가 작으니까 나라도 커야지, 이연아.”
“아니야…….”
차주원이 어깨 위에 걸쳐져 있는 이연의 발목을 물었다.
“아윽!”
놀란 이연이 눈을 가리려던 손을 치우고 울먹한 시선을 맞춰왔다.
“내 앞에서 자꾸 노래 부르고, 춤추고, 그러면.”
“흐으…….”
“어떻게 할까.”
“그, 그럼 다른 사람, 앞에서 그렇게 해요?”
허벅지 사이로 거대한 성기가 드나드는 속도가 빨라졌다.
“저는, 저, 전무님, 아니, 형 앞에서만 그러는 건데, 왜…….”
괜히 서러워진 이연이 발가락을 꼼지락대며 중얼거렸다. 제 시야 안에서 작게 움찔거리는 발가락을 눈에 담은 차주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 우물거리는 입술에 닿고 싶어 애가 탔다.
차주원은 한쪽으로 모으고 있던 이연의 허벅지를 다시 활짝 벌린 후, 분홍빛 매끈한 성기와 제 성기를 함께 쥐어 잡았다.
“아으…….”
“이연아.”
차주원이 이연의 윗입술에 입맞춤을 내렸다.
“이연아.”
“으응…….”
이연의 이름을 부르며 아랫입술에도, 입꼬리에도 입술을 찍던 차주원이 그대로 고개를 돌려 혀를 집어넣었다.
이연의 턱이 들려 올라가고, 뜨거운 숨이 섞였다.
“아흐…….”
성기와 혀가 동시에 문질러지자, 이연이 참지 못하겠다는 듯 신음을 뱉었다. 입 안 구석구석을 휘젓는 두툼한 혀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아…… 서이연.”
차주원은 이연의 이름을 짓씹으며 하얀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이연은 차주원의 커다란 어깨에 가려 아래가 보이지 않았지만, 사타구니 위로 퍼지는 정액의 뜨끈한 감각으로 그가 사정했음을 알아차렸다.
귓가에 닿아오는 그의 숨결이 야했다. 차주원은 한참 동안 제 어깨에 코를 묻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귓바퀴를 잡아 물었다.
“아아…….”
이연은 제 귓불을 물고 빠는 차주원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
“추, 축축해요…… 들어가요. 이제…….”
“그럴까.”
차주원은 이연의 이마에 입을 맞춘 후, 허리를 세웠다. 그리고 참으로 불공평하게도, 차주원은 바지 지퍼를 올리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끔해졌다. 이연은 하의가 발가벗겨진 채 사타구니에 정액을 덕지덕지 묻힌 제 모습을 눈에 담고 작게 한숨 쉬었다.
“왜 항상 저만, 이렇게, 엉망진창으루…….”
“하하.”
조용히 칭얼거리는 이연을 귀엽다는 듯 내려다보던 차주원이 곧바로 그를 안아 들었다. 여전히 하의는 입히지 않은 상태였다.
“내가 이렇게 안아주면 되지.”
“네에…….”
차주원의 넓은 품에 안기자, 금세 볼이 붉어진 이연이 차주원의 허리에 다리를 감았다. 차주원은 그제서야 별장 실내를 이연에게 제대로 구경시켜줄 수 있었고, 이연은 그의 품에 매미처럼 달라붙은 채 이 층 건물을 구석구석 구경했다.
*
“이 벽난로는 진짜로 불 피워도 되는 거예요?”
“응. 겨울에 오면 피워볼까.”
“네! 꼭이요.”
이연은 웅크린 채 벽난로의 안까지 몸통을 집어넣었다. 위를 쳐다보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깜깜하기만 했다.
마치 벽난로가 통로라도 되는 양 기어 들어가려 하는 이연의 모습을, 차주원은 즐겁게 지켜보았다.
“이연아, 와서 간식 먹을까.”
“간, 식이요? 네에! 네 잠깐만요…… 간식, 먹을래요.”
이연이 벽난로에 반쯤 집어넣었던 몸을 조심히 빼며 말했다. 늦게 가면 차주원이 마음을 바꾸기라도 할까 봐 다급해 보이는 모양새였다.
“하하.”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빠져나오는 이연을 보며 웃음을 터뜨린 차주원이 고개를 저었다. 호기심이 너무 많아 주체가 되지 않는 게 딱 아기 강아지 같았다. 정말 서이연은 아기 강아지가 아닐까. 언뜻 보면 배에 분홍빛이 돌기도 하던데, 의심을 해봐야 하나.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빛깔이 예쁜 마카롱을 꺼내던 차주원이, 금세 부엌으로 다가와 제 허리에 팔을 감는 이연에게 마카롱 하나를 건네주었다.
“우유 마실래, 아님 커피 마실래?”
“우유요!”
“그래.”
“전무님 같이 먹어요.”
“마카롱을?”
“네.”
“난 커피만 마실게.”
“안 돼요! 저만 돼지 될 수는 없어요!”
“하하.”
제 등에 이마를 비비며 당차게 말하는 이연의 행동에, 차주원에게서 웃음이 터졌다. 이연은 항상 저를 웃기기 위해서 저런 말을 하곤 했다. 이연의 개그를 들을 때마다, 차주원은 이연이 연기뿐만이 아니라 예능에도 소질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팔불출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정작 그는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전면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푸른 빛의 바다를 감상하며 휴가를 만끽했다. 해가 지고 나서는 테라스로 나가 파도 소리를 들으며 저녁을 먹었는데, 차주원은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직접 요리했다.
그가 요리할 때 옆에서 조금이라도 도우려던 이연은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린 버터를 밟고 넘어질 뻔한 후, 결국 차주원에게 들려 의자 위에 격리당했다. 그래도 이연은 연인과 함께 놀러 온 게 마냥 기분이 좋은지, 그가 물티슈로 발바닥을 닦아주는 동안 꺄르르 맑은 웃음을 터뜨리길 멈추지 않았다.
“저는요~ 전무님이랑 평생 알콩달콩 살 거예요~”
저녁을 먹은 후, 밤바다까지 산책한 두 사람은 간단히 씻은 후 술자리를 벌였다. 새로운 곳에 와 하루 종일 발발대며 돌아다녔던 이연이 빠르게 취해 버린 건 당연한 결과였다.
폭신한 러그 위에 자리 잡은 두 사람은 은은한 조명 아래 그림자를 드리운 연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알콩달콩?”
이연이 취해서 횡설수설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와인 네 잔을 비웠을 때였다. 물론 정량이 아닌 차주원이 따라준 와인 기준으로.
“네에. 알콩달콩! 알콩이랑 달콩이랑…… 제가 알콩이 할래요. 아니, 전무님, 알이 더 크니까 전무님이……?”
“이연아. 이제 그만 마실까.”
차주원이 눈앞의 이연을 가만히 눈에 담으며 말했다. 노란빛이 도는 파자마를 입은 이연은 볼을 발갛게 물들인 채 중얼거리고 있었다. 여행 가서는 꼭 커플 파자마를 입고 싶다며 구입한 것인데, 실제로 입은 모습을 보니 더 잘 어울렸다.
고맙게도, 이연은 제게 남색 파자마가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추천해주었다. 이연이 남색이나 검정이 아닌 다른 색을 추천해준다면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차주원은, 이연이 남색 파자마를 들려주자 그제야 맘 편히 카드를 긁을 수 있었다.
“아뇨…… 그만 마시지 않을래요…… 그러지 않을 거예요.”
이연이 눈을 꾹 감고 고개를 저었다.
또 저러네…… 차주원은 이연의 하얀 이마 위에서 흔들리는 보드라운 앞머리를 보며 생각했다. 이렇게 귀엽게 굴 때면, 눈앞의 작은 오메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된다. 차주원은 이연이 로맨티시스트답게 부드럽고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되는 섹스를 좋아하는 걸 잘 안다. 땀이 살짝 배어 나온 서로의 피부에 부드럽게 입맞춤하며 필로우 토크를 나누는, 뭐 그런 영화 같은 섹스.
그러나 지금 이렇게 취해 페로몬 조절도 잘 못하고 있으면서, 또 저런 애교를 부리면. 그때는 이연의 요도 끝에서 더는 하얀 정액이 나오지 못할 때까지 괴롭히고 싶어진다.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지친 그의 다리를 한계까지 벌리고 싶어진다.
피부에 닿아오는 순한 페로몬에 군침이 돌았다. 이연의 발갛고 통통한 볼을 씹어먹고 싶었다. 차주원은 아무런 표정을 덧씌우지 않은 무심한 얼굴로, 머릿속으로는 이연을 뼈까지 발라 먹고 있었다.
“난 이제 들어가고 싶은데.”
그러나 여느 때처럼, 차주원은 속마음과 정반대의 말을 무심히 뱉었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또 이연을 괴롭힐 궁리만 하고 있다.
“왜요? 왜, 저를, 떠나려고 하는 거예요? 저희 알콩달콩해진 지 지금 일 초도 안 됐는데…….”
하지만 매번 제 장난에 이런 반응을 보여주니, 멈출 수가 없었다. 이제는 이연이 숨만 쉬어도 귀여워 보였다.
“알콩달콩해진 지 일 년도 더 넘었어.”
차주원이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말했다.
“정말요……?”
감동한 듯한 이연의 순한 눈매를 보자, 이제는 웃음이 터지려 했다. 차주원이 작게 웃으며 이연의 뺨에 입을 맞췄다.
“응? 얼마나 더 마실 건데.”
차주원의 입술이 이연의 귓불을 간지럽혔다. 턱선에도 입술을 찍고, 목덜미에도 입술을 지분거리자 이연에게서 간지럽다는 듯 싱그러운 웃음이 터졌다. 부드러운 살결에 코를 박자 느껴지는 순한 살 내음이 좋았다. 차주원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향기였다. 제 어깨를 밀어내는 작은 손을 무시한 채 이연의 뒷덜미를 잡아채 입을 맞춘 것은, 이연을 향한 마음을 숨길 수 없어서였다.
“으응…….”
아랫입술을 빨아올리다 바로 혀를 집어넣어 입 안 구석구석을 핥아주는 차주원의 행위에, 이연이 어깨를 비틀었다. 목덜미를 잡고 있는 커다란 손의 온기에 솜털이 바짝 섰다. 입 안을 누비던 두툼한 혀가 입천장을 긁어내렸을 때는 참지 못하고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품 안의 오메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움찔거리고 있을 때, 차주원은 물 흐르듯 자연스레 노란 파자마 단추에 손을 갖다 댔다.
툭 툭 단추가 하나씩 풀어질 때마다, 차주원이 목구멍 더 깊이 혀를 박아넣었다.
“흐으…… 으으.”
“젖꼭지가 단단해졌네.”
부드러운 유륜과 달리 꼿꼿이 선 젖꼭지를 지분거리던 차주원이 힘을 주어 꼬집었다.
“아으……!”
“아파? 아니면…… 기분 좋은 거야?”
차주원이 이연의 귓불과 턱선에 입맞춤하며 물었다.
“으으……몰라요. 가, 간지러워요…….”
“네 젖꼭지는 도대체 얼마나 더 빨아줘야 커질까.”
“아, 안 커져요. 젖꼭지 안 커져요…….”
“아냐. 커질 거야. 지금은 너무 작아서.”
“흐으…… 아니야. 더 커지면 안 돼요…….”
차주원과 동거를 시작하고부터는 하도 빨려 더 도톰해진 젖꼭지였다. 그의 눈엔 작아 보일지 몰라도, 이연이 생각하기에는 이미 충분히 빨갛고 통통했다. 이연은 제 목을 빨아들이고 있는 차주원을 떼어내 보려 어깨를 밀었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덩치 큰 우성 알파는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이잇……!”
이연이 선택한 다른 방법은 발이었다. 발로 차주원의 허벅지를 꾸욱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드러운 파자마에 발이 미끄러져 발이 사타구니에 닿은 순간, 이연은 그만 술이 다 깨버렸다.
“이연아, 발로 해줄 거야?”
“……어, 언제…….”
언제 이렇게 딱딱해진 거지…… 파자마가 얇고 부드러워서 그런지, 그 아래 흉흉하고 거대한 성기의 감각이 이질적일 정도로 선명하게 느껴졌다. 가만히 미소 지으며 저를 바라보는 차주원의 눈빛이 이미 번들거렸다.
“아…… 저, 목말라요…….”
“목말라?”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서투르게 주제를 돌리려는 이연이 귀여웠다.
“네에…… 물 좀 떠다 주세요.”
제 눈치를 보며 중얼거리는 이연에게 살포시 웃어준 차주원이 이연의 하얀 발목을 잡았다.
“아!”
촉-
만질만질한 발등에 입을 맞춘 차주원이 발에 턱을 댄 채 이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선명한 열감을 담은 차주원의 시선에 달아오르는 건 이연의 볼이었다. 그는 이연의 발을 제 어깨에 걸쳤다. 갑자기 발이 위로 올라가자 중심을 잃은 이연이 손으로 바닥을 지탱했다. 발레를 열심히 한 보람이 있긴 한지, 다리를 일자로 펴고 있는데도 그렇게 근육이 당기지 않았다.
“발이 너무 예뻐서 고민이야.”
차주원이 이미 발기해 거대해진 성기를 꺼내며 속삭였다.
“아으…….”
그는 어깨에 놓인 이연의 발을 내려 성기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처음은 동그란 발가락에 귀두를 비비는 것으로 시작했다. 말랑말랑한 발바닥에 좆을 비빌 땐 쿠퍼액이 새어 나와 이연의 발이 질척일 정도였다.
“전, 무님…… 혀, 형…….”
“응. 왜.”
이연의 두 발을 모아 그 사이에 성기를 끼워 비비던 차주원이 무심히 대답했다. 너무 음란해 입에 담기도 힘든 짓을 하면서도 그의 얼굴은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기분이, 이상해요…….”
이연은 축축이 젖은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흉흉한 성기의 핏줄에 발가락을 꼼지락댔다.
“네 발은, 너무 하얗고 매끈해.”
“흐응…….”
“심심하면 발가락 꼼질거리지.”
“흐으.”
“자려고 누워서도 계속 내 다리에 발을 비비질 않나.”
차주원이 한쪽 입꼬리만 올린 채 눈을 맞춰 왔다.
“그, 그게 왜요…….”
이연이 볼을 발갛게 물들인 채 소심하게 반항했다.
“그럴 때마다 이러고 싶었는데.”
차주원의 낮은 목소리에, 이연의 어깨가 움찔 튀어 올랐다. 삐죽 튀어나오는 이연의 아랫입술에, 차주원의 입매가 호선을 그렸다.
“발가락이 왜 이렇게 작고 동그래. 빨고 싶게.”
“그만, 해요……! 발은 부끄럽단 말이에요. 전무님은 손이 문제예요…… 저만 묶지 말고 전무님도 손 묶어요!”
“묶어서 뭐 하게.”
“……묶고, 하면…….”
“묶고 하면?”
“그러면 더, 더, 나을 것 같아요.”
“정말?”
차주원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네에…….”
“그래 그럼.”
“네?”
“묶어, 이연아. 그러고 싶으면.”
차주원이 이연의 발을 놓아주고 소파에 등을 기댔다. 성기는 여전히 단단하게 발기한 상태였지만, 얼굴만은 어디 해보라는 듯 미소 짓고 있었다. 차주원의 얼굴에 살짝 자신감이 비치는 것만 같아, 이연은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
하지만, 기회다!
“네, 그럼, 그럼 잠시만요…….”
이연이 자리에서 느릿하게 일어나 침실로 향했다. 제 나름대로 빠릿빠릿하게 움직인 것이었지만, 차주원은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 이연이 파자마 소매로 콧물을 스윽 훔치고, 자리에서 느릿하게 일어나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웃겼기 때문이다. 이연은 쿠퍼액으로 젖은 발바닥이 축축했는지 러그에 스윽 문지르기까지 했다.
잠시 후, 넥타이를 들고 돌아온 이연이 차주원의 파자마 상의를 벗겼다. 하의는 직접 벗어달라고 요청한 이연은, 검은 브리프만 걸친 차주원의 뒤에 서서 낑낑거리며 양손을 묶었다. 차주원은 손목을 조금 비틀어보고는 금방 풀리겠다 생각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저, 그러면, 이제 전무님은 묶였어요.”
“응. 그러네.”
차주원은 작게 한숨 쉬며 대답했다. 평소처럼 웃음을 참기 위한 연막이었지만.
“이제, 제 말은 잘 들어야 해요. 그래야 풀려날 수 있어요.”
“잘 들을게.”
“네…… 이제, 제가 앰, 애무를 시작할 건데요. 전무님은, 아니, 형은 페로몬을 너무 많이 풀지 말아 주세요.”
이연은 아직 술이 덜 깼는지 풀린 혀로 재잘댔다.
“노력해볼게. 그런데, 이연아.”
“네?”
“너도 옷 벗어야지.”
“저도요?”
“응. 새로 산 파자마 더러워지면 안 되잖아.”
“아…… 맞아요.”
이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내렸다. 이연의 하얗고 매끈한 다리를 즐겁게 눈에 담던 차주원이 하얀 면 팬티를 발견하고 입꼬리를 올렸다. 여전히 귀엽네.
이연은 이미 단추가 다 풀어진 파자마 상의까지 벗은 후, 소파 위에 올렸다.
“저, 물 먼저 마실래요. 전무님도 목마르세요?”
“하하. 아니.”
“잠시만요…….”
이연이 또다시 느릿하지만 열심히 걸음을 옮겨 부엌으로 향했다. 차주원은 하얀 면으로 덮인 포동포동한 엉덩이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컵에 물을 따른 이연이 거실로 돌아와 차주원의 입에 먼저 컵을 대주었다.
“그래도 목마를 수 있으니까…….”
“고마워.”
차주원은 이연의 성의를 무시하기 싫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차주원이 물을 마신 뒤에는 이연이 물을 꼴깍꼴깍 야무지게 들이켰다.
“하하…….”
이게 도대체 무슨 플레이인지…… 차주원은 이연의 기상천외한 방치플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물을 마시느라 움직이는 이연의 작은 목젖을 눈에 담던 차주원이 헛웃음을 뱉었다.
“술을 많이 마셔서, 목말랐어요…….”
“그랬어.”
“음…… 이제 뭐 할까요.”
“글쎄. 뭐 할까.”
꿀꺽-
눈앞의 먹음직스러운 차주원을 바라보며, 이연이 군침을 삼켰다. 작게 미소 지은 아름다운 얼굴은 말할 것도 없었다. 편하게 내린 칠흑 같은 머리가 손을 대 문지르고 싶을 만큼 부드러워 보였다. 예쁜 얼굴과는 다르게 굵고 긴 목과 넓은 어깨는 안정적으로 팔을 둘러 안기기 좋았다. 단단하고 커다란 가슴은 또 어떤가. 젖꼭지만 통통하지 가슴이 판판한 저와 달리 차주원의 구릿빛 건강한 가슴은 볼 때마다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연은 차주원이 검은색 속옷만 입었을 때가 특히 섹시하다 생각했다. 혹시 터지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단단하고 굵은 허벅지는 항상 제가 엉덩이를 붙이는 자리였다. 항상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아래 몽둥이가 커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품에 안겨있기에 불편함은 없었다.
그렇게 항상 부러워하고 예뻐하던 그 몸이, 지금은 묶여 있었다. 제 옷을 벗기고, 다리를 벌리고, 구멍을 휘젓는 손이 묶여 있었다. 드디어 오늘은 제가 섹스를 리드할 기회가 온 것이다. 사람은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꽉 움켜쥐어야 한다. 오늘은 머릿속에서만 하던 상상들을 현실로 옮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연은 오늘 제 섹시한 모습을 꼭 보여주리라 마음먹었다.
“전무님은, 묶는 걸 좋아하잖아요.”
차주원은 평소 이연을 묶고 섹스하는 걸 즐겼다. 눈을 가리거나, 양손을 뒤로 묶거나, 한쪽 손목을 발목과 함께 묶은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연은 저도 언젠가 꼭 차주원을 묶으리라 결심했다.
“저도, 전무님 묶고 해보고 싶었던 거 많거든요…….”
“뭔데. 오늘 해 봐.”
소파에 등을 기댄 채 느슨하게 앉아있던 차주원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묶인 자와 묶은 자의 태도가 완전히 정반대로 바뀌어 있었다. 이연은 제가 차주원을 묶었음에도 긴장이 역력한 기색으로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단, 일단 침대로 가요.”
이연의 말에, 차주원이 선뜻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이 뒤로 묶여 있어 일어나기 힘들까 봐 그를 부축해주려 했던 이연의 손은 허공에서 할 일을 잃었다. 차주원은 이연이 앞장서라는 듯 움직이지 않았고, 이연은 얌전히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연의 뒤를 따라가며 하얀 어깨를 내려다보는 차주원의 표정이 즐거움을 가득 담고 있었다. 과연 이연이 하고 싶었다던 게 뭘지 궁금했다. 이연에게 충분히 기회를 준 뒤엔, 오늘 저 하얀 면 팬티를 입은 걸 후회하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그 안에 감춰진 뽀얀 속살을 너무 잘 알기에 더 갈증이 일었다.
“침대에 앉을까.”
“아…… 네! 그게 나을 것 같아요.”
“응.”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은 차주원이 이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붉은 볼부터 아까 좀 꼬집어 줬다고 발갛게 부풀어있는 젖꼭지, 하얀 속옷 속 불룩하게 솟아오른 성기가 귀여웠다.
이연은 침대 위에 얌전히 앉은 차주원에게 낯을 붉히면서도 착실히 침대 위로 올라 그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지 차주원의 울퉁불퉁한 복근만 살살 간지럽히던 이연이 눈치를 보더니 차주원의 볼을 쓰다듬었다.
“너무 이뻐요…….”
“네가 더 이쁜데.”
“전무님은, 이쁜데 또 멋있기까지 해요. 저는 이쁘고 귀엽기만 하잖아요.”
“하하하.”
차주원은 제가 꼬박꼬박 해준 말들을 잊지 않은 이연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웃음을 터뜨렸다. 차주원은 매일매일 이연에게 이쁘다 귀엽다 속삭이길 망설이지 않았고, 그로 인해 이연은 제가 이쁘고 귀엽다는 사실을 서슴없이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었다. 이연은 차주원이 하는 말이라면 다 믿기 때문이었다.
마음을 확인하기 전엔 저를 좀 예뻐해 달라고 울음을 터뜨렸던 이연을 생각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제가 넣을 거예요.”
“위에서?”
“네. 위에서요…… 그런데.”
이연이 갑자기 침대 위에 일어서서 속옷을 내렸다.
“…….”
차주원은 바로 제 얼굴 앞에서 달랑거리는 이연의 매끈한 성기와 불알에 얼굴을 굳혔다. 화악 풍겨오는 이연의 살 내음에 턱에 힘이 들어갔다.
“뒤로 앉아서 넣을 거예요.”
“……뒤로?”
“네에…….”
차주원은 자신을 등진 채 복근 위에 살포시 올라앉는 이연의 통통한 엉덩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지금 서이연이 뭘 하는 거지…… 불알과 회음부가 그대로 사타구니에 닿아 쓸리는 감각이 선명했다. 페로몬 조절이 힘들어지고 있는 만큼, 발기한 성기가 더욱 몸집을 키웠다.
“가, 갑자기 고추가 엄청, 더 커져요…… 전무님…… 아, 아까 다 커진 줄 알았는데…….”
“이연아. 묶여 있으니까 답답한데, 풀어도 돼?”
“아뇨! 안 돼요…… 제가, 제가 넣고 움직여 볼래요…….”
“…….”
차주원은 이연을 엎어놓고 거칠게 좆을 박아버리고 싶은 욕망을 참느라 이를 악물었다. 이연은 차주원의 성기를 조몰락거리더니, 그대로 구멍에 맞추고 엉덩이를 내리기 시작했다.
꽉 다물려 있던 구멍 위로 주먹만 한 귀두가 맞닿자, 물기를 머금은 구멍이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겨우 귀두만 물었을 뿐인데도, 이연은 엉덩이를 파르르 떨며 버거워했다.
“하아…….”
차주원은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아찔한 광경에 갈증이 이는 듯했다. 날개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긴장해있는 어깨부터, 선이 고운 허리, 항상 입술을 맞추며 따라 내려오는 곧은 척추뼈까지. 눈앞에서 흔들리는 뽀얗고 매끈한 살결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아흑…….”
성기 가장 굵은 부분까지 넣는 데 성공한 이연이 발가락을 꼼질대며 신음을 뱉었다. 차주원의 허리 양옆으로 갈라진 통통한 허벅지가 촉촉하게 땀을 머금고 있었다. 차주원의 손가락이나 혀로 구멍을 풀지 않고 넣는 것이 버거운 듯했다. 워낙 물이 많아 찢어지는 일은 없겠지만.
“이연아. 혼자 다 넣을 수 있겠어? 너무 좁은데.”
“우으…… 가, 가능해요. 아마…….”
“아마?”
“네에…… 저, 전무님, 기, 긴장 푸시구…….”
긴장은 네가 제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차주원은 덜덜 떨리는 이연의 허벅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고개를 젖히며 성감이 섞인 숨을 내뱉어보아도, 눈앞에서 움찔거리는 뽀얀 엉덩이가 도와주지 않았다. 발기한 좆을 무는 것만으로도 기특한, 사과 같은 엉덩이였다. 손 안에 딱 알맞게 들어오는 크기인데, 어떻게 제 좆을 무는지 신기할 때도 많았다.
“이연아, 미안.”
“네……?”
짧은 사과를 전한 차주원이 허리를 튕겨 좆을 끝까지 박아넣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사타구니와 엉덩이가 맞닿았고, 이연은 그대로 앞으로 철퍼덕 엎어졌다.
“아윽!”
거대한 좆이 내벽 끝까지 처박혔다가 곧바로 빠져나가 버렸다. 예민한 내벽을 빠르게 긁어내리는 감각에, 이연이 자지러지며 신음을 내질렀다.
손목에 헐렁하게 걸쳐져 있던 넥타이를 풀어버린 차주원이 엎어진 이연의 가는 허리를 꽉 잡았다.
“다 들어갔었는데.”
“수, 순식간에 그렇게 넣으면, 저는, 저는 어떡해요! 흐으…….”
이연은 제 허리를 잡고 삽입하려는 차주원을 울먹거리며 올려다보고 소심한 항변을 했지만, 차주원은 무심한 낯으로 이연의 허벅지를 잡아 올렸다.
“다리 더 벌려야지.”
“아흐…… 흐으.”
한쪽 허벅지가 들려 올라간 채 뒤로 삽입당하자, 아래에 감각이 집중돼 성기가 내벽 안을 긁는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개처럼 다리를 쳐든 수치스러운 자세였기에 더 창피했다. 이연은 왜 차주원이 섹스할 때마다 다리의 간격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가 제 다리를 잡아 벌리는 걸 피할 수도 없었다.
“하아…… 힘 빼.”
“아응…… 처, 천천히…… 다, 다 찼단 말이에요…….”
“천천히?”
“네에…… 천천히…… 아앙!”
차주원이 성기를 뿌리 끝까지 밀어 넣어 전립선을 꾸욱 누르자, 이연이 자지러지며 허리를 뒤틀었다.
“이연아. 애액 때문에 천천히 할 수가 없어. 미끄러지거든.”
“흐으…… 아니야, 아니에요…… 하읍.”
차주원이 양손으로 이연의 허리를 꽉 잡자, 이연의 어깨가 긴장으로 굳었다. 이제 그가 얼마나 강하게 좆을 박아넣을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차주원은 성기를 천천히 물려 귀두 끝을 구멍 가장자리에 걸쳤다. 뿌리까지 한 번에 쾅 치받아 검은 음모가 하얀 엉덩이에 비벼질 만큼 깊게 삽입되자, 이연의 내벽이 성기를 쭉쭉 빨듯 조여댔다.
“아앙, 아아…… 우응.”
“씹…… 힘 빼.”
앙증맞고 작은 크기 때문에 거대한 성기를 힘겹게 받아들이고 있는 엉덩이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치도 없는 거친 삽입이었다. 차주원이 허리를 쾅 쾅 치받을 때마다 이연의 성기와 불알이 마치 발기하지 않은 듯 유연하게 흔들렸다.
“흐으…… 저, 싸요…….”
“참아.”
“아응, 모, 못 참아요…….”
“서이연. 매번 못 참고 싸고 싶은 대로 싸버리면 어떡해.”
“흐으…… 호, 혼내지 마세요.”
“혼자 계속 싸다가 기절해버리면, 난 어떡해. 응?”
“아, 알아서 하세요…… 전 몰라요. 으응…….”
“쌀 때 되니까 못된 말만 하네.”
“천처니, 아앙! 해 달라고, 했잖아요!”
아까부터 쉬지 않고 허리를 쾅쾅 치받아대고 있는 차주원에게 앙심이 생긴 이연이 침대 시트를 꼭 쥐고 대들었다. 헤집어질 대로 헤집어진 전립선으로 인해, 이미 내벽 안은 애액으로 흥건했다. 차주원이 허릿짓을 할 때마다 이연의 허벅지 아래로 애액이 주룩주룩 흐를 정도였다. 앞쪽도 상황은 비슷했다. 분홍빛 요도 끄트머리에서 계속해서 쿠퍼액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니, 박히느라 흔들리는 탓에 쿠퍼액이 이리저리 튀고 있었다.
퍽-
그리고 차주원이 이연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재차 성기를 박아넣었을 때, 이연의 상체가 침대 위로 쓰러졌다.
“아앙…… 흐으, 우으…… 으응…….”
“참으라고 했잖아.”
차주원이 이연의 허벅지 한쪽을 들어 제 어깨 위에 올렸다. 침대 위에 엎드려 있다 돌려진 이연의 얼굴은 이미 다 풀려있었다. 눈을 까뒤집은 채 혀를 주욱 내밀고 신음을 뱉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아흐…….”
이연은 갑자기 몸이 돌려지며 내벽 안의 성기가 마찰되는 감각에 허벅지를 부르르 떨었다.
“진하네, 오늘은.”
차주원이 이연의 성기에서 질금질금 흘러나오는 정액을 훑으며 말했다.
“아흐…….”
방금 오르가즘을 느낀 가여운 성기가 커다란 손에 잡혀 이리저리 문질러졌다.
“이연아, 이제 묶어야겠어.”
차주원이 천천히 성기를 빼내며 말했다. 아직 사정하지 못한 성기가 여전히 흉흉하게 발기한 채였다.
“흐으…… 네?”
“뿌리만.”
“네? 뭐, 뭘요…….”
이연의 흐린 시야 속, 차주원이 협탁 안에서 동그란 고리 모양의 무언가를 꺼냈다.
“지금은 말랑해서 잘 들어가겠네.”
“그게, 그게 뭐예요……?”
“네가 싸고 싶어도 못 싸게 하는 거.”
태연하게 대답한 후 제 다리를 잡아 벌리는 차주원을 멍하니 바라보던 이연이 번뜩 정신을 차렸다.
“시러, 싫어요!”
이연이 떨리는 다리를 움직여 엉덩이 걸음으로 그에게서 멀어졌다. 힘이 없어 덜덜 떨리는 팔이 끊임없이 침대를 짚었다.
“이연아, 도망가는 거야?”
“아니야…… 막는 거 안 돼요…….”
“나만 두고 어디 가려고.”
“혼자 두고 가는 게 아니라, 흐으, 도망치는 거예요.”
“하하.”
나지막이 웃음을 터뜨린 차주원이 얼마 도망가지도 못한 이연의 발목을 잡고 끌어당겼다. 한 손에 들어오는 가는 발목이 손쉽게 가까이 왔다.
“흐으…… 앙, 안 돼…….”
이연은 차주원에게 발목이 잡혀 끌려가자니 무서워 가슴이 콩닥거렸다. 그러면서도 썰매를 타는 것 같아 기분이 은근슬쩍 좋아져 혼란스러웠다. 엉덩이 밑으로 쓸리는 부드러운 이불의 감촉이 좋았다.
“왜 볼이 발개졌어.”
“그거 하지 마요…….”
“요도에 넣는 거 아닌데.”
“안 넣어요……?”
동그란 고리를 제 요도 구멍에 쑤셔 넣을 줄 알고 무서웠던 마음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이연이 허리를 엉거주춤 세우며 눈물을 닦았다.
“안 넣어.”
차주원이 이연의 어깨를 감싸 안고 제 품에 안았다. 푹신한 가슴에 등을 대고 앉은 이연이 차주원의 손에 들린 빨간 고리를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고리를 손가락으로 살살 쓸어본 이연이 중얼거렸다.
“매끈해요…….”
“응. 네 것처럼.”
차주원이 조금 전에 사정해서 힘을 잃은 이연의 말랑한 성기를 손에 쥐었다. 분홍빛 성기 끝으로 고리를 천천히 넣어, 뿌리 끝까지 밀어 넣었다.
이연은 차주원의 허벅지 위에 손을 얹은 채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직은 좀 조이는 느낌만 있을 뿐 아프지는 않았다.
“이러면, 저 못 싸요?”
이연이 고개를 들어 올려 차주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쌀 때 풀어줄게.”
“네에…….”
이연이 순하게 대답하고는, 등에 닿는 가슴의 감촉이 좋은지 꼼지락거리며 등을 비볐다. 뽀얀 피부가 흔들리며 연한 체취를 풍겨대자, 차주원의 입매가 짙어졌다. 곧 잡아먹힐 운명도 눈치채지 못하고, 이렇게 순진해서야.
“그런데 이연아. 오늘은 어디에 싸줄까.”
“……네?”
차주원이 귓가에 음란한 말을 속삭이자, 이연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항상 안에만 싸주니까. 네가 질릴까 봐.”
차주원이 이연의 통통한 볼과 턱의 경계 즈음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지, 질린다니요…….”
“가슴에 싸줄까.”
“그런 말 하지 마요…… 그, 그냥 싸고 싶은 데 싸세요.”
“왜?”
“네?”
차주원이 되물어 올 줄 몰랐던 이연이 놀란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넌 내 어깨에도 싸고, 배에도 싸고, 얼굴에도 싸는데.”
“…….”
“난 되게 재밌었거든.”
“…….”
번들거리는 눈동자와 차갑게 올라간 입꼬리가 음험했다.
“너도 재밌게 만들어주고 싶어서.”
“……벼, 변태……!”
사색이 된 이연이 변태라며 중얼거리자, 차주원이 그의 허리에 감고 있던 팔을 들어 젖꼭지를 넓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어쩌지. 나 변태 맞는 것 같은데.”
차주원이 이연의 오른쪽 팔을 들어 올려 제 목에 감았다. 바로 이연의 뽀얀 겨드랑이에 코를 파묻는 차주원은 그야말로 미친 사람 같았다. 아니, 미친 짐승. 바닷가에 떨어진 한 방울 혈흔에도 몇 킬로미터를 헤엄쳐 와 먹이를 집어삼키는 상어처럼, 그는 항상 겨드랑이에 게걸스레 혀와 입술을 갖다 댔다. 이연은 도대체 제 겨드랑이에서 무슨 냄새가 나길래 차주원이 매번 이렇게 물고 빠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으!”
“하아…… 왜 이렇게 부드러워 이연아.”
그가 겨드랑이를 빨아들이면서 중얼거리자, 입술 표피가 예민한 부위를 간질였다.
“흐으…… 간지러…….”
겨드랑이를 빨아들이던 차주원이 이연의 양 손목을 위로 올려잡은 채 침대에 눕혔다. 산호색을 띤 젖꼭지를 깨물기 위함이었다.
무르고 여린 젖꼭지는, 가엽게도 차주원의 이빨 사이에서 사정없이 뭉개졌다. 고통을 동반한 자극에, 이연의 성기가 점점 힘을 받았다.
그리고 한참 젖꼭지를 괴롭히던 차주원이 흉흉하게 발기한 성기를 자신의 겨드랑이에 문질렀을 때, 이연은 결국 눈물을 글썽이고 말았다.
“흐으…… 변태…….”
“왜. 다른 데 문질러줄까.”
“간지러워요…… 전무님, 제발…….”
이연의 양 손목을 올려잡고 겨드랑이에 성기를 비비던 차주원이, 한쪽 팔을 내려 겨드랑이 사이에 성기를 끼웠다.
“이러면 좀 나아?”
“흐으…… 뭐가, 뭐가 나아요…….”
팔을 든 채 겨드랑이를 자극당하는 것과, 팔을 내린 채 겨드랑이 사이를 자극당하는 것.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왜. 허벅지에 하는 거랑 비슷한데.”
“너무, 딱딱해서, 아프니까…… 하지 마요.”
여린 살결에 핏줄이 우둘투둘하게 솟은 단단한 성기가 문질러지자, 마치 겨드랑이가 화끈거리는 듯했다.
“미안, 이연아.”
아프다는 이연의 말에, 차주원이 겨드랑이에서 성기를 뺐다. 그러나 곧바로 그가 이연의 젖꼭지에 주먹만 한 귀두를 문지르자, 이연은 차주원의 허벅지를 손으로 밀며 반항했다. 그러나 아무리 허벅지를 밀어도, 차주원은 한 치도 밀리지 않았다.
“아흐…… 안 돼…….”
“여기 싸고 싶은데.”
귀두 끝으로 젖꼭지의 감촉을 느끼듯 성기를 비비는 차주원의 눈에 짙은 열감이 가득했다. 예민한 부위를 자꾸 자극당하자, 이연도 어쩔 수 없이 성기를 세웠다.
“조, 조여…….”
이연이 발기하자, 매끈한 좆이 사정방지링에 눌리듯 부풀었다.
“조여?”
“흐으…… 안 돼…….”
“왜. 좆질이라도 하는 것 같아?”
“아흐…….”
“괜히 끼웠나. 네 좆은 평생 쓸 일 없는데. 왜 혼자 느끼고 있어.”
그 가여운 모습을 내려다보는 차주원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지만, 음험한 눈빛엔 진득한 질투가 녹아있었다.
“이연이 넌 나한테 박힐 일밖에 없는데. 그렇지?”
차주원이 제 쿠퍼액으로 질척해진 이연의 폭신한 유륜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흐으…… 나빠요…….”
“그래도 잘 느껴서 예쁘다, 이연아.”
한참 가슴을 괴롭히던 차주원이 이연의 무릎 뒤에 손을 넣어 다리를 활짝 벌렸다.
“아까는 너무 좁던데. 왜 매번 이렇게 빠듯하지.”
차주원이 빨간색 사정방지링이 끼워진 분홍빛 성기와 작고 통통한 불알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 아래 도톰해진 회음부와 발갛게 드러난 회음선 위에는, 여전히 하늘하늘한 솜털이 나 있었다. 빠끔거리는 구멍을 엄지로 동그랗게 문지르던 차주원이 곧바로 촉촉한 구멍 위에 입술을 붙였다.
“아응!”
구멍에 닿는 물컹한 혀의 감각에, 이연의 허벅지를 파르르 떨며 자지러졌다. 추읍, 쪽쪽거리며 내벽 안을 빨아들이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이, 자세, 싫어요…… 아앙!”
이연은 차주원이 제 다리를 활짝 벌려놓고 아래를 애무하거나, 냄새를 맡을 때마다, 아니 다리를 벌려놓고 번들거리는 눈으로 사타구니를 샅샅이 훑기만 해도 부끄러웠다. 스폰 받을 때만 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동거를 시작한 후로는 정도가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이렇게 좁지 말든가. 응?”
“흐응…….”
“이렇게 빨갛지 말든가.”
이연은 이제 축 늘어져 발가락만 움찔댔다. 추읍, 쭉, 만족이란 걸 모른다는 듯 끊임없이 구멍과 내벽을 핥는 소리는 여전히 귓가를 때리고 있었다.
“이렇게 달지 말았어야지.”
차주원이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을 손등으로 스윽 닦았다. 한껏 괴롭혀지다 간신히 자유가 된 구멍이 움찔대며 투명한 액을 질질 흘렸다.
차주원이 구멍 안으로 손가락 두 개를 집어넣어 손목을 돌렸다. 빼낸 손가락에는 애액이 묻어 손목으로 줄줄 흘러내렸다.
“많이도 쌌네. 평소엔 물도 많이 안 마시면서.”
이연은 색 없는 물을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아, 꼭 보리차나 음료수를 마셨다. 차주원과 동거를 시작한 후에는 그가 세심하게 챙기며 꼭 물을 먹였지만, 목이 정말 타지 않은 이상 스스로 마시는 법은 없었다.
한번은 자기 전에 물 한 잔 먹으라고 권했더니, 옆집과 어색해지기 싫다며 거부하기도 했다. 도대체 그게 무슨 상관이냐 물었더니, 태연한 얼굴로 밤에 오줌 싸면 옆집에서 소금을 얻어 와야 하지 않느냐는 소리를 해댔다. 물을 마시기 싫어 괜한 소리를 하는 걸 눈치챈 차주원의 눈썹이 튀어 올랐지만, 이연은 끝까지 저는 공인인데 그런 일로 얼굴을 비추면 평판이 어떻게 되겠냐는 말을 꿋꿋이 웅얼거렸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커다란 눈을 굴리는 모습이 귀여워 넘어가기는 했지만, 이연은 정말 한 번씩 실없는 소리를 하곤 했다.
차주원은 꾸역꾸역 이야기를 지어내며 손가락을 꼼질거리던 그때의 이연이 생각나, 살짝 웃었다. 손가락에 묻은 애액을 발기한 성기에 문지르니 느낌이 좋았다. 울퉁불퉁하게 핏줄이 돋은 성기가 제 오메가의 체액을 받자 더욱 단단해지며 꺼떡거렸다.
“이렇게 부드러워서 어떡하지. 세게 박다가 터지기라도 하면.”
차주원이 이연의 허벅지를 매만지며 말했다. 웃음기를 담은 목소리가 마치 놀리기라도 하는 것 같아, 이연이 힘겹게 얼굴 근육을 움직여 미간을 좁혔다.
“거, 걱정하는, 척하지 마요! 여우…… 흐으.”
구멍이 빨리던 감각이 아직 가시지 않아 몸을 움찔거리는 이연이 억울하단 소리를 냈다.
“척이라니. 서운하게.”
차주원이 씨익 웃으며 다시금 성기를 삽입했다.
“아응……!”
축축한 내벽으로 밀고 들어오는 거대한 성기에, 이연이 고개를 젖히며 덜덜 떨었다. 내벽을 긁어내리는 감각에 발기했지만, 사정방지링으로 조여진 분홍빛 성기 끝엔 애처로운 쿠퍼액만 맺혔다.
차주원이 성기를 삽입한 이후부터는 거세게 흔들리는 감각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쾅쾅 허리를 치받는 그로 인해, 이연의 하얀 다리가 그의 양옆에서 힘없이 흔들렸다.
앞으로 싸지 못하니 이연은 뒤로 물을 줄줄 뱉어냈다. 그 사이로, 성기가 미끄러지듯 끝까지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연이 아래가 텅 비어버린 것 같다 느꼈을 때, 목덜미 뒤로 손이 들어와 그의 허리를 세웠다. 무슨 일인지 파악하려 눈을 뜨기도 전, 얼굴 위에 뜨끈한 액체가 투둑 투둑 소리를 내며 쏟아졌다.
“하아…….”
차주원의 억누른 듯한 신음도 함께였다.
“우으……?”
온몸에 소름이 일었다. 천천히 눈을 뜨자 하얀 액체가 속눈썹을 타고 주욱 늘어졌다. 관자놀이부터 콧잔등, 인중, 윗입술과 턱까지. 농도 짙은 정액이 후드득 흘러내렸다.
“지금, 압!”
입을 열었다가 정액이 입 안으로 들어오자, 이연이 서둘러 입을 닫았다.
차주원을 힘겹게 올려다보자, 이미 그의 눈빛은 흐릿해져 있었다. 그 와중에도 번들거리는 눈알과 올라간 입꼬리가 낯설었다.
“이래도 예쁘네.”
하얀 볼에 질척한 성기가 비벼졌다. 얼굴에 정액을 싼 것도 모자라 질척한 성기를 비비기까지 하는 그의 행동에, 이연은 오싹오싹한 감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뒷목을 뭉근하게 문지르는 커다란 손 때문에 소름이 돋았다. 아래도 아팠다. 아니, 아플 정도로 떨렸다. 침대 시트 위에 닿은 구멍에서 물이 질질 새고 있었다.
“으으…….”
차주원은 갑자기 몸을 덜덜 떠는 이연의 심상찮은 모습에, 그의 등에 손을 대고 지탱해주었다.
“히익……!”
눈을 까뒤집은 채 발로 시트를 미는 이연의 허벅지가 심상치 않을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이연아.”
“흐응…….”
떨리던 몸이 추욱 늘어진 후에야, 차주원은 그 이유를 알아챘다.
“흐으…….”
이연의 성기가 다시 말랑해져 있었다.
“……드라이로 갔어?”
사정방지링 때문에 정액을 내보내지 못한 분홍빛 성기가 파르르 떨렸다.
“흐으…… 으윽, 으으…….”
“얼굴에 좆 비벼줘서 간 거야?”
“아니야…….”
“응. 아니야.”
차주원이 이연의 얼굴에 묻은 정액을 손으로 스윽 닦아내며 말했다.
“이제 뺄까.”
“흐으…… 네에…….”
차주원이 축 늘어진 성기를 잡자, 이연이 놀란 듯 시트 위에서 작게 튀어 올랐다. 부드럽게 잡은 성기에서 사정방지링을 빼내자, 요도 끝에서 멀건 액이 힘없이 질질 흘렀다.
천천히 뺐음에도 불구하고 그 느낌을 못 참겠는지, 이연이 품 안에서 움찔거리다 한순간 정신을 잃었다. 이연의 성기를 조금 더 주물럭거리며 남은 사정액을 짜낸 차주원이 그를 침대에 눕혔다.
“이러고 있으니까…….”
차주원이 얼굴에 정액을 묻힌 채 눈을 감은 이연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못된 짓 한 것 같네.”
그런 말을 하면서도 차주원은 태연히 이연의 다리를 벌렸다. 발갛게 부은 성기를 꼼꼼히 살피고, 구멍에 상처가 나지 않았는지도 확인했다. 살이 쓸려 원래의 뽀얀 색을 잃은 허벅지가 괜히 안쓰러웠다. 제 음모에 쓸려 회음선이 도드라진 회음부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살결이 연해서야…….”
정액이 묻은 손으로 이연의 회음부를 살살 문지르는 차주원의 얼굴 위에 웃음기가 돌았다. 구멍부터 회음부를 지나 불알까지 쓸어올리던 그가 못 참겠다는 듯 다시 입을 대자, 이연의 동그란 발가락들이 움찔거렸다.
따뜻하고 축축한 구멍과 회음부를 빨아준 뒤에는 씨를 모두 빼앗긴 작은 불알을 괜히 문지르며 시간을 보냈다.
이연의 얼굴에 묻은 정액을 닦아주어야겠단 생각이 든 건, 차주원이 다시 한번 이연의 내벽 안쪽에 정액을 싸지른 뒤였다.
“하아…… 씹.”
정액으로 뒤덮인 하얀 얼굴과 흔들리는 연한 색의 성기를 눈에 담으며, 차주원은 내벽 가장 깊은 곳에 사정했다. 연약한 사타구니에 허리를 쾅쾅 치받던 그가 허공에 짙은 숨을 내뱉었다.
“아.”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부푼 젖꼭지와 겨드랑이를 핥던 차주원이 문득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허리를 세웠다.
이연이 술에 취했을 때 은근슬쩍 보여준 수첩에 적혀있던 배방구…… 그 이후로 차주원은 도대체 배방구가 뭔지 궁금해 검색까지 해 보았다. 배방구가 뭔지 설명하는 영상을 보며 알아챈 건, 그게 이연이 제게 꽤 많이 하던 행동이라는 것이었다. 이연은 주로 어깨에 바람을 불었는데, 그런 행동에 어이없기만 했지, 이연이 그걸 받고 싶어 하는 줄은 몰랐다.
아마 부모님께 많이 받았겠지. 그래서 지금까지 그리워하는 걸 테고. 차주원은 이연이 깨어있을 때 가볍게 해주어야겠다 생각했다. 지금도 저 말랑하고 뽀얀 배는 많이 핥고 만져주고 있는데, 바람을 불어주길 원하고 있었을 줄이야.
“어릴 때랑 변한 게 없네.”
차주원이 정액과 애액으로 질퍽한 내벽에서 성기를 빼냈다. 귀두 끝에서 아직 완전히 다물리지 않은 구멍까지 하얀 실이 주욱 늘어졌다.
사타구니만 애액으로 젖은 차주원과 달리, 이연은 온몸이 정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얼굴부터 발가락까지, 정액과 애액 그리고 타액이 묻지 않은 곳이 없었다.
차주원이 욕실로 가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운 뒤, 이연을 가볍게 안아 들었다. 볼록한 이마에 입을 맞추며 발걸음을 옮기는 얼굴 위에 숨길 수 없는 만족스러움이 퍼졌다.
*
-오늘은 신작 ‘황문산’의 주연 배우 네 분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활기찬 리포터의 인사를 시작으로, 카메라가 네 명의 배우들을 비췄다.
-사실 영화 제목만 들었을 땐 어떤 영화인지 잘 감이 안 잡히는데, 하준형 씨, 어떤 영화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네, 영화 ‘황문산’은 가상의 황문산을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입니다. 전시 상황에서의 스파이 활동과 암살을 주 소재로 한 영화라, 화려한 액션과 숨 막히는 스릴을 느끼실 수 있으실 거예요.
-와, 설명만 들어도 정말 기대되는데요, 제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전쟁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키스 신이 정말 많다구요?
-하하…… 네. 좀 많은 편이긴 했습니다. 스파이들이 정보를 빼내기 위해서 일부러 연인처럼 접근하기도 하고, 전시 상황에서도 애정이 꽃필 일이 많더라고요.
배우들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데, 오늘 모신 네 주연 배우 중에 한 분만 키스 신이 없었다고 하던데, 어떤 분이신가요?
세 명의 주연 배우가 동시에 서이연을 향해 고개를 틀었다. 카메라에는 이연의 쩔쩔매는 얼굴이 크게 잡혔다.
-어머, 서이연 씨만 쏙 빼놓으신 거예요?
-아닙니다, 아무래도 저는 소년병 역할을 맡았고, 다른 분들이 많이 하셨으니까 저는 굳이…….
이연이 태연한 척 대답을 내놓았지만, 흔들리는 눈동자를 감출 수는 없었다.
-하하하.
이연의 엉뚱한 대답에 나머지 세 배우들과 리포터가 크게 웃었다.
-그게 아니라, 혼자 솔로가 아니셔서 그런 거 아닐까요?
장난스러운 리포터의 질문에, 이연의 볼이 순식간에 발갛게 물들었다. 주연 배우 중 공개 연애 중인 배우는 이연뿐이었다.
-아뇨, 연기는 연기일 뿐이고…… 그런 걸로 신경 쓰실 분도 아니고…… 마음이 굉장히 넓으신…….
-와, 이연 씨 얼굴 정말 빨개지셨어요~
-하하하.
주위 배우들이 귀엽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티브이 속 이연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차주원의 얼굴 위엔 표정이 없었다. 그때 달칵,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무님…….”
차주원이 고개를 돌리자, 갓 잠에서 깬 이연이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있는 차주원을 발견한 이연이 작게 하품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찹찹, 맨발이 대리석 바닥에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잘 잤어.”
“네에…… 하암.”
이연이 차주원의 허벅지에 머리를 베고 누웠다. 자세를 잡느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어깨를 쓰다듬어주자 기분이 좋은지, 웅크린 다리 아래 하얀 발가락들이 꼼지락댔다.
“어, 이거…….”
이연은 드디어 티브이에서 제 얼굴이 나오는 걸 알아챘는지 놀란 소리를 냈다.
“짓궂은 질문에도 많이 긴장 안 했네. 잘했어.”
“정말요? 저 많이 놀랐어요…… 촬영 전에 받은 질문지에는 그런 내용이 없어서…….”
“그랬겠지.”
방송사와 신문사에는 이미 확실히 전달되었다. 어떤 인터뷰에서도 서이연에게 연애 관련 질문은 하지 말라고. 아마 피디와 작가의 비밀스러운 합작이었을 것이다. 시청률에 그 정도의 가치가 있던가. 세원의 요청을 무시할 정도의 가치가.
“아…… 아직도 얼굴 빨개요…… 어떡해…….”
이미 연애 질문은 지나간 지 한참이었다. 영화에 관련된 퀴즈를 풀고 있는 배우들 사이에서, 이연은 여전히 볼을 발갛게 물들인 채 한 문제도 맞히지 못하고 있었다. 느리고 둔한 이연이 아무리 팻말을 잽싸게 들어 정답을 외쳐도, 제일 느려 결코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다.
“하하.”
보고 있으니 왠지 웃긴 광경에 차주원이 살짝 웃었다. 이연에게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한 건 괘씸하지만, 아무래도 이 영상은 이연의 다른 방송 출연본과 마찬가지로 고이 소장해야겠다.
“열심히 했는데, 꼴등 했어요…… 그런데 촬영 끝나고 민서 선배님이 받은 초콜릿 나눠주셨어요.”
“인기가 많네.”
“선배님이 착해서요…….”
아니, 서이연은 확실히 인기가 많다. 특히 여자한테. 그게 단순한 호감인지, 플러팅인지는 알 수 없다. 이연은 추울 땐 목도리를 받아오고, 더울 땐 음료수와 작은 선풍기를 받아온다. 춥거나 덥지 않을 때도 항상 달콤한 먹을거리들을 받아오곤 했다. 사석에서 만나거나 통화를 빈번하게 하는 쪽도 여자였다.
어느 저녁엔, 이연이 통화를 하며 ‘지민아, 그럴 땐 밀당을 한번 해보면 어떨까? 그게 의외로 효과가 있더라구’, 하는 소리를 하는 걸 듣고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던 적이 있다. 연애 경험이라곤 없는 이연이 밀당을 한 경험이 있다면 그건 저를 상대로 한 거였을 텐데, 밀당을 당한 기억은 없을뿐더러, 딱 봐도 숙맥인 이연에게 연애 고민을 털어놓는 지민이라는 사람도 웃기기 그지없었다. 그 뒤로도 당당해지라느니, 너의 매력을 충분히 다 보여줘야 한다느니 하는 말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던가.
그때 생각을 하면 또 웃음이 나올 것 같아, 차주원이 이연의 통통한 귓불을 매만지며 물었다.
“내가 마음이 넓나.”
“네?”
“네 키스 신에도 아무렇지 않아 할 만큼. 마음이 넓어, 내가?”
“아…… 아니에요?”
이연이 티브이 쪽으로 향해있던 고개를 뒤로 젖히며 물었다.
“하하. 아니지.”
“아…… 정말요?”
“질투 날 것 같은데. 네가 키스 신 찍으면.”
“질투요……? 전무님이 왜, 질투를…….”
이연이 정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눈 씻고 찾아봐도 부족한 점 하나 없는, 차주원같이 예쁘고 도도한 사람이 왜 다른 사람에게 질투를 한단 말인가.
“나는 질투하면 안 돼?”
“아니, 그게 아니라…… 전무님 같은 사람이, 왜 질투를…….”
“나 같은 사람이 뭔데.”
“아니…… 전무님은, 전무님은 거울 안 보세요……?”
이연이 차주원의 가지런한 눈썹부터 날카로운 눈매, 높은 콧대를 꼼꼼히 훑어 내렸다. 매끈한 피부와 유려한 입매도 놓치지 않았다. 언제 봐도 예쁜 얼굴. 심장을 콩닥거리게 만드는 얼굴이었다.
“뭐?”
“거울 보면, 아니, 거울 볼 수 있으면, 왜 다른 사람한테 질투를 해요……? 그렇게 생겼으면서…….”
차주원은 저를 빤히 바라보는 이연의 커다란 눈동자에, 갑자기 목이 타는 듯했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깊게 치고 들어오는 이 화법엔 언제쯤 적응할 수 있을까.
“넌 당기기만 하는구나…….”
차주원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듯했다. 그제야 지금까지의 이연의 행동들이 모두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오던 행위임을 깨달았다. 직진밖에 모르는 로맨티시스트.
차주원은 제 허벅지에 볼을 비비며 하품하는 이연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잘도 그런 말을 하고선,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것도 재주다.
“어…… 뭐야.”
갑자기 머리맡에서 차주원의 바지가 부풀자, 이연이 아연한 신음을 흘렸다.
“몸은 괜찮아?”
차주원이 이연의 부드러운 볼을 매만지며 물었다.
“아…… 몸은, 좀, 구멍이 쓰린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야릇해지는 분위기에, 이연이 차주원의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끝이 기억나지 않은 밤을 보냈는데, 아침부터 또 혹사당할 수는 없었다. 오늘은 바닷가에서 놀기로 한 날이라, 체력이 반드시 100%여야 했다.
“그래? 구멍만?”
“네에…….”
“그럼 허벅지에 비비기만 할까.”
“빕, 비벼요?”
아무렇지 않게 허벅지에 비비자는 차주원의 말에, 이연이 깜짝 놀라 물었다. 구멍이 쓰리다고 하면 삽입은 안 할 줄 알았는데, 허벅지에 비비자니…….
“하하. 어.”
“바, 밥은 안 먹어요?”
이연이 차주원의 발기한 성기를 간신히 봉인하고 있는 바지에서 머리를 떼며 말했다.
“밥 먹기 전에 잠깐 운동해야지.”
“잠깐이 아닐 것 같은데…….”
“키스 신 연습은 하기 싫어?”
어린 연인의 직업이 배우니, 키스 신은 어차피 한 번은 감내해야 할 숙명이었다. 차주원이 한없이 관대해지는 영역이 있다면, 그건 이연의 커리어였다. 물론 한없이 날카로워지는 영역이기도 했다.
“질투 난다면서요…… 그런데 키스 신 연습, 전무님이랑 해요?”
“그러니까 더 제대로 연습해야지. 엔지 안 내게.”
“우응…….”
곧바로 입술을 물어오는 차주원으로 인해, 이연의 등이 소파에 닿았다. 혀를 감싸 올리고 입천장을 문지르면서도, 차주원은 이연의 파자마 하의를 빠르게 벗겨냈다.
“키스 신 찍을 때, 손은 가만히 둬. 응?”
모순되게도 차주원은 이연의 회음부와 구멍을 거칠게 문지르면서 그런 말을 내뱉었다.
“혀도 많이 움직이지 마.”
키스를 할 때마다 매번 이연의 목구멍까지 혀를 박아넣는 그가 할 소리는 아니었다.
“고개도 비틀지 말고.”
매번 키스가 끝나면 고개를 틀어 볼과 귓불을 함께 괴롭히던 차주원이었다.
“하으…… 아앙.”
긴 손가락이 이연의 구멍 주위를 문지르다, 손가락 한 마디를 얕게 삽입했다.
“많이 부었네.”
손가락을 빼고 이연의 양 다리를 겹쳐 모은 차주원이 하얀 다리를 제 한쪽 어깨 위에 올렸다. 말랑하고 통통한 허벅지 사이로 검붉은 성기를 끼우는 그의 얼굴 위로, 제 아래에서 숨을 할딱이는 연인이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미소가 깔렸다.
*
차주원은 허벅지에 성기를 끼우고 사정한 후에도, 늘어져 있는 이연의 성기를 손으로 만져주며 정액을 짜냈다.
정액과 애액으로 얼룩진 아침을 보낸 뒤 이연이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땐, 이미 부엌에 고소한 냄새가 가득 차 있었다. 이연은 요리 중인 차주원에게 다가가 그의 등허리를 꼭 껴안고 볼을 비볐다.
“전무니임!”
“왜.”
안겨 오는 이연이 귀엽다는 듯, 다정한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뭐 만들어요?”
“떡볶이랑 김밥.”
“와아! 진짜요?”
“어제 먹고 싶댔잖아.”
“아…… 먹고 싶다고 안 했는데…….”
“분식 먹는 사람 영상만 삼십 분 내리 봤는데, 그게 먹고 싶다고 한 게 아니야?”
장난기가 맺힌 차주원의 목소리에, 이연이 인정한다는 듯 실실 웃었다.
어젯밤, 침을 꼴딱대며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이연의 모습이 다시 생각나, 차주원도 피식 웃음을 흘렸다.
“오늘은 해 질 때쯤 나가면 될 것 같아. 지금은 햇볕이 너무 세서.”
“네에. 다 좋아요.”
어서 바닷가에 가 놀고 싶다는 듯 이연이 몸을 흔들었다. 차주원을 뒤에서 안은 채 몸을 흔드는 덕에, 단단한 몸에도 진동이 전해졌다.
“하하. 다 됐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네에~”
이연은 차주원의 말에도 흥얼거리며 몸을 흔들기를, 정확히 말하자면 엉덩이와 어깨를 흔들기를 멈추지 않았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이연의 모습에, 차주원의 입꼬리도 호선을 그렸다.
*
여린 피부쯤은 손쉽게 태울 듯 따갑게 내리쬐던 햇볕이 은은해져 붉게 변하기 직전, 두 사람은 별장 앞 해변으로 향했다. 차주원과 사이즈만 다르고 디자인은 같은 수영복 바지를 입은 이연은 기분이 좋은지 뛰다시피 했다.
차주원이 바닷가를 뛰어다니며 물을 튀기는 이연을 카메라에 담았다. 장난스레 포즈를 취하는 모습에도 꼼꼼히 셔터를 눌렀다. 파도가 오는 줄도 모르고 모래사장에 앉아있던 이연이 등 뒤에서 파도를 맞아 허우적대는 모습도 카메라에 담겼다.
꽤 오랜 시간 동안의 격한 물놀이 때문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이연의 젖은 어깨 위에 담요를 덮어주고, 시원한 음료수를 꺼내준 차주원이 물었다.
“이제 뭐 할 거야.”
“저 성 만들 거예요.”
“성?”
“네. 모래성이요.”
이연이 담요 끝자락으로 얼굴을 닦아내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저 혼자 만들 거예요. 전무님은 쉬세요.”
“왜 혼자 만들려고.”
한 번도 모래 장난을 쳐 본 적은 없지만, 차주원은 이연이 원한다면 같이 어울려주고 싶었다.
“전무님 손에 흙 묻히지 않을래요.”
“…….”
얘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차주원은 이연이 무슨 의미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아 말간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이연은 몸을 대충 닦은 뒤, 별장에서 챙겨온 버킷을 들고 분주하게 바다로 향했다.
“하.”
헛웃음을 터뜨리며 머리를 쓸어올린 차주원이 작은 뒷모습에 시선을 두었다. 아마 이연은 자신이 빠르게 걷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차주원은 모래가 잔뜩 묻어있는 이연의 하얀 발목이 느릿하게 움직이는 걸 보며 생각했다.
태연하게 내뱉는 말에도, 왜 난 바로 대꾸도 못 할 만큼 얼어버리는 건지. 왜 그저 네 볼을 감싸고 입술에 입맞춤을 내리고 싶은 건지.
단어 하나하나, 목소리 한 음절, 세심한 행동들에 묻은 네 애정이 너무 선명해서. 네 마음이 너무 애틋해서, 뿌옇게 변해버리는 머릿속을 감출 길이 없다.
“…….”
차주원은 오랫동안 이연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버킷에 바닷물을 가득 담아 낑낑대며 선탠 베드 근처에 자리 잡은 이연이 물과 모래를 섞기 시작했다.
차주원은 이연이 자리 잡은 모래 위에 마른 담요를 깔아주고, 흙 묻은 손으로도 손쉽게 마실 수 있게 빨대 하나를 꼽은 음료수를 옆에 놓아주었다.
어린 연인이 흙장난을 하는 동안, 차주원은 선탠 베드에 앉아 책을 읽었다. 탑탑- 이연이 모래를 두드릴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책을 한 장 넘길 때마다 확인하듯 이연에게 시선을 두던 차주원은 어느새 허벅지 위에 책을 올려놓은 채 이연의 모습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얼마나 집중했는지, 도톰한 입술이 야무지게 튀어나와 있었다. 하얀 볼에 모래를 묻힌 채 열중하는 이연의 가는 팔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만들고 있는 건 모래성이라기보다 두꺼비 집에 가까웠지만, 모양을 내고는 싶었는지, 이연은 성을 동그랗게 둘러싼 성벽도 만들었다.
물놀이로 젖었던 머리칼도 어느새 말라 다시 보들보들해져 있었다. 흙이 잔뜩 묻은 이연의 작은 발 위를, 붉은빛의 노을이 거닐었다. 멀리서도 섬세하게 휜 기다란 속눈썹 위로도 따뜻한 빛이 내려앉았다.
차주원이 주먹을 꽉 쥐었다. 울컥울컥 차오르는 마음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 해, 입을 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연아.”
“…….”
성벽을 만드는 데 열중한 이연이 제 목소리를 듣지 못하자, 차주원이 일어나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이연아.”
“……네?”
뒤에서 그를 끌어안고 허리에 팔을 감은 차주원이 다시 이연을 불렀다. 하얀 어깨에 턱을 괴자, 목덜미에서 풍기는 순한 체취가 기꺼웠다.
“재밌어?”
“헤헤. 네에~”
어깨 위에 놓인 제 턱의 감촉에 간지러운지 이연이 꺄르르 웃으며 대답했다.
“행복해?”
“네에!”
“내가 좋아?”
이연의 허리를 감은 팔이 조여들었다. 조금의 거리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차주원이 이연의 등에 빈틈없이 몸을 붙였다.
“당연하죠~”
“나 사랑해?”
이연의 목에 입술을 묻은 차주원이 속삭였다.
“네에~”
“나랑 결혼할래?”
“네에~”
이연이 흘러가듯 대답한 것을 안 차주원이 작게 웃었다. 이연은 여전히 모래를 두드려 형태를 만드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정말?”
이연의 왼팔 위로 차주원의 손이 스르륵 미끄러져 내렸다. 모래를 만지던 손이 방해받자, 이연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제 손을 잡는 커다란 손을 응시했다.
네 번째 손가락에 단단한 감촉이 닿았다. 깍지를 낀 채 한참을 붙어있던 차주원의 손이 떨어져 나가자, 그제야 이연의 시선이 노을빛을 담은 왼손으로 향했다.
이연은 제 왼손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젖은 모래가 잔뜩 묻은 약지 위에, 그와 어울리지 않게 정교하고 아름다운 반지가 자리해 있었다.
“이연아.”
규칙적인 파도 소리 사이로, 귓가에 울림이 좋은 목소리가 닿았다.
“나랑 결혼해 줄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목소리였다.
“……아…….”
“나한테.”
차주원이 떨리는 이연의 손을 마주 잡았다.
“네 가족이 될 기회를 줄래.”
이연이 몸을 돌려 제 뒤를 지키던 차주원을 바라보았다. 이미 커다란 눈에 눈물이 가득 차 있었다. 덜덜 떨리는 입술이 안타까워 볼을 매만져 주자, 이연이 결국 눈물을 툭툭 뱉어냈다. 울음기 때문에 비틀린 입매에서 더듬더듬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심장이 조여올 만큼 사랑스러웠다.
“저, 전무님…… 전무님.”
“응.”
“네, 네…… 가족, 전무님이랑 가족…… 꼭, 꼭 가족 하고 싶어요…… 흐으…….”
아이처럼 얼굴을 찡그리며 흐느끼는 이연의 얼굴이, 보육원 뒤뜰에서 홀로 울고 있던 여원의 얼굴과 겹쳐졌다.
“많이 기다렸어.”
“흐으…… 전무님…… 어떡해요…… 너무 좋아요…… 진짜 결혼하면, 결혼하는 거예요?”
차주원의 목덜미에 팔을 감은 이연이 어깨에 볼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응. 진짜 결혼.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가족이 되는 거야.”
울먹거리며 오르락내리락하는 이연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커다란 손이 미세한 떨림을 담고 있었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가 다시는 외롭지 않기를.
“흐으…… 가족…… 가족 할래요.”
“사랑해, 이연아.”
너무 일찍 여윈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 눈물을 흘릴 때도, 내가 곁에 있단 사실을 잊지 않기를.
“저도 사랑해요…… 제가 훨씬 더요…… 제, 제 마음 알고 있죠?”
“알아. 고마워.”
네 어여쁘고 귀한 마음이 절대 다치는 일 없기를.
이연의 거센 울음이 그칠 때까지, 차주원은 그의 떨리는 어깨에 입 맞추어 주었다. 부드러운 페로몬으로 작은 몸을 감싸주며 사랑한다 속삭여 주었다.
“저, 머리에 하얀 거…… 하얀 거 쓸래요.”
마침내 울음을 그친 이연이 웅얼거리자, 간지러운 숨결이 차주원의 목덜미에 닿았다.
“면사포? 하하. 그래.”
차주원이 이연의 보드랍고 가벼운 몸을 꽉 껴안으며 미소 지었다. 붉게 물든 하늘만큼이나, 가슴 속이 충만감으로 터질 듯 두근댔다. 긴장이 풀리자 그제야 귓가를 울리는 파도 소리가 들렸다.
“꽃도…… 살아 있는 꽃도요.”
가슴에 맞닿은 이연의 심장 소리가 작게 콩닥댔다. 그러나 제겐 그 어떤 감각보다 커다란 파동이었다.
차주원이 몸을 살짝 떼고, 이연의 부드러운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말했다.
“꽃은 여기 꽂을까.”
“네에…… 많이요. 그리고, 그리고…….”
“응. 그리고?”
눈물로 젖은 이연의 볼을 살살 쓸어주는 차주원의 눈에 애틋함이 가득했다.
“김밥두…… 참치 김밥이요.”
“하하하. 스테이크 말고 참치 김밥?”
“스테이크랑, 참치 김밥도…….”
“하하.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 이연아.”
네가 하고 싶은 건 다 해. 내 옆에서.
“난 다 좋아.”
서이연은 하나밖에 없는 제 세상이다.
온 마음을 다해 어여뻐하고, 귀하게 여겨 주어 소중하게 키워낼, 하나밖에 없는 제 세상이다.
여전히 규칙적인 파도소리와 붉은 빛 하늘 아래, 연인의 말소리가 두런두런 섞여들었다.
후원자의 거리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