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6. 출장 (15/17)

외전6. 출장

“전무님…… 거기 음식은 맛있어요?”

-먹을 만해.

“저는 오늘 저녁으로 우동 먹었어요.”

-맛있게 먹었어?

“네에…… 그런데 선물은 뭐 사 오실 거예요? 저 초콜릿 먹고 싶은데…….”

-하하. 초콜릿 사 갈게. 많이.

이연이 핸드폰 화면 안에서 작게 웃는 차주원의 얼굴을 시무룩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차주원이 미국 출장으로 집을 비운 지 벌써 일주일째였다.

“전무님은 요즘 안 우울하세요?”

-왜.

“저는, 좀 우울해요. 왜 하필 이번 주에 광고 촬영이 있었을까요…… 왜, 이번 주에 전무님은 미국 출장을 가셨을까요…… 하늘이 무심해요…….”

-하하.

차주원은 아직 차기작 크랭크 인까지 시간이 남아 고정적인 스케줄이 없는 이연과 미국 출장에 동행하려 했다. 하지만, 이연의 세원 전자 광고 촬영이 같은 주에 예정되어 있어 어쩔 수 없이 홀로 출장을 떠났다.

-이틀 후에 보자 이연아. 바로 집에 갈게.

“네에…….”

-광고 촬영은 잘 했어?

“네…… 저 연습 많이 했잖아요.”

-그랬었지.

너무 열심히 해서 문제였지…… 서이연은 광고 음악 담당자가 느낌만 보라며 건네준 광고 음악에 맞춰 직접 춤을 제작했다. 차주원이 곧 대표로 승진할 세원 전자의 광고인데, 허투루 할 수 없다며 직접 구상한 춤이었다. 심지어 광고 촬영 때 이연이 춤을 춰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무선 이어폰을 꽂은 채 미소 지으며 천천히 눈을 감는 것이 이연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이연은 제 긴 속눈썹과 투명한 피부, 그리고 화제성 때문에 캐스팅된 것이 아닌 춤 실력 때문에 광고 모델로 발탁되기라도 한 듯 열심이었다. 차주원은 자신을 소파에 앉힌 후 그 앞에서 춤을 추는 서이연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도대체 생각의 가지가 어떻게 뻗어가야 광고 촬영 준비를 열심히 한다는 취지에서 춤을 만들 수 있는 걸까.

평생 아부라고는 해본 적 없었던 차주원은, 그날 어린 애인에게 영혼까지 쥐어짜 낸 서투른 아부성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귀엽긴 했다. 아니, 너무 귀여워서 문제였다. 통통 튀며 춤을 추느라 발개졌던 이연의 뽀얀 볼만 생각하면, 아직도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였다. 그날, 차주원은 꽤 거칠게 이연을 안았다.

“전무님, 저 좀 힘이 없어요. 이게 다 전무님 때문이에요…….”

이연이 카메라를 가까이 대며 말했다. 축 처진 이연의 순한 눈매와 작은 콧방울이 화면에 가득 찼다. 차주원은 조금 목마른 듯한 기분에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하필이면 이연은 사과머리를 하고 있었다.

앞머리를 짧게 자른 이후로, 서이연은 집에서 곧잘 앞머리를 올리고 있었다. 이연이 말하길, 앞머리가 눈썹에 닿을 만큼 길기 전까지는 앞머리를 최대한 올리고 있을 거라 했다. 머리 위에서 새싹처럼 흔들리는 앞머리와 이연의 볼록하고 하얀 이마를 볼 때면, 괜히 갈증이 일었다.

뭘 믿고 저렇게 귀여운 건지…… 연인과 오래 떨어져 있어 기운이 없는 사람은 비단 서이연뿐만이 아니었다.

“어제는 저, 전무님 옷 입고 잤어요.”

-내 옷을.

내 옷 중에는 맞는 옷이 없을 텐데.

“네. 전무님이 운동할 때 입는 반팔 티요. 하얀 거…….”

-왜.

“그냥요…… 옷장 구경하다가…… 사실 티 말고 다른 옷들도 많이 입어봤어요.”

-하하.

“바지도 입어봤는데, 벨트로 꽉 조여 매도 다 흘러내렸어요.”

-그러게 왜 입었어.

“그러면 전무님이랑 같이 있는 것 같아요. 한 삼 초 정도…….”

-…….

차주원은 이연의 말에 아무런 맞장구도 쳐주지 못했다. 저를 이렇게나 보고 싶어 하는데 곁에 있어 주지 못하는 자신에게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리구 전무님 정장 입은 모습 너무 멋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똑같은 옷 입어도 별로 안 멋져요. 헤헤.”

차주원이 깊게 파인 이연의 보조개를 보며 미소 지었다. 아이같이 맑은 웃음을 보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보고 싶다, 이연아.

“…….”

그러나 차주원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이연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삐죽 튀어나오는 입술에, 차주원의 얼굴에 아차 싶은 듯 실금이 갔다.

“제가 더요. 엄청…… 많이요. 흐으으…….”

-이연아.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이연을 본 차주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연은 연기를 위해 눈물을 흘릴 때와 진심으로 울음을 터뜨릴 때의 얼굴이 판이하게 달랐다. 연기를 할 때 커다란 눈망울을 서서히 적신 눈물이 하얀 볼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리는 것과 달리, 진짜 울 땐 온 얼굴을 구기고 서럽게 울었다. 마치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것처럼.

“흐으…….”

-왜 그래. 어디 아파?

보고만 있어도 심장이 아려오는 것만 같은 광경에, 차주원의 목소리에 조급함이 담겼다.

“후으…… 왜, 왜 이러지…… 전무님, 제가 우, 울려고 그런 게 아니라요…… 흐으, 으어엉…….”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해사하게 웃던 이연은 눈물을 거칠게 닦아내면서도 울음을 쉽게 그치지 못했다. 차주원은 자극에 발갛게 변한 눈가가 안타까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연아.

그러나 잠깐의 훌쩍임일 줄 알았던 이연의 울음은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이연이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지 핸드폰을 침대 위에 뒤집어 놓아서, 차주원이 마지막으로 본 화면은 그가 무릎에 얼굴을 묻고 훌쩍이는 모습이었다.

“으으…… 으윽, 흐으…….”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평소라면 단순히 오래 떨어져 있었다고 이렇게 심하게 울지는 않을 텐데, 차주원은 이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새로 붙여놓은 매니저에게 받은 보고에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였는데.

이연과 함께 병실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차주원은 이연을 현재 소속사에서 빼내 오기 위해 물밑작업을 진행했다. 소속사 사장이 차주원의 스폰을 등에 업고 있는 서이연을 순순히 보내주고 싶어 하지는 않았지만, 세원 후계자의 통보에 반항할 만큼 겁대가리를 상실한 인간은 아니었다.

소속 배우 관리가 뛰어난 지인의 소속사에 이연을 이적시킨 차주원은 철저한 뒷조사 후에 베타 매니저를 지명했다. 그는 이연이 스케줄을 소화할 때 절대로 옆에서 떨어지지 않으며 모든 세부 사항을 차주원에게 보고했다.

세원 광고 촬영에서는 아무런 이상 행동도 보고되지 않았고, 오늘은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을 텐데.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이연아. 나 좀 봐.

“흐으, 죄송, 해요…… 저, 물 좀 먹고 올게요…….”

-핸드폰 들고 가.

“네에…….

차주원이 머리가 아픈 듯 미간을 짚었다. 핸드폰 화면 너머 이연이 식탁 위에 핸드폰을 놔둔 채 물을 컵에 따랐다. 의자에 앉은 이연은 크게 오르내리는 가슴을 진정하지도 못한 채 물을 꼴딱꼴딱 마셨다.

착잡한 눈길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차주원은 이연이 물을 다 마시자 입을 열었다.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네…… 그냥, 하루 종일 힘이 없었어요…….”

-어서 집에 가야겠네.

“네에…… 빨리 오세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요…….”

-그럴게.

“후우…… 히끅.”

울음의 기운으로 딸꾹질을 멈추지 못해 튀어 오르는 작은 몸을 보자, 차주원의 눈빛이 짙어졌다.

-이제 그만 자자. 벌써 열한 시네.

“잠 안 오는데…….”

서이연은 이제 겨우 아침이 되었을 미국을 생각하며, 그와 조금 더 통화하고 싶다는 기색을 비쳤다. 그러나 차주원은 자신과의 통화가 울음의 원인이 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우느라 지쳤을 이연을 어서 재워야겠다 생각했다.

-나도 출근해야지.

“네에…… 오늘 하루도 파이팅…….”

-그래. 일어나면 연락해.

“사랑해요…… 안녕.”

-나도 사랑해.

낮은 울림을 가진 차주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이연이 작은 손을 살랑살랑 흔드는 것을 끝으로 통화가 종료됐다.

“…….”

차주원이 머리를 쓸어올리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삼십 분 후면 볼룸에서 미팅이 시작된다.

“씹…….”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도대체 뭐 때문에. 내 오메가가 홀로 울고 있을 동안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데.

발개진 이연의 눈가가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딸꾹질을 할 때마다 들썩거리던 어깨도, 울음을 참기 위해 짓씹어 붉게 변한 입술도.

“하…….”

고개를 뒤로 젖힌 차주원의 깊은 한숨이 천장으로 흩어졌다. 눈을 가린 그의 한쪽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

차주원이 집 안으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이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반가움을 담은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비행기 도착 시간까지 다 외우며 날짜를 세고 있던 이연이 왜 갑자기 연락 두절이 된 건지, 걱정이 짙게 깔린 차주원의 얼굴이 초조함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연아.”

그러나 차주원이 침실 문을 벌컥 열었을 때 마주한 것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광경이었다.

“하아…… 으응, 우응…… 아앙.”

“…….”

널브러진 옷가지로 가득 찬 침대 위에서, 서이연이 셔츠 한 장만 걸친 채 자위하고 있었다.

“아흐…… 우으.”

“…….”

분홍빛 성기를 감싸고 있는 것은, 차주원의 속옷이었다.

시트 위를 미는 이연의 하얀 발끝이 잔뜩 펴져 있었다. 제 옷을 걸치고, 제 속옷으로 자위하고 있는 오메가를 바라보는 알파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침실 안에 이연의 페로몬이 넘실댔다. 너무 연해서, 아무리 뿜어내도 희미하게 맡아질 뿐인 향기였다.

그러나 차주원은 그 순한 향기를 누구보다 기민하게 잡아낼 수밖에 없었다. 열여덟 살부터 그에게 각인되다시피 한 페로몬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눈을 꼬옥 감고 성기를 문지르던 이연이 천천히 눈을 떴다. 차주원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 동그란 눈이 더 커진 것도 그때였다.

“우으!”

핏-

그러나 차주원과 눈이 마주친 순간, 매끈한 성기에서 정액이 튀어 올랐다. 미처 참을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아…….”

수치심으로 물든 이연의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럼에도 오르가즘으로 인해 허벅지가 덜덜 떨리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이연은 차마 문 앞에 서 있는 그의 얼굴을 마주할 수 없어 망연자실한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지만, 시야에는 정액으로 더럽혀진 차주원의 속옷이 자리해 있었다.

“아…….”

지금 자신을 차갑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속옷으로 자위하던 걸 꼼짝없이 들켜 버렸다.

아연한 신음만 흘리는 이연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차주원이 문에 몸을 기대고 팔짱을 꼈다. 침대 위에 이리저리 널린 옷들이 다 제 옷이었다. 정장부터 운동복, 심지어 코트까지. 마치 옷가지로 둥지라도 만들어 놓은 모양새였다.

히트 사이클 시기에 이런 행동을 보이는 오메가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지만…… 그게 우리 집 오메가였을 줄이야.

“이연아.”

“…….”

“히트 사이클이었어?”

그래서 몸에 힘도 없고, 쉽게 울음을 터뜨렸던 거였겠지. 다른 일이 있었던 게 아니라 다행이기는 한데…….

“그것도 모르고, 걱정 많이 했잖아.”

“전무니임…….”

“발정이 난 거였구나. 상사병이 아니라.”

상사병은 나 혼자 앓고 있었네.

“……바, 발정, 은 아닌데에…… 마니, 많이 보고 싶었어요.”

이연이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차주원에게 다가왔다. 품이 큰 하얀 셔츠 사이로, 이연의 뽀얀 몸이 다 드러나 있었다. 단추는 하나도 잠그지 않아 방금 사정해 허벅지에 묻은 하얀 정액까지도 다 보였다. 셔츠가 너무 커서, 옷깃이 이연의 어깨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다. 옷을 입은 건지 걸친 건지 알 수 없는 모양새였다.

차주원이 가까이 다가온 이연의 턱을 들어, 눈을 맞췄다.

“이게 발정 난 얼굴이 아니면 뭐야.”

몽롱한 눈을 하고 있는 이연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던 차주원이 말했다. 발갛게 달아올라 있는 눈가가 야했다. 눈물을 머금고 가라앉은 기다란 속눈썹이, 저밖에 안 보인다는 듯 달라붙어 오는 눈동자가, 키스라도 하려는 듯 작게 벌리고 있는 입 안 붉은 혀가. 모두 음란하기 그지없었다.

“어떻게 해줄까.”

차주원의 손이 하얀 셔츠를 살짝 벌렸다. 가벼운 손짓에도 커다란 셔츠가 손쉽게 하얀 팔을 타고 흘러내렸다.

“우응…….”

셔츠가 벗겨지며 어깨부터 팔을 긁는 그 약한 자극에도, 이연이 어깨를 움츠렸다.

“응? 말해봐.”

이번에는 젖꼭지였다. 검지와 중지로 젖꼭지를 살짝 잡았다가 엄지로 꾸욱 누르는 차주원의 손길이 느릿했다. 이연은 차주원의 농도 짙은 페로몬에 짓눌려 대답도 내뱉지 못하고 덜덜 떨었다.

그러나 한참 동안 가슴을 괴롭히던 차주원이 젖꼭지를 세게 꼬집었을 때, 이연이 허벅지를 파르르 떨며 신음을 내질렀다.

“아윽! 흐으응…… 흐으.”

차주원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는 이연의 한 팔을 잡고 들어 올렸다.

“이게 뭐야.”

이연의 허벅지 사이로 투명한 액체가 진득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하…….”

그 광경을 본 차주원의 눈빛이 묘해졌다. 허벅지 사이로 손을 가져가 부드러운 살결을 쓸어주자, 이연이 팔뚝을 잡아 왔다.

“젖꼭지로 싼 거야?”

차주원의 손이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애액을 쓸어 올리며 작은 불알을 쥐었다.

“으으…….”

불알 사이와 회음부를 한꺼번에 문지르는 손길에, 이연이 차주원의 팔뚝을 밀었다. 그러나 밀어내도 밀리지 않고, 오히려 구멍 주위를 문지르는 그의 손가락에 이연이 어깨를 움찔댔다.

“바로 박아도 될 정도네.”

“흐으…… 아, 아니에요…….”

“아니야?”

“네에…….”

“그만큼 젖은 건 아니야?”

“흐윽, 으으, 네.”

차주원이 자꾸만 부끄러운 질문을 하자 이연의 입에서 울음이 섞인 신음이 샜다. 이미 그가 손가락 세 개를 한 번에 구멍에 박고 있었다.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연의 떨리는 다리가 점점 힘을 잃었다. 그러나 이연은 제 팔을 단단하게 고정하고 있는 차주원의 손 때문에, 꼼짝없이 서서 그에게 검사받듯 구멍을 괴롭힘당할 수밖에 없었다.

“뒤로는 안 했어?”

“아, 아직이요…….”

“기다렸네.”

내가 쑤셔주기를.

“네에, 네…… 기다, 렸어요.”

애액으로 푹 젖은 내벽 안을 손가락이 휘젓는 소리가 선명했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멈출 줄 모르고 들려오자, 차주원의 팔뚝 위에 놓인 이연의 작은 손이 재킷을 꼭 잡았다. 차주원은 눈을 꼭 감고 신음을 내뱉고 있는 이연의 발간 볼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직도 내 앞에서 태연하게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게 신기하네. 매번 그런 얼굴을 하고서 기절할 때까지 박혔으면서.

차주원이 손등을 타고 흐르는 이연의 애액을 느끼며 생각했다. 오늘은 좀 괴롭힐까.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이 작은 오메가가 한계까지 몰리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이연아.”

차주원이 느릿하게 손가락을 빼내자, 내벽 안을 긁어내리는 자극을 못 참겠는지 이연이 입술을 짓씹었다.

“혼자 하고 있을래?”

“……네, 네? 혼, 자요?”

“응. 혼자.”

“왜, 왜요? 왜 혼자 해야 해요? 전무님, 집에 오셨는데…….”

“왜, 못 하겠어?”

“아니…… 그건 아닌데, 이해가, 잘 안 돼서…… 저번처럼 이해시켜 주세요…….”

이연이 차주원의 겉옷을 꼭 쥐고 물었다. 이연은 나름대로 조급함에 옷을 꽉 쥔 것뿐이었지만, 모양새는 멱살을 잡은 그것과 같았다.

“저, 저 지금, 히트 사이클이고…… 방금, 자위도 해서 좀, 좀 흥분한 상태예요.”

“그랬어.”

“근데, 전무님이, 혼자 하라고 하니까…… 서, 서운해요. 얼마나 오래 참았는데…….”

“그건 그런데…….”

차주원이 제 멱살을 잡은 이연의 손목을 살짝 잡으며 말했다.

“씻고 안아주고 싶어서.”

차주원이 손목을 잡자 묻어오는 진득한 애액을 느낀 이연의 얼굴이 화르륵 타올랐다. 그의 커다란 손이 제 애액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 그럼 그러세요. 전, 기다리고 있을게요…….”

재빨리 차주원의 옷깃을 잡고 있던 손을 놓은 이연이 곧바로 등을 돌려 멀어졌다. 거실로 후다닥 도망쳐버리는 이연의 뒷모습을 보는 차주원의 입꼬리가 야살스레 올라가 있었다.

차주원이 씻을 동안, 이연도 하체에 묻은 정액과 애액을 씻어내기 위해 다른 방으로 향했다. 자위하는 것을 들킨 데다 그의 손에 애액을 한가득 묻히기까지 하다니. 오늘 히트 사이클이 시작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늦은 오후에 발기한 채로 눈을 뜨기 전까지는.

사실 어쩌다 침대 위에 차주원의 옷을 쌓아 두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그의 속옷을 찾아내 문지르며 자위한 기억도 마찬가지로 흐릿했다. 그건 제가 아니었다. 완전히 페로몬의 노예였다.

“부끄러워…….”

그러나 차주원이 도착해 알파 페로몬 조금 받았다고 조금 진정이 된 것도 신기했다. 역시 우성 알파는 대단하다. 그런 대단한 사람이 제 애인이라는 것도 참 멋진 일이다. 보조개가 깊게 파인 이연의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헤헤. 빨리 씻어야지.”

샤워를 마친 이연이 밖으로 나와 차주원의 셔츠를 다시 걸치고 침실로 향했다. 이번에는 셔츠의 단추를 제대로 잠근 채였다. 속옷을 걸치지 않은 사타구니가 허전했지만, 이연은 이제 곧 그가 자신을 안아줄 테니 굳이 입지 않아도 상관없다 생각했다.

“아직 씻고 계시나…….”

욕실에서는 여전히 물소리가 들렸다. 문에 귀를 바짝 대고 있던 이연의 어깨가 조금 처졌다. 침대로 돌아가 얌전히 걸터앉아 있는데,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전무님!”

이연이 곧바로 엉덩이를 떼고 욕실로 달려갔다. 다다다 하는 발소리와 함께 뛰어온 이연이 곧바로 품에 안기자, 차주원이 작은 몸을 안아 들었다. 뽀얀 볼에 입을 맞춰주자, 이연이 목덜미를 감고 고개를 어깨에 묻어왔다.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머리만 말리고.”

“머리도 말리시려구요……? 안 말려도 잘생겼는데…….”

이연의 올망졸망한 눈망울에 차주원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연을 살짝 내려놓고 태연히 드라이어를 집어 들었다. 이연은 차주원이 머리를 말리는 동안에도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함께 바람을 맞기도 하고, 그의 등에 바디 로션을 발라주기도 했다.

그러나 머리를 다 말린 차주원이 옷을 입기 시작하자, 이연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저, 전무님…… 뭐 하시는, 왜 그러,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너 점심 안 먹었지. 배고플 거 아냐.”

“……안 고파요!”

이연의 볼이 퉁퉁 부어올랐다. 지금 저를 바로 안아주지도 않고 뭐 하는 거냐는 항의의 눈빛을 받은 차주원의 얼굴은 무심하기만 했다.

“그래도 밥은 제때 먹어야지. 점심 만들어 줄게.”

“…….”

이연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부엌으로 향하는 차주원의 뒤를 쫓았다.

히트 사이클에는 바로 안아주셨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섹스했는데…… 오늘은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역시 전무님의 속옷으로 자위한 건 너무했나. 너무 변태 같아 보였을까. 그렇지만…… 참을 수 없었어.

“…….”

이연이 복잡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식탁에 앉았다. 차주원이 요리할 때면 항상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앉던 자리였다. 속옷을 입지 않은 채 의자에 앉으니 엉덩이가 차가웠다. 긴 셔츠를 정리해 그 위에 엉덩이를 붙인 이연이 커다란 뒷모습을 눈에 담았다. 턱을 손에 괸 얼굴이 심란함으로 물들어 있었다.

빵과 계란이 요리되는 고소한 냄새가 주방을 채웠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성욕의 노예가 되어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더니, 그의 말대로 배가 고프기는 했다. 이상하게도 차주원이 해주는 요리는 다 맛있었다.

“베이컨도 구워요?”

기름 냄새에 금세 기분이 들뜬 이연이 어깨를 들썩이며 물었다. 베이컨은 이연의 식단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는 차주원이 쉽게 내놓지 않는 음식이었다.

“응. 든든하게 먹어야지.”

“맞아요…… 밥을 잘 먹어야 섹스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은근슬쩍 점심 후의 할 일을 짚어주는 이연의 말에, 차주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맛있게 먹어.”

따끈따끈한 음식으로 채워진 접시가 앞에 놓이자, 이연이 곧바로 수저를 들었다.

“전무님도 배고프시죠? 비행기에서 맛있는 거 줬어요?”

“별로였어.”

“역시 집이 최고예요. 그렇죠?”

“맞아.”

“그럼 이제 집에 붙어 계세요…….”

“하하. 그럴게.”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이연이 음식을 와구와구 먹기 시작했다. 어서 점심을 끝내야 그와 섹스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천천히 먹어야지.”

차주원이 이연의 입가에 묻은 빵가루를 떼어주며 말했다.

“…….”

이연은 단정하게 음식을 먹는 차주원의 입가를 훔쳐보았다. 선이 예쁜 입술이 작게 벌어졌다 음식을 씹으며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야했다.

“저 다 먹었어요.”

이연이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깔끔하게 비워진 접시를 바라본 차주원이 미소 지으며 식사를 계속했다.

“…….”

오늘따라 차주원이 음식을 느리게 씹는 것 같았다. 평소에는 자신이 더 늦게 먹었던 것 같은데…….

차주원은 먼저 식사를 끝내도, 이연이 식사를 끝내길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눠주었다. 평소에는 말수가 적은 편이지만, 자신이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 있도록 선뜻 제 얘기를 꺼내놓았다. 그런 차주원의 다정함이 좋았다.

그래, 오늘은 나한테 기회가 생긴 거야……! 이연의 눈이 순식간에 초롱초롱해졌다.

“전무님, 이 셔츠, 전무님이 입었을 때는 예뻤는데, 제가 입으니까 바람막이 같아요.”

“너도 예뻐.”

“정말요? 사실, 전무님이 입었을 때 팔뚝이랑 가슴 부분이, 이렇게…… 그걸 뭐라 그러지, 그, 풍선처럼, 그렇게 되는 게 신기했거든요!”

“그랬어.”

“저도 그렇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음. 글쎄.”

우성 알파가 되지 않는 이상 힘들지 않을까. 차주원이 이연의 뽀얀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솜털이 올라와 있는 통통한 볼과 발갛게 물들어 있는 도톰한 입술이 보기 좋았다. 그나저나 매운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닌데 왜 입술이 평소보다 부풀어 있지. 베이컨이 많이 뜨거웠나.

이연의 눈동자는 여전히 차주원의 손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커다란 눈망울이 그릇과 제 입술을 번갈아 가며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이럴 때면 영락없는 강아지였다. 제가 뭘 먹고 있는지, 잘 먹고 있는지 감시하는 듯한 눈길이 유순했다.

“아이스크림 먹을래?”

식사를 마친 차주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아이스크림이요?”

이연이 화들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왜, 왜요?”

아이스크림같이 설탕이 많이 들어간 간식은 특별한 날에만 먹는 게 아니었던가. 차주원으로부터 처음 간식 조절 제안을 받았을 땐 많이 억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연은 원래 돈이 없어서 군것질은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이제 와서 이 주에 한 번 정도 먹는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었기에, 이연은 잠자코 그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그런데 왜 하필 오늘이란 말인가. 이제 빨리 섹스해야 하는데…….

“별로 안 먹고 싶어?”

“아, 아뇨!”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이 주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벌써 침이 고여 말을 더듬은 이연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디저트 스푼을 챙겼다.

“하하.”

그냥 내일 먹자고 하면 될 것을. 초조함에 요령을 부릴 생각조차 못 하는 이연을 보는 차주원의 눈꼬리가 휘어있었다. 차주원이 아이스크림을 예쁜 유리그릇에 덜어 이연에게 건네주었다. 이연은 그릇을 들고 거실로 가 소파에 엉덩이를 붙였다.

차주원도 커피 한 잔을 내려 이연의 곁에 자리했다. 볼을 발갛게 물들인 채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퍼먹는 옆모습을 보자 괜히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아이스크림 하나에 볼까지 붉힐 일인가. 오랜만에 이 소중한 생명체를 눈에 담으니 괜히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아마 하루 종일 이연이 먹고 쉬는 것만 봐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지루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웃음이 터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연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도 계속 자세를 바꿔서, 그가 그릇을 비울 때쯤에는 하얀 두 다리가 차주원의 허벅지 위에 놓여있었다.

차주원은 이연의 발을 만지작대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냈다. 아이스크림을 다 비운 이연이 쫑알대며 침실로 가자고 조르기 전까지는.

“저 좀 보세요, 지금! 저 노팬티예요!”

“하하. 알고 있어.”

이연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자세를 바꿀 때마다 셔츠 사이로 분홍빛 사타구니가 슬쩍슬쩍 보였었다. 차주원은 제 손을 끌어당겨 소파에서 일으키려는 이연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연이 아무리 힘을 줘도, 차주원이 스스로 일어나지 않는 한, 거대한 우성 알파를 끌어 일으킬 수는 없었다.

이연이 제 손을 양손으로 당기며 숨을 할딱거리는 걸 즐겁게 지켜보던 차주원이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몸을 안아 들었다. 반으로 접혀 차주원의 어깨 위에 놓인 이연이 순식간에 거꾸로 보이는 시야에 놀라 발가락을 오므렸다.

“윽! 전무님…….”

“왜.”

제 어깨 위, 훤히 드러난 이연의 엉덩이에 입을 맞추며 발걸음을 옮기던 차주원이 아래에서 들려오는 중얼거림에 대답했다.

“부끄러우니까, 엉덩이 덮어주세요…….”

“부끄러울 필요 없는데. 좋은 향기도 나네.”

“…….”

예상치 못하게 널따란 어깨에 들려 옮겨지게 되었지만, 이제 드디어 섹스를 하려는구나 싶어 안심이 된 이연이 얌전히 몸에서 힘을 뺐다. 이렇게 안겨보는 건 처음인데 꽤 재밌기도 했다. 그러나 침대 위에 놓일 줄 알았던 이연은 욕실 바닥에 내려졌고, 곧 치약이 묻은 칫솔을 건네받았다.

“…….”

도대체 언제 섹스하는 거지……? 이연의 얼굴이 물음표로 물들었지만, 차주원은 그를 재밌게 지켜볼 뿐, 결코 이연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연은 빠르게 수긍했다. 그래, 밥을 먹었으면 양치는 해야지. 거울 너머에 비치는 차주원을 훔쳐보며 꼼꼼히 양치를 마친 이연은 차주원이 양치를 마칠 때까지 그 옆에서 기다렸다.

“잠깐만.”

그러나 이번에도 이연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차주원의 핸드폰이 울려버린 것이다. 이연이 그와 동거하며 깨달은 게 있다면, 차주원의 핸드폰이 쉬는 날에 울리는 건 매우 좋지 않은 징조라는 사실이었다.

“아…… 왜, 왜 지금이야…….”

이연이 초조한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 전화를 받기 위해 거실로 나가는 차주원의 뒤를 졸졸 쫓았다. 발신인을 확인한 차주원은 이연에게 양해를 구한 후, 곧바로 서재로 들어갔다.

이연은 또다시 문에 귀를 바짝 갖다 댔지만, 이해할 수 없는 외국어만 들려올 뿐이었다. 그러나 이연은 차주원이 한국어로 통화한다 해도, 아마 알아들을 수 없었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에휴…….”

아무래도 이번 히트 사이클은 글렀다. 이게 다 저번 히트 사이클에 그의 어깨에 오줌을 쌌기 때문이다. 그때 차주원이 제 허벅지 안쪽을 빨지만 않았어도, 아니, 제가 조금만 더 참았어도 그의 어깨가 투명한 액체로 흠뻑 젖을 일은 없었을 텐데. 그 일 때문에 차주원이 이번 히트 사이클을 피하는 게 분명했다.

“…….”

이연은 얌전히 침실로 들어가 침대에 앉았다. 침대가 꽤 높아 이연이 걸터앉으면 항상 발이 공중에 떴다. 가만히 앉아 한참 동안 손장난만 치던 이연의 하얀 턱이 순식간에 호두 모양으로 변했다. 눈물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었지만, 툭툭 떨어지는 눈물을 막을 순 없었다.

“흐윽…….”

셔츠 소매로 다 덮여 있는 손을 들어 눈물을 닦은 이연이 주섬주섬 셔츠 끝자락을 잡아 올렸다. 성기가 이미 꼿꼿하게 서 있었다.

“흐으…… 으엉…….”

이연은 크게 흐느끼면서도 성기를 조물락거렸다. 이제 히트 사이클에는 차주원이 저를 안아주지 않을 테니, 홀로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 알파의 체액 없이도 자위로 해결되면 좋겠는데, 차주원과 동거를 시작한 이후로 억제제를 사지 않아서 이 방법밖에 없었다.

“흐으…… 어떡해…… 안 나오잖아…….”

아무리 성기를 주물러도 아까처럼 흥분되지 않았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서 더 답답했다. 결국 이연이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이연아, 너 뭐 해.”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와 함께 차주원이 침실로 들어왔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과 놀란 듯한 목소리가 조급함을 담고 있었다. 그가 마주한 침실은 난장판이었다. 침대에 앉아 성기를 쥔 채 엉엉 울고 있는 이연을 눈에 담자, 차주원의 가지런한 눈썹이 튀어 올랐다.

“지금 이게 무슨…….”

“흐으엉…….”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연이 서럽게 울고 있는 모습을 보자 절로 몸이 반응했다. 침대로 다가간 차주원이 이연을 허벅지 위에 올려 품에 꼭 안았다.

“이연아, 왜 그래.”

“흐으…… 전무님.”

“나 여기 있어.”

“자, 잘못했어요…… 흐윽.”

“무슨 소리야. 너 잘못한 거 없어.”

“흐으…… 저번에, 저번에 어깨에, 오줌 싸서, 그래서, 이번에 섹스, 안 해주시는 거잖아요…… 흐윽.”

“……뭐라고?”

“호, 혼자 해보려고, 했는데, 안 나와요. 으엉…….”

“…….”

“나 어떡해요…… 흐으…….”

도대체 이연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해보려 하는 차주원의 얼굴이 심각했다. 그러니까, 오늘 흥분한 그가 귀여워서 제가 조금 시간을 끌었다고, 이제는 자신을 안아주지 않을 거라 생각한 서이연이 히트 사이클을 자위로 버텨보려다 실패한 상황인 건가.

“하…….”

이연아…… 정말, 너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미안해, 이연아. 울지 마.”

“흐으…… 배가, 간지러워요…… 흐윽, 으으…….”

밥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계속 알파 페로몬을 흘려 넣어 주었으니 괜찮았지만, 자신이 전화를 받으러 간 동안은 페로몬을 받지 못해 또 히트 사이클 증상이 나타난 건가.

“이연아, 놀려서 미안해.”

차주원이 볼록한 이마에 입 맞추며 속삭였다. 작은 몸을 품에 안고 알파 페로몬으로 감싸주자, 떨림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그는 눈물로 젖어있는 눈가에 입을 맞추고, 뽀얀 볼에도 입술을 댔다. 차주원이 한참 동안 이연의 얼굴에 입술을 지분거리며 작은 등을 쓸어주었다. 어느새 눈물을 그친 이연은 잘게 떨면서도 얌전히 쓰다듬음과 입맞춤을 받았다.

“많이 서러웠어?”

“네에…….”

“네가 어깨에 싼 것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그땐 오히려…… 좋았지.”

“……그럼요?”

“그저께, 우리 통화했을 때. 난 정말 네가 어디 아픈 줄 알았어. 아니면 무슨 일이 있거나.”

“…….”

“오늘은 공항에서 너랑 연락이 안 돼서…… 사고 날 뻔했어. 집에 올 때.”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에요…….”

“응. 그런데 히트 사이클이 이유였다는 게…… 안심되기도 하고, 또 네가 먼저 원한다는 듯 구는 게 귀엽기도 해서.”

“맨날 귀엽대요, 전무님은…….”

이연이 차주원의 품에 조금 더 파고들며 중얼거렸다.

“하하. 그냥 조금 애태울 생각이었는데, 네가 혼자 해결할 생각을 할 줄은 몰랐네.”

“얼마나, 애탔는지 아세요?”

“내가 미안해.”

차주원이 이연의 이마에 제 이마를 갖다 댔다. 이연의 부드러운 볼을 감싸고 있던 차주원의 커다란 손이 천천히 내려가 턱과 목의 경계를 쓸었다. 이연은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차주원의 속눈썹과 제 속눈썹이 엮여 사각거리는 걸 느꼈다.

“이연아.”

“네에…….”

“뽀뽀가 좋았어?”

“네?”

“허벅지가 축축해서.”

“……놀리지 마세요! 으읍.”

작게 미소 짓던 차주원이 이연의 입술을 깊게 빨아들였다. 순식간에 아랫입술을 빨리게 된 이연이 어깨를 움찔했다. 입 안 구석구석을 휘저어지자 신음을 참기가 어려웠다.

“으응…….”

차주원의 단단한 손이 셔츠 밑자락을 파고들었다. 작은 골반뼈를 매만지던 손이 허벅지 안쪽으로 파고들다, 매끈한 성기를 쥐었다.

“으읏.”

이미 쿠퍼액을 질질 흘리고 있는 성기를 위아래로 훑어주자, 차주원의 입으로 막혀있는 이연의 입술 사이에서 신음이 샜다. 목구멍으로 혀를 박아넣으며 성기를 꽉 쥐자, 이연의 손이 차주원의 어깨를 밀었다.

“아윽! 아, 아파요…… 흐응.”

“그러게 왜 이렇게 많이 쌌어.”

이연이 차주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차주원이 이연의 성기를 한 손으로 훑으며 하얀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다음에는 눈물로 축축한 눈가, 곧은 콧대, 도톰한 윗입술까지. 다시 아랫입술을 빨아들이며 혀를 집어넣는 차주원의 행동에, 이연의 성기가 파르르 떨리며 정액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아흑! 으응…… 우으.”

이연이 오르가즘으로 허리를 움찔거리는데도, 차주원은 성기를 훑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정액 한 방울도 남겨두지 않겠다는 듯 뿌리부터 귀두까지 쭉쭉 쓸어올리자, 이연이 엉덩이를 떨며 눈을 까뒤집었다.

그럼에도 차주원은 이미 힘을 잃은 이연의 혀를 물고 빨아들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벌벌 떨던 이연의 몸에서 힘이 추욱 빠졌는데도, 성기를 괴롭히고 입 안을 빨아들이며 호흡을 통제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하…… 이연아.”

입술을 떼자 성감으로 풀린 이연의 야한 얼굴이 시야에 가득 찼다.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린 차주원이 축축한 손으로 시선을 내리자, 몸집이 작아진 귀여운 성기와 새하얀 정액으로 푹 젖은 제 손이 보였다.

“많이 쌌네. 오래 참아서 그런가.”

차주원이 색이 진한 정액으로 젖은 손으로 이연의 허벅지를 벌렸다. 오르가즘의 여운으로 벌름거리고 있는 구멍을 풀어주기 위함이었다. 손가락 네 개를 한 번에 박자, 이연의 허벅지가 움찔댔다.

“전, 무님…….”

“응.”

“하으…… 너, 너무 많, 은데…….”

“저번엔 한 번에 다 먹더니. 긴장했어?”

이연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숨을 제대로 들이쉬지 못한 채 싸버려, 아직 온몸이 찌릿찌릿했다. 어깨를 움찔거리며 커다란 눈을 맞춰오는 이연에, 차주원이 작게 미소 지었다.

“그럼 누워있어.”

차주원은 제 허벅지에 앉아있던 이연을 침대에 바로 눕히고, 하얀 허벅지를 활짝 벌렸다. 무릎 뒤를 꾸욱 누르자, 정액으로 엉망이 된 성기와 불알부터 뽀얀 회음부와 분홍빛 주름까지 모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부끄, 러워요.”

“아까부터 안아달라고 조른 건 누구야.”

“그, 제가, 그랬긴 한데…… 그래도, 이, 자세는…….”

“이연아. 넌 여기가 정말 예쁜 거 알아?”

“……몰, 라요.”

“특히 여기는.”

“으읏.”

차주원이 회음선을 따라 회음부를 문지르며 말했다.

“살결이 너무 부드러워서, 세게 만지면 터질 것 같아.”

“흐으…….”

“벌써 부었네. 혼자 하면서 여기도 만졌어?”

“아, 아뇨…….”

“그럼 너무 흥분해서 그런가.”

작게 중얼거리던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이연은 사타구니로 가까이 붙는 차주원의 얼굴을 보며, 그가 아래를 혀로 괴롭힐 것이라 생각해 허리를 뒤틀며 저항했다.

“빠, 빨지, 마세요!”

“왜.”

“이상해요…… 이상하단 말이에요…….”

“너무 굵어서 힘들다며. 그럼 풀고 넣어야 될 거 아냐.”

“소, 손가락으로 해주세요. 혀 싫어요……!”

“난 좋은데.”

바로 불알 한쪽을 물어버리는 그로 인해, 이연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차주원이 작은 불알을 입 안에서 이리저리 굴리자, 이연의 하얀 발가락들이 빳빳하게 펴졌다.

“아흐…….”

차주원이 혀를 회음부로 내리자마자, 이연이 감전이라도 된 듯 어깨를 떨었다. 차주원이 아래를 빨 때마다 이연이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위였다.

“아윽! 하, 지, 마요…… 흐응.”

제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는 거센 성감이 온몸을 휩쓸었다. 차주원의 뾰족한 혀가 그곳을 일자로 쓸어올릴 때마다, 물기라도 하려는 듯 세게 빨아들일 때마다, 이연의 얼굴이 헤프게 풀렸다.

차주원은 입술을 내려 구멍 안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완전히 몰입한 그는 이연의 무릎을 가슴에 붙이기라도 할 듯 손에 힘을 주었다.

“아흑…….”

방금 사정한 예민한 내벽이 차주원의 두툼한 혀 아래 이리저리 뭉개졌다. 구멍을 핥으면서도 말을 거는 그로 인해, 계속해서 입술 표피가 예민한 살결을 건드려왔다.

“이연아. 히트 사이클이라 그런가.”

“아응…….”

“오늘따라 왜 이렇게 달지.”

“흐으…… 으윽.”

이연은 차주원이 저런 말을 할 때마다 그가 보통 변태가 아니라는 걸 깨닫곤 했다. 제가 배운 섹스는 이런 게 아니었다. 어떤 영상에서도, 이 정도로 아래가 빨리는 오메가는 본 적이 없었다. 차주원과의 섹스는 다리를 한계까지 활짝 벌린 채 한참 동안 아래가 빨리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몇십 분이고 구멍과 회음부를 빨리다 보면 이연은 섹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버렸다.

“아앙…… 흐앙…….”

구멍과 내벽을 쪽쪽 빠는 게걸스러운 소리는 여전히 귓가를 때리고 있었다.

“많이 빨개졌네.”

차주원이 손등으로 번들거리는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이제 흐물흐물해, 이연아. 한 번에 넣어도 안 아프겠네.”

“흐으…… 그래도, 처, 천천히, 넣어주세요. 너무, 커서 안 돼요…….”

“하하. 네 몸이 너무 작아서.”

차주원이 이연의 가는 허리를 잡고 구멍에 귀두를 맞췄다. 빳빳하게 발기한 성기가 물기 어린 주름을 꾹 누르자, 작은 구멍이 천천히 갈라졌다.

“하으…….”

“잘 먹네.”

이 정도로 쌌는데 안 풀리는 게 이상한 거긴 하지만. 차주원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이연의 젖꼭지부터 쇄골,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삽입할 때만 나오는 이연의 찡그린 표정은 중독적이었다.

성기의 가장 굵은 부분을 머금은 구멍이 주름 하나 없이 펴졌다. 차주원이 양손으로 잡고 있는 이연의 허리가 침대에서 띄워져 파들파들 떨렸다. 곧 검은 음모가 여린 회음부에 닿을 정도로 사타구니가 맞붙었다.

“흐으…… 전, 무님…… 꽈, 꽉 찼어요.”

“그러네…….”

차주원이 볼록하게 솟아오른 이연의 아랫배를 보며 말했다. 이연은 안타깝다는 듯 말을 흐리는 차주원의 목소리는 들었지만, 희미하게 올라가 있는 그의 입꼬리는 보지 못했다.

차주원이 허리를 천천히 물려 내벽에 길을 냈다. 이제 뿌리부터 귀두까지 한 번에 박아버리기 위함이었다. 이연은 그간의 잠자리로 인해, 차주원의 두 번째 허릿짓은 아플 만큼 강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저, 전무님…… 너무, 아픈 건 싫어요.”

“너 안 아프잖아.”

“하, 한 번에 치지, 마세요…… 너무, 커서…….”

“이연아, 오늘은 묶고 할까.”

“……네?”

이연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차주원을 올려다보았다.

“오늘은 팔 들고 할래?”

“파, 팔을요?”

“응.”

대답을 마친 차주원이 침대 옆 협탁의 목도리를 집어 들었다. 이연이 침대 위에 옷가지를 늘어놓으며 꺼내놓은 것이었다. 검은색의 부드러운 캐시미어 목도리가 이연의 양 팔목을 감고 침대 기둥에 묶였다.

“왜, 왜 묶고 해요, 오늘……?”

이연은 갑자기 팔목을 묶이면서도 순하게 물었다. 제 나름대로 차주원이 새로운 플레이를 시도해보려는 것 같다 생각해 기대되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네 겨드랑이 보면서 박고 싶어서.”

“……!”

차주원이 충격으로 물든 이연의 얼굴이 귀엽다는 듯 이마에 입을 맞췄다.

“사, 사기예요. 풀어주세요. 저는, 새로운 거 하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왜 사기야. 설레는 표정으로 묶였으면서.”

“그런 적 없어요. 풀어주, 아읏!”

거대한 성기가 내벽을 한 번에 꿰뚫었다. 퍽 소리와 함께 단단한 사타구니와 연약한 허벅지가 부딪히고, 이연이 커다란 신음을 내뱉었다.

“하아…….”

마치 손으로 성기를 꽉 쥐고 있는 것 같았다. 원래도 좁은 내벽인데, 히트 사이클로 평소보다 더 조이는 건지. 고개를 젖힌 차주원의 목젖이 울렁댔다. 그때였다. 갑자기 성기가 축축하게 젖는 느낌이 나더니, 구멍 사이로 투명한 액체가 질금질금 흘러나왔다.

“하하…… 한 번 박아줬다고, 바로 싸버리는 게 어딨어. 응?”

“아앙…… 흐으…….”

“그것도 뒤로.”

“흐으…… 아, 아니야…….”

“아니야?”

두 눈을 꾹 감고 고개를 젓는 이연의 얼굴을 눈에 담은 차주원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하아…… 반말 더 해 봐.”

성기를 느릿하게 박아넣으며 말하는 목소리가 낮고 음험했다. 양팔이 위로 묶인 이연을 내려다보는 차주원의 눈빛에 이채가 돌았다.

팔을 활짝 든 채, 다리는 훤히 벌리고. 온몸 구석구석 내밀한 부분을 모두 내놓고 있는 이 작은 오메가가 반말까지 한다면 얼마나 달콤한 페로몬을 맡을 수 있을까.

“바, 방금, 갔으니까…… 제발, 처, 천히 해줘. 주, 주원아.”

“……하하.”

제 말은 어찌나 잘 듣는지, 덥석 반말을 하는 이연이 귀여웠다. 배우는 배우라는 건가. 절대 빼는 법이 없다.

유순한 눈을 맞추며 부탁하는 이연을 향해 허리를 숙인 차주원이 곧은 쇄골에 입술을 묻고 체취를 들이켰다.

“흐읏.”

“천천히 할까?”

“으, 응…… 천처니, 해 줘…… 나, 방금 뒤로, 뒤로 갔어.”

“하하하.”

이연의 엉뚱하면서도 음란한 대답에, 차주원이 환하게 웃었다. 이연은 시원하게 찢어지는 그의 입꼬리를 멍하니 보았다. 이런 진귀한 광경을 바로 눈앞에서 보게 되자, 볼이 뜨끈해졌다.

“너, 너 진짜, 잘생겼다…….”

“고마워. 너도 예뻐.”

차주원은 넋이 나간 듯한 이연의 보드라운 볼에 입을 맞췄다. 입술을 내려 목에도 입을 맞추고, 겨드랑이에도 입술을 찍었다. 체취를 들이마시니 이연의 진한 살 내음이 맡아졌다.

“으으…… 거, 거기 냄새, 안 맡으면 안 돼? 부끄러워…….”

“너무 부드러워서. 계속 만지고 싶네.”

“그럼, 만지기만, 하구…… 냄새는 맡지 마.”

“응.”

무심한 대답에 눈물이 핑 돌았다. 냄새를 맡지 말랬더니 혀로 핥아내리는 그 때문에, 이연의 발끝이 못 견디겠다는 듯 시트를 밀었다. 이연은 제 겨드랑이에 고개를 묻은 차주원의 성기가 내벽 안에서 점점 부피를 키우는 걸 느꼈다. 심지어 차주원이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으, 으읏, 하앙…….”

단단한 성기가 내벽을 긁어내리는 감각이 아찔했다. 입을 다물 수가 없어 이연의 하얀 볼로 침이 질질 흘러내렸다. 그러나 차주원은 본격적으로 허릿짓을 시작하려는지, 겨드랑이에서 입술을 떼고 허리를 세웠다. 그가 이연의 허리를 양손으로 잡자, 이연이 울먹거리는 눈을 맞추며 말했다.

“세, 세게 하지 마…….”

“너 세게 박아주는 거 좋아하잖아.”

“아, 아닌데…….”

“그래?”

차주원의 입매가 여전히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귀두를 구멍 가장자리에 걸친 그가 뿌리까지 한 번에 성기를 처박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른한 웃음을 걸친 얼굴이 고개를 젖힌 채 뜨거운 숨을 내뱉었고, 강한 허릿짓에 자지러진 이연은 몸을 움찔움찔 떨며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차주원은 내벽에서 흘러 시트 위로 뚝뚝 떨어지는 이연의 애액을 보며 전립선을 집중적으로 괴롭혔다.

“너, 너무, 깊어……! 아으…….”

오늘따라 너무 깊게 파고드는 성기에, 이연이 허리를 뒤틀며 자지러졌다. 차주원도 성기 끝에 느껴지는 감촉이 평소와는 좀 다른 걸 느꼈다. 살짝 갈라진 이게 뭐지…… 설마.

“아, 콘돔을 꼈어야 했나.”

“흐으…… 머, 머요?”

“열린 것 같은데…….”

“머, 뭐가요!”

성감에 혀가 풀려 발음이 샜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이연의 눈동자가 의문을 한가득 담은 채 차주원을 향했다.

“…….”

아, 정말 이연이 저를 이렇게 올려다볼 때마다 순한 아이를 괴롭히는 못된 사람이 된 기분이다. 뭘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네가 내 우성 알파 페로몬에 너무 동화되어서, 네 장기가 내 씨를 손쉽게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같다고 하면, 울음을 터뜨리려나.

얼마나 예쁠까. 널 닮으면.

“뭐, 뭔데요……!”

이연은 저를 빤히 바라보는 차주원의 눈빛이 어딘가 이상하단 생각을 했다. 검은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아 있는데, 그 안의 정욕이 안개처럼 음습했다.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온몸을 습하게 만들었다.

“…….”

퍽.

차주원은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저 씨익 입꼬리를 올리고는 성기를 끝까지 처박을 뿐이었다. 성기가 재차 깊은 곳을 짓누르자, 이연이 고개를 젖히며 부들부들 떨었다.

“흐으…….”

“이뻐서 어떡하지.”

“아앙…….”

차주원은 부드러운 밀가루 같은 감촉을 지닌 이연의 볼을 살살 매만지며 말했다.

“이연아, 넌 네가 연기할 때.”

“아응!”

성기 끝이 전립선에 비벼지는 감각이 아찔했다.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

“흐으…… 저, 정말요?”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연기를 칭찬받으면 기대를 한껏 담은 눈을 맞춰온다.

“응. 좋아서 어쩔 줄 모르잖아.”

차주원이 이연의 입가에 입술을 내렸다. 촉, 가볍게 붙었다 떨어진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아마 아이를 가지는 건, 이연이 스스로 조를 때일 것이다.

“지금처럼.”

차주원은 노팅을 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참았다.

“아흐! 사, 살살…….”

히트 사이클이라 아플 정도로 수축한 내벽이 성기를 쥐어짰다.

“하아…… 씹.”

“흐으, 으응, 아앙.”

차주원이 허리를 쾅쾅 치받을 때마다 이연의 풀린 혀 사이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검은 음모가 회음부를 칠 때마다 이연의 성기와 불알이 달랑거렸다. 전립선과 그 주위를 짓누르며 괴롭히는 성기에, 이연의 눈이 까뒤집어졌다.

빨갛게 변해버린 이연의 허벅지를 계속해서 활짝 벌리면서, 차주원이 또다시 성기를 세게 처박았을 때였다. 이연이 몸을 부르르 떨며 투명한 액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허릿짓을 멈추지 않아 이리저리 흔들리는 성기에서 내뿜어져 나오는 액체가 차주원의 복근에 튀었다.

“흐으…… 우읏!”

감당하기 힘든 성감을 이기지 못한 이연이 허리를 띄우고 고개를 젖혔다. 사슴 같은 목선과 뽀얀 겨드랑이 아래, 젖꼭지까지 투명한 액체가 튀어 오르는 모습을, 차주원은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지켜보았다.

“이연아.”

차주원이 이연의 입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타액으로 촉촉이 젖은 돌기를 부드럽게 쓸어주자, 이연이 부르르 떨며 내벽을 조였다. 그가 혀 위에 놓인 두 개의 손가락에 힘을 주자, 고개를 젖히고 있던 이연의 얼굴이 내려와 차주원을 향했다. 얼굴 근육이 헤프게 풀려 야한 얼굴이 된 이연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가 말했다.

“자꾸 얼굴 돌리지 말고.”

“우으…….”

“갈 때도 나 봐. 응? 나만.”

분수를 싸 낸 이연의 좁은 내벽에 다시금 허릿짓하는 차주원의 얼굴 위로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팔을 쳐든 채 묶여있는 이연의 자세도, 한껏 풀려있는 귀여운 얼굴도 보기 좋았다.

“하아…….”

가는 허리에 자국이 남을 정도로 세게 쥐어 잡은 차주원이 고개를 젖히며 한숨 같은 신음을 뱉었다. 성기 가장 굵은 부분까지 물렸다 쾅 박아넣는 강한 허릿짓이 계속되었다. 만족스러울 때까지 박은 그가 내벽 가장 깊은 곳에 정액을 싸질렀을 때도, 이연은 혀를 내민 채 침만 질질 흘렸다.

“배가 볼록해졌네.”

내벽 안에 가득 찬 정액과 사정했음에도 성기를 밀어 넣는 차주원으로 인해, 이연의 배가 홀쭉해질 새가 없었다.

“흐으…… 우응.”

“걱정하지 마. 내가 다 빼줄게.”

힘이 풀려 다리를 오므리지 못하고 있는 이연의 한쪽 발을 잡은 차주원이 하얀 발바닥에 입을 맞췄다. 제 손 크기만 한 하얀 발을 잡은 차주원이 작은 발가락에도 입을 맞추며 간지럽혔다. 오르가즘의 여운으로 가벼운 자극에도 움찔거리던 이연이 칭얼거리며 발을 꼼지락댔다. 더는 간지럽히지 말고 놔달라는 신호였다.

“하하.”

꼼질거리는 작은 발가락들이 귀여워 웃음을 터뜨린 차주원이 천천히 허리를 물려 성기를 빼냈다. 굵은 성기 크기만큼 늘어나 있던 구멍이 천천히 제 모양을 찾았지만, 계속해서 하얀 정액을 뱉어내길 멈추지 않았다.

“히트 사이클이라 그런지…… 앞뒤로 많이 쌌네.”

차주원이 이연의 내벽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내벽을 부드럽게 훑은 손가락이 잔뜩 고여있는 정액을 긁어냈다.

“흐으…….”

“물 많이 먹여야겠다.”

한쪽 허벅지가 잡혀 들린 이연이 내벽 안을 긁어내리는 손가락에 움찔댔다. 오르가즘 때문에 맺힌 눈물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서 닦아내려 했지만, 손이 묶여있어 닦을 수가 없었다. 팔뚝 살에 얼굴을 비비며 눈물을 닦아내는 이연을 본 차주원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나 가만히 부드러운 손길을 받고 있던 이연의 눈에 점점 졸음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이연아. 피곤해?”

“우으…… 아, 니…….”

말과는 다르게 끔뻑끔뻑 감기는 이연의 눈을 보고, 차주원이 양 팔목에 묶인 목도리를 조심히 풀어냈다.

“안 씻고 잘 거야?”

“…….”

하루 종일 바짝 긴장한 채 지냈던 걸로도 모자라, 사정만 몇 번째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차주원이 저와 섹스해주지 않을까 봐 충격받고 엉엉 울었던 일도, 견디지 못하고 투명한 액체를 싸버린 일도, 모두 이연의 몸에는 큰 부담이었다. 이연은 무거운 눈꺼풀을 애써 들어 올리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고 일어나면 몸은 깨끗해져 있을 것이다. 지금은 지친 몸에 휴식을 주는 것이 더 중요했다.

“잘 자.”

이연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찍은 차주원이, 곧 뜨거운 물에 수건을 적셔왔다. 하도 입술을 대고 있어 발갛게 변한 겨드랑이도, 이연의 투명한 정액이 튄 젖꼭지도, 정액으로 범벅이 된 사타구니도, 모두 부드럽게 닦아냈다. 이연의 허벅지 안쪽을 잡고 벌려 불알과 회음부까지 꼼꼼히 닦아준 차주원은 그제야 욕실로 향했다.

*

이연이 눈을 떴을 땐 이미 창밖이 어둡게 변한 뒤였다. 섹스할 때만 해도 밝았었는데, 몇 시간이나 잔 걸까. 배고파…….

가습기와 무드 등이 켜진 실내는 조용했다. 커다란 침대 위, 폭신한 침구에 파묻혀 있던 이연은 비어 있는 옆자리를 보자마자 몸을 일으켰다.

“전무님…….”

따뜻한 바닥을 밟으면서도, 침실 문을 열어 복도로 나가면서도 이연은 차주원을 부르기를 멈추지 않았다. 거실에 있던 차주원이 이연의 작은 발소리와 목소리를 듣자마자 소파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갓 잠에서 깬 이연의 어깨를 감싼 그가 이마에 입을 맞춰 주었다.

“잘 잤어.”

“네에…… 전무님도 잤어요?”

“아니.”

“그럼 저 자는 동안 뭐 하셨어요?”

“음…… 이것저것.”

차주원은 이연의 몸을 닦아내고 옷을 갈아입힌 후, 한참 동안 이연의 얼굴을 구경했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막 급한 업무를 끝내고 여유를 갖던 참이었다는 것도 말하지 않았다. 이연이 쉬는 날에도 일하는 저를 꽤 안타깝게 여기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혼자 재밌게 논 거 아니죠…….”

이연이 거실 탁자 위에 놓인 위스키 잔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하. 그럴 리가. 재밌는 건 이연이 너랑 해야지.”

“맞아요…… 저 잘 때 뭐 재밌는 거 하면 안 돼요…….”

“응.”

차주원은 아직 잠기운이 남은 이연의 이마에 볼을 맞추고 부엌으로 향했다. 와인 잔 하나와 로제 와인을 들고 온 그가 이연에게 와인 한 잔을 따라 주었다.

“몸은 어때.”

“괜찮아요…… 너무 많이 싸서, 이제 그만 싸도 될 것 같아요.”

이연은 차주원이 또 몸을 붙여올까 조급해져 섹스는 그만해도 될 것 같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가 저를 안아주지 않을까 울음을 터뜨렸었는데, 참 사람 마음이 이렇게도 간사하다.

“그래.”

더 쌀 수 있을 것 같은데. 차주원이 이연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전무님, 저희 내일은 수영하러 가면 안 돼요? 새로 산 수영복 입어보고 싶어요.”

“그럴까. 내일 비만 안 오면 가자.”

이연이 하늘을 보며 수영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수영을 하고 싶을 땐 항상 호텔 루프탑 수영장을 이용했다.

“네! 비 안 올 것 같아요.”

수영장 얘기에 완전히 잠이 깬 듯한 이연이 씩씩하게 와인을 마셨다. 처음 차주원과 와인을 마셨을 때처럼 변함없는 원샷이었다. 차주원은 그때부터 쭉 두 모금 정도의 양만 따라주어서, 이연은 아직도 일반적인 와인 한 잔의 분량이 두 모금인 줄 알고 있었다.

“크으…….”

“하하.”

로제 와인을 마시고는 마치 막걸리를 마신 것처럼 반응하는 이연의 행동에 차주원이 웃음을 터뜨렸다. 일부러 차주원을 웃기려고 과장된 연기를 펼친 이연의 얼굴에도, 목적을 달성한 만족스러운 웃음이 걸렸다.

“더 주세요.”

“천천히 마신다고 약속하면.”

“네에…… 약속.”

제 볼에 입술을 찍으며 중얼거리는 이연의 행동에, 차주원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새끼손가락을 거는 것도 아니고, 입맞춤으로 약속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워낙 입맞춤을 좋아하는 이연이니까 그런 거겠지 생각한 차주원이 비어 있는 와인 잔을 채워주었다.

“전무님, 그런데, 전무님은 누구랑 같이 살아본 적 있어요? 애인이랑…….”

세원전자 광고 촬영과 미국 출장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의 대화는, 곧 술기운을 빌린 이연의 도발적인 질문으로 새로운 형국을 맞았다.

“아니. 너 말고 다른 사람이랑은 만난 적 없어.”

“정말요?”

“응.”

“왜, 왜요? 인기 엄청 많으시잖아요.”

“내가 인기가 많다고.”

다들 욕밖에 안 하던데. 차주원이 무심한 얼굴로 대꾸했다.

“당연하죠! 인기가 없을 리가 없잖아요! 일단, 일단은요, 얼굴이 진짜 조각상같이 잘생겼고, 예쁘기까지 하고, 또, 웃을 때 입꼬리도 이쁘고, 똑똑하기까지 한데. 다정하고 배려심도 깊잖아요! 사람이 그렇게 다 가지기 쉽지 않은데, 전무님은 다 가졌잖아요!”

이연은 차주원의 심드렁한 반응에, 그가 자신이 얼마나 잘났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해져 흥분 상태로 말을 쏟아냈다.

“늘씬하고 키도 크고, 맡은 일에는 항상 최선을 다하고, 또 요리도 잘하구요! 옷도 잘 입고 좋은 냄새까지 나잖아요!”

“으음…… 그래?”

차주원이 손에 고개를 괴고 나른한 미소를 띠었다. 이제껏 칭찬이라고는 모조리 가식과 아부로밖에 들리지 않았었는데,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열변을 토하는 이 작은 오메가의 입에서 나오는 칭찬은 참 듣기 좋았다. 그나저나 서이연이 좀 취한 것 같아 보였다. 평소보다 더 발간 볼이 먹음직스러웠다.

“네! 그래서 저는 너무 뿌듯해요, 정말!”

이연은 내 애인이 이렇게 멋진 남자라는 걸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알아주었으면 했다.

사실 몇 달 전 차주원과의 열애설 기사가 보도되고 나서, 재벌 2세인 차주원이 라이징 스타 서이연에 비해 훨씬 아깝다며 빈정거리는 내용의 댓글들이 꽤 달렸었다. 하지만 이연은 그 당시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오미자차를 호록 들이켜며, 그 댓글들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차주원이 아깝다. 사람들이 모르는 차주원의 개인적인 면모들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가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멋진 사람이라 자부할 수 있었다. 외적으로 보이는 조건들 외에도, 심성이 참 따뜻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한창 열애설이 뜨거운 감자였을 때, 이연은 차주원과 식사할 때마다 제가 읽은 댓글들을 하나하나 얘기하며 생각을 밝혔다. 얼굴로 재벌 2세를 꼬셨냐는 댓글을 본 이야기를 할 때는, 전무님이 저보다 잘생겼는데 어떻게 제가 얼굴로 전무님을 꼬실 수 있냐며 쨍알거렸지만, 차주원은 이연이 네 얼굴이면 사람들이 그런 오해를 하는 게 이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당연히 두 사람의 밤 생활에 관해 희롱하는 듯한 댓글들도 많았다. 그러나 차주원과의 실제 밤 생활은 댓글에 적힌 내용들보다 훨씬 더 심하고 충격적인 부분이 많았기에, 이연은 조금 안심했다. 사람들이 저 정도로만 생각해준다면 나쁠 것도 없었다. 연인 사이에 섹스하는 게 뭐 어때서.

갓 빛을 보기 시작한 배우와 재벌 2세의 열애설은 세간을 뒤흔들 정도로 핫한 스캔들이었지만, 영화 촬영이 막 끝나 집 안에만 박혀있던 이연에게는 그저 댓글을 읽고 차주원과 수다 떠는 나날들의 연속일 뿐이었다.

“하하. 이연아…… 너 진짜.”

“저 뭐요?”

“귀엽다고.”

“맨날 귀엽대요…….”

차주원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이연이 볼을 붉히더니 와인을 벌컥벌컥 들이켜기 시작했다. 그러나 히트 사이클로 페로몬 활동이 활발해져 있는 데다, 몇 시간 전 격렬한 섹스 후 기절까지 했던 오메가는 소량의 알코올에도 금방 취해버렸다.

연인 사이에서 흔히 물을 법한 얘기가 나온 것도 그때쯤이었다.

“저, 전무님, 근데 전무님도 그러면 모쏠인 거잖아요…….”

이연의 손이 꼼질거리며 차주원의 손을 맞잡았다. 하얗고 가는 손가락이 차주원의 손가락 사이사이에 자리 잡았다.

“모쏠?”

“네에…… 애인 한 번도 없었던 거잖아요. 저 만나기 전까지는.”

술에 취했는지 느릿한 말투로 물어오는 이연이, 고개를 차주원의 어깨에 살짝 기댔다.

“응.”

“저도, 모쏠이거든요. 저도, 전무님이 처음이거든요, 누구랑 사귀는 거는…….”

“알아.”

“그럼, 그러면…… 저랑 이거 같이 해보실래요?”

“뭘.”

“잠시, 만요.”

갑자기 이연이 비틀거리며 일어나 제방으로 향했다. 작은 수첩 하나를 들고 돌아온 이연이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 차주원에게 들이밀었다.

“이게 뭐야.”

“제가, 좀 생각을 해봤거든요…… 저 혼자만 알려고 했는데, 전무님도 모쏠이시라니까, 안 해보셨을 것 가타서…….”

[★내가 내 애인(❤차주원❤)이랑 해보고 싶은 일들★]

1. 서로 애칭으로 부르기. 예를 들어) 딸기, 찹싸리, 깍쟁이, 차장님, 차주1, 형, 선생님, 당신, 달링

2. 서로 발대고 스트레칭. (손잡고)

3. 배방구(받고 싶다)

“…….”

수첩을 가만히 읽어내리는 차주원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지만, 알딸딸하게 술기운이 오른 이연은 눈치채지 못했다. 표정을 없애는 건 웃음을 참기 위한 그만의 노력이었다. 고양이와 강아지 얼굴이 곳곳에 그려진 수첩에 이런 걸 적어 내리는 애인에게는, 도대체 어떻게 반응해 주어야 할까.

“하하…….”

세상에 이렇게나 애틋하고 소중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 사람이 지금 자신의 곁에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데, 서이연은 저를 얼마나 더 시험하려는 걸까.

“저는, 그냥 자연스럽게, 하나씩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전무님도 혹시 하고 싶은 게 있으실까 봐…….”

“음. 난 이미 다 하고 있는데.”

차주원은 정말로, 이연에게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있었다.

“정말요? 그럼 저도, 하고 싶은 거 다 할래요.”

“뭐가 그렇게 하고 싶었어.”

“이, 일단…… 1번 먼저요. 애칭으로 불러주기…….”

“부르고 싶은 애칭 있어?”

“사실…… 사실요. 저, 예시 말구 생각난 게 하나 더 있어요.”

“뭔데. 나한테 해 줘.”

차주원의 나긋하면서도 간지러운 목소리에, 이연의 볼이 더 발갛게 달아올랐다. 자꾸만 그에게서 좋은 냄새가 풍겨와서 심장이 쿵쿵 뛰었다.

“예전부터…… 진짜 해 보고 싶었던 건데…… 좀, 이상할 수도 있어요.”

“해 봐.”

“…….”

차주원이 미소를 걸친 채 이연을 바라보았다. 무드 등만 켜 놓아 잔잔한 불빛 속에서도 선명하게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볼이 붉어진 이연이, 한참을 망설이다 마침내 커다란 눈망울을 맞추며 입을 열었다.

“자, 자갸…….”

“…….”

“자기, 야…….”

“…….”

차주원이 얼굴을 굳힌 채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하자, 이연은 부끄러운지 뭐라 웅얼거리더니 차주원의 품에 포옥 안겨 왔다. 너무 부끄러워 차주원에게서 얼굴을 가리고 싶었던 이연은 그 단단한 가슴팍에 볼을 비비며 얼굴을 묻었다.

“이연아…….”

“…….”

“서이연.”

커다란 눈망울을 부끄러운 듯 맞추더니, 도톰하고 붉은 입술에서 치명적인 단어를 내놓은 오메가는 순한 체취를 풍기며 안기기까지 했다. 서이연은…… 종잡을 수 없는 오메가다. ‘자기’라는 단어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단어였던가.

“자기라고 부르고 싶었어?”

“네에…….”

가슴팍에서 작게 웅얼거리는 대답이 들려왔다.

“난 뭐라고 불러야 할까…….”

차주원이 고민하는 듯 말꼬리를 늘렸다.

“저는 이연이도 좋아요…….”

“나도 좋아.”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이연이야. 차주원이 이연의 볼록한 이마에 입을 맞추며 생각했다.

“그런데…… 차장님은 뭐야?”

한참 동안 이연의 수첩을 가만히 살펴보던 차주원이 물었다. 애칭의 예시가 이상했다. 딸기…… 는 그렇다 치고. 그 뒤는 도통 엉망진창이었다. 도대체 이런 것들은 어떻게 생각해 낸 거야.

“아…… 차장님은, 전무님 성이 차씨니까…… 그냥, 써봤어요.”

“……그래.”

“찹싸리는 제 건데, 제가 찹쌀떡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그냥 생각해본 거고, 깍쟁이는 전무님이거든요? 전무님은, 이쁘고 도도한 사람이니까, 깍쟁이도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그랬어.”

차주원은 동거를 시작한 후부터 서이연이 스쳐 지나가듯 자꾸만 저를 도도한 사람이라고 지칭하는 걸 듣게 됐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번은 도도한 고양이라고까지 하는 걸 얼핏 들었지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못 들은 척 넘긴 적도 있었다.

“네에…… 당신이랑 달링은, 영화에서 많이 그러잖아요…… 그래서 넣어봤어요. 그런데 좀 어색해요. 제가 전무님한데, 다, 달링이라고, 막, 스위티라고, 그러는 거는…… 좀, 그렇죠?”

“하하. 듣기 좋은데.”

“정말요? 그런데, 아무래도 저는 한국 사람이라 그런지, 영어보다는 우리말이 좋아요. 자기야, 같은 거…….”

“자기야.”

주홍색 불빛이 아른거리는, 짙고 그윽한 눈매가 이연을 향했다. 선이 고운 입술이 작게 열렸다 닫히고, 입꼬리가 보기 좋게 올라갔다. 그 사이로 새어 나오는 간지러운 목소리에 이연의 어깨가 움찔했다. 유순한 눈매 안, 커다란 눈동자가 설레서 갈 곳을 잃고 마구 흔들렸다.

“……네, 그렇게, 자기라고, 서로 불러주는-”

“자기야, 우리 키스할까.”

“…….”

차주원의 커다란 손이 이미 제 허벅지 위에 올라앉아 있는 이연의 발목을 잡았다. 느릿하게 복숭아뼈를 문지르던 손이 매끈한 종아리를 타고 올라가 무릎을 쥐었다. 동그란 무릎을 간지럽히듯 매만지던 손이 하얀 허벅지로 미끄러지듯 내려간 것은, 결국 부끄러움에 대답을 내놓지 못한 이연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을 때였다.

작게 웃은 차주원이 이연의 작은 콧방울에 제 코끝을 대었다. 그가 고개를 기울이자 윗입술 표피가 맞붙어 간지러웠다. 긴장으로 움츠러드는 이연의 허벅지를 부드럽게 쓸어주던 차주원은 이연의 윗입술을 물어 입술을 벌린 후, 혀를 집어넣었다.

“으응…….”

두툼한 혀가 입 안을 휘저으며 쪽쪽 빨아들였다. 고른 치열을 쓸어주고, 입천장을 자극하는 혀는 이연의 좁은 입 안을 꽉 채웠다.

이연의 탱글탱글한 허벅지를 매만지던 차주원이 다리를 살짝 벌려 속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우으…….”

성기를 꽉 쥐는 그로 인해, 이연에게서 못 참겠다는 듯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연이 하지 말라는 듯 허리를 비틀었지만, 차주원은 입술을 떼지 않았다. 속옷 안의 손도 마찬가지로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프리컴을 한 방울 달고 있던 귀두를 엄지로 동그랗게 문지르자, 이연이 차주원의 어깨를 밀며 반항했다.

“하으…… 으읍.”

그러나 반항에 대한 벌은 결국 목구멍으로 혀를 박아넣는 차주원의 호흡 통제로 이어졌다. 산소가 부족해지자 성기를 자극하는 손길이 아찔하게 느껴졌다. 커다란 손에 알맞게 들어차는 성기가 강한 악력에 뭉개지며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이연의 가엾은 성기는 그토록 거칠게 다뤄졌다.

“하윽.”

“하아…….”

결국 이연이 차주원의 허벅지 위에서 부르르 떨며 사정했을 때, 그는 제 오메가가 오르가즘을 느끼는 얼굴을 보기 위해 입술을 뗐다. 움찔거리는 이연의 엉덩이가 그 아래 깔린 성기를 뭉근히 자극하고 있었다.

“흐으…… 으으…….”

“자기야. 또 쌌어.”

차주원이 아직 속옷 안에서 손을 빼지 않은 채 말했다. 심지어 정액이 묻은 손으로 이연의 불알과 회음부까지 문지르는 그의 행동에, 이연이 마지막 힘을 짜내 팔딱거리며 말했다.

“모, 못 싼다고 했잖아, 자기야!”

“하하하.”

솜방망이 같은 주먹으로 어깨를 밀며 내뱉는 말은 수줍었던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말투였다.

“빨리, 손 떼요. 나 구멍도 부은 것 같아서…….”

“구멍 안이?”

“네에…….”

“애액이 그렇게 많이 나왔는데, 쓸릴 수가 있나.”

“…….”

“히트 사이클이라 그런지, 아니면 오랜만이라 그런진 잘 모르겠는데. 오늘은 정말 많이 젖었어, 이연아.”

“……전무님은, 진짜, 진짜!”

이연이 파르르 떨며 차주원을 노려보았다. 어떻게 말하는 족족 저를 창피하게 만들 수 있는 걸까. 그저 사실을 말하는 것뿐이라는 태연한 얼굴을 보자 화가 차올랐다.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는 것 같아 보여 더욱 그랬다.

“얄미워요!”

“하하하.”

차주원이 나직이 웃으며 이연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웃음기가 남은 부드러운 입술이 볼에 닿자, 이연이 고분고분해졌다.

“팬티가, 추, 축축, 하단 말이에요…….”

정액과 애액으로 젖은 속옷을 입고 있는 이연이 중얼거렸다. 엉덩이에서 미끈거리는 감각이 느껴져 어서 씻고 싶었다.

“씻고 연고 바를까.”

“오늘 너무 많이 씻는 것 같아요…… 이러다 쪼글쪼글해지면 어떡해요.”

“히트 사이클이니까.”

“맞아요…… 히트 사이클이라서 이렇게 많이 싸는 거예요. 평소에는 이 정도는 아니잖아요…….”

이연이 커다란 눈을 맞추며 동의를 구했다.

“응. 그렇지.”

차주원이 이연의 볼록한 이마에 입 맞춰주며 대답했다. 이마에 차주원의 체온이 닿자 조금 안심한 듯한 이연이 조심조심 그의 허벅지에서 일어났다. 속옷은 이미 다 젖었고, 바지까지 정액이 배어 나올까 봐 걱정이 되어 느릿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저 씻고 나올게요.”

“응. 침실로 와. 연고 발라줄게.”

“네.”

순하게 대답하는 이연의 얼굴에서는 차주원이 곱게 연고를 발라줄 거라는 생각에 한 치의 의심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날, 굶주린 짐승에게 매끈하고 통통한 목을 얌전히 갖다 바치듯, 차주원의 앞에 엎드려 사타구니를 훤히 내보인 이연은 굵은 손가락에 내벽이 또 한 번 잔뜩 괴롭혀져야 했다.

손가락을 네 개나 집어넣고, 다른 손으로는 성기를 쥐어 잡은 그에 의해 한 번. 차주원의 한쪽 어깨 위에 양다리를 올린 채 허벅지 사이로 좆을 받으며 한 번. 다리를 훤히 벌린 채 삽입당하며 한 번. 차주원이 사정한 후 회음부와 젖꼭지가 빨리며 한 번.

이연의 히트 사이클을 핑계로, 그날 차주원은 물 많은 오메가가 더는 하얀 정액을 짜내지 못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어린 연인이 사랑스럽게 볼을 붉힌 채, 자기야 하며 수줍은 목소리를 냈을 때부터, 차주원은 그를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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