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 기억 (1) (4/17)
  • 3. 기억 (1)

    그날 서이연이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땐 유달리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와 습기에, 창밖 날씨도 좋아 보였다. 창문을 열지 않았음에도 신선한 공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은 기분.

    이연은 이불 위에 발을 문지르며 베개에 얼굴을 비볐다. 아침의 여유를 온몸으로 느끼던 그가 사장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은 것은, 침대에서 일어나 미지근한 물 한 컵을 마시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전화를 받은 지 채 십 초도 되지 않아, 이연은 손에서 물컵을 놓쳤다.

    “……네? 학교 폭력이요……?”

    아슬아슬하게 발등을 비껴간 물컵이 바닥에 나뒹굴며 액체를 흩뿌렸지만, 서이연은 그저 손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에요…… 저 아니에요…….”

    -우리 소속사에 연줄도 없는 미디어에서 기사가 나서 어쩔 수가 없다. 씨발…… 웬 미친놈한테 잘못 걸려서. 일단 잠잠해지길 기다릴 거야. 너 밖에 나가지 말고. 기사 찾아보지도 마.

    “아니라고, 말, 해야죠…… 저 아닌데…….”

    -나라고 손 놓고 있는 줄 알아? 해명 기사 내봤자 누가 믿어주겠냐. 그쪽에서 증거랍시고 웬 진료기록까지 첨부했는데.

    “흐으…… 사장님…… 저 어떡해요?”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수도 있으니까, 넌 잠자코 기다려.

    “사장님-”

    뚝-

    서이연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다시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흐으…… 으윽…….”

    서이연은 더듬더듬 핸드폰으로 기사를 찾아 읽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기사를 읽어내리던 그는 그대로 엉엉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학폭 논란 신인 배우 서이연, 박희은 작가 새 드라마 하차?]

    “으흑…… 흐으…….”

    사장은 동창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올린 학교 폭력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서이연이 왕따 주동자였고 그의 폭력으로 인해 병원 신세를 졌다는 내용과 함께 진료기록과 중학교 졸업 앨범을 증거로 내세웠다. 그 때문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꽤 신빙성 있는 글이라 여겨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세원전자 광고 모델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서이연을 향해 쏟아지는 관심이 어마어마한 가운데, 영화 ‘장소혜’의 개봉일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서이연은 한참을 울었다. 자꾸만 중학교 시절이 생각나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흐으…… 엄마…… 아빠…….”

    온몸을 동그랗게 말고 크게 우는 서이연의 마른 어깨가 덜덜 떨렸다. 눈물을 그치지 못하고 아이처럼 부모를 부르는 그의 가슴이 크게 들썩거렸다. 너무 어린 나이에 의지할 사람 하나 없이 커 온 서이연은 문제가 있을 때 우는 것 외에는 방법을 몰랐다.

    불이익을 당해도, 폭력을 당해도, 그저 울 수밖에 없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었기에.

    “흐으…… 어떡해…….”

    ……하지만 지금이라면.

    “전무님…….”

    서이연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뚜르르-

    그가 전화를 받지 않을 것만 같았다.

    뚜르르-

    이제껏 바쁜 그를 방해할까 봐 한 번도 전화를 건 적이 없었다.

    뚜르르-

    문자로 장소와 날짜를 전달받은 것 외에, 사적인 전화를 해 본 적이 없다.

    뚜르르-

    남자가 자신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줘야 할 의무는 없다. 이미 넘칠 만큼 많이 받았으니, 그가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뚜르르-

    이번에도 혼자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조금 더 울다, 사장님한테 전화를 걸어보고, 예전에 명함을 주고받았던 기자님께 연락해보고, 반박 증거를 찾아보고…….

    뚜르르-

    아마 반박 증거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잦은 이사로 인해 이미 필수품 외의 물품들은 모두 버렸다. 그냥 이렇게 드라마에서는 강제 하차당할 것이고, 연기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 나는 울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지.

    “안 돼…… 흐윽.”

    간신히 진정한 마음이 또다시 울렁거리려는 순간, 굵직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왜.

    서이연은 차주원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가슴 한편이 무너져내리는 것만 같았다. 안도감 때문일까,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이 울컥 터져 나왔다. 미처 막을 새도 없이.

    “으읍…… 흐윽, 전무님…… 흐으, 전무님…… 저 좀 도와주세요…….”

    서이연은 전화기를 붙잡고 아이처럼 울었다.

    -…….

    “저 아니에요…… 흐윽, 저, 저 아니에요…….”

    차주원은 전화를 받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며 웅얼거리는 서이연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기만 했다.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흐윽, 전무님…….”

    핸드폰 너머에서 남자가 작게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저녁에 호텔로 와.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연결이 끊기는 기계음이 들린 후, 서이연은 훌쩍이며 눈물을 닦아냈다.

    “흐으…… 으으…….”

    눈물이 쉽게 멈추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 희망이 생겨 눈물방울을 닦아낼 정도의 힘은 낼 수 있었다.

    “괜찮, 을, 거야…….”

    적어도 전무님에게 부탁해 볼 기회는 생겼으니까…… 그에게 쓸모없다며 바로 버려지지는 않았으니까…….

    서이연은 애써 희망을 품어보았다.

    *

    차주원이 호텔에 도착한 시각은 늦은 밤이었다.

    서이연이 그를 기다리며 기사와 댓글을 읽다 눈이 퉁퉁 부어 버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가 호텔 방 안으로 들어섰을 때, 평소였다면 초롱초롱한 눈으로 달려와 손을 잡아챘을 서이연은 보이지 않았다.

    “…….”

    소파 위에 얌전히 놓여있는 서이연의 겉옷을 발견한 차주원이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침실 문을 연 그는 욕실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그대로 문을 열어젖혔다.

    “……어, 전무님!”

    서이연은 세수를 했는지 수건으로 뽀얀 얼굴을 닦아내고 있었다.

    “더 늦게 오실 줄 알고…… 죄송해요.”

    새하얀 얼굴이라 더 잘 보였다. 붉어진 눈 주위가.

    얼마나 운 거야.

    퉁퉁 부은 커다란 눈은 안쓰러울 만큼 붉어져 있었다. 하도 울어 열이 올랐는지 볼까지 얼룩덜룩했다.

    “…….”

    차주원은 서이연의 얼굴을 한참 동안 가만히 바라보다, 그대로 등을 돌려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서이연은 그가 사라지자 재빨리 리빙룸으로 나가 위스키와 잔을 꺼냈다. 그가 씻고 나오면 바로 위스키를 들이켤 수 있도록 세팅을 하고 나자, 그제야 창밖의 야경에 시선을 둘 수 있었다.

    예전에는 호텔에 한 시간씩 일찍 와 한없이 바라보고는 했던 야경이었는데, 오늘은 그럴 겨를도 없었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서이연의 머릿속으로, 다시금 온종일 읽었던 기사와 댓글의 내용이 스멀스멀 기어들어 오기 시작했다.

    “…….”

    서이연. 이 기회를 놓치지 마. 널 도와줄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어.

    “……밖에, 없어.”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차주원이 울먹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서이연의 생각을 멈춰주었다.

    “전무님……!”

    서이연이 앉아있는 소파 맞은편에 자리를 잡은 차주원은 아직 울음의 흔적을 너무나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앳된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전무님, 기사…… 기사, 보셨어요?”

    서이연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아니.”

    그는 차주원의 대답에 조금 안심했다. 적어도 그가 편견을 가지지 않은 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서이연은 작게 심호흡을 한 후,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지금, 제 동창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인터넷에 글을 올렸는데요…… 흐윽.”

    안돼…… 울지 마, 서이연. 똑 부러지게 설명하기로 했잖아…….

    “…….”

    “그 사람이, 졸업 앨범이랑, 진료 기록이랑…… 제가, 때렸다고… 그래서, 병원, 병원 갔다고…….”

    서이연은 차주원의 앞에서 입을 떼자마자 터져 나오는 울음에 어쩔 줄 모르면서도 상황을 설명하려 애썼다.

    “…….”

    그러나 차주원의 얼굴을 보자, 다 짜냈다고 생각했던 눈물이 어디서 솟아나는지 계속해서 퐁퐁 쏟아져 내렸다. 종일 가슴 속에서만 애끓어야 했던 서러움을 드디어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게 되자,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차주원은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낼 정신도 없이 말을 늘어놓는 서이연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였다.

    “드라마, 하차하냐고…… 학포, 학폭, 논란 때문에, 기사 나구요-”

    “네가 사람을 때렸다고.”

    “그 사람은, 그렇게 말하는데, 전-”

    “그 손으로.”

    “안 때렸어요…….”

    “증거 있어?”

    “……안 때렸는데, 증거가 어디, 있어요…… 흐으…….”

    “그걸 왜 나한테 물어.”

    “…….”

    차주원은 울음을 참아보려 삐죽거리는 서이연의 입술에 시선을 두고 말했다.

    “대답.”

    “…….”

    서이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역시 그도 자신을 믿어 주지 않는 게 분명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어떤 증거를 찾아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또 자신은 이렇게 바보같이 눈물만 흘리고 있다. 멍청해서,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차주원은 그의 무릎 위로 눈물방울이 뚝 뚝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런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였어요…….”

    “뭐가.”

    “…….”

    차주원은 그의 잘게 떨리는 어깨와 마른 손가락에 시선을 두었다. 눈물방울은 여전히 옷감 위로 떨어지며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얘기하기 싫으면 하지 마.”

    차주원은 울음을 참느라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짓씹는 서이연을 보고, 그에게서 얘기를 듣는 것을 포기하려 했다.

    “저 왕따였어요! 흐으, 으윽…….”

    그러나 서이연은 떨리는 목소리를 힘겹게 내뱉고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아니, 말하지 못하고 꼭꼭 숨겨왔던 비밀이었다.

    성숙하지 못해서 더 잔인했던 아이들은 약자를 가만두지 않았다. 작고, 마르고, 보육원에 사는 고아 서이연은 너무나도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었다. 아이들은 어깨와 머리를 툭툭 치는, 그들에게만 장난일 뿐인 장난부터 시작해, 체육관으로 끌고 가 여러 명이 함께 폭력을 행사하기까지 하였다.

    “고아라고, 보육원, 흐으, 으윽…… 보육원에서 산다고…… 왕따당했단 말이에요…… 저만 보면, 흐으, 다 때렸어요…… 때린 건, 걔네였단 말이에요…… 흐으…….”

    이제 맞는 건 다 끝난 줄 알았는데, 그런 줄 알았는데. 이제는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정신적 폭력을 당하게 되었다. 악몽 같기만 한,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흐으…… 으윽, 전무님…… 저 좀 도와주세요…… 저 연기, 계속해야 해요…… 흐윽.”

    서이연은 무릎걸음으로 차주원에게 다가가 그의 무릎을 잡고 애원했다.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제발, 제발 저 좀 구해주세요….”

    “…….”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 겠어요…….”

    차주원은 또다시 내려다보게 된 서이연의 젖은 속눈썹에 시선을 두었다. 항상 서이연과는 이런 식이다. 뭐가 그리 힘들어서, 뭐가 그리 절박해서, 항상 이렇게 애원을 하는지.

    그렇게 울 일이 많으면서 왜, 계속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하아…….”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쓸어올리는 차주원의 눈가 밑으로 짙은 체념이 내려앉았다.

    “흐윽…… 전무님-”

    “내일 오전 일곱 시.”

    차주원은 무릎을 꿇고 우는 서이연의 허리에 양손을 갖다 댔다.

    “최초 작성자가 쓴 자필 사과문 기사 뜰 거야.”

    그는 서이연을 가볍게 들어 올려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혔다.

    “오전 여덟 시.”

    차주원은 너무 짓씹어 피가 맺혀있는 서이연의 입술을 엄지로 쓸어내고는.

    “모든 포털 사이트에 반박 기사 올라갈 거고.”

    자신의 엄지에 묻은 피 한 방울을 혀로 스윽 핥아냈다.

    “드라마 하차는 없어.”

    서이연은 그의 알파 페로몬이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까 그만 좀 울어.”

    “…….”

    차주원은 놀라 동그랗게 뜬 서이연의 커다란 눈에 아슬하게 걸려있는 눈물 한 방울이 이내 툭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흐으, 으윽…… 으으…… 전무님…….”

    다시 울먹거리기 시작한 서이연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도.

    “으윽…… 전무님, 전무, 님…….”

    서이연은 차주원의 목덜미에 팔을 감고, 그의 목에 고개를 묻었다. 안도에 못 이겨 펑펑 우는 서이연의 눈물과 콧물이 차주원의 목덜미에 그대로 흘러내렸다.

    “흐으, 아무한테도, 말할 사람이, 없었, 어요…….”

    차주원은 마치 놓치면 절벽 아래로 떨어질 듯 절박하게 자신을 끌어안는 서이연의 서툰 손짓을 느끼며 그의 등을 쓸었다.

    “전무님…… 흐으, 무서웠어요…….”

    그는 마르고 작은 오메가의 등을 한참 동안 가만히 쓸어주었다. 조심스레 알파 페로몬을 풀자, 온몸을 주체 못 하고 떨던 서이연의 울음이 천천히 잦아들었다. 차주원은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축축함과 서이연의 딸꾹질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전무님…….”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가만히 숨을 고르던 서이연이 차주원을 더욱더 세게 끌어안으며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

    “감사해요……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차주원은 품 안에서 흘러나오는 훌쩍임이 남아있는 여린 목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서이연에게서 흘러나오는 불안정한 페로몬이 괜히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것만 같았다. 두려움과 막막함이 덕지덕지 묻어있는 오메가 페로몬이 아직 안정되지 못한 채 마구잡이로 흘러나왔다.

    “애들이, 괴롭혔다고.”

    “…….”

    “가만히 있었어?”

    “…….”

    “하지 말라고 해 보지도 않았지.”

    “……말, 못 했어요.”

    “넌 못 했나 보네.”

    “…….”

    “그래서…… 그랬나.”

    서이연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속삭이는 차주원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들으며 그의 어깨에 볼을 비볐다.

    “따뜻해요…… 전무님.”

    그는 허벅지로 차주원의 허리를 조이며 더욱 몸을 붙였다.

    “아까는, 계속, 너무 추웠어요…….”

    차주원은 서이연의 엉덩이를 받쳐 들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목과 허리를 팔과 다리로 꼭 감은 채 달라붙어 있는 오메가의 무게는 아무런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는 듯 걸음을 옮겼다. 알파의 얼굴에 알 수 없는 착잡함이 내려앉았다.

    “전무님…… 내일이면, 다 괜찮아지겠죠……?”

    서이연은 자신을 침대에 눕히는 차주원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아직 무서워?”

    “……네…… 사람들이…… 저, 못됐대요…….”

    “너 못됐잖아.”

    “그치만, 그만큼 못되진 않았어요…….”

    “……그런가.”

    “전무님, 제가, 제가 안마해드릴까요?”

    서이연은 어떻게든 그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차주원은 긴장이 풀려 졸음기가 맺힌 서이연의 눈매를 바라보다 침대 위에 몸을 누였다.

    “잘 거니까 건들지 마.”

    서이연은 눈을 감아버리는 차주원의 눈치를 보다, 그의 옆에 조심스레 몸을 누였다.

    눈을 감고 누워있는 남자의 옆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연은 그의 높은 콧대를 눈빛으로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까맣고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칼도, 매끈한 입술도 훑어내렸다.

    이쁘다…….

    서이연은 한참 동안 그의 얼굴을 감상하다, 살짝 몸을 뒤척였다. 그의 팔을 양팔로 감아 안은 채, 슬쩍 그의 옆에 몸을 더욱 가까이 붙였다. 들숨마다 그의 체향이 느껴져 계속 코를 킁킁거리게 되었다. 계속해서 맡고 싶은 청량한 향기였다.

    “고마워요…….”

    서이연은 차주원의 단단한 팔에 고개를 묻고 속삭였다.

    “이 은혜는 꼭 갚을게요…….”

    그는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를 전한 뒤에야, 발갛게 부은 눈꺼풀을 편히 감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더는 춥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그저 옆에서 느껴지는 온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서이연은 차주원의 굵은 팔을 꼭 껴안고, 그의 체향을 들이켜며 잠이 들었다.

    “…….”

    차주원은 그로부터 몇 시간이 더 지난 후에야 잠이 들 수 있었다.

    *

    “전무님…….”

    패드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차주원은, 잠에서 깬 서이연이 침실에서 자신을 찾는 것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전무님…….”

    그는 졸음이 채 걷히지도 않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자신을 불렀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순했다. 그 행동이 마치 둥지에서 삐약거리며 엄마를 찾는 새끼 동물 같아, 차주원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 뒤로 이어지는 가벼운 발걸음 소리. 점점 짙어지는 여린 오메가 페로몬. 작은 하품 소리. 소파에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했는지 작게 놀라는 소리. 차주원은 온몸으로 서이연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소파 옆자리에 가벼운 무게감이 실릴 때까지.

    “전무님…… 아침부터 일하시는 거예요?”

    서이연은 차주원의 허벅지에 자신의 허벅지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엉덩이를 붙여 앉으며 물었다. 차주원은 침실의 온기로 데워진 서이연의 체향이 풍겨오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너무 오래 자서 죽은 줄 알았어.”

    “아…… 어제 너무 울었나 봐요…….”

    이연은 괜히 말을 얼버무리며 눈을 비볐다. 눈을 깜빡일 때 눈두덩이에서 미약하게 전해져오는 이물감에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여전히 눈이 흉하게 부어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기사는 확인했나?”

    “네? 아…… 아뇨, 아직이요.”

    서이연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핸드폰을 찾으러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분명히 어젯밤 그가 말한 대로 되었을 거라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사장님의 부재중 전화가 쌓여있기는 하겠지만…… 나중에 따로 연락드려도 될 것 같았다.

    이연은 차주원과 함께 있으면, 오직 그에게만 집중하고 싶었다. 그의 눈빛, 체향, 그리고 페로몬에만 반응하다 보니 다른 생각은 잘 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오늘 아침에는 아무런 걱정과 두려움 없이 눈을 뜰 수 있었다. 그가 말하기 전까지는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한 생각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 일 때문에 그렇게 울고, 걱정했었는데…….

    “전무님…….”

    서이연은 차주원의 느슨한 모습에 자꾸만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평소처럼 한 올 흐트러짐도 없이 넘긴 머리가 아닌 편하게 내린 앞머리부터, 각 잡힌 정장이 아닌 니트와 면바지를 입은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이제껏 이런 모습은 절대로 보여주지 않으셨는데…… 이렇게 자신의 마음이 콩닥거릴 걸 알고 안 보여주신 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눈 아직도 부었어요?”

    서이연은 괜히 차주원에게 말을 걸고 싶어 실없는 말을 던졌다.

    “안 부었을 리가.”

    그에 차주원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많이 못생겼어요?”

    이연은 차주원이 그래도 예쁘다고 말해주길 기대했다. 주제는 알기에 딱 참새 눈물만큼만.

    “어.”

    역시…… 딱 잘라 말하는 차주원의 말에, 서이연은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이며 딱 참새 눈물만큼만 실망했다.

    “……그럼, 그럼…… 섹스 못 해요……?”

    서이연이 유순한 눈망울을 맞춰오며 묻자, 호선을 그리고 있던 차주원의 입꼬리가 천천히 제자리를 찾았다.

    “저 안 예뻐서…… 섹스, 못 해요?”

    서이연은 차주원의 허벅지 위에 살포시 올라앉으며 물었다.

    그는 차주원의 눈동자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윗옷을 벗었다. 품이 큰 티셔츠가 몸에서 떨어져 나가자, 오후의 햇살을 받은 새하얀 상체가 드러났다.

    “…….”

    차주원의 시선이 햇빛이 뒤에서 비쳐 솜털이 다 보이는 서이연의 사슴 같은 목덜미를 훑었다. 너무 연약해 보여 세게 만지면 터져버릴 것만 같은 산호색 젖꼭지는 조금 힘을 받아있었지만, 그 주위의 유륜은 손가락을 대면 푹 들어갈 것처럼 부드러워 보였다.

    그 아래 선이 고운 허리는, 가늘어 보여도 그를 잡고 거칠게 허릿짓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보답이라도 하려고?”

    자신은 그의 스폰서로서 서이연의 커리어를 살렸다. 지금 이러는 건 그에 대한 대가겠지.

    “그렇게 생각하셔도 되지만…… 그냥…… 하고 싶어요. 전무님이랑, 기분 좋은 거 하고 싶어요.”

    서이연은 그렇게 말하며 차주원의 볼에 입술을 찍었다. 차주원은 가까이 다가와 자신의 목덜미에 양팔을 감은 서이연의 부드러운 어깨에 입을 묻었다.

    쪽-

    서이연의 작고 도톰한 입술이 볼에 닿았다 떨어졌다. 가벼운 입맞춤을 마쳤음에도, 이연은 차주원의 볼에 자신의 통통한 볼을 붙이고 있었다.

    서이연의 페로몬은, 차주원에게 거슬리지 않는 유일한 향기였다. 연하고 유순한, 주인을 꼭 닮은 향기.

    “섹스…… 해도 돼요?”

    서이연은 차주원의 볼에서 입술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차주원은 부드러운 입술이 볼을 간지럽히는 것을 느끼며 이연의 어깨에서 입술을 뗐다.

    아침의 기운을 머금고 흐트러진 서이연의 머리카락이 햇빛을 머금고 있었다. 마주한 커다란 눈동자가 맑고 그윽했다. 새하얀 얼굴에 붉은 꽃잎처럼 찍혀 있는 입술에 잠시 시선을 둔 차주원이, 그의 턱을 잡아챘다.

    “입이나 벌려.”

    목이 마른 듯한 굵은 목소리가 그르렁거리듯 흘러나오자, 이연은 망설이지 않고 입술을 찍었다.

    차주원은 기다렸다는 듯 혀를 넣어 입 안을 자극했다. 서이연도 그에 맞춰 열심히 혀를 움직였으나, 서툴게 혀를 비비는 게 고작이었다.

    “으응…….”

    그는 차주원의 단단한 손이 허리를 잡는 것을 느끼며 그에게 더욱 몸을 붙였다. 자꾸 입천장과 혀 밑을 자극하는 그의 움직임에, 몸이 자꾸만 배배 꼬였다. 차주원은 서툴게 허릿짓을 하며 자신의 허벅지에 하체를 비비는 서이연을 재밌다는 듯 지켜보았다.

    그는 키스하면서도 서이연의 볼록한 이마와 긴 속눈썹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하으…… 읍.”

    서이연은 길어지는 키스에 숨이 막혀 입술을 물리려 했지만, 목덜미를 잡아채고 꾸욱 누르는 그의 손으로 인해 도망갈 수가 없었다. 입맞춤은 서이연의 입에서 침이 질질 흘러내리고, 그의 손이 차주원의 어깨를 밀어낼 때까지 계속되었다.

    키스할 때마다 이연의 호흡을 통제하는 것은 차주원의 습관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가 선심을 쓰듯 입술을 떼 준 것은, 힘이 빠진 이연이 축 늘어졌을 때였다.

    “흐으…… 하악…….”

    서이연은 밭은 숨을 내뱉으며 침을 흘렸다. 이미 눈동자는 풀린 지 오래였고, 차주원이 잡고 있지 않았다면 허리를 세우기 힘들 정도로 몸이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러게 왜 덤벼.”

    차주원은 거칠게 오르내리는 서이연의 가슴에 시선을 두며 그의 젖꼭지를 세게 꼬집었다.

    “하으, 하아…… 전무님, 수영, 선수였죠…….”

    “아니.”

    “전무님이랑, 잠수, 잠수 대결은, 안 할래요…….”

    서이연은 여전히 축 늘어진 채 중얼거렸다. 차주원은 서이연과 잠수 대결 따위 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지만, 굳이 바보 같은 얘기에 대꾸해주고 싶지 않았다.

    “코를 막은 기억은 없는데.”

    차주원은 서이연이 키스를 제대로 못 한다는 듯 말했지만, 이연도 키스 도중 코로 숨을 쉬면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차주원은 키스를 할 때면 항상 목구멍까지 박을 듯 혀를 밀어 넣기 때문에 그의 볼에 코를 처박듯 키스를 해야 했다. 그 상태에서 코로 제대로 공기를 빨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아…… 하악.”

    서이연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쉬며 늘어져 있던 허리를 세웠다. 그러고는 차주원의 넓은 가슴팍에 볼을 대며 안겼다. 차주원은 은근슬쩍 품에 안기는 서이연의 엉덩이를 살짝 쥐며 말했다.

    “요즘 자꾸 몸을 붙이네.”

    “뭐가요?”

    “넣어달라는 듯이 조르잖아.”

    “……아직, 안 졸랐는데…….”

    서이연은 단단한 가슴 위로 볼을 비비며 말했다.

    “아직?”

    피식 웃는 듯한 차주원의 목소리에 서이연의 볼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다 해드릴 거예요…….”

    “뭐?”

    “다, 해드리고 싶어요…… 전무님이 시키는 건…… 다.”

    차주원은 겁도 없이 말을 내뱉는 서이연을 내려다보며 그의 엉덩이를 더욱더 세게 움켜쥐었다. 커다란 손에 딱 맞게 들어오는 통통한 엉덩이가 손가락 사이로 뭉개졌다.

    “내가 뭘 시킬 줄 알고.”

    서이연은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고통에 허리를 움찔거렸다. 차주원은 살짝 힘을 주는 걸지 몰라도, 그의 악력은 애초에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연은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찌릿한 자극에, 왠지 오늘 그가 원하는 것이 자신이 열심히 연습한 그것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주인님…….”

    이연은 마치 주인에게 희롱당하는 사용인인 양 새침하게 속삭였지만, 순하게 처진 울멍한 눈매는 새침과 거리가 멀었다.

    “주인님…… 저, 괴롭히지 마세요…….”

    “…….”

    “괴롭히실 거예요……?”

    “…….”

    “그러면, 침실에서만 괴롭혀주세요…….”

    “……그런 건 어디서 배웠어.”

    차주원은 갑자기 플레이를 시작한 서이연에 기가 차 웃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도대체 무슨 생각들이 가득 차 있는 건지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이걸 머리 회전이 빠르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종잡을 수 없다 해야 할지…….

    그러나 입을 삐쭉 내밀며 괴롭히지 말라 중얼거리는 이연을 보자, 사타구니에서부터 찌릿한 전류가 흘렀다. 바지 속에 갇힌 좆이 꺼떡대며 존재감을 키웠다. 그에 차주원은 참지 못하고 이연의 헐렁한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비밀이에요…… 하읏.”

    굵은 손가락이 엉덩이골을 타고 내려가 구멍을 찾아 문질렀다.

    “키스할 때 싼 거야?”

    이미 애액으로 축축해져 있는 구멍 가장자리를 동그랗게 문지르는 차주원의 목소리가 거칠었다.

    서이연은 이미 흉흉하게 발기한 차주원의 성기가 얇은 천을 사이에 두고 회음부를 찔러오는 것을 느끼며 그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었다.

    “흐읏, 아아…….”

    “하아…… 왜 이렇게 좁아.”

    차주원은 한 번에 손가락 세 개를 끝까지 처박았다. 서이연이 허리를 크게 떨며 목덜미에 입술을 붙이는 것을 느끼며.

    “하으…… 주인님…… 살살, 해주세요. 나중에, 잡초, 뽑아야 해요…….”

    “바로 좆 처박아버리기 전에 닥쳐.”

    차주원은 혼자 상황극에 열중해 있는 서이연이 더는 입을 열 수 없도록 손가락을 푹푹 쑤셨다.

    “흐으…… 나빠…….”

    이연은 차주원이 손가락을 한 번에 끝까지 박아 넣어 버릴 때마다 커다란 신음을 지르며 허리를 움찔움찔 떨어댔다. 손가락이 액체와 마찰하여 찌걱대는 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선명하게 울렸다.

    서이연의 입에서 침이 줄줄 새기 시작했다. 차주원이 손가락을 끝까지 집어넣을 때마다, 이연이 입술을 짓씹으며 내벽을 조였다. 그의 손가락은 구멍만 쑤시고 있었지만, 속옷 안의 불알과 성기가 서로 비벼져 자극이 강했다.

    “……뭐야.”

    차주원이 목에서 간지러움을 느낀 것은, 서이연이 분홍빛 성기로 힘차게 정액을 토해내고 있을 때였다.

    “흐으…… 아앙…….”

    서이연은 오르가즘의 쾌감에 못 이겨 그의 목을 물어버리고 말았다. 무슨 정신으로 그러고 있는지도 모른 채 정액을 싸 내며 작은 이빨로 목을 깨물고 있는 서이연의 모습에, 차주원은 어이가 없어져 그의 구멍에서 손을 빼냈다.

    “아흑! 아응…….”

    손가락이 내벽을 긁으며 구멍을 빠져나가자, 서이연은 엉덩이를 움찔 떨며 마지막 정액 한 방울을 싸 냈다.

    “……무슨 이런…….”

    “우으…… 아…….”

    입에 있던 것을 뱉으니 눈앞에 발갛게 변한 살갗이 보였다. 서이연이 오르가즘의 여운에서 빠져나와 정신을 차린 것은, 음산하게 중얼거리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차주원의 새까만 눈동자를 마주했을 때였다. 이연은 커다란 눈을 굴리며 변명거리를 생각하기 위해 시간을 끌었다.

    “이게 이제 입질을 하네…….”

    “……주인님…….”

    차주원은 커다란 눈망울을 축 늘어뜨린 채 아직도 상황극에 빠져있는 서이연을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역할에 몰입하는 능력만큼은 탑 배우 못지않다 칭찬이라도 해줘야 하나.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러든가.”

    강아지가 이렇게나 놀고 싶어 하는데, 어울려 줘야지.

    “……잘못했어요…….”

    “교육은 제대로 받았어야지.”

    “…….”

    “아무리 이빨이 작아도, 주인은 깨물면 안 되니까.”

    “네…… 안 돼요…… 잘못했어요.”

    이연은 갑자기 입꼬리를 올리며 즐거운 기색을 띤 차주원의 눈치만 보았다.

    “다 벗고 엎드려.”

    낮은 소리의 명령에, 이연은 벌떡 일어나 바지를 벗었다. 곧이어 작은 속옷이 하얗고 통통한 허벅지를 쓸고 내려갔다.

    검정…….

    차주원은 서이연의 속옷을 확인하며 무의식적으로 실망했다. 그 자신조차 깨닫지 못한 채 짧게 스쳐 지나간 생각이었다.

    서이연은 재빨리 나체가 된 후, 소파에 엎드렸다. 물론 차주원이 보기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주섬주섬 느릿하게 옷을 벗는 꼴이었다.

    그는 옆자리에 솟아있는 뽀얀 엉덩이와 달랑거리는 작은 불알에 시선을 둔 채 말했다.

    “아니, 내 무릎 위에. 제대로 맞아야지.”

    차주원의 말에, 서이연은 허리를 세우고 겁먹은 듯한 얼굴로 물어왔다.

    “……저 맞아요……?”

    “잘못했다며.”

    “……주인님…….”

    이연은 작게 중얼거리며 차주원의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 다시 한번 그의 볼에 입을 맞추기도 하였다. 한 번만 봐달라는 애교가 담긴 몸짓에, 차주원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뿌리쳤다.

    “시간 끌지 말지.”

    차주원의 차가운 일갈에, 이연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느릿느릿 일어났다. 새하얀 나체가 차주원의 굵은 허벅지에 위에 천천히 자리 잡았다.

    차주원은 허벅지 위에 먹음직스럽게 올라 있는 작은 엉덩이를 커다란 손으로 살살 쓰다듬었다.

    “혼나는 게 좋은가 봐. 오늘도 바지가 더러워지겠네.”

    차주원은 자신의 허벅지에 눌려 엉덩이 아래로 빼꼼 고개를 내민 서이연의 성기 끝을 만지작댔다. 짙은 색의 바지와 탐스러운 귀두가 확연히 대비되는 광경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서이연이 방금 사정한 터라, 요도 끝에 남아있던 정액 방울이 바지에 묻었다.

    “제가, 나중에, 꼼꼼하게 손빨래해 드릴게요…….”

    서이연은 어깨를 잘게 떨면서도 사용인의 본분에 충실한 대답을 했다.

    “하아…… 언제까지 그럴 수 있나 볼까.”

    차주원은 엉덩이를 부드럽게 매만지고 있던 손을 올려, 세게 내리쳤다.

    찰싹-

    통통한 엉덩이가 강한 자극에 푸딩처럼 흔들렸다.

    “아윽! 흐으…….”

    단단하고 커다란 손이 연약한 엉덩이를 내리치자 고통이 상당했다. 이연은 생전 맞아본 적이 없는 민감한 곳을 자극당하자, 주먹을 꼭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몇 대 맞았어?”

    “하, 한 대요…….”

    “몇 대 맞고 싶은데.”

    “흐으…… 한 대요.”

    차주원은 서이연의 대답에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건 멍청한 건지 당돌한 건지…… 그는 즐거운 기색으로 다시 통통한 볼기를 내리쳤다.

    찰싹-

    “으으…… 아, 아파요…….”

    “몇 대.”

    서이연은 고통으로 머릿속이 복잡해 쉬이 대답하지 못했다. 두 대라고 대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오늘은 전무님이 주인님이시니까…….

    “주, 주인님…….”

    찰싹-

    “대답해.”

    “흐으, 주인, 님, 이 원하시는 대로, 해주세요…….”

    서이연은 뽀얀 허벅지를 덜덜 떨면서도, 오늘은 차주원이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았다.

    “……하.”

    차주원은 발갛게 달아오른 통통한 엉덩이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이게 이런 재주가 있네…….

    찰싹-

    “스무 대 맞을 때까지 안 싸고 참으면, 용서해줄게.”

    “네, 네. 주인님…….”

    너무 쉬운 거 아닌가…… 맞는 걸로 싸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프긴 해도 고통은 견딜 수 있다. 서이연은 생각보다 쉬운 조건에, 엉덩이에 힘을 주며 남은 열여섯 대를 버티리라 다짐했다.

    찰싹-

    “아흑!”

    찰싹-

    “하으…….”

    찰싹-

    “아앙…….”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그가 엉덩이를 때려줄수록 구멍이 근질거려 왔다. 일부러 그가 구멍을 때리며 자극하는 것 같기도 했다.

    “계속 그렇게 바지에 좆 비빌 거야?”

    차주원은 계속해서 자신의 허벅지에 꿈질꿈질 뽀얀 좆을 비비고 있는 서이연을 비웃었다.

    “아응…… 아, 아픈데, 가, 간지러워요…….”

    “이렇게 말 안 듣는 오메가한테 누가 일을 줬을까…….”

    차주원이 열이 오를 정도로 부은 엉덩이 아래, 분홍빛 불알을 제멋대로 주물렀다. 서이연은 자극적인 손길에 발가락을 꼼지락대면서도 착실히 대답했다.

    “주인님이요…….”

    “내가?”

    “제가, 제가 안마 잘한다고…… 뽑아주셨어요.”

    “아. 그럼 우리가 이러는 게 처음이 아니란 소리네.”

    “주인님이, 제 처음, 따먹으셨어요…… 추, 출근, 첫날에…….”

    “하. 그딴 말은 어디서 배워서.”

    차주원은 나름대로 치밀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서이연의 상황극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작고 탱탱한 불알을 괴롭히고 있던 그의 손이 회음부를 느릿하게 쓸기 시작했다. 도톰하게 부어있는 회음부를 약하지 않은 강도로 쓸어주자, 이연이 엉덩이를 움찔거렸다.

    “으응…….”

    차주원은 구멍에서 흘러나와 회음부와 불알을 적시고 있는 서이연의 애액을 즐겁게 바라보며 손을 올렸다.

    찰싹-

    “아아…….”

    “다 맞았네.”

    “하아…… 저, 잘, 참았어요. 주인님…….”

    서이연은 허리를 세우고 차주원의 품에 안겨들며 말했다. 그는 칭찬을 바라는 듯한 서이연의 목소리를 들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안 쌌어?”

    “네. 안 쌌어요. 이거 보세요…….”

    서이연은 조금 힘을 받기는 했지만 정액을 내보내지 않은 자신의 성기를 잡고 말했다. 차주원이 평소와는 다르게 계속 미소를 얼굴에 걸고 있어서 조금 불안해져 오기 시작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실을 바꿀 수는 없었다.

    요도 구멍은 꽉 닫혀있었고, 정액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죠? 저, 저 안 쌌죠?”

    차주원은 희망과 불안으로 가득 찬 서이연의 커다란 눈망울을 바라보며 웃음을 참아야 했다.

    “앞으로만 쌀 수 있는 건 아니잖아. 특히 넌.”

    “……그치만-”

    “뒤로도 갈 수 있지?”

    “…….”

    차주원은 볼을 통통하게 부풀리며 속았다는 듯 자신을 노려보는 서이연을 즐겁게 바라보았다. 그가 이연의 구멍 안으로 다시 한번 손가락을 집어넣어 내벽을 훑고 빼내자, 손가락이 번들거릴 만큼의 액체가 묻어있었다. 이연은 그가 구멍에서 손가락을 빼낼 때 나는 찌걱거리는 소리에 눈을 질끈 감았다.

    “질질 새던데.”

    “……흐윽.”

    이연은 차주원의 젖은 손가락을 보자마자 양손에 얼굴을 감췄다. 붉어진 볼과 눈물이 터지려는 눈가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차주원은 몸을 동그랗게 말며 얼굴을 가리는 서이연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다, 그의 팔을 치우고 고개를 숙일 수 없도록 양 볼을 고정했다. 차주원의 한 손에 잡힌 작은 턱이 울 것처럼 덜덜 떨리고 있었다.

    “서이연.”

    “……저, 저, 맞으면서, 싼 거예요……?”

    차주원은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한 서이연의 얼굴을 보고는 표정을 굳혔다.

    “울 일 아니니까 울지 마.”

    “……흐윽. 으으.”

    너무 놀렸나. 역할에 충실한 서이연이 꽤 귀여워 몰아붙인 감이 없잖아 있었다. 스팽킹은 처음일 오메가를 스무 대나 때려 뒤로 싸게 만들다니.

    서이연은 차주원의 가슴팍으로 안겨들어 얼굴을 숨긴 채 훌쩍거렸다.

    “안 싼 줄, 알았는데…….”

    “이상한 거 아니야.”

    “흐으…… 주인님이랑만, 있으면…… 너무 많이 싸요…….”

    “…….”

    이 바보가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건가. 차주원은 자신의 가슴팍에 볼을 부비적거리며 웅얼거리는 서이연을 어이없다는 듯 내려다보았다.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서이연이 영악하기 그지없게 느껴졌다.

    “그렇죠……? 저, 저 너무 많이, 싸죠……?”

    고개를 든 서이연은 눈물이 맺혀있는 커다란 눈을 맞추며 물었다. 몸 전체가 다 커다란 구석이 없는 주제에 눈만 저렇게 커서는 항상 자신을 좀 봐달라는 듯 시선을 맞춰온다.

    “왜. 이제 많이 안 싸고 싶어?”

    차주원은 서이연의 처진 눈꼬리를 엄지로 쓸며 말했다. 손가락 아래 뭉개지는 젖은 속눈썹이 그의 눈 아래쪽에 붙었다 떨어졌다.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럼 나보고 어떻게 해달라고.”

    “그냥, 그냥 물어본 거예요…….”

    서이연은 차주원의 넓고 단단한 어깨를 괜히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는 알까. 자신은 그와 가까워지고 싶어서 만날 때마다 몇 번이고 실없는 소리를 한다는 것을. 어떻게든 그와 대화하고 싶어서 아무렇게나 말을 늘어놓을 때도 있다는 것을.

    “이제 섹스할까.”

    차주원은 눈을 내리깐 이연의 속눈썹에 시선을 두며 부드러운 아랫입술을 매만졌다. 서이연은 입술을 꾸욱 누르는 차주원의 단단한 손가락에 살짝 입을 맞추고 말했다.

    “네…… 섹스해요. 주인님…….”

    “언제까지 그럴 거야.”

    “……주인님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요.”

    차주원은 무릎에 앉아있는 서이연을 안아 들고 소파에서 일어나 침실로 향했다. 서이연은 그의 품에 얌전히 안겨 있다, 새하얀 침구 위에 놓였다.

    “자꾸 배가 축축해진다 싶더니.”

    서이연을 침대 위에 눕힌 차주원은 그의 민둥한 하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분홍빛 성기가 또 힘을 받았는지 요도 입구에 투명한 액이 방울방울 맺혀 있었다. 리빙룸에서 침실에 오기까지 긴 시간도 아니었는데, 얌전히 안겨 있는 듯하더니 배에 프리컴을 묻혀놓은 이 오메가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연은 부끄러운지 벌어져 있던 허벅지를 모았지만, 그렇다고 발갛게 솟아올라 있는 성기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만 이렇게 흥분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침대맡에 서 있는 차주원의 바지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주인님도, 어서, 옷 벗으세요…….”

    차주원은 작게 중얼거리며 바지를 벗기는 서이연을 즐겁게 내려다보았다. 연약한 체향과 달큼한 오메가 페로몬을 퐁퐁 내뿜는 뽀얀 나체를 눈에 담자, 아까부터 힘을 받아있는 성기가 옷 안에서 더욱더 빠듯해지는 느낌이었다.

    “주, 주인님…… 제가, 제가 어떻게 이걸…….”

    서이연은 속옷을 내리자 퉁 하고 튕겨 나온 거대한 성기를 눈에 담자, 자신도 모르게 입이 벌어지는 것을 느꼈다.

    “뭐.”

    “어떻게, 주인님의, 고추를 넣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

    “연기 좀 그만해.”

    “…….”

    연기 아닌데…… 서이연은 흉흉하게 발기한 검붉은 성기를 마주하자, 정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정말로 저런 고추를 몇 번이나 안에 넣었다니…….

    차주원은 자신이 그의 가는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 입을 벌린 채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서이연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서이연은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오메가다.

    “그럼 보지 마.”

    차주원은 그의 뻣뻣한 어깨를 밀어 그를 완전히 침대에 눕힌 후,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의 혀가 서이연의 입 안을 파고들수록, 몸이 가까이 붙어와 굵은 허리가 가느다란 허벅지를 벌렸다.

    서이연은 차주원의 사타구니와 자신의 허벅지가 맞붙자 어깨를 움찔 떨었다. 딱딱한 성기가 자꾸만 불알과 회음부를 찌르고 있었다.

    “으응…….”

    차주원은 서이연의 약한 부분인 입천장을 훑었다. 이연은 허벅지를 파르르 떨며 바르작거렸고, 차주원은 그가 방심한 사이 거대한 성기를 좁은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주먹만 한 귀두가 촉촉한 구멍 가장자리를 천천히 가르고, 내벽을 긁으며 들어왔다. 이연은 차주원의 두툼한 혀로 입 안이 거칠게 비벼지며 삽입 당했다. 성기가 밀고 들어올수록 그의 하체가 밀착되어 이연의 허벅지가 점점 벌어졌다.

    “아으…….”

    “하아…… 서이연.”

    차주원은 성기를 뿌리 끝까지 삽입한 후 입술을 떼어내며 으르렁거렸다. 서이연은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자 너무나 기뻐, 배 속이 꽉 찬 것만 같은 압박감도 잠시 잊어버렸다.

    차주원은 서이연의 쇄골과 젖꼭지에 입을 맞추고는, 그의 가는 허리를 양손으로 잡았다.

    “주, 주인님…… 살살, 해주세요…….”

    서이연은 자신의 아랫배에 올라온 뭉툭한 형상을 보고는 울먹거리는 눈으로 애원했지만, 다리 사이에 좆을 끼우고 하얀 허벅지를 넓게 벌린 채 애원하는 모습은 이미 흥분한 알파를 더욱 자극할 뿐이었다.

    차주원이 천천히 성기를 물려 귀두를 구멍 가장자리에 맞추었다.

    “힘 빼.”

    퍼억-

    “히익!”

    한 번에 뿌리 끝까지 거칠게 받아버리는 그의 행동으로 인해, 이연이 허리를 움찔대며 자지러졌다.

    “아으…… 흐윽…….”

    “다리 더 벌려.”

    이연이 자꾸만 허벅지를 모으자, 차주원은 그의 허리를 꽉 잡고 있던 손을 내려 허벅지를 벌렸다. 하얗고 매끈한 다리는 근육이 팽팽히 당겨질 만큼 훤히 벌어졌다.

    사타구니 전체가 하얀 주제에 성기와 불알만 분홍빛인 이연의 아래를 감상하던 차주원은 엄지로 회음부를 꾸욱 눌렀다.

    “히익.”

    “여기 비비면 기분 좋을 것 같은데.”

    “아응…… 가, 간지러…….”

    “도톰해서…… 잘 뭉개질 것 같네.”

    “아, 안 돼…….”

    이연이 허벅지를 덜덜 떨며 애원했지만, 차주원은 성기를 쾅쾅 치받기 시작했다. 이전에 닿은 적 없는 곳까지 밀고 들어오는 성기에, 이연의 눈이 뒤집히기 시작했다.

    “흐윽, 안 돼요…….”

    서이연은 한계까지 벌어진 것만 같은 허벅지 사이로 거대한 성기를 받자, 마치 허벅지 감각이 마비되는 것만 같았다. 구멍을 파고드는 성기의 자극 외에는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윽…… 흐응…….”

    차주원의 성기가 계속해서 전립선을 거칠게 짓눌렀다. 서이연의 다리를 활짝 벌려놓은 채 쾅쾅 허리를 치받는 차주원의 눈은 이성을 잃은 지 오래였다. 사타구니가 맞붙는 퍽퍽 소리가 침실 안을 울렸다.

    허벅지가 맞닿을 때마다 액체가 튀었다. 이연의 내벽 사이로 삐져나온 애액이었다.

    “하아…… 씹.”

    차주원은 서이연의 팔을 들어, 팔목을 모아 잡았다. 사슴 같은 목덜미를 아플 정도로 빨아들인 후, 곧은 쇄골로 입술을 옮겼다. 뼈를 이빨로 괴롭혀 준 후, 겨드랑이에는 코를 묻었다.

    웅덩이처럼 고여있던 오메가 페로몬에 고개를 처박은 그는 게걸스레 샘물을 빨아 먹기 시작했다. 차주원이 계속 겨드랑이를 물고 빨자, 이연은 고개를 저으며 발로 시트를 밀었다. 예민한 살을 혀로 빨리고, 이빨로까지 괴롭혀지는 건 부끄럽고 견디기 힘든 감각이었다. 저번부터 도대체 왜 그가 이렇게 겨드랑이에 집착하는 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아으…… 안 돼…….”

    그 뒤는 유륜과 젖꼭지였다. 차주원이 부드러운 산호색의 젖꼭지를 이빨과 혀로 한참 동안 괴롭히자, 가슴이 빨갛게 달아올라 야한 색으로 변했다.

    서이연의 페로몬이 고여있을 만한 곳이라고는 어디든 미친 듯이 입술을 갖다 대는 그 때문에, 이연은 눈을 까뒤집고 벌벌 떨기만 했다.

    “이힉, 흐으…… 아앙…….”

    이연은 아래에서 전립선을 쾅쾅 처박는 성기의 자극만으로도 이미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나 차주원은 아직 모자라는지 계속해서 겨드랑이를 물고 빨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미 예민해진 몸은 간지러움도 자극으로 받아들였다.

    귓가에는 그가 게걸스럽게 쪽쪽 살결을 빠는 소리만이 맴돌고 있었다. 어떠한 형태도 없는, 그저 소리일 뿐인데도 귀가 간지러웠다.

    “아흑, 그, 그만…….”

    섹스 중 시트를 발끝으로 힘없이 미는 것 외에는, 이연에게 어떠한 움직임도 허용되지 않았다. 단단하게 손목을 결박하고 있는 그의 손과, 허벅지를 모을 수도 없이 빠르게 치받아 오는 그의 허벅지 때문에 허리를 움찔거리는 것 외에는 신체 어느 곳 하나 자유롭지 못했다.

    차주원은 이연의 양 발목을 잡아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렸다. 그가 왼쪽 발목을 세게 물어버리자, 이연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샜다.

    “아윽!”

    복숭아뼈가 이에 걸려 달각거렸다. 차주원이 매끈한 종아리의 향기를 맡으며 이연의 무릎에 입을 맞추자, 이연이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애타는 신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가 또다시 전립선을 쾅 치받았을 때, 이연은 곧 그런 작은 바르작거림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침대에 축 늘어졌다.

    “하악…… 으으…….”

    쪼르르-

    서이연의 성기에서 맑은 액체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차주원은 아직도 그의 맨들맨들한 종아리에 코와 입술을 묻고 있다가, 배 쪽에서 질척함이 느껴지자 시선을 내렸다.

    “뭐야.”

    “아흑…… 으응…….”

    서이연은 거센 오르가즘의 감각을 견디지 못하겠는지 침을 질질 흘리며 허벅지를 덜덜 떨고 있었다. 까뒤집어진 눈을 덮고 있는 속눈썹도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얼마나 싼 거야. 응?”

    서이연의 말랑한 배는 물론이고, 차주원의 복근조차 서이연이 싸 낸 액체로 인해 범벅이 되어 있었다. 씨익 웃으며 빳빳하게 서 있는 이연의 젖꼭지를 깨무는 차주원의 얼굴 위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흐읏…… 흐윽.”

    서이연은 입술을 덜덜 떨며 훌쩍였다. 온몸이 찌릿찌릿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직도 배 위에 흥건히 고여있는 액체 때문에 움직일 수도 없었다.

    “왜 계속 나한테 쌀까. 영역 표시라도 하는 건가.”

    차주원은 침대 위에 축 늘어져 움찔거리고 있는 서이연의 허벅지를 살살 쓸며 물었다. 조금 봐준다는 듯 속도를 늦추고 성기를 질금질금 박아넣는 그의 표정이 나른했다. 그러나 차주원은 이연의 허벅지가 거의 일자로 벌어져 있는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모양새였다.

    “히잇…… 흐으…… 아앙…….”

    서이연은 이제 자신조차 이 몸을 이해할 수 없다 생각했다. 그와 잠자리를 한 후 신경이 쓰여서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다른 사람이 얼마나 싸는지 시간을 재어 보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오줌을 싸는 시간은 자신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왜 차주원과 잠자리를 할 때면 이렇게 창피할 만큼 많이 싸는 걸까.

    “으읏…… 하아…… 주, 주잉, 주인, 님…….”

    “하하.”

    차주원은 서이연의 꼬인 발음을 들으며 즐겁게 웃었다. 소리 내어 웃어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발갛게 달아오른 볼을 한 채 입술을 오물거리는 그를 보자 더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흐윽, 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정말?”

    서이연의 페로몬이 참을 수 없이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저 커다랗고 유순한 눈망울 때문일까.

    “널 어떻게 믿어.”

    차주원은 다시 서이연의 가는 허리를 꽉 조여 잡고, 거친 허릿짓을 시작했다.

    “으윽, 으응…….”

    “하아…… 방금 싸서 그런가. 왜 이렇게 좁지.”

    서이연의 배 위에 고여있던 액체가 침대로 흘러내렸다. 전립선을 쾅 쾅 받아버리는 그의 성기에, 서이연이 흐릿한 시야를 그의 얼굴에 고정했다. 하지만, 입꼬리만 올려 웃고 있는 그의 눈빛에선 평소와 달리 이성이라곤 한 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흑…… 아아…… 앙.”

    발끝을 움찔거리며 떨고 있던 서이연은, 결국 내벽 가장 깊은 곳에 그의 정액을 받아야 했다.

    “하아…….”

    차주원에게서 짙은 만족감이 담긴 신음이 흘러나왔다. 눈을 감고 고개를 젖혀 사정감을 느끼는 차주원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흐으…… 너무, 꽉, 차, 써…… 히익.”

    “다리 오므리지 마. 내 앞에서는 항상 벌리고 있어야지.”

    성기가 움직일 때마다 정액이 구멍 밖으로 새어 나오며 찌걱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차주원은 사정하고 있음에도 허릿짓을 멈추지 않았고, 서이연이 다리를 오므리는 것도 허락해주지 않았다. 참을 수 없는 자극에 다리를 가만히 둘 수가 없어 허벅지를 모았던 이연은, 단단한 손에 허벅지를 잡혀 다시 한번 다리를 활짝 벌려야 했다.

    “흐으…… 꽈, 꽉, 찼어요…….”

    “흘리면 안 되지. 시작한 건 너잖아.”

    차주원은 도톰하게 부푼 서이연의 회음부를 매만지다, 검지로 발간 회음선을 꾸욱 쓸어내렸다.

    “히익!”

    민감한 부분이 훑어지자, 서이연은 여전히 허벅지 한쪽이 잡아 벌려진 채 자지러졌다. 작은 손이 바르작대며 시트를 쥐었다.

    “여기에도 솜털이 있네.”

    “흐윽, 놔주, 놔주세요…….”

    서이연은 차주원과 섹스를 하고 나면 항상 허벅지 근육이 너무 아팠다. 유연한 몸도 아닌데 몇 시간 동안이나 다리를 한계까지 벌리고 있으려니 힘이 들었다.

    차주원이 성기를 한 번에 빼내자, 서이연은 울퉁불퉁한 성기가 내벽 안을 긁으며 빠져나가는 감각에 허리를 들며 신음을 뱉었다.

    “아앙…….”

    “흘리지 말랬잖아.”

    차주원은 서이연의 구멍에서 질질 흐르는 액체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연은 아직도 풀린 얼굴 근육을 정리하지 못한 채 이불 위에 늘어져 있었다. 드디어 차주원에게서 자유로워진 다리였지만, 힘이 풀려 오므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온몸에 정액 범벅을 한 채 오르가즘에 움찔움찔 떠는 오메가의 몸을 눈에 담은 알파는 미소를 띠었다.

    이연은 풀린 눈을 들어 그의 나른한 미소를 마주하고, 그를 따라 살포시 웃었다.

    “뭐가 그렇게 좋아.”

    차주원은 지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볼을 붉히며 웃고 있는 서이연의 작은 광대를 쓸며 물었다.

    “전무님, 이요…….”

    “거짓말.”

    “왜 제가 하는 말은, 다 거짓말이라고 하세요…….”

    서이연은 순식간에 울먹해진 눈에 서운함을 단 채, 조심스레 항변했다.

    “그럼 아니야?”

    “아니에요.”

    “그럼 뭐가 진짠데.”

    차주원은 서이연이 또 자신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거라느니, 스폰서가 되어주셔서 감사하다느니 하는 말들을 늘어놓을 거라 생각했다. 어차피 서이연은 그의 연기 인생을 구제해준 스폰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어 보였으니.

    “전무님이 좋아요…….”

    “…….”

    그러나 서이연은 또다시 책임지지 못할 말을 내뱉는다. 발갛게 부풀어 오른 입술 사이에서 나온 고백에, 차주원의 얼굴에 실금이 갔다.

    간신히 무뎌졌다고 생각한 마음이 다시금 시려왔다. 방치한 요새의 말로였다.

    차주원은 이연의 투명한 눈망울에서 오랫동안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가 정말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확인이라도 하겠다는 듯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그를 판별할 길은 없다.

    이미 가슴 깊숙이 자리 잡은 의심으로 끊임없이 그를 검열하겠지.

    차주원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을 만큼 표정 없는 얼굴이었지만, 서이연은 그가 자신을 바라봐 주어 기쁜지 또다시 눈을 곱게 휘며 미소 지었다. 연하고 무른 피부 위로 섬세하게 피어나는 보조개에 한참이나 시선을 두던 차주원이 입을 열었다.

    “……있고 싶은 만큼 있다 가.”

    차주원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했다.

    “전무님……! 으윽.”

    서이연은 그를 따라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허리를 세울 수조차 없었다.

    “아으…….”

    허리를 부여잡고 다시 침대에 털썩 누운 서이연은 가물가물한 눈을 억지로 부릅뜨려 노력하며 생각을 이어가려 애썼다.

    그의 얼굴엔 분명 아무런 감정도 떠올라있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이 느낀 건 착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분명…… 슬픈 얼굴이었다. 왜 그런 얼굴을 했을까. 아니, 그냥 잘못 본 걸까.

    “전무님…….”

    짧게 중얼거린 그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팔랑거리던 긴 속눈썹은 움직임을 멈추었고, 몇 시간 동안이나 혹사당한 몸은 서이연이 그대로 깊은 잠이 들 수 있게 허락해주었다.

    아마 그가 잠결에 머리칼을 쓰다듬는 손길을 느낀 것은, 또 다른 착각이었을 것이다.

    2권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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