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저, 전무님. 기분 좋으세요?”
“…….”
서이연은 차주원의 눈치를 보며 한입 가득 그의 성기를 욱여넣었다. 작은 입으로 열심히 귀두를 빨았지만, 차주원은 손에 턱을 괴고 이연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짙고 검은 눈에 지루함이 깃들어 있는 것같이 느껴져 초조해진 이연은 그의 귀두에 입을 맞추며 물었다.
“이제, 구멍으로 빨까요?”
앙탈을 부리는 양, 쪽 소리가 나게 귀두에 입을 맞췄지만, 차주원의 표정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는 항상 저런 식으로 바라본다.
속까지 헤집어 다 벌려 보고 싶다는 듯 샅샅이 훑으며 주시하는 그의 눈을 마주할 때면, 마치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받는 압박감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
차주원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아 괜히 무안해진 이연은 새하얀 손으로 검붉은 성기를 열심히 어루만졌다.
커져라…… 커져라…… 기분 좋아야 해…….
사실 서이연이 바랄 필요도 없을 정도로 성기는 이미 크게 부풀어 있었지만, 그는 남자와 섹스를 할 때면 항상 초조해했다.
“전무님. 오늘, 혹시 기분 안 좋은 일 있으세요?”
서이연이 커다란 눈망울을 맞추며 그의 단단한 허벅지에 뺨을 비볐다. 값비싼 정장 바지가 이연의 통통한 볼 아래 문질러지며 주름이 생겼다.
차주원은 서이연의 볼이 자신의 허벅지에 닿는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도톰하고 붉은 입술이 허벅지 위에 닿을 듯 말듯 우물댔다.
“어.”
차주원이 굳은 입을 열며 소리를 뱉어내자, 이연이 화들짝 놀라며 허벅지에서 볼을 떼고 고개를 세웠다.
오늘은 한마디도 안 하실 줄 알았는데…….
차주원이 자신과 섹스를 할 때, 종종 절대로 입을 열지 않는 날이 있었다. 그저 제 신음 소리와 정액이 찌걱대는 소리만이 가득한 침실에서 섹스하고,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면 또 적막만이 가득한 호텔 방에 혼자 남겨지는 그런 날.
아무래도 오늘이 그런 날은 아닌 것 같았다.
서이연은 꿇고 있던 무릎을 세우고 몸을 일으켜, 그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그와 처음 잠자리를 했을 때였다면 방금의 대답이 앞서 자신이 한 세 개의 질문 중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인지 파악하느라 한참 머뭇거렸겠지만, 이제는 이 정도 눈치는 생겼다.
아직까지 셔츠의 단추는 하나밖에 풀지 않은 채, 정장 바지의 지퍼만 열어 성기를 내놓은 남자 위에 새하얗고 가느다란 나체가 올라탔다. 누가 봐도 골격이 확연히 차이 나는 두 육체가 서서히 겹쳐졌다.
이연은 차주원의 성기를 쥐고, 조심스럽게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차주원은 여전히 서이연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의 찡그려지는 미간이나, 윙크하듯 한쪽만 감은 듯한 커다란 눈망울, 벌써 발그레하게 붉어져 있는 볼이나 작은 이빨로 살짝 짓씹는 입술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흐으, 저, 전무님…….”
몇 번을 받아도 적응이 되지 않는 크기의 성기가 서이연의 작은 구멍을 천천히 파고들었다. 이연은 힘을 빼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하얀 허벅지가 덜덜 떨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차주원은 자신의 어깨와 팔뚝을 잡은 서이연의 손길을 느끼며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희고 가는 목과 반듯한 쇄골, 새하얀 눈 위에 놓인 벚꽃 두 개를 연상시키는 작은 가슴. 선이 고운 허리와, 그의 구멍 안에 있는 성기의 윤곽이 드러나 있는 듯한 판판한 아랫배.
활짝 벌어진 허벅지 사이의 분홍빛 성기는 프리컴을 질질 흘리며 꼿꼿이 서 있었다. 연약해 보이는 두 불알까지 눈에 담은 차주원은 서이연의 순한 얼굴이 점점 다가오는 것을 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서이연은 차주원의 입술을 부드럽게 빤 뒤, 작은 혀를 그의 입 속으로 당돌하게 집어넣었다.
이연은 열심히 키스했다. 말 그대로 열심히. 서툴지만 열정만은 차고 넘치는 키스였다. 정열적으로 혀를 빨고, 치열을 쓸어도 보고, 고개를 뒤틀기도 했다. 그는 열성적인 입맞춤을 퍼붓고는 입술을 떼고 차주원의 얼굴 바로 앞에서 신음을 뱉었다.
“아흐…… 전무님, 거긴.”
차주원의 성기가 서이연의 내벽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전립선을 꾹 짓눌렀다. 좁은 내벽이 성기를 터뜨릴 듯 조여오기 시작했다.
“힘 빼. 조이지 마.”
“으으…… 최대한, 뺀, 거예요.”
이연은 자신이 차주원과 섹스를 할 때는 항상 힘을 빼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을 그가 알아주었으면 했다. 자신은 늘 복식 호흡까지 하며 구멍에서 힘을 풀려고 했다. 그래도 그의 성기가 너무 커서 딱히 소용은 없는 듯했지만.
“하여간 좁아서는.”
차주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서이연의 엉덩이를 쥔 커다란 손에는 핏줄이 돋았다.
이연은 차주원의 입꼬리에 살짝 입을 맞추며 말했다.
“죄, 죄송해요. 저, 전무님 자지로, 넓혀 주세요.”
차주원은 서이연의 커다랗고 유순한 눈망울이 가까이 다가왔다가, 쪽 소리와 함께 다시 멀어지는 걸 빤히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 작고 연한 입술과 어울리지도 않는 음란한 단어를 주섬주섬 내뱉는 그가 우스웠다.
“하아…… 끼 부리지 마.”
차주원이 허리를 살짝 튕기자, 거대한 성기가 다시 깊은 곳을 찔러왔다.
“아으…… 기, 깊은데.”
차주원의 커다란 손이 서이연의 작은 골반을 붙잡고 살살 쓸었다.
“이게 이제 반말도 하네.”
서이연이 커다란 눈을 굴리며 눈치를 보는 듯하다 나지막이 속삭였다.
“세, 섹스할 때는 조금씩 할래요.”
차주원은 자신의 행동의 결과도 예측하지 못하고 말을 뱉는 서이연이 우스웠다. 그래, 그는 항상 이렇다. 숨김없고, 재지 않고, 순수하게 부딪친다. 딱히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건지, 겁이 없는 건지.
아니면 다 상관없는 건지.
“그러든가.”
차주원이 서이연의 골반을 세게 움켜쥐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앙, 으으…… 저, 전무님…….”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서이연의 산호색 성기가 차주원의 검은 음모 위에서 통통 튀었다. 그 광경을 즐겁게 바라보던 차주원은, 서이연의 구멍에서 흘러나온 질척한 액이 자신의 성기를 촉촉하게 감쌌을 때, 한 손으로 서이연의 목을 움켜쥐었다.
“크흡.”
서이연이 자신의 목을 약하게 조르고 있는 굵은 팔뚝을 잡았다. 아래에서 자꾸만 전립선을 처박는 거대한 성기에, 숨이 막혀오는 압박감이 더해졌다. 숨을 제대로 내뱉을 수가 없으니, 주체할 수 없이 몰려드는 열기가 그대로 몸 안에 고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항상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걸 즐긴다.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고, 강도를 높이고, 지켜보다, 더 강도를 높인다.
그러나 이연은 이렇게라도 그의 흥미를 잡아두고 있는 자신이 대견했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절대 놓칠 수 없어.
차주원은 서이연의 눈이 뒤집히는 것을 즐겁게 바라보았다. 입이 벌어지고 붉은 혀가 빼꼼 고개를 내민 것도, 턱으로 침이 줄줄 흐르는 것도.
이제 거의 다 왔나…….
차주원이 그렇게 생각하며 크게 허리를 튕긴 순간, 서이연의 성기에서 정액이 핏 하고 튀었다.
“아흐.”
서이연의 풀어진 얼굴 근육이 더욱더 헤프게 늘어졌다. 목을 조르고 있는 차주원의 팔뚝을 잡고 있던 손도 힘없이 아래로 늘어졌다.
서이연은 허리를 꿈틀거리며 정액을 뱉어냈다. 그의 새하얀 정액이 차주원의 셔츠를 더럽히고, 그의 검은 음모 위에도 방울방울 떨어졌다.
차주원이 그의 목에서 손을 떼고, 양손으로 서이연의 허리를 잡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성기를 서이연의 몸에 강하게 박기 시작했다. 퍽 퍽 하는 살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방금 오르가즘을 버틴 서이연의 내벽이 벌벌 떨리며 그를 받았다.
작은 몸에 굵은 성기가 꽂혔다 빠지기를 반복했다. 서이연의 고개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중심을 잡으려 애썼다.
“정신 차려.”
차주원은 헤프게 풀린 서이연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뱉었다.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서늘했지만, 그의 얼굴엔 옅은 희열이 깔려 있었다.
“네, 네……. 정신, 차, 려, 서요…….”
서이연은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대답을 뱉었다. 이미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였다.
차주원이 성기를 쾅 쾅 박아 넣다가, 내벽 깊은 곳에 정액을 싸질렀다. 이연은 엄청난 양의 정액을 바로 내벽에 받으며,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벌벌 떨었다. 훤히 드러난 사슴 같은 목이 길고 가늘었다.
“아아….”
허벅지를 덜덜 떨며 정액을 받는 그의 허리가 꿈틀댔다. 차주원의 검은 음모 위에 놓여있던 연한 색의 성기도 마지막 정액 한 방울을 더 뱉어내는 듯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차주원의 사정이 끝난 뒤, 서이연이 그의 넓은 가슴팍 위로 풀썩 엎어졌다. 부드러운 재질의 셔츠에 볼을 비비던 그는 밭은 숨을 내쉬면서도 차주원에게 말을 걸었다.
“하아…… 하아…… 전, 무님.”
차주원은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작은 몸통의 무게감을 느끼며 숨을 내쉬었다. 오르가즘의 여운이 남아있는 진득한 숨에, 서이연의 페로몬과 차주원의 페로몬이 함께 뒤섞였다.
“저, 이, 이은아 작가님, 드라마…… 할 수 있는 거죠.”
서이연이 아직 진정되지 않는 숨을 내뱉으며 차주원에게 물었다. 내뱉는 한 자 한 자에 간절함이 눌어붙어 있었다.
차주원은 자신의 가슴팍에 달라붙어 있는 서이연의 턱을 거칠게 움켜잡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는 바로 눈앞에 있는 서이연의 조막만 한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그의 커다란 눈망울이 잔뜩 부푼 희망을 담은 채 자신을 향해있는 것을 보자,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서이연의 도톰한 입술을 엄지로 살살 쓸며 말했다.
“베갯머리송사를 섹스가 끝나기도 전에 하는 새끼도 있네.”
비웃는 듯한 낮은 목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서이연은 차주원의 올라가 있는 입꼬리를 바라보며 그의 엄지를 빨고, 입 안에 문 채 웅얼거리며 말했다.
“제, 제가 성격이 급해서…….”
차주원은 한 번 더 서이연을 비웃어야 했다. 성격이 급하다니. 자신은 서이연처럼 행동이 느린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항상 어기적거리며 주섬주섬 옷을 벗는 꼴만 봐도 뻔했다. 태생적으로 느리고 둔한 사람이다. 서이연은.
“성격이 급해서 매번 그렇게 빨리 싸는 건가.”
차주원은 서이연이 조금이라도 수치스러움을 느끼길 바라며 말을 뱉었다.
“……아, 아마 그럴 수도 있어요.”
역시 예상대로 반응해주지는 않았지만. 서이연은 말간 얼굴로 살포시 웃으며 대답했다.
차주원은 자존심이 상하지도 않는지 곱게 웃으며 대답하는 서이연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속이 빤히 다 보이는데도 사소한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서이연이 흥미로우면서도 답답했다.
이연은 웬만하면 차주원의 말에 반대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차주원이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 중 가장 똑똑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그의 말이 맞겠거니…… 하고 맞장구를 치면, 왠지 자신도 똑똑한 사람의 영역에 살짝 발을 걸치는 느낌이 들었다. 나쁘지 않은 기분.
“하…….”
서이연의 가벼운 몸을 떼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차주원의 겉모습에는 여전히 한 점 흐트러짐도 없었다.
이연도 그의 무릎에서 내려와 바닥에 두 발을 디뎠다. 그의 위에서 내려오면, 이제는 그를 올려다봐야 했다. 이연이 고개를 한껏 젖혀 그의 서늘한 얼굴을 눈에 담았다.
“부탁은 섹스 끝나고 하지.”
차주원이 두 손을 얌전히 모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서이연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때까지 정신이 있으면.”
차갑게 입꼬리를 올린 차주원은, 그대로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이연은 이미 차주원이 등을 돌리고 멀어지고 있음에도, 성실히 대답하며 그의 뒤를 졸졸 쫓았다.
“네, 네. 전무님. 오, 오늘은 많이 싸도, 안 잘 거예요.”
서이연은 차주원의 오른쪽으로 고개를 들이밀며 말했다.
“지켜봐 주세요.”
이번엔 왼쪽으로 고개를 들이밀며 말을 덧붙였다.
차주원은 자신의 양옆으로 고개를 들이밀며 재잘거리는 서이연의 행동에 점점 더 어이가 없어져 한숨을 쉬었다. 그는 머리를 쓸어올리며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그대로 문을 닫았고, 서이연은 코앞에서 닫히는 문에 얼굴을 박을 뻔했지만, 순순히 침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열심히 해야지……!”
서이연은 씩씩하게 말을 뱉고는 차주원이 들어간 드레스룸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침대 위에 걸터앉은 그의 발이 바닥 위에서 달랑달랑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