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악보를 마주한 순간 느껴지는 감정은 감히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호기심, 미약한 두려움, 그와 함께 동반되는 흥분, 정복하고 싶다는 욕심, 가슴을 뛰게 만드는 설렘. 그래서 문서윤은 도망쳤다. “짝사랑이라 다행이네, 그치.” “……뭐?” “감정 정리하기 쉽잖아.” 우연재는 거짓말을 차갑게 일축했다. 지금껏 잘 참아 왔는데 제 결함을 이렇게 손쉽게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 하물며 문서윤에게. 나도 다른 애들이랑 똑같으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우연재가 아니면, 제게 존재할 리 없는 상대. 문서윤이 좋아하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 “차라리 나를 좋아해. 편하잖아,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