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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강의 퇴근 시간은 일정하다.
워커홀릭으로 일만 하다 과로사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항상 자정이 넘어 퇴근을 했는데, 연애를 하면서 퇴근 시간이 빨라지고 가끔 회사도 빼먹더니 결혼을 하고 나서는 칼퇴근이 되었다.
신호 위반으로 결혼 전에 아이를 갖는 바람에 아이 물품을 산다고 백화점을 방황하던 적도 있지만, 정작 아이가 태어나자 중간에 새는 일 없이 집으로 직행이었다.
요즘 같이 일하면 살 만하지.
뒷좌석에 앉아 집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는 권이강을 힐끗 보며 최 비서는 흐뭇한 웃음을 꾹 억눌렀다. 운전을 하던 기사가 웃음을 참느라 구겨진 최 비서의 얼굴을 살피고 눈에 띄지 않게 살짝 속도를 높였다.
“내일은 특별한 일정 없죠?”
“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없습니다. 내일도 똑같은 시간에 모시러 오겠습니다.”
“그래요. 최 비서도 퇴근 잘하시고. 먼저 들어갑니다.”
집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차에서 내린 이강이 내일 일정을 확인하고 재빠르게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남겨진 최 비서와 운전기사가 빠른 퇴근에 감사하는 것도 모른 채, 그는 집에 있을 자신의 오메가와 아이에게로 온 신경이 쏠려있었다.
태어난 지 이제 겨우 두 달이 된 아들은 얼마 전에 50일 기념사진을 찍었다. 처음에는 수경이 깜짝 놀랄 정도로 미묘하던 얼굴이 제법 사람 태가 나나 싶더니, 이제는 눈도 초롱초롱하고 사람 같은 짓도 곧잘 했다.
손발을 허우적거리며 먹고 싸고 자는 것이 전부인데도, 아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이렇게 작은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인데도 짜증과 피로가 사라지는 것도 신기했다.
“수경아.”
그렇게 아이를 좋아하면서도 이강이 현관 안으로 들어서며 부른 이름은 제 오메가였다. 아이도 소중하지만, 이강에게 제일 중요한 사람은 여전히 차수경이었다.
대답이 들리지 않자 겉옷을 벗으며 집 어딘가에 처박혀있을 수경을 찾으려고 이강이 걸음을 옮겼다. 침실은 비어있었고, 아이 방에는 베이비시터와 아이뿐이었다.
“수경이 여기 없습니까?”
“아까 서재로 들어가시던데요.”
잠이 들려는 타이밍이었는지 눈을 감고 있던 아이가 이강의 목소리에 칭얼거렸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리려는 기세인지라 베이비시터가 아이를 안아 얼렀다.
“우리 용희 착하지? 울지 말고 코 자야지.”
곁으로 다가가 아이에게 속삭이듯 말하자, 눈을 떠서 이강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입술을 오물거린다. 미약하게 흔들리는 품속에서 안온함을 느끼는지 아이는 금세 눈을 감고 고른 숨을 내뱉었다.
나가보겠다는 손짓을 하고 조용히 아이 방에서 나와 서재로 향했다. 소리 나지 않게 문을 열자,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적고 있는 수경의 모습이 보였다. 살금살금 다가가 등 뒤에 서서 어깨 위에 손을 올리자 화들짝 놀란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나다. 뭘 하고 있기에 그렇게 놀라.”
“아, 퇴근했어?”
쓰고 있던 것을 감추며 수경이 어색한 얼굴로 웃었다.
차수경이 하는 생각과 행동은 언제나 평범과 궤를 달리하기에, 뭔가를 하고 있다면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경계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만 책상 위를 슬쩍 훑은 이강이 수경을 일으켜 세웠다. 버릇처럼 품을 파고들어 안기며 퇴근 인사를 하는 수경의 뺨에 입을 맞췄다.
“많이 바빠?”
“아니, 그냥 좀. 얼른 가서 씻고 와. 밥 먹게. 나는 여기 정리 좀 하고 나갈 테니까.”
무엇을 하는지 물은 것도 아닌데 방어적으로 책상을 가리며 수경이 이강의 몸을 밀었다.
뭔가 있구나.
불안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또 어떤 기발한 행동으로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들려고 이러나. 걱정이 되면서도 나쁘지 않은 건, 차수경의 행동으로 언제나 웃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보고만 있어도 이렇게 기분이 좋고 웃음이 나오고 다정하게 대해주고 싶은 건 차수경이 유일하다. 아이 또한 그 울타리 안에 들긴 하지만, 차수경의 존재를 넘어설 만큼은 아니었다.
“안 물어볼 테니까 천천히 해. 씻고 올게.”
“응, 응.”
별것 아니라면서도 꾹꾹 등을 밀어 서재에서 내보내려고 애를 쓰는 행동이 오히려 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다. 뭘 쓰고 있었냐고 뺏어서 읽어볼까, 잠시 짓궂은 생각을 했지만 깔끔하게 포기하고 모른 척 물러났다.
비밀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수경이기에 자신이 알아야 하는 일이라면 언젠가는 말해줄 거고, 그게 아니라도 차수경을 닦달해서 억지로 알아낼 필요까지는 없었다.
깔끔하게 물러나 서재를 나오는 자신의 뒤로 후다닥 책상 위에 있던 종이를 접어 감추는 수경의 행동에 이강은 소리 죽여 웃기만 했다.
∞ ∞ ∞
잘 준비를 끝내고 침실로 들어선 이강의 눈에 보인 것은 침대에 누워 배 위에 아이를 올려놓은 상태로 휴대폰을 하고 있는 수경의 모습이었다.
저건 또 신선한 장면이네.
수경이 숨을 쉴 때마다 아이의 작은 몸뚱이가 덩달아 오르내렸다. 꽤나 불편해 보이는데도 이보다 더 편할 수 없다는 듯 늘어져 자는 아이가 신기할 지경이다.
“그 자세는 뭐지?”
“아…….”
이강의 물음에 휴대폰을 내려놓은 수경이 잠든 아이를 보며 낄낄거렸다.
“안고 있으면 손목 나간다고 네가 항상 아이 데려가잖아. 이렇게라도 살을 부비고 있어야 정이 들지. 먹여주고 재워주고 놀아주고, 죄다 베이비시터가 하니까. 이러다 베이비시터가 자기 부모인 줄 알면 어떻게 해.”
그렇기야 하지만 출산 후에 몸을 조심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뜩이나 약해진 몸인데, 거기에 더해 아이까지 안고 있으면 저 가는 손목이 버틸 수나 있을까. 지금이야 모르지만 나중에 가서 관절이 삐걱거릴 위험이 크다.
“네가 돌보고 싶으면 그렇게 해. 단, 적당히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하루 종일 아이를 볼 자신은 없고. 그냥 이렇게라도 아이랑 익숙해지려는 거지. 넌 주말에 하루 종일 아이 안고 다니잖아. 내가 너보다 아이 안아주는 시간이 더 적은 거 알고는 있어?”
“당연한 소리를 한다. 네가 그렇게 안고 있다가는 손목에 이상이 생길 게 뻔한데.”
“나 그 정도로 연약하지 않거든.”
연약하지 않기는. 툭 치면 부러질 것처럼 가늘고 힘이 없어 보이는데. 저 연약한 몸으로 어떻게 십 개월 동안 배 속에 아이를 키우고 낳았는지, 돌이켜 생각할 때마다 신기하고 기특했다.
“얘 완전히 곯아떨어졌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데도 안 깨네.”
“용희는 이제 그만 자기 방으로 보내자. 우리도 자야지.”
“벌써 자기엔 빠른데?”
“아마 그렇게 빠르진 않을 거다.”
이강의 말투에서 묘한 분위기를 알아차린 수경이 눈을 접어 웃었다. 그럼에도 별다른 대꾸가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의사를 확인한 이강이 베이비시터를 호출해 아이를 데려가게 했다.
문이 닫히고 멀어지는 발소리가 희미해져 어느덧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이강이 슬그머니 침대 위로 올라가 누웠다. 몸을 굴려 품 안으로 파고든 수경이 이강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너 야한 거 하고 싶어서 그러지?”
“하고 싶은 게 지금뿐일까.”
“설마 회사에서도 막 벌떡벌떡 세우는 건 아니지?”
“언제 한번 회사 와서 확인해보지 그래. 내가 과연 회사에서도 세울지 아닐지.”
가슴을 찌르는 손가락을 붙잡아 입에 물고 잘근잘근 씹으며 답하자 수경이 앓는 소리를 냈다. 젖 떨어진 강아지처럼 낑낑거리는 소리가 귀엽다.
걸치고 있던 가운을 벗어 던지고, 수경의 얼굴 위에 키스를 뿌리며 슬그머니 손을 움직여 옷가지를 벗겨냈다. 가볍게 걸친 잠옷을 벗기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완전히 알몸이 된 수경이 작게 몸을 떨더니 이불 안으로 후다닥 기어들어 갔다. 추워서인지 부끄러워서인지 가늠이 되지 않지만, 이렇게 새침을 떠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수경이 꽉 붙들고 있는 이불 안으로 몸을 넣은 이강이 아래에서부터 기듯이 올라갔다. 종아리, 둔부, 허리, 가슴.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올릴 때마다 부드러운 살결이 움찔거린다.
수경의 몸을 천천히 타고 오르던 이강의 머리가 이불 끄트머리를 코앞에 두고 가슴 위에 멈춰 섰다. 눈앞에 작은 열매가 먹음직스럽게 맺혀있었다. 잘 익은 과실은 농익어 향긋한 내음으로 코를 간질였다. 이런 걸 눈앞에 두고 모른 척할 수 있을까.
손가락으로 살짝 잡아 힘을 주자, 유두에 희끄무레한 액이 맺혔다. 비릿하면서도 달콤한 냄새가 강해졌다.
홀린 듯이 입술을 가져다 대고 핥자 혀끝에 익숙한 맛이 감돌았다. 수경이 약간의 반항처럼 몸을 뒤틀었지만, 이강이 몸으로 누르고 힘주어 빨자 끄응, 하고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녹아내릴 것처럼 부드러운 살결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이강은 정신없이 가슴을 빨았다. 졸졸 흐르는 약수처럼 입안에 고이는 액체는 이강을 감질나게 했다. 손으로 젖가슴을 감싸 부드럽게 주무르며 반대쪽 가슴으로 입술을 옮겼다.
꽉 붙들고 있던 이불을 내린 수경이 이강의 머리를 붙잡아 끌어 올리려 했다. 고집스럽게 가슴에 붙어 유두를 빨자 수경이 뒷머리를 잡아당겼다. 아프지는 않지만 끌려가는 척 입술을 떼자, 울 것 같은 얼굴로 이강을 바라본다.
“그만 빨아. 아파.”
“용희 먹였어? 젖이 비었는데.”
“그런 말도 하지 마.”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손으로 감추며 수경이 불퉁한 목소리로 항의하듯 말했다.
“젖 안 짜주면 저번처럼 또 가슴 아프게 될 텐데.”
“그, 그래서 용희 먹였어.”
잠자리에서는 가슴이 아니라 별것을 다 물고 빨고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인데, 젖이 나오게 된 이후로는 이강조차 가슴에 입술 한 번 대기가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