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을 죽였다.
손끝에서부터 멀어지는 체온, 부릅뜬 눈, 붙잡을 것을 찾아 헤매는 손, 허공으로 띄워진 다리, 나풀거리는 옷자락.
그 모든 것들이 마치 슬로모션처럼 느리게 잔상을 남겼다.
이 극적인 장면을 한 폭의 그림으로 남기고 싶다.
제목은 ‘발악’이라고 붙이면 좋을 것 같다. 살고자 하는 저이의 발악인지 죽이고자 하는 나의 발악인지는 알 수 없지만.
너무나 유명해서 일곱 살 유치원생도 알 법한 뭉크의 절규와 쌍벽을 이룰 작품이 될 것은 분명했다.
난간을 붙잡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커다란 새가 추락하고 있었다. 날개를 믿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아오르던 새는 썩은 몸뚱이를 주체 못 하고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결국엔 땅에 닿았다.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차가운 돌바닥에 붉은 물을 들이며 늘어진 몸뚱이는 너무나도 작게 보였다. 손가락으로 짓눌러 비비면 그대로 터져 죽어버리는 개미와도 비슷했다.
엄지를 세우고 한쪽 눈을 감았다. 무서운 것 없이 까불던 놈은 겨우 엄지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보인다. 안 보인다. 보인다. 안 보인다.
엄지를 접었다 폈다, 다시 접었다 펴며 나는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흥얼거렸다.
“……차수경.”
낮은 목소리로 불린 이름에 고개를 돌렸다. 안색이 창백해진 남자가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리 와.”
명령조의 말이었지만, 남자의 입술에서 내뱉어진 이름처럼 남자의 손끝 또한 떨림을 담고 있었다. 파르르 떨리는 손끝을 가만히 쳐다보다 다시 시선을 돌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붉은 물감을 한 방울 툭, 떨어뜨린 것처럼 얼룩진 도로를 빙 둘러 사람들이 모이고 있었다. 새까만 점들이 바글거렸다.
역시 개미 같다. 달콤한 과자 부스러기에 모여든 개미.
천천히 등 뒤로 다가온 남자가 내 어깨를 잡아 난간에서 떨어뜨렸다. 돌려세운 몸을 위아래로 훑으며 남자가 “괜찮아?” 하고 물었다. 정작 그렇게 묻는 남자의 얼굴이 괜찮지 않아 보여서 웃음이 나왔다.
“최고야.”
남자의 품에 안긴 상태로 고개만 돌려 힐끗 아래를 바라보았다.
“이 이상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