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물, 오메가버스, 다정공, 사랑꾼공, 냉혈공, 상처공, 절륜공, 존댓말공, 미인수, 순진수, 소심수, 허당수, 호구수, 헌신수, 단정수, 순정수, 상처수] 어머니의 간절한 부탁으로 이유도 모른 채 제오 캐피탈을 찾은 정현. “저, 혹시 지승혁 사장님이세요?” 부모님이 건네준 봉투와 명함을 손에 쥔 채 무작정 그를 찾았다. 양복을 쫙 빼입은 서글서글하게 웃는 낯의 남자는, 안광이 유달리 형형한 마치 호랑이의 눈을 인간에게 가져다 그대로 박아놓은 것 같았다. “곤란하네. 난 살아있는 담보는 안 받는데.” 낮지만 고막에 콱 박히는 목소리. “여기 왜 오게 된 건지는 압니까?” 뒤늦게 부모님이 진 수십억의 빚을 대신해 그에게 보내진 것을 알게 된 정현. 여태까지 키워준 부모님의 빚을 갚을 수 있다면 모험을 해볼 생각이었다. “원금만 23억입니다.” 생각보다 큰 금액을 듣기 전까지.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에 정현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하는데....... “스무 살 조정현 씨.” “……네, 네?” “내가 조정현 씨를 데리고 있으면 뭘 해줄 겁니까? 나한테 해줄 게 있습니까?” 예상치 못하게 던져진 그의 물음. 채무 관계로 만난 그들의 관계는 점차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깊어지는데....... *** “정현 씨는 참 좋은 면만 보는 사람이네요.” 조정현은 지금 이 상황이 사람을 앞에 두고 욕을 하는 걸까 고민했다. 물론 지승혁이 한 말 자체는 칭찬이었지만 저런 말이 왜 갑자기 나온 건지 좀체 종잡을 수가 없었다. “좋은 재능이에요.” “……그런가요?” “네.” 지승혁의 길고 투박한 손가락이 툭툭 식탁을 쳤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주 좋아해요.” 그냥 좋은 것도 아니고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