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2-4
“아, 어떡, 앗, 아으, 히잇!”
조정현이 다급하게 지승혁을 끌어안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정현의 좆이 투명한 물을 쏘아 냈다.
몸의 내부에서 팽창을 시작한 지승혁의 좆이 어디까지 부풀어 오를지 몰랐다. 몇 번의 쾌감으로 완전히 녹은 내부를 벌리며 자리를 잡아 가기 시작했다. 몸 안에 무언가를 넣은 것처럼 지승혁의 좆 모양대로 부풀어 올라 납작했던 조정현의 배에 야트막한 언덕이 생겼다.
그의 좆은 계속 몸집을 키워 갔다. 기어코 내장을 밀어 올릴 정도로 몸집이 커진 건지 숨 쉬는 게 버겁다고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아! 아, 아아……!”
드디어 지승혁의 좆이 정액을 토해 냈다.
아니, ‘토해 냈다’ 정도라 아니라 ‘내쏘았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었으리라.
그가 사정을 하는 게 점막에 선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마치 조정현의 내부에서 소변을 보는 게 아닐까 싶었다. 배 안쪽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뇌수가 타오르는 것 같은 짜릿한 감각에 조정현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성교 중에 얻는 쾌감은 감히 이것과 비교할 수도 없었다. 그 정도로 압도적인, 극상의 오르가슴이었다.
그 감각은 하지 말라는 거부의 말조차 빼앗아 갔다.
“어떡, 아, 힛, 나 어떡, 윽, 사, 살려…… 아, 아흐으.”
뇌가 제대로 사고를 하지 못했다. 의미를 상실한 간청이 입 밖으로 나왔다. 허용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쾌감에 그저 눈물만 줄줄 나왔다. 간헐적으로 몸을 떨며 흐느끼는 조정현은 그저 눈앞의 지승혁을 안은 팔에 힘을 줄 뿐이었다.
지승혁은 사정을 하는 동안 조정현의 목에 이를 세워 물었다. 그 따끔함은 통증이 아니었다. 그저 성감을 높여 주는 자극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성기는 조정현의 내부에 단단히 고정되어 아직까지도 정액을 토해 내고 있었다. 사정을 하는 게 아니라 물을 틀어 놓는 것 같았다.
눈앞에 별이 반짝거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착각이 아닐는지도 몰랐다.
조정현은 끓어 넘치는 열을 참지 못하고 입 옆에 있던 지승혁의 귀를 물었다. 연한 살을 혀로 굴리고 살짝씩 깨물거렸다. 그 사이사이 갈무리하지 못한 뜨거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지승혁의 귀를 맛있는 사탕을 먹듯 혀로 굴리고 빨던 조정현은 뻑뻑해진 눈을 잠시만 감고 있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부드럽게 뺨에 닿는 입술의 감촉에 조정현은 정신을 차렸다. 어느 순간 조정현은 감았던 눈을 떴다. 저도 모르게 잠깐 동안 잠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눈꺼풀에 눈물이 맺혀 시야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몇 번이나 눈을 깜빡거렸는지 몰랐다. 연신 조정현의 얼굴과 목덜미, 그리고 드러난 맨어깨에 입을 맞춘 지승혁은 처음보다 조금 정신이 돌아온 듯했다.
“어, 저…….”
“깜빡 잠든 모양이에요.”
지승혁의 목소리에 미안함이 뚝뚝 묻어났다. 그는 잠시간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말을 재개했다.
“괜찮, -지 않겠죠. 진정되면 바로 움직일 테니까, 잠깐만 참아요.”
지승혁은 멋쩍은지 말을 끝내고 입을 다물었다.
뭐가 진정되면인지 굳이 묻지 않았다. 물을 수 없었다. 예상하지 못한 답을 들을까 조금 두렵기도 했다.
조정현은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흉포할 정도로 쏟아지던 극우성 알파의 페로몬을 지승혁이 조금이나마 추슬렀기 때문인지 열기에 잠식되었던 조정현의 몸도 어느 정도 가라앉아 정상적으로 사고할 수 있었다.
한동안 이어졌던 지승혁의 사정이 끝난 모양이었다. 지승혁의 좆 모양대로 부풀어 올랐던 조정현의 배가 그가 사정한 정액으로 불룩하게 솟아났다. 허리를 조금 움직이자 안에서 정액이 출렁거리는 느낌이 들어 난감해진 조정현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양의 정액이 안에 들어찬 걸까.
그가 포개듯 제 몸 위에 엎어져 있었기에 손으로 더듬더듬 만지며 확인하던 조정현은 순간 말을 잊었다.
이건 마치…… 임신한 것 같았다.
거기까지 생각한 조정현은 위아래 입술을 말아 물고 이로 잘근잘근 씹었다. 얼굴 전체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정액만으로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가 싶어 솔직히 조금 질리기도 했다.
“저기, 흠, 이제 좀 괜찮으세요?”
조정현은 제 목소리가 사포로 문댄 것처럼 거칠거칠한 게 민망해 헛기침을 한 번 했다.
“음, 아까처럼 정신없이 박지는 않을 정도로……?”
이상하게 지승혁이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러면 러트는 이제 끝난…….”
“아직이에요.”
“……아.”
조정현의 안에 있는 성기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배가 정액으로 가득해 지승혁의 것이 줄어들었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도 없었다.
눈을 깜빡거리던 조정현이 지승혁의 양 뺨을 잡아 제게로 고정시키곤 입을 열었다.
“저, 안에요. 그, 히트 사이클 때 열리는 곳, 거기가, 그…….”
차마 제대로 말을 다 끝내지 못한 조정현이었으나 지승혁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는 많은 걸 묻지 않았다. 그저 조정현의 맨어깨를 손으로 비비며 입을 열었다.
“노팅이 끝나는 대로 바로 뺄게요. ……지금이라도 빼내고 싶은데 그러면 다칠 거라…….”
정말로 곤란해하는 목소리였다. 직접적으로 미안하다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전해졌다.
“저어, ……임신하면 어쩌죠.”
“……음…….”
지승혁의 손이 부푼 제 배를 천천히 문지르는 조정현의 손에 겹쳐졌다. 조정현은 ‘임신 됐을까요?’라고 했어야 했는지에 대해서 되새겨 보았다.
단어를 달리 씀으로 인한 미묘한 어감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조정현은 제 질문이 적절했는지, 아닌지 길게 생각할 정신이 없었다. 조정현의 머릿속에는 공부할 때 배웠던 여러 가지 숫자가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러트 상태인 알파가 노팅을 했을 때 오메가가 임신할 확률은 20%였다.
그리고 오메가가 히트 사이클이라면 그 확률은 35%까지 올라간다.
몇 번을 한다고 해도 그 확률이 서로 더해져 100%가 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러트가 끝나지 않았으니 임신 가능성 역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는 좋은데요. 형은 어떠세요?”
조정현이 말문을 열었다. 이런 질문은 상대에게 기대하는 답변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 조정현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아이가 생긴다면.
이런 가정을 한다면 두 번 생각하지 않아도 답할 수 있었다.
물론 좋았다. 그야 좋을 수밖에 없었다.
지승혁과의 사이에서 생겨난 건 그게 어떤 형태로건, 어떤 식으로 찾아오건 축복받은 것일 테니까 말이다.
한데 바로 대답할 거라고 생각한 지승혁이 조용했다. 조정현은 불안한 기분을 억누르며 지승혁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 담긴 질문을 눈치챈 지승혁이 조정현의 손을 문지르며 말했다.
“물론 나도예요. 당연하죠. 하지만 정현이는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을 나이라, 어떻게 하면 그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봤어요. 내가 임신을 할 수 있다면 대신 해 줬을 텐데 그건 불가능하니까.”
조정현은 눈을 크게 떴다.
하긴 확실히 그러했다. 임신과 출산을 하면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하더라도 공백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생긴 아이를 어떻게 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보듬어 주고 귀하고 귀하게 키우고 싶은 바람만 가득하게 차올랐다.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해도 되는 문제 같아요. 만약에 임신한 거면, 아무 조건 없이 기뻐하기로 해요.”
조정현이 지승혁의 대답을 구하며 말했다. 지승혁은 조정현의 입술에 입을 맞춘 후 천천히 그의 배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지승혁의 러트가 끝나기까지는 그 후로도 이틀이 더 걸렸다.
노팅이 끝나 안을 메우던 성기의 부피가 줄어들자 정액이 주르르 새어 바닥에 흘러나왔던 그 감각을 떠올리면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침대로 자리를 옮기기 전 바닥에서 몇 시간이나 섹스를 한 후유증인지 뼈가 배겨 욱신거렸다.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있어도 몸이 결렸다.
노팅 후에 숨 돌림 틈도 없이 지승혁이 조정현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처음만큼 정신을 잃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흥분을 주체하기 힘들어했다. 체력을 먼저 소진한 조정현이 정신을 잃고 있을 동안 지승혁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고, 깜빡깜빡 정신이 들어올 때면 조정현은 제 위에 있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지승혁은 조정현을 어딘가에 눕히거나 기대게 한 후 행위를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조정현은 섹스 도중 훨씬 더 빈번하게 정신을 잃었을 거다.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허리를 움직이던 지승혁도 하루가 넘어가자 결국 한계를 맞이한 듯 조정현을 안고 잠들었다. 물론 조정현의 몸 안에 좆을 삽입한 채로 말이다. 조정현은 지승혁보다 먼저 정신을 잃은 상황이었기에 그걸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몸 안에 지승혁의 좆을 넣은 채로 잤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경악으로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도 곧 열기 가득한 신음으로 바뀌었다.
사이사이 침대에 늘어진 조정현을 위해 지승혁이 물을 가져다주거나 음식을 가져다주곤 했지만 그 외에는 계속 서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