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퐁달치즈빵 호랑이님의 아기 복숭아 외전 (9)화 (126/130)

외전 2

#외전 2-1 

조정현은 깜빡 눈을 떴다. 그리고 아직까지 자고 있는 지승혁을 발견하곤 신기한 기분이 되었다. 보통 지승혁보다 그가 먼저 눈을 뜨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밤새 정사를 나누어도 지승혁은 다음 날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처럼 생활을 하곤 했다.

출근 시간에 늦지 않았을까 싶어 시계를 본 조정현은 평소 집을 나서는 시간보다 훨씬 늦었다는 걸 확인했다. 얼른 깨워야겠다 싶어 지승혁의 몸에 손을 댄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게 체온이 높은 것 같았다.

혹시 어디 아픈 게 아닐까 싶어 심장이 철렁했다.

“형? 승혁이 형, 일어나세요.”

몸을 살짝 흔들었는데도 지승혁이 정신을 차리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닫혀 있던 눈꺼풀이 열리고 조정현을 보며 미소 짓는 그의 태도가 퍽 낯설었다.

“잘 잤어요?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아뇨. 저어, 혹시 감기 걸리신 거 아니에요?”

“……아, 요새 좀 무리해서 그런가 봐요.”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대답하는 지승혁을 조정현은 빤히 내려다보았다.

확실히 그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이른 새벽 출근과 밤늦은 퇴근을 벌써 2년 이상 지속하고 있었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가끔 지호택을 데리고 병원에도 함께 가곤 했으니, 그사이 지쳐 떨어지지 않은 건 그가 극우성인 덕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일반 베타였다면 진작에 나가떨어지지 않았을까.

“정현이도 오늘 실습 나가는 날 아닌가요?”

“네. 그렇긴 한데요.”

“나가는 김에 태워다 줄게요.”

“아뇨. 괜찮아요. 형도 늦으셨잖아요. 근태 잘 안 하시면 상사분에게 싫은 소리 들으실 텐데. 저는 지하철 타고 가면 금방이에요.”

차분하게 말하는 조정현을 귀엽다는 듯 보던 지승혁이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이럴 때 해야 할 것 같은데.”

“회사 다니시는 거잖아요. ……그러다가 큰일 나요. 얼른 준비하세요.”

조정현은 손을 내미는 지승혁의 손을 맞잡고 자리에서 일으켰다. 지승혁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는 싫지 않은 듯한 미소를 지으며 조정현을 끌어안았다.

“알았어요. 정현이가 걱정할 일 없도록 해야죠.”

빠르게 출근 준비를 마친 지승혁을 배웅하며 조정현도 외출 준비를 마쳤다.

* * *

서류 처리를 하던 지승혁은 열이 오르는 느낌이 지속되자 미간을 찌푸렸다.

몸도 노곤한 게 영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도영에 입사를 한 후 계속 쉬는 시간 없이 일해 왔던 게 뒤늦게 몸에 영향을 주나 싶은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마지막에 있던 서류까지 처리한 지승혁은 가볍게 머리를 털어 냈다.

얼마 전 파트장으로 승진을 한 이후로는 더욱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이전에도 비슷한 일과를 보내긴 했으나 아무래도 페로몬 기관 제거 후에 재발현을 한 후유증이 이제야 나타난 모양이었다.

제 몸이 아픈 건 괜찮았다. 하지만 조정현이 미묘하게 변한 자신의 몸 상태를 모를 리가 없었고, 걱정을 끼치는 걸로 이어진다는 점이 염려스러웠다.

그래서 오늘은 빨리 퇴근하기로 마음먹었다.

점심시간이 되었을 즈음 회사를 나서 집에 돌아간 지승혁은 해열제를 하나 먹고 침대에 누웠다.

몸이 이 정도로 노곤노곤하게 되었던 적은 정말 드물었기 때문에 사실 지승혁도 적잖이 당황스럽긴 했다. 약도 먹었고 한숨 자고 일어나면 되겠지, 싶어 조정현에게 문자를 하나 보낸 후 이불을 덮고 누웠다. 몸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는지 곧바로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러던 지승혁이 눈을 뜬 건, 몸 안에서 들끓는 열 때문이었다.

단순히 몸이 좋지 않아 열이 나는 게 아니었다.

그래, 이전에도 경험해 봤었다.

“……멍청하기는.”

지승혁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여태까지 이걸 눈치채지 못한 게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다.

페로몬 제거 수술 이후로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그것과 연결시키는 게 쉽지 않았다는 말을 변명으로 주워섬길 수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하등 도움 되지 않았다.

우선 집에서 나가야 했다. 호텔 한 층을 전부 빌려서라도 이곳에서 나가야 했다.

정확하게는, 조정현과 마주치는 걸 피해야 했다.

그랬다.

지승혁에게 러트 사이클이 찾아왔다.

몇 년 만에 찾아온 러트다.

어떤 식으로 미쳐 날뛸지 알 수 없었다.

최초의 러트 때에도 지승혁의 기억은 온전치 않았다. 기억나는 건 온몸을 태울 것 같은 열기와 사정을 하고 싶은 본능뿐이었다. 간신히 사고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정열이 가라앉았을 때에 그를 맞이했던 건 침대 시트에 남겨진 핏자국 정도였으니까.

상대의 얼굴은 물론이고 저가 그에게 어떤 짓을, 어떻게 했는지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했다. 그저 유혈 사태를 낼 정도로 뭔가를 했다는 걸 대강 짐작이나 할 따름이었다.

이번 러트도 아마 그와 비슷하게 머리가 돌아 버릴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혼란스럽던 머릿속에 억제제가 떠오른 순간 지승혁은 그걸 찾기 위해 미친 듯이 집 안을 뒤졌다. 조정현과 지내기 시작하면서 혹시 모를 러트에 대비해 구입했던 것 같았다.

그래, 같았다. 열에 들뜬 뇌는 그것의 위치를 제대로 기억해 내지 못한 채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욕설을 내뱉었다. 구입을 했는지, 그걸 어디에 보관을 했는지 아닌지조차 제대로 떠올리지 못했으니 말이다.

욕설을 하며 서랍들을 뒤지던 지승혁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때 억제제를 샀다고 하더라도 약의 유통기한이 어떻게 됐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걸 가까스로 상기한 것이다.

극우성의 러트고 이미 시작해 버렸다. 억제제를 들이붓는다고 해도 제대로 약효가 들을지 확신이 없었다.

우선 이곳을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다. 조정현과 마주치면 난감해졌다.

인상을 쓴 지승혁이 핸드폰을 겨우 챙기고 집을 나서려 했을 때였다.

“…….”

“……형……?”

문을 벌컥 열었을 때 그 기세에 놀란 조정현이 몸을 뒤로 물렸다. 조정현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운 나쁘게도 귀가하려는 조정현과 딱 마주쳤다.

“어디, 어디 가세요? 그런, ……형?”

조정현의 안색이 바뀌었다.

“비켜요.”

“어디 가시게요.”

지금 조정현의 페로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몸 안에서 알파의 본능이 날뛰기 시작했다.

저 몸이 얼마나 단지 알고 있다. 부드럽고 연한 살을 혀로 핥고 빨아들이고 싶었다. 저 풋풋한 살 내음을 맡을 수 있다면. 아,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지금 바로 목을 내어 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지승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일단 비켜요. 내가, 연락할 테니까.”

“러트시잖아요.”

조정현은 알고 있었다. 그래, 모를 리가 없었다. 지승혁 제가 느끼기에도 지금 자신의 몸에서 러트 중인 알파의 페로몬이 줄줄 새고 있었다. 우성 오메가인 조정현이 그걸 모를 리가 없다.

조정현은 그와 닿지 않게 피해 가려는 지승혁을 붙잡았다.

셔츠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느껴지는 조정현의 체온은 지승혁을 돌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남아 있던 모든 이성을 박박 끌어모은 지승혁은 그런 조정현의 손을 쳐냈다.

“지금은 안 돼요. 그러니까, 집에 들어가 있어요.”

“왜, 왜요. 왜 그러시는데요.”

조정현은 끈질기게 붙잡았다.

“내가 널 어떻게 할지 모르니까!”

결국 지승혁이 언성을 높였다. 가빠진 숨을 참느라 어깨가 들썩였다.

조정현의 눈이 당황으로 커지는 걸 보며 지승혁은 그를 그렇게 만든 게 자신이라는 사실에 조소했다. 잠시간 침묵하던 조정현이 곧 입을 열었다.

“겁나셔서 그러시는 거라면, 괜찮아요.”

조정현은 조곤조곤하게 말을 이어 갔다.

“저는, 형이 저에게 뭘 하시건 괜찮고, 그리고, 저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형이 생각하시는 것보다는 튼튼해요. 그러니까…….”

지승혁은 제게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조정현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겁내지 마세요. 어떤 모습이건 형은 형이고, 형이 무슨 행동을 하시건 제가 형을 좋아하는 마음에는 변함없어요.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승혁이 형.”

조정현의 손이 지승혁의 손을 맞잡았다. 왼손에 끼워져 있던 반지가 닿는 감촉이 났다.

일부러 억제하지 않은 건지 조정현의 페로몬이 코끝에 닿았다.

조정현은 코끝이 부딪칠 만큼 지승혁에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작게 내쉬는 숨결이 입술에 닿았다가 흩어졌다. 조정현이 형, 이라고 부른 것 같았다. 확신이 없었다.

종잇장처럼 얇아진 이성이, 자제력이 한순간 녹아 없어졌다.

지승혁은 조정현의 마른 몸을 꽉 끌어안았다.

* * *

“……아, 흐으하……!”

조정현의 입 안은 입을 벌리고 하는 호흡 때문인지 바싹 말라 있었다.

가지 말라고 붙잡은 후 지승혁은 거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조정현에게 달라붙었다. 가까스로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던 게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거칠게 숨을 내쉬며 조정현의 몸 여기저기에 입을 맞추고 빨아들이는 지승혁의 몸은 뜨거웠다. 러트 사이클에 들어선 그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조정현이 자신의 몸에서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걸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듯 강하게 끌어안았고 그 힘이 너무나 세어 숨쉬기가 힘들었다.

지승혁의 페로몬은 평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농도가 진하고 강했다.

조정현의 정신도 흐릿해졌다.

어떻게 거부할 수도 없는 강력한 페로몬은 조정현의 몸 역시 흥분으로 달구었다.

옷을 벗기 전인데도 구멍에서는 물이 질질 흘러나와 축축하게 젖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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