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7
조정현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아래로 내려 배꼽의 약간 아랫부분을 감쌌다.
손바닥으로 지그시 누르자 안에 있는 그의 좆이 느껴졌다. 그의 것을 물고 있는 부분이 오물거리듯 옴죽거리자 애액이 줄줄 흘렀다.
“괜찮은데, 요. 저는, 형이 어떻게 하시건 다 좋, 흐으…….”
지승혁이 하반신을 뒤로 물렀다가 천천히 밀착시켰다. 끈적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내벽이 그가 뒤로 빠진 만큼 다물어졌다가 다시 빠듯하게 품어 냈다. 내장이 밀려 올라가는 느낌이 들어 절로 숨이 가빠졌지만 조정현은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았다.
빠른 속도로 허리를 쳐올린 것도 아닌데 그 느릿한 움직임에도 정신이 쏙 빠질 것 같았다.
조정현은 마치 입맛을 다시듯 입술을 혀로 훑었다.
“……아, 너무, 흐으, 너무 좋아요.”
전신에 쏟아지는 극우성 알파의 페로몬은 성감을 극도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견디기 힘들 정도의 느낌에 조정현의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신음에 물기가 섞이자 지승혁이 입술을 맞춰 왔다. 오직 그것만이 드리워진 밧줄이라도 되듯 조정현이 그와의 키스에 몰두했다.
지승혁의 뜨거운 혀가 젖은 점막을 문지르고 핥자 자지러질 것 같았다.
한계까지 벌어져 그의 좆을 물고 있던 입구는 푹, 푸욱, 찌르고 들어오는 것을 꽉꽉 조였다. 지승혁은 땀이 난 조정현의 몸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사람 몸이 이렇죠.”
“아읏, ……흐으, 아, 뭐가, 뭐가요?”
지승혁의 이가 조정현의 연한 살을 깨물자 어깨를 움츠러뜨렸다. 뺨을 쓰다듬는 지승혁의 손가락이 닿는 부분마다 불길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조금 전과 다른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저절로 호흡이 가빠졌다.
“미치게 달아요.”
처음에 든 생각은 ‘뭐가?’라는 거였다. 조정현의 머리는 바로 지승혁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만큼 흥분으로 녹아 있었다.
그러나 이내 그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은 조정현은 대답하는 대신 지승혁의 엄지를 쥐어 입 안에 넣었다. 마치 사탕을 굴리듯 혀로 그의 엄지를 핥고 빨았다. 조정현은 혀가 움직일 때마다 나는 소리를 굳이 죽이려 하지 않았다.
손 자체가 큰 지승혁의 엄지는 마찬가지로 길쭉했다. 조정현은 손 안쪽에 약한 살이 있는 부분과 단단한 손톱 부분을 빠짐없이 혀로 빨았다.
허릿짓을 멈춘 채 자신을 쳐다보는 지승혁의 타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평소라면 그 시선이 머쓱해져 멈칫거렸을 테지만 지금은 도리어 그것이 조정현을 흥분시켰다.
“……형도 그래요. 엄청, 달…… 아! 아흑……!”
조금 전까지의 느릿한 움직임이 마치 거짓말이기라도 한 듯 지승혁의 좆이 거세게 내부를 짓쳐 올렸다. 오로지 힘만으로 콱콱 쳐 대는 것을 버티기만도 힘겨울 정도였다. 침대 위로 밀려 올라가 침대 헤드에 쿵쿵 부딪히려는 조정현의 정수리 부분을 지승혁이 손으로 감싸는 것과 동시에 아래로 끌어내렸다.
삽입할 때 닿았다가 떨어지는 부분은 살에 묻은 체액으로 미끌미끌했다.
워낙 세게 쿵쿵 박아 대는 지승혁을 이기지 못한 조정현의 몸이 반으로 접히다시피 했다. 그에 맞춰 지승혁의 자세도 바뀌어 위에서 아래로 짓찧는 형태가 되었다.
그렇게 구불구불한 내벽을 쫙 펼 기세로 몰아치던 지승혁의 좆이 어느 순간 조정현의 안쪽 살이 그것을 제대로 품기도 전에 휙 밖으로 빠져나갔다.
“아, 싫, 안에 더, 아, 흐으…… 더 주세……!”
“……후, 더 줘요? 뭐를요. 응?”
쾌락에 젖어 멍한 머리는 지승혁의 질문을 다른 의미로 해석하지 못하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형, 형, 자지 갖고 싶, 아흐윽!”
그리고 안으로 깊숙하게 파고드는 느낌에 조정현은 흐느꼈다.
“주면, 가질 수 있어요? 후우, 다 먹을 수 있어요?”
엉덩이가 씰룩이며 지승혁의 움직임을 받아 내기 급급했다.
단번에 꿰뚫고 들어오는 지승혁의 좆이 조정현의 전립선을 직접적으로 꾸욱 눌렀다. 파드득 허리를 비틀던 조정현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입술을 짓씹었다.
머리를 들고 있던 조정현의 좆에서 투둑, 희뿌연 정액이 튀어 올랐다.
입구가 지승혁의 좆을 더 할 것도 없이 꽉꽉 조여 물었고 내벽이 미친 듯이 꿈틀거렸다. 마치 그의 좆을 빨아먹기라도 하려는 듯이 차지게 달라붙었다.
감은 눈이 하얗게 빛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쾌감이 찾아왔다. 거칠게 숨을 내쉬는 조정현의 가슴이 위아래로 들썩였다.
머릿속에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는 상태로 멍하게 눈앞의 지승혁에게 시선을 주었던 조정현은 그러나 곧 움직임을 재개하는 그의 행동에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피부에 내려앉는 지승혁의 끈적한 페로몬에 정신이 쏙 빠질 것 같았다.
한 번의 절정이 찾아든 후에 으레 따라오는 민감해진 감각으로 인한 통증은 없었다. 그저 절정과 절정의 연속이었다. 말단부터 타오르는 감각에는 쾌감만이 존재했다. 손끝이 저리다는 착각이 든 조정현은 지승혁을 끌어안고 연신 그의 뺨과 어깨에 입술을 비볐다.
“흐, 으흑…… 아, 좀 더요. 아, 너무, 너무 좋…… 앗, 아, 아아!”
어쩔 도리 없이 목소리에 흐느낌이 배어 나왔다.
당연히 그걸 눈치챈 지승혁이 큰 개처럼 조정현의 눈가와 뺨에 뽀뽀했다. 마치 달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흉포한 허릿짓은 멈추지 않았다.
빠르게 끓어오르던 쾌감이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
“아! 흐으, 으, 아읏……!”
조정현의 몸 내부에서 다시 한번 오르가슴이 터져 나왔다. 정액의 사출 없는 절정은 뇌의 한 부분을 태우는 것처럼 강렬했다. 조정현의 내벽이 경련하듯 지승혁의 좆을 조였다가 풀었다. 그의 것을 물고 있는 입구가 주체할 수 없이 움찔거였다.
“……윽. 크윽…….”
거친 숨소리와 함께 지승혁의 몸이 굳었다.
지승혁의 뜨거운 것이 안에서 퍼지는 느낌이 들어 조정현은 몸을 떨며 가늘게 흐느꼈다.
두 사람의 진한 페로몬이 공기 중에 퍼져 섞여 들어갔다. 부둥켜안은 몸은 아직 뜨거웠고 살짝 땀까지 난 상태였다. 숨을 몰아쉬며 누워 있던 지승혁의 것이 몸 밖으로 빠져나갔다.
주르륵 빠져나가는 것에 조정현이 흠칫거리자 지승혁이 그런 조정현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욕조에 몸 담그는 게 좋겠어요?”
“……아뇨. 그러면 안에서 잠들 것 같아요.”
조정현이 잠깐의 갈등 끝에 대답하자 지승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가 침대 아래로 내려가더니 조정현을 품에 안아 들어 올렸다. 조정현은 그런 지승혁의 행동이 익숙한 듯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침대에서 꼼짝도 하지 못할 때까지 할 때는 지승혁이 스팀 타올로 몸을 깨끗하게 닦아 주었지만 간혹 이렇게 체력에 여유를 두고 끝을 내게 되면 항상 욕실까지 안아서 옮겨 주었다. 처음에는 민망함에 혼자 걸을 수 있다고 하던 조정현도 어느새 그런 지승혁의 행동에 적응했다.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따뜻한 물이 몸을 타고 흘러내리자 저절로 한숨이 쉬어졌다.
폭신한 거품을 머금고 있는 거품망을 몸에 문질렀다. 미끌거리는 몸에 손가락이 스치듯 닿았다가 떨어졌다. 다시 불길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였으나 지승혁은 묵묵히 조정현의 몸을 닦아 주기만 했다.
“그렇게 봐도 안 돼요. 오늘은 힘들 테니까 다른 생각 말아요.”
“……괜찮은데요.”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투덜거림이 배어 있었다.
“힘든 몸 이끌고 가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바로 가게에 가서 데리고 오고 싶어져요.”
지승혁이 조정현의 이마에 달라붙은 젖은 머리카락을 몽땅 뒤로 넘기자 조정현은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씻고 나온 두 사람은 사이좋게 침대로 올라가 서로를 끌어안았다. 같은 샴푸를 사용하고 같은 보디 워시를 사용한 두 사람의 몸에서는 같은 향이 났다.
그 새삼스러운 사실이 못내 기꺼워 조정현은 지승혁의 품에 조금 더 파고들었다.
* * *
목표한 액수는 2개월 만에 차고 넘치게 모았다.
번화가에 위치한 데다 기본 시급이 워낙 좋았던 곳이라 다른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고 일이 끝난 뒤에 힘들었던 걸 제외하면 상당히 좋았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도 나쁘지 않았고 말이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면접을 볼 때 사정상 아르바이트를 오래 하지 못할 것 같다고 한 조정현의 이야기를 듣고도 흔쾌히 승낙했다는 거였다. 이 이야기를 처음 지승혁에게 했을 때 상당히 묘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 이유를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사전에 사정을 알아야 새로운 직원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사장에게 말을 하긴 했으나, 일반적으로는 퇴사 일정을 잡아 두고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을 때에는 정말 민망했다.
조정현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일주일 정도가 지나고 나서부터는 원래 많았던 손님 수가 더 많아져서 급기야 대기 인원까지 생겼었다. 원래 이렇게 유명한 곳이었느냐고 묻는 조정현의 질문에 다른 직원은 웃기만 했다. 덩달아 서현모의 얼굴에 미소가 걷히는 날이 없었고 말없이 조정현의 어깨를 두드리는 일이 잦았다.
그만두는 날에는 그동안 정말 고생했다고 하며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와서 잠깐씩 한다고 해도 언제든 환영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모은 돈을 들고 조정현은 바로 백화점으로 달려갔다.
“반지를 좀 사려고 하는데요.”
“어서 오세요. 혹시 보시고 온 게 있으실까요?”
점원의 질문에 조정현은 눈으로 빠르게 진열대를 훑으며 찾기 시작했다. 바로 그 반지를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투명한 유리를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