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6
“무슨 말씀이세요. ……혼자 안 두시면 되잖아요.”
“물론 그럴 생각이에요.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마음먹은 대로만 풀리지 않는다는 걸 알잖아요.”
달래듯이, 어디까지나 부드러운 어조였다.
“만의 하나라는 일이 있으니까요.”
“…….”
조정현은 입을 다물고 지승혁을 보았다. 그가 말하는 상황이 제게 닥쳤을 때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가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조정현의 머리를 매만지며 지승혁이 말을 이어 갔다.
“그런 순간이 왔을 때. ……내가 죽을 때 정현이를 생각하면서 안심할 수 있게 해 줘요. 마지막 순간에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아서 우리 정현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하고 싶진 않아요. ……응?”
지승혁은 비스듬하게 비껴가는 단어가 아니라 정확하게 죽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조정현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지승혁이 자신을 상처 입히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안다. 결코 그런 의도를 가지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도.
하지만 의도가 그렇지 않다고 해도 지금 조정현이 느끼고 있는 건 야속함이었다.
그 섭섭한 감정을 최대한 배제시키려 노력한 조정현은 지승혁이 무슨 마음으로 제게 그런 권유를 했는지를 상상해 보았다. 만약 자신이 지승혁이었다면. 그러면 어떻게 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쉬이 나왔다.
지금 지승혁이 하는 것과 같은 행동을 했을 게 분명했다.
“……형, 너무하세요.”
“정현아.”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너무 비겁해요. ……필요 없다고 할 수가 없잖아요…….”
사그라드는 것 같은 목소리로 말하는 조정현을 지승혁이 끌어안았다.
“맞아요. 비겁해요. 그러니까 받아 줘요.”
조정현은 코가 시큰해져 오는 걸 간신히 참으며 호흡했다. 꽤나 큰일이었다. 여기에서 눈물까지 보일 수는 없었다.
그는 잘못한 일이 없었다. 그런데 괜히 제가 울어 그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만약 조정현이 우는 기색을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지승혁은 당장 미안하다고 사과해 올 거다. 자신이 잘못했다고. 그러니 울지 말라고.
눈물이란 건 그랬다. 아무리 그런 마음이 아니어도 그 자체만으로 너무나 쉽게 상대방에게 잘못을 얹는 행동이 되어 버리고 만다. 조정현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숨도 크게 내쉴 수 없었기에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다.
그때 지승혁이 조정현의 입술에 뽀뽀를 했다.
“미안해요.”
그가 사과해 왔다. 하기야 지승혁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토록 눈치가 빠른 남자였으니.
“아, 아뇨. 형이 사과하실 건 아무것도 없는데…… 어.”
다급함 때문일까. 목소리가 뒤집혀 나왔다.
무겁게 가라앉을 것 같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형이 어떤 마음으로 그러셨는지 알아요. 이거는 그러니까, 그냥 눈물이 나오는 거라. 그냥 좀. ……형 없으면 어떨지 상상하니까 슬퍼져서 그랬어요. 나아질 거예요. 괜찮아요.”
더듬더듬 말하는 조정현의 입술에 지승혁은 사과를 하듯 천천히, 부드럽게 입을 맞추어 왔다.
닿았다가 떨어지는 입술의 감촉을 만끽하던 조정현은 저도 모르게 제 몸에서 페로몬이 흘러나오는 걸 깨달았다. 그 페로몬은 명백하게 성적인 의도를 담고 있었다.
이런 심각한 순간에 어이없게 페로몬을 흘리다니. 조정현은 당황하며 변명했다.
“……아, 저기. 형. 주, 주무셔야 하는데 죄송해요. 일부러는 아니고, 형 피곤하실 텐데. 피, 피곤도 그렇지만 이게 제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 이건 그러니까.”
당황한 마음에 중언부언 변명 같은 말을 주워섬기던 조정현은 지승혁에게서도 자신과 같은 의미를 담은 페로몬이 나오는 걸 느끼곤 입을 다물었다.
조정현의 눈꺼풀이 빠르게 깜빡거렸다.
“내가 부추겨서 그럴 거예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지승혁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하고 나섰다.
입술이 천천히 닿았다. 그러나 조금 전처럼 가벼운 뽀뽀가 아니라 이번에는 제대로 ‘그렇고 그런’ 감정을 담고 있었다. 입술이 떨어지며 습한 소리가 났다.
그 입맞춤 한 번으로 몸 안쪽에 불씨가 튀어 올랐다.
“형, 쉬셔야 하는데…….”
“괜찮아요. 하고 난 뒤에 잠깐 쉬면 되니까.”
“아니, 하고 난 뒤라뇨, 무슨, 아. ……앗.”
적나라한 말에 항의하던 조정현의 숨소리가 가빠졌다. 뺨에 몇 번 뽀뽀를 마친 지승혁이 조정현의 귓불과 목덜미에 연신 입을 맞추었다.
그의 페로몬이 숨기지 않고 조정현을 자극하고 있었다. 실낱같이 붙어 있던 이성이 끊어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조정현의 손이 그를 끌어안는 것을 기점으로 입맞춤이 깊어졌다.
입술을 가르고 들어오는 혀가 부드럽게 입 안을 유영했다. 티셔츠 안으로 들어온 손이 유두를 만지자 저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지승혁의 입술이 조정현의 귓바퀴를 따라 혀를 굴렸다. 습한 소리가 고막에 직접적으로 울려 조정현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의 옷을 움켜쥐었다.
연한 살을 입술로 자근거리며 살살 깨무는 지승혁 덕분에 조정현의 허리가 부르르 떨렸다. 잠들어 있던 몸의 감각이 꽃망울이 터지는 것처럼 민감해졌다.
지승혁이 조정현의 몸 위에 올라타듯 움직였다. 누워 있던 조정현의 티셔츠가 목까지 올라가 상체가 무방비하게 드러났다. 방 안의 조명은 켜지 않았지만 바깥에서 들어오는 불빛 덕분에 서로의 얼굴을 부족함 없이 볼 수 있었다.
조정현은 지승혁이 입고 있던 셔츠를 벗는 걸 홀린 듯이 쳐다보았다. 탄탄한 근육이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게 마치 물결치는 것처럼 보였다. 환한 불빛 아래서가 아니라 어둡게 음영이 진 그의 신체는 평소보다 더욱 야하게 느껴졌다.
조정현은 손을 뻗어 그의 가슴팍 가운데에 올려 두었다. 손끝에 그의 뜨거운 피부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숨이 가빠지고 몸이 지끈거렸다.
지승혁이 눈매를 찡그렸다.
“그렇게 부추기지 말아요.”
조정현은 말을 하는 대신 다리를 움직였다. 저 스스로 바지를 벗고 무릎을 세워 벌렸다.
조정현의 성기 역시도 빳빳하게 힘을 얻은 채 고개를 들고 있었고 그 끝에서 쿠퍼액이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입구는 그 자신의 애액으로 번들번들해졌을 게 틀림없었다. 그게 지승혁에게 어떤 식으로 보일지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조정현은 머릿속이 빨갛게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오늘은 그냥, 넣어 주세요. 애무 안 하셔도 되니까요.”
돌리지 않고 솔직하게 요구하는 조정현의 말에 지승혁의 입에서 탄식 같은 숨이 터졌다. 조정현이 그의 손을 잡고 제 안쪽의 은밀한 부분에 가져다 대었다.
“저 여기, 완전히 젖었어요. 그러니까-”
조정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지승혁이 이를 가는 소리를 내며 조정현의 안에 삽입했다. 한 번에 내부를 꿰뚫고 들어온 것에 조정현은 밭은 숨을 내뱉었다. 내장을 얻어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기이하게도 그게 그렇게 만족스러웠다.
내벽이 지승혁의 좆을 반기듯 조여 물었다.
“힘들, 하아, 힘들어요?”
“아, 뇨오. ……으음. 힘들진 않은데, 아…… 좋아, 좋아요.”
한 번에 들어온 다급함과는 다르게 이어진 움직임은 지극히 부드러웠다.
익숙해지는 여유를 주듯 허리를 천천히 느긋하게 움직이는 것에 조정현의 입에서 달짝지근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내부를 가득 메운 지승혁의 좆이 너무나 좋았다. 맛있는 걸 잔뜩 먹은 포만감과 비슷한 감각이었다. 만족스러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지승혁의 좆이 조금씩 빠져나갔다가 천천히 밀고 들어왔다.
그의 성기는 너무나 컸기 때문에 굳이 맞추려고 하지 않아도 조정현이 느끼는 부분을 남김없이 자극했다. 별다른 기교 없이 슥슥 문지르는 것에 허리가 절로 들렸다. 기둥에 우둘투둘하게 튀어나온 핏줄 하나하나가 민감해진 내벽을 자극했다.
지승혁의 눈이 마치 끈끈한 아교로 고정해 둔 것처럼 조정현의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형, 아, 아읏. ……아, 앗, 아아.”
성기가 밖으로 빠져나갔다가 안으로 삽입되는 게 반복되자 조정현의 허벅지 안쪽 근육이 돋아났다. 깊게 삽입되는 그 감각에 조정현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반짝반짝하게 별을 흩뿌린 것처럼 시야가 빛났다.
이미 안에 들어와 있는 지승혁의 것을 좀 더 받아들이고 싶었다. 좀 더 깊은 곳으로. 좀 더. 좀 더.
“큰일이네.”
“……에?”
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발음이 뭉개졌다.
“내 자제심이 정현이가 생각하는 정도로, 강하질 않아요.”
경고하듯, 부탁하듯 하는 지승혁의 목소리에 조정현이 눈을 깜빡였다. 저절로 차오른 눈물로 살짝 뿌옇게 변한 시야 덕분에 그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지금 정현이 페로몬이 어떤지, 하아, 알려 줘요?”
지승혁의 목소리는 낮아졌고 조금 쉰 듯한 소리가 났다.
조정현은 그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하지만 그건 조정현이 지승혁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열성에서 우성이 된 이후로, 그의 페로몬에 반응하는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지금도.
“으, ……흐읏.”
조정현이 한숨을 토해 내며 허리를 뒤틀었다.
내부에서 시작된 열이 바글바글 끓어올라 끊임없이 뇌를 자극했다. 히트 사이클이 아닌데도 눈앞의 이 남자를 가지라고 속삭이는 본능을 참기가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