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저기, 형. 아직은, ……자, 잠깐만요.”
조정현이 난감한 목소리를 내더니 지승혁을 올려다보며 식탁에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물기 어린 눈매를 보고 있자니 또 한 번 욕구가 당겼지만 지승혁은 조정현의 몸에서 순순히 떨어졌다.
이거야, 원. 섹스를 갓 배운 애송이처럼 안달 내며 조르고 있다. 어차피 지금만 때도 아닌데 조급하게 굴 필요는 없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조정현이 제 얼굴을 보지 못해 다행이었다.
조정현이 나눠 담은 음식을 지승혁이 식탁에 차렸다.
마주 앉아 몇 숟가락 뜬 지승혁은 제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조정현에게 말했다.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현이가 만든 음식을 먹으니 정말 집에 온 것 같네요. 병원 음식도 나쁘진 않았지만 정현이가 만든 걸 정말 먹고 싶었어요.”
“어, 정말요?”
조정현은 기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저는 형이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드셔 주시는 게 제일 좋고 행복해요.”
지승혁이 손가락을 꼬물거리는 조정현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정현이는 좋은 아빠 되겠네요.”
“아빠요?”
그는 생각도 못 한 소리를 들은 듯 눈을 둥글게 떴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조금 얼굴을 붉혔다.
“아기 낳으면 정말 잘 해 줄 거예요.”
입을 다물고 손가락을 꼬물거리던 조정현이 지승혁을 흘끔이다가 말을 덧붙였다.
“형도 좋은 아빠가 될 거예요.”
지승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조정현을 쳐다보았다.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조정현은 순간 더욱 부끄러워하는 듯했지만 결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뺨은 붉게 물들이고 눈가는 발긋해져서 하는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지 알고 있는 걸까.
아마 모르는 게 분명했다. 그랬다면 이렇게 무방비하게 말하지 않았을 테니까.
지승혁은 들고 있던 수저를 내려놓고 조정현에게로 갔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조정현의 고개를 들어 올리고 그대로 입을 맞춘 지승혁은 입술을 완전히 떼지 않은 채로 말했다.
“밥은 다 먹었어요? 나는, 다른 게 더 급한데.”
“……막 퇴원하셨잖아요.”
조정현이 머뭇머뭇 대꾸했다.
이렇게 조심스러운 모습도 그렇고, 어느 것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지승혁은 조정현의 입술을 쓰다듬던 엄지를 그의 입술 안으로 살짝 밀어 넣었다. 뜨겁고 말캉한 혀가 손가락 끝에 닿자 뭉근한 성욕에 와락 불길이 일었다.
“다 나았어요. 그래서 병원에서도 나가라고 한 거잖아요.”
“그렇지만…….”
설명을 해 줘도 조정현은 쉬이 믿지 않았다.
“다 나았는지 확인할래요?”
“……네?”
“한번 봐요.”
“아, 아뇨. 괜찮아요.”
조정현이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지승혁은 상의를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눈을 찌푸리며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는 조정현의 뺨을 살며시 감싸듯 잡아 자신 쪽을 향하게 했다.
이 상황이 조금 불편한 듯한 표정을 하던 조정현이었지만 결국 머뭇거리며 지승혁의 상처 부위로 눈길을 돌렸다.
“……이렇게만 해도 돼요?”
“말했잖아요. 거의 다 나았다고.”
지승혁이 우스운 걸 말하는 것처럼 대꾸했다.
상처 부위에는 가볍게 거즈만 대어져 있었다. 그것도 지승혁이 괜찮다고 거절한 걸 만에 하나 덧날 수도 있으니 최소한의 처치는 해야 한다는 권유를 해 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던 거다.
지승혁은 조정현의 표정을 가만히 살폈다. 아무리 괜찮다고 하더라도 직접 눈으로 보는 것만 못했다. 그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걱정 어린 기색이 처음에 비해 많이 옅어졌다.
들어 올렸던 옷가지를 내린 지승혁이 말했다.
“오늘은 좀 다른 걸 할 생각이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는 누워 있을 거거든요.”
지승혁의 설명에 조정현은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저번에 내가 약속한 거 있잖아요.”
“……네?”
그가 큰 눈을 슴벅거렸다. 긴 속눈썹이 나풀거렸다.
“나는 오늘 퇴원했지만 정현이는 건강하잖아요. 그렇죠?”
“무슨, 무슨 약속을 했는데요?”
“이리 와 봐요.”
속내를 감춘 나쁜 악당처럼 안에서 알려 준다고 속삭거리는 지승혁을 따라 조정현은 그가 이끄는 대로 그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하고 싶다고 했었잖아요. 한번 해 봐요.”
침대에 앉은 지승혁이 말했다. 조정현은 그런 지승혁을 쳐다보다가 살짝 입을 벌렸다.
“뭐, 뭐를요?”
“한번 박아 보라고요.”
저속한 말에 조정현은 눈도 깜빡거리지 못하고 숨을 멈추었다. 하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조정현의 손을 살짝 쥔 지승혁이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대로 두어 발자국 가까이 다가온 조정현을 끌어안고 옷 위로 입을 맞추었다. 흠칫거리며 숨을 내쉬는 게 느껴졌다.
“우리 자기한테 다 맡기면 될까요?”
마른 몸이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었다.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혼란스럽게 이리저리 배회하는 시선에 지승혁은 웃음을 띤 채로 말했다.
“정 어려울 것 같으면 다른 데를 써도 괜찮고요.”
“어딜…… 어딜요?”
“내 입.”
“……형……!”
지승혁은 경악하는 조정현의 바지를 손쉽게 벗겼다. 바지가 바닥에 떨어지고 곧고 마른 흰 다리가 드러났다. 지승혁은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넣어 천천히 문질렀다.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하는 게 손바닥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형, 저는…….”
“가만히 있어 봐요.”
조정현의 성기는 이미 조금 흥분한 상태였다.
“……형. 앗, 흐으, 헉.”
지승혁은 상체를 조금 숙여 조정현의 속옷과 함께 성기를 물었다. 조정현의 숨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괜찮다고 하는 조정현의 말을 듣지 않은 지승혁은 단단해져 가는 그의 성기를 혀로 몇 번이나 덧그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도가 강해졌다. 속옷을 벗기지 않은 상태에서 깨물거리듯 물고 혀로 문지르자 천이 축축이 젖어 들어갔다. 단지 지승혁의 침 때문만은 아니었다.
조정현의 손이 지승혁의 머리카락을 당기듯 잡았다. 밀어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제 쪽으로 당기지도 못하는 망설임이 여실히 느껴졌다.
“혀, 형. 아…….”
“내가 계속 해 줘도 괜찮은데, 상처가 땅기네요.”
지승혁이 웃으며 얼굴을 떼고는 가만히 조정현을 올려다보았다. 말간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욕망이 차올라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발긋한 눈매와 거친 숨결이 그 흥분의 증거였다.
지승혁이 조정현의 손을 잡은 채로 천천히 뒤로 누웠다.
조정현은 무릎과 팔을 세운 채 엎드린 모양으로 지승혁의 위로 올라온 상태가 되었다. 지승혁은 어쩔 줄 몰라 하는 조정현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이대로 내 얼굴 위에 올라와요.”
“앗, 어…… 아니. ……앗.”
지승혁이 조정현의 속옷을 벗겼다. 발기되어 있던 조정현의 성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닮아 색이 옅은 좆이었다. 지승혁의 손이 조정현의 동그란 엉덩이를 움켜쥐어 얼굴 쪽으로 당겼다.
조정현이 허리를 흠칫거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못, 못 하겠어요. 어떻게…….”
아무래도 저항감이 있는 모양이었다. 새빨개진 얼굴로 못 하겠다면서 도리질 쳤다. 거짓말이 아닌 듯 진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난 처음이니까 잘 대해 줘요.”
말을 마친 지승혁이 바로 얼굴 가까이까지 온 조정현의 좆을 입에 물었다. 짭짤한 맛이 느껴졌다. 혀로 귀두를 문지르자 감추지 못한 탄성이 조정현의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아, 말, 말도 안…….”
입으로 빨아 준 게 처음이 아닌데도 마치 처음 같은 반응을 보이는 조정현이 더 말도 안 되게 섹시했다. 지승혁은 누운 상태에서 조정현의 엉덩이를 쥐고 제 입 쪽으로 당겼다. 목구멍 안쪽까지 조정현의 좆이 들어왔다.
“하, 하아, 으, 헉…….”
조정현은 버티기 힘든 듯 침대 헤드를 두 손으로 잡았다.
“이러면 그냥 입으로 하는 거랑 같잖아요. 허리 움직여 봐요.”
고환을 슬슬 혀로 굴리던 지승혁이 말했다. 조정현은 입을 꼭 다문 채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머리카락이 함께 흔들렸다.
지승혁은 재촉하듯 그의 좆을 입에 넣고 머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목젖에 조정현의 귀두가 닿았지만 지승혁은 망설임 없이 좀 더 안쪽까지 삼켰다. 목 안쪽의 약한 점막을 조정현의 귀두가 쿡쿡 찌르는 건 결코 편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 참을 정도는 또 아니었다.
“아! 아, 흐아아, 흐, 히잇.”
조정현의 입에서 절절 끓는 것 같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어느새 지승혁이 고개를 움직이는 것과 박자를 맞추어 조정현이 허리를 꿈틀거렸다.
평소에 지승혁과 함께하는 움직임이 아니라, 구멍 안에 박아 넣는 것 같은 허리 놀림이었다. 서툴기 그지없는 움직임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지승혁이 혀를 움직이고 강하게 빨자 그 움직임은 조금씩 강해졌다.
조금 숨쉬기가 힘들어졌지만 지승혁은 조정현을 거부하거나 막지 않고 다 받아 주었다. 견디기 힘들 정도의 자극을 참아 내는 조정현의 배에 약하게 근육이 돋아났다. 혀끝에 느껴지는 짭짤한 맛이 점점 진해졌다.
“흐, 으읏, 아……! 흐, 아으…… 아, 혀, 형…… 하아.”
지승혁이 저 스스로 욕구를 찾아 움직이는 조정현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그의 탱탱한 엉덩이 살이 비어져 나왔다. 보드랍고 말랑한 피부가 손바닥에 달라붙는 듯 좋았다.
검지로 그의 구멍을 슬쩍 건드리자 조정현의 입에서 신음이 감출 새 없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