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퐁달치즈빵 호랑이님의 아기 복숭아 (82)화 (82/130)

#82

“안 해요, 흐, 못 해, 아, 안 할게요, 저 안 해도, 앗, 아으, ……어?”

몇 번 왕복 운동도 하지 않았는데 익숙한 감각이 불꽃 튀기듯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당황한 조정현이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어? 어?” 하며 의아해하는 소리만 냈다. 그의 그런 반응을 심상찮다고 여긴 지승혁이 그의 뺨을 연신 쓸어내렸다.

“……정현아? 왜 그래요. 정현아?”

조정현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판단한 지승혁은 허리를 당겨 성기를 빼냈다.

“흐읏, 아니, 아, 빼지 말, 아, 으, 흐으, 읏!”

그의 성기가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감각에 조정현은 어딘가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중심을 꽉 채우고 있던 것이 없어지면서 느껴지는 허전함을 참기 힘들었다.

급한 김에 조정현은 다리로 지승혁의 허리를 감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안으로 다시 들어오던 지승혁의 좆이 조정현의 민감한 부분을 찔렀다.

“……, ……, ……!”

“정현아?”

컵 끝까지 차올라 찰랑이던 물에 단 한 방울이 더해짐으로 넘치는 것처럼, 어느 순간 몸 중심에서부터 시작된 간질이는 감각이 터지듯이 손끝 구석구석까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조정현의 몸이 파드득 튀어 올랐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전신에 울렸다.

아무 흔적도 없이 절정에 달한 조정현은 눈을 크게 뜬 채 숨을 빠르게 내쉬었다. 반사적으로 제 좆을 쳐다보았지만 아까 흘렸던 물 외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 그러면서도 성기에 힘이 빠지지 않았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머리가 멍했다.

지승혁이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는 것에 조정현은 정신을 차렸다. 그는 조정현이 왜 이러는지 이유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또?”

“…….”

“예뻐라.”

지승혁은 몇 번이고 조정현에게 뽀뽀했다.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은 몸 구석구석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지승혁은 여러 곳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입술이 닿는 게 기분 좋았다. 간지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으나 그보다 좋다는 감상이 훨씬 압도적이었다.

지승혁의 얼굴을 잡아 제 쪽으로 고정시킨 조정현이 키스를 구하듯 입술을 움직였다. 지극히 부드러운 키스가 내려왔다. 두 사람은 다정한 애정과 뜨거운 열락을 담은 입맞춤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조정현의 몸이 멋대로 지승혁의 것을 물고 있는 구멍을 옴죽대며 조였다. 그때마다 지승혁의 숨이 거칠어졌다.

한동안 이어지던 입맞춤을 끝낸 입술이 떨어지자 조정현은 만족감이 짙게 밴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런 그를 내려다보던 지승혁이 눈매를 부드럽게 기울이며 느릿느릿 허리를 움직였다. 좆을 길게 뺐다가 뿌리를 조금 남기고 밀어 넣었다. 마치 느리게 하프를 연주하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흐으, ……으응. 아. ……아, 잠, 잠깐, 기다, 으흑.”

입을 조금 벌리고 숨을 헐떡이던 조정현은 또 한 번 묘한 감각이 들이닥침을 느끼고 지승혁을 밀어내려 했으나 겨우 손끝만 간신히 닿을 뿐이었다.

지승혁의 시선이 제 얼굴에 고정되어 있는 걸 느낀 조정현이 그를 밀어내려던 걸 포기하고 얼굴을 가리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지승혁이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

얼굴이 볼썽사납게 일그러졌을 게 분명했다.

조정현의 목에서 기어코 울먹임이 흘러나왔다.

“안, 안 돼요, 잠깐, 아, 어떡……!”

좆에서 또 한 번 물이 튀었다. 마치 정액 대신 물을 사정하는 것 같았다. 분수처럼 물이 흘러나왔다. 배와 가슴을 적신 물이 시트 위로 흘러내리는 감각에 조정현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지승혁이 조정현의 얼굴을 쓰다듬으려 상체를 살짝 숙였다. 그 반동으로 내부에 머물러 있던 지승혁의 좆이 조금 빠져나갔다가 안으로 다시 박혔다. 조정현이 화들짝 놀라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아, 잠깐, 우, 움직이면 안, 아! 아흐으…….”

그저 아주 조금 내부의 좆이 흔들렸을 뿐이었다. 그것뿐이었는데 조정현의 좆에서 물이 줄줄 흘렀다. 조정현은 제 몸이 왜 이러는지 불안해져 어떡하냐는 말만 연신 중얼거렸다.

“어떡해요. 이대로 계속, 흐어, 계속 이러면 어떡해요. 어디가 잘못됐나 봐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조정현의 이마에 지승혁이 뽀뽀했다. 그러고는 그의 두 손을 가볍게 쥐고 손가락 관절에 살포시 입술을 가져다가 떼며 말문을 열었다.

“괜찮아요. 걱정 말아요. 이상한 게 아니고 흥분한 상태에서 내 페로몬으로 자극받은 몸이 반응한 거예요.”

“히, 히트 사이클이 아닌데도요?”

“아니어도요.”

조정현을 흔들었던 불안이 차츰 지승혁의 토닥거림과 속삭임에 누그러졌다.

“그러면……. 아니, 아니에요. 알겠어요.”

생각난 듯 덧붙이려던 조정현은 궁금증을 꿀꺽 삼켰다. 조정현의 머리에 이전, 병원 대기실에서 병원 관계자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각인도 못 하고 러트 주기가 틀어진 희귀 케이스.’

그 사람들은 분명히 그렇게 이야기했었다. 대체 무슨 일일까.

지금 지승혁을 보면 페로몬을 내보내거나 하는 것에 전혀 문제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관계없이 뭔가 이상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저를 내보내고 지승혁만 따로 상담하지는 않았을 테니.

가만히 그의 품에 안겨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조정현은 지승혁에게서 흘러나오던 페로몬의 양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걸 깨닫고 고개를 도리질했다.

“싫, 싫어요. 페로몬 계속, 멈추지 마세요.”

“힘들잖아요.”

“아뇨. 그렇진, ……힘들긴 한데요…… 괜찮아요. 계속 저만 느껴서 무서웠는데, 이상한 거 아니면, 계속, 형아랑 하고 싶어요.”

지승혁을 올려다보며 말하는 조정현은 그가 제 뺨을 문지르고 입술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몸을 맡겼다.

“나랑 하고 싶어서 그래요?”

지승혁의 물음에 조정현은 눈을 크게 떴다. 질문이 좀 이상했다.

“네? 지금까지 했는데……요?”

“그거 말고. 나한테 넣고 싶어서 그래요?”

“아! 아뇨. 아니, 아뇨…… 그만하세요.”

어쩔 수 없이 목소리에 원망이 묻어났다.

말을 마친 조정현은 지그시 그를 응시했다. 만약에 정말 무슨 큰일이라도 있는 거면 어쩌나 싶었다. 물어볼까. 그래도 괜찮을까.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왜 그래요. 화났어요? 미안해요. 이제 그만할게요. 화 풀어요.”

말이 없는 조정현의 안색을 살피며 지승혁이 속삭였다.

역시, 지승혁에게 물어볼 수는 없었다.

저가 알아야 할 일이었다면 그가 먼저 말해 주었을 거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날 이미 지승혁에게 몸이 어디 아픈 건 아닌지 물어봤었고 그는 별일 아니라고, 조정현이 신경 쓸 만한 일은 없다고 답해 주었다.

그 이상 다른 사람들이 한 이야기를 엿들은 걸 거론하며 더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냥,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연인이어도 말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 한두 개쯤은 있을 거다. 사귀는 사이라는 걸 무기로 감추고 싶은 걸 캐물을 수는 없었다. 조정현은 그러기 싫었다.

그는 지승혁이 직접 이야기해 줄 때까지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조정현이 그 사정을 알았을 때와 몰랐을 때의 지승혁은 다른 사람이 아니고 같은 사람이다. 단지 그 사실을 자신이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지승혁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건 그저 그를 보는 제 시선이다.

자신을 사랑해 주고 아껴 주는 지승혁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화 안 났어요.”

“정말?”

지승혁의 질문에 조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요.”

그러니까 기다릴 수 있었다.

지승혁을 향해 그 정도의 믿음은 있었다.

조정현은 그날이 그리 멀지 않기를 바라며 가만히 그의 입에 키스했다.

“우리 정현이는 왜 이렇게 예쁘죠.”

지승혁이 조정현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며 감탄을 흘렸다.

“안 예뻐요. ……그냥, 그런데요.”

“진심이에요?”

지승혁이나 정태준은 아무래도 사람 평가에 후한 모양이었다. 이곳에 와서 예쁘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 영 익숙해지지 않는 단어였다. 저와 별로 어울리는 단어 같지 않았으나 분위기상 그렇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형, 형 눈에만, ……예쁜 거 아닐까요?”

말을 하면서도 부끄러워 혀를 깨물고 싶었다.

“내 눈에만 예쁜 거면 좋겠는데 말이죠.”

지승혁이 자조하듯 중얼거리곤 조정현에게 키스했다.

“……으음. 형 눈에만 그래요.”

“그렇다고 해 둘까요.”

지승혁은 다시 한번 확인하듯 말하는 조정현을 보며 못 당하겠다는 듯 대답했다.

두 사람을 감싼 공기가 다시금 뜨거워지며 물기를 머금기 시작했다.

지승혁은 끈질기다 싶을 정도로 조정현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게 싫지 않았다. 싫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좋았다. 지승혁이 주는 거라면 조정현은 다 좋았다.

그의 페로몬도. 그 페로몬에 반응하듯 흘러나오는 자신의 페로몬도. 전부가.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 같은 쾌락에 겁은 났지만 조정현의 입에서는 조르는 말만이 나왔다.

그 뒤로 조정현은 울고 흐느끼며 몇 번을 더 절정에 달했다. 몸의 수분을 죄다 밖으로 배출해 종국엔 좆에서 아무것도 내보내지 못한 채 히끅거리는 소리만 냈다. 계속된 자극에 신음하던 조정현은 결국 몸을 떨며 지승혁의 품 안에서 까무룩 정신을 잃고 말았다.

완전히 지친 조정현이 수마에 쓸려 가기 전, 지승혁이 무언가 이야기했으나 말소리만 들릴 뿐,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상냥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조정현은 간신히 네에, 하는 대답을 끄집어냈을 뿐이었다.

조정현은 그 이후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과 피부 위에 부드럽게 떨어지는 키스를 느끼며 혼곤하게 잠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 우철곤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속보가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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