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퐁달치즈빵 호랑이님의 아기 복숭아 (59)화 (59/130)

#59

“평소에 이렇게 잡고 자위해요?”

“아, 그. ……어, 네.”

“나는 이 정도 세기로 쥐는 걸 좋아해요.”

지승혁이 손아귀에 힘을 주자 조금 아픈지 조정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하지만 그만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지승혁은 조정현의 반응을 살피며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두 개의 성기가 문질러지니 삽입하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이 들었다. 조정현의 성기는 지승혁의 것에 비해 색도 연했고 크기도 조금 작았다. 한데 겹쳐 있으니 비교를 안 하려고 해도 안 할 수 없었다. 조정현 역시 마찬가지인 듯했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프리컴이 섞이며 질꺽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지승혁은 고개를 숙여 두 사람의 좆이 비벼지는 걸 응시하는 조정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가 보였다. 몇 번이고 입술을 깨물고 핥아서인지 붉어져 있었다.

점점 가빠지는 두 사람의 숨소리만 들렸다.

“아…… 흐으.”

조정현이 쳐다보는 걸 그만두고 지승혁을 끌어안았다. 몸 사이에 두 사람의 성기가 딱 붙었다. 지승혁이 쥐고 있던 손을 떼자 조정현의 허리가 움칫 흔들렸다.

달짝지근한 신음이 희미하게 흘러나왔다.

지승혁이 마치 삽입을 한 사람처럼 허리를 쳐올리자 그 신음이 한층 커졌다. 지승혁은 좀 답답할 정도로 자신의 목을 끌어안은 조정현의 몸을 붙잡았다. 욕구에 솔직하게 반응하며 어리숙하게 허리를 앞뒤로 흔들거리는 조정현의 몸짓이 더더욱 지승혁을 미치게 만들었다.

“……음, 흐으. 형. 형아.”

“응. 정현아. ……하아.”

성기끼리 문지르는 행위만으로도 뇌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유혹하는 것처럼 제 페로몬을 내보내는 조정현의 목덜미에 코를 박았다. 부드럽고 여린 살 내음을 마음껏 맡는 지승혁에게 조정현이 속삭였다.

“형 페로몬. 형 페로몬 주세요. 좀 더요. 아, 아, 좋, 으응.”

열에 들뜬 사람처럼 중얼거리는 조정현의 요청에 지승혁은 페로몬을 조금 더 느슨하게 풀었다. 조정현이 허억, 하고 숨을 내뱉는 듯하더니 지승혁의 머리와 목덜미에 연신 입을 맞추었다.

“아, 어떡, 흐아, 아, 좋아요. 으읏.”

들뜬 목소리로 말하던 조정현의 허리가 연신 흔들렸고 지승혁의 흥분도 점점 높아졌다.

좆끼리 비벼지며 나는 질척거리는 소리가 청각을 자극했다.

절정은 그리 오래지 않아 찾아왔다.

지승혁은 잇새로 신음을 흘리며 조정현을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조정현은 흐느끼는 듯한 신음을 냈다. 조정현의 전신 근육이 긴장한 듯 빳빳하게 굳어졌다가 이내 잘게 경련했다.

두 사람은 한바탕 달리기를 한 사람처럼 가쁘게 숨을 내쉬며 꼭 껴안은 채로 한참을 있었다.

체액으로 옷은 더러워졌으나 상관없었다. 살짝 난 땀으로 피부는 촉촉해서 기분이 좋았다.

지승혁은 옷 위로 조정현의 목과 쇄골, 그리고 어깨와 팔에 연신 키스를 했다. 조정현은 그 키스를 고스란히 받으며 지승혁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절정을 느끼고 노곤해졌는지 체중을 기대는 조정현의 몸을 바로 안으며 지승혁이 질문했다.

“씻을래요?”

“조금만 더 있다가요.”

눈꺼풀을 느릿하게 깜빡이던 조정현은 지승혁의 입술에 제 입술을 비볐다. 입술이 떨어지며 쪽 하는 소리가 났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하던 조정현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지승혁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조정현은 어딘지 모르게 개운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지승혁은 그런 조정현의 이마에 뽀뽀를 하며 그를 조금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 * *

“……이게 뭐예요?”

지승혁은 눈을 비비며 나오는 조정현을 쳐다보았다.

서로 좆을 비비며 사정한 후 함께 샤워를 마쳤다. 샤워실에서 담백하게 키스를 나누고 껴안기만 한 후 나란히 앉아서 TV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대로 잤다. 어느 하나 특별할 거 없는 생활이었으나 조정현은 오랜만에 중간에 깨지 않고 수면을 취했다. 그 덕인지 조정현의 안색이 좀 밝았다.

“산삼요.”

“산삼요? 이게요?”

“110년 좀 안 된 산삼이에요.”

조정현은 지승혁의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

그 일 이후 살이 더 빠진 조정현이 신경 쓰여 직원을 시켜 구해 온 산삼이었다. 산삼에 관심을 두는 대기업 회장님들이 워낙 많았기에 경쟁이 심했지만 결국 돈으로 못 할 일은 없었다.

조정현은 신기한 듯이 쳐다보다가 지승혁에게 물어보았다.

“근데 이건 형 드시려구요?”

“아뇨. 정현이가 먹을 거예요.”

“네? 저요? 지금도 홍삼 달인 거 먹고 있어서 괜찮아요. 형 드세요.”

“그거랑 이게 같나요. 그리고 난 우리 정현이 일어나기 전에 하나 먹었어요. 이리 와요.”

지승혁이 식탁의 맞은편을 손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자리에 얌전히 앉은 조정현에게 산삼이 담긴 상자를 밀었다.

“먹어요.”

“……지금요?”

“그럼 언제 먹으려구요.”

웃으며 대꾸하는 지승혁의 얼굴을 보던 조정현이 어물어물 말을 피했다.

지승혁이 가장 두꺼운 뿌리를 손으로 잘라 조정현의 입술을 톡톡 두드렸다. 아 해요. 결국 조정현이 산삼 뿌리를 입에 넣었다. 맛이 영 쓴지 매끈한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지승혁은 조정현이 우물거리며 뿌리를 씹어 삼키는 걸 확인하고 다시 뿌리 하나를 잘라 내밀었다.

“더 먹어요?”

“다 먹어야죠.”

“이걸 다요?”

“산삼은 원래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먹어야 하는 거예요.”

“그러면 형도 이렇게 드신 거예요?”

“그럼요.”

지승혁이 태연하게 하는 거짓말을 철석같이 믿는 모습이었다.

조정현은 할 말을 잃은 것처럼 산삼을 쳐다보았다. 잔뿌리까지 합하면 상당히 크기가 길었기 때문인지 엄두가 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승혁이 절대 물러날 기색을 보이지 않자 결국 조정현은 그가 건넨 산삼 뿌리 하나를 또다시 입에 넣었다.

“그런데 산삼은 비싼 거 아니에요? 막, 몇십억 하지 않아요?”

순진한 말에 지승혁은 웃었다.

“설마요. 그렇게 비싸진 않아요.”

“아, 정말요?”

계속 가격을 궁금해하는 것 같은 태도에 지승혁은 결국 네 장 정도 줬다고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

“4천만 원요? ……아니, 40만 원……. 아니, 그건 너무 싼데. 4, 4백만 원이라고 하신 거죠?”

“…….”

4천만 원을 얘기하고도 현실감이 없는지 가격을 낮추어 다시 물어보는 조정현을 보며 지승혁은 대답 없이 웃었다.

“그러니까 꼭꼭 씹어서 잘 먹어야 해요?”

지승혁은 조정현이 너무 비싸 못 먹겠다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선수를 쳤다.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거린 조정현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산삼을 보다가 오독오독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정현의 배 안으로 4억짜리 산삼이 차례차례 들어갔다.

지승혁은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 그저 오해를 바로잡지 않았을 뿐이었다. 천종산삼치고도 평균적인 가격보다는 좀 비싸긴 했으나 지승혁에겐 당장 그 산삼이 필요했고 그만한 금액을 지불할 능력 역시 있었다. 충분히 살 능력이 있는데 왜 망설이겠는가. 조정현을 위해서라면 그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조정현이 산삼을 다 먹기까지 두어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 뿌리까지 다 먹은 조정현은 숙제를 다 해치운 듯 개운한 얼굴을 했는데 그 모습도 어지간히 귀여워 보였다.

산삼을 다 먹은 조정현은 시계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주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지승혁은 그런 조정현의 어깨를 살짝 누르며 일어나 아침을 차리기 시작했다.

“차리기만 하면 되는데요. 앉아 있어요.”

사실 지승혁은 병상에서 막 일어난 조정현이 요리하는 게 영 마땅치 않았다. 자신이 요리하는 게 영 내키지 않는다면 요리 하는 분을 집으로 부를까 넌지시 물어보기도 했으나 조정현은 잠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댔다. 그 모습에 지승혁은 아직 조정현이 낯선 사람을 볼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걸 깨닫고 제안을 취소했다.

조정현의 몸을 편하게 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위해서 그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건 싫었다. 얼굴에 든 멍도 그렇고 조정현은 아직 밖에 나가고 싶어 하는 기색을 비추지 않았다. 지승혁은 그가 괜찮아질 때까지 채근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었다.

국을 데우고 반찬을 덜던 지승혁은 시선을 느끼고 가만히 식탁에 앉아 있는 조정현을 쳐다보았다.

그와 세 번째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조정현이 자신에게 할 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왜 그래요. 말할 거 있어요?”

“아뇨. ……출근 안 하세요?”

조정현은 말을 하다가 입술을 한 번 물었다. 지승혁은 반찬통의 뚜껑을 닫으며 대답했다.

“지금 귀찮게 붙어 있지 말고 나가라는 거죠.”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으나 조정현은 크게 당황했다.

“아뇨. 그게 아니구요. 저 때문에…… 일도 못 하시는 거 아닌가 해서, 죄송해서요. 그, 핸드폰 자주 보시던데 톡으로 업무 처리하시는 거 맞죠?”

지승혁은 잠시 조정현을 보았다. 조정현이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나 그가 보고 있지 않을 때만 핸드폰을 만졌는데 설마 그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지승혁은 괜찮다고 했으나 조정현은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었다.

“저 이제 괜찮아요. 진짜예요. 좀 전에 산삼도 먹었고요. 그러니까 아침 드시고 가셔서 일 보시고 오세요.”

지승혁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게 마음이 편하겠어요?”

“네.”

조정현은 아닌 척하지 않고 순순히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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