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너무나 순수하고 감출 생각도 없이 직진으로 밀고 오는 감정은 도리어 너무나 유혹적이었다. 조정현 본인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듯했지만 말이다.
“가지고 싶어요? 내 페로몬?”
조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이 끝나자 지승혁은 아주 조금씩 페로몬을 풀었다. 아주 천천히, 아주 조금씩 조정현이 놀라지 않을 정도로 매우 조심스럽게.
지승혁은 조정현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미세한 균열이라도 보이면 바로 페로몬을 닫을 요량이었다. 조정현은 아랫입술을 살며시 문 상태에서 지승혁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조정현의 안색이 미세하지만 확실하게 희게 변했고 지승혁은 바로 제 페로몬을 닫았다.
“아뇨,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계속해 주세요. 할 수 있어요.”
조정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힘든 걸 견디고 있다는 거 아니냐는 질문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다행히 삼킬 수 있었다.
조정현은 “괜찮아요.”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마치 스스로에게 들려주듯이. 이마에 식은땀이 배어 나올 정도로 애쓰며 버텨내려 하고 있었다. 그런 조정현의 노력을 아예 없는 것처럼 여길 수는 없었다.
지승혁은 조정현이 싫은 일을 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가 노력하는 걸 힘들면 하지 말라고 꺾고 싶진 않았다. 결국 지승혁은 다시 페로몬을 아주 약하게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조정현은 옅은 한숨을 내쉬며 허리를 움칫움칫 움직였다.
그는 지승혁의 페로몬을 느끼며 흥분하고 있었다. 옷감 너머로 발기한 성기가 느껴졌다. 조정현이 느끼는 감각이 오로지 혐오감이 아니라는 사실에 지승혁은 안도했다.
조정현의 허리는 조금씩 명확한 의도를 띠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정현이 흥분을 하는 모습을 바라만 봐야 한다니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었다. 하지만 허락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직접 그에게 손을 댈 수는 없었다.
달뜬 호흡에 어느새 명백하게 흥분이 섞이기 시작했다.
옷을 입은 채로 비비기만 하던 조정현이 손을 움직여 바지 지퍼를 내렸다. 지퍼 열리는 소리가 지승혁의 청각을 자극했다. 지승혁은 어색한 손놀림으로 자신의 것을 꺼내는 조정현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대로 붙잡아서 저 뜨거운 몸에 성기를 밀어 넣고 싶어 펄떡이는 본능을, 욕구를 짓눌렀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지승혁이 일부러 웃음을 섞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게 이런 의미였어요?”
“죄송해요.”
“죄송하긴. 눈 감으라고 하지만 말아 줘요.”
농담처럼 하는 말에 조정현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그러나 막상 성기를 꺼낸 후에는 조정현은 머뭇거렸다. 용기가 나지 않는 듯했다. 조정현은 지승혁의 어깨에 얼굴을 가리듯이 묻고 나서야 천천히 제 것을 쥐고 위아래로 문질렀다.
조정현의 몸에서 조금 더 강하게 흘러나오는 페로몬을 느끼며 지승혁은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조정현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건 정말 거의 고문에 가까웠다. 그래, 일주일 굶은 사람에게 치킨을 들이밀며 절대 먹지 말라고 하는 것과 비슷할까.
지승혁은 살덩이를 문지르는 적나라한 소리를 들으며 조정현에게 물었다.
“혼자 해 본 적 있어요?”
“……누구 앞에서 해 본 적은 없어요.”
“해 본 적 있으면 안 되죠.”
조정현의 뜨거운 숨소리가 들렸다.
작은 신음을 내며 지승혁의 어깨에서 이마를 뗀 조정현이 입을 맞추어 왔다.
“형 페로몬, 더 느끼고 싶어요.”
지승혁은 조정현의 요구에 맞추어 흘러나오는 페로몬의 양을 조금 더 늘렸다. 조정현은 지승혁의 페로몬을 음미하듯 눈을 감았다.
“……음, 으응. 으음.”
성기를 감싸 쥔 조정현의 손이 조금씩 빠르게 움직였고 그와 비례해 내뱉는 신음도 커져 갔다. 프리컴이 나와 질척이는 소리가 점점 강해졌다. 허리를 흔들며 몇 번 빠르게 성기를 훑던 조정현의 손이 갑자기 멈추었다.
“죄, 죄송해요. 잘 못하겠어요.”
얼굴 전체를 새빨갛게 물들인 조정현이 눈썹을 늘어뜨렸다. 조정현의 몸에서는 농도 짙은, 알파를 유혹하는 페로몬이 숨 막힐 정도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승혁은 눈이 부신 걸 보는 사람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제 앞에 있는 연인의 얼굴을 샅샅이 살폈다.
“그러게. 왜 이렇게 못해요. 사람 꼴리게.”
“네?”
놀리는 말에 조정현은 눈을 크게 떴다. 붉은 얼굴이 더는 빨개질 수 없을 정도로 달아올랐다. 조정현의 기다란 속눈썹이 위아래로 닫혔다가 열리는 걸 반복했다. 초록이 섞인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옅은 갈색 눈동자가 지승혁의 눈을 마주 바라봤다.
“승혁이 형.”
물기 어린 눈동자는 흥분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조정현은 소파에 얌전히 놓여져 있던 지승혁의 손을 잡아 제 얼굴에 가져다 댔다. 손바닥에 따끈하고 말랑거리는 뺨이 느껴졌다.
“형아가 만져 주세요.”
드디어 떨어진 허락에 지승혁은 엄지를 움직여 조정현의 뺨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입을 맞추었다. 조정현의 입속은 뜨거웠다. 입 안에 혀를 넣어 작고 말캉한 살덩이를 문지르자 머뭇거리면서도 응해 왔다. 서로의 점막이 닿자 내밀한 부분까지 만지는 기분이 들었다.
작게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던 조정현은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곧 지승혁의 목에 팔을 둘러 끌어안았다. 뜨거운 체온이, 빠르게 맥박치는 심장 울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지승혁이 조정현의 옷 안으로 손을 넣자 조그맣게 소리를 냈다. 손가락 끝에 단단해진 젖꼭지가 만져졌다. 긁듯이 손가락을 튕기자 조정현이 맞붙어 있던 입술을 떼고 숨을 내뱉었다.
벌어진 바지 안으로 손을 넣어 작은 엉덩이를 쥐었다. 그가 흘린 애액으로 엉덩이 사이가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조정현은 성급하게 손을 움직여 지승혁의 바지 지퍼를 열고 그의 성기를 꺼냈다. 답답하게 있던 지승혁의 자지가 바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몇 번 몸을 겹쳤음에도 불구하고 조정현은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가만히 지승혁의 좆을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그것을 잡았다. 단지 그뿐인데도 지승혁은 금방 사정을 앞둔 사람처럼 눈앞이 아찔해졌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지승혁의 성기를 그러쥔 채 느릿하게 움직였다. 감질이 나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자 조정현이 지승혁의 표정을 살폈다.
“넣으실래요?”
기묘한 질문이었다. 넣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 지승혁의 의사를 물었다. 지승혁은 조정현을 쳐다보았다.
“정현이는 어쩌고 싶어요?”
“저요? 저는…….”
조정현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거렸다. 지승혁은 조정현을 독려하듯 등허리를 쓰다듬었다.
“말해 봐요. 어떻게 하고 싶어요.”
지승혁의 질문에 조정현은 잠깐 갈등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모르기 때문에 어려워하는 게 아니고 지승혁에게 사실대로 말해도 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듯했다. 지승혁은 그가 얼마나 길게 생각하든 충분히 기다려 줄 수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 조정현은 눈을 내리깔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그냥…… 지금도 좋은 것 같아요.”
“그래요? 그러면 이대로 해요.”
지승혁은 조정현의 턱에 입을 맞추며 말했지만 그는 왠지 납득하지 못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괜찮아요? 그, 저는 좋은데 형은 괜찮으실지…… 앗.”
지승혁이 조정현의 성기에 자신의 것을 문지르듯 허리를 움직이자 입술을 떨며 신음했다.
“괜찮냐고요? 나는 이렇게 좆끼리 문지르기만 해도 터질 것처럼 흥분되는데, 정현아.”
“……아.”
“나는 네가 손으로 만져만 줘도 발정해. 시험해 볼래요?”
“아, 혀, 형. 으음.”
그 말은 절대 과장한 게 아니었다. 조정현의 손가락이 스치듯 지나갔을 뿐인데도 지승혁의 귀두에서 프리컴이 흘렀다. 조정현은 그 모습을 홀린 듯 쳐다보았다. 조정현의 검지가 지승혁의 요도구를 둥글게 문질렀다. 지승혁은 굳이 신음을 참지 않았다.
“정말이네요.”
조정현의 몸에서 울컥거리며 페로몬이 흘러나왔다.
“형 꺼 만질래요.”
허락을 구하는 듯했지만 조정현의 손은 이미 지승혁의 좆을 쥔 상태였다. 조금 약하다 싶을 정도로 헐겁게 좆을 쥔 손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조정현이 자위를 할 때 이런 식으로 쥐고 했을까 상상하니 저절로 흥분됐다. 그 바람에 지승혁의 좆이 조금 더 크기를 키웠고 조정현은 눈을 크게 떴다.
“아, 아직 더 커져요?”
“우리 정현이가 너무 귀여워서 그래요.”
“……네?”
목덜미에 가볍게 입을 대고 뽀뽀했다. 조정현은 복잡한 표정으로 지승혁을 보고 있었다.
“저 그렇게 서툴러요?”
“아니, 서툰 게 아니라…… 그렇게 잡으면 좀 간지러워요.”
“앗. 죄, 죄송해요.”
조정현의 손이 떨어지는 순간 지승혁이 그의 손과 함께 제 좆과 그의 좆을 잡았다. 발기를 했는데도 조정현의 좆은 보드라웠다. 제 것과 다르게 조금 말랑거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조정현의 좆을 입에 넣고 빨고 핥고 싶었다. 한참을 입에 넣고 빨았을 때 더욱 말랑거리는 귀두를 마음껏 귀여워해 주고 싶었다. 요도구에서 나오는 짭짤한 프리컴을 맛보고 싶었다.
지승혁은 강하게 치밀어 오르는 욕구를 참으며 입을 열었다.
“간지럽다고 했지 그만하라고 한 건 아니에요.”
“네, 네?”
당혹스러워서인지 지승혁이 하는 말의 의미를 얼른 알아차리지 못한 조정현이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