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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달치즈빵 호랑이님의 아기 복숭아 (47)화 (47/130)

#47

약물 주입을 마친 남자가 몸을 일으키자 조정현을 제압하던 이들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억제하던 손들이 사라지자 움직임이 자유로워짐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주사의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아, 어……? 하아, 어……?”

몸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그것과 때를 같이해 어디선가 페로몬 향이 맡아졌다.

알파의 페로몬이었다.

‘앞으로 4주 정도는 다른 알파의 페로몬에 노출되는 건 피하셔야 합니다.’

병원에서 들었던 주의 사항이 번득 머리에 떠올랐다.

조정현은 한 손으로 코와 입을 막았다. 그런 그의 행동을 보며 노인이 기가 찬 듯 웃었다.

“숨을 안 쉬려고? 노력은 가상하다만 어디 한번 해 보거라. 네 몸에 주사한 게 뭐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구나.”

조정현은 노인의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

조금 전의 주사.

“늙은 오메가의 페로몬 치료를 위한 인공 오메가 페로몬이다. 요새는 참 좋은 게 많이 나왔어. 저게 원래 몇 번 나눠 써야 한다고?”

“네, 의원님. 바이알 하나에 최대 열두 명까지 사용 가능합니다.”

“그렇다는구나. 어디 한번 버텨 보거라. 그 모습도 여흥일 테니.”

노인의 목소리에는 웃음이 어려 있었다.

시시각각 몸의 상태가 변했다. 안에 작은 화산이라도 생긴 것처럼 열이 들끓기 시작했다. 호흡은 점점 더 가빠지고 식은땀이 났다. 성기가 점점 힘을 얻어 발기하기 시작했다.

공기 중에 흐르는 알파 페로몬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호흡이 거칠어졌다.

흥분으로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믿기지 않는 눈으로 제 다리 사이를 보던 조정현은 다리를 꾸물거리며 성기를 가렸다. 이 느낌은 알고 있다. 얼마 전에 겪어 봤던 감각이었다. 히트 사이클 때와 매우 흡사했다.

자꾸만 숨이 가빠져 왔다.

갈 곳을 잃은 열기가 조정현의 의식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주체할 수 없는 욕구에 눈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조정현의 몸이 스르륵 바닥에 엎어졌다.

“……시, 싫어…… 싫어. 오지, 마……. 싫…….”

조정현은 달아오르는 몸이 무서워졌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빨리 이 열을 식혀 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이래서…… 알파나 오메가들은 잘난 체를 하지만 결국 욕구 하나도 이기질 못해. 짐승이랑 다를 바가 없단 말이지.”

노인은 끌끌거리며 한탄을 했지만 목소리에는 어디까지나 즐거움이 배어 나왔다.

“의원님. 전화 왔습니다. 현 차관입니다.”

“……음.”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곳에 남겨진 조정현은 몸을 움찔거리며 떨었다. 자신이 내는 헉헉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발기한 성기가 더욱 자극을 바랐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은 누군가가 뒤를 쑤셔 주길 바라며 구멍이 옴죽거렸다.

뒤에서 애액이 나와 속옷이 젖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조정현은 한 번도 자신의 형질에 대해 이렇다 할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오메가인 게 증오스러웠다. 제 몸에 일어나는 반응이 믿기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성욕에 휘둘리는 게 노인의 말마따나 짐승처럼 느껴졌다. 아니, 짐승도 제 몸이 위험할 때 발기는 하지 않을 거다.

“흐, 으흑…… 흑. 하아, 싫어. 흑. 으…….”

조정현은 엎어진 상태에서 들끓는 열에 괴로워하며 바닥을 손으로 긁었다. 하지만 저도 모르는 새에 바닥에 붙인 허리가 천천히 흔들렸다. 기립한 성기가 바닥과 몸 사이에서 압박되는 감각이 못 견디게 좋았다.

입이 벌어지고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하아, 흐, 흐아.”

바르작거리던 허리의 움직임이 조금씩 커졌다.

“발정 난 개새끼가 됐구만.”

어느새 노인이 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모양이었다.

헉헉거리던 조정현은 들어왔을 때 보였던 남자들과 여자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게 보였다. 조정현은 자신에게 뻗어 오는 손길을 뿌리치려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들은 조정현이 입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겨 내기 시작했다.

“잠깐.”

노인의 제지에 그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노인이 의자에서 일어나 조정현에게 다가와 드러난 몸을 살펴보았다.

“어디서 누가 먹고 남은 걸 가지고 왔구만. 잔밥 처리나 하게 생겼군.”

노인이 언짢은 목소리로 혀를 차며 조정현의 부모를 찾아내 지불한 돈을 도로 받아내 오라 지시했다.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 봐.”

노인이 몸을 돌려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그의 지시가 떨어지자 남자들과 여자들이 조정현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조정현을 앞에 두고 서로의 몸을 만지고 애무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조정현이 입고 있는 셔츠를 걷어 올렸다.

“하지, 하지 말, 싫어. ……싫어, 하지 마.”

머리는 싫다고 하고 있는데 몸은 불을 붙인 듯 열기가 활활 타올랐다. 피부에 손이 살짝씩 스치는 것마저도 애무로 받아들인 몸이 좀 더 자극을 바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조정현은 제 본능에 몸서리를 치며 피부를 더듬는 손을 떨리는 팔로 쳐냈다. 누군가가 조정현의 얼굴을 고정하듯 뺨을 잡았다. 조금 전 맞았던 곳이 눌려 아프기도 했지만 그보다 싫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고개를 비틀어 피했다. 바로 다음 순간 짝, 소리가 나며 쓰라린 통증이 뺨을 달구었다.

앞에 있는 상대가 조금 전 노인에게 맞았던 부위를 다시 한번 때렸다. 반사적으로 팔을 올리며 몸을 가린 조정현의 팔을 거칠게 끌어당겨 바닥으로 밀쳤다. 싫다며 거부하던 조정현은 다시 뺨을 맞았다. 이번에도 같은 쪽이었다.

페로몬의 강제 흥분 효과 때문인지 거부할 만한 힘이 들어가지 않아 조정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은 어깨를 들어 얼굴을 피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나마도 연이어 뺨을 맞으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큭큭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힘이 빠져 몸을 늘어뜨린 조정현에게 상대는 키들거리며 낮게 중얼거렸다.

“제대로 호응을 좀 해 줘야지. 그래야 너도 재미 보고 좋은 거 아냐. 나도 사내새끼 더듬는 취미는 없다고.”

귀에 속닥거리던 사람이 입을 맞췄다. 망설임 없이 침입한 혀가 입 안을 헤집었다. 물컹거리는 그 감촉에 전신으로 소름이 내달렸다.

머릿속에서 든 혐오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 몸이 반응한다는 걸 견디기 힘들었다. 흠칫거리며 피하려던 조정현의 기색을 눈치챈 남자가 그의 머리를 꽉 잡고 바닥으로 한 번 밀쳤다. 쿵. 머리 전체가 울렸다. 남자의 손은 바로 조정현의 머리를 놓지 않았다.

쿵. 쿵. 쿵.

머리가 바닥에 부딪쳐 북이라도 치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곳에 있는 어느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거, 말도 더럽게 못 알아듣네. 적당히 호응 좀 하라니까.”

연이어 머리를 부딪쳤기 때문인지 어지러웠다.

가볍게 뇌진탕이라도 온 듯 속이 울렁거렸다. 남자가 조정현의 목덜미에 입을 대고 쭉 빨아들였다.

너무 싫었다. 너무나 싫었다. 싫었는데.

“……으읏…….”

조정현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은 남자의 손이 조정현의 피부를 쓰다듬었다. 다정함이나 애정이라곤 하나도 없는 그 손길에 조정현은 쾌감을 느꼈다. 입술로 가쁜 숨이 새어 나왔다. 명백히 느끼고 있었다.

조정현의 반응에 남자가 비소를 날리며 손으로 이곳저곳을 만져 댔다.

“으, 흐으……. 흑.”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정말 싫었다. 싫었는데 몸 안쪽이 욱신거리며 좀 더 강한 자극을 원했다. 허리가 절로 부들부들 떨리며 움직였다.

노인은 발정 난 개새끼라고 했지만 그 이하였다.

페로몬 때문에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고 있었다. 성욕으로 뇌가 지배당한 꼴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머리에서 안 된다고 생각하던 것도 어느새 점점 옅어졌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알파 페로몬에 자극당해 쾌감을 추구하는 제 모습이 역겨웠다.

이래서야 온몸이 성기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열기 어린 신음 사이로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시야가 눈물로 뿌옇게 변했다.

그때였다.

쾅.

뭔가가 부서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 * *

정태준에게 주소를 보냈지만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별장 안으로 진입한 지승혁은 인상을 썼다.

쓰레기 같은 인공 알파 페로몬이 별장 내부에 진동을 했다.

의사가 당부했던 말을 떠올라 조바심이 났다. 이곳에서 빨리 조정현을 데리고 나가야 했다.

지승혁은 그 냄새를 따라갔다.

체구가 큰 남자가 메인 홀로 가는 복도에 서서 천천히 좌우를 산보하듯 걸었다.

“허, 씨벌. 집 지키는 개도 아니고. 이번에 별장 온다길래 구경 좀 할 수 있나 했더니.”

중얼거리며 불만을 토하는 남자는 몇 번이고 욕을 내뱉었다.

지승혁은 허벅지에 차고 있던 나이프를 꺼내 들어 망설임 없는 움직임으로 남자의 허벅지 안쪽을 그었다.

“뭐……!”

일순간에 기습당한 사내는 상처에 정신이 팔려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지승혁은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와이어를 꺼내 남자의 목에 감으며 남자의 등 뒤로 돌아섰다. 남자는 지승혁을 잡아채려고 했으나 결국 이렇다 할 저항도 한 번 하지 못하고 옆으로 쓰러졌다.

지승혁은 쓰러지는 남자의 몸을 잡아 바닥에 소리가 나지 않게 눕혔다.

몸에 튄 핏자국을 무감하게 내려다보던 지승혁이 칼을 고쳐 잡고 안으로 이동했다.

메인 홀로 보이는 곳에 도착한 지승혁은 문틈으로 보이는 장면에 이를 악물었다.

관자놀이가 펄떡거리며 맥박쳤다.

누워 있는 조정현을 여러 명이 둘러싸 애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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