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화났어요? 우리 정현이 무섭네.”
목 안쪽으로 웃음소리를 내는 지승혁이 얼굴을 조정현의 목덜미에 묻었다. 그 이후에 지승혁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자체만으로 대답을 들은 기분이었다. 묵직하게 기대 오는 체중을 버티고 선 조정현은 지승혁이 안쓰러웠다. 그리고 왠지 귀여웠다.
후자의 감상은 당사자에게 말할 일은 없을 테지만 말이다.
조정현은 아무 말 없이 지승혁의 팔을 여러 번 문질렀다.
가만히 조정현에게 기대 있던 지승혁이 그의 피부에 키스하기 시작했다. 허리 쪽에서 엉덩이 부근을 찌르기 시작한 지승혁의 성기가 느껴졌다.
“형, 배고프실 텐데…….”
“국 끓으려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아, 하지만…… 으음.”
지승혁이 조정현을 안은 채 천천히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피부 위로 그림을 그리듯 입술을 움직이던 지승혁이 귓불을 빨며 혀를 굴렸다. 조정현은 유난히 귀가 약했다. 정확히는 귀에 바로 느껴지는 습한 소리가 조정현을 흥분시켰다.
지승혁의 손이 조정현의 중심으로 내려가 그의 것을 만졌다. 조정현이 부끄러운 듯 허리를 틀었지만 발기한 것을 숨길 수는 없었다.
바지를 아래로 끌어 내린 지승혁이 팬티 위로 조정현의 것을 천천히 문질렀다.
속옷을 벗기고 직접 만져 줬으면 좋을 텐데 그러지 않아 애가 탔다. 위아래로 문지르던 지승혁의 손이 어느 순간 움직임을 딱 멈추었다. 하지만 조정현의 성기 위에 얹은 손은 그대로였다.
다른 손으로는 조정현의 단단해진 젖꼭지를 긁듯이 건드리고 있었다. 손가락이 유두를 만질 때마다 예민해진 젖꼭지에서 찌릿거리는 감각이 퍼져 갔다.
조정현은 자극을 좇아 허리를 앞뒤로 꾸물거리며 움직였다. 입에서 절로 끙끙거리는 소리가 났다. 제대로 해 주지 않는 지승혁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요도구에서 나온 프리컴으로 그 부근의 팬티가 동그랗게 젖은 게 눈에 들어왔다.
“으, 으응. ……음.”
하기야 이미 흥분으로 달뜬 몸은 앞쪽의 자극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몸 안쪽이 이미 달콤한 기대로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조정현은 마치 요의를 참는 것처럼 무릎 사이를 비볐다. 입구가 움찔거리며 개폐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승혁이 형…… 페로몬…….”
조정현은 한숨과 함께 페로몬을 좀 더 달라고 졸랐다. 지승혁의 입술이 잠깐 움칫하는 것 같더니 이내 평소와 같이 느긋한 웃음을 떠올렸다.
“자기 페로몬을 이렇게 흘려 놓고 더 필요해요?”
“그, 그게 아니구요, 음…….”
조정현은 느릿하게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조금 이상하긴 했다. 지승혁에게서 이전처럼 강렬한 페로몬이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다. 한창 행위 중에 지승혁은 마치 조정현을 익사시키기라도 할 것처럼 많은 양의 페로몬을 내보내곤 했었다.
지금은 페로몬의 양도 양이거니와 그 농도가 상당히 연했다.
좀 의아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정색을 하고 페로몬이 왜 이러느냐고 물어보기도 뭐했다. 조정현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보다가 지승혁이 자신의 몸 상태를 걱정해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결론을 내렸다. 딱히 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승혁은 극우성 알파이기 때문이다. 극우성 알파나 극우성 오메가의 페로몬이 다른 이유로 인해 어그러질 수 있다는 사실을 조정현은 여태 들은 적도 배운 적도 없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던 조정현은 어느 틈엔가 식탁까지 왔다는 걸 깨달았다.
허리 쪽에서 느껴지는 굵고 단단한 좆이 어떤 식으로 자신을 괴롭혔는지가 생생했다. 그것이 자신의 안을 거침없이 찔러 주는 걸 상상하자 엉덩이 쪽이 애액으로 축축해지는 게 느껴졌다.
조정현은 지승혁의 하반신에 몸을 붙인 채 본능적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그러자 지승혁이 달큰한 한숨을 내쉬었다. 귓가에서 울린 숨소리가 기폭제가 되었다.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조정현은 한 손으로 식탁을 잡아 지지하고 다른 손으로 자신의 바지를 잡아 내렸다. 속옷에 묻은 애액이 끈적하게 실을 그리며 떨어졌다. 조정현은 지승혁 쪽으로 허리를 내밀었다.
“형아, 얼른…….”
“……우리 자기 이렇게 사람을 들쑤셔 놓고 어쩌려고 그래요.”
지독한 열기가 차오른 지승혁의 눈이 조정현을 샅샅이 훑듯 쳐다보았다.
옷을 벗는 시간도 아까운 듯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내린 지승혁이 한 손으로는 조정현의 허리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자신의 좆을 잡은 채 구멍에 귀두 끝을 맞추었다. 미끌거리며 마찰하는 게 쿠퍼액 때문인지 아니면 애액 때문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거칠어진 숨을 내쉴 때마다 조정현의 몸이 떨렸다.
조정현은 지승혁이 입구 근처를 둥글게 문지르기만 하는 것에 애가 닳아 조르듯이 허리를 움직였다. 조정현의 등에 입을 맞추던 지승혁이 이를 갈았다.
“흐, 읏. ……아, 아, 아. 아흐…….”
“하아, 그렇게 맛있어요? 엄청, 조여요.”
입구를 천천히 벌리며 지승혁의 좆이 안으로 들어왔다. 다물어져 있던 곳을 비집고 들어오는 뜨거운 살덩이는 진땀이 날 정도로 느린 움직임으로 내부를 채웠다. 느릿하게 밀고 들어오는 압박감에 절로 만족스러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진입이 너무나 더뎠다. 표면에 돋아난 굵은 핏줄마저 내벽에 새겨지는 것 같았다.
“으응, 형아, 아…… 흐으.”
감질이 났다. 좀 더 세게 쳐올려 주길 원했다. 안쪽에 느끼는 부분을 좀 더 세게 문질러 줬으면.
“왜요. 이게 아니에요?”
“어, ……아. 아? 아, 앗! 앗! 아윽! 아……!”
조정현의 허리를 양손으로 잡은 지승혁이 허리를 콱 짓쳐 올렸다. 델 것처럼 뜨거운 좆이 몸 안으로 깊숙이 박혀 들어왔다.
이어진 것은 머릿속을 쾅쾅 울리는 것처럼 강하고 빠른 움직임이었다. 갑작스러운 빠른 삽입에 내장까지 밀려 올라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조정현의 내벽은 그런 지승혁의 좆이 기쁜 듯 환호하듯 달라붙었다.
너무 강한 움직임에 미처 팔로 버티지 못한 조정현이 식탁에 상체를 엎드린 상태가 되었다. 차가운 식탁에 닿은 뺨이 순간적으로 시원했으나 잠깐이었다. 곧 조정현의 체온으로 금방 데워졌다.
“이, 일부러 그러셨, 으, 흐읏. ……으흑.”
“정현아, 이게 좋아? 응?”
“흐으, 아, 네, 좋, 좋아요. 아, 거기, 거기 좋, 앗. 아윽!”
거센 움직임이 계속될 때마다 뇌가 열로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등에 지승혁의 가슴이 닿았다. 포개어지듯 몸을 붙인 상태로 지승혁은 허리만을 격렬하게 움직였다.
조정현의 목덜미 근처에 코를 묻은 채 혀로 핥고 여린 피부를 살짝씩 깨물어 댔다. 보통 맥박이 뛰는 곳이 다른 부위에 비해 페로몬이 잘 흘러나오는 부분이기도 했는데 지승혁은 오늘따라 유난히 그 부위에 집착을 했다.
지승혁이 쳐올리는 것에 점점 몸이 들려 올라가 가까스로 발끝으로 섰지만 그마저도 점점 닿지 않게 되었다.
두 사람 다 옷도 제대로 벗지 않은 채 성기만을 내놓고 섹스하고 있다는 사실이 발정기를 맞은 짐승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사실이 더욱 조정현을 흥분시켰다. 헐떡이는 두 사람의 숨소리가 공간을 빈틈없이 메꿨다.
질척이는 소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심해졌고 허벅지 안쪽에 힘이 들어갔다.
찰랑이며 점점 차오르는 쾌감을 주먹을 쥔 상태에서 간신히 참아 내는 조정현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거나 빨아들이는 지승혁의 입술을 느꼈다. 피부를 물고 아프지 않게 자근거리며 씹어 대는 행위가 페로몬을 좀 더 달라고 조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에게 저도 모르는 이상한 취향이 있었던 걸까. 조정현은 제 몸에서 페로몬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나가는 걸 느끼며 입술을 깨물었다.
얼굴을 보지 않은 자세로 하는 섹스는 처음이었기에 마주 보고 할 때와는 다른 곳을 찔러 올리는 것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지승혁의 성기가 여리고 농익은 살을 쑤실 때마다 내벽이 옴찔거렸다. 거친 추삽질에 그의 성기를 물고 있던 구멍에서는 애액이 거품을 내며 엉겨 붙기 시작했다.
습하게 찔걱거리던 소리는 이제 쩌벅거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두 사람의 리듬이 같아졌다. 지승혁이 쳐올릴 때면 그의 것을 더욱 깊숙이 받기 위해 조정현이 허리를 내밀었다가 좆이 빠져나갈 때면 당겨 빠져나가는 시간을 줄였다.
살과 살끼리 부딪치며 나는 소리가 숫제 손뼉 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항문을 한계까지 벌리며 안으로 깊이 삽입하는 지승혁의 고환이 조정현의 엉덩이를 퍽퍽 쳐올렸다.
조정현의 내벽은 지승혁의 성기를 물고 아쉬워하며 쉬이 놓아주지 않았다.
“아, 형, 형아…… 아, 아!”
“하아, 크윽……. 정현아.”
조정현의 근육이 바짝 긴장했다. 절정이었다. 핏 내쏘아진 불투명한 정액이 바닥에 떨어지는 작은 소리가 났다.
이를 꽉 문 채로 전신을 벌벌 떠는 조정현의 안쪽 살이 미친 듯이 요동치며 지승혁의 좆을 주물럭거렸다. 오르가슴을 느낀 후 탈력이 찾아오는 틈을 타 지승혁이 다시 허리 짓을 재개했다.
“앗, 아윽. 아, 형아, 형아. 아, 아, 너무, 앗.”
절정을 맞은 직후의 몸은 예민하기 그지없었기에 바로 가해지는 쾌감은 한계를 넘어 마치 채찍을 맞는 것처럼 따갑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지승혁의 손가락이 조정현의 입 안에 들어왔다.
“아프면, 후우, 물어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