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스스로 하는 일을 후회한 적은 별로 없었지만 이번만큼은 좀 미안하기도 했다. 측은지심이라는 게 자신에게도 있었구나 하는 걸 깨달은 요 며칠이었다. 하지만 결국 지승혁은 지승혁이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꼭 이루었다.
따뜻한 물이 흘러내리는 조정현의 목덜미를 입술로 기듯이 키스했다.
“……형……? 흐……. 읏.”
“이제 형아라고 안 불러줄 거예요?”
“아니, 아뇨오. 그게 아니, 으, 흐읏.”
지승혁의 손이 조정현의 젖꼭지를 지그시 누르고 지분거리자 그의 목소리 색이 확연히 달라졌다. 조금 당황한 것 같기도 했지만 그의 페로몬은 지승혁을 밀어내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도 지승혁의 것을 받아들였던 항문은 그의 손가락을 쉽게 받아들였다. 꾹 밀어 넣은 손가락에 닿는 내벽은 이미 부드럽게 풀려있었고 딱 알맞을 정도로 죄어 물었다.
내벽이 씰룩이며 지승혁의 손가락을 오물거리는 감각에 절로 흥분되었다.
조정현은 지승혁의 팔을 지지대 삼아 붙잡고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안쪽을 몇 번 자극하자 안에서 애액과 함께 안에 싸질러둔 정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정액 특유의 풋 냄새가 습한 욕실에 퍼져 나갔다. 정액 냄새에 대한 호불호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주제로 생각한 적 역시 맹세코 한 번도 없었는데 조정현의 안에서 흘러나온 것은 달랐다. 그의 애액과 섞인, 자신의 정액이라는 사실이 지승혁 안의 무언가를 건드렸다.
이건 증표였다. 눈앞의 오메가가 자신의 것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의.
여러 가지 일도 꽤 많이 겪어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혀, 형아. 앗, 으흑.”
물소리와는 확연하게 다른, 점액질 소리가 욕실 안을 울리자 조정현이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몸을 떨었다.
피부색에 딱히 기호는 없었는데 취향이 바뀐 모양이었다.
조정현이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는 거나 한창 섹스 중에 붉어진 몸으로 허덕거리는 걸 보는 건 지승혁의 음심을 자극했다. 지승혁은 조정현의 입술에 가볍게 뽀뽀했다.
쪽, 이라기보다는 쵹이라는 글자에 어울리는 소리가 났다.
“우리 정현이는 설탕으로 만들어졌나. 왜 이렇게 달지.”
흥분으로 달아오른, 멍한 표정의 조정현은 천천히 눈을 깜빡거렸다. 속눈썹에 맺혀있던 물방울이 또르르 떨어져 내렸다.
“어, 그럼 좀 전에 달다고 하셨던 게.”
“너 말고 또 뭐가 있어, 정현아.”
“……아, 그러셨구나. 아뇨, 저는 형아가 맛을 느끼는 감각이 다른 사람이랑 좀 다른 게 아닐까 싶었, 헉. 아, 으, 으으읏……!”
지승혁은 조정현을 벽에 기대게 한 후 한쪽 다리를 들어 자신의 허리에 감게 만들었다. 그 후 이미 충분히 발기한 걸 조정현의 안에 천천히 밀어 넣었다.
입구가 팽팽히 벌어지며 지승혁의 것을 맛있게 삼켰다. 지승혁의 좆을 받아들이는 조정현이 입구에 힘을 넣었다가 빼는 타이밍이 기가 막혀서 정신이 쏙 빠질 정도였다. 잇새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머리 부분이 입구를 눌러 밀고 들어가자 구멍이 긴장으로 단단하게 다물어졌다. 그러나 몇 번의 진퇴를 반복하자 곧 녹진하게 풀어져 지승혁의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지승혁이 허리를 한번 거세게 위로 짓쳐 올렸다. 그러자 조정현의 입에서 아으, 하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내벽이 유연하게 움직이며 지승혁의 것을 쥐었다가 놓았다. 마치 개별적으로 살아있는 생물인 것 같았다.
한 번에 안으로 전부 삽입한 지승혁은 허리만을 움직여 조정현의 내부를 쑤셨다.
계속된 섹스로 자극되어 예민하게 부푼 점막이 그의 좆이 움직이는 대로 흔들렸다.
탁. 탁. 젖은 피부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조정현의 몸에서 나오는 페로몬 냄새에 뇌도 함께 취하는 느낌이었다. 달짝지근하지만 끈적거리지 않는 향. 정말 조정현과 꼭 닮은 냄새였다.
지승혁과 함께 히트 사이클을 보낸 후에는 조정현의 페로몬에 자신의 향이 조금 섞여 좀 더 독특한 향이 되었는데 그게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었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조정현은 완벽히 제 오메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 있을 지승혁의 러트 시기에 조정현과 함께 보내게 된다면 그 자신의 페로몬도 같은 상태가 될 거다. 상상만으로도 만족스러워졌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페로몬에 상대방의 향이 섞인다는 사실이 이렇게나 좋을 수가 없었다. 뭔가가 충족되는 기분이 들었다. 단발성이 아니라 평생을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지승혁에게는 조정현의 페로몬 향이, 조정현에게는 지승혁의 페로몬의 향이 배어 나오는 채로 살고 싶었다.
지승혁의 성기가 들어차 있는 조정현의 육벽이 꿈틀거리며 요동쳤다. 안에서 흘러나오는 애액으로 인해 찔걱거리는 소리가 점차로 커졌다.
조정현의 애액은 마치 꿀과 같이 달았다. 그 맛을 떠올리는 지승혁의 움직임이 조금씩 거칠어져 갔다.
“자, 아, 흐으. 자, 자기야.”
“……뭐?”
“응, 읏, 자, 자기야. 아, 아, 너무 좋, 으응.”
조정현은 정신이 없는 것처럼 중얼거리며 지승혁의 쇄골과 가슴에 입을 맞추었다.
지치지 않고 연신 내부를 쳐올리는 지승혁의 움직임에 조정현은 이제 거의 그에게 매달려 발끝으로 선 상태가 되었다. 지승혁은 조정현의 드러난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가까스로 땅을 딛고 있는 그의 다른 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앗, 잠까, 앗, 아, 아아.”
갑자기 몸이 들려 앞으로 안긴 꼴이 되자 불안해진 건지 조정현의 팔에 힘이 들어가 지승혁에게 달라붙었다. 물에 젖어 미끈미끈해진 피부가 문질러졌다. 뾰족하게 선 조정현의 젖꼭지도 지승혁의 가슴에 비벼졌다.
조정현의 하얗고 매끈한 가슴에 새겨놓았던 잇자국을 떠올리니 아쉬워졌다. 다시 한번 유두를 핥고 싶었지만 그건 다음을 기약했다.
“네, 말해요, 하아, 정현아. 우리 자기야. 왜. 후, 왜 불렀어요.”
제 입으로 몇 번이나 ‘자기’라고 했으면서 지승혁이 부르는 ‘자기’에는 면역이 없는 듯 입구에 힘이 들어갔다. 마치 끊어먹기라도 할 듯이 강하게 그의 것을 죄어댔다.
뜨겁게 달아올라 있는 내벽이 미친 듯이 그의 것을 죄며 마치 물결이 치는 것처럼 요동쳤다.
지승혁의 것이 제일 안쪽 깊은 곳을 자극하자 조정현은 참을 수 없는 것처럼 울음소리를 냈다.
“앗, 흑. 아, 너무 깊, 아흑. 아, 자기, 앗, 나 어떡, 흑……!”
절정에 다다른 듯 조정현의 전신에 힘이 들어갔다. 쫙쫙 달라붙는 내벽에 지승혁의 입에서도 어쩔 수 없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시야가 아찔해질 정도로 극상의 쾌락이 덮쳐왔다.
조정현의 허리가 어리숙하게 앞뒤와 위아래로 움직였다.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쾌감을 좇아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게 마냥 사랑스러워 보였다. 숫된 주제에 지승혁을 따라오는 점 역시 귀여웠다.
결국 몸 사이에 끼어있는 그의 것에서 말간 정액이 터져 지승혁과 조정현의 몸에 튀었다.
“다 쌌어요?”
“하아, 하……. 네에?”
“나도 슬슬 한계라.”
“네? 앗, 아윽, 앗, 앗! 아, 흐읏, 으응!”
의지할 곳 없이 지승혁에게 들린 채로 퍽퍽 처박히는 조정현은 한계를 넘어선 자극에 흐느끼며 고개를 도리질 쳤다. 지승혁은 물인지 땀인지 불분명한 액체로 흠뻑 젖은 조정현을 끌어안고 본능적으로 허릿짓을 했다.
조정현의 엉덩이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렇게 쫀득하고 맛있는 몸이 있을 수가 있다니.
“하아, ……씨발.”
절로 턱에 힘이 들어갔다. 욕설을 내뱉은 지승혁의 입술이 조정현의 입을 탐했다. 입속은 조정현의 안처럼 뜨거웠다. 작고 말캉한 혀를 비비고 살짝 이로 물자 조정현의 목구멍 안쪽에서 앓는 소리가 났다.
조정현의 몸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은 전부 다 작은 것 같았다.
빠듯하게 제 좆을 품어내는, 그 작다는 조정현의 구멍에 대고 허리를 움직이며 지승혁은 양심 없이 그런 생각을 했다.
“정현아. 이렇게 맛있는 건, 하아, 나만 먹고 싶은데.”
독점욕이라는 건 다른 사람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 ……네? 무, 으, 아아, 무슨 말, 씀……. 아!”
영문을 몰라 하는 조정현의 입술을 거칠게 탐했다. 사나운 정욕이 발톱을 숨길 새도 없이 그대로 드러났다.
“다른 새끼한테는 줄 생각도 하지 말라는 얘기야. 알겠어?”
“앗, 뭘, 무슨, 앗. 으읏. 아흑.”
조정현의 내부가 다시 한번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추삽질을 거듭하자 밖으로 나오는 애액은 이제 뚝뚝 떨어질 정도로 흥건했다.
바로 어제 첫 경험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야한 몸이었다.
“응? 하아, 정현아. 후우, 대답해야지.”
“뭘 먹, 앗, 흐, 아, ……으응……!”
지승혁은 한층 거세게 허리를 쳐올렸다. 좆대가리 끝 부분만 남길 때까지 빼냈다가 뿌리 끝까지 강하게 삽입하길 반복했다. 조정현의 안쪽 여린 살은 강한 움직임에 따라오지 못하고 잘게 경련했다.
“알겠어요? 하, 자기야. 알겠다고 해야지. 응?”
“아, 알겠, 알겠어요, 앗, 나 또, 앗, 혀, 형아. 나 ……. 아으.”
강요된 대답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조정현이 고장 난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연이은 사정으로 이제는 거의 투명해진 물이 조정현의 성기에서 흘러나왔다. 잘게 경련하는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 주르륵 떨어질 것 같았으나 지승혁의 억센 팔이 잘 붙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