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몰라요?”
얼굴이 가까워졌다. 숨결까지 닿을 정도였다.
지승혁의 얼굴이 조정현의 얼굴과 목 그리고 쇄골 근처를 배회하듯 떠돌며 냄새를 맡았다.
“페로몬 냄새.”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은밀한 곳을 내보인 느낌이 들었다. 발끝까지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이 냄새를 아무도 못 맡았다고?”
지승혁은 어느새 말을 놓고 있었다.
꿀꺽. 침을 삼킨 조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참 다행이네요. 만약에 다른 새끼가 이 냄새를 맡았다고 생각하면 당장 잡아다가 없애버렸을 거예요.”
지승혁은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정작 손은 대지 않고 있었다.
안달이 났다. 눈앞의 지승혁에게 닿고 싶었다. 저 큰 손으로 만져줬으면. 구석구석 남은 곳 없이 전부 매만져줬으면. 그런 바람이 숨길 새 없이 몸집을 키우며 부풀었다.
왜 이렇게 애를 닳게 하는 걸까.
애가 타는 건 자신만일까.
이런 폭풍 같은 감정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모조리 쓸려나가는 것 같았다.
히트 사이클이란 원래 이런 걸까.
언제나 히트 사이클의 징조가 보이면 무조건 약부터 먹었던 조정현이었다. 제대로 된 히트 사이클을 겪는 이번이 처음 느껴보았기에 이게 평범한 건지 아닌지 판가름할 수도 없었다.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었으니 기준이 없었다.
그저 눈앞에 있는 알파가 가지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없애버리시고, 그냥 끝이에요?”
조정현은 원망스럽게 지승혁을 쳐다보았다.
그를 내려다보던 지승혁은 눈이 부신 걸 보는 듯 눈매를 가늘게 떴다.
“겁이 없네. 정현 씨는 내가 뭘 할 줄 알고 그래요.”
확실히 뭔가 어떻게 된 모양이었다. 하다하다 이젠 ‘정현 씨’라는 호칭마저 거슬렸다.
자신에겐 사장님이랑 호칭도 고치게 했으면서 지승혁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했던 호칭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 사장님은 저한테 뭘 하시려구요.”
조정현은 대담하게 말했다. 갑자기 튀어나온 사장님이라는 호칭에 지승혁이 눈매를 기울였다.
“내가 정현 씨라고 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어요?”
“…….”
바로 푹 정곡을 찔러왔다.
조정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지승혁은 낮게 웃음을 흘렸다.
“정현아. 어쩌려고 이렇게 부추겨. 응?”
호칭이 달라졌을 뿐인데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진 느낌이 들었다.
“원래 어린애는 건드리는 거 아닌데.”
“저 어린애 아니에요.”
“스물다섯은 지나고 말해요.”
놀리는 게 명백한 말투에 조정현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내밀었다.
“……계속 놀리시기만 하고, 자꾸. ……못됐어요.”
지승혁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은 계속 고민 중이에요.”
지승혁의 손가락이 조정현의 피부 표면을 유영했다.
예민해진 피부는 지승혁 손가락의 지문마저도 느끼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조정현이 무슨 고민이냐는 질문에 그는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한번 하면 이전으로는 못 돌아갈 텐데. 정현이가 견딜 수 있을까.”
아, 한계다.
조정현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 발을 들어 지승혁의 입술에 제 입술을 비볐다. 탄력 있고 뜨거운 입술이 느껴졌다. 조정현은 얼굴이 터질 것 같았다. 둥둥거리는 심장 소리가 숫제 북소리 같았다.
“요, 용기가 없으신 것 같아서요. 이, 이제 못 돌아가요.”
지승혁이 허, 하고 낮게 탄성을 질렀다. 지승혁의 눈 안쪽에서 파륵하고 불길이 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으음……!”
제가 했던 키스는 완전히 어린아이 장난이었다.
지승혁의 몸에서 터져 나온 페로몬이 조정현을 흠뻑 적셨다. 마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찐득한 액체에 담갔다가 빼낸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기대로 전신이 잘게 떨려왔다.
어깨를 들썩이며 지승혁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혀와 혀가 섞였다. 말캉거리는 감촉이 싫을 법도 했는데 그런 거리낌은 전혀 없었다. 누구의 타액인지 모를 것을 삼킨 조정현이 그를 끌어당겼다. 안쪽에서 울컥거리며 무언가가 흘러나와 다리 사이를 적셨다.
저도 모르게 다리를 붙이며 비비던 조정현의 가랑이로 지승혁의 다리가 끼워졌다. 어느새 발기한 성기를 지승혁의 허벅지가 문지르자 짜르르 전기가 통하는 듯했다. 자신이 얼마나 흥분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이는 것 같아 참을 수 없이 부끄러워졌다. 엉덩이를 뒤로 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지승혁은 집요하게 조정현의 혀를 빨고 살살 물었다.
너무 좋았다.
너무 좋았는데.
“……음, 흐읍, 으응…….”
숨을 참고 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벌린 입술로 숨을 쉴라치면 지승혁이 혀를 들이밀었다. 지승혁은 입안으로 들어온 그의 혀를 밀어내려 하는 조정현의 혀를 빨고 비벼 올렸다.
결국 조정현이 지승혁의 어깨를 두드렸다. 열다섯 번째쯤 두드렸을 때에서야 간신히 지승혁의 입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조정현은 숨을 몰아쉬었다. 지승혁은 왜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찌푸린 눈이 조정현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숨 쉬는 법 몰라요?”
“해……. 해본 적이 없는, 하아, 없는데 어떻게 알아요.”
원망스럽게 내뱉는 조정현의 뺨에 지승혁이 가볍게 뽀뽀했다.
호흡을 할 수 없어 헐떡거린 게 바로 조금 전인데 몸은 그것도 잊었는지 허리가 앞뒤로 흔들렸다. 지승혁이 그런 조정현의 허리를 잡았다. 갑작스럽게 움직임이 막힌 조정현이 영문을 몰라 지승혁을 올려다보았다. 너무 밝힌 건가 싶어 창피해졌다.
“안달이 나? 응? 왜 감춰. 너만 그런 것 같아?”
배 쪽에서 단단한 감촉이 느껴졌다. 성이 잔뜩 난 지승혁의 것이 느껴졌다.
지승혁 뿐만이 아니었다. 조정현 역시 흥분한 건 마찬가지였다.
“……엇, 아……!”
지승혁이 문을 여는 바람에 문에 기대고 있던 조정현의 몸이 뒤로 휘청였다. 지승혁은 그런 조정현의 허리를 붙잡으며 제 몸에 꽉 끌어당겼다. 흥분한 성기가 옷 사이로 문질러져 지독한 도취감이 들었다. 짧게 숨을 내쉬며 어깨는 떠는 조정현의 목덜미에 지승혁이 입술을 묻었다.
뜨거운 호흡이 닿았다.
“아, 흐으…….”
조정현의 어깨가 떨렸다. 지승혁에게서 나오는 페로몬이 점점 더 진해지고 짙어졌다. 이대로 질식해버릴 정도로 농도 짙은 페로몬이 주변에 퍼져 나갔다. 눈앞이 아찔거릴 정도였다.
이게 바로 극우성 알파의 페로몬일까.
뇌가 열로 절절 끓는 것 같았다.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조정현은 저도 모르게 지승혁의 다리에 제 하반신을 비비고 있었다. 몸이 멋대로 좀 더 강한 자극을 얻기 위해 움직였다. 지승혁은 끙끙거리며 허리를 문지르는 조정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앞에 완전히 젖었네.”
지승혁이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지적하자 조정현이 열기 띈 눈동자를 움직였다. 불룩하게 튀어나온 바지의 한 부분이 동그랗게 젖어있었다. 그게 제 성기에서 나온 거라는 사실을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지승혁이 먼저 조정현에게 키스했다. 혀가 가지런한 치아를 훑고 입속으로 들어와 입천장을 건드렸다.
지승혁의 손이 주저 없이 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따끈한 손이 조정현의 허리를 만지다가 위쪽의 가슴을 쥐었다. 판판한 가슴일 뿐인데 젖꼭지에 지승혁의 손가락이 스치고 지나가자 입술에서 절로 신음이 튀어나왔다.
“내가 어딜 만져줬으면 좋겠어요?”
“그, 그만 괴롭히세, 아으…….”
“괴롭혀요? 내가? 정현이 기분 좋게 해주려고 이러는데 억울하네. 어디가 좋아요. 말해봐요.”
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났다. 어느새 바지가 벗겨져 조정현의 맨다리가 드러났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지승혁은 조정현의 상의마저 벗겼다. 만세, 하는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따라 한 조정현은 티셔츠를 벗고 나서야 자신이 한 행동을 깨달았다.
“애 아니라니까, 자, 자꾸만…….”
원망스럽게 말하는 조정현을 침대에 눕힌 지승혁이 그 위로 올라왔다.
“애 취급하는 것 같아서 기분 상했어요? 그런데 내가 널 애로 봤으면 이러지 않거든, 정현아.”
지승혁도 입고 있던 니트를 벗었다. 꽉 짜인 근육이 드러났다. 잘 발달 되어 탄탄한 가슴과 그 아래에 눈에 띌 정도로 갈라져 있는 복근이 마치 예술가가 공들여 조각한 것 같은 몸이었다. 지승혁이 움직일 때마다 근육이 물결치듯 움직였다.
지승혁은 조정현의 몸을 샅샅이 훑듯이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여기도 색이 연해.”
지승혁이 감탄하듯 조정현의 젖꼭지를 꼬집었다. 아프진 않았지만 옆구리 쪽이 근질거리는 느낌에 그만 어깨를 움칫 떨었다.
지승혁의 손이 조정현의 가랑이 사이로 불쑥 들어왔다. 깜짝 놀란 조정현이 허리를 튕겼다.
원래 동성끼리 성교를 하게 되면 그곳을 사용한다는 기본 지식은 있었으나 실제로 누군가가 만지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샤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동시였다.
“저, 좀 씻, 씻고서…….”
“다른 생각 할 정도로 여유가 있네.”
지승혁이 조정현의 목덜미를 빨아들이며 말했다. 따끔한 감각이 피부에 느껴졌는데 그마저도 달콤하게 느껴졌다. 속옷을 벗기는 손길을 느낀 조정현이 두 손으로 성기 쪽을 가리려 했으나 그보다 먼저 지승혁이 손에 쥐었다.
조정현의 성기를 손에 쥔 지승혁이 몇 번 성기를 쥐고 흔들자 성기 끝에서 물이 줄줄 흘렀다. 찔걱. 찔걱. 지승혁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다.
“……으, 아……. 아흐으…….”
“기분 좋아?”
상냥한 목소리였다. 조정현은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절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주체할 수 없었다. 허리가 저도 모르게 앞뒤로 흔들렸다. 좀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몸이 지승혁 쪽으로 밀어붙이자 침대와 허리 사이에 공간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