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화
한수호의 공격은 빠르고 치명적이었다.
방금 유대룡의 수하의 가슴에 구멍을 낸 공격은 다름 아닌 소닉붐.
유대룡조차 한수호의 움직임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소닉붐의 속도는 빨랐다.
한수호의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1분 45초가 남았다는 말을 내뱉자마자 그가 오른손을 아래로 확 내리그었고, 그와 동시에 허공에 떠 있던 나샬검이 번개처럼 또 다른 사내의 머리 위로 내리꽂혔다.
푸학!
새까만 검이 사내의 머리를 뚫고 들어가 가슴팍으로 튀어나왔다.
쿠웅
마법진으로 무서운 공격을 가하던 사내는 피할 생각도 못 하고 그대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짧은 전투가 이루어지는 사이 한수호는 나샬검에 이기어검 특성을 사용해 미리 사내의 머리 위로 위치시켰던 것.
너무도 순식간에 두 수하가 죽어버리자 유대룡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하지만 더 이상은 유대룡도 입으로 떠들지 않았다.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날아간 유대룡.
그는 손에 쥔 참살마도로 한수호를 향해 십자형의 도기를 날렸다.
촤악. 촥!
날아가는 동안에도 십자형의 도기는 계속 회전했다.
그리고 거기서 발생한 풍압이 한수호의 주변 공기를 강력하게 짓눌렀다.
참살마도가 지닌 힘의 특징은 중력.
검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을 모두 강력한 중력으로 짓눌러 적이 움직일 수 없게 만들고, 가차 없이 베어버리는 마화기가 바로 참살마도였다.
용마검은 파괴력에 특화 되어 있고, 염화갑은 모든 걸 태워버리는 불의 특징을 지녔다.
미소마궁은 섬전의 특징을, 광마의 창은 관통의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참살마도가 지닌 중력의 힘이 한수호를 옭아맸다.
중력의 힘이 미치는 범위는 전방위 10미터.
참살마도의 타겟이 된 순간, 곧바로 꼼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맨몸으로 참살마도의 도기를 받아내지 않고는 피할 수조차 없는 것이다. 하지만,
콰드득
한수호가 라뮬검을 참살마도가 만들어낸 중력의 장막에 꽂아 넣었고.
촤아악!
그랑검으로 장막을 찢어버렸다.
파캉!
중력 장막이 산산이 깨어졌다.
단 한 번도 강제로 깨어진 적이 없었던 참살마도의 중력 장막.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유대룡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사이 한수호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십자형의 도기를 라뮬과 그랑으로 거세게 후려쳐 허공으로 튕겨냈다. 그리고,
츄아아아악
눈부신 속도로 유대룡을 향해 달려들었다.
당황한 유대룡은 급히 참살마도를 휘둘렀다.
그 안에 담긴 힘은 파급 마공사마저 단숨에 쪼갤 정도로 강력했다.
한수호는 그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저 왼손을 들어 그랑검에 얼음의 기운을 쏟아부을 뿐.
파칭-
그랑검이 순식간에 방패의 모습으로 변형되었고, 참살마도가 그 위에 떨어졌다.
꽈아아아아아앙!
엄청난 충격파가 터지며 두 사람 모두 반대쪽으로 튕겨 나갔다.
하지만 한수호는 곧바로 땅을 박차며 다시 튀어 나가 라뮬검을 힘껏 찔러넣었다.
라뮬은 이미 화염의 기운을 받아 장창의 형태로 모습을 변형한 뒤였다.
화르르르륵
거세게 불타오르는 장창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공간을 꿰뚫었다.
유대룡은 이를 악물고 참살마도로 장창을 힘껏 올려 쳤다.
꽈앙!
창과 도의 충돌에 눈부신 빛이 번쩍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답답한 신음성.
“크윽!”
유대룡이었다.
라뮬의 불꽃창은 참살마도에 화염을 쏟아부었고, 화염은 참살마도를 타고 올라 유대룡의 오른팔까지 태워버린 것.
황급히 오른팔에 마나를 밀어 넣어 화염을 소멸시킨 유대룡은 혼신의 힘을 다해 다시 한번 참살마도의 중력 베기를 펼쳐냈다.
촤아아악!
공간을 가르는 참살마도.
한수호는 또다시 중력의 장막에 휩싸여 움직임이 둔화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한수호는 유대룡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꽈아아아아앙!
그랑의 방패가 참살마도의 중력 베기를 막아낸 순간,
후우우웅!
참살마도가 튕기며 활짝 열린 유대룡의 가슴팍으로 라뮬의 창이 파고들었다.
꼼짝없이 창에 가슴을 관통당할 상황.
바로 그때였다.
번쩍!
유대룡의 오른쪽 눈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졌다.
눈동자에 새겨진 오성의 마법진.
별 모양의 마법진에는 다섯 개의 구슬이 새겨져 있었고, 구슬은 백, 흑, 녹, 적, 황의 다섯 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중 적색의 구슬이 눈동자 중앙으로 미끄러져 들어온 순간,
푸화아아아아악!
유대룡의 온몸에서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기세가 사방으로 뿜어졌다.
유대룡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그의 체격이 2.5미터까지 커졌다.
그리고,
투캉!
한수호가 찔러 넣은 라뮬의 창이 유대룡의 몸에 부딪혀 튕기고 말았다.
“…!”
한수호는 창을 쥔 손에서 전해지는 얼얼함에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변화된 유대룡을 응시했다.
[신체외적능력] : 1,860/9999
[신체내적능력] : 30/99
[마나] : 23,600/99999
[육체한계치] : 2/3
유대룡의 능력치가 정확히 두 배로 뛰었다.
유령슈트의 효과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다.
단순히 슈트의 효과였다면 육체한계치가 상승하지는 않았을 터.
이건 눈동자에 생긴 마법진에 의한 현상이 분명했다.
그런 한수호의 생각을 검증해 주듯,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용마검이 또 다른 마화기를 발견했습니다.
>>발견된 마화기에게 부여된 이름은 ‘백화의 마안’입니다.
>>백화의 마안이 용마검의 존재를 인지했습니다.
백화의 마안.
유대룡의 눈에 떠오른 마법진은 다름 아닌 7대 마화기였던 것이다.
‘설마, 눈동자 자체가 마화기라고?’
백화의 마안은 눈 모양의 구슬이다.
그것이 오른쪽 눈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유대룡은 본래의 눈을 빼내고 백화의 마안을 그 자리에 박아넣었다는 말이다.
“흐흐. 이제 알겠군. 용마검을 차지한 것이 네놈이었어.”
유대룡은 백화의 마안 덕분에 한수호가 용마검의 주인이라는 걸 알아냈다.
지금까진 마화기의 주인이라고 해도 용마검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지만, 백화의 마안이 지닌 격이 결코 낮지 않았기에 용마검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
“1분 2초 남았습니다.”
한수호는 담담하게 말했다.
유대룡이 백화의 마안까지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지만, 그렇다고 평정심이 흔들릴 정도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
“아직도 여유를 부릴 생각이냐? 내 몸 안에 백화의 마안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58초 남았습니다.”
한수호는 유대룡과 길게 이야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자 유대룡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카운트가 끝나기 전에 네 놈을 죽여주마.”
말을 마친 순간, 유대룡의 눈에서 다시 한번 빛이 번쩍했다.
좀 전에는 붉은색 구슬이 눈동자 중앙에 위치했으나, 지금은 녹색의 구슬이 중앙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리고,
“크아아아!”
유대룡이 입을 쩍 벌리자 새하얀 연기가 확 뿜어져 나왔다.
연기는 주변을 빠르게 침식했다.
그 연기에 닿은 것들은 죄다 부식하기 시작했다.
‘독?’
그건 독무였다.
닿는 모든 것을 빠르게 부식시키는.
더불어 움직임을 느리게 만드는 슬로우 효과까지 지닌, 독무.
하지만 한수호에겐 큰 의미가 없었다.
한수호는 남들이 상상도 하지 못하는 내성을 잔뜩 가지고 있었다.
[고통-95%][노화-51%][감속-83%][미끄러짐-57%]
[불-73%][물-71%][번개-96%][독-81%]
[두통-63%][구토-52%][숙취-84%][간지러움-37%]
무려 12개나 되는 내성 능력.
그중 이 독무에 대항할 수 있는 내성도 두 가지나 존재했다.
감속 내성은 83%였고, 독 내성은 81%나 된다.
약간의 영향조차 없는 건 아니지만, 검에 꿰뚫린다 해도 이쑤시개에 살짝 찔리는 수준의 영향밖에 되지 않았다.
“55초 남았다는 걸 알려드리죠.”
한수호가 아무렇지 않게 독무 속에서 숨을 쉬는 모습에 유대룡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또 무슨 술수를 부린 거지?”
“시간은 계속 흘러갑니다.”
“좋아. 모든 걸 한 번에 쏟아부어 주겠다!”
유대룡은 자신이 생각한 회심의 공격들이 한수호에게 별 소용이 없다는 것에 크게 분노했다.
그래서 모든 걸 쏟아부어 단숨에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번쩍! 번쩍! 번쩍!
유대룡의 눈에서 연속으로 세 번 강한 빛을 뿜어냈다.
검은 구슬이 눈동자 중앙으로 움직였을 때, 죽어버린 두 사내의 시체가 스르륵 몸을 일으켜 세웠고,
하얀 구슬이 미끄러져 들어갔을 때, 마나력이 50%나 확 증폭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샛노란 황금빛 구슬이 눈동자의 정중앙을 차지했을 때, 유대룡의 육체가 또 한 번 변하기 시작했다.
우드득. 쿠득. 콰드드득.
3미터를 훌쩍 넘는 크기로 체격이 커지더니 몸의 좌우, 그리고 머리 위로 지름 1미터 정도 되는 커다란 구체들이 떠올랐다.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모습에 한수호는 유대룡의 능력치를 다시 확인했다.
[신체외적능력] : 6,320/9999
[신체내적능력] : 50/99
[마나] : 57,200/99999
[육체한계치] : 3/3
실로 엄청난 수치.
이 정도면 한수호가 만난 인간 중에는 감히 따를 자가 없을 만큼 강력한 인간이었다.
과연 유대룡은 달랐다.
아니, 과연 이프리트의 수장이라는 생각이 드는 능력치였다.
백화의 마안은 실로 엄청났다.
용마검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격이 높은 마화기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유대룡은 이미 끝났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두렵고 공포스럽겠지. 네깟 놈이 나와 같은 존재가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해 봤을까? 후후후.”
한수호를 한껏 깎아내리는 말.
하지만 한수호는 별 반응 없이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43초 남았습니다.”
그 말에 유대룡의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이제 끝내주지.”
쿠웅
유대룡이 거대해진 몸으로 한 발 크게 내디딘 순간,
퍼엉!
그가 서 있던 자리로 공간이 터져 나가더니 순식간에 한수호의 등 뒤에 나타나 참살마도를 내리쳤다.
거의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
하지만 한수호는 이번에도 그랑의 방패로 참살마도를 멋지게 막아냈다.
꽈아아아아앙!
거친 충격파와 함께 한수호가 실 끊어진 연처럼 튕겨 날았다.
퍼엉
또다시 유대룡의 몸이 사라졌다가 튕긴 한수호의 위쪽에 나타났다.
부우우우웅
참살마도가 한수호를 반으로 쪼갤 듯 베어졌다.
이번에도 한수호는 그랑의 방패로 공격을 막아냈다.
콰앙!
빛이 번쩍하며 충격파가 터졌고, 한수호는 그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바닥에 거칠게 부딪혔다가 반동으로 튀어 오른 한수호.
그런 한수호의 앞에는 또다시 유대룡이 우뚝 서 있었다.
“죽어라!”
유대룡이 두 팔에 힘을 잔뜩 주며 가슴을 내밀자, 그의 몸 주변에 떠 있던 세 개의 구체가 태양광에 가까운 눈부신 빛무리를 뿜어냈다.
그때, 죽었던 시체 두 구가 쏜살같이 달려들어 한수호의 팔과 다리를 꽉 붙잡았다. 그리고 강렬한 빛의 광선이 한수호의 몸통에 직격했다.
즈아아아아아아아앙
광선에 직격한 한수호는 무려 50미터나 날아가 건물까지 뚫고 깊숙하게 처박혔다.
그 충격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별관처럼 쓰였던 특무부 5층 건물 하나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유대룡은 무너진 잔해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리고 흔들거리며 서 있는 시체 두 구에게 손짓했다.
시체는 재빨리 잔해 쪽으로 달려가더니 그나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물 잔해를 마구 때려 부쉈다.
생전에 지녔던 힘이 강했기 때문인지 시체가 발휘하는 능력도 범상치가 않았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콰광!
잔해 속에서 두 줄기 빛이 튀어나왔다.
그 빛은 섬전처럼 허공을 선회했고, 건물 잔해를 때려 부수던 두 시체의 몸을 그대로 관통했다.
그걸로도 모자라 시체 두 구의 몸을 잔인할 정도로 난도질했다.
서걱. 치칵!
차르륵, 촤악!
단 몇 초만에 수백 조각으로 잘게 다져진 시체는 더 이상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쿠르릉.
건물 잔해가 크게 들썩이더니 흙먼지를 뒤집어쓴 한수호가 몸을 털면서 걸어 나왔다.
그런 한수호의 머리 위에는 세 개의 검이 두둥실 떠 있었다.
“이제 7초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