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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337화 (337/375)

337화

화산 중턱에 내려선 한수호 일행.

그들 앞에는 웅장한 모습의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산 한쪽을 거의 다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커다란 그건 꽤나 익숙한 모습의 신전이었다.

2미터나 되는 굵은 기둥들이 수없이 세워져 만들어진 신전.

그 형상은 과거 한수호가 처음으로 라그나로크를 얻었던 신전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했다.

기둥마다 새겨진 거대한 몬스터들.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한 조각들이 한수호 일행을 맞이해 주고 있었다.

“여기서 시간 끌 필요 없이, 곧바로 신전 안으로 들어갑니다!”

한수호가 외치자 신유를 비롯한 일행들 모두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한수호 일행의 접근을 알아차린 몬스터들이 끝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순식간에 신전 주변은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로 가득해졌다.

한수호와 일행들은 몬스터들이 만들어낸 장벽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피와 살점이 튀는 전투가 시작되었다.

일행의 무력은 압도적이었다.

제아무리 몬스터들의 등급이 1급을 넘어선다고 해도, 케이시와 신유가 가볍게 뿜어내는 공격엔 맥을 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백윤후와 서은채 또한 크게 어려움없이 몬스터들의 벽을 무너뜨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거기에 사툴란과 살이, 범이가 든든한 탱커 역할을 해 주고 있어서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일행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월과 고니는 날쌘 움직임으로 거구의 몬스터들 사이를 파고들며 치명적인 공격을 가했으며, 라라는 강력한 마법을 써서 일행의 몸에 방어막을 씌우고, 공격력을 높이는 버프를 걸어주었다.

모두가 마치 수년간 함께 파티를 이루어 몬스터들을 사냥해온 사람들처럼 손발이 척척 들어맞았다.

그 어떤 몬스터들도 이들의 앞길을 막아낼 수 없었다.

콰아아아아아아

급기야 초대형 몬스터들은 드래곤처럼 입으로 브레스를 뿜어내기도 했고,

쿼어어어어어!

크아아아아앙!

몇몇 몬스터들은 피어까지 일으켜 일행들에게 걸린 버프를 걷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리커버리!”

라라가 복구 마법을 펼쳐내자 사라졌던 버프들은 다시 일행의 몸 위에 씌워졌다.

퍼어억!

꽈아앙!

서걱. 스칵!

한수호 일행들이 펼쳐낸 공격들은 하나같이 파괴적이었다.

단번에 몬스터들의 머리가 터져 나갔으며, 몸통이, 팔과 다리가 거침없이 잘려 나갔다.

신전 입구까지 100미터나 되는 거리를 꽉 채우고 있던 몬스터들이 홍해가 갈라지듯 좌우로 갈라지고 있었다.

마치 쐐기처럼 몬스터들의 장벽을 꿰뚫고 신전으로 진입한 한수호 일행.

그들이 신전의 계단 위를 올라서자 더 이상 몬스터들은 다가오지 못했다.

멀찍이 떨어진 상태에서 그저 일행을 향해 괴성을 지를 뿐이었다.

한숨을 돌린 일행은 서둘러 신전 안으로 진입했다.

기둥들에 잔뜩 새겨진 몬스터들의 형상을 지나치던 중이었다.

“…이건?”

한수호는 신전의 입구 바로 앞에 놓인 두 개의 동상을 보고 흠칫 놀랐다.

한수호가 라그나로크를 얻었던 신전에도 있었던 대영웅 아스와 루나의 동상이 이곳에도 똑같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곳의 동상은 매우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스는 칼날 같은 손톱을 지닌 검은 손에 의해 머리가 뽑혀 나가는 형상을 하고 있었고, 루나는 팔과 다리가 잘린 채 피를 흘리며 기어가는 형상이었다.

“아스와 루나를 지독히도 증오하는 모양이야.”

신유가 한마디 하자, 케이시도 한마디 거들었다.

“발자크는 봉인된 이후, 수백 년이 지나는 동안 아스와 루나를 이 동상들처럼 죽이고 싶어 했으니까….”

케이시는 자기도 모르게 반말을 해버렸고, 이에 한수호가 눈짓을 주자 급히 말을 덧붙였다.

“까…요.”

“오랜 세월 볼케스의 손에 키워졌으니 인간의 예법 같은 건 모를 수도 있지. 오히려 아스루나의 인간이 아무 위화감도 없이 한국어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뿐이야.”

신유는 케이시가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꽤나 인상 깊어 했다.

“볼케스 님의 통역 마법은 국가와 세계를 넘어 차원까지 넘나들 수 있으니까…요. 흐흠. 흠.”

“그런데, 케이시. 넌 혹시 알고 있나? 아스와 루나가 발자크를 봉인한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한수호는 신전 안으로 들어서며 질문을 던졌고, 케이시는 그런 한수호를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럼 아스와 루나의 마지막에 대해 후대에 전해진 내용이 전혀 없다는 거냐?”

오히려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게 이상하다는 말에 한수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본 건, 캡슐에 들어있는 아스의 시체뿐이다. 그것도 증명의 탑 꼭대기에서 본 게 다라고.”

“아스의 시체가 캡슐에 담겨 있었다?”

케이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뭔가를 떠올렸는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 결국 그렇게 된 것이로군. 그토록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더니, 끝내 소원을 이뤄내진 못했던 거였어.”

케이시의 혼잣말에 한수호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쳐다봤다.

“원래의 세상이라니? 설마, 아스와 루나가 이곳 아스루나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냐?”

“이곳의 인간들은 대마왕 발자크를 막아낸 아스와 루나를 기리기 위해 그들의 이름을 따서 아스루나 대륙이라고 이름 붙였다. 본래 이 대륙의 이름은 볼케스 님의 이명인 ‘이자투스’라고 불렸었지.”

아스와 루나의 등장 전부터 대현자 이자투스로 활동해 왔던 볼케스.

그로 인해 대륙의 이름 또한 원래는 이자투스였다는 게 케이시의 말이었다.

“아스와 루나는 이자투스 대륙의 인간이 아니었다. 너희들처럼 게이트를 통해 이곳으로 넘어온 이세계의 존재였지. 발자크를 봉인하고 세계수의 조각들을 모으면 본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했었는데….”

케이시가 한 말에서 신유가 뭔가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네 말투는 마치 직접 그들이 한 말을 들은 것 같구나? 아스와 루나는 수백 년 전의 인물 아니었느냐?”

“네? 아, 그건…. 저도 볼케스 님에게 그렇다고 들었다는 말입니다. 너무 현실감 있게 말씀해주셔서 저도 모르게 볼케스 님을 따라 하고 말았네요.”

“뭐, 그렇다면야….”

간신히 시유의 의심을 피해가는 데 성공한 케이시.

그녀는 급히 한수호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네가 아스의 시체를 봤다고 하니 그들은 세계수의 조각을 찾지 못했거나, 찾았다 해도 그걸로 돌아갈 방법을 알아내지 못했던 것 같다.”

“세계수의 조각이라….”

한수호는 케이시의 말을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미 한수호는 세계수의 조각이라 불릴 만한 물건을 세 개나 가지고 있었다.

세계수의 씨앗.

세계수의 잎.

그리고 세계수의 뿌리까지.

한수호는 이 세계수의 조각들을 발자크의 파편을 쓰러뜨리고 얻어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얼지 너무도 궁금해졌다.

‘발자크를 봉인한 아스가 본래 세계로 귀환하지 못하고 결국 목숨을 잃었고, 그로 인해 세계수의 조각들도 뿔뿔이 흩어졌다는 건가? 그걸 발자크의 파편들이 다시 찾아낸 것이고?’

현재 추측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케이시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구가 존재하는 차원이 있고, 아스루나의 차원이 있으며, 아스와 루나의 원래 고향인 세 번째 차원이 또 존재한다는 것.

그럼 네 번째, 다섯 번째 차원이 더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하… 말로만 듣던 다중우주가 바로 이런 건가?’

한수호도 처음엔 이 아스루나라는 대륙이 우주 저 먼 곳 어딘가에 존재하는 외계의 행성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수차례에 걸쳐 아스루나를 오가면서 그 생각은 틀어졌다.

아스루나 대륙의 형태가 지구의 대륙과 너무 닮아 있었다.

크기만 다를 뿐, 지구의 대륙과 아스루나의 대륙은 판박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한수호는 아스루나가 지구의 먼 과거이거나, 반대로 먼 미래가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케이시는 아스와 루나 또한 또 다른 세계에서 건너왔다고 말하니 과거나 미래의 세계는 아니라는 셈.

그렇다면 똑같은 지구가 세 개의 차원 속에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존재한다는 이론이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세 개의 차원에 똑같이 존재하는 세 개의 행성.

크기는 다를지라도, 그 행성들의 시공간이 서로 겹치게 되면서 발생한 균열이 바로 게이트이리라.

“아스가 그랬다고 하더라고. 세계수의 조각들을 모두 모으면 원하는 세계로 갈 수 있는 차원의 문을 열 수 있다고 말이야.”

“세계수의 조각이 몇 개인지 혹시 알아?”

“내가 듣기로는…. 세계수의 조각은 네 개이면서 일곱 개라고 하던데?”

“네 개이면서 일곱 개는 또 뭔 말이야?”

“나도 그 이상은 모른다.”

말하는 표정으로 보아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럼 내가 가진 세계수의 조각 말고도 최소 한 개에서 네 개가 더 존재한다는 거잖아?’

그 말은 곧, 발자크의 파편이 아직 더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곧 발자크가 봉인된 봉인구를 찾게 되는 마당이니, 더는 파편에 얽매일 이유가 없었다.

한수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서은채가 조심스럽게 한마디를 꺼냈다.

“저기, 수호 오빠. 제가 한 가지 말을 안 한 게 있는데요.”

“…뭔데?”

“오빠가 저한테 준, 그 큐브. 그걸 사용해서 침묵의 협곡에 다녀왔다는 건 알죠?”

“알지. 거기서 최종 단계까지 통과해서 0티어 특성을 손에 넣었다면서?”

“네, 맞아요. 그런데, 그 침묵의 협곡이 영원히 봉인된다는 메시지가 떠오르면서 이상한 영상 같은 걸 보여줬든요?”

서은채는 침묵의 협곡에서 튕겨져 나오기 전에 본 영상이 담고 있는 내용을 한수호에게 말해주었다.

영상은 네 개의 검을 찬 청년과 델링그를 등에 매고 있는 여인이 겪었던 행적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보여줬다.

두 사람은 엄청나게 강력해 보이는 존재와 피튀기는 혈전을 치렀고, 마침내 적을 제압해 봉인구에 가뒀다.

그 봉인구는 그들이 지금 와 있는 이 화산 깊숙한 곳에 숨겨 놓았고, 이상하게 생긴 물건 일곱 개를 이용해 게이트를 만들어 냈다.

그런데 그 게이트 속으로 들어간 건 여인 혼자뿐.

청년은 눈물의 이별을 하고는 홀로 남아 세상을 떠돌아 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수많은 장소에 보더쉘터를 만들었고, 그 안에 몬스터를 가두고, 결계를 세웠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어느덧 나이가 든 청년은 어느 탑 안으로 들어가 캡슐 속에서 쓸쓸히 영면에 드는 영상이었다.

서은채가 그 영상을 봤을 땐, 누군가의 기억이라고 생각해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이야기들을 듣다보니 그 영상 속의 청년과 여인이 바로 아스와 루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영상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 해 주자, 한수호는 바로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럼 모든 게이트 안에 존재하는 보더쉘터를 만든게 폰노이만이 아니라, 아스였다는 거잖아?’

보더쉘터를 처음 만든 이는 사실상 아스였고, 폰노이만은 아캄으로서 그 보더쉘터들을 보완하고 업그레이드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서은채가 영상에서 봤다는 일곱 개의 물건이 바로 세계수의 조각일 터.

‘아스는 귀환하지 못하고 루나만 귀환했다는 건데…. 세계수의 조각으로 귀환이 가능한 인원 수가 한 명으로 제한되어 있었던 모양이구나?’

연인이었을 루나만 본래의 세계로 귀환시키고, 그 자신은 홀로 남아 쓸쓸하게 이세계에서 죽어가다니.

대영웅 아스의 최후치고는 너무 보잘것없었다.

“네 덕분에 궁금했던 것들이 많이 해결됐다. 고맙다, 서은채.”

“고맙긴 뭐가요. 그런데,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도 두 사람은 꼭 그렇게 헤어져야 했을까요? 저 같으면 차라리 귀환을 포기하고 아스와 함께 이곳에 남았을 텐데.”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루나만이라도 반드시 귀환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말이야.”

한수호는 그렇게 말은 했지만, 속으로는 서은채와 같은 생각이었다.

그만큼 홀로 남게된 아스의 말로가 너무 쓸쓸했기 때문.

“적어도 우리는 그들처럼 안타까운 최후를 겪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서은채의 말에 한수호는 가볍게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럴 일 없을 거다. 우린 아스와 루나처럼 외로운 파티가 아니니까.”

한수호는 모든 일행을 쭉 훑어보며 환하게 웃었다.

총 11명의 인원.

몬스터 봇 넷에 골렘과 세이렌까지 껴 있는 이상한 파티였지만 서로를 위해서라면 지옥 불 속이라도 뛰어들 수 있었다.

한수호의 웃음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고, 그 의미를 알고 있는 파티원들은 긍정의 뜻으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파극은 나중에 찍고, 이제 그만 할 일들 하러 가야 하지 않겠느냐?”

신유는 이 괜찮은 파티에 자신의 딸인 신소이가 끼어있지 않은 것에 살짝 아쉬워하며 일행을 독촉했다.

“네, 가야죠. 가서 끝을 보자고요!”

한수호는 그렇게 말하고는 신전 안으로 빠르게 진입했다.

그들 앞을 막고 있는 커다란 석문.

그 문은 안으로 밀게끔 되어 있었다.

쿠궁

가벼운 힘에 육중한 소리를 내며 석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드러난 거대한 신전의 내부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신비로움으로 가득했다.

천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은 신전 내부의 기둥들과 합쳐지며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중앙에 뻥 뚫린 20미터 넓이의 통로.

그곳엔 붉은색 카펫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고, 통로 좌우로는 풀플레이트 갑옷을 걸친 3미터 크기의 오크 동상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딱 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동상들.

한수호는 이 동상들이 곧 움직일 것이며, 자신들을 향해 공격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의를 풀지 않고 일행들을 이끌어 중앙의 통로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신전은 정말 엄청나게 컸다.

통로 끝에 있는 제단까지만 해도 200미터는 충분히 될 것 같았다.

신전이 크고 통로가 길었기에 좌우에 늘어선 오크 동상들의 숫자도 엄청났다.

거의 200개가 넘는 동상들.

동상은 제단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커졌다.

입구 쪽에서는 3미터에 불과했던 동상들이 제단 쪽에서는 8미터에 이른다.

한수호는 오크 동상들에게선 관심을 껐다.

제단 근처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위압감이 그의 관심을 집중시켰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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