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화
꽈가가가가가가강!
대지가 뒤집힐 정도의 강력한 충격파가 터졌다.
드래곤으로 현신한 볼케스의 마법 공격은 파급이나 멸급의 마공사들도 견디기 어려울 만큼 강력했다.
하지만, 볼케스의 상대는 한수호.
초인화 3배로 이미 인간의 한계를 아득하게 뛰어넘은 그에게 볼케스가 용언으로 뿜어내는 마법은 별다른 타격을 입힐 수 없었다.
꽈강!
거대한 얼음의 검이 땅을 가르고,
화아아아아아아악!
지옥의 겁화가 공간을 불태웠지만,
스슷. 슷.
한수호의 몸은 모든 공격에서 빈틈을 찾아내 완벽하게 빠져나왔다.
그리고,
꽝!
볼케스가 감지하지 못할 속도로 날아들어 검을 때려넣었다.
대적룡 볼케스의 단단한 피부도 한수호의 지금 공격을 제대로 방어해 내지 못했다.
콰직!
붉은 비늘이 쪼개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촤아아악!
귀하디귀한 드래곤의 핏물이 허공을 수놓기 시작했다.
생각만으로 발동되는 볼케스의 용언 마법은 초인화한 한수호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크와아아아아아앙!
분노한 볼케스가 피어를 내질렀다.
드래곤의 피어.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이 피어의 영향력 아래에선 몸이 경직되어 수초간 움직일 수 없게된다.
하지만,
퍼어어어어억!
단 1초의 멈춤도 없이 한수호가 날아들어 볼케스의 몸통에 그랑검을 쑤셔박았다.
푸화아아악!
구멍난 몸통에서 핏물이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볼케스는 급히 재생 마법을 사용해 상처를 치료함과 동시에 거대한 날개를 펼쳐 하늘로 급히 날아올랐다.
크르르르르르르
50여 미터 높이에 떠서 한수호를 무섭게 노려보는 고룡 볼케스.
샛노랗게 변한 볼케스의 눈에서 지독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당황했나 보네? 꼬리까지 말고 도망치다니.”
한수호는 머리 위로 라뮬검을 둥둥 띄워놓고 그랑검은 어깨에 척 걸친 채 피식 웃고 있었다.
[건방진 놈. 오늘 네 육신을 갈가리 찢어놓고 말겠다!]
볼케스의 음성은 머릿속으로 직접 파고들었다.
“말만 하지 말고, 진짜로 해 보던가.”
볼케스를 도발하는 한수호.
반투명한 모습으로 새하얗게 빛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선 볼케스를 향한 조금의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다.
[버러지 같은 놈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하게 될 줄이야….]
볼케스는 무언가 결심을 한 듯 분노를 차분하게 다스리며 조용한 어투로 말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거 지금 다 꺼내는 게 좋을 거다.”
한수호는 볼케스에게 아직 숨겨진 한 수가 있다는 걸 잘 안다.
볼케스의 현재 육체한계치는 4.
최대치가 5였으니 아직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오냐. 네놈도 뭔가 더 있다면 준비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제 자비는 없으니까.]
볼케스는 날개를 접으며 다시 대지 위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
드래곤의 용언 마법.
볼케스가 시간을 들여 용언으로 캐스팅을 할 정도면 정말 엄청난 마법임에 분명했다.
한수호는 볼케스가 캐스팅을 끝내길 기다려 줬다.
그도 궁금했다.
과연 육체한계치 5를 끝까지 채운 볼케스는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볼케스를 자신이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지 정확히 알고자 했다.
애초부터 한수호는 볼케스에게 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발자크를 상대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드드드드드드드드
용언을 마친 볼케스의 주변 대지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거대했던 볼케스의 육체가 한없이 작아지더니 이내 3미터 정도의 인간 형태로 변해버렸다.
온몸이 붉다.
단순히 붉은 정도가 아니라, 새빨간 핏물을 토해낼 것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핏빛 비늘을 온몸에 두르고, 좌우로 몸통보다 큰 날개를 단 존재.
그 모습은 아스루나 전설의 종족, 용마족의 것이었다.
한수호는 용마족의 모습을 갖춘 볼케스를 보고는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한수호 또한 용마족으로 변신할 수 있었으니까.
용마족이 된 볼케스의 능력치는 또 한번 치솟아 올랐다.
초인화한 한수호의 능력치를 뛰어넘을 정도로.
[신체외적능력] : 9999/9999
[신체내적능력] : 999/999
[마나] : 600,000/999999
[육체한계치] : 5/5
마나를 제외한 모든 수치가 최고치를 찍었다.
이젠 오히려 한수호보다 높은 수치.
한수호는 볼케스의 이런 변화에 잠시 놀라긴 했지만, 그렇다고 두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호적수를 만나게 되다니…. 점점 기대되는데?’
초인화를 이룬 이후로, 한수호는 아직까지 모든 힘을 끌어내 싸운 적이 없었다.
이런저런 제한에 걸려 힘든 싸움을 벌인 적은 있지만, 지니고 있는 모든 아티팩트와 특성을 사용한 싸움은 지금껏 없었다.
‘그럼 나도 호응해 줘야겠지.’
마음에 결정을 내린 한수호.
그는 두말없이 괴인혈을 발동시켰다.
콰드득.
한수호의 신체에도 변화가 생겼다.
온몸이 크게 부풀어 오르며 4미터 크기로 커졌고, 전신은 마치 갑주를 걸친 것처럼 단단한 비늘로 뒤덮였다.
얼굴은 늑대와 닮은 형태로 변했으며, 이마에선 납작한 형태의 뿔 두 개가 솟아올랐다.
갈색 비늘이 잔뜩 솟은 꼬리까지 달린, 회색 갈기를 지닌 괴수의 형태가 된 한수호.
이 변화를 목도한 볼케스의 얼굴에도 경악의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신체외적능력] : +9999/9999
[신체내적능력] : +999/999
[마나] : +99999(+9,600)/99999
[육체한계치] : 6/10
또다시 변화한 한수호의 능력치.
그런데 이번엔 한 번도 보지 못한 특이한 표시가 붙었다.
능력치 앞에 붙은 ‘+’ 표시.
한계를 초월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긴 했지만, 얼마나 넘어선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제 해볼 만하겠는데? 크르르르….”
한수호가 괴수처럼 으르렁거리자 볼케스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한마디 했다.
“네놈이 과연 인간이 맞는지 의심스럽구나.”
“내가 사는 지구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는 이런 속담이 있지.”
“….”
볼케스는 대답이 없었지만 한수호는 스스로 말을 이었다.
“말이 많은 놈 치고 제대로 된 놈 없다고 말이야.”
“재밌는 농담이군.”
“과연 농담일까?”
한수호가 씨익 웃으며 자세를 낮추자 볼케스도 두 주먹을 꽉 움켜쥐며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와라, 인간.”
꽈앙!
한수호가 땅을 박차는 순간, 그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그건 볼케스도 마찬가지.
몸을 살짝 기울인 순간, 볼케스도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꽈아아아아아앙!
중간 지점의 허공에서 강렬한 폭발이 일며 두 존재가 마주쳤다.
꽈앙! 꽝꽝! 꽈과과광!
허공에서 끊임없이 폭발이 일었다.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로 빠른 움직임.
회색과 적색의 두 줄기 빛이 허공에서 마구 뒤엉킬 때마다 엄청난 충격파가 마구마구 터져 나왔다.
두 존재 모두 경악할 수준의 피지컬을 지녔고, 한 지역을 초토화 시킬 수 있는 마법 공격력을 갖춘 상태라 승부는 쉽게 나지 않았다.
뇌전이 치고, 불기둥이 솟아올랐으며, 땅이 창처럼 솟아올랐다.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서 거인의 손이 튀어나와 움켜쥐기도 하고, 새빨간 검이 허공을 날아다니며 상대를 베어냈다.
콰직! 콰지지지직!
빛이 번쩍일 때마다 눈부신 섬광이 튀었다.
그렇게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전투는 한수호가 뒤로 훌쩍 물러나며 찰나적으로 멈췄다.
“이제 끝을 내볼까?”
한수호는 괴인혈의 최종 단계까지 발동시켰다. 순간,
푸아아아아악!
한수호의 몸이 다시 2미터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황금빛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온몸에 황금색 비늘을 뒤덮은 채, 황적색의 아름다운 빛을 뿜어냈다.
인간의 모습이되, 인간같지 않은 완벽한 용마족의 모습이 된 한수호.
그 광경에 볼케스의 눈빛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네…. 네가 어떻게?”
그로서는 상상도 못했다.
인간에 불과한 한수호가 오직 드래곤만이 가능한 용마족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니.
게다가 황금빛 비늘은 단순한 용마족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드래곤 로드.
수천 년을 살아가는 드래곤들의 왕이자, 드래곤들을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는 존재.
그 드래곤 로드가 용마족으로 변했을 때 가지게 되는 비늘이 바로 황금빛이었다.
“이제야 최종 페이즈로군.”
한수호가 용마족의 모습으로 히죽 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딛자 볼케스는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도 아는 것이다.
지금 한수호의 능력이 자신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한수호는 볼케스가 주눅이 든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신체외적능력] : ++9999/9999
[신체내적능력] : ++999/999
[마나] : ++99999(+9,600)/99999
[육체한계치] : 8/10
능력치 앞의 플러스 표시가 이제는 두 개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능력치의 한계를 넘어선 힘이 발휘되고 있습니다.
>>능력치 시스템의 한계가 강제로 돌파됩니다.
>>한계 돌파 중…. 3%
난데없이 시스템의 한계가 돌파된다며 진행율이 등장했다.
그사이 한수호는 세 걸음 전진했고, 볼케스는 네 걸음 물러났다.
아무리 대적룡 볼케스가 수천 년을 살아온 고룡이라고 해도 드래곤 로드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는 황금 용마족을 마주하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계 돌파 중…. 68%
한수호는 볼케스를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가볍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순간,
우드득!
20여 미터나 떨어져 있던 볼케스의 팔이 갑자기 비틀렸다.
공간 조작의 염력.
10미터 거리가 최대였던 공간 조작 능력이었지만, 이젠 20미터를 훌쩍 넘긴 거리에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 위력도 몇 배로 강화된 채로.
콰앙!
이번엔 머리였다.
손으로 스윽 긋는 시늉을 했을 뿐인데 볼케스는 머리에 해머를 얻어맞은 듯 거칠게 튕겨나갔다.
>>한계 돌파 중…83%
볼케스도 이젠 더 이상 움츠리고만 있지 않았다.
황금 용마족의 모습에 심리적인 타격을 입었지만, 그 또한 오랜 시간을 살아온 고룡이었고 당당한 용마족의 하나였다.
치리리리리링
괴이한 울림 소리를 내더니 볼케스의 모습이 수십 개로 분리되었다.
어느 하나도 실체가 아닌 것이 없다.
모든 분신체가 볼케스였고, 강력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내가 가짜 용마족 따위에게 질 것 같으냐!”
볼케스는 심리적 압박감을 고함소리로 밀어내며 한수호를 향해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콰과과과과과과
저마다 다른 무기를 손에 쥔 24개체의 볼케스가 무시무시한 위력의 공격을 쏟아부었다.
단 하나라도 적중한다면 단숨에 가루가 되어 버릴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공격.
하지만 한수호는 그냥 맞아주지 않았다.
쿠웅
한 발을 크게 내디디며 반경 50미터 일대에 영역 전개를 발동시킨 한수호.
지지지지징!
마나의 파동이 섬전처럼 주변을 훑고 지나갔을 때, 24개체의 볼케스 모두의 머리 위로 마름모꼴 표식이 새겨졌다. 그순간,
촤앙!
어느새 진.용마검을 소환해 손에 쥔 한수호.
검붉은 빛의 진.용마검이 엑스자를 그리며 허공을 벼락처럼 베어냈다.
촤아아아아악!
검은 모든 걸 베어버렸다.
24개체의 볼케스가 뿌려낸 강력한 공격들도.
그 공격을 뿌린 무기들도.
그리고 무기를 쥔 볼케스의 팔까지도.
한수호를 향해 짓이겨 들던 모든 힘이 깨끗하게 갈라졌다.
동시에 허공으로 피어오르는 핏물들.
볼케스가 뿜어낸 공격들은 지워지듯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다.
단 한 번의 참격.
그 한 번의 베기에 23개체의 볼케스가 단숨에 소멸했고, 본체인 볼케스만이 잘려 나간 팔을 붙잡으며 비틀거렸다.
숙련식 용의 폭주, 격룡.
이 격룡을 백진성을 상대로 처음으로 펼쳤을 땐 단 하나의 검기만 발출되었지만, 이젠 두 개의 검기가 겹쳐져 엑스자 형태로 뿜어진다.
전보다 배 이상 강력해진 위력.
격룡의 위력은 그야말로 전율,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