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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322화 (322/375)

322화

남산에서 대폭발이 발생 한지 나흘이 지났을 때,

두 가지 사건이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하나는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국수대 요원 24명이 너무도 멀쩡한 모습으로 무사히 생환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난 나흘간 국수대 본부의 안전 벙커 안에 있었으며, 밖에서 잠기는 형태라 빠져나오지 못하고 갇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24명 중에는 국수대 정보과장 노희경을 비롯해 특수1팀의 이윤철, 임향기, 최민우, 진무현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안전 벙커의 위치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고, 나흘이 지나서야 간신히 외부 요원과 연락이 닿아 폐쇄된 문을 열었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남산 대폭발로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한남동에 갑자기 게이트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놀라운 건 게이트 발생 사실이 아니었다.

천만 인구가 살아가는 서울의 중심인 한남동.

인구 밀집 지역인 그 한남동에서 게이트가 발생했음에도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지금까지 게이트가 발생하고도 희생자가 나오지 않은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마치 기적과도 같은 이 일을 가능하게 만든 건 한 마공 조직이었다.

바로 대한맹.

그들은 남산 대폭발을 일으킨 범인들이 추가적인 범행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나흘 내내 남산 주변 지역을 철저히 감시했다.

그 와중에 한남오거리에서 기습적으로 게이트가 발생했고, 마침 그 근처에서 검문 검색을 하고 있던 대한맹 요원들이 몬스터 웨이브를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었다.

정확히 게이트가 발생한 그 시간에, 우연히 그곳에 대한맹 요원들이 있었고, 다행스럽게도 그 요원들이 죄다 진급 이상의 마공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우연에, 우연에, 우연이 겹친 신기한 일.

하지만 누구도 그걸 우연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대한맹이 만들어낸 결과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는 말이었다.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낸 대한맹은 게이트를 바로 폐쇄하겠다며 그 주변을 철저히 통제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대한맹 요원들에 의해 물샐틈없이 통제되고 있던 한남동 게이트로 두 사람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놀랍게도 대한맹 요원들은 그들의 침입을 알면서도 막지 않았고, 오히려 외부에서 그들을 볼 수 없게끔 시야를 차단해 주었다.

아무도 모르게 두 사람을 삼켜버린 한남동 게이트

이 게이트가 열린 건 정확히 2052년 1월 14일이었다.

* * *

한수호는 한남동 게이트에 들어서자마자 긴 숨을 토해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한수호에게 있어서는 모든 사건의 시작과도 같은 곳이 바로 이 한남동 게이트였다.

회귀 전, 이대경은 이 한남동 게이트에서 약탈[3] 특성을 얻어, 그 특성으로 한수호를 죽이고 광폭화를 빼앗으려 했었다.

그로 인해 한수호의 몸에 봉인되어 있던 ‘개조’ 특성이 깨어났고, 한수호는 17년 전으로 회귀할 수 있었다.

이대경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의 특성을 욕심 내게 만든 원흉이기도 한 약탈[3] 특성.

이번엔 한수호가 그 특성을 얻고자 했다.

‘그나저나 어디로 가야 하나?’

한수호는 꽤나 특이한 구조로 이루어진 주변을 돌아보며 다소 난감해했다.

한남동 게이트.

회귀 전에도 이 게이트는 공략이 굉장히 어려운 곳 중 하나로 손꼽혔다.

2052년 1월에 발생했지만, 폐쇄되기까지는 무려 5년이나 걸릴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던 것.

그 이유는 바로 이 게이트의 구조에 있었다.

한수호가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총 24곳에 피라미드와 유사한 건축물이 보이고 있었다.

이 24개의 피라미드는 똑같이 30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최상층에는 각기 다른 특색의 강력한 보스 몬스터가 존재했다.

하지만 이 게이트의 알파 몬스터는 24마리의 보스 몬스터 중 단 하나였고,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이상 어느 곳에 알파 몬스터가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게다가 피라미드 하나를 클리어하게 되면, 무조건 게이트 밖으로 튕겨 나오게 되고 한 달 이후에나 재진입이 가능해진다.

그뿐이 아니다.

한 달 후 재진입 하게 되면 모든 것이 리셋되어서 16개의 피라미드가 죄다 뒤섞여 버린다.

즉, 매번 이 게이트에 진입할 때마다 24분의 1의 확률로 알파 몬스터를 찾는 걸 반복하게 된다는 것.

그 희박한 확률을 뚫고 알파 몬스터를 찾아 최초로 쓰러뜨린 인물이 바로 이대경이었다.

“이제 어쩔 거냐?”

한수호와 함께 게이트에 들어온 강우진의 질문이었다.

그의 얼굴을 흉측하게 만들었던 흉터는 이제 깨끗하게 사라진 상태였다.

하루 전, 비밀리에 강우진을 만난 한수호.

그는 강우진을 만나 자신의 실수로 씻지 못할 상처를 입혔다며 정식으로 사과했다.

더불어 남산 국수대 본부 안에서 벌어진 노미란의 자폭 테러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강우진은 의외로 어머니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거기엔 이유가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노미란은 강지훈과 강우진을 증오해 왔다.

강우진은 자신이 직접 낳은 자식이건만, 강지훈을 너무도 증오한 나머지 그 핏줄인 강우진까지 지독하게 미워했던 것.

그 때문일까?

강우진에겐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분노나 연민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함께 자리하고 있던 노희경은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며 오열했다.

그녀에게 노미란은 친언니였고, 강우진은 사랑하는 조카였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강우진이 노희경에게만큼은 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22년간 아버지 강지훈에게 온갖 학대를 받으며 수련만 해왔던 강우진.

게다가 어머니에겐 애정 어린 눈길이 아닌, 증오의 눈길만 받으며 자라왔다.

그랬던 강우진이었기에 부모에 대한 복수심으로 황도13궁의 행사를 매번 방해해왔고, 일부러 백진성을 스승으로 삼아 아버지를 향해 반항의 뜻을 내비쳤던 것이다.

그런 과거가 있었던 강우진.

때문에 어머니의 죽음조차 그에겐 대수로운 게 아니었다.

물론, 어머니를 잃었다는 사실에 슬픔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슬픔은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단순한 감정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강우진과 노미란은 핏줄로만 이어졌을 뿐, 20년이 흘러가는 동안 아무런 감정의 교류가 없었으니까.

강우진은 노희경을 용서했다.

노미란을 국수대 본부로 끌어들이고,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모든 행동이 강지훈의 최면에 의한 것임을 잘 알기 때문.

게다가 지금은 한수호 덕분에 최면에서도 벗어나 있었으니 그녀를 탓할 생각이 없었다.

한수호는 그런 강우진에게 약탈[1]을 사용했다.

그 어떤 방법으로 치료가 불가능했던 얼굴의 흉터는 한수호가 특성을 사용하자 거짓말처럼 깨끗해졌다.

강우진은 한수호의 치료 덕분에 본래의 얼굴을 되찾았다.

그리고 한수호에게 신세를 졌다며, 무엇이든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다.

그에 대한 한수호의 대답이 바로 지금의 상황이었다.

한수호는 강우진에게 함께 게이트에 들어가자고 요구했고, 그 요구는 받아들여졌다.

“선배가 정해 보겠습니까?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요.”

한수호가 묻자 강우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내 얼굴을 치료해 준 건 고맙지만, 그걸 빌미로 날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를 모르겠군. 강씨호왕가와 아버지에게 복수하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힘이 되어줄 수 있지만, 네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일에는 도움이 되기 힘들 거다.”

강우진은 한수호가 그저 호기심으로 이 게이트에 자신을 데려온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데, 이렇게 여유롭게 게이트 탐방이나 하고 있단 말인가.

그런 생각 때문에 강우진은 지금 한수호가 하는 행동을 곱게 볼 수가 없었다.

“호기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요. 아무튼, 정하세요. 1번부터 24번 중에 어딥니까?”

“흐음….”

한수호가 너무도 태연하게 물어오자 강우진도 별수 없다고 생각하고 24개의 피라미드를 쭉 돌아봤다.

하지만 아무리 자세히 살펴봐도 죄다 똑같이 생겨서 차이점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저 중에 한곳에 알파 몬스터가 있다 이거냐?”

“딱 보면 답 나오잖아요. 아마 한 번 잘못된 선택을 하면, 꽤 긴 시간 동안 이 게이트에 재진입하는 것도 불가능할 걸요?”

한수호는 모든 걸 알면서 모른 척하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강우진의 진심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연기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왼쪽에서 6번째로 하지.”

“6번째라…. 일단 갑시다.”

한수호는 히죽 웃고는 강우진이 선택한 6번째 피라미드를 향해 나아갔다.

거리는 대충 1킬로미터 정도.

가까이 다가가자 한수호는 피라미드의 정보를 볼 수 있었다.

[증오의 신전]

-불타오르는 증오심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는 신전입니다.

-증오의 타라가 관장합니다.

간단한 정보였지만, 이걸로 이 피라미드에 어떤 몬스터가 둥지를 틀고 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음. 막상 와보니까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네요. 다른 곳을 선택하는 게 어떨까요?”

한수호가 갑자기 말을 바꾸자 강우진이 또다시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다른 피라미드를 선택했다.

“이번엔 저기로 가지.”

한수호는 강우진이 선택한 피라미드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이번에도 한수호는 피라미드 앞에서 잠시 서 있기만 할 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매혹의 신전]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그 무엇이 되었든 매혹시킬 수 있는 미의 여신을 모시는 신전입니다.

-매혹의 베라가 관장합니다.

한수호는 피라미드의 정보를 살피고 있었다.

이번에도 강우진의 선택은 꽝인 모양.

“여기도 별로입니다. 한 번 더 선택해 주시죠?”

“나랑 장난 치자는 거냐? 이럴 거면 그냥 네가 선택을 해. 나한테 미루지 말고.”

강우진이 화를 참지 못하고 무겁게 한마디 했지만 한수호는 그저 웃으며 자기 할 말만 했다.

“선택하시죠.”

“끄응….”

강우진은 자기 입으로 한수호의 어떤 요구도 들어주겠다고 말했기에 더 따질 수가 없었다.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세 번째 피라미드를 선택한 강우진.

두 사람은 다시 다른 피라미드를 향해 움직여 갔다.

* * *

같은 일이 무려 여덟 번이나 반복됐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수호는 피라미드 앞에만 도착하면 우두커니 서서 생각에 잠겼고, 어김없이 여긴 별로라며 다른 곳을 선택하라고 종용했다.

그렇게 아홉 번째 피라미드에 도착했을 때, 드디어 강우진이 폭발했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여기도 아니다, 저기도 아니다. 피라미드에 들어갈 생각이 있기는 한 거냐고!”

강우진이 얼굴까지 붉히며 소리치자 한수호는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보기보다 참을성이 꽤 많은데요?”

“뭐?”

“세 번째 정도가 한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덟 번이나 참았으니까요.”

“그럼 일부러 그랬다는 거냐?”

“일부러는 아니지만…. 뭐 비슷하긴 합니다.”

“너, 이 자식!”

“다행히 여긴 합격이에요. 들어갑시다. 과연 피라미드 안에 뭐가 있는지 구경해 보자고요.”

한수호는 더 이상 다른 피라미드로 가자는 소릴 하지 않았다.

한쪽 면만 해도 300미터는 넘을 것 같은 거대한 피라미드.

한수호가 그 중심에 있는 입구로 가버리자 강우진은 멍하니 있다가 급히 뒤를 따라 이동했다.

가까이 가보니 피라미드의 입구가 생각보다 컸다.

대충 10미터 높이에 폭도 7미터는 된다.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본 피라미드는 더욱 거대해 보였다.

‘이곳에 있는 놈이 알파라는 건가?’

한수호는 피라미드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정보를 확인했다.

[약탈의 신전]

-원하는 것이 있으면 상대를 죽여서라도 빼앗아야 한다는 신념을 따르는 신전입니다.

-약탈의 스메르가 관장합니다.

약탈의 신전과 약탈의 스메르.

피라미드 정보에 나온 약탈이라는 단어를 보아 이곳에 약탈[3] 특성이 숨겨져 있는 게 분명했다.

약탈[3] 특성이 있으면, 이곳에 있는 보스 몬스터가 알파라는 뜻.

그래서 한수호는 이 피라미드를 공략 대상으로 삼은 것이었다.

“또 변심했냐?”

한수호가 입구 앞에서 다시 멈춰서자 강우진이 투덜댔다.

“아니요. 더는 다른 선택할 필요 없습니다. 가시죠.”

한수호는 밝게 웃으며 문조차 없는 입구 속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 * *

약탈의 신전은 골 때리는 장소였다.

모든 층이 단순하게 이루어져 있어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은 없었지만, 매층마다 한수호가 지닌 뭔가를 하나씩 빼앗아 갔다.

1층에서는 체력의 40%를 빼앗아 갔고,

2층에서는 청각 20%를, 3층에서는 촉각 30%를 빼앗아 갔다.

어떤 층에서는 마나력 40%를 가져갔으며, 어떤 층에서는 근력 20%를, 또 어떤 층에선 속도를 30%나 가져가 버렸다.

층마다 마주치는 몬스터들은 그리 강하진 않았지만, 계속해서 뭔가를 빼앗기다 보니 고층으로 갈수록 힘들어졌다.

그렇게 29층의 몬스터까지 해치웠을 때, 한수호의 능력치는 본래의 20%밖에 남지 않았다.

특성도 대부분 잠겨버려서 초인화와 개조만 사용할 수 있었다.

한수호가 이런데, 강우진은 어떨까?

그는 지금 걷는 것조차 힘들어 계단을 오르면서 숨이 넘어갈 듯 헉헉대고 있었다.

“시, 시발. 여긴 대체 뭐 하는…. 뭐 하는 곳이냐? 이거 클리어할 수는 있…는 거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29층까지 잘 따라오셨잖아요. 이제 한 층 남았습니다. 이번 층만 끝내면 엄청난 보상이 나올 거에요.”

한수호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지만, 강우진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기본 스펙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 빼앗긴 지금도 그런대로 버틸 만했다.

솔직히 말해, 능력의 절반이 빼앗기고도 강우진의 100% 능력치보다 훨씬 높은 한수호였기에 아무 문제될 게 없었다.

다만, 피라미드가 비율로 능력치를 가져가다 보니 잃는 수치가 엄청났고, 그만큼 상실감이 상대적으로 클 뿐이었다.

한수호와 강우진은 드디어 30층에 올라섰다.

30층은 다른 층보다 훨씬 밝았다.

조명 때문이 아니라 30층 한쪽에 가득 쌓인 엄청난 보물들이 환하게 빛을 뿌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수호는 눈앞에 보이는 보물들이 진짜가 아니라는 걸 잘 안다.

그저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 빛나 보이는 것일 뿐, 실체가 없는 홀로그램 같은 현상이었다.

그럼에도 찬란하게 빛나는 보물들을 보니 갖고 싶다는 욕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때, 한수호의 감각에 어떤 존재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드는 게 느껴졌다.

“조심!”

강우진에게 주의를 줬지만,

스팟

한발 늦었다.

검은 그림자가 강우진의 곁을 스쳤고, 피가 확 튀었다.

“크윽!”

강우진이 왼팔을 붙잡더니 크게 비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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