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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59화 (259/375)

259화

27살의 김영수는 상급 교인의 갑작스러운 호출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오늘은 일요일인데다가 저녁엔 친구들과 술 약속이 잡혀 있어서 이곳으로 불려오는 것이 좋을 수가 없었다.

‘오늘 집회는 3급 이하 교인들에게 참가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다며!’

이것도 불만이었다.

김영수가 새한교의 교인이 된 지는 벌써 6년이 넘는다.

하지만 아직도 3급 일반 교인의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교 내의 중요 행사에는 참석할 자격이 되지 못한다.

적어도 2급 교인이 되어야 교주가 하사하는 마나코어를 통해 마나력을 흡수할 수 있게 되고, 더욱 강한 마공사로 성장하여 위대한 업적을 세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쳇. 기껏해야 집회에 참석하는 상급 교인들 뒤치닥거리나 하라는 거겠지.’

집에서 편안하게 오침을 즐기고 있던 김영수에게 연락한 상급 교인은 교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라는 말로 김영수를 이곳으로 불러냈다.

‘어쨌든 높으신 분들 눈에 띌 기회인 건 맞으니까.’

김영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불편한 마음을 억지로라도 떨쳐내려고 했다.

이제 새한교 본거지로 출입할 수 있는 사효자굴까지는 불과 100여 미터.

십여 미터만 더 가면 새한교의 감시망 속에 들어가기에 김영수는 풀어져 있던 마음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피이잉-

김영수의 눈앞으로 붉은빛 한 줄기가 쭉 그어졌다.

그 즉시로 김영수의 사고는 정지해 버렸다.

* * *

‘어우야. 다른 사람의 몸이 이렇게나 답답한 거였나?’

한수호는 김영수라는 새한교 교인의 몸을 약탈[2]로 빼앗은 상태였다.

광폭화 6단계로 신체 능력치가 999 한계치를 찍고 있다가 특급에 불과한 평범한 마공사의 몸으로 바뀌어서 그런지, 8G 데이터를 쓰다가 갑자기 2G로 확 내려앉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방금 전까지는 깃털처럼 가벼웠는데, 지금은 몸이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다.

‘일단, 기억부터 다 뒤져보고.’

한수호는 김영수의 몸으로 자신의 본래 육체를 숨겨놓은 숲속으로 슬그머니 숨어들었다.

특수한 능력이 새겨진 후드티와 바지를 입은 건장한 청년이 커다란 바위틈 사이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꼭 유체이탈한 기분이네.’

자신의 육체를 벗어나 영혼의 상태로 떠돌아다니는 기분에 한수호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본래 육체가 앉은 자리 바로 옆에 똑같이 자리를 잡고 앉은 한수호.

김영수의 머릿속 기억을 빠르게 뒤져 새한교 본거지 내부의 구조와 말과 행동, 그리고 습관까지 최대한 알아냈다.

‘역시…. 오늘 새한교 본거지에서 중요한 집회가 있는 게 맞긴 맞구나.’

3급 이하의 교인은 접근조차 하지 말라고 단단히 경고한 걸로 봐서는 비밀 집회인 게 틀림없었다.

‘이자의 얼굴을 그대로 훔쳐서 들어가면 되겠어.’

한수호에겐 굳이 김영수의 육체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본거지로 숨어들 이유가 없었다.

안에서 무슨 사달이라도 난다면, 곧바로 본래의 육체로 되돌아와야 하는데, 본체를 이곳에 둔 상태에서는 육체 복귀가 불가능했다.

약탈[2]를 발동시키거나, 다시 복귀하기 위한 거리는 불과 20미터.

그 거리를 벗어난다면 육체 약탈도, 복귀도 불가능한 것이다.

대신 한수호에겐 김영수의 얼굴을 똑같이 흉내 낼 수 있는 기발한 특성이 있었다.

그건 바로 개조 4단계 효과인 ‘커스터 마이징’이었다.

지금까진 딱히 다른 사람 얼굴을 훔쳐서 몰래 숨어들 일이 없었지만, 이제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한수호는 김영수가 지닌 새한교에 대한 기억을 빠르게 습득한 뒤, 스스로 옷을 벗었다.

그리고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린 채로 약탈[2] 효과를 해지했다.

슈욱-

김영수가 두 눈을 하얗게 뒤집어 깐 채로 얼굴을 땅바닥에 처박는 순간,

축 늘어져 있던 한수호가 벌떡 일어났다.

한수호는 곧장 김영수의 목덜미를 쳐서 확실하게 기절시켰다.

‘내가 꼭 무슨 영매가 된 기분이네.’

남의 육체에 들락달락 하는 기분은 그다지 좋은 게 아니었다.

짧게 한숨을 내쉰 한수호는 혹시 몰라 늘 준비해 다니던 밧줄을 꺼내 김영수의 손과 발을 묶고, 입에도 재갈을 물렸다.

그리고 그의 옷을 겉옷처럼 걸쳐 입었다.

‘새한교 교인들 옷이 펑퍼짐해서 다행이구만.’

김영수가 걸치고 있던 새한교 교인의 옷은 꼭 사제복처럼 생겼다.

전체적으로 회색 망토와 비슷하고, 머리에 뒤집어쓸 수 있는 후드까지 달렸다.

등에는 새하얀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편 채로 비단뱀에게 칭칭 감긴 모양의 문양이 크게 새겨져 있었다.

교인의 옷을 걸치니 안에 입고 있는 옷이 감쪽같이 숨겨졌다.

준비를 마친 한수호는 바로 개조 4단계를 이용해 자신의 얼굴을 커스터 마이징하여 김영수와 똑같이 변경하기 시작했다.

‘눈을 좀 더 옆으로 째고, 광대뼈는 튀어나오게. 하관을 약간 비틀리게 하고, 피부는 거칠게 하면….’

김영수의 얼굴을 들어 올려 비교하면서 그와 똑같은 형태로 바꾸어나갔다.

그렇게 5분쯤 흘렀을 때,

‘이 정도면 되겠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절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똑같은 얼굴이 만들어졌다.

부모가 본다고 해도 쌍둥이라고 착각할 수준.

한수호는 나름 정성을 들여 조각하듯 만들어낸 김영수의 얼굴에 만족하면서 커스터 마이징을 마무리 지었다.

>>변경에 필요한 포인트는 75,000LP입니다.

>>변경 적용 후, 10분이 지나면 본래의 신체로 되돌아옵니다.

>>변경된 사항을 적용하겠습니까? (YES/NO)

얼굴만 변경한 거라 그런지 소모되는 LP가 생각보다 적다.

‘키까지 딱 맞추면 50만이 넘어가니 부담되고.’

지금은 이 정도가 최선이었다.

YES를 선택하자 개조 4단계로 커스터 마이징한 김영수의 얼굴이 고스란히 한수호의 얼굴에 적용되었다.

마치 마사지사가 얼굴을 마구 주무르는 듯한 느낌이 잠시 들더니,

>>변경된 사항이 적용되었습니다.

알림 메시지가 눈앞에 등장했다.

한수호는 공법폰을 꺼내 화면으로 자신의 얼굴을 확인했다.

누가 봐도 김영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얼굴이 보이자 한수호는 안심할 수 있었다.

‘키랑 체격 차이가 좀 있긴 하지만, 옷 덕분에 커버가 되겠어.’

펑퍼짐한 교인복은 이런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해 줄 아주 좋은 수단이었다.

한수호는 기절한 김영수가 다시 깨어나려면 최소한 2시간은 지나야 한다는 걸 확인한 뒤, 교인복의 후드를 푹 눌러썼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숲에서 나와 사효자굴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갔다.

십여 미터 걸음을 옮겼을 때였다.

지잉!

은밀하게 숨겨져 있던 CCTV 한 대가 방향을 틀더니 한수호를 정확히 바라봤다. 그리고, 거기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거기서 정지. 오늘은 이곳에 함부로 접근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신분을 밝혀라.

한수호는 걸음을 멈추고 후드를 벗었다.

그러자 완벽한 김영수의 얼굴이 나타났다.

-아, 3급 교인 김영수로군. 네 상사한테는 이야기 들었다. 이곳까지 혼자 온 건 확실하겠지?

CCTV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단번에 김영수를 알아봤다.

한수호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성까지 바꾼 건 아니었기에 쓸데없는 말은 삼가는 편이 나았다.

-좋아. 서둘러 움직이도록. 오늘 자 출입 번호는 말 안 해줘도 알고 있겠지?

이번에도 한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통과.

짧은 한마디와 함께 CCTV는 한수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주변엔 그것 말고도 여섯 대의 CCTV가 더 존재했는데, 통과 소리가 나오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다시 주변 감시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한수호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빠른 걸음으로 사효자굴에 다가섰다.

사효자굴은 말이 굴이지 커다란 바위가 겹치면서 생긴 틈새였다.

좁은 틈을 숙인 자세로 들어가면 공간이 확 넓어지는데, 그곳에 새한교 본거지로 통하는 비밀 출입구가 존재했다.

한수호는 회귀 전의 기억도 있었고, 방금 김영수의 육체를 차지하면서 기억까지 모두 훔쳐냈기에 매우 자연스럽게 출입구를 찾아냈다.

평평한 바위벽으로 보이는 곳 앞에 선 한수호.

가슴 높이에 구멍 두 개가 나 있었는데, 그곳에 검지와 중지를 푹 꽂아 넣었다. 그리고 걸쇠처럼 걸어 잡아당긴 순간,

쿠르릉

거대한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한수호의 발 앞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한수호는 구멍에서 손가락을 빼고는 그 손가락으로 이마에서 턱 쪽으로 선을 긋고, 왼뺨에서 오른뺨으로도 선을 그어 십자가를 그려 보였다.

그러자 지옥의 구멍처럼 어둡기만 한 지하 계단에 환한 불빛이 켜졌다.

‘김영수의 기억을 훔치지 못했으면 숨어드는 게 절대 쉽지 않았겠어.’

한수호는 자신에게 약탈[2]와 개조의 커스터 마이징 능력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사방이 회색으로 가득한 넓은 공간.

중앙엔 둥그런 탁자가 놓여 있었는데, 탁자를 중심으로 총 9개의 화려한 의자가 놓여 있었고, 거기엔 8명이 앉아있었다.

의자에 앉지 않고 호위하듯 서 있는 사람들도 다섯 사람이나 있었기에 이 공간에 자리한 인물은 총 13명이나 되었다.

“어때요. 이래도 우리의 제안을 거절할 건가요?”

사람의 마음을 교묘하게 끌어당기는 여인의 음성.

음성의 주인은 꽃잎 6장짜리의 새하얀 가면을 쓴 화사한 옷차림의 여인이었다.

그녀가 시선에 담고 있는 자는 바로 옆에 앉은 40대 중년 사내.

그 또한 똑같은 형태의 가면을 쓰고 있었고, 이마엔 7장의 꽃잎이 새겨져 있었다.

“난 당신과 할 말이 없소. 대신, 박 교주에게 묻지. 오늘 이 자리에 날 부른 목적이 애초부터 이것이었소?”

가면인 사내의 덤덤한 물음은 맞은편에 앉은 회색 로브 차림의 중년인에게 던져진 것이었다.

금테를 두른 후드를 깊게 눌러 쓴 사내 역시 새하얀 가면을 쓰고 있었으며, 이마엔 똑같이 붉은 꽃잎 7장이 새겨져 있었다.

“미안하오, 인마궁주. 당신이라도 극우파에서 빼돌리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소.”

“하하하. 날 빼돌린다? 박 교주도 원래 극우파의 여섯 기둥 중 하나였소이다! 그런데, 어찌 쌍어 궁주가 죽자마자 바로 우리를 배신할 수 있는 것이오!”

인마궁주라고 불린 사내가 언성을 높이자 그가 앉은 의자 바로 옆에 서 있던 가면인이 마나력을 확 끌어올렸다.

당장이라도 전투를 벌일 기세.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자의 가면엔 아무런 표시가 새겨져 있지 않았다.

그때, 박 교주 왼편에 앉아있던 또 다른 가면인이 슬쩍 한마디 끼어들었다. 그의 이마에도 7개의 꽃잎이 존재했다.

“이런, 이런. 우리 박 교주가 이리 인덕이 없었을 줄이야. 대 새한교를 매력 하나로 이끌어 가는 박 교주이건만, 역시나 재수 없는 극우파 내에서는 그 매력이 반감되나 보오. 허허허.”

“그 입 조심하시는 게 좋을 거요, 쌍자궁주.”

박 교주가 톡 쏘듯이 한마디 하자 이번엔 처음에 입을 열었던 여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봐요, 인마궁주님. 그쪽도 어차피 알고 있었잖아요? 박 교주가 극우파에 몸담고 있었던 이유는 오직 백진성, 그 개자식 때문이라는 것을요. 아니구나. 이젠 그가 폭마라는 사실까지 모두 까발려졌으니 박준규라고 불러야 하나? 아무튼, 그자하고 박 교주는 한 하늘 아래에서 살 수 없음을 잘 알면서, 배신이니 뭐니 논쟁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참 재미있구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라도 난 듯이 서로를 비방하고, 어떡하던 세력을 약화시키려고 온갖 추악한 짓을 저지르더니, 이젠 또 한 편이라니. 그래도 난 적어도 박 교주가 이리 쉽게 극우파에서 손을 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소. 백진성이 됐든, 박준규가 됐든, 사적인 감정보다 대의를 위해 우리와 뜻을 같이한 거라고 여겼다 이 말이오!”

인마궁주 방태식.

그의 중후한 음성이 울려 퍼졌을 때, 지금껏 잠자코 있던 박새한 교주 우측의 여인이 갑자기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파하하하핫! 우리 태식 오라버니 많이 달라지셨네? 극우파에 들더니 말발도 더 좋아진 것 같고, 담력도 세진 것 같은데? 이러면 또 한 번 더 오라버니와 만나줄 용의가 생기지 않겠어요? 그러니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고 당장 선택하세요. 극우를 고집하다가 이곳에 갇혀 평생을 외롭게 썩다 죽던가, 우리와 손을 잡고 나, 지소연까지 차지하는 행운을 얻어 보던가.”

꽃잎 7개의 가면을 쓴 새빨간 옷의 여인은 다름 아닌 지소연이었다.

그녀의 등 뒤에는 무표정한 얼굴을 한 어린 소녀는 바로 황가련이었다.

이 자리에서 가면을 쓰지 않은 인물은 황가련이 유일했다.

“요마 지소연. 적어도 처녀궁의 궁주이면, 궁주라는 자리에 맞는 품위와 품격을 지녔으면 좋겠군. 내가 일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 바로, 지궁주 당신을 잠시나마 사랑했던 것임을 아직도 모르나? 아직도 그런 싸구려 같은 행동이라니.”

“뭐라고요!”

지소연이 눈에서 불길을 확 토해내려는 그때였다.

쾅!

의자에 깊숙하게 몸을 뉘고 있던 중년 사내가 탁자를 손으로 세게 내리쳤다.

두께가 20센티가 넘는 대리석으로 된 탁자였지만, 마나력도 담지 않은 맨손으로 쳤는데 손바닥이 5센티가 파고들었다.

“오늘 우리가 이곳에 모인 이유는 고작 인마궁주 하나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가 아님을 모르는 건가? 시간 낭비는 그만하고, 서둘러 일을 마무리 짓도록 하지. 우리와 손을 잡던가, 여기서 끝을 보던가. 인마궁주의 선택권은 단 두 가지뿐이네. 대신, 전자를 선택한다면, 인마궁주가 원하는 실험체를 무한으로 공급해 줄 것을 천갈궁주의 이름으로 약속하지.”

그 역시 일곱 개의 꽃잎이 새겨진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이들 중 가장 입김이 센 인물인듯 했다.

그의 말에는 방태식도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했다.

대신 그는 지금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기 위해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제길. 극우파 정기 집회를 준비하는 일에 도움을 달라는 박새한의 말 따위를 믿는 게 아니었거늘.’

황도13궁 극우파의 정기 집회는 불과 보름밖에 남지 않은 상황.

그런데 같은 극우파 중 하나인 박새한이 갑자기 방태식에게 연락해 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달라고 부탁했었다.

게다가 새한교의 본거지인 이곳으로 직접 불러들인 터라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방태식은 지소연의 추적을 받는 중이었기에, 몰래 이곳으로 오기 위한 눈가림이 필요했었다.

박새한은 눈가림용으로 더미를 풀었고, 지소연은 그 더미를 쫓아 안동으로 향했었다.

그런데, 막상 새한교 본거지를 찾아와 보니 속은 건 자기 자신이었다.

박새한은 철천지원수였던 박준규가 목숨을 잃은 것이 확실해지자 곧바로 극우파를 배신했고, 방태식마저 배신의 길에 들어서게 하려고 이곳으로 유인했던 것.

이미 철저하게 준비된 함정이었다.

황도13궁에서 극좌파에 속하는 궁주 일곱 명 중에서 무려 넷이 이곳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아무리 방태식이라고 해도 여길 멀쩡하게 빠져나갈 가능성은 거의 희박했다.

‘무슨 수를 쓰든 지금 이곳의 상황을 알려야 해.’

방태식은 이곳을 벗어나 지상으로 나가기만 하면 도망칠 자신이 있었다.

‘잠깐만이라도 이들의 시선을 분산시킬 수만 있다면….’

방태식이 그 잠깐의 기회를 노리고 있던 어느 순간이었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갑자기 시끄러운 경고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모두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는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곳의 주인이나 마찬가지인 박새한은 더욱 놀란 모습이었다.

그는 바로 손목에 달린 패널을 터치해 누군가와 통화를 시도했다.

“밖에 무슨 일이지?”

-치이익. 치직.

박새한의 질문에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밖에 누구 없나?”

-치익. 죄, 죄송합니다! 지금 외부에서 강제로 침입하려는 자들이… 치이익.

“뭐? 외부 침입?”

박새한이 크게 놀라며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이 중역 회의실을 외부와 완벽하게 가로막고 있던 차단벽을 급히 올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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