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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39화 (239/375)

239화

‘저 마이너스는 대체 뭐지?’

플러스 표시는 몇 번 봤지만, 마이너스 표시는 처음이다.

기존의 시스템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마이너스 표시는 능력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리라.

잠시 후, 한수호의 그런 생각에 확신을 주는 일이 벌어졌다.

‘마이너스 수치가 줄어들고 있어?’

머리 수치만 보면, 좀 전까지는 ‘-18’이었는데 소주를 마시고 식사를 시작하자 -17이 되었다가 지금은 -16으로 숫자가 변했다.

다른 신체 수치들도 똑같은 현상을 보였다.

‘몸이 회복되고 있다는 뜻인가?’

아무래도 이병선은 하수구에서 수색하다가 능력치에 영향을 주는 독소에 노출되었던 모양이었다.

“수사에 진전은 좀 있습니까?”

한수호는 자신의 몫으로 나온 음식을 입에 넣으며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수사를 시작한 지 벌써 보름이 넘었지만, 실종자들이 죄다 하수구 맨홀 뚜껑 근처에서 사라졌다는 공통점 말고는 발견된 게 없다.”

“게이트를 넘어온 몬스터 짓일까요?”

실종자 5명 중에는 마공사가 둘이나 있었고, 그들까지 실종될 정도면 몬스터이거나 상당한 실력의 빌런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이병선은 소주 한 잔을 쭉 들이켜며 고개를 살포시 저었다.

“몬스터일 가능성은 5%도 안 돼. 만약 몬스터라면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을 지닌 놈일 테고. 그런데, 동성로 근처의 하수구를 전부 뒤졌는데도 몬스터가 둥지를 튼 흔적은 전혀 없다 이거야. 대신,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찾아냈지.”

“흥미로운 사실이요?”

사실 한수호는 이미 이 사건이 몬스터가 아닌 빌런의 짓일 거라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고니를 통해 특무부 서버에 접속해 정보를 취합해 본 결과, 이곳 동성로에서 벌어진 실종 사건의 범인을 어느 정도 특정할 수가 있었다.

한수호가 특정해낸 범인의 이름은 박민재.

회귀 전의 한수호가 단 한 번 마주친 적이 있었던 상당한 실력의 빌런이었다.

“이곳 동성로 지하에 있는 하수도에서 상당한 양의 마나력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는 사실 말이다.”

말을 하는 이병선의 눈빛이 반짝거리고 있는 걸로 봐선, 마나력을 근거로 실종 사건의 실마리를 풀 방법을 찾은 모양이었다.

“혹시 그 마나력이 어디서 흘러나온 것인지 알아낸 건가요?”

“발생지가 어디인지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게 되었지. 오늘 그곳을 본격적으로 뒤져볼 생각이기도 하고.”

“그럼 요원님의 다른 동료들은….”

“녀석들은 수색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는 중이다. 밥 먹고 가면 준비가 끝나 있을 거야.”

“제가 운이 좋군요.”

한수호는 마지막 밥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었다.

안 그래도 이 실종 사건을 빨리 해결한 다음에 새한교의 본산을 찾으러 가야 하는데, 이병선이 그 시간을 확 줄여주었다.

“든든한 지원군도 왔으니 잘하면 오늘 내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겠어.”

“적어도 짐은 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하하하. 좋은 각오로군. 좋아, 다 먹었으면 이만 일어나 볼까?”

이병선은 바로 음식값을 계산했고, 한수호를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음식점에서 약 40여 미터 떨어진 곳.

그곳엔 모텔이 하나 있었는데, 그 모텔 앞에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인사해. 여긴, 나와 함께 이번 사건을 맡은 동료들이다.”

이병선의 소개에 두 사내가 웃음을 그리며 한수호를 반겨주었다.

“김명우라고 한다. 잘 부탁하지.”

“난 최일선. 내 뒤만 잘 따라오면 다칠 일은 없을 거다.”

두 사람의 가식 없는 인사에 한수호도 마주 웃어주었다.

“장태산입니다. 선배님들의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 * *

폭 2미터에 높이 3미터인 좁고 음습한 하수도.

한수호를 비롯한 세 명의 특무부 마공사들은 동성로 지하에 자리 잡은 하수도를 열심히 걷고 있었다.

코를 찌르는 악취가 가득한 하수구는 너무 어두워서 플래쉬가 없이는 제대로 걷는 것도 힘들었다.

그렇게 얼마를 더 걸었을까?

그들 앞에 십자 형태의 갈림길이 나타났다.

그러자 이병선이 고개를 반쯤 돌려 일행에게 말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언제 적이 나타날지 모르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따라오라고.”

“네, 팀장님.”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으니 걱정 마시죠.”

이병선은 마지막으로 가장 후미에서 따라오고 있는 한수호를 바라봤다.

“앞은 우리가 확실히 챙길 테니까, 뒤는 너한테 맡기마.”

“뒤에서 기습당할 일은 없을 겁니다.”

“시원해서 좋군. 그럼 간다.”

이병선은 십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길은 굉장히 복잡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몇십 미터 간격으로 갈림길이 나왔고, 통로는 더욱 좁아졌다.

그나마 높이가 3미터나 되어서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었다.

약 20여 분간 복잡한 하수구 통로를 이동하던 이병선은 막다른 장소에서 멈춰 섰다.

“일단은 여기까지군.”

일행들의 앞에는 지름 1미터가 조금 넘는 작은 구멍이 있었다. 하지만 그 구멍은 손가락 굵기의 쇠창살로 촘촘하게 막혀 있어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때 김명우가 쇠창살을 살피며 말했다.

“이음새가 열렸던 흔적이 조금도 없습니다. 액체 괴물이 아닌 이상은 여길 지나가는 건 불가능해 보이는군요.”

김명우의 말은 사실이었다.

통로도 좁은 데다가 5센티 간격으로 촘촘하게 박힌 쇠창살 때문에 그곳을 통과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하수구에서 사는 쥐 정도였다.

“또 허탕인가?”

이병선이 한숨을 푹 쉬며 몸을 돌렸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이상 더 이상 추격할 방법이 없었다.

“바로 앞에 있던 갈림길부터 다시 시작해 보죠.”

“그래야지. 다들 움직이자고.”

이병선을 선두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는 그때, 한수호가 쇠창살 쪽으로 바짝 다가서며 뭔가를 살폈다.

“돌아갈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요?”

한수호는 쇠창살이 붙어있는 커다란 틀의 오른쪽으로 삐죽 튀어나와 있는 뭔가를 잡아 쥐었다.

그건 쥐의 꼬리였다.

바로 되돌아온 김명우는 그 꼬리를 살피고는 피식 웃었다.

“쇠창살 아래로 빠져나가다 끼어서 뜯긴 모양이구만, 뭐.”

“절단면을 잘 보세요.”

한수호는 꼬리에는 관심을 끊은 채 쇠창살 아래쪽을 면밀히 살피기 시작했다.

“절단면이 왜?”

김명우가 꼬리를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딱히 이상한 점이 없어 보였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쥐의 꼬리라서 특별할 게 없었다.

하지만 이병선은 달랐다.

“절단면이 너무 깨끗하군.”

마치 칼 같은 날카로운 도구에 잘린 듯 꼬리의 절단면이 너무도 깨끗했다.

“어? 그러고 보니 너무 반듯하게 잘리긴 했네요. 그럼 여기까지 누군가가 오긴 왔다는 소리잖아요?”

이번엔 최일우가 잘린 쥐꼬리를 살피며 한마디 거들었다.

그때, 한수호는 모든 걸 알았다는 표정으로 쇠창살로 막힌 통로를 빤히 바라봤다.

“그냥 왔다간 게 아니라 여길 통로로 이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수호는 확신에 찬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통로?”

한수호의 말에 김명우와 최일선은 다시 쇠창살을 자세히 살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누군가가 이 쇠창살을 뜯어냈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 모두 고개를 갸웃하며 이병선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한수호가 뭘 보고 그런 말을 한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

이에 한수호는 방금 쥐꼬리를 발견한 곳을 가리켰다.

쇠창살을 땜으로 고정시키고 있는 커다란 원형 틀의 측면.

벽과 틈 하나 없이 밀착되어 있는 그곳에 거무튀튀한 액체가 살짝 흘러나와 있었다.

“피?”

그건 며칠은 지난 것으로 보이는 뭔가의 피였다.

“쥐새끼 꼬리가 잘리면서 피를 흘린 거겠죠.”

김명우는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이병선은 고개를 저었다.

“그랬다면 저 틈새가 아니라 쇠창살 위쪽에 피가 묻었어야지. 종이 한 장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밀착된 틈새에서 피가 흐른다는 건, 그 사이에 뭔가가 끼었다는 거고.”

이병선은 눈을 번뜩이더니 쇠창살을 꽉 잡고는 힘을 주었다. 순간,

콰드득

쇠창살이 고정되어 있던 틀 전체가 콘크리트 벽에서 완전치 뜯겨 나왔다. 그리고, 모두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 콘크리트와 한 몸처럼 이어져 있던 쇠창살 틀 바깥쪽에 납작하게 짓눌려 죽은 쥐의 사체가 붙어 있었다.

“뭐야? 쥐새끼가 어떻게 여기에 죽어 있어?”

“그러게? 틈도 하나 없는데 그 사이를 파고들어서 끼어 죽은 것도 아니고, 완전 쥐포처럼 짓눌려 죽었는데?”

김명우와 최일우는 꽤나 놀란 모양이었다.

그들에게 답을 준 건 한수호였다.

“팀장님 예상대로 우리가 찾는 놈은 몬스터가 아닌 것 같네요. 아마도 공간을 뒤트는 능력을 지닌 마공사인 것 같습니다.”

“공간능력자라고?”

이병선이 눈살을 찌푸리며 쇠창살에 붙은 쥐의 사체를 뜯어냈다.

한수호는 이로써 적이 박민재라고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

괴인 박민재.

그는 2056년도에 대구와 가까운 곳인 밀양에서 등장한 강력한 빌런이었다.

공간조작 능력과 괴인혈이라는 독특한 특성을 지닌 그는, 2050년도 2056년까지 무려 48명의 마공사를 살해한 지독한 놈이었다.

자신의 주변 공간을 마음대로 변형시키는 능력을 지닌 데다가 마공사의 심장에 빨대를 꽂아 마나력을 빨아먹는 잔인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던 박민재.

결국, 한수호를 포함한 30명이 넘는 특무부 요원들이 밀양까지 파견됨으로써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지만, 죽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적의 몸에 독소를 뿌려 심각한 타격을 입힐 만큼 악독했다.

‘사방에 독분진이 가득한 걸로 봐서 희생자가 다섯 명 이상이겠어.’

한수호는 하수도에 들어올 때부터 박민재의 괴인혈 특성에 당한 시체에서 나오는 독분진을 확인했었다.

박민재의 독분진은 공기 중에 흩어져 있다가 호흡을 통해 스며드는데, 이 독분진에 당하면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진 않지만 노출 시간이 오래될수록 신체 능력이 빠르게 감퇴하다가 결국 움직일 수도 없게 된다.

박민재는 그런 식으로 자신보다 강한 마공사들을 쓰러뜨리고, 오히려 그들을 죽여 심장에서 마나력을 빨아먹으며 점점 강해졌던 것이다.

‘박민재가 이 시점에 대구에 있었던 건가?’

회귀 전에는 박민재를 밀양에서 처음 만났고, 거기서 박민재의 최후까지 보게 되었다.

그런데, 회귀 전보다 무려 5년이나 앞선 시간대에 대구에서 박민재를 마주치게 된 것에 꽤나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박민재는 2050년 괴인혈이라는 특성을 우연히 게이트에서 얻은 이후, 수년간 강원도 쪽에 숨어 힘을 키우는 데 집중했던 것으로 확인됐었기 때문이었다.

‘강원도에 가기 전에 대구에 먼저 들렀다는 건데….’

그렇게 생각해도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

지금 상황을 보아서는 이미 공간 조작 능력과 괴인혈 특성까지 모두 얻은 모양인데, 굳이 강원도로 숨어들었다가 2056년도에 다시 밀양으로 내려올 이유가 없었다.

‘회귀자들로 인해 미래가 뒤틀려버려서 강원도가 아닌 대구에 본거지를 차린 걸지도 모르겠군.’

어쨌든 이 하수구 어딘가에 박민재가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지금의 한수호야 내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 독분진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있지만, 이병선이나 다른 마공사들은 달랐다.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빠르게 능력치가 떨어지고 있었다.

“누군가 공간 조작 능력으로 이 통로 입구를 비틀어 통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하필이면 쥐 한 마리가 낀 거고요.”

“그걸 알아낸 네가 더 대단하군. 그런 능력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이병선은 솔직히 크게 놀란 상태였다.

그래도 나름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인데, 그조차 전혀 염두에 두지 못했던 걸 19살의 학생이 발견해 냈다.

한수호가 아니었으면 또다시 허탕을 치고 엉뚱한 곳만 수색할 뻔했다.

“지평학 교수님께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세상에 알려진 밀실 살인 사건들 대부분은, 사실 특별한 능력자들이 일으킨 거라고요. 그러니 불가능한 현상을 마주하게 되면,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능력자가 있다는 생각부터 하라고 말이죠.”

“허허. 지평학 교수님은 여전히 아카데미에서 학생들 교육에 열심이신가 보구나. 그 덕에 너 같이 훌륭한 학생들이 나타나게 되는 거고. 아무튼, 잘했다. 이제부턴 우리에게 맡기거라.”

이병선은 동료 마공사들에게 눈짓을 해 보였다.

그러자 그들은 바로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었다.

“선두는 제가 서겠습니다.”

자신의 독문 무기인 매그넘 권총을 뽑아 든 최일선이 가장 먼저 좁은 통로 속으로 진입했다.

그 뒤를 이병선이 따랐고, 세 번째가 한수호였다.

김명우는 한수호의 뒤에 붙어서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했다.

통로는 길었다.

다행히 갈림길이 없이 일자로 쭉 뻗어 있어서 헤매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100여 미터를 거의 기다시피 한 자세로 나아갔을 때,

부아아아앙. 철커덕, 철컥.

철커덩, 철컹.

소음이 확 가까워졌다가 빠르게 멀어졌다.

“아무래도 지하철 근처까지 온 모양인데?”

이병선이 급히 손목에 달린 초소형 테블릿을 켜서 위치를 확인했다.

그의 말대로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대구 지하철 1호선 바로 아래였다.

“저 앞에 갈림길인데요?”

선두에 선 최일선의 말에 이병선이 플래쉬를 비춰 자세히 살폈다.

“흐음. 여기서 두 팀으로 나눠야겠는데?”

이병선은 시간 낭비를 할 수 없었기에 양쪽을 동시에 수색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수호는 이미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를 알고 있었다.

“왼쪽입니다.”

“네가 그걸 어떻….”

이병선은 말을 하다 말고 한수호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인 모퉁이 쪽에 뭔가 익숙해 보이는 물건이 떨어져 있었다.

통로 바닥은 약 5센티 깊이로 물이 차 있었는데, 그 위로 지갑 하나가 삐죽 솟아 있었다.

“하, 거 참. 오늘 후배 앞에서 선배들이 체면을 완전히 구기는구만.”

최일선이 지갑을 주워 들며 푸념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늘따라 다들 주의가 산만했고, 쉽게 볼 수 있는 흔적들도 계속 놓치고 있었다.

한수호가 없었으면 이 지갑도 못 보고 그냥 지나칠 뻔했다.

하지만 한수호는 이들이 이러는 이유가 박민재의 독분진 때문에 집중력이 크게 떨어졌고, 신체 능력도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잘 안다.

회귀 전에도 바로 이 독분진 때문에 많은 마공사들이 박민재를 찾지 못하거나 오히려 당했다는 걸, 한수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팀장님. 이거, 실종자 지갑입니다.”

최일선이 지갑을 살폈다가 이병선에게 넘겼다.

지갑 안에는 ‘최한석’이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찍힌 마공사 라이선스가 끼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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