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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31화 (231/375)

231화

‘없는 게 없네.’

하나하나가 상당히 쓸모가 많은 것들이었다.

이것들을 모두 지니고 있으면, 어떤 상대라도 손쉽게 제압이 가능할 터였고 전투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특히 아티팩트 중 몇 개는 ‘황도의 기물’이라는 표시까지 되어 있어 증거물로 딱이었다.

한수호는 일단 모든 아티팩트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이제 남은 건, 백진성이 마지막 순간에 하나 남은 팔로 뽑아 들었던 황금빛 장검이었다.

한수호는 몇 발자국 앞에 떨어져 있는 장검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런데 한수호가 다가가자 검에서 흘러나오는 황금빛이 더욱 강해졌다.

마치 한수호의 접근을 거부하는 것 같은 기이한 현상.

‘이것 봐라?’

이미 검의 정보를 훑어본 뒤라 뭔가 반응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눈에 확 띄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

한수호는 눈부신 황금빛을 밀어내며 바닥에 떨어진 검을 덥썩 집어 들었다.

[쌍어금검]

-쌍어궁의 궁주임을 나타내는 신물이다.

-황금빛 섬광의 힘과 핏빛 어둠의 힘을 동시에 지닌 신화적인 검이다.

-검의 주인이 상처를 입으면 자동으로 재생의 힘을 일으켜 치유한다.

-검의 주인이 적으로 삼은 자에게 특별한 반응을 보인다.

쌍어궁의 궁주가 지니는 검, 쌍어금검.

이것만 있어도 백진성이 황도 13궁의 인물이라는 걸 단번에 증명해 낼 수 있었다.

백진성이 이걸 쥔 상태에서 재생의 힘이 발동한다면 빼도 박도 못 하는 것이다.

다만, 백진성의 육체가 모두 소멸했다는 문제가 있을 뿐.

한수호는 검을 쥐고 있던 팔 한쪽은 태우지 말고 그냥 둘 걸 하는 생각을 하며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한수호의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저건….’

멀지 않은 곳에 누군가의 손가락 두 마디가 나뒹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 손가락은 사람의 왼손 중지였다.

손가락 하단부에 반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걸로 보아 백진성의 것이 틀림없었다.

‘혹시 가능할까?’

한수호는 문뜩 떠오른 생각에 손가락을 집어 들어 쌍어금검의 손잡이에 가져다 댔다. 순간,

츠르르륵

손가락 절단 부위에서 근육과 신경이 벌레처럼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주 조금씩이긴 했지만 손가락이 재생하고 있었다.

‘이거면 됐다!’

이 손가락이 백진성의 것이라는 건 쉽게 증명할 수 있었고, 쌍어금검과 접촉한 손가락이 재생하기 시작했으니 그가 쌍어궁의 궁주라는 것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궁하면 통한다더니. 손가락 하나가 남았을 줄이야.’

백진성의 정체를 밝혀줄 방법이 생겨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한수호는 손가락과 쌍어금검을 모두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시야 상단에 떠 있는 전투 영역 잔여 시간을 확인했다.

[00:08:47:28]

아직 9시간 가까이 남아 있었다.

‘벌써 1시간이 지났네.’

전투 영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1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한수호가 전투 영역을 빠져나갔을 때, 백진성의 저택에 있던 친구들과 유대룡이 과연 어떻게 하고 있을지가 궁금해 졌다.

특히, 유대룡은 아들 유재형을 자기 손으로 죽여버렸으니 제정신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분노에 휩싸여 백윤후를 죽여버렸을지도 모르겠어.’

물론 백윤후의 생명코어가 자신의 가슴에 박혀 있는 이상, 목이 잘려도 죽을 리가 없다.

하지만 광양백가를 큰 소란 없이 정리하려면 백윤후가 필요했기에 그런 일이 벌어지면 곤란했다.

‘황도 13궁을 와해시키는데도 백윤후가 꼭 필요하고.’

백진성과 구진철이 죽은 이상, 쌍어궁은 머리가 사라진 상태다.

이 시점에 백윤후가 쌍어궁의 궁주 자리를 이어받는다면, 더욱 빠르게 놈들의 심장을 찾아내 박살 낼 수 있었다.

“월. 이따 밤에 다시 올 테니까 고생 좀 해줘.”

한수호가 부탁조로 말하자, 월이 눈에 활짝 웃는 이모티콘을 그려 넣으며 대답했다.

“안심하고 맡겨도 된다. 손은 꼭 치료하고.”

월은 아직도 피가 흐르는 한수호의 왼팔을 가리켰다.

그 행동에서 진심이 느껴지자 한수호도 마주 웃어주었다.

“꼭 그러마.”

한수호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꺼지듯 사라졌다.

* * *

한수호가 트레이닝룸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주변은 꽤나 시끄러운 상태였다.

강우진이 크게 흥분한 얼굴로 뭐라 소리치고 있었고, 송지문과 권열이 한수호의 친구들 앞에 서서 강우진을 진정시키는 중이었다.

“진정해라, 강우진!”

“백윤후는 몬스터가 아니야!”

그들의 외침에도 강우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백윤후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네가 알파 몬스터한테 조종당하고 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너도 유재형처럼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장태산, 그 자식이 어디로 도망쳤는지 말하란 말이다!”

강우진은 아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한수호와 한 팀을 이룰 때에는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더니, 유재형이 괴물로 변한 뒤부터는 시종일관 흥분한 상태였다.

“몬스터한테 조종을 당하다니, 그게 대체 무슨 헛소립니까? 내가 유재형 선배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던 건, 구 보좌관이 먹인 약물 때문이라니까요!”

“헛소리 마라. 구 보좌관은 네 아버지의 명령 없이는 절대 그런 짓을 할 분이 아니다!”

“그럼 아버지가 명령을 했던 거겠죠.”

“…. 뭐?”

백윤후의 말에 강우진이 살짝 당황했다.

그가 아는 백윤후는 백진성을 거의 신처럼 여기는 아들이었다.

아무리 알파 몬스터에게 조종을 당하고 있다 해도, 아버지를 향한 존경심까지 사라지게 할 수는 없기에 백윤후의 이런 대답이 너무 의외였던 것.

“안 그래도 난 아버지가 밖에서 벌이는 일에 대해 큰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과 너무 자주 만남을 갖는 것도 이상했고, 아버지 근처에만 가면 늘 혈향이 느껴지는 것이 무서웠어요. 그래서 내 나름대로 뒤를 캤습니다. 그리고 끔찍한 사실을 알아냈지요.”

백윤후의 말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졌다.

한수호와 백진성이 사라진 지 1시간이 지날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던 백윤후였다.

그런데 강우진이 갑자기 흥분하며 소리치기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의 말이 의미하는 바는 결코 가벼운 게 아니었다.

“난 사실을 알고서도 설마 설마 하면서 지금껏 감춰왔습니다. 아버지를 믿었고, 마음속 깊이 존경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젠 숨길 수가 없을 것 같군요. 아버지는…. 정의국 국장 백진성은 악독한 황도 13궁의 궁주이자 폭마 박준규의 화신이었습니다!”

백윤후의 입에서 엄청난 발언이 나왔다.

그 말에 몇몇은 헛숨을 들이켰고, 몇몇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중 강우진의 표정만이 특별했다.

마치 백윤후가 백진성의 정체를 밝혀준 것에 고마워하는 것 같은 표정.

백윤후가 스스로 이 사실을 밝히게 만들려고 일부러 압박한 듯했다.

사실, 백윤후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게 된 건 한수호 때문이었다.

한수호는 전투 영역을 빠져나온 순간,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고 다른 사람들이 그의 존재를 눈치채기 전에 빠르게 백윤후를 향해 마나전음을 날렸다.

백윤후는 한수호가 전달한 마나전음에 따라 한 편의 연극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 말이 믿기 힘들겠지만, 장태산이 증거를 가지고 돌아왔으니 직접 확인해 보시죠.”

백윤후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그곳엔 어느새 한수호가 나타나 있었다.

그는 왼팔을 축 늘어뜨린 채, 팔에선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제가…. 늦은 겁니까?”

지친 듯 말을 꺼내던 한수호가 비틀거렸다.

“오빠!”

이하윤이 곧장 한수호를 향해 달려갔지만, 그녀보다 한발 빠르게 날아든 사람이 있었다.

후욱

묵직한 바람을 일으키며 한수호의 코앞에 나타난 사람은 바로 유대룡이었다.

“백진성은?”

유대룡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아들을 제 손으로 직접 죽이고 난 뒤부터는 트레이닝룸의 한 곳에 우두커니 서서 천정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한수호가 등장하자 바로 날아온 것이다.

“…. 도망, 쳤습니다.”

챙그랑!

한수호는 더 서 있기 힘든지 검 한 자루를 바닥에 떨구며 풀썩 쓰러졌다.

그 검은 인벤토리 특성을 이용해 일부러 떨어뜨리듯 허리춤에 구현시킨 쌍어금검이었다.

유대룡은 한수호를 부축하는 대신, 바닥에 떨어져 선명한 황금빛을 발하고 있는 쌍어금검을 주워들었다.

그때, 그의 시야에 기이한 뭔가가 들어왔다.

‘손가락?’

쌍어금검 옆에 툭 떨어져 있는 그건 사람의 손가락이었다.

유대룡은 손가락도 주워들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심연의 눈을 사용해 쌍어금검의 아티팩트 정보를 확인했다.

[쌍어금검]

-쌍어궁의 궁주임을 나타내는 신물이다.

-황금빛 섬광의 힘과 핏빛 어둠의 힘을 동시에 지닌 신화적인 검이다.

-검의 주인이 상처를 입으면 자동으로 재생의 힘을 일으켜 치유한다.

-검의 주인이 적으로 삼은 자에게 특별한 반응을 보인다.

정보를 확인한 유대룡의 눈이 크게 떠졌다.

백진성과 함께 사라졌던 한수호가 1시간여 만에 부상을 입은 채 다시 나타나서 떨어뜨린 검.

그 검이 쌍어궁의 궁주가 지니는 신물이라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검 옆에 떨어져 있던 손가락의 주인은 누굴까?

얼핏 확인해 보니 한수가 왼손을 크게 다치긴 했어도 손가락이 잘리진 않았다.

그렇다면 백진성이나 구진철의 손가락일 터.

자세히 살펴보니 반지를 낀 자국이 확실하게 보인다.

“백진성….”

유대룡이 그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검에 대어봤다.

그러자 한수호가 시험해 봤던 것과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손가락 절단면이 빠르게 재생되기 시작한 것.

그걸 본 유대룡은 급히 손가락을 검에서 떼어냈다.

“너에게 묻겠다. 넌 대체 어디에 있다가 나타난 것이냐?”

무뚝뚝한 음성.

한수호는 어느새 자신에게 달려와 부축해주는 이하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는 유대룡을 바라봤다.

“사방이 검은 공간이었습니다. 전 거기서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워야 했고요.”

“너 혼자 백진성과 구진철 둘을 상대했다고?”

유대룡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 눈빛은 마치 그 엄청난 강자 두 명을 상대로 고작 팔 하나를 다친 걸로 끝날 수 있었던 게 사실이냐고 묻는 것 같았다.

“저한텐 이게 있었으니까요.”

한수호는 아무것도 없는 품에 손을 집어넣었다가 쑥 빼냈다.

그런 한수호의 손에는 하얀 털북숭이 고니가 들려 있었다.

고니를 본 유대룡의 눈빛이 또다시 변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유대룡은 고니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고니(궁급)]

-세 뿔 가고일의 뿔을 흡수한 몬스터 봇입니다.

-마나를 이용한 각종 빔 브레스를 사용합니다.

-특별한 마나코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간단한 정보.

아무리 심연의 눈이라고 해도 고니의 정보를 모두 읽어내는 건 불가능했다.

고니의 가장 중요한 정보는 쏙 빠진 내용이었지만, 지금 정보만으로도 유대룡은 충분히 놀라고 있었다.

“이놈을 이용해 시간을 벌었던 거냐?”

“그런 셈이지요. 후우….”

한수호가 말하다 말고 다시 비틀거렸다.

“오빠. 그만 말하고 얼른 치료부터 받아.”

“아니, 괜찮아. 지금은 모두에게 진실을 알리는 게 우선이야.”

“그래도….”

이하윤은 급한 대로 치료 포션을 꺼내 한수호에게 먹였다.

C급 포션 두 개를 단숨에 들이키고서야 한숨을 돌린 한수호는 유대룡에게 죄송하다고 하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검은 백진성 국장이…. 아니, 폭마 박준규가 사용했던 무기입니다. 제가 목숨을 건 기습으로 손가락을 잘라낸 덕분에 검을 놓쳤죠. 그 검을 여기 이 고니가 삼켰더니 바로 뺑소니쳤습니다. 구 보좌관은 다리에 큰 부상을 입고 함께 도망쳤고요.”

“대단하군. 그 둘을 도망치게 만들다니. 그런데 백진성이 폭마 박준규라는 건 어떻게 알았지?”

“자기 입으로 직접 말했습니다. 자신과 박새한이 이복형제라고. 저를 새한교의 광전사인 키이라로 여기더군요.”

한수호는 백진성과 잠시 주고받았던 말을 교묘하게 바꾸어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만들었다.

너무도 앞뒤가 딱딱 맞는 내용이었기에 유대룡과 그 말을 듣는 모두가 사실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백진성의 진짜 정체가 박준규이며, 젊은 시절 백진성으로 신분을 세탁하여 정의국 국장의 자리까지 올랐다는 이야기를 하자 모두가 크게 놀라워했다.

거기에 새한교에서 뮤턴트 셀을 개발해 키이라라는 광전사를 만들어 냈으며, 백진성이 그 뮤턴트 셀을 훔쳐 와 실험체로 사용한 인물이 바로 백윤후와 유재형이었다는 말까지 하자 다들 할 말을 잃었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좀 전까진 그렇게 백윤후를 몰아붙이던 강우진이 한수호의 재등장 후부터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똑같이 놀란 듯 보였지만, 한수호의 날카로운 감각은 피할 수 없었다.

동공의 움직임. 눈가의 경련. 입가 주변 근육의 잔떨림 등은 강우진이 이미 그 사실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걸 한수호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강우진. 저자 또한 황도 13궁 소속인 걸까? 그럼 삼패창 강지훈과 강씨호왕가까지 모두?’

한수호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최대의 마공가문 강씨호왕가.

그곳마저 황도 13궁에 먹힌 상태라면, 이산이 말한 세 번째 살의 열쇠는 바로 그 강씨호왕가에서 탄생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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