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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10화 (210/375)

210화

꽈가가가가강

쿠아아앙!

엄청난 폭발과 함께 흙먼지가 치솟고, 돌조각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하지만 크리스탈 골렘인 사툴란은 흠집 하나도 없이 멀쩡하기만 했다.

“대성아. 아무래도 어렵겠는데?”

이대성과 함께 사툴란을 향해 공격을 퍼붓던 최우빈이 낭패한 얼굴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이대성이 눈에서 불길을 뿜었다.

“어렵다고? 기껏 아껴놨던 던전을 열어서 아스의 신물을 얻을 기회를 만들었는데, 이제 와서 어렵다고 징징거려? 너 이 새끼, 제정신이냐?”

“아니, 그게 아니라….”

“닥쳐, 새끼야! 네가 못하면 나 혼자서라도 해내고 말 테니까!”

이대성에겐 사툴란을 상대할 방법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그가 지닌 23가지 특성 중에서 사툴란에게 사용한 건 고작 네 개.

게다가 그에겐 신체 강화제와 마나 증폭제가 아직 한 알씩 남아 있었다.

신체 강화제는 1시간 동안 모든 신체 능력과 마나력을 두 배 가까이 높여주는 엄청난 효과를 지녔지만, 사용 시간이 끝나면 48시간 동안 극심한 발열과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 후유증이 존재한다.

반면 마나 증폭제는 오직 마나력만을 1시간 동안 세 배 높여주는 단순한 효과였지만, 특별한 후유증이 없어 훨씬 유용했다.

이 두 가지 알약은 새한교의 특별한 발명품이었다.

사실, 이 두 알약은 ‘진화의 묘약’에서 분기되어 나온 열화판이었다.

진화의 묘약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새한교의 교주 박새한이 지닌 ‘화타강림’의 특성과 폭마 박준규가 지닌 ‘독인’ 특성이 반드시 필요했다.

또한 두 사람의 특성이 합쳐진다 해도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 지난 10년 동안 고작 세 알밖에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나온 차선책은, 효과는 좀 떨어져도 돈으로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신체 강화제와 마나 증폭제의 제작이었다.

이건 진화의 묘약에 비해 성공 확률이 확실히 높았고, 원본이 되는 진화의 묘약 하나만 있으면 열흘에 한 알씩은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어서 물량 공급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이대성은 서령 그룹의 엄청난 재력이 더욱 필요했다.

이대성의 본명은 박현.

하지만 그것도 진짜 신분은 아니었다.

박현은 폭마 박준규의 양자이기 이전에 이대성의 쌍둥이 동생 이대현이었다.

대 서령그룹의 쌍둥이 손자로 태어난 이대현.

하지만 이대현은 이대성과 달리 건강이 매우 좋지 못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늘 병상에만 누워 있어야 했고, 아버지인 이자성으로부터 가문의 무술을 배우지도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대현만 홀로 남겨놓고 모두가 강원도에 위치한 별장에 휴가를 즐기러 갔던 날, 폭마 박준규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박준규는 부맹주 이자성을 죽이기 위해 찾아왔지만, 그를 만나지 못하게 되자 이대현을 납치해 갔다.

그날 이후 이대현은 박준규의 손에서 키워졌고, 매일같이 온갖 고문과 치욕을 당하며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그런데 박준규의 지독한 고문이 오히려 이대현에게 기연을 만들어 줬다.

선천적으로 약했던 몸이 완전히 달라졌으며, 박준규의 모든 걸 스폰지처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결국, 박준규는 이대현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그를 양자로 삼게 된 것이다. 더불어 이대현의 손으로 서령 그룹을 완전히 무너뜨릴 계획까지 세웠다.

이대현은 박준규에게서 모든 걸 배웠고, 언젠가는 자신을 이렇게 비참한 신세로 전락시키고도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가족들에게 복수를 하고자 마음먹었다.

이대현은 가장 먼저 이대성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전학해 그의 주변에서 모든 걸 지켜봤다.

그러다가 기회를 틈타 진짜 이대성을 죽이고 그의 자리를 고스란히 빼앗았던 것.

그렇게 해서 아카데미를 졸업하여 이대성이라는 이름으로 특무부의 유명한 마공사가 되었던 이대현은 한수호마저 죽여서 광폭화 특성을 빼앗으려 했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으로 인해 17년 전으로 회귀하게 된 것이었고.

가짜 이대성이 회귀한 시점은, 하필이면 이대현이 박준규에게 납치를 당했던 그때였다.

그로 인해 이대현은 또다시 그 끔찍했던 고문의 시간을 다시 경험해야 했다.

대신, 더욱 자신을 갈고 닦아 회귀 전보다 훨씬 강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회귀 전에 그랬듯, 다시 이대성의 모든 것을 빼앗기 위해 그의 주변으로 숨어들었다.

박현이라는 이름으로 이대성을 지켜보며 그의 얼굴과 이름을 훔칠 기회가 오길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런데, 이번엔 회귀 전과 달리 다른 사람이 그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젊은 사내.

당시엔 그 사내가 누구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가 누구인지 대충 알 것만 같았다.

‘한수호. 네놈이 날 죽이려고 이대성을 찾아갔던 거겠지.’

이제야 한 가지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한수호도 회귀했던 것이며, 회귀 전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대성, 아니 이대현은 자신이 지닌 수많은 특성 중에서 크리스탈 골렘 사툴란의 엄청난 방어력을 깨뜨릴 만한 특성을 찾아봤다.

2천에 가까운 마나력을 한 번에 끌어올려 ‘폭살’ 특성과 ‘파멸격’ 특성을 사용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두 가지 특성은 궁급 마공사라고 할지라도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위력을 지녔지만, 사툴란은 두어 발자국 뒷걸음질 치는 게 전부였다.

‘천지조화 특성이면 날려버릴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천지조화 특성은 이대현이 지닌 전투형 특성 중에서 탑 쓰리에 들 정도로 강력하다.

하지만, 이 특성을 쓰기 위해 필요한 마나는 무려 4천.

이대현의 최대 마나는 2,200이기에 마나 증폭제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사용이 불가능했다.

‘고열로 녹일 수 있지 않을까?’

외부 타격에 대한 방어력은 높을지라도 내부에서 일어나는 불 속성에 대한 방어력은 낮을지도 모른다.

이대현은 그에 딱 맞는 특성을 준비했다.

특성의 이름은 ‘발화촉진’.

시전자가 원하는 위치에 2천도가 넘는 불길을 일으키는 특성으로, 5미터 이내라면 사람의 몸 속에서도 직접 발화가 가능했다.

다만, 이 특성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상대의 마나력이 시전자의 15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2,200의 마나력을 지닌 이대현에게 사툴란은 발화촉진 특성을 사용하기에 매우 적합한 상대였다.

‘설마 저 무식한 골렘 녀석의 마나력이 3,300을 넘지는 않겠지?’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진 이대현은 전용 무기인 ‘재생의 검’을 거머쥔 채, 웅크리고 있는 거구의 골렘 사툴란을 향해 달려갔다.

“대성아, 내가 어그로를 끌 테니까 네가 놈을 처치해!”

최우빈도 이대현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공격에 나섰다.

그를 힐끔 바라본 이대현은 비웃음을 그렸다. 그러다 5미터나 되는 사툴란의 머리 위쪽으로 붕 날아올랐다.

온몸이 투명한 크리스탈로 이루어진 거대 골렘, 사툴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데도 5미터가 넘는 거구였다.

지금까지 변변한 반격도 없이 오직 수비 일변도의 모습만 보였기에 이대현은 마음 놓고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쿠우-

사툴란이 머리를 번쩍 치켜들며 입에서 하얀 김을 내뿜었다.

뭔가 섬뜩함을 느낀 이대현이 본능적으로 방향을 틀어낸 그 순간이었다.

슈악

거대한 주먹 하나가 눈으로 좇기도 힘들 정도의 빠르기로 공간을 후려쳤다.

뻐어어어엉!

방금 전까지 이대현이 있던 곳에서 가공할 폭발이 일어났다.

“죽어, 이 괴물 새끼야!”

이대성은 가까스로 공격을 피하며 사툴란과의 거리를 5미터 내로 줄였고, 그 즉시 발화촉진 특성을 사용했다.

화륵

투명한 사툴란의 머리통 속에서 불길이 일었다.

‘성공이다!’

발화촉진의 불길은 화력이 약해질 수는 있어도, 시전자가 특성을 거두어 들이지 않는 이상은 절대 꺼지지 않는다.

발화촉진으로 불길이 생성되었으니 이제 사툴란이 활활 불타오르며 죽어가는 일만 남은 것이다.

화르르르륵

불길이 순식간에 거대해지며 사툴란의 머리를 완전히 뒤덮었다.

크리스탈로 된 육체였지만 2천도의 불길은 견뎌낼 수 없었고, 머리부터 시작해 조금씩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쿠워어어어억

사툴란이 고통스러운지 괴성을 내질렀다.

“잘했어, 이대성! 이제 내가 마무리를….”

최우빈이 거대한 양손 도끼를 휘두르며 사툴란의 하체 쪽으로 달려드는 바로 그때.

피슉

허공에서 밝은 섬광이 번쩍했다.

섬광은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고, 최우빈의 등을 그대로 꿰뚫었다.

“컥!”

그의 등에서부터 아랫배 쪽으로 튀어나와 바닥에 쑤셔 박혀 고정시켜버린 새하얀 그것은 거대 몬스터의 송곳니였다.

“크르륵….”

최우빈이 입에서 피거품을 물며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의 몸은 금방 축 늘어지고 말았다.

2미터나 되는 송곳니에 몸이 관통 당한 채, 바닥에 꼬치처럼 꿰여진 최우빈의 심장은 더 이상 뛰지 않았다.

이를 본 이대현의 눈에서 분노의 감정이 확 끓어올랐다.

“어떤 놈이…!”

이대현은 송곳니가 날아온 방향을 무섭게 노려봤다.

사방이 새하얀 대리석으로 둘러싸인 장방형의 거대한 장소.

그 한쪽 구석에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다.

사람 하나가 간신히 통과할 정도의 구멍.

그곳에서 산책하듯 걸어오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한수호였다.

“여어, 여기들 있었네.”

한수호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마스크를 거칠게 뜯어내 바닥에 던져버렸다.

완전히 드러난 한수호의 얼굴을 본 이대현은 빠르게 분노를 가라앉히며 침착성을 되찾았다.

“어떤 고인이 오셨나 했더니, 역시나 너였군.”

이대현은 ‘고인’이라는 단어로 한수호가 자신의 손에 한 번 죽었다는 사실을 비꼬았다.

“난 아직 죽은 적이 없는데, 뭔 고인을 찾아? 하늘처럼 높은 고인을 말하는 거라면 모를까.”

곧바로 이죽거리는 한수호를 바라본 이대현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하… 이거, 내가 아는 그 녀석이 맞긴 한 거야? 손속이 잔인한 걸로 봐서는 얼굴만 같은 다른 놈인 것도 같고.”

이대현은 이젠 상체까지 불길에 휩싸여 녹아내리고 있는 사툴란을 힐끔거리다가 한수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야, 이대성. 아니지. 박현이라고 불러야 하려나? 아무튼, 괜한 소린 관두자고. 어차피 서로 알 거 다 아는 사이잖아? 쓸데없는 일에 심력 낭비하지 말자고.”

한수호는 이대현과 10미터 정도 떨어진 장소에서 멈춰 섰다.

“내 예상이 하나도 틀리질 않는구나. 폐창고에서 이대성을 죽인 놈도 너였지? 하하. 인연도 참 지독하네.”

“그것보다…. 대체 무슨 마법을 부렸기에 이대성과 그리 똑같은 모습이 되셨을까?”

“이 얼굴은 마법이 아닌데, 아직 거기까진 모르나 봐?”

이대현의 반문에 한수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얼굴이 진짜라고?”

한수호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살짝 찌푸려지던 그의 눈이 돌연 크게 커졌다.

“그렇군. 왜 이대성의 이마에 상처가 없나 했더니, 그 이대성이 진짜고, 내 앞에 있는 놈은 얼굴만 같은 다른 놈이었어. 하아… 그걸 이제야 생각해 내다니.”

한수호는 이대현의 말 몇 마디로 전후 사정을 금세 파악해 냈다.

“2058년도에 날 죽이려던 이대성도 원래는 박현이었다는 말이 되나? 과거의 이대성은 네놈이 죽였고, 이대성의 이름을 훔쳐서 쓰다가 회귀했다는 건데…. 결국 박현의 몸으로 돌아왔을 테니 다시 이대성을 죽이려고 충주에 갔었다 이거네. 그리고 네놈이 이대성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건….”

한수호가 잠시 말꼬리를 길게 늘이다가 피식 웃었다.

“이대성이 쌍둥이였다? 이제야 앞뒤가 들어맞는구만. 정말 대단해. 네놈한테 그런 비밀이 있었을 줄이야.”

“하하하! 역시, 내가 아는 한수호답게 머리 회전은 기가 막히게 빨라. 그래서 난 더욱 더 널 죽이고 싶었던 거고.”

“자격지심이냐?”

“뭐라고 생각하던 그건 네 자유다. 하지만, 네 운도 이제 여기서 끝이라는 건 내가 장담할 수 있지.”

이대현이 재생의 검을 바닥에 늘어뜨리며 한 발 한 발 다가섰다.

카가가가각

검이 바닥을 긁으며 불똥이 튀었고, 검은 점점 푸른 빛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용갑의 주인. 세 번째 살의 열쇠. 그거, 너지?”

한수호가 라뮬검을 뽑아들며 가벼운 투로 묻자, 이대현이 걸음을 뚝 멈췄다.

한수호의 질문엔 아무런 대답도 없이, 이대현의 시선은 한수호가 들고 있는 라뮬검에 꽃혀 움직이질 않았다.

“그 검….?”

“아, 맞다. 넌 회귀 전에 진무현을 몇 번 본적이 있다고 했지? 그러니 이 검이 뭔지 알아보겠네.”

이대현은 한수호가 들고 있는 라뮬검이 회귀 전에는 진무현의 것이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지금 사툴란을 쓰러뜨리고 아스의 신물을 얻으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진무현의 라뮬검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쩐지…. 한수호, 네놈이 회귀 전에는 쳐다도 안 보던 진무현하고 갑자기 친하게 지내는 것 같다 싶더라니. 하지만 늦었다. 네가 진무현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다 해도 아스의 신물은 내 것이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더불어 네놈이 지닌 그 검도.”

라뮬검을 바라보는 이대현의 눈이 탐욕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정작 당황한 건 한수호였다.

‘이곳에 있는 아스의 신물이 진무현하고 관계가 있는 건가? 라뮬검을 알아보는 걸로 봐서는 신물이 나샬인 건 틀림없는 것 같은데…. 저 자식은 왜 저딴 반응이야?’

한수호가 의문에 가득할 때, 이대현은 지금 뜻밖의 횡재에 크게 기뻐하고 있었다.

마치 생각도 못한 큰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욕망이 가득한 이대현의 눈빛을 마주한 한수호는 이대현에게서 좀 더 정보를 얻어볼 생각이었다.

어차피 이 자리에서 살아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단 하나뿐.

그 하나가 자신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기에 한수호는 좀 더 어울려 주기로 했다.

“나샬을 노리는 자가 너 혼자일 거라고 생각하다니, 여전히 멍청하군. 내가 이미 라뮬의 주인이 된 이상, 나샬도 내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안 했나 보지?”

넘겨짚기식으로 툭 던진 미끼.

이대현은 한수호가 내던진 미끼를 덥썩 물었다.

“푸하하하! 라뮬과 나샬만 가진다고 끝나는 줄 아나? 그랑과 로크까지 모두 가져야만 라그나로크의 전설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이라니. 가소롭구나, 한수호!”

예상대로 이곳의 신물은 나샬이 틀림없었다.

게다가 이대현이 라그나로크를 아는 걸로 봐서는 그 네 가지 무기가 한곳에 모이면 뭔가 다른 내용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대성. 아니, 박현이라고 불러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이대성의 빌어먹을 쌍둥이? 뭐, 어쨌든. 네놈이 라그나로크의 전설을 믿는 철없는 놈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네.”

“입 닥쳐! 이 세상에 더 이상 박현은 없다. 그리고 난 이대현이지, 이대성 같은 찐따 새끼가 아니라고!”

확실히 사람은 흥분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비밀을 쉽사리 터놓기 마련이다.

이대현은 한수호의 함정에 걸려들어 알아서 술술 비밀을 꺼내놓고 있었다.

“그래도 이씨 성이 그립긴 했나 봐? 그 대단한 새한교 교주에게 이름을 받았을 텐데도 박현이라는 이름을 거부하다니 말이야. 박새한이 좀 서운하겠어?”

한 번 더 함정에 걸려주길 기대하며 던진 말이었지만, 이번에는 이대현의 반응이 달랐다.

살짝 흥분했던 기색이 씻은듯이 사라지더니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네놈…. 다 알고 있는 게 아니었군.”

이대현의 태도가 변했다.

그 변화에 한수호는 자신이 방금 말실수를 했다는 걸 바로 깨달았다.

‘젠장. 박새한한테 박씨 성을 받은 게 아니었나 본데? 그럼 누구지? 저 자식이 새한교에 속한 건 확실할 텐데….’

한수호가 무슨 말을 할까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이대현은 입을 꾹 다물고 다시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콰드드드득

검이 불똥을 튀기며 새파랗게 빛나기 시작하자, 한수호도 더는 정보를 캐낼 기회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쉽지만….’

예상치 못한 중요한 정보 몇 개를 얻어내긴 했지만, 그래도 크게 아쉬웠다.

이대현이 이대성의 쌍둥이 형제이면서 박현으로 살게 된 이유라든지, 어째서 새한교의 교도로 이곳에 있을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여기서 나샬검을 얻어서 대체 무엇을 하려고 했던 것인지를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라그나로크의 전설은 또 뭘까?’

그것도 무척이나 궁금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대현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고, 저 멀리에서 혼자 활활 불타고 있는 던전의 보스 사툴란은 곧 쓰러질 기색이었으니까.

홀로 씁쓸하게 웃은 한수호는 라뮬검에 2천의 마나력을 단번에 때려 박았다.

푸하아아악

검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아 오르던 어느 순간,

파캉-!

라뮬검이 폭발하듯 수천 조각으로 찢겼다가 재결합하면서 단숨에 기다란 불꽃 창으로 모습을 바꿔버렸다.

활활 불타는 창을 어깨 위에 턱 걸친 한수호.

그가 이대현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드루와, 새끼야.”

한수호의 얼굴에도 살기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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