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화
드디어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파란 빛.
그곳에 품어진 커다란 검은 공간.
그런데, 그 검은 공간에서 하얀 뭔가가 수증기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츠으으으으으
희뿌연 연기가 단숨에 경기장 위를 뒤덮더니 빠르게 사방으로 흩어져 나갔다.
그건 안개였다.
혹시나 싶어 다들 그 연기를 마시지 않으려고 숨을 참았지만, 한수호는 그 연기가 무해하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그가 지닌 뛰어난 감각과 높은 내성이 하얀 연기가 조금 특별한 안개일 뿐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독은 없으니 숨 쉬어도 됩니다.”
그의 말에 다들 안심하며 다시 호흡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야가 너무 빠르게 차단되고 있어 불안함이 커지고 있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딱 지금을 말하는 것 같았다.
몇몇 학생들이 마나력을 끌어올려 안개를 한쪽으로 몰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안개는 마나력에 조금도 반응하지 않았다.
손으로 휘휘 저어봐도 찰나적으로 그 공간에서만 잠시 밀려날 뿐, 금방 다른 안개가 그 자리를 채워버렸다.
안개는 지독할 정도로 짙었다.
지면 위를 뒤덮는 안개의 두께는 대략 20미터.
게다가 주변을 잠식해 가는 안개의 흐름은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이미 마공돔을 꽉 채웠고, 출구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간 하얀 연기는 마공돔 주변까지 순식간에 안개의 바다로 뒤덮고 있었다.
이 속도라면 각 기관의 정예 요원들이 이곳에 도착할 때쯤엔 아카데미 전체가 안개에 뒤덮일 것 같았다.
뛰어난 감각으로 이 모든 걸 죄다 분석해낸 한수호는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어 인상을 굳히고 말았다.
‘이 안개….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마나력이 통하지 않으며,
조금의 틈만 있어도 무지막지한 속도로 사방을 뒤덮는 안개.
그리고 안개에 갇힌 사람들의 시야를 5미터 이내로 좁혀버리고,
지면을 축축하게 만들어 움직임까지 방해하는 특별한 힘을 담고 있는 뉴에르다의 이상 물질.
한수호는 회귀 전의 삶에서 이 안개에 대한 걸 들어본 기억이 분명히 있었다.
잠시 기억을 더듬던 한수호.
희미하던 기억 속에서 마침내 안개의 정체를 떠올린 순간, 한수호는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설마…. 안개 미궁?’
안개 미궁.
회귀 전의 한수호가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정식 특무부 요원이 되어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에, 이 안개 미궁으로 뒤덮인 특별한 게이트가 세상에 등장한 적이 있었다.
그때 들은 안개 미궁 속의 정황이 지금과 놀랍도록 똑같다.
하지만 한 가지가 다르다.
회귀 전에 한수호가 들었던 안개 미궁은 게이트 밖으로까지 안개를 뿜어내지 않았다는 점.
‘그래도 너무 똑같잖아?’
한수호는 이 안개가 안개 미궁의 것과 동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고보니 안개 미궁이 등장한 장소가 하필이면 제주도다.
정확히는 제주도 북서쪽에 위치한 비양도.
200명이 채 안 되는 적은 인구를 지닌 비양도에 갑자기 등장한 게이트였지만, 놀랍게도 그 시점에 비양도에 진급 마공사들이 휴가를 즐기던 중이어서 빠르게 진압될 수 있었다고 했었다.
그때 발생한 게이트가 바로 안개 미궁이라고 불리는 7급 게이트였다.
이 안개 미궁 게이트는 마공사들에게 연구 가치가 높은 던전이었다.
첫째, 안개 미궁에는 보스가 존재하지 않았다.
보통의 던전엔 보스방이 존재하고, 그 방의 보스를 해치우면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그런데 이 안개 미궁엔 보스가 없는데도 수많은 보물상자가 사방에 흩어져 있어서 마공사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둘째, 이 던전은 크기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으며 복잡한 미궁으로 얽혀 있어서 간혹 길을 잃는 경우가 생기지만, 던전에 진입한 지 24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튕겨 나오게 된다.
즉, 길을 잃었다 하더라도 어떡하든 하루만 버틴다면 얼마든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던전 안의 몬스터들은 대부분 피지컬이 좋지만, 지능이 그다지 높지 않아 무작정 돌진만 하는 놈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근접 전사형 마공사 둘에, 원거리 마법사형 마공사 하나만 있어도 얼마든지 미궁 탐사가 가능했다.
넷째, 안개 미궁 안에서 발견되는 보물상자에는 대부분 꽤나 높은 수준의 보상이 담겨 있었다.
한 번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수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면 많은 마공사가 1년 365일 내내 안개 미궁에서 살려고 했을 정도.
이런 안개 미궁에서나 볼 수 있는 안개가 어째서 이 시점에, 이 장소에서 나타날 수 있는 걸까?
한수호는 지금의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쿠웅
게이트 쪽에서 들리는 육중한 울림.
경기장 바닥에서 전해지는 진동이 뭔가가 등장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때를 같이하여, 한수호의 감각으로 커다란 뭔가의 존재감이 걸려들었다.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모두 조심하세요!”
한수호가 크게 외쳤으나 들려오는 대답은 단 하나도 없었다.
감각으로는 분명 교수들과 친구들, 그리고 다른 학생들까지 모두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젠장. 안개 미궁에서는 조금만 멀어져도 소리가 거의 안 들린다더니….’
안개가 가로막는 건 시야만이 아니었다.
이 안개는 시야와 함께 소리까지 잡아먹는다.
그래서 안개 미궁에 들어가는 마공사들은 서로 5미터 이상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렇지 않았다간 뿔뿔이 흩어져 몬스터들의 집중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한수호는 급히 친구들을 향해 움직였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친구는 백윤후.
녀석은 도플갱어답게 안개의 위험성을 느끼고 처음 그 자리에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한수호가 안개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자 깜짝 놀라 했다.
“아씨, 놀라라!”
“놀란 척하지 말고, 내 말이나 잘 들어. 이 안개는 소리하고 시야까지 모조리 집어삼킨다. 그러니 나한테서 5미터 이상 떨어지지 마라.”
“역시, 뭔가 이상한 안개다 싶더라니…. 어쨌든 뭐, 알았다. 네가 이 안개의 정체를 어떻게 아는지는 굳이 따져 묻지 않으마.”
백윤후는 한마디 툭 던지며 이 안개의 끈적거림에 소름이 돋는지 양팔을 마구 비벼댔다.
그때,
쿠웅. 쿵쿵쿵.
발아래에서 연속적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진동들.
“벌써 다섯 마리째로군.”
“진짜 소리는 하나도 안 들리고 진동만 느껴지네? 근데, 5급 게이트에서 나오는 숫자치고는 너무 적은 거 아닌가?”
“숫자는 얼마 안 되도 한놈 한놈이 특급 마공사 급이야.”
한수호는 그렇게 대답하며 다른 친구들을 찾아 움직였다.
교수들은 게이트를 중앙에 두고 넓게 퍼져 있는 상태여서, 아직 그들의 포위망을 벗어난 몬스터는 없었다.
감각으로 모든 걸 확인한 한수호는 학생들을 한곳으로 모았다.
그러다 이대성과 그의 친구들까지 한자리에 모이자 격한 살심이 치밀어 올랐다.
‘안개를 이용해서 지금 해치워 버려?’
여기서라면 이대성의 목숨을 몰래 빼앗는다고 해도 들킬 일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한 가지가 걸린다.
만약 이대성도 한수호처럼 감각으로 안개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면, 암습은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
괜히 건드렸다가 타초경사의 우를 범할 수 있었기에 일단은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일단 웨이브부터 막고.’
이대성에게 복수를 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지금은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몬스터가 마공돔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게 더 중요했다.
한수호는 모아놓은 학생들에게 안개의 특징에 대해 설명했고, 거리가 멀어지면 시각이나 청각에 의존하지 말고 바닥과 공기의 진동을 적극 이용하라고 충고했다.
그때,
쿠구구구구궁
한꺼번에 여섯 번의 진동이 일었다.
‘한 번에 여섯이나?’
한수호의 감각에 새롭게 추가된 몬스터는 여섯 마리.
어느새 게이트를 빠져나온 몬스터의 숫자가 열한 마리까지 늘어났다.
저 앞쪽에서는 이미 교수들과 몬스터들의 전투가 시작됐다.
소리도 없고, 모습도 볼 수 없었지만 바닥에서 느껴지는 진동으로 엄청난 공방이 이뤄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한수호가 감각으로 읽어낸 몬스터들의 체급은 중대형.
이족보행을 하는 놈도 있고, 네 발로 뛰어다니는 놈도 있다.
어떤 놈은 바닥에 납작하게 붙어서 수많은 다리로 지네처럼 미끄러져 움직이기도 했다.
‘그래도 권존 어르신이 있어서 다행이야.’
시야로는 그 누구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수호는 권존 김무성이 엄청난 움직임으로 중대형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때, 큰 진동과 함께 몬스터 한 마리가 높게 뛰어올랐다.
아무도 그 몬스터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했다. 단 한 사람 만을 제외하고는.
‘비행 몬스터도 있었어?’
안개 너머의 한 곳을 향하고 있던 한수호의 시선이 커다란 호선을 그리며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중대형의 몬스터 한 마리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틈을 이용해 날아올라 그들의 머리 위를 날아가고 있었던 것.
‘저 방향은…?’
비행 몬스터가 날아가는 방향은 하필 제주 아카데미의 학생들 열댓 명이 모여 있는 출입구 쪽이었다.
“모두 여길 벗어나지 말고 교수님들을 지원하세요!”
한수호는 그 말만 남기고 비행 몬스터가 날아간 곳으로 벼락처럼 몸을 날렸다.
그가 순식간에 사라지자 우태범의 여자친구인 김유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저 건방진 녀석은 뭐야? 지가 뭔데, 우리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그녀의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이대성을 따르는 학생 중 하나인 최우빈이었다.
그는 어깨를 그것도 모르냐는 듯, 김유진을 향해 비웃음을 던졌다.
“거기, 예쁜 언니.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니시나? 뇌가 있으면 생각이라는 걸 좀 하면서 살라고. 자, 주변을 봐봐. 전국 아카데미에서 난다 긴다 하는 녀석들은 다 여기 있지? 그런데, 어이쿠. 이 중요한 순간에 딱 한 명만 안 보이네? 그럼 방금 그 건방진 새끼가 누군지는 뻔한 거 아닐까?”
비꼬려는 의도가 다분한 말에 김유진이 발끈하려 하자, 우태범이 막아섰다.
“관둬, 유진아. 그자가 누구든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다. 우린 여기서 몬스터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다.”
“우태범, 네 말이 맞아. 괜한 다툼 벌이지 말고 서로 간격 유지하면서 교수님들을 지원해 드리자.”
장한설까지 나서서 우태범을 지지했다.
하지만 한 사람.
이대성만은 다른 사람들과 생각이 달랐다.
“여기 모여 있어 봐야 몬스터가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면 제대로 막지 못해. 너희들이 이곳을 맡겠다면, 난 내 친구들하고 남쪽 출입구를 맡지.”
이대성은 대답도 듣지 않고 곧바로 친구들과 함께 그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누구도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우태범과 장한설 등은 이대성이 진짜 실력을 감춘 상당한 강자라는 걸 눈치챘기에 굳이 말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들 중 오직 진무현만이 학생들이 두 패로 갈라진 현실에 안타까워할 뿐.
“모두 집중 좀 하지? 아무래도 교수님들이 고전하는 것 같다.”
진무현의 말에 잠시 풀어졌던 긴장감이 다시 꽉 조여졌다.
사방이 적막함으로 가득했지만, 발아래로 전해지는 진동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 *
츄아아악!
마공돔 내부에 두텁게 깔린 안개의 바다를 뚫고 한 사람이 날아올랐다.
마치 구름 위로 솟아오르듯 20미터 이상을 날아오른 그는 바로 한수호였다.
머리 위로 날아간 비행 몬스터를 쫓아온 그는 곧바로 북서쪽 출입구 쪽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곳 역시 안개에 뒤덮여 있었지만, 그쪽을 향해 커다란 뭔가가 빠르게 날아가고 있는 건 분명했다.
더욱 시력을 높여보니 안개 위쪽으로 찰나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뭔가가 있었다.
언뜻언뜻 보이는 그건 거대한 날개였다.
감각으로 전해지는 놈의 크기는 적게 잡아도 8미터.
대형은 아니어도 중형은 충분히 넘는 몬스터였다.
한수호가 놈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다시 안개의 바닷속으로 떨어져 내리는 그때,
“아아악!”
“사, 살려….”
“꺅!”
안개가 차오르지 않은 허공으로 처참한 비명이 울림과 동시에 팔과 몸통, 그리고 머리통 하나가 확 튀어 올랐다.
하얀 안개 위로 뿌려지는 새빨간 핏물들.
허공을 핏물로 수놓았던 신체 조각들은 빠르게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사위는 다시 적막 속으로 빠져들었다.
‘벌써 당했어?’
한수호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사상자가 나왔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급한 마음에 안개 속을 섬전처럼 꿰뚫고 나간 한수호.
현장에 도착한 그는 좁은 시야 속에서 다섯 구의 시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열셋이나 되던 학생들 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여덟으로 줄어들었다.
비행 몬스터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큰 덩치와 쾌속한 움직임으로 학생들을 산 채로 잡아 뜯어 죽인 것.
살아남은 학생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고 했지만, 안개는 그들의 비명을 다시 침묵으로 집어삼켰다.
한수호는 일반인보다 수십 배나 좋은 시력을 이용해 간신히 20미터 앞의 몬스터를 알아볼 수 있었다.
안개 속에서 흐릿한 그림자만 내보이고 있는 커다란 형체.
크기는 예상대로 8미터 정도였고, 전체적인 형상은 육식 공룡을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게다가 등 쪽에서 펄럭이고 있는 몸통보다 커다란 날개는 무척이나 위협적이었다.
‘티라우론?’
한수호는 저 몬스터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티라우론.
최소 3급 게이트 안에서나 볼 수 있는 중대형 몬스터로 진급 마공사에 해당하는 능력을 지닌 강력한 몬스터였다.
몬스터의 급은 인간의 마공사 급과는 크게 다르다.
특급 몬스터 한 마리를 제대로 상대하기 위해서는 동급 마공사가 최소 다섯 명이 필요했다.
그 말은 즉, 진급의 티라우론을 잡으려면 진급 마공사 다섯은 있어야 한다는 것.
‘하필이면 저놈이라니.’
진급의 티라우론이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는 건, 이곳에 발생한 게이트가 최소 3급이라는 의미다.
운이 좋아야 5급일 거라는 진무현의 말이 안 좋은 쪽으로 딱 들어맞고 말았다.
‘더 이상 희생자를 만들 수 없어!’
한수호는 2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모든 생각을 마치고, 안개 속에서 또 다른 학생들을 반으로 쪼개려는 티라우론을 향해 손가락 총을 만들어 겨눴다.
유도 저격을 위한 준비 동작.
손가락 총이 만들어지자마자 한수호는 특성을 발동시켰다.
쾅!
손가락 끝에서 빛이 번쩍했다.
빛과 소음은 안개에 삼켜졌지만, 발사된 빛의 궤적은 안개 속에서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섬전처럼 날아갔다.
순간, 한수호는 빛과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달려들었다.
빛이 곡선을 그려내며 공룡처럼 생긴 티라우론의 머리를 세차게 강타했다.
꽈앙!
8미터나 되는 큰 덩치가 크게 휘청거릴 정도의 강력한 충격.
크와아아아아악!
충격을 받은 뒤통수가 움푹 들어갈 정도의 위력에 티라우론이 고통에 가득 찬 괴성을 내지르며 빛이 날아든 방향으로 머리를 홱 돌렸다. 바로 그 순간,
반대쪽으로 달려든 한수호가 허리에 찬 라뮬검을 번개처럼 뽑아냈다.
위에서 아래로.
허공에서 바닥으로 내리꽂히듯이.
비스듬하게 떨어져 내린 한수호의 손이 티라우론의 목 근처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서걱
라뮬검이 지나간 자리로 새빨간 선이 그어졌고,
푸화아아악!
티라우론의 잘린 목에서 피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